WD-7고향
켈시가 숨어있던 곳을 급습한 살카즈 용병대, 치열한 전투는 불가피해 보였다.
22년 전
8:05 P.M. 날씨/흐림
사르곤 중부, 이버트 지역, 리프스팁 마을 주변
……버려진 정원, 여기가 당신들의 집인가?
몇 년 전, 한 상인이 화려한 정원을 지었는데 장삿길에 올랐다가 실종되었죠. 천재지변이었는지 인재였는지는 알려진 게 없지만요.
하지만 지금 이곳은 저희처럼 갈 곳 없는 자들을 위한 피난처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신이 신입을 둘이나 데려왔군.
옷차림을 보니 가난한 사람 같진 않은데……
조심하는 게 좋겠어……모두 안으로 들어가, 이신의 비밀 따윈 우리가 관여할 게 아니니까.
……이곳의 이름은 뭐지?
(사르곤어) 잠든 사르곤.
방랑자들은 모두 그렇게 부르지요…… 여긴 마치 고향과도 같습니다. 저희는 대지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폐허 위에 잠이 드는 거죠.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려 주십시오. 날이 밝는 즉시, 여길 떠나 리프스팁 중심부로 향할 수 있을 겁니다.
암초에 둘러싸인 땅.
예…… 모래 바다의 한복판이죠.
파디샤와 아미르들이 더 풍요로운 땅에 도시를 세우기로 했지. 그곳은 잊혀진 땅, 무법지대였는데.
하지만 줄곧 그곳에서 살아왔던 사람들과 그들의 후손에게 그 땅은 더할 나위 없는 소중한 땅이었어.
거기에 가면 불법 노동자나 전달자를 고용할 수 있을 겁니다. 무사히 사르곤을 떠날 수 있게 신분도 위장할 수 있을 테죠.
하지만…… 가려는 곳이 아득하게 먼 곳이라면, 그곳까지 무사히 도착할 거라는 장담은 할 수 없습니다.
엘리엇은 어때?
자고 있습니다. 안전한 곳이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정하고 자비롭군요.
엘리엇이 그 말을 들었으면 분명 화를 냈을 거야.
아아, 늙은 이신에겐 보입니다…… 아이의 숨겨진 분노가……
사르곤에서는 내란과 충돌이 자주 일어나는 편이라 이런 부류의 사람을 많이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복수를 꿈꾸는 용감한 사람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답니다. 그들 대부분은 증오에 취하고, 분노에 눈이 멀어 이성을 잃곤 하죠.
이번엔 그를 구했지만, 다음은 없을 거야.
예…… 저 아이의 운명이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는 걸 늙은 이신은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그 금화와 관련 있지요.
왜 22년인 거지?
아츠로는 소위 '예언'이란 게 불가능합니다. 시간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사람 따윈 존재하지 않죠. 시간은 운명의 어머니입니다. 늙은 이신은 시간과 내기하는 걸 좋아할 뿐입니다.
그러니까…… 으음, 무슨 일이야 Mon3tr?
(기분 나쁘다는 듯) 그르르르……
오오…… 아름다운 생물이군요.
늙은 이신은 알고 있습니다. 저것이 당신의 동료라는 것을, 그리고 당신들은 서로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둘이서 아주 기나긴 길을 함께 걸어왔군요.
……확인하러 가자, Mon3tr.
아…… 의사소통까지…… 마음이 통하는 거로군요.
느껴집니다…… 이 생물에 대한 믿음이…… 유일한 동료라고 생각하는 거로군요……
하지만…… 기나긴 여정을…… 이 아름다운 생물과 둘이서만 동행한 겁니까?
켈시 님, 당신의 명예는 어찌 이토록 외로웠습니까??
……외로움은 내 일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아.
추격병이 있는 것 같으니 처리하고 올게. 여기서 기다려. 엘리엇을 부탁해.
물론이죠. 숨는 방법이라면 늙은 이신이 잘 알고 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숨어다녔으니까요.
켈시 씨는요?
적들이 나타나, 믿음직스러운 동료와 함께 상대하러 갔습니다.
그 기괴한 생물 말인가요?
……왜 먼 곳을 쳐다보는 거죠? 걱정되나요?
아뇨, 늙은 이신은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분의 영혼은 강인하고 영원합니다. 죽음도 그분의 여정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늙은 이신은 그분을 존경하고, 그분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뭘 말이죠?
백여 년 동안…… 늙은 이신은 늘 같은 꿈을 반복해서 꿨습니다.
그것은 사막 한가운데 우뚝 선 웅장한 도시였습니다. 도시는 움직였고 그 위에서 보는 하늘은 무척 맑았습니다……
젊은 파디샤는 늙은 이신의 곁에 서서 끝이 없는,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땅을 바라보며 뭔가를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늙은 이신은 들리지도, 기억나지도 않습니다. 아아, 이 죄를 어찌 갚아야 할지……
(또 혼잣말이네……)
늙은 이신은 줄곧 그 답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 영광을 알고 있는 사람, 그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을 줄곧 기다렸습니다.
과거 그 도시와 관련된 모든 사람은 꿈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잊어버린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자신의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파디샤의 지휘 아래 저희는 위대한 도시를 세웠습니다. 재앙 때문에 무너지긴 했지만, 그곳이야말로 리프스팁이 시작된 곳이지요……
이버트의 사르곤인이라면 리프스팁에 관한 어떠한 기억도 잊어선 안 됩니다…… 하, 하지만 늙은 이신은 잊고 말았습니다. 아아, 이 죄를 어찌해야 할지……
당신은…… 꿈에서 잃어버린 기억의 단편을 누군가 가르쳐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건가요?
부패의 기운을 풍기는 점술사가 고개를 돌린 순간, 기괴한 얼굴과 나이에 맞지 않는 손가락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늙은 이신은 즐거운 듯 미소를 보였다.
……
크르르르르!!!!!
……부대들을 이끌던 지휘관…… 너였군, 기억나.
우리를 어떻게 발견한 거냐, 컬럼비아인?
……살카즈, 난 컬럼비아인이 아니야.
(살카즈 모 부족 언어)
……어?
이게 뭐지……? 내 생각을 조종하려는 거냐?
쏴, 아츠를 쓰지 못하게 쏴. 어서!
(살카즈 모 부족 언어)
크르르르르!!!!!
큭…… 가장 강력한 화살도 저 괴물한테는 통하지 않는 건가?
역시 정보가 부족해. 캐스터인 것 같은데, 조심해라.
……이버트의 아미르가 너희를 고용한 거냐, 살카즈?
알려줄 수 없다.
아니…… 이버트의 아미르는 빅토리아에 개인적인 원한을 가지고 있지. 내가 잘못 본 걸 수도 있겠지만 조금 전 그 화살은 확실히 빅토리아 제식 화살이야.
아무래도 너희들을 고용한 자는…… 현임 무라드 파디샤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수완이 좋은 것 같군.
인내심 강한 통치자께서 여유롭게 여러 세력을 이간질하다니…… 애초에 컬럼비아와 아미르의 여러 계획도 그자의 짓인가?
허, 파디샤의 존재를 알면서도 사르곤의 땅에서 함부로 군 거냐? 너희 컬럼비아 놈들은 무슨 생각 하는지 감도 안 온다니까. 머릿속에 오리지늄이 가득 찬 거냐?
무라드 파디샤께선 그 상자를 되찾고 싶어 하신다. 상자만 내놓으면 조용히 넘어가겠다.
상자를 아직 처분하지 않았잖아, 그렇지?
내 것이 아니니까.
흥…… 입만 살아선……
이버트 아미르의 독단적인 행동이 파디샤의 분노를 샀다. 누구에게 고용됐든, 그 컬럼비아 용병들은 이미 작전 능력을 모두 잃었다.
따분한 싸움도 곧 끝날 거다. 그리고 무라드 파디샤께서 모든 것을 끝낼 집행권을 우리에게 넘겨주셨다.
그게 사실이라면 오만하기 짝이 없는 사르곤의 파샤께선 왜 이곳을 평정하고자 자신의 친위대가 아닌 일개 용병들을 고용하신 거지?
……이 일은 컬럼비아의 여러 상황과 관련된 거다. 지금의 너와는 상관없다. 결정해라, 작전 고문.
이 사막에는 널 도와줄 이가 없다는 걸 알아야 할 거다.
(가볍게 몸을 일으킨다)
……(저 녀석을 조심해야 해, 전혀 알려진 게 없으니…… 쉽지 않겠군.)
(살카즈 모 부족 언어)
……!!
당신……!
……윽, 아냐! 이건 단순한 아츠가 아니야!
마족의 말을 하다니?! 컬럼비아인이 어떻게……
(사르곤어) 그만!
(사르곤어) 사르곤어나 빅토리아어로 이야기해라! 안 그러면 바로 발포하겠다!
카즈델 출신인가?
……카즈델?
너 같은 캐스터가 살카즈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애들한테나 통할 법한 전설이 지금 상황이랑 상관있을 것 같아?
괜히 일 복잡하게 만들지 말자고. 상자를 내놔, 파디샤가 원하는 건 그것뿐이니까.
그건 사르곤을 멸망의 길로 몰아넣는 도화선이야. 무라드 파디샤는 과학자가 아냐. 그로 인한 피해는 알지도 못할 것이고.
굳이 알아야 하는 건가? 우리도 그런데.
……사르곤은 네 고향인가, 살카즈?
……내가 기억하기 시작할 때부터 사르곤에서 살았다.
어두컴컴한 골목에 숨은 채, 뿔을 감추며 가장 더러운 곳에서 살아야 했지.
간단해. 살기 위해 무기를 들었다. 우린 대부분 날 때부터 감염자였지. 나아가지 않으면 죽는다, 그러니 싸울 수밖에 없었고.
칫…… 그래서 뭐, 어쩌자고?
강인한 의지를 지닌 살카즈만이 고대 언어의 암시에서 벗어날 수 있지. 언어는 살카즈 주술의 일종이니까. 네 의지의 기원은 무엇이지? 사명, 아니면 탐욕?
……인정해, 네 암시가 확실히 먹히는 것 같군. 아직도 발포 명령을 내리지 않고, 참으면서 너와 이야기하는 걸 보면 말이야.
내가 본 건, 그저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살카즈야. 스스로가 가장 단순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주변을 경계하며 살핀다)
이쯤 하지, 컬럼비아의 용병 단장은 모두 이렇게 우유부단한 건가?
살카즈가 자신의 더러운 비밀을 알게 되는 걸 무라드 파디샤는 원치 않을 거야.
쟁탈전에 참가한 부대를 몽땅 차단했으니, 그중에 용병으로 위장한 아미르의 부대가 없을 리 없겠지.
거액의 세금과 공물, 그리고 몇몇 살카즈의 목숨 중에서 무라드 파디샤가 어느 쪽을 선택할 것 같아?
그 점은 우리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 널 풀어준다고 우리가 더 큰돈을 벌 수 있을까? 아니면 당장이라도 광석병을 치료할 수 있을까?
착각하지 마. 파디샤에게 우린 그저 더러운 마족에 불과해. 우리에겐 선택권이 없어.
나라면 너희에게 선택권을 줄 수도 있는데.
(살카즈 모 부족 언어)
훗…… 반란이라도 일으키라고 우릴 꼬드길 셈인 건가? 그런 뒤에는? 충성을 바치라고?
……본 적도 없는…… 카즈델에게 충성을 바치라는 건가?
웃기지 마, 캐스터. 살카즈의 터전이라고? 그딴 건 폐허에 불과해. 대륙에 '카즈델'이 몇 개나 있을 것 같아? 너 같은 배운 놈들이라면 더 잘 알겠지.
(캐스터, 준비해. 화력을 집중해서 괴물을 친다. 너희 둘은 나와 함께 기회를 봐서 저 여자를 친다.)
아쉽게도 협상이 결렬된 것 같네.
이건 협상 따위가 아니야…… 설마, 우릴 동정하는 거냐? 포위당한 너 따위가!?
확실히…… 넌 위험해. 하지만 내일이 되기 전에 파디샤에게 제대로 된 답을 주지 못하면 우린 모두 죽게 될 거다.
말했다시피 우리에겐 선택권이 없거든.
쏴!
연기 속에 있는 것은…… 그 괴물인가?
……전혀 타격이 없다고……?
'카즈델'의 캐스터, 넌 대체 정체가 뭐야?
———
다른 사람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살고 싶으니까.
게다가 살카즈는 어떤 꿈도 가져서는 안 돼.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검을 뽑아라, 전원 돌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