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D-5리프스팁의 땅
현대, 사르곤. 갑자기 로도스 아일랜드에 합류를 요청한 '샌드솔저'라는 인물을 조심스레 상대하고 있는 세사와 헤비레인. 그의 진짜 정체는 아무래도 켈시와 관련이 있는 듯했다.
현대
3:32 P.M. 날씨/맑음
사르곤 중부, 이버트 지역, 이름 모를 마을
……우리와 같이 가려는 건가요?
우리에게 당신은 그저 수상한 인물에 불과하다는 건 잘 알고 있겠죠.
당신의 대원들은 다 확인해 보셨습니까?
헤비레인, 어땠어?
……모두 정상이었어요.
그래도 당신을 믿지 않아요.
음, 그래요. 전 전혀 믿을 만한 존재가 아니죠.
목적이 뭐죠?
제 목적은…… 제 목적을 찾는 겁니다.
그게 무슨……
그거 아십니까? 이버트 지역의 아미르가 불구덩이에서 죽었다는 것을.
……2~3년 전 일이잖아. 현임 아미르가 그분 아들이고. 그 일로 이버트 지역에서 큰 소란이 일어났다 들었는데……
그 화재 덕분에 나는 고용주를 다시 찾아야 했지. 새로운 일에 적응하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렸고 말이야. 귀찮아 죽는 줄 알았다고……
네, 맞습니다. 제 마지막 사냥감이었지요.
그물을 짜고, 함정도 팠는데 사냥감이 없으니 할 일이 없어졌지 뭡니까.
……
……아미르를 죽인 게, 당신인가요?
사르곤의 군부가 널 찾아낼 거다……
……잠깐, 그걸 왜 우리한테 말하는 거지?
아, 역시 암시장의 단골답게 눈치가 빠르군요. 맞습니다. 아미르의 죽음이 저와 관련됐다는 걸 아는 건 저와 당신들뿐입니다.
사르곤의 군부는…… 예전과 다르죠. 지금 이버트 지역을 통치하는 파디샤는 황무지가 된 이 땅에 전혀 관심이 없어요.
아버지와 아들 중, 누가 아미르가 되든 파디샤는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 사실 저도 그렇거든요.
전 그저 그의 죽음을 원할 뿐입니다, 아주 간단하죠.
대체 목적이 뭐죠?
복수입니다……
너무 뻔한 답이라 종래로 대답한 적이 없었습니다만, 여기 사는 사람 중 아마 절반 이상은 복수를 꿈꾸고 있을 겁니다. 적, 도시 나아가 대륙 전체…… 그 상대가 뭐가 됐든.
20여 년이라는 시간 동안 전 줄곧 이 일에만 몰두해 왔습니다.
권력과 지위, 재물 이런 건 모두 부속품에 불과합니다. 경우에 따라 버려도 되는 것들이죠.
어쩌면 '로도스 아일랜드'에 모든 걸 줄 수도 있겠군요.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전례 없는 거래 아닌가요?
……
흠, 아직도 절 믿지 않으려는 것 같군요…… 신중한 아가씨, 예전에는 군인이셨나요? 사르곤 쪽의?
……당신과는 상관없어요.
젊은 '브릿지',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 실례했군요. 지금의 이름을 불러줘야 하나요? '세사'?
……
세사 씨, 저 사람은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에요.
……중요한 사실을 숨기고 있는 거지?
네?
으음…… 아, 그러네요. 그 일을 잊어버리다니……
당신들은 스스로를 감염자를 치료해 주는 의료 회사라 자처하는데…… 뭐, 좋습니다. 이 세상엔 허황한 꿈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는 걸 잠시 믿어드리죠.
전 감염자입니다.
저는 아미르에 필적할 부와, 아미르를 위험에 빠뜨릴 충분한 인맥과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걸 전부 드릴 테니 치료받을 기회를 주시죠, 어떤가요?
……미쳤군요.
저도 종종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상에 죽고 싶은 사람이 존재할 리 없지 않습니까. 치료를 받기 위해 모든 걸 포기하는 게 비합리적인 건가요?
아니, 헤비레인은 그걸 말하는 게 아닌 것 같은데.
자신이 감염자라는 사실을 대놓고 이야기하다니……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대체 뭘 얻으려는 거지?
……
좋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으니 우리 서로 솔직해지죠.
전 '켈시'를 찾고 있습니다.
켈시라면 제게 많은 걸 알려줄 수 있을 겁니다. 제게 길을 알려 줄지도 모르죠…… 물론 그렇게 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지만요. 그러곤 교활하게 제게 또다시 선택권을 넘기겠죠.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당시 사건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을 한 명씩 제거한 뒤로, 더는 사르곤에 미련을 두지 않게 됐습니다. 역겨운 이 땅을 하루빨리 떠나고 싶을 뿐입니다.
제가 원하는 건 새로운 시작입니다.
이 시점에서,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과거의 그림자를 누가 놓치려 하겠습니까?
……켈시 선생님과는 무슨 관계인 거죠?
흐음, 말하자면 꽤 긴데……
제 생명의 은인입니다. 감사하게 생각해요, 진심으로.
결정권은 우리에게 있지 않아요……
……3년 전, 여정에 올랐던 이버트의 아미르가 온 마을을 불태울 만큼 심각했던 대형 화재로 숨을 거뒀다. 그 후 그의 아들은 반란을 일으켜 왕위 쟁탈전에 나섰지.
네가 한 짓이었구나.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어째서지?
으음, 지나간 일에 불과합니다. 원래부터 비극이었던 가족 관계에…… 작은 쐐기를 박았달까요?
그게 왜 궁금하신 거죠?
……단서를 찾는 중인데, 네 덕분에 이버트 지역에서의 조사를 중단하게 됐거든.
아, 단서……
어쩌면 절 믿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해 보시죠. 제 도움이 필요하다면 말입니다.
누군가를 찾고 있어. 컬럼비아의 군사 실험실 책임자.
컬럼비아의 회사를 조사하는 건가요, 왜죠?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바보 같은 사고에 휘말려 죽었거든.
정말 사고였다면요?
그래도…… 나는 진실을 알아야겠어. 설사 그 이유가 그들이 우리 형의 죽음을 승진의 발판으로 삼은 것이 아니더라도 말이야.
……세사 씨.
개인적인 문제라는 건 나도 알아…… 하지만 좀처럼 오지 않는 기회니까. 그렇지, '샌드솔저'?
푸흡…… 크흠, 실례했군요.
제가 뭐라고 했죠?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이 복수를 원합니다. 그 대상이 누구든, 또 그 집착이 얼마나 깊던…… 복수는 삶의 영원한 주제라고요.
치료를 받으러 로도스 아일랜드에 가는 걸 허락해 준다면 조사를 도와드리죠. 물론 방금 말한 모든 거래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문밖에 있는 물건의 열 배라고 해도 처리할 방법이 제겐 있습니다. 그것도 저렴하고 깔끔하게…… 제약 회사에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은 없을 텐데요?
……세사 씨, 미안하지만 개인적인 문제를 거래 조건으로 쓸 수는 없어요.
나도 알아…… 난 그저……
참, 하마터면 깜빡할 뻔했군요. 요새 건망증이 부쩍 심해졌단 말이죠.
이신이 남긴 예언을 진짜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 예언은 일종의 거래이자, 소통이었던 것 같네요.
훗, 예언이라니…… 평범한 인간은 미래를 알 길이 없죠. 이렇게 편리한 오리지늄 아츠가 어디 있겠습니까!
……예언?
아쉽지만 이신은 이제 존재하지 않습니다. 뭐, 그 약속을 켈시가 아직 기억해 줬으면 좋겠네요.
혹시…… 당신들에게 금화 한 닢을 건네지 않던가요?
사르곤의 고대 금화를요.
……!
헤비레인, 세사, 문제가 생겼다.
……
진정해, 무슨 일이야?
……수상한 대규모 부대가 마을에 접근 중이다.
불순한 의도가 느껴지는군요.
윽, 게다가 엄청 빠르게 다가오고 있어. 지금 빠져나가면 늦지 않지만, 꾸물거리다간 교전을 피하지 못할 거다.
15분…… 남은 시간은 최대 15분이다. 팀장, 부팀장! 빨리 결정 내려.
……당신네 사람인가요?
그럴 리가요…… 지금의 저에게는 동료 따윈 없습니다. 원래 사람이라는 건 기계처럼 믿을 만한 게 못 되거든요.
그리고…… 아마 저를 향해 오는 걸 겁니다.
빌어먹을…… 이것마저 계산했던 거야?!
저와 같이 도망치겠습니까, 아니면 저 킬러들을 같이 해치우시겠습니까?
자, 어떻게 할까요?
……
어, 어떡해야 하는 거냐?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쳇, 이 녀석……
마지막으로 묻겠다…… 그 마을을 왜 불태운 거지? 아미르만 죽이면 될 텐데, 어째서 그 많은 사람을 끌어들인 거냐?
사람들에게 대피할 시간까지 주고선…… 그저 마을만 잿더미로 만들겠다는 건가? 레드혼은 너의 세력 범위에서 한참 떨어져 있을 텐데, 대체 목적이 뭐야?
목적이 중요한가요?
……네가 미치광이나 전쟁광 같은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싶거든.
으음, 일리 있는 말이군요. 하지만 제가 불태우려는 것이 과거일 뿐이라는 걸 당신은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복수인 거냐?
아뇨……
때늦은 장례, 화장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