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D-2오아시스의 천둥
파인트리 밸리 요양원에 잠입하여 대공에게 접근할 기회를 엿보던 켈시와 릴리아. 그러던 중 켈시가 뭔가 수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게 되는데……
등장 오퍼레이터: 켈시
17년 전
1:37 P.M. 날씨/맑음
우르수스 중부, 파인 밸리 요양원, 식당
부탁하신 커피입니다.
……새로 왔나?
네.
그럼 다른 사람한테 내가 어떤 커피를 마시는지 물어봐야 할 거 아니야. 커피는 식힌 뒤에 다시 가져오라고!
필라인이로군! 퉷, 재수 없어! 필라인 따위한테 시중받으려고 전쟁에서 목숨 걸고 싸운 줄 알아!
당장 꺼져!
……죄송합니다, 제 불찰입니다.
간호부장님한테는 말하지 말아 주세요. 다시 준비하겠습니다……
흥! 잘리기 싫으면 3분 내로 커피 다시 대령해.
그리고…… 너, 눈을 왜 그렇게 떠? 웃을 줄 몰라? 모르면 얘기해, 내가 그 입을 아주 찢어줄라니까.
기분이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얼른 준비해 오겠습니다.
쯧쯧쯧…… 요즘 것들은 아주 그냥…… 외모만 보고 사람 뽑나?
대단히 죄송합니다. 부디 화 푸십시오.
화내시면 건강에 해로우니까요.
꺼져!
네, 네! 죄송합니다.
……
아가씨? 아가씨!
부르셨나요?
하아, 맞아. 방금 다 봤어, 너무 기죽지 말고.
방금 그 사람은 감시팀의 우두머리야. 원래라면 이곳에 올 자격도 없는……
귀족도 아니면서 저렇게 함부로…… 다른 사람들 눈치도 안 보는 건가요?
어떤 후작 밑에서 꽤 떵떵거렸다던데…… 칫, 그뿐만이 아니라, 여기에 오게 된 것도 '전쟁에서 얻은 병' 때문이 아니라고 하더군. 저자는 아마 전쟁터 근처도 못 가봤을걸.
소문으로는 후작 밑에서 온갖 더러운 짓을 도맡아 하다가 잠시 피신 온 것 같다던데…… 그런 뒷배가 있으니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 함부로 구는 거겠지.
……후작……
저딴 인간이 고상한 후작 나리와 같은 높은 신분의 덕을 다 보다니.
그러게나 말이야! 누가 알아? 저러다 어느 날 갑자기 쫙 빼입고선, 높으신 분들 책상 뒤에서 어깨 힘주고 서 있을지도…… 하아……
어쨌든 너무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 저런 사람은 건드리면 원석충보다 더 짜증 나니까. 그나저나 꽤 어려 보이는데, 왜 이런 데서 일하는 거지?
앗…… 아까 이야기는 나한테 들었다고 말하지 마. 떠들어대거나 쓸데없이 이것저것 캐내봤자 좋을 것 없으니까!
네…… 알겠어요. 감사합니다.
아까 그 사람 나중에 또 만나면 최대한 피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릴지 누가 알겠어…… 음? 저기 보이는 건 새로 온 의사인가?
……켈시.
선생님.
아, 둘이 아는 사이였어? 난 그럼 먼저…… 지금은 휴식 시간 아니니까 간호부장한테 안 들키게 조심하고.
……
신입한테 관심 많은 것 같네요, 좋은 사람 같아요.
그래요, 루이자 선생님. 기대를 저버리게 해선 안 되겠죠.
일이 아직 남았나요? 할 이야기가 있는데……
죄송합니다…… 커피를 다시 가져다드려야 하거든요. 후작님께서 각별히 챙긴다는 분께서 절 순순히 놔주신다면 제가 찾아갈게요.
좋아요…… 조심해야 한다는 거, 꼭 명심하세요. 켈시.
루이자 선생님.
……지금은 우리 둘뿐이니 연극할 필요는 없어요. 그래도 그렇지, 여기선 가명을 써주셔야 하지 않겠어요? 켈시 소장님?
'루이자'…… 딸의 이름을 가명으로 쓰는 건 비밀경찰을 너무 우습게 여기는 거 아닌가?
경찰들에게 나는 이미 죽은 사람이야. 이번 일이 끝나면 우르수스를 떠나서 한동안 돌아오지 않을 거다.
대공이 암살당했다는 건 아무도 모를 거야. 대공을 찾아도 나이가 들어서 숨이 멎은 거라고 생각하겠지.
……우르수스의 기술로는 소장님이 만든 독을 분석할 순 없나요?
현재로선 확실히 우르수스의 '독약'에 대한 이해의 범주를 벗어난다.
……우르수스보다 몇 년이나 더 앞선 지식을 가지고 있는 건가요, 소장님은?
제국의 발전 속도는 내 예상을 뛰어넘었지만, 지금은 그런 문제를 다룰 때가 아닌 것 같네.
릴리아, 너희가 원하는 중재라는 건 이런 방식으로밖에 끝날 수 없다.
그리고 더 이상의 복수를 요구할 수도 없어. 대공의 명예와 의미를 흔적도 없이 지워버릴 수 있는 건, 우르수스의 위대한 황제뿐이니까.
……알아요……
그럼 됐어…… 그래서, 여기인가?
네, 바냐 대공이 무슨 병을 앓고 있는지 저희는 몰라요.
매일 오후 3시에 바냐 대공이 개인 병실을 나와 여기서 일광욕을 한다는 이야기를 간호부장한테서 들은 적 있어요.
해가 질 때까지 일광욕을 즐기는데, 이따금 손님이 올 때면 대공이 여기서 직접 그들과 만찬을 즐긴다고 해요.
대공의 방에는 접근할 수 없지만 여기라면……
우리가 지금 서 있는 곳 말이지?
네.
하지만 호위가 없을 리 없어요. 그때가 되면 복도 전체를 경비대가 봉쇄할 거예요.
대공이 허락한 손님 외에는 대공의 주치의와 하인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어요.
그래도 우르수스의 귀족이 요양원 직원에게 이곳 베란다를 마음대로 드나들도록 허락해 주진 않을 텐데.
우린 충분히 오래 기다렸어. 시간을 끌수록 위험해질 거야.
알고 있습니다. 빈틈이 있다면 파고들 기회도 있을 테죠…… 대공의 주치의는 교대로 근무해요. 아마도 오늘이나 내일쯤이면 제 차례일 거예요.
……
릴리아, 솔직하게 대답해 줘.
대공이 죽고 나면 넌 어떻게 할 거지?
그걸 지금 왜 묻는 거죠? 눈앞의 일에 집중해야……
솔직히 대답해 줬으면 해.
……
파인 밸리에 오기 전에 밤펠로프 가문에서 보낸 마지막 편지를 받았어요.
세르게이는 여전히 보리스에게 헌신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도시는…… 항로를 바꿨죠. 아마도 그건 변화의 시작을 의미할 거예요.
그들 때문에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어요…… 하지만 그들은 양심의 가책도 없이 떵떵거리며 살아가고 있죠……
세르게이가 배신한 걸 알고 있구나.
……하지만 어떤 핑계를 댄다 해도, 죽은 사람이 돌아오진 않겠죠.
세르게이는 더 이상 기술을 지원해 줄 수 없어요. 아마도 몇 년이 지나면 프로젝트도 정식으로 중단되겠죠. 그런 뒤에는요? 세르게이와 보리스가 손잡고 악행을 저지르는 걸 보고만 있어야 할까요?
바냐 대공이 죽었다고 해도 너는 멈출 생각이 없구나.
저는 세르게이를 용서할 수 없어요. 세르게이를 처음 알게 됐을 때 술에 취한 아스트로프가 흥분한 채 날 껴안더니, 어떻게 정직하고 뛰어난 동료를 얻게 됐는지 말해줬죠.
아스트로프는 자신의 계획을 더할 나위 없이 동경했어요. 저 역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도왔죠.
지금도요.
……
소장님, 사실 다 알고 계시잖아요.
침묵하실 생각이라면, 제가 체르노보그로 돌아가서 모든 걸 확실히 정리할 거예요.
밤펠로프 가문이 우리를 위해 사미로 달아날 퇴로를 준비해 줬어요. 어쩌면 저는 전달자들이 만들어 준 기회를 잡지 못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당신이라면……
나도 계획이 있어.
흠…… 그렇겠죠.
제 손으로 무덤 파는 짓이라는 걸 저도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제게 모든 진실을 알려주든 말든, 적어도 이거 하나만은 약속해 줬으면 해요.
제가 정신 나간 짓을 한다는 것도, 당신의 말이 맞는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래도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부디 제 딸…… 루이자를 잘 보살펴 주세요.
다음 세대가 증오심에 더는 억눌리지 않게…… 그 연결 고리에서 누구도 벗어날 수 없다고 해도 루이자를 잘 돌봐주겠다고 약속해 주세요, 켈시 선생님. 가능하다면 류드밀라도 부탁드려요……
루이자 선생님? 루이자 선생님, 어디 계시나요?
여기 있어요, 잠시만요!
켈시 소장님…… 전……
약속하지.
루이자…… 아이가 무사히 자라기를 바라는 것. 그게 어머니의 마지막 바람이니까.
……고마워요.
아스트로프가 마지막 순간에 루이자의 손을 잡으며 반쯤 농담 삼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루이자가 저처럼 의학 연구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루이자가 학교에 갈 나이가 되면, 켈시 소장님이 루이자의 선생님이 되어줬으면 좋겠다며……
그런가……
그날 밤, 갑자기 연구소로 떠나게 되었을 때 아이에게 들려줬던 마지막 말이에요.
아, 선생님 여기 계셨군요! 서둘러 주세요, 안 그러면 간호부장이 또 난리를 칠 테니까요.
어? 선생님 눈가가 왜 이렇게 빨갛습니까? 뭔 일 있었나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런데 무슨 일이죠?
회진 시간이에요.
아, 깜빡했네요…… 알겠어요, 금방 가죠.
저쪽이 왠지 좀 시끄러운데요?
네, 멀리서 어느 귀족 어르신이 병문안을 온 것 같다던데, 대체 무슨 일인지……
오늘은 좀 조용히 지나가면 좋겠는데……
안녕하세요……
실례합니다, 지금은 회진 시간이라서요…… 예약자 명단에서 이름을 못 뵌 것 같은데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옛 친구를 보고 싶은 마음에 달려온 우르수스의 평범한 국민일 뿐입니다. 하던 일 마저 하시죠.
방해가 되지 않았기를 바랍니다.
위트, 가려는 건가?
아닐세, 친구. 조금 있다가 다시 오지. 이제 곧 겨울이니 천식이 재발하지 않게 몸조심하게.
자, 선생님. 저는 로비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이 사람은……)
위트 님!
조용히 하세요.
앗! 죄, 죄송합니다……
대공께서는 위트 님의 방문을 모르고 계셨습니다. 이건 저희 불찰입니다. 사과의 뜻으로 대공께서 만찬에 초대하셨습니다.
대공께서 몸이 편치 않으시니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 그랬다면 직접 맞이하러 오셨을 겁니다.
……!
윽.
앗,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뭐 하는 거야! 위트 님이 계신 자리에서 이게 무슨……
괜찮아, 침대에 알코올이 쏟아진 것뿐이야.
진정하세요, 어떻게 된 일입니까?
죄송해요, 소독용 알코올을 담아둔 병뚜껑이 잘 열리지 않아서 힘을 주다가 그만……
다른 이에게 도움을 청하면 좋았을 텐데요.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지금 당장 시트를 치울……
……안타깝군요.
아쉽지만 참석할 수 없다고 대공께 전해 주십시오. 전달자가 날 기다리는 중이라 아무래도 그때까지는 기다릴 수 없을 것 같군요.
바냐에게 안심하고 이곳에서 지내라는 안부 말고도 이 이야기를 꼭 전해 주세요. 여긴 폐하께서 공훈을 세운 자들을 위해 마련한 곳이지, 귀족들의 사교장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일정을 조정하실 수 없다니…… 대공께서 무척 아쉬워하실 겁니다.
이건 공무입니다. 폐하와 대공 중에서 한 사람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대공에게 사과를 해야 할 것 같군요.
아…… 그, 그러시다면 대공께서도 분명 이해해주실 겁니다.
조심히 돌아가십시오.
대신 안부 전해 주세요.
루이자 선생님, 무슨 일이죠?
켈시, 저 사람은 누구죠?
이슬라므 위트 자작.
아는 사람인가요?
우르수스의 신임 재무대신, 황제의 총애를 받고 있는 신흥 귀족입니다.
저 사람……
괜찮아요, 루이자 선생님.
저 사람의 성격이나 발탁된 이유 같은 건 잘 모르지만 제가 알기론, 저 사람은 현재 우르수스의 황제가 손수 키우고 있는 세력입니다.
저런 인재의 시선은 우르수스 전역의 광활한 대지를 바라봅니다. 체르노보그가 겪은 풍파는 제국 전체가 직면한 시련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죠.
아무리 우르수스의 대공이라도 해도……
……자, 잠깐.
재무대신이 파인 밸리까지 왔는데, 평소처럼 무장 호위 하나 없이 오다니……
으음…… 그런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