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D-1레드혼 마을 주변
22년 전, 사르곤으로 비밀리에 원형 샘플을 보내어 여러 세력을 끌어들였던 컬럼비아의 ‘레드마크 컨트랙츠’. 켈시는 마지막 생존자인 엘리엇을 보호하며 함께 여정에 오르게 된다.
22년 전
3:09 P.M. 날씨/맑음
사르곤 중부, 이버트 지역
고문님.
목표물 회수, 다른 부대가 연합해서 우리를 막기 전에 여길 떠난다.
……
……알겠습니다.
여기는 작전팀, 고문께서 '샌드솔저' 부대의 생존자와 목표물을 이미 회수했다.
……알겠다.
고문님, 정찰대에서 경로 안전을 확보했습니다.
그럼, 출발하자.
……
……
……
흠…… 엘리엇 씨, 상자는 저희에게 주십시오.
……!
소년은 손에 든 상자를 꽉 안았다.
……고문님?
내버려 둬.
외람된 말씀이지만, 목표물의 상태를 확인해야 하며 이후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의 통제하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망칠 것 같아?
아뇨, 그럴 리 없…… 알겠습니다, 지시대로 하겠습니다.
……그래.
으응? 왜 멈춘 거지?
고장 난 것 같은데.
……
어떻게 된 거지? 캐스터, 체크해 봐.
설마 연료가 떨어진 건가……? 거점 떠나기 전에 아무도 확인 안 했어? 책임자가 대체 누구야!
스타우트해머 소대의 J5가 차량을 검사했군. 하지만 부대 전체가 정찰 임무에 파견된 상황인데 어떻게 하지? 연락을 취해 볼까?
……엘리엇.
네?
상자를 부탁한다. 고개 숙여.
……네?
뭐가 폭발한 건가? 으윽!
정찰대, 들리나? 캐스터에게 당장 멈추라고 해. 우리다, 같은 편이라고!
Mon3tr.
소, 손에 든 건……
(반가운 듯한 몸부림)
그만, 진정해.
이 아이를 잘 돌봐줘.
(응답한다)
히익……
대, 대체 어떻게 된 거죠? 당신과 같이 온 거 아니었나요? 우리를 도와주러 왔잖아요!
조심해, Mon3tr.
……으아앗!
(불만이라는 듯이) 그르르……
제길, 흩어져서 행동하자더니, 빌어먹을 속임수였던 거냐!!
리버블레이드 소대, 모두 집중해라!
우리를 기습한 것은 정찰대다. 이건 명백한…… 계약 위반이다! 캐스터들, 적의 공격에 대비해라. 스나이퍼들은 방향을 확인한 후 반격을 준비하도록!
모두 들었지? 스타우트해머 소대가 우리를 배신했다. 반격한다, 공격 준비!
……
이 황무지에서 걸어서 무장 행렬을 이탈하는 건 그리 현명한 선택이 아니야.
여기에 있도록 해, 그게 가장 안전한 선택지니까.
윽……
……
……이것도 당신의 계획인가요?
아니, 전쟁은 컬럼비아에 도움이 되겠지만 그 성과가 다른 사람의 주머니에 떨어지는 것을 바라는 자는 없지. 이익이라는 건 그 크기에 상관없이 모두를 다 만족시켜주긴 어렵거든.
난 그들의 작전 고문으로서 충분히 충고했어.
모든 '배신'의 가능성까지 포함해서 말이야.
……지금, 밖에선 전투가 벌어지고 있어요……
그런데 당신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에 앉아 있는 건가요?
엘리엇, 한 가지 확실히 알아둬야 할 게 있어. 여기에 앉아 있는 너도, 내 보호를 받고 있다는 거다.
……
아뇨…… 이 상자가 있는 한 저들은 우리를 공격하지 못할 거예요. 그러니까 제가 당신을 보호하는 거죠, '고문님'.
(불만스러운 듯 먼 곳을 응시한다)
반박하진 않겠어. 사르곤 정글의 절반을 황무지로 만들 수 있는 아츠 프로토타입을 놈들은 감히 건드리지 못할 테니까.
……완전히 새로운 에너지 엔진으로 위장했다고 해도 말이야.
그, 그게 무슨……
고문님! 더는 버티기 어렵습니다. 당장 철수해 경로를 변경해야 합니다!
생존자와 함께 저희를 따라오십시오. 저희가 지켜드리겠습니다!
……좋아.
……몇 명이나 대피했지?
스무 명도 되지 않습니다. 피해가 심각합니다.
……
다시 말씀드립니다, 단장님. 수십 명의 동료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작전 중에 배신을 하다니…… *컬럼비아 욕설*! 놈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게 회사에 병력을 요청해야 합니다!
……글쎄, 스타우트해머 소대가 미리 작정한 거라면 회사로서도 사르곤을 어찌해 볼 방도가 없겠지……
아미르와 거래를 했거나 어쩌면 아예……
……
음…… 고문이랑 아이는 어떻게 됐지?
저쪽에 있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이야기해봐야겠다.
……고문.
사르곤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미 충고 했을 텐데.
……
군부는 사르곤에 불을 지핀 후에 전쟁이 막대한 부를 가져다줄 때까지 기다릴 거야.
공장, 광산, 군수품 거래…… 컬럼비아는 자신의 세력을 키우기 위해 끊임없이 이 오래된 나라를 잠식할 테지.
그래서 군부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샌드솔저' 부대를 탄생시켰고, 그들이 연구자들을 데리고 사르곤에 가게 한 거였어…… '기술 지원'을 명분으로 말이야.
……하지만 관리국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군.
정확히 말해서 주류, 담배, 아츠 유닛 및 오리지늄 제품 관리국, 그리고 그들의 배후 세력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야.
누군가에겐 사르곤이 낙후되고 부패한 나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광활한 황무지도 제국에 굴복해 사막이 될 정도로, 그 오래된 영향력은 여전히 강력해.
관리국의 생각이 맞다고 해야겠군.
컬럼비아의 일부 세력들은 거대한 부와 힘을 믿고 점점 어리석게 굴고 있어, 아무런 대가 없이 사르곤을 집어삼킬 수 있다고 착각할 만큼.
파디샤의 일거수일투족은 컬럼비아 증권 거래소의 숫자에 영향을 줄 수 있지. 하지만 놈들은 사르곤의 강력한 힘을 과소평가하고 있어.
정책을 결정하는 이들 또한 무지할 수 있겠지만, 잘못된 판단 역시 그들의 이익에 영향을 주지 않을 거다. 하지만 너희들은 자신이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알아야 할 거야.
적어도 그게 너희의 생사와 관련 있다는 걸 알아는 놔야 해.
파디샤…… 사르곤 제국의 중심에서 아미르를 관리하는 그 대총독들이…… 회사의 일과 관련 있는 건가?
회사에서 뭘 하려는지 아나 보지?
군부의 고위층은 블레인 포머티브 과학기술연구소의 주주를 협박하여, 어느 아미르와의 거래를 위해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사르곤에 물건들을 수출하고 있지.
하지만 군부가 정말 원하는 건, 단순 무식한 방법으로 이버트의 내부 갈등을 부추기는 거야. 그래야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니까.
반대로 관리국은 전쟁의 포화가 모래바람 속에 숨겨진 오래된 제국의 중심으로 퍼지게 되면, 자신들의 '돈벌이'가 모두 잿더미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관리국에서는 사르곤의 국경을 넘은 몇몇 군부 고위층을 막기 위해 우리에게 목표를 회수하라 명령한 거 아닌가. 이 부분은 나도 잘 알고 있다만……
하지만 군부도 바보는 아냐, 회사에 스파이를 심어 놨지. 아마 너도 누군지 눈치챘을 텐데……? 스타우트해머 소대를 매수해 도면을 사르곤에 묶어두곤, 아미르가 전쟁을 일으키기를 기다린 거야.
……어, 어떻게 그런 짓을!
나 말고 다른 작전 고문들은 회사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부 묵인하고 있어.
프로젝트 책임자는 어느 쪽에도 서려고 하지 않아. 양측이 서로 견제하게 내버려 두고 있지. 그래야 더 많은 검은돈을 벌어들일 테니까.
……
어린애가 나설 자리가 아니다.
전……
엘리엇 글로버, 열세 살에 학교를 조기 졸업하고 곧장 현지 과학원에 들어가 오리지늄 기술을 전공했지.
3년 뒤, 이 젊은 천재는 쏜 교수의 눈에 띄어 조수로 발탁됐고.
엘리엇은 '샌드솔저'의 일원이야. 코드네임까지 달고 있는 이 과학연구팀은 사르곤에서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알지도 못했어.
그렇게 아무것도 모른 채 그들은 모래 폭풍 속에서 숨을 거뒀지. 마지막 생존자가 사건의 전모를 알 수 있는 기회를 빼앗을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중엔 아무도 없어.
……알았다. 맘대로 하라지.
어디까지 이야기했었지? 아, 컬럼비아의 관리국과 군부가 회사에 압력을 가하자, 사르곤에서 아미르들이 항쟁을 하게 됐다는……
……허허, 처음부터 우린 배신당하는 역할이었던 건가? 게다가 아무것도 모른 채 전쟁 한복판에 뛰어들었으니……
감히 이런 짓을 벌이다니…… 우리를 쓰레기처럼 사막에 던져놓곤, 자신들의 계획대로 일이 돌아갈 거라고 생각한 건가……?
회사는 그 물건이 누구의 손에 넘어가는지 아예 관심 없어. 너희 중 누구라도 살아남아서 임무를 완수한다면 회사는 보수를 챙길 수 있으니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너희가 전부 여기서 죽더라도 회사 주머니로 떨어지는 동전엔 한 푼도 영향이 안 간다는 거다.
왜냐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아미르와 파디샤들은 너희 대신 나머지 문제를 해결해 주니까. 즉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 나라는 혼란에 빠질 것이야.
거액의 보수에 이끌려 사르곤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너희에게 도망칠 길은 없었던 거다.
……
……미안하게 됐다, 고문.
우리를 위해 경고는 물론, 전투 지원까지 해주다니…… 회의실 탁자에서 온종일 시가나 입에 물고 있는 놈들보다 고문이 훨씬 더 존경스럽군.
하지만…… 우리에게 다른 길이 있을지도 모른다. 무기를 꺼내지, 고문. 이번 결투에선 일말의 존엄이라도 지켜주고 싶으니.
설마 죽이려는 건……!
어째서 안 된다는 거지? 그거야말로 우리의 본업인데.
정신 똑바로 차려, 용병. 프로젝트 책임자한테서 또 다른 비밀 지령을 받았다는 거 아니까. 하지만 너도 알 거야, 여전히 규정을 따르는 건 네 무덤 파는 짓이라는 걸 말이야.
글쎄, 당신은 언제나 모르는 게 없는 것처럼 보이더군……
회사는 우리를 팔아넘기고, 관리국에선 우리를 버리는 장기 말로 취급하지. 아미르나 파디샤나 컬럼비아 군부 모두, 우리를 죽이고 물건을 빼앗으려 할 거고……
하지만 우린 용병이다. 그런 일 쯤은 밥 먹듯이 겪어 봤지. 돈만 쥘 수 있다면 상관없어.
아쉽게 됐네.
이번 사태에서 난 그냥 쓰이다 버려지는 졸병에 불과하겠지…… 관리국? 군부의 이익? 될 대로 되라지, 이젠 지긋지긋해……
회사도 당신이 계속 이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르곤에서 소리소문없이 해치울 절호의 기회가 온 거지. 누군가 큰돈을 주며 의뢰하더군. 훗, 어쩌면 스타우트해머 소대를 매수한 자와 동일 인물일지도 모르겠군.
뭐, 상관없어. 그래도 마지막으로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많은 일을 한 거지?
……컬럼비아, 사르곤, 아마도 빅토리아를 비롯한 수많은 세력이 이번 사태에 휘말렸어. 단기적인 결과이긴 하지만 그들의 온갖 음모와 계획은 한 가지 결론만을 가리키고 있지.
……전쟁.
전쟁은 파멸을 가져올 거다.
그 모든 걸 막으려는 것뿐이야, 내 힘으로는 부족하겠지만.
……
……그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군…… 프로젝트 책임자의 명령대로 당신을 죽이면 회사에서 우리를 다시 받아줄지도……
동굴로 피신한 열여섯 명의 용병, 과학자의 젊은 조수, 그리고 용병 회사의 작전 고문이 한자리에 앉아 수백만 명의 운명에 대해 이야기할 거라고 누가 믿겠어?
마지막으로 한가지 말해두지. 프로젝트 책임자의 지시대로 골치 아픈 작전 고문이 사르곤에서 사라진다고 해서 너희가 무사하게 돌아간다는 보장은 없다.
사막에 숨어든 모든 킬러는 '샌드솔저'의 마지막 유산을 너희가 가져갔다고 생각할 거야…… 그들은 아미르의 일을 망쳐놓은 컬럼비아인을 몰살하는 길을 선택하겠지.
난……
날 죽이고 엘리엇을 비장의 카드로 쓰려나 본데, 너희들에게 평화롭게 대화할 기회가 있을 것 같나?
……아니, 당신 말이 맞아. 하지만 내 동료들을 죽인 자와 '거래'를 할 순 없다. 난 '대의'를 따를 그릇이 못 되거든.
……맞아, 내가 졌다. 무기를 내려놓을 테니 저기…… 으음, 그러니까…… 그 애완동물 좀 집어넣어 주면 안 될까?
(위협하듯) 그르르르르……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작정인가?
만약 이대로 당신과 뜻을 같이한다면, 우리를 컬럼비아로 돌려보내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나?
반대인 것 같은데. 내가 너희와 뜻을 같이한다면, 너희들의 위험만 커질 거다.
하지만 적어도 너희가 몰래 미노스로 넘어가도록 도와줄 순 있어. 그게 가장 안전한 경로지.
그게 '가장 안전한 경로'라면 왜 우리와 같이 가지 않겠다는 거지?
목적지가 다르니까.
설마 우리를 위해 특별히 준비해 둔 거라고 하진 않겠지?
착각하지 마. 그건 살아서 떠날 수 있는 사람을 위해 준비한 길일 뿐이야. 누가 살아남든.
구원이라도 해주겠다 이건가, 흥!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다. 의심스럽다면 그냥 거래라고 생각해.
……알았어. 지난번에는 당신을 믿지 못해 큰 피해를 봤으니, 이번에는 현명하게 대처해야겠지……
이건 거래다, 고문. 두 사람의 목숨으로, 나와 내 동료들의 목숨을 사겠다.
둘보다는 열여섯 명 쪽이 수지에 맞겠지.
확실히 그렇군. 훗, 하지만 당신이야말로 진즉에 이런 날을 계산해 뒀던 것이 아닌가?
……저희는, 어디로 가나요?
우, 우리는…… 전 그러니까……
이버트 지역에 암시장이 하나 있어. 현지 무기상과 불법 오리지늄 제품을 취급하는 장사꾼들은 '리프스팁 암시장'이라고 부르지.
거기로 가면, 밀입국자가 우리를 도와줄 거야.
……
무슨 생각 해?
전…… 저는……
선, 선생님의 시신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게……
저는…… 저는…… 피…… 비명 소리…… 우으으읍……
쿨럭, 쿨럭! 쿨럭!!
……고문은 떠났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됩니까?
고문한테서 받은 지도다. 각 도시의 이름은 물론, 사용 가능한 전달자 거점도 적혀 있어. 이 지도만 해도 얼마일 것 같아?
……저 고문이라는 사람, 대체 정체가 뭡니까?
누가 알겠어? 지금으로선 우리의 유일한 동아줄이다.
표식을 전부 찢어버려. 컬럼비아 차량도 필요 없다. 가장 가까운 곳까지 걸어서 간다. 아마 30km 정도 될 거야. 그리고 차를 빌려서 여길 뜨는 거다.
……이렇게 도망치는 겁니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 하지만 돌아가서 복수할 준비도 하지 못했어. 당분간 잠수를 타다 돌아가 회사의 배신자들과 이야기를……
누구냐!?
……흐음.
설마 '샌드솔저'를 풀어주다니…… 의외로군.
……기, 기습이다! 스, 스나이……
세 놈만 살려뒀다가 캐스터한테 고문하라고 해.
다른 놈들은 다 해치워버려.
……
괜찮아?
연구자라고 해도 '샌드솔저' 부대가 티카론토를 떠났을 때는 최소 100여 명은 됐을 거야.
방금 학살 때문에 괴롭겠지만, 최대한 빨리 정신을 차리는 게 좋을 거다.
……대체…… 뭘 하려는 거죠?
네 품 안의 아츠 프로토타입 도면을 회수할 거야. 예상이 맞다면 오리지늄 결정체 샘플이 하나 더 있을 거고.
핫……!
그래 봤자 전쟁이 일어나는 시간을 늦추는 것뿐이겠지만, 시간을 충분히 늦춘다면 컬럼비아에 있는 내 동료들이 상황을 바꿀 수도 있어.
이 상자에 든 걸로 뭘 할 수 있을지 넌 전혀 모르잖아.
안 돼요……!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이건 연구소의 심혈이라고요……!
네가 믿든 말든 수많은 생명을 대가로 맞바꾼 결과가 일개 이론 과학자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나도 잘 알아.
하지만 소위 말하는 이 '최신 오리지늄 에너지 아츠 전환 장치'가 또 다른 목적으로 응용된다면 얼마나 끔찍한 피해를 초래할지 또한 알고 있지.
윽……
많은 사람이 이 일을 알고 있었어. 물론 네 은사도 포함해서 말이야.
……그, 그러니까 우리가 하는 일이 나쁜 짓이라는 걸 선생님은 알고 있었다는 건가요?!
어떻게 그런……
……여기가 바로 사르곤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고대 왕국이야…… 봐봐, 이동도시에 의존하지 않고도 여전히 생기가 넘치는구나!
그렇네요, 선생님.
……으음? 엘리엇, 네 꼴이 엉망이구나. 머리에 먼지가 잔뜩 쌓였어. 이리 와 보렴.
앗…… 가, 감사합니다. 선생님.
선생님을 쫓아다니는 여성분께도 이렇게 다정하시면 집에서도 결혼하라고 재촉하진 않으실 것 같은데요.
하하하, 아픈 데를 찌르다니! 다음 달 실험 프로젝트를 두 배로 내주마!
……아 그건 좀……
……
선생님?
아! 아무것도 아니다. 황무지에 우뚝 선 산맥, 그 산맥이 맞닿아 있는 정글을 보니 황무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생기가 가득할 거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정글 속에는…… 이곳과 전혀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삶을 살아갈까?
정글이요? 왜 갑자기 그런 데 관심을 가지시는 거죠?
……
엘리엇, 난 우리가 하는 일이 오리지늄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없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믿는단다.
그런데 이따금, 연구 결과가 애초의 의도와는 다르게 이용되기도 하더구나. 어쩌면 처음부터 우리가 잘못된 길을 선택했을지도, 또 그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
네?
하하, 가설일 뿐이야. 정말 그런 날이 온다면……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겠지……
……
쏜…… 선생님이 설마……
아, 아냐! 그럴 리 없어요. 선생님께서 속았다니……
쏜 교수의 연구는 처음부터 누군가가 조종한 거였어.
연구 자금은 여러 번 세탁되어 쏜에게 전달되었다. 신에너지 시장을 동경하는 것처럼 위장한 상인으로부터 받은 거지. 그 때문에 교수는 의심을 품지 않았던 것이고.
난 교수에게 충고한 적이 있지만, 실험이 순조롭게 추진되고 성공을 거두자, 교수는 충고를 무시했던 거다.
……
완벽한 인간은 없어, 엘리엇. 하지만 너희가 연구에 바친 모든 것이 전쟁과 죽음의 도화선이 되게 할 순 없어. 그래서 여기에 온 거야, 네 도움이 필요해.
5분 정도 생각할 시간을 줄게. 그 뒤에 출발하자.
……네?
절 데려가시는 거예요?
아니면 넌 여기서 죽게 될 텐데? 넌 수학과 오리지늄 응용 분야에서 뛰어난 재주를 가지고 있지만, 안전하게 수분을 공급받을 수 있는 식물이 무엇인지도 모르잖아.
진실을 알고 있는 젊은이가 이유도 없이 내 앞에서 죽는 건 더는 보고 싶지 않거든.
물론, 사명을 다해서 더는 나아갈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면, 사르곤의 외진 곳에 피신할 만한 장소를 마련해 줄게.
……
……다, 당신은 대체 어떤 사람이죠? 어째서…… 어째서 모든 걸 그렇게…… 담담하게 말할 수 있는 거죠?
다시 말해달라면야……난 컬럼비아 웨스틴 시큐리티 컴퍼니의 고문 겸 캐스터 교관……
켈시야.
켈시.
켈시, 켈시.
으음…… 이 계약서……
참 예쁘단 말이지.
그녀는 컬럼비아와 사르곤을 중재하고, 아미르와 용병을 손바닥에서 가지고 논다.
전쟁을 막기 위해, 사르곤의 자멸을 막고 싶다면서…… 정말이지, 눈물겹게 아름다운 바람 아닌가.
하지만 그건 그녀의 진짜 생각이 아니다. 누구에게도 말 못 할 은밀한 계획으로 많은 사람의 운명이 바뀌었다.
하지만 우린 정작 그녀가 얼마나 긴 길을 걸어왔는지, 또 어디로 나아갈지 전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