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D-1레드혼 마을 주변
현대, 임무 수행을 위해 찾은 사르곤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과 마주친 세사와 헤비레인. 사실 이 모든 건 20여 년 전 이버트 지역의 전쟁에서 비롯되었다.
현대
2:48 P.M. 날씨/맑음
사르곤 중부, 이버트 지역, 이름 모를 마을
……
아무도 없네요. (……아무도 안 보이는데 다들 괜찮은 걸까요?)
……이상하네, 여기가 말해 준 접선 장소 아냐?
좌표는 틀림없어요.
모래폭풍 때문에 좀 늦나 보지. 서두를 건 없어.
세사 씨…… '그러시는' 거, 좋지 않아요.
하아…… 접선자 아직 안 나왔잖아, 너무 빡빡하게 굴 거 없지 않아?
……게임기 그만 하세요. 그건 어떻게 가져온 거죠?
이 정도는 괜찮잖아.
……뭔가 잘못된 거 아닌가요? 적어도 한 번 정도는 정시에 연락이 있었으면 좋을 텐데.
……
……뭐라도 해야 될 것 같은데요?
급할 거 없어. 우리가 뭘 딱히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연락이 올 때까지 여기에 조용히 있는 게 최고야.
하지만…… 너무 오래 걸리고 있어요.
잠깐만요, 방금 뭔가가……
(사르곤어) 좋은 아침입니다, 두 분.
헤비레인, 기다려!
윽……
죄,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그만……
(사르곤어) 오, 보기보단 손이 매우시군요. 이러면 모두에게 나쁜 첫인상을 남기게 될 텐데……
(사르곤어) 여긴 리프스팁 암시장입니다, 모두 장사꾼이죠. 괜히 힘 빼지 말고, 말로 하는 게 어떠십니까?
(사르곤어) 오늘 무슨 날인가? 웬일로 '샌드솔저'가 나왔대?
(사르곤어) 호오, 절 아십니까?
(사르곤어) 리프스팁 암시장 최고의 정보 판매업자, 이버트의 거의 모든 무장 사건의 배후 인물. 현지인들은 '주주'라고 부른다지?
(사르곤어) 고대 언어에서 탈리스만은 부적, 호신부를 뜻하지.
(사르곤어) ……하지만 지금 내가 알고 있는 네 코드네임은 '샌드솔저'야. 그렇게 대단한 인물께서 여긴 무슨 일이지?
(사르곤어) 그 이야기는 그쯤 하죠. 전 두 분, 그러니까 으음…… 로도스 아일랜드 쪽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뿐입니다.
(사르곤어) 아무래도…… 제가 두 분의 일정에 끼어들었나 보군요.
……!
(사르곤어) ……오퍼레이터들은 어디 있죠?
오…… 아가씨도 사르곤인이셨나요? 좋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죠.
당신들의 오퍼레이터들은 무사합니다. 당신들의 실험용 약물 재료도…… 전혀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모두 어디 있죠?
……글쎄요.
당신……!
헤비레인, 진정해!
그래요, 진정하시죠. 여기서 저와 싸워봤자 불리한 건 그쪽이니까요.
값비싼 약물 원료에 비하면 어디서 왔는지도 모를 수송대원 따위는 제게 그다지 흥미로울 게 못 됩니다.
원료를 노리는 거로군요.
……그렇다고 한다면?
……
오퍼레이터를 풀어주면 물건은 그대로 가져도 된다, 어때?
오, 의외로 화끈하시네?
그저 몇몇 직원뿐일 텐데…… 오히려 그 화끈함이 더 수상하군요.
물건이 그리 많진 않아도 꽤 값이 나갈 텐데요. '로도스 아일랜드 제약회사'가 돈이 넘쳐나는 회사도 아니고, 그런데 물건을 이렇게 쉽게 포기하겠다는 건가요?
꼭 그런 건 아니잖아…… 저마다 사정이라는 게 있으니까. 우린 생명이 가장 소중하거든.
지극히 휴머니즘이 넘치는 발상이로군요. 그런데 그들의 몸값은 누가 어떻게 지불하는 거죠?
그 '켈시'였나요?
……우리 계약서를 봤군요…… 켈시 선생님을 알아요?
아뇨, 그런 이름을 쓰는 사람은 흔하니까요. 그동안 수도 없이 엉뚱한 사람들만 찾아냈어요…… 수도 없이 말입니다.
아까 하던 이야기를 마저 끝낼까?
아, 실례했군요! 사실 당신네 사람들이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만, 당신들 물건은 전혀 구미가 당기지 않는단 말이죠.
……헤비레인.
……나가서 확인해볼게요…… 세사 씨, 조심하세요.
좋을 대로 하시죠.
흠, 암시장의 큰손께서…… 우리같은 신참을 놀리려고 이런 짓을 벌이진 않았을 텐데?
로도스 아일랜드와 사르곤 암시장의 관계는 그리 좋진 않아. 우린 컬럼비아에서 금지한 의학 실험 재료를 얻기 위해 위험을 감수한 것뿐이다.
광석병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잖아, 안 그래? 그것뿐이라고. 우리끼린 싸울 일이 없지 않나 싶은데.
무기 조종사 '브릿지', 저는 당신을 알고 있죠. 몇몇 지하 군수업체에서 일했다고 들었는데, 평판이 꽤 좋더군요. 아, 지금은 '세사'라고 부르면 되려나?
과찬이야, 과찬.
……그런데 어째서 로도스 아일랜드를 노리는 거지?
장부를 확인하다가 너무나도 완벽한 거래가 있더군요.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돈은 모두 제 손을 거친다는 걸 당신도 알고 있겠죠?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거야?
긴장할 거 없습니다, 꼬투리 잡을 만한 일은 없었으니까요. 게다가 이번 거래에 흥미가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보다는 계약서에 적힌…… 서명, 그게 더 궁금하거든요.
자, 오늘 마침 시간도 널널하니 이야기를 들어드리죠. 로도스 아일랜드 제약회사, 거긴 어떤 곳입니까?
“대지를 떠돌아다닌다. 수많은 생명들처럼……”
22년 전
1:09 P.M. 날씨/맑음……
사르곤 중부, 이버트 지역, 레드혼 마을
모두 조심해! 매복이다!
벙커로 숨…… 으윽……
저 녀석들 제정신인가?! 평민이 이렇게 많은데!
여기 숨어, 어서!
큰일 날 뻔했군, 고맙다.
(갈라진 목소리) 부, 불이야! 내 집이…… 커헉……
도, 도망쳐. 어서!!
으아아악!!
너무…… 너무 많은 평민들이 휘말려 들었어. 놈들은 이버트의 아미르 군대를 전부 끌어들일 셈인 건가?!
아미르 군대? 어쩌면 아미르 군대로 위장한 걸지도 몰라.
그게 무슨……
이거 봐.
……레드마크……? 적군에게서 발견한 계약서인 건가?
그래, 내부에 배신자가 있어. 지금처럼 혼란한 상황에선 자세히 이야기해 줘도 알아듣기 어렵겠지만……
우리 말고도 놈들을 노리고 있는 부대는 여럿 있어. 제길, 물건을 빼앗으면 돈을 벌 수 있다더니…… 이대로라면 전면전이다!
정찰병이 당하기 전에 모든 좌표를 내게 보내줬어. 이 손바닥만 한 곳에 식별 코드가 다른 부대가 네 팀이나 있다고.
무슨 뜻인지 너도 알겠지. 이번 고비를 잘 넘기면 한 몫 단단히 쥘 수 있을 거야, 아니면 더 늦기 전 투항하든지!
……제길, 모두 미쳤어!
하악…… 하악…… 쿨럭, 쿨럭……
……분명 아무도 없겠지……
쿨럭……
……누, 누구냐?
……아이? 왜 시체를 등에 메고 있는 거지……? 윽, 냄새! 저리 꺼져!
기다려! 그 옷차림은…… 컬럼비아인인 거냐? '샌드솔저'의 부대원이로군!
여기는 B8, 생존자 발견. 리베리 소년 1명이 성인 남성의 시체를 등에 메고……
——!
야, 거기 서!
자, 모두 들었지? '샌드솔저'가 아직 살아 있다! 놈을 반드시 데려와야 돼!
우리가 찾는 게 다른 누군가의 손에 떨어졌을지도 모르니, 만일에 대비해 발견한 자들은 모조리 죽여라. 아미르 사람이든, 무라드 파디샤 본인이든…… 여기에 있는 이상 아무도 살려둬선 안 돼.
명심해라, 은색 상자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그 위에 앉아 노래를 부를 거니까.
……놈들의 통신 채널을 잡았다. '샌드솔저'의 부대원 중에 생존자가 있다는 것 같다.
아이야. 등에 시체를 메고 있다면 죽은 동료겠지. 파디샤가 원하는 게 걔 손에 있는 건가?
……그 마을에서 철수한 부대가 없는 걸 봐선 아직 목표를 찾지 못한 게 분명해.
그럴 수밖에. 그렇게 작은 마을에 벌떼처럼 몰려가 봤자 혼란에 말려들 뿐이야. 시간 낭비인 셈이지.
……기다려, 캐스터한테서 연락이 왔다. 뭔가 있는 것 같은데……
뭐?
수송 트럭…… 컬럼비아 티카론토 지역의 번호판이야…… 센트럴 스모크 시장 근처에서 멈췄대.
여자와 괴물? 괴물? 괴물이라니, 그게 무슨……
통신이 끊겼어. 이런 실수를 다 하다니……
아니, 매복 장소가 시장에서 최소 1천 미터는 떨어져 있는데 이렇게 빠를 순 없어. 이곳 지형을 손바닥 보듯이 아는 게 아니라면…… 어쩌면 상당한 경험의 소유자라든가……
와이번인가? 아니면 컬럼비아에서 고용한 놈들?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
하악…… 하악……
쿨럭…… 어째서…… 선생님…… 쿨럭, 쿨럭!
——!?
목표가 이 근처에 있다! 시체를 메고 있으니 멀리 가진 못했을 거야……
쳇, 귀찮게 됐군. 모두 해치워!
……따, 따돌렸나……?
……선생님, 선생님…… 제발 눈 좀 떠보세요……
피…… 피가 멈추지 않아…… 아직 알려주지 않은 게 잔뜩 있단 말이에요…… 제가 어떻게 해야……
……목표 발견.
——
움직이지 마! 움직이면 머리를 잘라 버린다!
흥, 죽은 사람한테 말을 걸다니 놀라서 정신이 나간 거냐?
시체를 바닥에 내려놔. 물건은 어디 있지?
……나, 난……
몰라……
윽……
제길, 어디서 수작이야!…… 으음?
이 시체는…… '샌드솔저'의 지휘관인가? 어째서…… 설마 물건이 녀석한테 있는 건가?
건드리지 마!
윽, 이게 감히 날 쳐?! ……꺼져!
으윽……
은색 상자! 역시 여기 있었군…… 크큭, 크하핫!
이, 이 녀석! 당장 돌려줘!
흠, 물건도 손에 넣었겠다 살려둘 필요는 없겠지.
꼬맹이, 날 원망하지 마라. 이건 일이니까……
——
뭐, 뭐야 이건?!
그르르르르……
이, 이건 뭐야?! 이봐, 거기 누구 없어? 여기 정체불명의……
크르르르르!!!!
크헉!
기, 기계?!…… 아니, 생물인가? 대체 정체가 뭐야?
오, 오지 마! 제길, 활을 맞아도 끄떡없다니…… 저, 저리 가! 안 그러면 얘를 죽일 거야!
(비웃는 듯이) 크흐흐흐……
눈앞의 괴물은 소년이 지켜보는 앞에서 순식간에 용병의 몸을 꿰뚫었다.
마치 기지개를 켜는 것처럼 괴물은 가볍게 몸을 일으켰다.
……Mon3tr.
(응답한다)
아…… 아아……
그대로 얼어붙은 소년은 놀란 나머지 울음마저 터뜨리지 못했다.
싸늘한 시신을 껴안은 소년의 가슴 위로 죽은 자의 피가 마치 한 송이 꽃처럼 피어났다.
……
엘리엇, 이젠 괜찮아.
……!
다, 당신은 누구죠? 어떻게 내 이름을……
블레인 포머티브 과학기술연구소의 존경스러운 과학자들을 나는 전부 알고 있지.
이 사건이 어떤 음모에 휘말려 있는지 너흰 모를 거야. 그래서 너희를 말리고, 지켜주러 왔단다.
……지켜준다고요?
이미 늦었어요, 늦었다고요……
네 은사님의 유산이 권모술수를 쓰는 자들의 손에 떨어지지 않도록 지켜낸 것만으로도 넌 충분히 잘해준 거야.
……
뭘 지켜준다는 거야……
당신이 지키려는 건 이거잖아요! 이 도면, 이 샘플…… 내가 아니라! 선생님도 아니라!
당신도 저 사람들과 다를 게 없어요! 선생님은 돌아가셨어요, 우리를 돕던 사람도 죽었다고요! 당신들한테는 이 상자가 더 중요하겠죠. 다, 당신들은…… 쿨럭, 쿨럭……
……
고문님, 각지의 아미르에서 고용한 용병 부대 셋과 마을 절벽에 잠복해 있는 살카즈 부대를 확인했습니다. 소속은 아직 확인 중입니다.
계획대로라면 저희에게 남은 시간은 7분입니다.
……생존자를 찾았다. 샘플은 이자에게 있어.
퇴로는 안전합니다.
3분 후에 합류한다.
……
말해봐, 엘리엇. 네가 업고 있는 와이번 전사는 무엇 때문에 죽은 거지?
……시끄러……
넌 지금 이곳에 살아서 서 있다. 그것도 이곳의 용병들이 탐내는 물건을 지닌 채로 말이지.
부대의 작전 코드명은 '샌드솔저'…… 하지만 실제로 사르곤을 찾은 건, 과학 연구팀과 티카론토의 정규 보안팀뿐이었지.
그분은 마지막 순간까지 책임을 다했어. 마지막 순간에도 네 안전을 위해 네게 중임을 맡긴 게 아닐까?
네 어리석음 때문에 전사들의 노력이 전부 수포로 돌아가게 놔둘 셈이야?
내게 필요한 답은 하나야.
그 도면이 아미르의 손에 들어가지 않게 할 수만 있다면 다른 건 상관없어. 그 점만은 확실히 알아둬.
……
의심이 꽤 많구나, 여전히 말을 아끼는 걸 보니.
이제 생각났어…… 네가 등에 업고 있는 남자는 쏜 교수구나. 블레인 포머티브 과학기술연구소의 수석 연구원이었지.
전사는 아니지만, 진정한 전사였다고는 할 수 있겠네.
당신……
교수를 내려놔. 아니면 같이 사막에 묻히게 될 테니까.
교수는 자신의 죽음이 의미 있는 희생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그러니 너도 교수의 희생을 헛되게 해서는 안 되지 않겠어?
아냐……
교수는 이미 죽었어.
아냐, 아냐! 상관하지 마!
적어도 정중하게 묻어줘야 하지 않겠어?
……Mon3tr.
크르르르르!!!!!
저, 저 빛 덩어리는 뭐죠?
고개 숙여.
우윽!
……당신…… 선생님을 여기에 묻으려구요?
쏜 교수와는 구면이다. 다만, 특수한 상황이라, 교수의 희생을 더 정중하게 기릴 수는 없어.
사람의 목숨이란 긴 싸움이다.
쏜 교수의 선조는 어떤 이유로 인해 사르곤을 떠나야 했다. 몇 번의 방황 끝에 자신의 삶을 찾았지만 결국 사르곤의 황무지로 돌아가고 말았지.
쏜 교수의 꿈, 정의감, 그리고 지식에 대한 갈망은 종점에 달했다.
내가 알고 있는 쏜 교수는 세상 물정에 어두운 사람이 아니었어. 자신의 죽음을 솔직히 마주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맞서려고 했지.
엘리엇, 교수를 놔줘.
저, 저는……
망자를 존중해 드려라. 그분이 네게 짐이 되길 바랐을 것 같아?
아…… 알았어요……
(고대 와이번어) 그의 영혼이 긴 강물을 따라 돌아가기를……
와이번어……? 다, 당신은 와이번인가요?
(고대 와이번어) 그의 영혼이 모래알처럼 영원하기를……
(고대 와이번어) 그의 영혼이 고향의 속삭임을 들으며, 건너편에서 편하게 지내기를……
(고대 와이번어) 우리의 벗이 깊은 잠에 들어, 광대한 윤회로 돌아가기를.
여인이 고개를 숙이고 기도하는 순간, 전쟁의 포화도 잠시 멈춘 듯했다.
……
……시간이 많지 않아.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이젠 네가 선택할 차례야.
(경계하듯) 그르르……
그래, 수가 적지 않아. 하지만 진형이 느슨해, 어쨌든 하나로 단결된 무장 세력은 아니니까.
우리와 만나기도 전에 저들은 알아서 무너져 내릴 거야.
……기억났어요…… 어디서 봤다고 생각했는데…… 아주 오래전에…… 선생님께서 당신을 소개해 줬었죠……
이론만 다루는 연구원인 줄 알았는데……
이름, 그러니까 이름이……
켈시……?
그래.
기억력이 좋구나, 엘리엇.
젊은 연구원 엘리엇 글로버는 문을 나선 정체불명의 여인을 외면했다.
그는 자신의 은사가 묻힌, 반쯤 파헤쳐진 땅을 멍하니 바라봤다. 먼지가 여전히 공기 중에 떠다니고 있었다.
그는 은사의 시신을 화장할 능력조차 없다는 생각에 서러움이 밀려왔다.
포화 소리가 다시 울릴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