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8침투 작전
계획대로 롱스프링 마을 광산의 모든 진상을 밝힌 Ash. 미치광이 과학자 리바이는 레인보우 팀과 같이 이 세계로 넘어왔고, 아미르의 장남과 한통속이 되어 그의 광기 어린 실험을 계속하고 있었다.
레인저 어르신이 준 지도에 표시된 부분은 여기까지야.
이제부터는 우리 몫이고.
이 동굴이 이렇게까지 클 줄은 몰랐는데.
마을 아래 땅속이 완전히 텅 비어있는 수준이야.
폭탄은 어때?
안전가옥에서 가장 위력이 큰 것만 골라 가져왔습니다.
우리 군주님의 계획이 통하면 좋겠군.
그렇게 쉽진 않을 것 같습니다. 저길 보십시오……
……내가 생각하는 그게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크르르르르……
저게… 한때… 사람이었다고?
으윽……
본래 뭐였든지 간에, 곧 죽을 겁니다.
이젠 무슨 일이 일어나도 놀라지 않을 것 같아……
최대한 돌파할 수 있도록 난전은 피해라. 지금은 낭비할 시간이 없어!
알았어.
……롱스프링 밑에 왜 이런 시설이 있는 걸까요?
코언…… 여기가 어디야?
이럴 줄 알았어! 빌어먹을, 이럴 줄 알았다고!
그 실험실의 대부분이 여기로 떨어졌던 거였나.
생각해 보면 우리가 너무 경솔했어.
이 마을에서 이렇게나 오래 있었는데, 전혀 눈치 못 챘다니.
그 사이코가 이 모든 일의 배후였군.
이게 무슨 냄새지……?
뭐겠어? 죽음의 냄새겠지.
……
정신 똑바로 차려.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고.
이건 뭐지?
뭘 가둬놓는 우리인가? 엄청 많네??
모두 죽어있습니다…… 사람과 짐승 전부 다……
이건 리바이 클리치코의 짓이 분명해. 미치광이에 잔인한 남자지. 그때 놈을 생포하지 않고 머리에 총알을 박았어야 했는데.
그 정도까지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끔찍한 짓은 못 하지.
잠깐.
……우리 안에 살아있는 이가 있습니다.
헉.
누구냐?
……
그 자식이야. 드러지.
못 알아볼 수가 없는 놈이지.
오, 너희로군. 그 용병들.
만나서 정말 반갑구나.
전에 만났을 땐 서로 뜻이 달랐지만…… 그 일은 일단 접어두자고.
보아하니 그 박사를 찾는 것 같은데…… 놈이 어디 있는지 내가 안다.
우리 모두 같은 적을 두고 있는 셈이지. 적의 적은 친구라는 말도 있으니, 협력하는 게 어떻겠나?
뻔뻔한 자식. 구역질이 나는군.
거기 필라인, 난 널 안다.
네 솜씨는 모를 수가 없지. 컬럼비아 용병 시장에선 많은 얘기가 귀에 들어오거든.
넌 킬러다, 맞지?
……
로도스 아일랜드가 너 같은 사람도 고용한다는 건, 로도스 아일랜드도 뒤에선 더러운 짓을 많이 한단 얘기겠지.
너라면 다른 사람에 비해 얘기가 잘 통할 거라 보는데,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겠나.
……입 다물어라, 안 그러면 내가 네 입을 다물게 해주마.
정말 유감이군. 너 같은 사람은 더 실속파일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문 열어.
네……?
걱정하지 마. 그냥 문 열어.
……
알겠습니다.
좋은 판단이야. 각자 사정은 잘 알지 않나.
그래. 더럽게 잘 알지.
잠깐, 뭘 하려는 거냐?
아악!!!
이, 이 미친……
너……
살려주세요…… 제발……
제발……
……
제발…… 그만.
하. 아직 말을 하네? 더 패도 되겠는데.
그리고 이건 미아로우 몫이다.
자, 자. 그 정도면 됐어.
후우……
좀 지나쳤어.
뭐야…… 이 자식이 불쌍하다 이거야?
설마. 하지만 거의 죽일 뻔했잖아.
봐, 얼굴이 곤죽이 됐다고.
힘을 아껴. 아직 할 일이 많으니까.
맞는 말이네.
……풉.
왜?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저 마음이 좀 편해져서요.
그래? 나도 그래.
여기 갇혀 있던 걸 보니, 놈도 리바이가 세운 계획의 일부겠군.
뻔하지.
……아무도 안 보이는군요.
……그래도 조심하는 게 좋겠습니다. 매복이 있을 지도 모르니.
내 소중한 실험실을 찾아온 또 다른 손님이라니, 이거 놀랍군.
오랜만이야. 레인보우 팀에서 온 내 옛 친구들이여.
이전까지 어두웠던 거대한 지하 시설 한구석에 불이 들어왔다. 그 순간, 모든 이들이 그의 기척을 알아차리지 못한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늙은 박사는 거대한 인큐베이터를 등진 채 두꺼운 유리 벽 뒤에 서 있었다. 그런 리바이의 얼굴에 만연한 기괴하게 뒤틀린 웃음은 보는 이들을 오싹하게 만들고도 남을 정도였다.
잠시 후 인큐베이터에 불이 켜지고, 인공 조직에 둘러싸인 둥그런 결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꿈틀거리고 경련하며 인큐베이터 안을 떠다니는 그 결정이 품은 엄청난 적의가, 두 개의 유리 벽을 넘어서까지 느껴져 왔다.
때마침 잘 왔다.
아니, 아니지…… 너희는 항상 제때에 왔었지.
쳇.
헛수고다. 이건 방탄유리야.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기는 네 결단력에 박수를 보내지. 이 드라마틱한 서막이 끝나기를 기다려주지도 않는군.
하지만 막을 올려야 하는 공연이 있어서 말이야. 이런 화려한 개막에는 그에 걸맞은 관객과 대사가 있어야 완성되는 법 아니겠나?
오늘은 창조주의 위대한 업적을 찬양하는 날이다. 그리고 그 창조주는 다름 아닌 너희 눈앞에 있는 이지.
창조주라고? 정말 끝내주는 칭호를 갖다 붙였군.
이 빌어먹을 사이코 자식이!
사이코라…… 훗. 범인들은 항상 이 사이코라는 단어로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생각과 개념을 묘사하고는 하지.
이 세계를 보아라!
완전히 다른 화학 반응…… 완전히 뒤바뀐 물리 법칙…… 과학이라는 꽃은 탐구와 의심 속에서 피어난다. 그리고 가장 훌륭한 토양은 미지라는 땅이지!
그리고 지금, 난 성공했다.
정말 모르겠나? 이 세계는 모든 게 우리의 것과 비슷해 보여도, 그 작용 구조가 근본부터 다르다!
이것이 바로 생명의 진화, 존재의 반복이다.
오리지늄은 이 세계의 진리다. 두려워 말고 받아들여라.
이것이야말로 미래니까.
네놈이 하려는 짓에 대해 일말의 가책도 느껴지지 않는 건가?
사람의 목숨이 네겐 아무 의미도 없냐는 말이다!
사람은 본디 나약하다. 선과 악이라는 건 그런 나약함에서 비롯된 주관적 정의일 뿐, 우리가 죄책감이라 부르는 것 또한 뇌에서 생성된 무수한 인지적 신호 중 하나일 뿐이지.
반면, 내가 추구하는 과학은 그런 빈약한 개념에 좌우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을 속이지 마라. 이 세계에서조차 네 생각은 의미 없는 개념에 묶여 있구나.
전자 정보 기술, 핵에너지…… 이 모든 기술은 본디 우리 인간들이 서로를 보다 더 효과적으로 죽일 수 있도록 고안된 게 아니었나?
그런 과학에 새로운 정의를 하나 더 추가하려고? 네 그 연약한 정신적 욕구와 윤리 기준에 모든 걸 억지로 끼워 맞추면서?
어리석은 녀석.
하지만 용서하지.
굳이 이해할 필요는 없다. 무지한 채로 살아가도록 허락해 주마. 원시적인 사고는 무지의 흔한 형태 가운데 하나이지. 네 탓이 아니니 널 용서하마.
연설은 이걸로 끝이다. 내가 베푸는 용서와 더불어, 오래도록 기다려줘서 고맙다는 말을 해두지.
이제부턴 찬양할 시간이다. 완전히 새로운 생명의 형태를 찬양하도록.
찬양하라! 찬양하라!! 찬양하라!!!
미끄러운 무기물이 인큐베이터 벽을 깨버리자 피가 쏟아져 나왔다. 그 안에서 기어 나온 것은 거대하고도 둥그런 살점을 마치 머리처럼 달고 있는, 마구 비틀리고 기괴한 팔이 달린 괴물이었다. 그 괴물의 검붉은 척추가 과학자의 두개골을 관통하고, 크고 작은 두 육체가 달라붙어 뒤틀리더니, 이윽고 하나가 되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저 괴물을…… 지상으로 내보내서는 안 돼.
놈을 막아! 내가 폭탄을 준비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