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5물자 회수 계획
파괴된 감염자 지역에 아직 남아있을 보급품들을 회수해 부족한 안전가옥의 물자와 식량을 보충하자는 제안을 한 로도스 아일랜드의 오퍼레이터들. 하지만 작전 중 그들은 아미르의 병사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뭐라도 좀 찾았어?
찾았어! 많지는 않지만 있는 게 어디야.
고생했네. 찾아온 것과 안전가옥에 있는 비축분을 합치면 최대 일주일은 버틸 수 있을 걸세.
시간이 늦어지고 있군요. 돌아가죠.
……누군가 오고 있습니다.
수는?
…열두 명 정도. 용병일 수도 있습니다.
그들과 접촉하지 말게나. 서둘러! 안전가옥으로 가야 하네!
아직도 우릴 따라오고 있나?
……네.
큰일이구먼.
이럴 줄 알았어.
여기서 전투를 벌이다간 금방 포위될 테니 계속 철수하도록 하지.
무슨 일이야?
손님이 왔다. 전투 준비해.
……아뇨.
사격하지 마십시오……
왜?
……용병이 아닙니다.
……리프로바 군인들입니다……
현지 위병들인가?
사격 중지!
위병, 저 건물 주위를 포위해라! 누구도 도망치지 못하게 해.
잠깐, 우리 포위당했는데?
……큰일이군.
왜 아미르의 병사들이 우리를 포위하는 거죠?
일단 침착하게.
그 안에 있는 모든 이는 들어라!
난 롱스프링 마을의 위병대장이자 롱스프링 아미르의 딸, 피케일 툴라다.
모두 무기를 버리고 순순히 나올 것을 명한다.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라. 후회하게 될 거다.
건장한 리프로바 전사가 긴 창의 자루로 힘껏 땅을 내리치자,
그 위력에 땅이 크게 흔들렸다.
용병 놈들. 늘 용병 놈들이 문제야.
염치없고, 부정하고, 도덕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놈들 같으니라고. 내 악랄한 오라버니가 대체 얼마를 쥐여준 거지?
도망칠 생각은 마라. 너희를 모조리 으깨고 밟아 먼지로 만들어 줄 테니.
네놈들이 저지른 모든 짓에 대한 죗값을 반드시 치르게 해주마.
그 목이 떨어져 나가는 순간, 피 묻은 돈을 아무리 받아도 목숨을 살 순 없다는 걸 뼈저리게 깨닫게 될 거다!
오오! 저거 정말 도와주러 온 거 맞아?
우리 목을 마을 입구에 손수 달아주러 온 것 같은데.
이런 상황만큼은 제일 피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오해가 있는 것 같군요.
피케일 님.
저는 로도스 아일랜드의 외근 오퍼레이터, 코드네임 레인저라고 합니다.
로도스 아일랜드와 피케일 님의 가문은 협정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는……
닥쳐!
로도스 아일랜드! 선량한 척하는 위선자 놈들!
아버지는 너희를 믿었다! 너희가 한 약속을 믿으셨단 말이다! 그래서 이 안전가옥 건설에도 동의하셨던 거다.
그런데 은혜를 이런 식으로 갚아?
너희는 우리 주민을 납치했다! 그리고 가진 걸 전부 빼앗았어!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
대체 이 무슨 극악무도한 짓이냐!
잠깐이라도 생각이라는 걸 해봤다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텐데.
우리가 마을을 약탈하려 했다면 왜 아직도 여기 남아있겠어?
발뺌할 생각은 마라!
그리고 네놈은 또 누구지?
감히 아버지의 영토에 총을 들고 서서 나와 입씨름을 하려 드는 거냐?!
네가 그렇게 대단한 몸이라면, 지금까지 대체 어디 있었던 거지?
강도들이 감염자 구역을 습격할 때, 너와 아미르의 병사들이 손 놓고 있던 탓에 우리가 목숨 걸고 여기 있는 마을 사람들을 구해야 했다. 그때 네 그 대단한 경비병들은 전부 어디서 뭘 하고 있었던 거지?
심지어 일이 다 진정되고 나서야 이렇게 와 놓고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만 지껄이고 있는 거야.
진정해. 말이 통할 상대가 아닌 것 같아.
피케일 님!
전 감염자 구역의 미아로우입니다! 전에 한 번 뵌 적이 있을 겁니다!
……그래, 기억한다.
로도스 아일랜드는 감염자를 약탈한 게 아닙니다! 맹세합니다! 저희는 습격자와 용병 때문에 여기로 도망친 겁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여기 있는 모든 감염자들이 똑같이 맹세할 수 있습니다.
피케일 님, 부디 절 믿어주세요.
……
……믿겠다. 의사 선생은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고 있으니.
감사합니다, 피케일 님.
하지만 저들은 믿을 수 없다!
건장한 아미르의 딸 피케일이 거대한 창으로 앞을 가리켰다.
아무리 그렇다 한들, 무장한 채로 허가도 없이 아버지의 영토에 침입한 건 중대한 위반 행위다!
아버지께서 굽어살피는 주민들을 지켜준 공을 봐서……
위반 행위만큼은 용서해 주마.
그리고 로도스 아일랜드! 너희가 아버지와 체결한 계약은 오늘부로 무효다.
……부디 재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더 생각할 여지도 없다!
롱스프링에 무장한 외지인은 더는 필요 없다. 너희 로도스 아일랜드도 마찬가지다!
감염자는 모두 모아 원래 살던 곳으로 돌려보낼 거다.
너희는 간섭하지 마라.
하지만……
자. 말은 이쯤 해둡세.
현지 아미르를 거역하지 말게. 여긴 사르곤이네. 우리가 지금 로도스 아일랜드를 대표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말게.
……
41명, 42명……
더 있습니까?
이게 전부입니다……
알겠습니다. 이대로 안전한 곳까지 호위하겠습니다.
코언 씨, 알렉산드르 씨.
지금까지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천만에. 그런 인사는 우리가 해야지.
앞으로 어디로 갈 건가요?
아직 모르겠어.
이게 마지막이라는 듯이 이야기하지 말자고.
언젠가 다시 만날 수도 있잖아.
그때는 알려줄 테니까……
?
개 머리…… 콜록콜록…… 달린 남자…… 콜록콜록…… 이야기……
아하하하…… 알겠어요.
의사 선생, 이거 받게나.
이건…… 오리지늄각뿔이잖아요. 하지만 전……
오크픈의 다리를 고쳐준 보답일세.
그냥 응급처치일 뿐이었어요…… 이런 걸 받을 자격은……
자네는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네. 그러니 받게나.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다들 감사합니다.
그럼 안녕히.
……
……
어딘가 이상합니다.
나도 알고 있네.
후우…… 최대한 조심하는 게 정답이라 생각했네만, 오히려 큰 오해를 사고 말았구먼.
위병대장이라는 자가 이렇게까지 말이 안 통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뇌 대신 근육만 들어찬 멍청이 같으니라고. 그런 녀석들은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볼 만큼 본 줄 알았는데.
이제 어쩌죠?
저들이 안전가옥에 있던 물품 대부분을 압수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무사하지 않나. 그게 중요한 거지.
우리와 함께 가지, 오크픈. 우선 사무소로 가서 기지선에 연락하고 앞으로 어찌할지 정하는 게 좋지 않겠나.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군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부분이 말인가?
……피케일이라는 여자…… 혹시 이 모든 일의 배후가 아닐까요?
용병이 감염자를 포위했을 때조차 아미르의 대처는 굼떴습니다.
……그리고 이젠 위병대장이 나타나 합법적으로 사람들을 모두 데려갔죠.
우연이라기엔 너무 딱 맞아떨어지지 않습니까?
……일리가 있구먼.
……제가 뒤를 쫓아…… 확인하겠습니다.
나도 같이 가지.
아니. 인원이 많아지면 들키기 쉽네.
나머지는 여기서 대기합세.
……
무슨 일인가?
이 계획을 반대하실 줄 알았습니다.
때와 상황에 따라 다른 것 아니겠나. 현지 아미르와 충돌을 피하라는 게, 계속 손을 놓고 있으란 뜻은 아니네.
어떨 땐, 잔꾀도 필요한 법이지.
……알겠습니다.
주민들을 먼저 대피소로 데려가라. 그러고 나서 너희 셋은 나와 함께 이동한다.
광산에서 수상한 일이 벌어지는 것 같으니.
알겠습니다.
대피소엔 자리가 얼마나 더 남아 있지?
많지 않습니다. 현재 마을 사람의 절반가량이 대피소에 들어가 있습니다.
정 여의치 않은 경우엔 저택 안으로 들여, 내 부친의 방을 내어주어라.
그…… 그래도 되는 겁니까?
안 될 게 뭐가 있어, 만약 선친께서 살아계셨다면 분명 그리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아무튼, 경계에 만전을 기울이도록.
……잠깐, 우리가 떠날 때 불을 껐던가?
잘 모르겠습니다만……
!!
모두 비켜라!
아아악!
크르르르르……
적의 습격이다! 민간인을 지켜라!
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지?!
뭘 멍하니 있나?! 돌파할 준비를 해!
수가 너무 많습니다!
민간인을 이끌고 빠져나가라! 뒤는 내가 엄호하겠다.
어디 덤벼봐라, 겁쟁이 도적놈들아!
휴…… 대체 몇 놈이나 몰려왔던 거지?
드디어 끝났군.
피케일 님!
의사?! 여기서 뭐 하는 거냐?!
가지 마세요! 아미르님 저택은 이미……
의사!
……
드러지!
여기서 썩 꺼져라! 안 그러면 네놈의 그 가증스러운 목을 잘라버리겠다!
하하하…… 시끄러운 건 여전하구나, 동생아.
이…… 역겨운 놈…… 절대로 가만두지 않겠다.
그럼 어디 실력 좀 볼까.
리프로바는 놀랄만한 속도로 순식간에 그녀의 형제에게 달려들었지만,
그녀는 이내 자신이 함정으로 뛰어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밤의 어둠 속 희미한 불빛 아래, 반쯤 무너진 인가 뒤에서 어느 기계가 꿈틀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투석기에서 발사된 바위에 정면으로 맞은 것 마냥, 눈 깜짝할 사이에 전신을 관통하는 육중한 충격에 피케일은 정신이 혼미해지고 말았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밤보다도 짙은 어둠이 그녀의 머릿속에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