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1외근 기록
로도스 아일랜드의 외근팀이 신비한 변이 생물의 습격을 받는 도중, 예상치 못하게 로도스 아일랜드의 은폐된 벙커로부터 구조 요청 신호를 받게 된다. 이에, 멤버들은 조사하러 가기로 결정한다.
처치 완료!
다들 괜찮나? 부상자는?
무사합니다.
저도요.
통신 장비는?
무사해요.
구멍을 통해 튀어나오다니…… 기묘하군.
샌드비스트 같았어요.
샌드비스트가 그렇게 크다고? 2미터는 넘었는데?
……이 황무지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보냈지만, 땅굴을 파서 땅속으로 움직이는 샌드비스트는 본 적이 없네.
……이 괴물들, 몸에 오리지늄 결정체가 있습니다.
음……
오리지늄 감염으로 생물학적 변이가 일어난 건가?
이 땅에는 이동도시도 없고, 근처에는 공장이나 탄광도 없어. 대체 어떻게 오리지늄 감염이 일어난 거지?
재앙 때문일 가능성은?
대자연을 얕잡아보지 마. 야생동물은 우리보다 재앙을 훨씬 더 잘 알아. 분명 오리지늄 오염을 가장 먼저 알아채고 피했을걸.
재앙이 덮쳐와도 원래 도시는 폐허가 될지언정 야생동물은 살아남기 마련이야.
대자연은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가차 없이 약자를 제거하는 법이라고. 오리지늄의 영향을 피할 줄 모르는 생명체라면 머지않아 모두 사라지겠지만, 그걸 아는 야생동물은 본능으로 익힌 생존법을 통해 번성하는 식으로.
그렇습니까…… 상상이 가는군요. 원석충이 껍질로 오리지늄 인자를 흡수해서 내부가 오리지늄에 오염되는 걸 막는 것처럼…… 그것이 진화가 이루어지는 형태의 일종이라 할 수 있겠죠.
그러고 보니, PRTS에 기록된 비슷한 케이스는 없어?
없는 것 같아. 그나마 연관이 있어 보이는 게 컬럼비아의 폰트빌 유출 사고인데, 그거 말고는 기록된 게 아무것도 없어.
샌드비스트는 본래 온순한 짐승이라네. 오리지늄에 감염됐다 하더라도 이 정도까지 바뀌진 않을 게야. 거기다 저렇게까지 생명체를 공격적으로 바꿔놓을 만한 거라고는…… 아츠밖에 떠오르지 않는군.
방심하지 말게. 긴장을 늦춰선 안 돼.
……아츠? 그럼 캐스터가 있다는 뜻입니까? 부디 일이 더 복잡해지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너무 걱정하진 말게나. 우선은 계획대로 계속 이동하지.
알겠습니다.
이건…… 로도스 아일랜드 긴급 구조 신호?
다른 로도스 아일랜드 현장팀인가?
……휴, 다행…… 디어 누가 받았어!
……제발…… 도와주십…… 지원이 필요……
로도스 아일랜드 현장팀이다. 이 말이 들린다면 응답 바란다.
여기는……롱스프링…… 33번 감시탑……
……습격자들……이……
……놈들이 침입했습니다!
진정하게! 오퍼레이터, 어떻게 된 건지 말해주게!
신호가 너무 약합니다. 연결이 안 돼요.
……제발…… 도와…… 부탁……
날카로운 잡음이 뒤섞이며, 통신이 완전히 끊겨버렸다.
……
흠, 큰일이네.
33번 감시탑이라니, 무슨 말인지 아십니까?
로도스 아일랜드 안전가옥의 표준 코드네임일세.
안전가옥이요? 임무 브리핑 중 이 근처에 안전가옥이 있다는 말은 없었는데요.
음……
로도스 아일랜드는 테라 곳곳에 안전가옥을 마련해 두긴 했네. 보통은 숨겨져 있고, 최소 인원으로 운영된다고 하지. 특별한 현장 임무가 있을 때만 사용하고 말이야.
하지만 저희는 33번 감시탑이 어딘지 모릅니다.
롱스프링…… 롱스프링이라……
기억이 날 듯 말 듯 하는군. 잠깐 지도를 보겠네.
흐음……
내 기억이 맞다면, 트럼힐에서 북쪽으로 2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또 다른 협곡이 있네. 그리고 그 협곡 근처에 마을이 하나 있었지. 확실해.
몇 년 전만 해도 그 마을에는 우물이 있는데, 주변 반경 수 킬로미터 내 몇 안 되는 믿음직한 수원이었지.
그래서 그곳을 롱스프링이라 부르는 거군요.
이제 어쩌지. 계획을 바꿔야 하나?
아니면 하루 만에 페콘으로 가서 사무소에 연락해 도움을 요청하거나.
……안전가옥에 있는 오퍼레이터가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다는 게 문제일세.
모두 이대로 페콘까지 가서 받을 수 있는 지원을 최대한 찾아보도록 하게.
난 이대로 롱스프링으로 가서 상황을 확인해보지. 이 동네는 잘 알고 있으니 너무 걱정은 말게나. 그리고 황무지에서라면, 사실 나 혼자 움직이는 게 더 편하다네.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즉시 페콘으로 가서 자네들과 합류하겠네.
그 말은 즉……
전 이 계획에 반대합니다.
흠?
모래 속을 돌아다니는 돌연변이와 로도스 아일랜드 안전가옥으로부터 온 구조 요청…… 지금 시점에서 이 두 사건을 연관 짓는 건 섣부른 판단일지도 모르지만, 어딘가 수상합니다. 최대한 신중하게 행동해야 합니다.
게다가, 저희는 현재 롱스프링의 상황이 어떤지 전혀 모르잖습니까. 혼자 가는 건 너무 위험합니다…… 당신처럼 뛰어난 레인저라도 말입니다.
그러니 함께 롱스프링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일이 잘못될 경우엔, 철수하는 와중에라도 서로를 엄호해줄 수 있으니까요.
음……
일리가 있구먼.
그래, 그 말이 맞아. 자네 말대로 하세. 위험을 감수할 나이는 이미 지나버렸는지도 모르니.
이건 정말 추하군.
추함이란 객관적인 사실이 아닌 관찰자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 항상 그 너머로 시야를 뻗어 대상이 지닌 가능성, 진화가 지닌 끝없는 잠재력을 봐야 하는 법이지.
우리는 자연에 거짓된 '질서'를 부과한다. 참으로 잘못된 일이지. 세상 만물은 본디 혼란하게 태어났으니.
(러시아어) 물론, 너희 같은 무지한 족속이 이런 걸 알 리가 없겠지. 너희처럼 평범하고 덜떨어진 두뇌를 가진 놈들에겐 당연한 일이야. 진화라는 원대한 흐름은 너희의 이해를 벗어난 영역이니까.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해주겠나?
물론이네. 이게 추한지 아닌지는 제쳐두고, 아무래도 결과에 완전히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군.
그게 아니라면 애초에 날 찾아오지 않았을 테니.
아직 약하단 말이다, 박사! 네가 만든 이 같잖은 괴물 놈들을 두고 아미르의 병사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어!
네 멍청한 용병들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이 돌연변이 괴물들은 무기다. 그러니 무기처럼 사용하고 다뤄야 하지. 당연히 전술 같은 건 흉내도 못 내니 지휘는 네 부하들이 해야 하는 거고. 만약 이놈들이 지휘 없이도 제대로 움직이는 수준이었다면, 네 그 멍청한 용병들을 대신하고도 남았지 않겠나?
닥쳐, 이 늙은이야! 네놈의 머리를 비틀어 따주마.
멈춰!
후우……
잘 들어, 박사.
그딴 헛소리나 지껄이라고 네놈의 연구를 지원하는 게 아니야.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원하는 거지.
네 연구가 대단하다는 건 인정한다.
허나! 그 연구를 활용해서 우리 아버지를 무너트릴 수 없다면, 너와 네 괴물들을 전부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릴 줄 알아라.
난 인내심이 많지 않아.
나도 마찬가지다. 이미 몇 번이나 설명했고, 그걸 처음부터 다시 반복해서 내 귀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진 않으니까.
날 속일 생각 마라!
반 년 동안 네 그 '실험'을 위해서 쏟아부은 돈과 자원은 네가 살아생전 구경도 못 할 양이었다. 그런데 네놈은 아직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내놓지 않았어!
약속했던 '잔인하고 강력한 군대'는 어디 있나?
'누구나 보기만 해도 공포에 사로잡힐 힘'이라는 건 대체 어디 있느냔 말이야!
내가 고작 이딴 추하고, 부풀어 오르고, 빛나기만 하는 변이 생물 몇 마리로 만족할 것 같나?
대체 어떻게 해야 받아들일 거지? 모든 과학 연구의 결실에는 시간이 필요한 법 아니겠나.
오로지 돈으로만 과학을 발전시키고 그 열매를 맺게 했다면, 난 지금쯤 달에 착륙하고도 남았을 거다.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집어치워. 이틀을 주지. 그때까지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내놓아라.
(러시아어) 멍청한 놈.
한 번만 더 내가 모르는 말로 지껄였다가는 네놈과 그 하찮은 괴물들을 모조리 불모지에 던져버릴 줄 알아라. 철장과 목줄 없이도 서로 잘 지낼 수 있는지 어디 한번 보자고.
자, 또 말해 봐.
하아……
시체를 가져와.
뭐라고?
시체를 가져오라고! 사람 시체, 너희 종족의 시체 말이다! 아무 시체나 가져오면 된다.
오리지늄에 감염된 자라면 더욱 좋고.
그게 왜 필요하지?
이 늙은이가 이젠 죽은 이들까지 욕보이려 하는 겁니다!
'누구나 보기만 해도 공포에 사로잡힐 힘'을 원한다고 했지?
그럼 너희가 말하는 쓸데없는 '윤리'에 얽매이지 마라.
시체가 필요해. 시체를 가져오면 재밌는 걸 보여주도록 하지.
……
보스, 놈이 요구하는 건 바얄리르 아미르님의 계명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동입니다. 이 늙은이가 보스를 속이려는 게 분명합니다.
시체를 가져오면 자예단으로 만들어주겠다는 건가?
자예단이 좀비인지 뭔지는 모르겠다만, 안심해도 좋다. 내 연구가 맺을 결실을 좀 더 믿어보도록.
보스, 제 생각엔…
닥쳐!
잘 들어라, 늙은이. 똑똑히 들어.
넌 네가 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줄 알겠지. 게임판의 모든 수를 읽고 세상에 네가 모르는 건 없다면서 말이야.
하지만 날 속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라. 난 너 같은 족속을 잘 알아.
너 같은 놈들은 결국 실패하고 죽는다. '나처럼 똑똑한 사람은 죽지 않아'라는 생각 때문에 몰락하곤 하지.
내가 널 살려두는 건 네놈이 아직 유용하기 때문이다.
네게 필요한 시체를 가져다주마.
하지만 또 같잖은 결과물을 내놓으면, 그 뒤는 각오하도록.
달리 할 말이 없군.
그럼 수고하라고.
네 숨이 아직 붙어있는 게 누구 덕인지 명심해.
내가 없었으면 네놈의 '연구'는 그저 헛소리에 그쳤을 거다.
넌 이 광산에서 6개월 전에 죽어 한창 썩어가고 있을 거고.
(사르곤어) 빌어먹을 자식.
너희 둘은 여기 남아서 박사를 감시해.
네, 보스.
(러시아어) 멍청한 놈들. 네놈들과 대화할 때마다 내 소중한 뇌세포가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비명이 들릴 지경이다.
늙은 박사는 동굴의 가장 어두운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동굴에는 콘크리트 골조가 설치되어 있는데, 겉보기엔 굉장히 생소한 형태로 얽혀 있었다.
그것들은 존재해선 안 될 물건이었으나, 그것들이 테라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거의 없었다.
회백색 금속 벽 안에서 기계들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 기계들 또한 말 그대로, 현실에 존재할 리 없는 물건이다.
그 안에는 투명한 유리로 된 인큐베이터가 있고, 내부에 가득 찬 액체에는 결합 조직으로 뒤덮인 오리지늄 합성체가 떠다니고 있었다.
그 오리지늄 합성체들은 움찔거리고, 경련하고 있었다.
(러시아어) 오리지늄……
(러시아어) 다른 곳에서는 그 진가가 가려져 있었지만, 이 세계만큼은 위대한 오리지늄의 축복을 한껏 받았다.
(러시아어) 이 세계의 거주민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오리지늄을, 오리지늄이 불러올 진화를 두려워한다.
(러시아어) 두려워하는 게 당연하지.
(러시아어) 어리석은 자들은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는 법이니까. 그런 놈들은 힘을, 더욱 진보하는 변화 그 자체를 두려워한다……
(러시아어) 어리석군, 정말 어리석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