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2산책 시간
산크타와 타 종족의 혼혈은 산크타가 될 수 없다. 체첼리아는 산크타가 돼서는 안 될 산크타였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요…… 체첼리아, 이 근처의 길은 알아요?
음…… 이 건물들은 본 기억이 있어…… 그런데, 똑같게 생긴 건물이 너무 많아……
체첼리아, 혹시 이 근처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어요?
이사? 나 이사한 적 없는데……
엥?
미안해, 에젤 오빠. 엄마가 항상 저녁에만 밖에 데리고 나가서, 거리의 느낌이 좀 달라……
하지만 평소에도 창밖을 몰래 내다본 적이 있으니까…… 분명 알아볼 수 있을 거야! 노, 노력해볼게……
……
괜찮아요, 체첼리아, 분명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아직 당신을 만났던 곳에 도착하지 않았거든요.
꺄악!
미안…… 양쪽의 집을 보느라 오빠를 못 봤어요.
어? 너는 아침에 쓰러져서 병원에 데려간 애 아니야? 이젠 괜찮아?
아, 당신이군요! 다행히도 아이는…… 괜찮습니다.
맞다, 그 후에 이 아이를 찾은 어른들이 없던가요?
내가 점심까지 계속 지켜봤었는데 아무도 안 왔어. 이상하네, 부모는 뭐 하고 있는 건지……
체첼리아 말로는 이 근처에 산다던데, 진짜 이 아이를 본 적이 없습니까?
이렇게 귀여운 아이를 본 적이 있다면 당연히 인상에 남았겠지! 게다가 아는 아이라면 그렇게까지 초조할 필요도 없고.
이렇게 하지. 전에 그 사람이 한 말이 일리가 있는 것 같은데, 내가 구역 사무소로 데려다줄게. 만약 새로 이사 왔다면 사무소에 등록이 되어 있을 거잖아.
어머, 저게 누구야. 파울라 언니잖아!
파울라 언니! 여기, 여기요!
응? 무슨 일이야? 급히 사무실에 들어가 가봐야 하는데, 가면서 얘기하면 안 될까?
요즘 이 근처에 새로 이사 온 가족이 있어?
물론 있지…… 그런데 그 최근이란 게 얼마만큼이야?
꼬마 아가씨, 너 대략 언제쯤 이사 왔어?
……이사 오지 않았어…… 계속 여기서 살았는데……
엥? 꼬마 아가씨, 네 이름을 알려줄 수 있어?
난 체첼리아야……
음…… 그럴 리 없는데, 내가 여기서 십몇 년간 일했는데, 네가 만약 오래 살았다면……
체첼리아, 아빠와 엄마 이름이 뭔지 아니?
엄마 이름은…… 페오리아.
!!!!!
뭐, 뭐, 뭐라고?! 페오리아? 그 데르바티우스 거리에 사는 페오리아 말이야? 페오리아는 독신 아니었어? 갑자기 어디서 이렇게 큰 애가 나타났지?
그런데 자세히 보면…… 페오리아랑 많이 닮긴 했고.
이상하네…… 설마 사생아 같은 건가? 체첼리아, 너 아까 오래 살았다고 한 게, 네 엄마가 여기서 오래 살았다는 말이야?
응……
넌 엄마를 찾으러 온 거고?
……응, 엄마를 찾고 싶어……
어머, 그럼 이 젊은 오빠는 페오리아의 친척인가? 얘는 시골에 맡겨진 건가? 이 아이를 데리고 엄마 찾으러 온 거야?
정말 생각지도 못했네. 어쩐지 페오리아한테 소개팅을 시켜준다 해도 그렇게 사양하더니…… 설마 이렇게 큰아이가 있을 줄이야.
저기, 젊은 오빠, 왜 말이 없어? 괜찮아?
……
얘기하면서 오다 보니 금방 도착했네. 저쪽이 바로 페오리아네 집이야. 내가 대신 노크해 줄까?
……데르바티우스 거리 7-265번지.
어? 주소를 알고 있었네?
……네, 알고 있었습니다.
에젤 오빠, 왜 그러? 안색이 안 좋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체첼리아…… 우리, 아니, 당신 먼저 돌아가세요.
자, 돌아가세요, 체첼리아.
이름.
체첼리아를 만나서부터 뜻밖의 일이 끊이질 않았다. 심지어 나는 '체첼리아에게 엄마 이름을 묻는 일'조차도 잊어버렸다.
이름……
아픈 어머니, 흰옷의 집행자, 로브를 입은 사람들……
......
난 체첼리아한테 뭐라 설명해야 하지?
이제 어디로 데려가서 엄마를 찾아줘야 하지?
......
리베리인 네가 왜 산크타 소녀를 납치하려 했을까?
리베리인 당신은 왜 산크타 소녀를 지키려고 했을까?
내가 지키는 건 라테라노의 계율이야.
계율? 산크타의 계율이 언제 리베리한테 제대로 적용된 적 있어?
피아메타, 설마 당신은 라테라노의 리베리가 정말로 라테라노의 일원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왜 아니야? 나는 여기서 태어나고 여기서 자랐는데.
오히려 네 자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 파티아?
나야 당연히 알지, 피아메타……
당신이야말로 잘 모르는 것 같은데.
라테라노에서 사는 리베리는 스스로 계율을 유일한 준칙으로 삼고, 스스로 '라테라노교'를 신앙으로 삼으며, 스스로…… 산크타를 기적이라 생각하지!
총기, 계율, 광륜, 교감……
이 모든 게 산크타의 기적이라고 해도 라테라노의 리베리랑 무슨 상관이 있지?
리베리는 왜 본인 몸에 절대 일어나지도 않을 기적을 믿는 걸까?
라테라노의 모든 것, 라테라노교의 이 모든 게 산크타에게만 속한다고. 아직도 모르겠어? 피아메타!
당신이 정말 그 일원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
잡았다!
윽……
……당신도 그렇게 의지가 굳은 건 아닌가 보네, 피아메타.
피아메타, 다시 한번 잘 생각해봐. 부탁할게……
전에 내가 이베리아에서 왔다고 말했었지…… 거긴 어떤 곳인지 알아? ……내가 봤을 때 이베리아인 대부분은 라테라노인보다도 더 독실해.
하지만 그들이 뭘 얻었을까……
이베리아는 엄청 먼 곳에 있어. 그래서 거기 사람들이 라테라노에 환상을 품고 있는 건…… 나도 이해해.
하지만 바로 옆에 있는 라테라노의 리베리까지도 왜 이 안일한 산크타들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려 하는 거지?
어째서야, 피아메타? 가르쳐 줘!
……
……당신……
……비켜.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는 거야?
……파티아, 넌 너만의 생각이 있고.
나도 나만의 생각이 있어.
그럼 어디 말해 봐……!
왜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야? 절대 따라잡을 수 없는 뒷모습을 쫓아가는 주제에…… 한번 뒤돌아 볼 생각은 없는 거야?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파티아.
하물며, 너에게 두세 마디 한다고 네 생각이 바뀔까?
만약 사람의 생각이란 게 그렇게 쉽게 바뀌는 거라면, 그건 아무런 가치도 없어.
……
비켜.
네가 시간을 벌기 위해 날 막으러 온 거 알고 있어.
하지만, 넌 날 막을 수 없다는 것도 알아야 해.
우리에겐 각자 해야 할 일이 있어.
네 주변의 저 사람들이…… 일반인이나 다름없는 네 동료들이 너 대신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넌 그렇게 못 해, 파티아. 그러니까 비켜, 서로 수고를 덜 수 있도록 말이야.
……집에 도착했어, 체첼리아.
음…… 하지만 나 열쇠가 없어서 문을 못 열어…… 에젤 오빠는……
에젤 오빠, 정말 괜찮아? 기분이 나빠 보여…… 아까부터 안색이 안 좋아.
괜찮아요, 체첼리아. 제가 문을 열게요……
에젤 오빠, 왜 아까 그 언니는 에젤 오빠가 우리 집 주소를 알고 있다고 한 거야……
……
체첼리아, 이 총 기억나요?
……이건, 엄마의 수호총인데.
에젤 오빠…… 엄마의 수호총이 왜 오빠한테 있어……?
……미안해요, 체첼리아……
왜 사과하는 거야……?
뭔가 이상해……
오빠는…… 엄마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는 거지?
……네, 알아요…… 미안해요, 체첼리아……
미안해요…… 저도 왜 사과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미안해요……
체첼리아, 당신의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어요.
당신의 어머니는 여기에 없습니다.
여기에 없어? 그럼 어디에 있어? '돌아갔다'…… 는 무슨 뜻이야……?
……생각났다. 아침에 엄마가 갈 곳이 있다면서 날 데려갈 수 없다고 했어…… 에젤 오빠가 엄마랑 같이 간 거 아니야?
에젤 오빠, 나도…… 데려가 주면 안 될까? 가서 잠깐만 보고 올게……
나, 난 떼도 쓰지 않고 엄마 말도 잘 들을게. 돌아오지 않겠다고 투정 부리지도 않을게…… 하지만…… 하지만……
엄마를 한 번만 더 보게 해주면 안 될까……
엄마랑 작별 인사도 못 했는데……
……
응, 왜 그래? 얘는 왜 울려고 그래? 에젤, 너 설마 아이를 괴롭힌 거야?
당신은 누구입니까? 잠깐, 이 제복은…… 혹시 만국 전달자신가요?
눈썰미 좋은데? 에젤 군.
교황님의 명을 받고 체첼리아를 대성당으로 데려가려고 왔어.
……
아, 미안, 자기소개를 안 했네. 내 이름은 오렌 아르지올라스야. 내 신원을 확인하고 싶으면 공증소 표준 단말기로 확인해 봐.
아, 맞다. 너 전원을 끄고 있었지?
……그래서, 여긴 어떻게 알았습니까?
……에젤 군, 만국 전달자를 너무 얕보는 거 아냐? 아무리 그래도 네 동향을 파악할 수 없을 것 같아? 그게 아니면 자신이 전혀 흔적을 남기지 않고 완벽하게 행동했다고 생각하는 건가?
만국 전달자님…… 체첼리아를 데려가려고 한다면, 그전에 몇 가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하하, 재미있는 놈이구나, 에젤 형씨. 네 질문에 내가 꼭 대답할 거라 생각하는 거야?
하긴 뭐, 나도 나쁜 사람은 아니니까…… 일단 물어봐.
체첼리아는 대체 어떤 사람인가요……
이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타천사였나요?
……상상력이 풍부하네, 에젤 군.
하지만, 네가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신비롭진 않아.
체첼리아는 혼혈, 그것뿐이야.
네? 말도 안 됩니다…… 산크타 혼혈이 산크타일 리가 없잖아요!
산크타와 다른 종족의 혼혈 사례는 극히 드문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교황청까지 움직일 정도로 희한한 일은 아니지 않나요……
너도 잘 알고 있잖아.
산크타와 다른 종족의 혼혈은 산크타가 될 수 없지.
산크타와 필라인의 혼혈은 필라인이고, 산크타와 포르테의 혼혈은 포르테여야 하지.
산크타 혼혈은 말할 수 있게 될 때 광륜과 날개를 얻는 일도 없고, 산크타와 교감도 할 수 없지.
요컨대 혼혈에게 산크타의 특징이 나타날 수 없다는 거야. 예외라곤 없어……
적어도 대부분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지.
……그렇다면 체첼리아는 예외겠네요.
이 아이는 산크타가 되지 말았어야 할 산크타야.
……두 번째 질문입니다. 체첼리아를 대성당에 데려가면 교황청에서…… 이 아이를 어떻게 처리할 겁니까?
나도 몰라.
표정이 왜 그래, 에젤 군. 만약 너를 속일 생각이었으면 얼마든지 듣기 좋은 거짓말을 지어냈을 거야.
하지만 네가 봤듯이, 체첼리아는 '예외'야. 현 교황이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나도 장담할 수 없거든.
하지만, 현 교황님이라면…… 네가 그분에 대한 인상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알기에 그분은 과격한 수단을 좋아하지 않아.
게다가 체첼리아가 이렇게 귀여운데, 심장이 얼어붙은 놈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 아이를 해치겠어, 안 그래?
……세 번째 질문입니다.
저는 당신의 말을 완전히 믿을 순 없습니다…… 만약 체첼리아가 꼭 대성당으로 가야 한다면, 저도 동행하고 싶습니다.
음? 이건 질문이 아니지 않나?
유감이지만, 이 '질문'만은……
오렌,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