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나무 그늘 속에 잠들다

언젠가는

미니 스토리브릿지2024-02-27

장례는 예정대로 진행됐지만, 도중에 티폰은 데몬의 오염을 눈치채게 된다. 약속대로 돌아온 산탈라는 티폰과 합류했고, 둘은 장례를 중단시킨다. 가장 위험한 순간, 사람들은 북지 제사장과 그의 전사를 만나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티폰, 마젤란, 산탈라, 기타노


우르수스 카라반 상인

눈이 또 거세지는군.

우르수스 카라반 호위

자, 술이나 한잔해.

우르수스 카라반 상인

하아, 사미인의 술통을 그 아가씨한테 준 게 계속 마음에 걸리네.

우르수스 카라반 호위

잊어 버려. 국경경비대가 찾아내기라도 하면 귀찮아진다니까.

우르수스 카라반 호위

애초에 그 북이랑 술통에 새겨진 말이, 정말 사람을 지켜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우르수스 카라반 호위

이런 엄동설한에서 우릴 지켜 줄 수 있는 건 오직 보드카뿐이야.

우르수스 카라반 호위

……뭐, 우리에겐 지금 보드카밖에 없지만.

우르수스 카라반 상인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

우르수스 카라반 상인

그냥…… 일이 터지기 전날 밤에도 다 같이 이렇게 둘러앉아 얘기를 나눴는데.

우르수스 카라반 호위

그러게, 너희 둘 여동생도 나이가 비슷했댔지.

우르수스 카라반 상인

그 녀석은 자기 여동생이랑 화해도 못 했대.

우르수스 카라반 상인

그냥 내가…… 그 녀석 대신 안타까워한다고 생각해.

우르수스 카라반 상인

하아, 너무 오래 싸우다 보니 손에 피가 잔뜩 묻어서 집에 돌아가기가 무서워지는 녀석이 있다는 것도 알아. 이해해.

우르수스 카라반 상인

그런데 그 녀석은 가정사만 잔뜩 늘어놓았지, 정작 누구랑 싸우는지는 얘기 안 해줬어.

우르수스 카라반 상인

녀석들은 우릴 돕기 위해 목숨을 잃었는데,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조차 모르니까.

우르수스 카라반 상인

그래서 술통이라도 남기고 싶었지. 실체가 있는 물건이 아니면, 나는 그 의문의 사미인을 어떻게 추모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우르수스 카라반 상인

……하하, 내가 사미 야만인들에게 너무 감성적인가?

우르수스 카라반 호위

……기억나? 그날 밤, 얘기 나눌 때 녀석들이 말했던 거. 사미인은 죽음이 끝이라 생각하지 않는다잖아.

우르수스 카라반 호위

예를 들면…… 가끔 바람이 느껴지지 않는데 뭔가가 바람에 휘날렸다면, 그건 죽은 자의 영혼이 지나간 거래.

우르수스 카라반 호위

솔직히 바보 같지는 않아.

우르수스 카라반 상인

뭐가? 나? 아니면 사미인의 미신이?

우르수스 카라반 호위

둘 다.

우르수스 카라반 호위

됐다, 이제 슬슬 사람들 모아서 장사를 준비해야지.

우르수스 카라반 호위

다음 부족까지 얼마 남지 않았…… 응? 눈밭에 사람이 보이는데.


의식을 주관하는 샤먼

사미께서는 눈을 내려 우리의 삶을 씻겨 주셨고, 사미께서는 흙을 내려 우리에게 축복을 주셨습니다.

의식을 주관하는 샤먼

떠나고 싶지 않았으나, 지금 우리는 작별의 물 위를 지나고 있습니다.

의식을 주관하는 샤먼

물방울이 하천으로 돌아가듯, 부디 우리 부족민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게 해주십시오.

의식을 주관하는 샤먼

부디 우리가 가는 길에 재이가 없도록 해주십시오. 당신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이르기까지.

사미의 엘라피아들은 랜턴을 내려놓고, 몸을 숙여 늪의 물을 퍼 올리며 샤먼을 따라 낮은 목소리로 외쳤다.

죽은 자를 태운 배는 물속으로 가라앉았고, 촛불은 하나둘씩 꺼져갔다.

수면 위는 점점 어두워졌다.

의식을 주관하는 샤먼

……

의식을 주관하는 샤먼

우리 부족 일원이 아니더라도, 의식에 대한 최소한의 경의는 표해야 합니다.

의식을 주관하는 샤먼

무기를 내려놓으세요, 검은 활을 멘 사냥꾼이여. 그리고 고개를 숙이세요.

티폰

……

사미 늪지대 주민

(작은 목소리로) 보세요, 저 사냥꾼……

사미 늪지대 주민

북쪽의 빙원에서 저런 걸 본 적이 있으시죠? 설마 저 여자가 우리의 운명을 검게 물들이는 것은……

의식을 주관하는 샤먼

……“액운을 입에 자주 올리면 그 그림자가 점점 더 뚜렷해진다.”

의식을 주관하는 샤먼

저는 그것에 대해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의식을 주관하는 샤먼

이 땅에서 모든 걸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 있겠지만, 절대 우리는 아닙니다. 누군가는, 어쩌면 에이크티르니르가 말할 겁니다……

의식을 주관하는 샤먼

다시 한번 경고합니다, 사냥꾼.

의식을 주관하는 샤먼

아니면 저희도 무기로 대응하겠습니다.

마젤란

자, 잠깐만! 티폰은 그냥 경계하고 있을 뿐이야!

마젤란

티폰, 무슨 말이라도 좀 해 봐! 사람들도 분명 이해해 줄 거야!

티폰

……쉿.

티폰

녀석의 움직임이 느껴졌어.

티폰

당장 떠나.

티폰

모두 여기를 떠나!


30분 전

기타노

곧 도착일세.

마젤란

후우…… 다행이다.

마젤란

설마 내가 뱃멀미를 할 줄은 몰랐어…… 음, 아마 멀미 맞겠지?

마젤란

그런데 기타노 씨, 부족이 이주한 뒤로 여기서 살아본 적 없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수장 위치는 어떻게 아는 거야?

티폰

저 경고용 나무 울타리를 봐.

마젤란

오……

티폰

보통 죽은 자를 매장하는 수역에는 사람이 함부로 출입할 수 없어.

티폰

저 울타리는 깨어 있는 자에 대한 경고뿐만 아니라, 잠자는 자에 대한 경고이기도 해.

티폰

왜냐하면 다들 꿈속에서 세상을 떠난 가족이나 친구를 만나니까, 충분히 경계하지 않으면 이런 곳에 오기 쉽지.

마젤란

그렇구나! 아, 이것도 적어야겠다.

마젤란

(노트에 기록한다) “꿈을 꿀 때는 조심해야 한다.”

마젤란

……음.

마젤란

(작은 목소리로) 내가 이곳의 물을 연구해 보고 싶다고 말하면, 아마 또 혼나겠지?

티폰

하아, 또 뭘 하려고?

마젤란

이거야, 비콘. 물 밑에 비콘을 설치하고 데이터를 좀 수집하려고.

티폰

으음…… 그건 위치를 특정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어?

마젤란

맞아.

티폰

그럼, 일단 줘봐.

티폰

기타노, 나무 울타리를 넘어가기 전에 잠깐 멈출 수 없을까?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들어.

기타노

그러지.

기타노

……너무 걱정할 필요 없네. 해 질 녘 출발 전에 내가 저들이 무사한 미래를 봤으니까.

마젤란

오, 그럼 오늘 운세도 좀 봐줄 수 있어?

마젤란

내가 기억하는 건 점심때 과식해서 너무 졸렸고, 밤이 돼서야 겨우 회복됐다는 거야……

티폰

하아, 그러게 누가 그렇게 많이 먹으래?

티폰

그 수프에 수면 버섯이 들어가서 그래. 그건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불안할 때 조금씩 넣어 마시는 거야.

마젤란

에헤헤, 그런데 너무 맛있었어.

마젤란

아무튼 고마워, 기타노 씨!

티폰

하지만 분명 우린 그런 부탁을 하지 않았는데……

티폰

……뭐, 됐다.

티폰

이 비콘은 어떻게 설치해?

마젤란

그냥 물에 던지면 돼. 알아서 작동할 거야.

티폰

얼마나 세게 던져?

마젤란

아니, 아니, 그냥 손을 놓고 물에 가라앉게만 하면 돼……

마젤란

읏차.

마젤란

음, 비콘이 작동하기 시작했어. 신호도 양호하고.

마젤란

비콘의 유효 거리는 3천 미터나 되니까, 이대로 계속 걸어……가 아니라, 배를 저어 가면 돼.

티폰

그럼, 이, 음, 암호문? 이건 어떻게 봐야 해?

티폰

나도 비콘의 위치를 알고 싶어.

마젤란

아, 이건 쉽지. 사미의 어떤 것보다도 알기 쉬워!

마젤란

자, 여기 있는 게 기본적인 정보야. 비콘의 상대 좌표, 물의 깊이, 유속까지……

마젤란

그래도, 너라면 경험으로 직접 판단할 수 있을걸.

티폰

그렇지.

티폰

그러고 보니, 물밑에서 계속 움직이고 있네.

마젤란

아마 물살에 흔들리고 있을걸. 이 장치의 위치 정확도는 엄청 높아.

마젤란

자, 이제부터는 샘플링.

마젤란

드론은 좀 시끄러우니까, 아무래도 비콘으로 기본적인 수질을 분석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마젤란

비콘은 탐사용 장치고 마실 수 있는 물인지 정도만 분석할 수 있지만, 사람이 뜸한 곳에서는 이런 간단한 분석으로도 이상을 감지할 수 있으니까.

마젤란

이것 봐……

마젤란

……어라?

티폰

……신호가 사라졌네.

기타노

……

마젤란

……

마젤란

……설마 대형 린수가 삼키기라도 했나?

마젤란

하지만 비콘을 설계할 땐 이런 상황도 이미 고려했어. 평범한 야생 동물이 외부 보호 구조를 쉽게 파괴할 순 없을 텐데 ……

티폰

기타노.

기타노

알고 있네.

티폰

노는 내가 저을게.

마젤란

잠깐, 기타노 씨, 또 점을 치려고?

기타노

그렇네.

마젤란

하지만 어제부터 오늘까지, 오리지늄 아츠를 너무 많이 썼잖아.

기타노

괜찮네.

기타노

나 스스로에게 물어본다고 생각하면 되네.

마젤란

……

티폰

(마젤란의 손을 잡아당긴다)

티폰

괜히 방해하지 마.

마젤란

으…… 알았어.

마젤란

처음 기타노 씨를 만난 건 로도스 아일랜드 의료부에 이프를 만나러 갔을 때였어.

마젤란

그때 기타노 씨는 병상에서 의식불명인 상태였고, 다른 외근 오프레이터들이 옮겨왔었지. 오리지늄 아츠가 몸에 준 부담이 너무 커서 그렇다고 했어……

티폰

그러면 더욱 방해하지 말아야지.

티폰

기타노도 뭔가를 느꼈을 거야. 그래서 출발하기 전에 네 운명을 점치려 하는 것이고.

티폰

나도 마찬가지야.

티폰

거기서 그림자가 계속 느껴져.

티폰

기타노가 자신에게 뭘 묻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재이의 전조를 외면하는 건 좋지 않아.

티폰

적어도 이 이상한 느낌의 원인을 찾아줬으면 좋겠어.

티폰

……조심해!

순간 배가 힘차게 기울었다. 다행히 티폰이 재빨리 마젤란을 끌어당겨 배를 안정시켰다.

기타노는 배 안에서 내동댕이쳐졌고, 강렬한 오리지늄 아츠의 불빛이 수정구에서 반짝였다.

마젤란

기타노 씨!

기타노

……후우.

기타노

괜찮네.

기타노

난 이제 예전처럼 자포자기한 행동을 하진 않을 걸세. 이것도 그저…… 힘을 다했을 뿐이라네.

마젤란

무사해서 다행이야! 부축해 줄 테니까 일단 앉아.

기타노

……하지만, 힘을 다해도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했네.

티폰

뭘 점쳤어?

기타노

운명. 죽은 자의 운명이라네.

기타노

하지만 내 점괘는 사미의 점괘와는 달리 그저 특별한 오리지늄 아츠일 뿐이네. 죽은 자에게 도달할 수는 없지.

기타노

죽은 자의 운명은 칠흑…… 그게 전부일세.

티폰

모두 다?

기타노

……아니, 여전히 한 사람만은 내게 응답하지 않지만.

기타노가 수정구를 들어 올렸다. 수정구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앞에서 가고 있는 배의 촛불만 비쳤다.

기타노

그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네.

티폰

……

티폰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티폰

일단 우리는 배 앞쪽으로 가야 해.

티폰

만약 내가 어쩔 수 없이 활을 쏴야 한다면, 배가 심하게 흔들릴 테니 어떻게든 버텨.

마젤란

자, 잠깐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티폰

이 늪이 우릴 잡아당기고 있어.

티폰

죽은 자와 산 자, 그 누구도 피할 수 없어.


산탈라

……뭐라고요?

우르수스 카라반 상인

몰라, 우린 정말 모른다니까. 제발 좀 봐줘.

우르수스 카라반 상인

아까 물었던 그 혼자 차파트로 향한 리베리 말고는 우린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고……

우르수스 카라반 상인

그 사미인들은 우릴 구하기 위해 죽은 게 맞아! 그래서 시신을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것 말고는 도저히 뭘 해야 할지 몰랐어.

산탈라

아니, 내가 묻고 싶은 건……

산탈라

당신들이 시신을 옮길 때, 검은 피를 봤다는 게 사실인가?

우르수스 카라반 상인

그럼, 이 눈으로 직접 봤다니까.

산탈라

내……

산탈라

내가 이런 큰 실수를 저지르다니!


사미 늪지대 주민

배! 죽은 자의 배가…… 너희들 지금 뭐하는 거야?!

티폰

파도를 일으켜 가라앉지 못하게 막고 있어.

사미 늪지대 주민

너……

티폰

배를 돌려, 빨리.

티폰

장례는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어. 내가 뒤에서 너희를 지켜줄게.

의식을 주관하는 샤먼

……

의식을 주관하는 샤먼

갑시다.

사미 늪지대 주민

어째서…… 당신마저도 저 외부인의 말을 따릅니까?

의식을 주관하는 샤먼

저 여인의 말이 사실일 수도 있고, 어쩌면 검은 활에 이미 의지를 빼앗겼을지도 모릅니다만, 어느 쪽이든 우리에게 위험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의식을 주관하는 샤먼

전사들이여, 앞뒤로 선대를 보호하고 경계 태세를 갖추십시오.

의식을 주관하는 샤먼

당황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의식을 주관하는 샤먼

사미가 우리 마음속 평안을 지켜줄 것이고, 재이는 우리를 데려가지 못할 것입니다.

티폰

너희도, 마젤란, 기타노.

티폰

빨리 가.

기타노

잠깐, 티폰…… 설명이 필요하네. 반드시 그대가 설명해줘야 하네.

기타노

혹시 내가 생각한 그것인가?

티폰

맞아.

티폰

이곳에는 수많은 북지 전사들이 묻혀 있어. 그 몸에 받은 오염은 점점 쌓여가면서, 결국 한몸이 되어버렸어.

티폰

게다가 이번 사망자 중에도 재이의 희생자가 있었을 거야……

기타노

……알겠네.

티폰

……내 아츠가 죽은 자들의 배가 가라앉지 않도록 끌어올리고 있어. 하지만 이걸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티폰

그러니까, 뒤돌아보지 마.

기타노

나는……

마젤란

우리가 뭘 도와주면 될까?

마젤란

내, 내 드론에도 전투 모드가 있어! 싸워야 한다면 나도 도울게!

티폰

아니.

칠흑 같은 늪이 솟아올랐다. 재이는 실체가 되어 검은 파도를 헤치며 티폰을 향해 덮쳤다.

십수 년 동안, 그녀는 늘 이런 꿈을 꿔왔다. 사방이 칠흑으로 물드는 꿈.

사미인들은 말했다. 사람이 잠이 들면 육체의 속박에서 벗어나 죽은 자와 만날 수 있다고.

티폰도 알고 있다. 두 눈을 가린 이 어둠을 떨쳐버리고 고개를 돌아본다면 부모님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그녀는 한 번도 그러지 않았다.

왜냐하면 사냥꾼은 영원히 눈앞의 사냥감만 바라봐야 하니까.

티폰

뒤돌아보지 마.

티폰

사람들을 따라서 노를 저어. 뒤는 내게 맡기고.

[CG: 40_i02]

활시위를 당기자 고대의 아츠가 모여 화살로 변했다. 그리고 조준했다.

빙원에는 수많은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혹한, 눈보라, 맹수, 데몬. 어쩌면 어떤 부족에겐 그녀가 위협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티폰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오염된 활을 메고 있는 그녀가, 과거 그림자에 빠졌다가 다시 탈출한 그녀가, 재이와 가장 가깝다고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으니.

그렇다면 그녀는 당연히 재이와 사람 중간에 서 있어야 한다.

티폰

이번에도 내가 널 먼저 찾아냈어.

티폰

지금 당장 사미 땅에서 떠나.

티폰

……내가 확실히 못 박아 주겠어!


사냥꾼은 목소리를 높였다. 그 모습은 마치 아무도 없는 늪을 향해 외치는 것처럼 보였다.

이내 활시위가 진동하더니 화살이 물밑을 향해 날아갔다.

마젤란

으아악! 배가 엄청나게 흔들려!

마젤란

어, 어떻게 된 거야? 뭐가 물속에 가라앉은 것 같은데?

마젤란

……으으, 갑자기 엄청 추워졌어!

사냥꾼의 외침에 물속으로부터 응답이 들려왔다.

그것은 사미어로 된 속삭임이었다.

“마른 물이여, 얼음이 되어라.”

깊은 물 속으로부터, 화살이 떨어진 곳에서부터 밖으로, 눈 깜빡할 사이에 혹한의 냉기로 늪이 얼어붙었다.

바람과 파도는 잦아들었지만, 얼음층 아래에서 무언가 충돌하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산탈라

……다행히 늦지 않았네.

티폰

고마워, 시몬.

산탈라

내 발소리를 들었어?

티폰

바람이 알려줬어. 너는 언제나 눈보라와 함께 나타나니까.

티폰

그리고, 이 장례식에 참석한다고 약속했잖아.

산탈라

후훗, 고마워…… 날 믿어줘서.

티폰

물론이지. 난 판단력이 좋거든. 날씨를 보든, 사람을 보든 말이야.

마젤란

시몬 언니예요?! 다행이다!

마젤란

어, 주변이 갑자기 조용해졌는데, 문제는 해결된 거겠지?

기타노

……아니.

기타노

아직……

기타노

저 녀석들…… 저것들은…… 뭐지?

티폰

하아, 결국 뒤돌아봤구나.

티폰

저것들은 오염된 육체에서 나온 그림자야.

기타노

가…… 가까이 오지 마…… 물밑에 있는 전사들은 이미 얼음에 갇힌 것 아닌가? 편하게…… 안식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기타노

늪은…… 어째서 아직도 평온을 얻지 못한 것인가?

기타노

나, 나는…… 아아……

티폰

눈 감아.

티폰

마젤란, 손을 잡아 줘.

티폰

확실한 현실감을 느끼게 해줘, 마치…… 어, 네가 평소에 했던 것처럼.

티폰

그리고 배를 몰고 여길 떠나.

마젤란

어…… 아, 알았어……!

마젤란

기타노 씨가…… 이걸로 조금 나아질까?

산탈라

조금 진정된 것 같네.

산탈라

기타노, 이대로 내 말을 듣고 있어.

산탈라

두려움을 느낀 건 정상이야. 하지만 이대로 가면 너도 저렇게 변하게 될 거야.

산탈라

우리가 육체를 봉인할 수는 있어도, 배어 나오는 그림자까지는 봉인할 수 없어.

산탈라

그러니까 자책하지 마. 끝까지 지켜볼 필요도 없어.

산탈라

너도 오빠가 모든 것의 원흉이라 생각하지 말고. 물론, 너랑은 더더욱 상관없는 일이야.

산탈라

단지 재이가 우릴 감지했을 뿐이야. 혹은 반대로, 우리가 재이를 감지했던 것이고.

산탈라

그래서 저게 깨어난 거야.

티폰

배가 속도를 못 내고 있네. 시몬, 시간은 얼마나 더 벌 수 있어?

산탈라

오염의 흔적이 계속 나타나고 있어서 예상하기 힘들어.

산탈라

그렇구나, 그래서 사미는 서리 단풍 부족에게 이주해야만 한다고 했던 건가……

티폰

이젠 놈들이 점점 더 뚜렷하게 느껴져.

티폰

소리가 사라지고, 색깔도 사라지고, 형체는 녹아내리고 있어.

티폰

그렇지만, 내가 조준하는 데는 문제 없지.

산탈라

……늘 궁금했는데, 너는 두렵지 않아?

티폰

뭐가?

티폰

……이쪽이다!

티폰

아주 잘했어, 시몬! 내 화살을 따라 아츠를 시전해!

티폰

그림자의 끝을 화살로 박았어. 검은 피가 흐르는 속도가 느려지고 있어.

티폰

다음엔 형광색으로 화살에 표기해 줄게.

산탈라

(조용하게 영창한다)

산탈라

아이를 위협하는 악몽이여…… 사라져라!

탁, 탁, 탁.

발밑의 얼음은 조금씩 갈라지고 있었지만, 눈앞의 칠흑 그림자는 전혀 사라질 기미가 없었다.

어둠은 화살과 오리지늄 아츠를 삼켜 버렸고, 잉크처럼 흐르는 검은색이 그녀들의 인식을 따라 실재하는 땅으로 스며들었다.

산탈라

아…… 넌 정말 두려움을 드러내지 않는구나.

산탈라

데몬이 무섭지 않아?

산탈라

……자신이 실패해서 나중에 후회만 하게 될 미래가 두렵지 않아?

탁, 탁, 탁.

오리지늄 아츠의 에너지는 마치 끝없는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산탈라는 얼음층을 복원하려 했으나 자연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티폰

……앞으로 가지 마, 시몬! 위험해!

산탈라

알아.

산탈라

잘못을 했으니까, 내게도 책임이 있어.


마젤란

어……?

예감, 직감, 뼛속 깊은 곳에서부터 전해지는 한기, 또는 자기 앞까지 불어오지 않은 바람.

이유를 설명할 수 없지만, 마젤란은 뒤돌아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지 못했다.

그녀는 시몬과 티폰의 적을, 그리고 두 사람의 안전도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가 본 것은 어둠뿐, 끝이 없는 어둠뿐이었다.

그녀는 갑자기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떤 사람이 격렬한 싸움에서 중상을 입고 고열로 의식이 몽롱한 가운데, 자신이 나무에 매달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칠흑 맹수와 대치하는 꿈을 꾸었다.

가지가 머리에 박히고 온몸에서 흘러나온 선혈은 얼어붙었지만, 전사는 꿈쩍이지도 않았고 눈조차 깜빡이지 않았다.

그렇게 열흘이 지나자 맹수는 몸을 돌려 떠났다. 고열에서 회복된 전사는 자신이 눈밭에 쓰러져 있었고, 머리의 상처가 나뭇가지와 함께 아문 것을 알아차렸다.

사미인이라면 누구나 이 이야기를 알고 있다. 사미의 부름을 언급할 때면 이 이야기도 반드시 함께 언급된다.


마젤란

……앗!

끝없는 그림자가 갑자기 가시덤불에 갈려 부서졌다.

갈라진 얼음 속에서는 검은 물결이 밀려 나왔고 경계가 모호해진 형체들이 땅을 향해 무수히 손을 뻗었지만, 눈에 닿기도 전에 분해되었다.

맑은 아츠가 안개와 그림자를 뚫어버리자, 나무 울타리 너머에 북지 전사 부대가 나타났다.

그들은 무기를 들고 대열을 맞춰 대기하고 있었으며, 단 한 사람만이 울타리를 넘어 그녀들에게 다가왔다.

가시덤불은 그의 해머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번지면서, 뒤틀리고 뒤엉켜 사악한 기운을 차단하는 고리가 되었다. 모든 전사들의 오리지늄 아츠는 자신의 무기를 따라 뻗어 가고 있었다.

두려움도 없이, 자신이 오염될지도 모른다는 망설임도 없이, 그는 이미 죽었지만 다시 변이해버린,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전사들을 향해 해머를 들어 올렸다.

이름이 불린 자와 이름이 잊힌 자, 한 사람도 빠짐없이 그의 묵직한 일격에 전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밝은 달빛이 숲 속의 새 눈을 비췄다.

사미 늪지대 주민

저건…… '나무 상처'의 전사들……

사미 늪지대 주민

에이크티르니르가 왔군요.


사미 늪지대 주민

감사합니다…… 도와주셔서.

사미 늪지대 주민

북지의 전사가 남쪽에, 특히 이 컬럼비아와 가까운 곳까지 내려오리라곤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나무 상처 부족의 전사

에이크티르니르 님은 남쪽으로 이주하는 사미인들을 설득하기 위해 왔다. 다만, 도중에 구조 요청을 받아 여기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사미 늪지대 주민

……그분에 관한 소문은 사실이 아닌 줄만 알았습니다만.

나무 상처 부족의 전사

그에 관한 모든 소문은 아마 다 사실일 거다.

의식을 주관하는 샤먼

제사장이 없는 부족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기억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저희 부족은 이미 십수 년이나 사미의 부름을 받지 못했습니다.

의식을 주관하는 샤먼

당시 제가 북지에서 부족으로 돌아왔던 이유는 우리가 재앙을 점칠 수 없고, 재이를 예측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사방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 때문에 저희는 더 많은 전사들이 필요했으니까요.

의식을 주관하는 샤먼

그리고 지금, 우리는 생활을 유지하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그래서 남쪽으로 이주하는 것, 나아가 사미의 땅을 떠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의식을 주관하는 샤먼

에이크티르니르, 우리도 이 땅에 미련이 없는 건 아닙니다. 단지 어쩔 수 없이 떠나는 것뿐이죠.

에이크티르니르

너의 마음에는 원한이 있다.

의식을 주관하는 샤먼

제가 어찌 우리에게 모든 것을 내어 준 사미를 미워할 수 있겠습니까.

에이크티르니르

내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

에이크티르니르

우리에게 물러설 곳은 없다.

에이크티르니르

너희들도 데몬이 자연에서 저지른 온갖 만행을 알고 있을 것이다. 산 자든 죽은 자든, 놈은 가리지 않고 빼앗아 간다.

에이크티르니르

운명이 놈을 사미인에게 내려준 이상, 우리는 놈에게 맞서고 견뎌내야 한다.

의식을 주관하는 샤먼

……그때, 그 눈의 재난 때도 당신은 그렇게 말씀하셨죠.

의식을 주관하는 샤먼

“물러서지 마라, 옮길 필요도 없다. 우리가 눈의 재난을 막고, 재이를 윈터투스 북쪽에서 막을 것이다.”

에이크티르니르

11월 사냥 후, 확실히 눈보라는 멈췄다. 검은색도 결국 산의 반대편까지 닿지 못했다.

의식을 주관하는 샤먼

……

에이크티르니르

사미인은 도망칠 필요 없다는 도리를 너도 잘 알 것이다. 너는 너의 부족을, 사미의 계시를 받지 못해 불안해하는 자들의 속마음을 대변하고 있을 뿐이다.

에이크티르니르

그리고 나는 그 안개를 철저히 걷어낼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의식을 주관하는 샤먼

안 됩니다, 에이크티르니르. 당신의 주장은 지금 사미 대대로 전해온 모든 경험과 어긋납니다.

의식을 주관하는 샤먼

왜 가장 뛰어난 전사들만 북지로 향하는지 누구나 알고 있을 겁니다.

의식을 주관하는 샤먼

우리가 데몬의 흔적을 감지하는 것만으로도 그것을 위해 길을 터주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두려움, 우리 연약한 마음이 데몬의 온상이 되기 때문이죠.

의식을 주관하는 샤먼

데몬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수록 싸움은 더욱 어려워질 뿐입니다.

에이크티르니르

누구나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누구나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의식을 주관하는 샤먼

그건 수천 번의 전투를 겪은 후의 일입니다!

에이크티르니르

그렇지, 수천 번의 전투를 겪은 후의 일이지.

에이크티르니르

하지만 산들이 견고한 방어선이 되어 줄 거다. 마치 몇 년 전, 공포가 아직 사미인의 마음에 스며들지 않았던 때처럼.

에이크티르니르

우리는 떠나지도 않고, 사미인은 소멸하지도 않는다. 몇 세대를 거치든, 사라지는 쪽은 우리가 아니라 재이가 될 것이다.


마젤란

에헤헷, 찍었다.

티폰

에이크티르니르? 저 녀석을 왜 찍어?

마젤란

사미인 중에서 가장 권위 있는 북지 전사잖아.

마젤란

이후 탐사에 엄청 중요한 정보야.

마젤란

뭐…… 쉽게 저 사람이랑 친구가 될 순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협력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나타날지도 모르잖아?

마젤란

게다가 이 영상에 저 사람이 사미인들과 대화하는 내용도 아마 녹화됐을 거고.

마젤란

침묵을 지키는 산지대 전사들의 빙원에 대한 이해, 그리고 재이에 대항하는 수단, 이 모든 것들이 귀중한 자료야!

마젤란

아까 재이를 뭐라고 하던데, 안…… 안스코……

티폰

'안스코타르니르', 사미어로 '적'이라는 뜻이야.

마젤란

음, 꼭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데…… 아무튼 일단 적어 둬야지.

마젤란

그러니까 사미인에게 적은, 저 빙원에 있는 재이뿐이라는 거네.

마젤란

하아, 우리가 옆에서 바로 들을 수 있었다면 나도 드론으로 접근할 필요 없었을 텐데.

마젤란

그래도 네가 사냥감에게 들키지 않는 위장법을 알려줘서 다행이야……

마젤란

……앗, 떨어졌다.

마젤란

아마 이 드론을 회수할 수 있을 거야! 차파트에 도착하면 라인 랩 동료에게 고쳐 달라면 돼!

티폰

……참 운도 좋네.

마젤란

에헤헤.

마젤란

그런데 말이야, 분명 너도 저 사람들이랑 같은 적을 상대하고 있는데, 단지 그 무기 때문에 배척당하다니……

티폰

아, 그건 아마 아르게스 때문이기도 할 거야.

티폰

사람들은 아르게스를 미치광이라고 생각해. 왜냐하면 다들 윈터투스 산맥에 틀어박혀 사는 사이클롭스를 잘 아니까.

티폰

다들 아르게스는 사이클롭스니까 동굴에서 나오면 안 되고, 많은 사람들과 교류해선 더더욱 안 된다고 생각해.

티폰

(사미어) 운명을 예견하는 자는 타인의 운명을 쉽게 바꿔버리니까.

마젤란

(사미어) 운명…… 예견하는 자…… 아.

티폰

녀석들이 보기에는 내가 운명이 바뀐 사람일 거야. 마치…… 일부러 꼬아버린 나뭇가지처럼.

티폰

그렇게 되면 나무가 똑바로 자랄 수 없잖아.

마젤란

하지만 난 티폰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해!

티폰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마젤란

앗, 시몬 언니.

산탈라

너희가 무사한지 확인하러 왔어.

티폰

이 바보는 멀쩡해. 이리저리 잘 뛰어다니고.

마젤란

어……

티폰

아니야?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은데.

마젤란

뭐, 하긴.

티폰

아 참, 시몬.

티폰

아까 한 질문 말인데, 이제야 대답할 여유가 생겼어.

티폰

솔직히…… 나도 두려워.

산탈라

……음.

티폰

하지만 사냥할 땐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어.

티폰

조준하고, 풍속을 파악하고, 사냥감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이런 걸 생각하다 보면 두려워할 겨를이 없어.

티폰

나도 이겨내야 한다는 거 알아. 몇 번이고, 계속. 내 의지는 변하지 않아.

티폰

하지만 아까 얼음이 깨졌을 때, 만약 내가 물에 빠졌다면 그 또한 운명이라고 받아들였을 거야.

산탈라

운명의 고통을 침착하게 마주할 수 있는 건…… 아르게스가 너한테 예지를 알려줘서 그런 건가?

티폰

아니, 아르게스는 알려준 적 없어.

산탈라

후훗, 그럼 다행이다. 사이클롭스의 비참한 예언이 너 같은 아이의 몸에 내려져서는 안 되니까.

산탈라

기타노는?

마젤란

혼자 어디론가 가버렸어요.

마젤란

저도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지만, 생각이 정리되면 로도스 아일랜드에 소식을 전하겠다고 했어요.

산탈라

……아쉽네,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산탈라

뭐, 그래도 이미 스스로 깨달았을 거야.

마젤란

맞다, 구체적으로 무슨 상황인지 아직 모르겠지만, 그래도 문제를 해결해줘서 고마워요! 기타노 씨한테도!

티폰

잠깐, 기타노가 뭘 했어?

티폰

오리지늄 아츠 때문에 그 지경이 된데다 재이의 공포에까지 빠졌는데, 더 이상 무리하면 안 돼.

마젤란

음, 어제 기타노 씨가 근처 부족에 구조 신호를 보냈더라고.

마젤란

아까 몰래 알려줬는데…… 조금 걱정되기도 하고 죄책감도 느껴서 도움을 청해야겠다고 생각했대.

마젤란

……저기, 제사장 씨, 안녕! 오늘 나무 상처 부족 전사들과 함께 와 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마젤란

덕분에 살았어요!

산탈라

……

에이크티르니르

……산탈라 나무의 후예, 혹한에서 태어난 딸이여.

산탈라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마세요.

에이크티르니르

우르수스인을 쫓아갔더군.

산탈라

……당신은 정말 모르는 게 없군요.

에이크티르니르

그래서, 결과는?

산탈라

……

에이크티르니르

너는 고목의 그늘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주저하다가 제사장이 되지 못했지.

에이크티르니르

만약 네가 여전히 그때처럼 지금도 고목의 시종이 되길 원한다면, 더는 널 추궁하지 않겠다.

산탈라

광석병이 걸린 제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에이크티르니르

그게 네가 목표까지 잃은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에이크티르니르

너도 잘 알고 있을 거다, 산탈라 나무의 딸이여.

에이크티르니르

너는 그 누구보다 복수의 공허함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공허하기 때문에 복수는 끝이 없는 과업이 되고, 그걸 메우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생명을 찾아야 하니까.

산탈라

저는…… 그냥 추방자일 뿐, 당신이 관심을 기울일 만한 가치는 없습니다.

에이크티르니르

사람들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눈보라를 호령할 수 있던 그 젊은 샤먼을.

산탈라

오늘 처음 그 장본인을 봤으니 몹시 실망하셨겠군요.

산탈라

원한과 돌이 몸 안에서 함께 자라, 한쪽 눈마저 잃었으니 맹목적인 것도 당연하겠죠.

에이크티르니르

아니.

에이크티르니르

그녀는 전사로서, 과거의 소문과 전혀 다를 게 없다.

산탈라

……

에이크티르니르

'비오다', '안다르사르'.

에이크티르니르

선령의 아버지의 의지는 이미 우리에게 경고했다. 네가 본 모든 게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

에이크티르니르

사미가 쌓은 산맥으로는 재이를 막기에 역부족이고, 우리의 유일한 적은 지금도 이 땅을 침식하고 있다.

에이크티르니르

그런데도 너는 빙원이나 헤매면서 정처 없이 복수하러 다닐 건가?

산탈라

……

산탈라

죄송합니다…… 이제 동료들과 함께 차파트로 떠날 시간입니다.


기타노

이제 아무도 없나.

기타노

눈보라가 다시 한번 닥치면 보강하지 않은 이 집들도 전부 사라지겠지.

기타노

결국엔 이런 초라한 결말이라니, 이건 운명의 자비인가 잔혹함인가?

기타노

오라버니, 그대가 돌아봤을 때 무엇을 봤는지 나는 알게 되었네.

방황하던 엘라피아가 물가에 앉았다.

그녀는 몸을 숙여 얼굴에 묻은 더러운 눈을 씻어내려 했다.

수면에 얼굴을 가까이 댔을 때, 그림자가 반짝이는 파도를 가렸고, 그녀는 문득 물에 가라앉은 술통을 발견했다.

기타노

……

그녀는 이 낡은 술통도, 그 위에 새겨진 축복의 기도문도 잘 알고 있다.

“검은 숲에 신성한 순수함을 내려 주십시오. 행인이여, 자신의 순수한 시선과 운명을 꿰뚫어 보는 눈을 되찾길.”

“내 고향에 장구한 안녕을 내려 주십시오. 부족민들이여, 꿈에서 내리는 눈처럼 편안하길.”

잠들 거라. 언젠가는 우리 모두 편안하고 고요한 꿈으로 돌아갈 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