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오라버니의 죽음을 점치게 된 기타노는 떠난 지 오래된 부족에 돌아와 장례에 참가한다. 산탈라는 우르수스 침입자를 쫓으러 떠나게 되고, 그전에 마젤란과 티폰에게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라그나여, 라그나.
우리가 어떻게 너를 맞이하길 바라나?
남쪽이든 북쪽이든, 떠난 이들 중에 가장 돌아올 가능성이 없는 사람은 너였는데.
……
나도 알고 있네, 내가 돌아오길 바라는 자가 없다는 건.
다만, 수정구에서 어떤 예언을 봤을 뿐.
……내 오라버니가 불행을 겪게 된다는 예언을.
우와, 엄청 예쁜 나무 조각이네! 이 견과류 껍질 안에 앉아 있는 작은 사람이 길을 알려주는 게 확실해? 진짜야?
그리고 이것도! 신비로운 색의 오리지늄 결정!
대체 어떤 기술을 써야 조각할 때 결정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거지……
아니지, 애초에 오리지늄 결정을 집에다 장식하는 건 너무 위험하지 않아?
저번에 가져간 오리지늄 얼음 결정도 아직 분석이 안 끝났는데. 하지만 연구 가치보다 더 중요한 건…… 진짜 너무 예쁘다!
……
잠시만…… 분명 우르수스에 가려고 준비했던 동전이 수십 체르벤 정도 남았을 건데!
아니면, 여러분도 현지 사미 현지인들처럼 물물교환만 하는 건가?
그렇다면 나는 조미료 캔으로 교환할게…… 하지만, 그러면 시몬 언니랑 티폰은 아무 맛도 안 나는 사미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우린 원래 사미 사람이야.
……아가씨, 원하는 게 대체 뭐야? 교환할 물건이 없으면 이만 갈게.
앗, 내가 너무 시끄러웠나, 하하……
미안, 설마 우르수스 카라반이 이렇게 멀리까지 와서 교역할 줄이야. 심지어 내가 생전 처음 보는 물건이 잔뜩일 줄은!
저기, 시몬 언니, 저번에 뭘 교환한다고 했죠?
……어라, 시몬 언니?
하아, 너 진짜로 못 들었어?
모, 못 들었는데.
방금 누군가 시몬을 알아봐서, 그 사람을 도우러 갔어.
부족에 사망자들의 시신이 돌아왔는데, 마침 제사장이 없어서 시몬한테 시신 검사를 부탁했나 봐.
아, 누가…… 돌아가셨구나……
어쩐지 시장에 호객 소리가 안 들린다 했어. 나한테 말도 잘 안 걸어 주고.
다들 뭔가 침울해 보여.
하아, 진열한 상품도 별로 없네.
그럼 시몬 언니가 올 때까지 기다리자. 아까 뭘 교환해야 한다고 하던데.
그래도 괜찮을까, 우르수스 친구?
……사미의 땅을 흐르는 물이여, 부디 저를 받아 주십시오. 당신의 아이들과 대화하게 해주십시오.
(작은 목소리로 허밍)
바람이 붑니다.
고목의 가장 낮은 가지에서 발리 조모의 문 앞에 걸린 횃불까지……
……자비로운 운명이시여.
그들도 동의했으니 부디 확인해 주십시오, 산탈라 나무의 딸이여. 그들의 유품은 모두 이쪽에 있습니다.
과거의 추방자가 서리 단풍 뿌리의 신뢰를 얻다니, 매우 감격스럽군요.
……
무기들에 아직 검붉은 얼음이 남아있는 걸 보니,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던 것 같습니다.
이들은 북지 전선에서 온 전사들입니까?
그렇습니다. 이 전사들은 7, 8년 전 부족을 떠나 북쪽으로 향했습니다.
가장 오래 고향을 떠나 가장 돌아오려 하지 않았던 두 사람이 같은 날에 돌아오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돌아가신 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각자 다른 길을 걸었던 남매입니다.
운명이 당신을 이곳으로 이끌었으니, 이 이야기도 당신께 말씀드려야 할 것 같군요.
예전에 검은 숲의 절반을 뒤덮었던 그 비정상적인 눈의 재난을 당신도 기억하실 것입니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때 우리 부족도 피해를 입었습니다.
눈보라에 갇혔던 여느 부족들처럼, 우리 또한 사미의 계시를 얻기 위해,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눈보라 속에서 나무에 나타날 암호문을 찾아다녔죠.
하지만…… 우리는 제사장이 없는 부족입니다.
우리는 몇 번이고 기도했지만, 사미의 대답은 그저 침묵뿐이었죠.
운명의 인도가 없어, 떠나야 할지 남아야 할지 샤먼들도 판단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그 남매는 뜻을 다잡고 앞장을 섰습니다.
하지만 둘의 생각은 완전히 상반되었죠.
오빠는 에이크티르니르의 전언을 따라 일부 사람들을 이끌고 북지 전선으로 향했습니다. 남은 이들이 이주할 필요가 없도록 눈의 재난을 막으려고 했죠.
부족 제사장이 아닌 자의 인도를 받아들이는 건, 확실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죠.
하지만 동생은 더 이상 가망이 없다며, 이 재난이 지나가길 기다리다가는 많은 사람이 죽을 거라고 판단했죠.
그리하여 그녀는 다른 사람들을 이끌고, 자신의 아츠로 길 가는 내내 점을 치며 위험을 피해, 결국 눈보라를 뚫고 남쪽으로 이동해 이곳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 길 또한 쉽지 않았을 것 같군요.
……그 상황에선 어느 쪽도 순탄치는 못했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 남매가 왜 이토록 서로를 원망했는지, 왜 다시 돌아오지 않았는지 이해합니다.
하하, 저도 언니의 혼비스트 장식품을 망가뜨린 일로 몇 달 동안이나 언니랑 다툰 적이 있습니다. 그 남매의 불화에 비하면 7, 8년이라는 세월도 그리 긴 시간이 아니겠죠.
……하아.
북 옆에 새긴 축복 글자도 이미 흐릿해졌습니다. 요 몇 년 사이 한 번이라도 돌아왔더라면, 제가 다시 정성스럽게 새겨줬을 텐데.
아, 이 북엔……
혈흔 하나 없군요.
하지만 그에 비해 북의 주인인 이 샤먼 무당은 명백한 중상이에요.
아무래도…… 부상 당시, 수중에 무기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
……이 모피 코트에는 보드카 반병이 남아 있네요.
우르수스인들이 강철에서 짜낸 쓴 음료인가요, 훗. 아무래도 우르수스인과 함께 모닥불 옆에 둘러앉아 술을 마셨던 것 같군요.
전사들의 시신을 누가 옮겨온 건지 알려줄 수 있겠습니까?
우르수스 카라반입니다만,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
“'블랙마크'는 확인 중, '리에바파울'은 곧 수상 가옥에서 거래할 거다.”
혹시 그 카라반…… 아직도 여기 있나요?
평소대로라면 아마 시장에 그다지 오래 머물진 않을 겁니다. 해가 지면 이동하기 쉽지 않을 테니까요.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그들을 찾아서…… 당시 상황을 좀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잠깐만요, 산탈라 씨…… 다시 돌아오실 건가요?
네?
우리 부족은 이미 쇠약해져서…… 가능한 당신께 도움을 청하고 싶습니다.
이번 의식은 우리 부족에게 의미가 남다릅니다.
죽은 자들을 보내는 장례식일 뿐만 아니라, 살아남은 자들이 고향에 전하는 작별 인사이기도 합니다. 박식한 샤먼이 함께 있어 준다면, 부족 사람들도 분명 가호 하나라도 더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부족 이동이라.
백 년이 지난 지금, 사미의 의지가 또다시 이토록 많은 부족을 남쪽으로 이동하게 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이번엔 사미의 의지가 저희한테도 보여주셨죠.
그리고 우리도 흉조를 보았습니다.
신생아가 밤새도록 울고, 야수들이 늪지대에서 죽었습니다……
(두려움의 징조인가.)
(그런데 데몬의 오염이 빙원에서 이토록 먼 남쪽 늪지대까지 퍼졌다고?)
(아니면, 우르수스인들이 사미에 투입한 그 '블랙마크'가 사실은……)
말씀하신 흉조에 대해 저도 짚이는 곳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약속드리죠.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하지만…… 지금은 당장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죽은 자의 영혼이 아직도 지켜보고 있으니, 산 자는 그들에게 안녕을 줘야 하겠죠.
……앗, 제사장이 없는 게 그렇게 큰일이야?
그럼 이 부족이 지금 힘든 시기를 보내는 게…… 설마 제사장이 없어서 그런 거야?
응.
(노트에 기록한다) “제사장은 점을 통해 부족을 지켜준다.”
“제사장이 없는 부족은 재앙이 다가와도 모를 수 있다.”
그렇다면, 제사장은 재앙정보전달자 지식도 있어야 하겠네……
공부한다고 제사장이 되는 건 아니야.
예전에 내가 툰드라에서 제사장이 되기 위해 시련을 받다가 거의 죽어가는 녀석을 만난 적 있거든.
아, 게다가 어떤 부족은 사미의 부름만 기다린다고 해. 제사장이 되는 사람들은 모두 기적의 계시를 받는다던데……
뭐, 이런 건 역시 시몬에게 물어보는 게 최고야. 나는 그저 더 이상 네가 시장에서 물어보고 다니지 않았으면 해.
이 부족은…… 마치 지쳐버린 혼비스트 같아. 계속 찌르면서 일어나라고 할 순 없잖아.
미안……
하아, 그리고 네가 골라 준 이 팔찌도 전혀 예쁘지 않아. 방해만 되고.
헤헤, 그건 단지 함께 시장 구경이나 하자고 둘러댄 핑계인데.
너도 이제 사미인이 다 됐구나. 남쪽의 이런 쇳덩이들이 있는 곳이라면 혼자 막 다녀도 되겠네.
그래도, 난 네가 함께 있어 줬으면 하는걸!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안 좋은 예감이 들어.
……너는 평소에 예감이 잘 맞는 편이야?
아니.
사실 평소에 예감 같은 건 전혀 못 느껴.
말해 봐.
네가 느낀 건 맹글러의 그림자야? 아니면 거목의 균열 같은 거야?
음, 둘 다 아니야……
잠깐, 맹글러? 여기 맹글러도 있어? 혹시 마주치면 네게 맡겨도 될까?
하아, 출발하기 전에 호신하는 법을 다시 한번 가르쳐 줄게.
그러니까 내 질문은, 네 예감이라는 게 대체 어떤 형태냐는 거야.
으음……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인지 모르겠으니까 예감이라 하는 거지.
그냥 느낌이야. 뭔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데, 그걸 못 알아본 느낌?
아, 예를 들어 이 눈을 파헤치면 밑에 초대박 발견이 있는데, 나는 모르고 그냥 지나치는 거!
헤헤, 마리 선생님도 내가 늘 이런 실수를 한다고 말하긴 했지만……
에…… 에취!
하아, 눈이 갑자기 거세졌네.
……앗, 시몬 언니! 드디어 오셨네요!
너희, 혹시 우르수스 카라반 못 봤어?
봤어요. 저한테 빈 술통도 주던데요. 무슨 '황제 폐하'니, '국경경비대가 싫어하니 가져갈 수 없다' 이런 말을 하면서 주더라고요. 이것 봐요.
원래는 언니를 기다렸다가 교환할 물건은 없나 확인하려 했는데, 시간이 없다면서 황급하게 떠났어요.
……그대로 보내줬다고?
녀석들은 저쪽으로 향했어. 볼일이 있으면 지금 쫓아가도 따라잡을 수 있을걸.
시몬, 너 지금 화난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었어?
아니…… 단지, 선물을 줬으니 답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마젤란, 티폰, 너희는 부족을 따라 차파트로 이동해. 길에서 안전에 주의하고. 알았지?
무슨 일 있으면 절대 나설 생각 하지 말고, 바로 도망가. 생존이 우선이야.
너도 마찬가지야, 시몬.
후훗, 내 걱정은 필요 없어.
나도 최대한 빨리 돌아올게…… 전사들의 장례식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했어.
……
……마젤, 지금 무슨 생각해?
……아.
이상하네.
분명 방금까지는 시몬 언니한테 이 술병에 쓰여 있는 사미 글자가 무슨 뜻인지 물어보려고 했던 것 같은데.
어떻게 된 건지 그새 뭔가에 홀려서 못 물어봤어.
뭐, 됐다. 일단 정리해두자.
라그나, 그들이 돌아왔어요.
당신의 점은 여전히 정확하더군요.
틸라가 오늘 정말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우리 부족 최고의 사냥꾼인데 말이죠.
그리고 이 팔찌를 보세요. 몇 년 전에 잃어버렸는데 막내아들이 찾아줬어요. 당신이 말했던 것처럼 “행운은 깊은 물 속에서부터”라는 말 그대로입니다.
그리고……
그 칠흑의 죽음도 확실히 우리 전사들의 몸까지 닥쳤습니다.
……
그래서, 꼭 물어보고 싶은데, 그땐 왜 그렇게 했나요?
점괘가 우릴 북쪽으로 인도할 걸 알면서, 왜 반대로 했나요?
……미안하군, 난 내 가족을 보러 온 것뿐일세.
장례식에 별다른 일이 없다면…… 이만 돌아가 보겠네.
라그나……!
가게 둬.
그녀는 이미 사미와의 연결 고리를 잃었어. 그런 불쌍한 인간을 탓할 필요까진 없다.
……
하아, 기타노 씨, 어때?
사람들이 아직도 싫어해?
이럴 줄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네.
어…… 그래도 여행 중에 친구를 만난 건 오늘 운이 좋다는 거지!
너를 봤을 때 또 환각을 본 줄 알았는데. 어떻게 이런 우연이!
……아, 미안.
여기 어떤 분이 돌아가셨다는데, 설마……
상관없네, 나는 오라버니의 죽음을 예견해서 여기 돌아온 것뿐이니.
우리는…… 어떤 사정 때문에 큰 불화가 생겼고, 그래서 오랫동안 서로 소식이 끊겼네.
……
하지만 의식에서 가장 중요한 책임을 지는 샤먼은, 장례식을 준비하지 않는 것 같네.
……마젤란, 정말 예리한 친구를 두었군.
딱 보면 알지.
게다가, 단지 죽은 자와 작별하는 거라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슬퍼하지는 않아.
죽은 자와 작별을 고할 기회가 있었다면, 너도 지금처럼 슬퍼하지 않았을 테고.
……그렇네.
원래는 7년이 지나면 나무에 새 가지가 자라고, 다들 이 땅에 뿌리내려 편안한 나날을 보냈을 거라 생각했네만……
결국 내가 본 것은 부족민들이 갈수록 빈번해지는 재난에 고통받아, 어쩔 수 없이 이주해야 하는 상황이었지.
그런데 정작 샤먼들은 전통 장례식을 치를지 말지에 대해 다투기나 하고 있으니.
음…… 하지만 한마디도 하지 않고 어떻게 작별을 고할 수 있는 거야?
……
어차피 모든 건 파울비스트처럼 언젠가는 날아가 다시 볼 수 없을 건데 말이야.
네가 소리쳐 놀라게 한다고 문제 될 게 뭐가 있겠어.
저는…… 장례를 반대한 적이 없어요. 다시는 이런 제안을 하지 마세요.
그들이 고향 땅에 돌아온 것만 해도 얼마나 큰 행운인데, 어찌 육체에서 해방되지도 못한 채 장시간 추운 밤에 내버려 둘 수 있겠습니까?
이 땅은 곧 우리의 고향이 아니게 된다.
그러니까 더더욱 수장 귀향 의식이 필요하죠. 물길을 따라 고인을 만날 수 있도록……!
재난이 바로 코앞이야.
저도 알고 있습니다……
……이들도 재난의 일부란 말이다.
록혼비스트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죽을 때까지 발광하고 있는 게 바로 징조야. 북지 전선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뿔피리를 불며 밤새 경계하고 있을 거다.
그들은 모두 전사야.
전사들에게 좋은 죽음이란 없다.
……
그건, 소문일 뿐이잖아요?
당신은 북방 빙원으로 싸우러 간 후에도 어두운 운명을 맞이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미의 계시와 축복을 받았죠.
하지만 당신은 경계심 때문에 그 전사들에게 자신들의 육체를 위해 보초를 서게 했습니다. 육체가 썩어 문드러질 때까지……
이 전사 중에는 당신이 가장 아끼는 제자도 있잖습니까. 그는 지금도 당신의 차가운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어요.
그렇다면 들으라고 하지. 그도 강인한 전사야. 이 모든 것을 기꺼이 받아들일 테지.
……지당한 말일세.
우리…… 죽은 자들의 뜻을 물어보는 건 어떻겠나?
……아무래도 저 두 외부인이 너에게 맹목적인 용기를 불어넣어 준 모양이군.
하지만, 제사장은 이미 떠난 지 오래됐다는 것을 너도 잘 알고 있을 거다.
발리 할멈이 세상을 떠난 후, 이 부족에 부름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니면, 너도 전통을 깨고 부름을 기다리지 않고, 멋대로 제사장의 시련을 마련한 부족을 따를 셈인가?
아니.
난…… 그들의 의사를 점쳐 볼 생각이네.
라그나……
……그래, 나는 운명이 우릴 이끌기를 바라고 있네.
따질 필요도 없네. 나를 모순된 사람이라 해도 좋아.
그렇다면 나도 굳이 막진 않겠다.
……그래요. 부족의 나무가 가지를 들어 올려 당신을 받아들인다면, 저 또한 막진 않겠습니다.
우린 모두 죽은 자들의 답을 기다리죠.
차파트로 서두르지 않아도 돼? 너희 남부인들은 뭔가 늘 급하던데.
예를 들면, 여행 왔는데 너희는…… 어, 그 차, 차를 타고 바로 와서는 공터에 내려서 잠깐 있다가 또 바로 가버리잖아.
음, 나도 마리 선생님이 걱정되긴 해.
하지만 지금 해야 할 일은 사미의 정보를 최대한 많이 수집해서 수색대가 루트를 쉽게 짜도록 도와주는 거야.
게다가, 기타노 씨랑도 더 함께 있고 싶고.
로도스 아일랜드에서는, 다들 기타노 씨가 카드 게임에서 졌을 때 감정 기복이 가장 심하다던데……
여기서 저렇게 슬픈 표정을 지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
너는? 차파트에 있다는 그 의뢰인이 기다리고 있지 않아?
글쎄.
어?
음, 사실 난 아무것도 몰라. 남쪽 도시에 기다리고 있다는 의뢰인의 정체가 뭔지도 모르고, 내가 가서 뭘 해야 할지도 잘 몰라.
아마 또 성가신 일을 몰래 처리해 주길 바라겠지.
녀석들은 가끔씩 비밀스럽게 행동해. 다음에 너도 데려가 줄게.
한번은 죽은 혼비스트를 옮겨달라는 글만 나무판에 적혀 있었지.
죽은 혼비스트 옆엔 그림자도 없는데, 그게 안 보인다고 사람들이 오히려 겁을 먹고 나한테 대신 처리해달라고 하더라.
음, 그렇다는 건 다들 너를 신뢰한다는 거잖아.
사람들이 너한테 접근하길 꺼리는 게, 정말 너의 활이 액운을 가져온다고 생각해서 그런 걸까?
그, 그렇다면…… 광석병이랑 다를 게 뭔데?
광석병? 아니, 그건 아니지. 둘이 어떻게 같아?
시몬도 광석병에 걸렸는데, 사람들은 모두 시몬을 존경하잖아?
하지만 난…… 내가 정말로 이 활을 길들인 건지 잘 모르겠어.
음…… 잘 길들이지 못했다면, 아마 사용할 때 무슨 느낌이라도 있지 않았을까? 내 드론이 말을 잘 안 들을 때처럼.
물론, 내가 깨어 있을 때라면 이 녀석을 계속 지켜볼 수는 있지.
하지만 내가 꿈을 꾸고 있을 때, 의식이 내 몸에서 떠났을 때는?
“액운을 입에 자주 올리면 그 그림자가 점점 더 뚜렷해진다.” 너희 남부인들은 이런 말 몰라?
처음 들어봐? ……그래, 뭐.
예전에 나는 계속 아르게스의 동굴에서만 지내서, 그땐 나랑 이 무기를 아는 사람이 없었어.
하지만 지금은 달라. 내겐 힘이 있고 사람들을 도와 곳곳에서 그림자를 쫓아냈어. 하지만 그럴수록…… 나에 대한 소문도 점점 늘어났지.
나도 액운이 언제 갑자기 내게 들이닥칠지 몰라.
음…… 나는 티폰 활에 문제는 없을 거라고 믿어! 너랑 이만큼 오래 지냈는데 아무 일도 없었잖아!
물론, 확실히 검증된 건 아니지만……
맞다, 네 무기를 엔지니어링부에 가져가 동료한테 분석해 달라면 되겠네.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설명해줄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너를 위해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도 있어.
예를 들면, 메이어라는 동료가 있는데 위험한 물건을 잘 다루거든.
그리고 나와도 엄청 친해, 헤헤. 메이어라면 내가 위험한 무기를 자기 실험실에 가져왔다고 나무라진 않을 거야……
……여기서 가져간 샘플을 연구하는 데도 시간이 엄청나게 걸릴 텐데, 네 무기를 몇 년 동안이나 가져갈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응……?)
고마워, 넌 참 열심이구나.
하지만 말했잖아, 내 무기는 건드리지 마.
이건 나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야. 아르게스도 그렇게 말했고……
……마젤란, 너 지금 뭐 해?
어?
손 놔.
마젤란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놓았다. '첨벙' 소리와 함께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었고, 휘둥그레진 눈으로 수면에 넘실거리는 잔물결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 방금 뭘 던졌지?
그 우르수스인들이 준 술통.
너 방금 그 술통으로 늪의 흙탕물을 퍼내고 있었어.
음, 내가 옷으로 흙탕물을 걸러내는 방법을 알려줬지만…… 아니, 잊었을 리가 없지. 너 지금 뭔가 이상해.
어…… 아! 정말이네, 나 아까 또 정신이 나가 있었어?!
그래도 모처럼 받은 선물을 꺼내야……
……
손 뻗는 게 무섭지?
응.
손 줘.
어? 이런 상황도 대응할 수 있어?
……후우.
이제야 좀 진정되네.
손가락에 덩굴 하나 감았다고 바로 효과가 나타나다니! 역시 넌 대단해!
아, 자기한테도 감았구나.
응.
그래도, 저건 이제 줍지 마.
시몬이 그랬잖아? 조심하라고.
알았어……
……이상하네, 방금 쓴 방법은 데몬을 상대할 때만 효과적인 방법인데……
설마 시몬이 충고했던 게……
……죽은 자가 내게 대답했네.
많은 이들이 장례를 원하고 있어.
단 한 명만…… 침묵을 유지했고.
……
침묵한다는 건, 적어도 반대하진 않는다는 거죠?
죽은 자의 뜻이 그러하다면, 우리도 마땅히 존중해야겠지요.
……그렇다면 평소대로 장례를 거행하겠다.
배 탈 때 조심해, 마젤란.
아, 고마워!
이건 우리 늪지대 부족의 전통일세.
밤이 되면 배를 띄우고, 흐르는 물에 배를 맡겨 수장처에 도착하면 죽은 자들은 배를 따라 물속에 가라앉게 된다네.
이 과정을 거쳐야만 죽은 자는 육체의 속박에서 벗어나, 숲에서 흐르는 물길을 따라 자신의 핏줄을 찾을 수 있다네.
다만, 이번 장례식은 우리가 고향과 작별을 고하는 의식이기도 하지.
그래서 다들 살림살이와 함께 배를 타고, 죽은 자와 함께 가는 거라네.
……죽은 자는 배와 함께 가라앉고, 산 자는 고향을 떠나지.
나랑 티폰은 부족 사람도 아니고 부족 사람들의 가족도 아닌데, 같이 배를 타도 괜찮은 거야?
그럼.
오히려 동행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
나는 이미 외로운 몸이고, 홀로 사미 밖을 떠돌아다니는 운명을 받아들였지만…… 마지막 가족을 배웅하면서 홀로 배를 타기에는 그래도 뭔가 쓸쓸함이 없잖아 있었다네.
……적어도 장례가 치러지면 부족 사람들도 위안을 얻겠지.
산 자든, 죽은 자든.
뭔가, 내게 손을 내밀다니, 나더러 부축해 달라는 건가, 티폰?
아니.
네 손은 너무 차가워, 기타노. 마치 매우 추운 바람이 계속 불어서, 넌 눈을 가늘게 뜨고 두 손을 꽉 움켜쥘 수밖에 없는 것만 같아.
……
늘 궁금한 게 있었어.
네 점괘에서, 죽은 자들이 뭐라고 대답했어?
그리고, '침묵'이라니, 그건 어떻게 된 거야?
……
뿔피리가 울렸다. 이젠 뒤돌아보면 안 된다.
운명이 우리를 나아가게 한 이상, 여기 남은 것들도 언젠가는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노를 저어라.
사람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선두의 배에서 샤먼의 낮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죽은 자는 조상의 영혼을 따라갔고, 그들의 이름이 하나씩 불린다.
시신을 실은 작은 배의 구리 방울이 바람과 함께 울린다.
의식은 이미 시작됐고, 더 이상 고개를 돌릴 수 없다.
……미안하구나.
네 번째 점괘에서, 내가 봤던 건 여전히 '의식'이었다.
그렇다면, 다섯 번째 점괘에서 나는…… 라잘에게 물었다.
……
라잘, 그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네.
……아니, 어쩌면 그대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건지도 몰라.
그 눈보라에서 빠져나오는 길은 상당히 길었지. 강도 풀리지 않았고.
나는 지금 사미 밖에서 생활하며 쇳덩이 배와 함께 여행하고 있네. 그 배는 매우 안정적이어서, 간혹 부족 사람들이 배를 끌고 얼음 위를 걸을 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네.
나중에 다들 지쳐서 배를 끌 힘도 잃었고, 자기 몸마저 가누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지.
……그 길에서 너무나 많은 희생을 치러, 내게는 도저히 돌아볼 용기가 없었네.
그게 사실이고, 난 돌아볼 용기가 없었을 뿐이라네.
우린 확실히 정반대의 결정을 내렸고, 이를 위해 서로 무기를 겨누기도 했지만, 내가 그대를 원망해서 고향에 돌아오지 않은 건 아닐세.
……뭐, 북쪽의 땅을 지키는 전사에게 이런 사실 따위는 아무래도 좋겠지만.
의식 항아리 속 잎사귀도 거의 다 타버리고 있다네.
그러니까, 부디…… 대답해 주지 않겠나.
그대는 어째서……
오라버니, 그대는 어째서 내게 답해주지 않는 것인가?
어둠, 안개, 그리고 어둠.
수정구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네.
어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