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나무 그늘 속에 잠들다

빙원의 딸

미니 스토리브릿지2024-02-27

윈터투스 산맥에서 이상 현상을 겪은 마젤란은 낯선 살카즈의 도움을 받게 된다. 산지대 사미인들은 마젤란 일행을 극도로 경계했고, 그들을 산맥 방어선에서 쫓아낸다.

등장 오퍼레이터: 마젤란, 티폰, 산탈라


강인한 사미 산지대 전사

실종된 라잘 쪽은, 소식이 없나?

진지한 사미 산지대 전사

응, 더 이상 찾을 필요 없어.

진지한 사미 산지대 전사

데몬이야.

진지한 사미 산지대 전사

저쪽 얼음에 아츠에 파인 흔적이 있던데, 치열한 전투였던 거 같아.

강인한 사미 산지대 전사

……서리 단풍의 뿌리. 존경받아 마땅한 전사들인데, 설마 시체조차도 남지 않았단 말이야?

진지한 사미 산지대 전사

빙원은 항상 악천후니까.

강인한 사미 산지대 전사

요즘 들어 이런 날씨가 너무 잦아졌어.

진지한 사미 산지대 전사

사미가 에이크티르니르의 말을 빌려서 이미 우리에게 경고했잖아?

진지한 사미 산지대 전사

가자. 요새를 더 보강하고, 모든 관문을 확실하게 감시하는 수밖에 없어.


마젤란

(노트에 기록한다) “우리는 윈터투스 산맥에 진입했다. 현재 기온…… 영하 31도.”

마젤란

“지금까지 사미 경내에서 통신 기지를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 여전히 마리암 주임의 탐사대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마젤란

하아, 마리 선생님이 없다면 이 노트는 어디에 보고해야 하지? 마리 선생님은 항생 내 조사 보고에서 더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현상들을 짚어주곤 했는데……

마젤란

“우리는 이전의 탐험 기록에 있던 윈터투스 산기슭, 숲의 끝자락에 있는 한 거주지를 통과했다.”

마젤란

후우…… 겨우 장갑 하나 벗었다고 이렇게 춥다니.

산탈라

뭐 도와줄 거 없어, 마젤란?

마젤란

아, 괜찮아요, 시몬 언니. 보고서도 거의 다 썼어요! 곧 피신처에서 나와 용감하게 눈보라에 들어갈게요!

마젤란

방금 어디까지 썼더라? 아, 그렇지……

마젤란

“그 거주지는 현재 사라지고 없다.”

마젤란

“동행한 시몬……”

마젤란

(급히 선으로 지운다)

마젤란

“동행한 사미인에게 이 사실을 확인했으며, 사미인 부족은 확실히 이주하는 것 같다.”

???

왜 이주하는 거야?

마젤란

나도 조사해 봤는데, 아직 밝혀내진 못했어.

마젤란

시몬 언니가 말하길,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고 사미가 알려줘서 반드시 떠나야 했대.

마젤란

하지만 지금까지 수집한 기후 자료를 과거 기록과 비교해 보면 뭔가 특별한 이상은 없고, 장기 데이터를 놓고 봐도 뚜렷하게 변한 게 없는데, 사미는 도대체 어디에서 위험을 봤다는 거지?

???

아무래도…… 과학조사과 자료를…… 업데이트해야 할 것 같네.

마젤란

응, 확실히 사미는 우리에게 미지의 지역이야.

마젤란

그런데 사미 사람들도 간섭받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

마젤란

마리 선생님도 예전부터 사미인과 좋은 협력 관계를 맺고 싶어 했지만, 계속 실패했지.

마젤란

우르수스 쪽 신청 과정은 너무 복잡하니까, 사미를 통해 빙원에 들어가는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고 관측소를 증설할 수 있다면, 향후의 탐사도 더욱 원활하게 이루어질 텐데.

???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사미인은 그 누구도 빙원에 들어가는 걸 원하지 않아……

마젤란

그러니까……

마젤란

어라?

마젤란

나 방금…… 마리 선생님이랑 대화한 건가?

마젤란

시몬 언니, 시몬 언니!

산탈라

왜 그래?

마젤란

나 방금……

마젤란

……저쪽에 사람 형체 아닌가요? 눈이 너무 세게 내려서 잘 안 보여요……

???

마…… 젤란……

마젤란

저, 정말로 마리 선생님?!

마젤란

시몬 언니, 저 잠깐 확인하고 올게요!

과학조사과 주임?

마젤란.

마젤란

(아! 진짜네! 다행이다. 드디어 찾았네요! 무사할 줄 알았어요!)

마젤란

……

마젤란

(이상하네, 왜…… 목소리가 안 나오지?)

마젤란

(하아, 하아……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어…… 지금, 나 떨고 있나? 어째서?)

마젤란

(안 돼, 안 돼, 안 돼, 주임을 불러 세워야 해, 주임을 데리고 돌아가야 해!)

마젤란

선생님……

마젤란

……읍! 으읍!

???

쉿.

???

듣지 마, 보지 마, 소리도 내지 마.


낯선 소녀

널 탓하진 않을게, 시몬. 여길 방문하지 않은지도 오래됐잖아. 그걸 느끼지 못하는 것도 당연해.

산탈라

후훗…… 정말이지, 난 이제 손님이 돼버린 걸까?

낯선 소녀

저 녀석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손님이야. 너희가 고른 등산로를 이용하는 사람은 이제 없어.

낯선 소녀

하아, 내가 이쪽에 올 때마다 항상 돌아서 오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

산탈라

그 전사들은 아직도 널 받아들이지 않았니? 하지만 이 땅은 너를 사랑하는 아이라고 생각할 텐데……

산탈라

……아무튼, 도와줘서 고마워, 티폰.

티폰

흥, 보수는 필요 없어.

티폰

이 근처에 숨긴 식량으로 몇 달은 충분히 버텨낼 수 있으니까.

티폰

아까 너희가 빙원에 들어가려는 건 남쪽에서 온 사람들을 찾기 위해서라고 했지?

산탈라

그래.

티폰

그럼 나도 따라갈게. 실종된 인간은 분명 위험에 처했을 거야. 내가 함께 남쪽에서 온 녀석들을 지켜주지.

마젤란

아~ 아~ 엥? 이제 말할 수 있네…… 이제 말해도 돼?

마젤란

저기, 실은……

티폰

움직이지 마.

티폰

……두 손은 왜 들고 있는데?

마젤란

으…… 사미인은 엄청 사납고, 이방인이 빙원에 들어가는 걸 싫어한다고 들어서.

마젤란

나, 나한테 나쁜 뜻은 없어!

티폰

응? 여기 전사들이 확실히 사납긴 하지만, 난 전사가 아니야.

티폰

아무튼, 아까는 내가 아츠로 널 깨웠어. 그래도 그 목소리는 아직 들릴 거야, 맞지?

마젤란

으…… 응, 들려.

마젤란

하지만 괜찮아. 환청이란 걸 알았으니 다시는 바보처럼 대화하지 않을 거니까.

마젤란

아, 맞다, 이것도 기록해 둬야겠다.

마젤란

그런데 이 환청이 들리는 원인이 뭔지는 알아? 극단적인 기후로 인한 육체적인 피로인가? 아니면 주변 수원에 중추신경을 마비 하는 성분이 들어있다든지?

티폰

하아, 귀를 가까이 대.

마젤란

(작은 목소리로) 응, 말해 봐.

티폰

됐어, 다른 쪽도.

마젤란

응…… 응? 귓속말로 뭔가 알려주려는 게 아니었어?

마젤란

그럼 내 귀를 스친 건 뭐야? 꽤 차갑던데.

티폰

이걸 혀 밑에 넣어놔.

마젤란

이, 이끼 덩어리?

마젤란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탐험가들이 가죽 제품을 삶아 먹는다는 건 알아도, 설마 이끼까지 먹을 거라곤 상상해 본 적이 없는데……

마젤란

그래, 마젤란, 용감하게 도전해 보는 거야!

티폰

왜 그리 의심이 많아, 그냥 입에 머금고만 있어.

티폰

이러면 그 이상한 잡음에 시달리지 않고, 자기 소리만 들리게 될 거야.

마젤란

그래? 너 아주 착하구나!

마젤란

……음, 하지만 이러면 주변 환경의 위험을 바로 발견할 수 없고, 등반할 때 균형 감각에도 영향을 끼쳐서 상당히 위험할 텐데.

산탈라

걱정하지 마, 티폰을 믿어.

산탈라

내가 티폰과 함께 너를 눈이 오염되지 않은 곳으로 데려다 줄게.

티폰

응. 이끼를 뱉을 때가 되면 내가 수신호를 줄게.

티폰

하지만 그전까지, 큰 소리로 얘기하지 마. '그것'이 눈치채지 못하게 해.

마젤란

으, 알았어……

마젤란

……

젊은 탐험가는 갑자기 멈춰 아무도 없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2초 동안 머뭇거리다가 이내 티폰의 지시대로 이끼 덩어리를 입에 집어넣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마젤란

응, 확실히 아무것도 안 들리네.


티폰

멈춰.

산탈라

눈 속에 무스비스트 털이 섞여 있어. 이건 탐지 아츠야.

산탈라

제때 마젤란을 멈춰 세워서 다행이네.

산탈라

우리가 어떻게든 전사들의 눈을 피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의 방문이 약간의 경의를 표한다는 것은 전할 수 있어.

티폰

이끼를 뱉어내라고 할까? 지금 상황을 설명해 줘도 돼.

티폰

여기를 통해 빙원에 들어가려 한다는 건, 아마도 우리 눈앞의 저 북지 전선이 어떤 건지 모를 거야.

산탈라

그럴 필요까진 없어. 전사들과의 교섭은 나한테 맡겨. 대부분은 공용어나 컬럼비아어를 듣기만 해도 바로 망치를 휘두를 테니까.

산탈라

……어, 저기 왔네.

티폰

하아, 하필이면 '군단' 전사들이야. 저 녀석들이 우리 말을 들어줄 리가 없지.

사미 산지대 정찰병

산탈라 나무의 딸이여.

산탈라

나무 상처의 전사들이여,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사미 산지대 정찰병

그 옆은 이방인인 것 같군요.

사미 산지대 정찰병

그리고…… 검은 활을 멘 사냥꾼도.

산탈라

그렇습니다.

산탈라

섣불리 공격하지 말아 주십시오. 이 이방인은 사미에 바라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산탈라

단지 길을 빌려 끝없는 빙원에 들어가고 싶어 할 뿐입니다.

그녀들을 둘러싼 사미 전사들은 한 발짝도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들은 전투태세를 갖춘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산탈라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산탈라

……이건 규칙을 어긴 것이고, 그 누구도 빙원에 함부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들이 방벽을 쌓은 것은 빙원의 재이를 막기 위함이고, 사미의 사람과 짐승이 넘어가는 걸 막기 위함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산탈라

하지만 이 이방인의 은사가 현재 빙원에서 실종되었고, 은사를 구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합니다…… 가족만큼 가까운 사람이니, 부디 예외로서 통과시켜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사미 전사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산탈라

……부디 믿어주세요. 저희가 이 남부인을 잘 보살피겠습니다. 경솔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고, 길을 잃지도 않을 것이며, 당신들의 적이 되는 일은 더더욱 없을 겁니다.

산탈라

저희가 동행하는 건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실종된 이들에게 벌어진, 최악의 상황을 대처하기 위함입니다.

사미 산지대 정찰병

……그 검은 활을 신뢰하는 겁니까?

사미 산지대 정찰병

미친 사이클롭스의 딸을 믿으라는 겁니까?

산탈라

저 검은 활만으로는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습니다. 하물며 여러분과 같은 것에 맞서고 있잖습니까.

사미 산지대 정찰병

정신이 멀쩡하다고 그 무기가 액운을 몰고 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사미 산지대 정찰병

과거, 우리 또한 모든 전사의 유품을 가져오곤 했지만, 적들이 우릴 발견할 수 있었던 것도 유품에 남은 그 더러운 것 때문이었죠.

사미 산지대 정찰병

그 사실을 당신 또한 잘 알고 있을 테고요.

사미 산지대 정찰병

……산탈라 나무 아래의 시몬이여.

산탈라

……

산탈라

저는 더 이상 샤먼이 아닙니다만, 그래도 예전의 신분을 빌려서 이렇게 부탁하고 싶습니다.

사미 산지대 정찰병

확실히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그 제사장이 될 뻔했던 전사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다만, 책무에서 도망쳤으니, 우리도 더 이상 그 과거에 대해 언급할 생각은 없습니다.

산탈라

그 힘이라면 옆에 있는 사람은 지킬 수 있을 테지요.

산탈라

빙원에서 실종된 사람은 십여 명이나 됩니다. 제가 기억하기에는 이렇게 많은 생명을 위해서라면 북지 전사들도 흔쾌히 길을 터줬던 것 같은데요.

사미 산지대 정찰병

아니요.

사미 산지대 정찰병

운명의 가혹함은 견뎌내는 것입니다, 산탈라 나무의 딸이여. 도망치지 말고, 그걸 견뎌야 합니다.

산탈라

……이건, 에이크티르니르 씨의 말이군요.

산탈라

설마 그 사람이…… 북지의 무언가를 본 것입니까?

사미 산지대 정찰병

이방인에게 해 줄 대답은 없습니다.

사미 산지대 정찰병

하지만 에이크티르니르는 이미 수많은 전사들을 데리고 남쪽으로 향했습니다. 사미의 속삭임을 모든 부족에게 알리기 위해.

산탈라

알겠습니다.

산탈라

사미가 예언을 한 이상, 저도 막무가내로 빙원에 들어가진 않겠습니다.

산탈라

하지만 저희에게 남은 물자로는 산기슭으로 돌아가, 거기서 다시 산길을 우회해 가기엔 불가능합니다.

산탈라

아무리 데몬의 오염이 계속 퍼진다고 해도, 저희로서는 이 산맥에서 계속 전진하여 전사들이 지키는 관문을 통과해야만 합니다.

사미 산지대 정찰병

물자? 대지를 황야라고 부르며, 자연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도 살아갈 수 없다니. 남부인들의 그런 왜곡된 생각이 바로 그들의 결점이죠.

산탈라

여러분……

티폰

하아, 이만 가자, 산탈라.

티폰

이 녀석들한테 해명할 필요 없어.

산탈라

지금 그 손짓은…… 진심이야?

티폰

응. 날 믿어.

마젤란

……잠깐, 잠깐!

마젤란

우웩, 입안이 너무 써…… 콜록, 내 말 좀 들어 봐!

마젤란

나 나쁜 사람 아니야. 그냥 탐사를 나온 연구원이라고. 이 상자에는 전부 예비용 드론이니까, 지금 열어서 보여 줄 수도 있어!

마젤란

물론, 나도 몰래 빙원에 들어갈 생각은 없었어. 단지 어떻게 사미 정부 기관에 연락해서 신청해야 할지 몰랐으니까!

마젤란

아, 사미에 정부 기관이 있나? 지금까지 못 봤던 것 같은데……

마젤란

아무튼, 내게 우르수스에 제출했던 서류들이 있어. 신분증, 탐험 허가증, 그리고 이미 쓸모없어진 노선 계획서까지…… 전부 내가 연구원이라는 증명이야.

마젤란

그리고 시몬 언니랑 티폰 모두 좋은 사람이니까, 두 사람을 탓하지 마! 나를 의심한다면, 내가 직접 해명할게!

마젤란

그리고……

이것은 착각이 아니었다.

그녀가 입을 열 때마다 사람들의 표정이 점점 험악해졌다.

모두가 그녀의 뒤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그 환청이 그들에게도 들리는 것처럼.

티폰

이 바보야, 도망쳐!

티폰

넌 지금 재이의 징조를 몰고 온 거야.


티폰

이쪽이야!

산탈라

이쪽이 아까 네가 말했던 그 잘 안다는 샛길이야?

티폰

맞아.

마젤란

와…… 위험했다. 화살이 바위에 맞았어!

마젤란

고마워, 윈터투스의 바위야!

티폰

아마 눈보라 때문에 바위를 사람으로 착각했겠지.

티폰

그 아츠 꽤 쓸 만한데, 시몬. 역시 엄호에는 네가 최고라니까!

티폰

자, 이쪽.

산탈라

뒤에 조용해졌네.

티폰

으음, 어디 보자…… 응, 이제 전사들의 모습이 안 보여.

마젤란

다행이다, 따돌렸구나!

산탈라

어쩌면…… 일부러 쫓아오지 않았을지도 몰라.

마젤란

어쨌든 지금은 안전한 거네요!

마젤란

후우…… 아.

마젤란

갑자기…… 숨쉬기가……

티폰

팔을 줘, 부축해줄게.

마젤란

고, 고마워…… 이 탐사 장비들이 너무 무거워. 방호복도 너무 두껍고. 아마 극지탐사용 장비를 설계한 사람도 산에서 달릴 거란 걸 상상하지도 못했겠지……

마젤란

……하아, 제대로 사과할게!

마젤란

아까는 아무 소리도 안 들렸고, 너희가 나 때문에 싸우는 것 같아서 급한 마음에 큰 소리를 질러 버렸어.

마젤란

주임은 늘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런데…… 아마 내가 왜 환청을 두려워해야 하는지 몰라서 그랬을 거야. 내가 신중하지 못했어……

티폰

사과할 필요 없어.

티폰

자연은 옳고 그름 따윈 알려주지 않아. 사람과 친한지 안 친한지 그 차이뿐이야. 그 북지 전사들도 마찬가지고.

마젤란

어? 친하다니……?

티폰

그 녀석들은…… 음, 마치 이어져 있는 산맥과도 같아. 네가 뭐라고 하든 너는 절대 산이 될 수 없어. 네가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노력해서 그 산을 넘는 것뿐이지.

티폰

물론, 너도 산에게 평지로 되라고 할 순 없잖아.

마젤란

으음.

마젤란

왜 그 전사들은 차분하게 소통하려고 하지 않을까……

티폰

네 말을 이해할 수 있는지를 떠나서, 그 전사들은 평소에도 말이 별로 없어.

티폰

만약 너와 내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붙어살면서, 매일 정해진 대로 순찰하고 사냥하고 전투한다면…… 점점 더 할 말이 없어지겠지.

마젤란

음,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가?

티폰

아니, 우선 의견이 서로 달라야 소통의 필요성이 존재해.

티폰

그래서 그 녀석들은 이어진 산맥 같다는 거야.

산탈라

게다가 우르수스까지 상대해야 하니까.

산탈라

그 사람들에게 단번에 생각을 파악할 수 없는 이방인은, 모두 경계해야 해.

산탈라

조금 냉혹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게 그 사람들의 생존법이야…… (사미어) “운명이 어떤 모습이든 그걸 받아들여라.”

마젤란

(사미어) 운명……

티폰

신경 쓰지 마. 아까는 시몬이랑 미리 도망치자고 수신호를 보냈어. 아무리 협상해 봤자 결국은 우리가 물러서야 해. 녀석들이 양보해줄 거라는 기대는 안 하는 게 좋아.

티폰

그나저나 이제 빙원에 가서 네 선생님을 찾을 수는 없게 됐네.

마젤란

하아…… 그러게.

티폰

이제 어떻게 하려고?

마젤란

음…… 차파트에 가서 도움이나 청해볼까 하는데.

산탈라

차파트? 거긴 사미 최남단…… 도시잖아.

마젤란

네, 차파트는 사미에서 유일하게 컬럼비아 기업들이 사무실을 차린 곳이잖아요.

마젤란

지금 우르수스에서 빙원으로 들어가는 길이 봉쇄됐으니, 탐사협회 구조대도 그곳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어요.

마젤란

구조대랑 합류하고, 동시에 최대한 이쪽 노선의 정보도 모아 볼 생각이에요. 어차피 사람들은 사미가 어떤 곳인지 진정으로 파악하지도 못했을 테니까요!

티폰

그럼 난 계속 너를 호위해 줄게.

티폰

보수는 필요 없어. 남부인들이 생각하는 보수는 기본적으로 내게 쓸모가 없으니까. 마침 나도 차파트에 갈 일이 있어. 거기 의뢰인이 날 기다리고 있거든.

마젤란

와, 정말 고마워!

마젤란

시몬 언니는요?

산탈라

너랑 함께한다고 약속했잖아?

마젤란

헤헤.

산탈라

그나저나 티폰, 이 샛길은 어디로 향하는 거야?

산탈라

이 산에 전사들이 모르는 길도 있다니, 상상이 안 가는데.

티폰

아르게스의 거처로 향하는 길이야.

산탈라

……사이클롭스의 동굴인가.

티폰

응, 내 집이기도 해. 난 거기서 자랐으니까.

티폰

길가에 살카즈 아츠로 만든 위장이 있긴 하지만, 노련한 샤먼이라면 자세히 살펴보면 바로 알 수 있어. 그렇지만 녀석들은 사이클롭스를 방해하고 싶진 않을걸.

티폰

하하, 당연하지. 자신의 비참한 예언을 듣고 싶은 녀석이 어디 있겠어.

티폰

놈들이 계속 우릴 쫓고 있었다면, 아르게스가 마침 집에 있어서 우릴 도와주길 기대해야지. 다행히 녀석들은 별로 참을성이 없는 것 같아.

산탈라

아직은 안심하기 일러.

산탈라

추격이 너무 일찍 끝났어. 오히려 우리가 눈보라 속에 버려진 느낌이랄까.

티폰

걱정 마, 내가 주위를 잘 살피고 있으니까.

눈이 발밑에서 뽀드득 소리를 냈다.

마젤란

맞다…… 아까 말한 그 재이는 도대체 뭔데?

마젤란

환청의 근원을 알 수 있다면, 샘플을 채취하고 라인 랩에 가져가서 분석해보고 싶어. 어쩌면 장기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무도 마젤란의 질문에 즉각 대답하지 않았다. 오직 눈밭을 걷는 발걸음 소리만 점점 더 선명해져 갔다.

티폰

진짜 이상한 질문이야. 네가 볼 땐, 재앙이나 서리, 맹글러 같은 게 정말로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

티폰

재이는 비교적 드문 트러블에 불과해. 나타나면 어떻게든 이겨내기만 하면 되잖아.

티폰

어, 바로 지금처럼.

마젤란

……

눈 밟는 소리는 사라졌고 얼어붙은 적설은 어느새 무게를 잃은 듯 가벼워졌다. 마젤란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젤란

뭐야, 화, 환각인가? 아니면……

마젤란

……눈이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잖아?

산탈라

잘못 본 게 아니야.

산탈라

눈이 허공에 쌓여서 우리 머리 위에 떠 있어.

마젤란

그럼…… 샘플을 채취하는 수밖에!

마젤란

드론을 가동할 테니 1분만 기다려 줘요!

마젤란

눈꽃이 하늘로 솟아오르다니……

마젤란

앗싸, 채취 완료. 그리고 허공에 쌓인 적설도……

티폰

……조심해!

산탈라

쌓인 눈은 떨어지기도 하지.

산탈라

게다가 가시 범위에서만 봐도, 공중에 쌓인 눈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산탈라

이대로 가다간 떨어진 눈에 우리 셋이 매장당할지도 몰라.

티폰

이곳의 이상 현상은 꽤 오래 지속되고 있었어. 아마 전사들도 알고 있으니까 추격을 포기한 거겠지. 우리가 궁지에 몰린 사냥감이란 건 놈들도 잘 알아.

산탈라

제사장의 아츠로도 어쩔 수 없다면…… 나도 속수무책이야, 미안. 내가 소환한 눈도 그저 상공으로 날아갈 뿐, 내 힘의 원천인 툰드라를 벗어났어.

산탈라

……잠깐, 마젤란, 돌아와! 혼자 앞에서 걷는 건 위험해!

마젤란

괜찮아요, 샘플을 채취하려면 두 사람에게서 떨어져야 해요!

마젤란

드론이 하늘의 적설을 채취하다가 균형이 깨져 무너져내린다 해도, 파묻히는 건 나 하나면 되니까요!

마젤란

……우와, 위험했다!

티폰

……

티폰

느껴져? 눈이 떨고 있어.

티폰

우리의 한 걸음 한 걸음이 그것을 깨우고 있어.

산탈라

하지만 저런 탐색 정신이 가득한 아이를 멈추게 할 수는 없지.

티폰

손을 줘.

티폰

이 방식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런 특별한 상황에서는 시도해 볼 수밖에 없어.

티폰

맞다, 피가 화살촉까지 흐르게 하려면 더 깊게 그어야겠네. 너는 내가 치료해 줄 필요 없지?

산탈라

마음대로 해. 대신 실수로 너무 깊게 긋지만 마. 떨어지는 물방울도 금방 얼음이 되는 혹한인데, 통증마저 마비되면 곤란해.

산탈라

눈이 점점 더 빨리 떨어지고 있네.

티폰

응. 다행히 이 땅 밑에 있는 검은 씨앗은 내 활과 화살을 알아봐. 그것 때문에 늘 사람들에게 오해받고 있지만.

티폰

됐어, 이제 마젤란……

티폰

……마젤란?! 그쪽 상황을 빨리 알려줘!

마젤란

아, 나는 괜찮아! 단지 떨어진 눈이 길을 막았을 뿐이야……

마젤란

일단 제설 모듈로 전환하고……

마젤란

됐다! 이제 금방 넘어올 수 있을 거야!

티폰

일단 손 좀 내밀어 봐. 장갑 벗고.

마젤란

하아, 마음의 준비 좀 하고.

마젤란

……자!

티폰

이제 됐어.

세 사람의 피 묻은 화살이 찬바람을 가르며 굉음과 함께 떨어지는 적설을 벼랑으로 쓸어버렸다. 그러자 으르렁거리는 듯한 소리를 동반한 기묘한 진동이 갑자기 멈췄다.

산탈라

……살카즈의 주술.

티폰

중앙의 적설은 이제 떨어지지 않을 거야. 이제부터 내 눈으로 위험을 판단하고 미리 제거해 줄게.

티폰

계속 가자.


사미 숲지대 주민

또 혼비스트 몇 마리가 샘 근처에서 죽었어.

사미 숲지대 주민

분명 우리는 사미의 의지에 따라 툰드라를 넘어 부족 전체를 이 산기슭까지 옮겨왔는데……

사미 숲지대 주민

왜 아직도 재이의 침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까?!

사미 숲지대 주민

다시 한번…… 다시 한번 점을 쳐보는 건 어때. 이 땅이 언제쯤 우리에게 평온을 줄 건지 말이야.

사미 숲지대 주민

……아니면, 그때 우리와 동행했던 그 사이클롭스 말이 사실인 걸까? 우리 부족이 정말로 그런 비참한 날을 맞이할 운명인가?

마젤란

여긴…… 누군가의 거처라 하지 않았어?

티폰

응, 예전부터 내가 사는 곳이었어.


티폰

하아, 평소처럼 집에 없네.

마젤란

그, 그렇지만 여기는 동굴인데……

마젤란

앗, 시몬 언니는 또 일 보러 나갔나…… 언니가 있었으면 지금 상황이 정상인지 가르쳐 줄 수 있었을 텐데……

티폰

응?

마젤란

아, 아니야! 지금 노트에 이곳에 대해 어떻게 기록할지 고민하고 있었어.

티폰

그래.

티폰

자, 육포랑 소금이야. 잘 챙겨 둬. 아르게스도 그렇게 속 좁은 인간은 아니라서 여기 있는 거 마음대로 가져가도 돼.

티폰

이 정도면 하산까지 버틸 수 있겠다.

마젤란

고마워, 티폰. 하지만!

마젤란

그 아르게스라는 사람을 나는 모르는데, 이렇게 막……

티폰

어, 아르게스가 이런 말을 했어. (살카즈어) “베일을 거둔 건 모두 공유할 수 있는 사물이다.”

티폰

대충 신경 안 쓴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돼.

마젤란

에헤헤, 그럼 사양하진 않을게.

마젤란

그리고…… 이 동굴을 자세히 기록해도 될까?

마젤란

사진도 좀 찍고 싶은데! 하지만 절대로 어지럽히진 않을게!

티폰

그런 거까지 물어볼 필요 있나? 다 보고 나면 모닥불 옆에 와서 좀 쉬어.

마젤란

알았어!

마젤란

맞다, 이 노트를 읽어봐도 될까?

티폰

얼마든지 봐도 돼. 어차피 본인이 알아볼 수 있는 것만 적었으니까.

마젤란

응…… 응?

마젤란

……

마젤란

……아, 티폰, 아까부터 묻고 싶은 게 있었는데.

마젤란

논리적으로 보면 환청이란 건 애초에 모르는 말이나,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개념이 들리는 건 아니지?

티폰

으음, 네가 말하는 그 '논리'가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왜 그래?

마젤란

아무튼, 여길 봐.

마젤란

“상자를 열면 안스코타르니르가 알아차릴 것이다.”

마젤란

네가 잡음을 차단해주기 전에 이런 말을 들었어. 주임이 내게 했던 마지막 말이야.


산탈라

이 우르수스의 통신기…… 신호를 수신한 것 같은데.

산탈라

다만 얼마 전의 통신인지는 모르겠네.

치직거리는 통신음

……군단 소속…… 국경경비대에…… 보고……

치직거리는 통신음

'리에바파울'의 도움으로…… '블랙마크'…… 사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