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이라는 이름의 전차
수도원의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먼 용문까지 찾아가 무사히 일을 마친 힐데가르트는, 여유의 틈 속에서 그는 자신과 이 대지의 연결고리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힐데가르트 자매님, 오늘 같이 좋은 날, 당신의 여정을 축복하겠나이다.
당신의 길에 빛이 있기를…… 신앙과 신념이 언제나 당신과 함께 하기를.
랜든 수도원의 종소리가 기나긴…… 윽? 뭐야?
쿨럭!…… 랜든 수도원의 종소리가 기나긴 세월을 지나, 이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포도주!?
야, 왜 아직 포도주가 남아 있어? 어디서 난…… 엣? 영감한테서 몰래 가져왔다고? 쉿! 쉿!
어쨌든, 랜든 백 년의 영광이 당신과 함께 하기를! 힐데가르트! 빨리 도와줘! 이 술통 좀 까봐!
헤헷, 송별회에 이게 빠지면 섭하지~! 빨리, 서둘러! 영감 돌아오기 전에…… 건배!
......
아…… 꿈이었나?
어? 누군가 노크를…… 벌써 시간이 이렇게?!
좋은 아침입니다, 힐데가르트 수녀님.
……좋은 아침, 아니, 좋은 점심이려나요, 바이슨 씨. 침대에 눕는 게 오랜만인지라, 조금 긴장이 풀려 늦잠을 잤습니다.
긴 여행으로 피곤하셨을 테니까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의 일정을 확인하러 왔습니다만, 혹시 휴식에 방해됐나요?
아니에요. 여러분께서도 수고가 많으십니다.
라테라노에서…… 그 먼 나라에서 용문까지 오시는 길이, 편안한 여정은 아니셨을 테죠.
확실히 그렇네요.
라테라노를 이렇게 멀리 떠나온 건 처음이라서요…… 장거리 여행이란, 단순히 풍경이나 감상하는 것만큼 간단하지는 않더군요.
하하, 경험이 풍부한 전달자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마음을 달래려고 하니까요……
전달자들이 얼마나 고생이 많은지 이해가 가더군요.
그래서 힐데가르트 씨, 지난밤 잠자리는 괜찮으셨습니까?
네. 시내와도 가깝고 가격도 저렴해서 좋았어요. 안목이 좋으시네요.
사실 비용에 대해서는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당신께서 용문에 체류하는 동안의 비용은, 마운틴대쉬 로지스틱스에서 부담할 테니까요.
아뇨, 랜든 수도원의 일원으로서, 금전 문제로 타인에게 의지하고 싶진 않습니다. 이해해주세요.
애당초 저는 수도원이 직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 타향까지 왔으니까요. 다른 이에게 사치스럽게 응대 받거나 향락을 즐길 수는 없어요.
그렇군요…… 정말 존경할만한 정신이네요.
저희에겐 당연한 일인걸요.
에우릴 대표님과의 미팅은 내일 밤입니다. 오늘은 어떻게 보내실 생각이신가요?
음…… 근처를 돌아다녀 볼까 합니다. 염국은 처음이라서요.
그러면 가이드나 수행원을 붙여드릴까요?
아뇨, 괜찮아요. 혼자서 편하게 돌아다니고 싶어요. 제 개인의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것뿐이니, 여러분께 폐를 끼칠 수는 없죠.
정 그러시다면야…… 방해하지는 않겠습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해요.
저…… 실례지만, 에우릴 씨가 바이슨 씨의 아버님이 맞으시죠?
네? 아, 맞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아뇨, 제가 실례했네요. 그저 바이슨 씨가 일할 때, 에우릴 씨를 완전히 상사로 대하시는 것을 보고……
아, 그거야 계속 아버지에게 의지하기만 해서는, 그분의 높은 벽을 넘을 수 없을 테니까요.
……하핫, 바이슨 씨도 야심가셨군요.
아닙니다. 힐데가르트 수녀님과 대화가 잘 통하지 않았다면, 저도 손님과는 보통 이런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아요.
그럼, 저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다만 나중에 시간이 있으시다면, 저도 라테라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군요. 당신이 용문에 호기심을 가지는 것처럼, 저도 그곳에 대해…… 갖가지 상상을 하고 있거든요.
좋아요.
네. 그럼 즐거운 하루 되시길.
……용문인가.
여행 경비는 넉넉지 않지만…… 적당히 돌아다녀 볼까.
“기회와 신앙은, 시장과 종소리에 있다”고들 하니까 말이야.
네 아버지도 고집이 너무 세시잖아! 여긴 용문이라구!
하지만 이 수공예 기술은, 우리 집에서 대대로 전해져오는 건데……
지금이 어떤 시댄데, 수공예로 돈을 어떻게 번단 말이야?
그건 그렇지…… 아버지를 설득해봐야겠어.
……
그나저나, 우리 몇 번이야?
21번이니까, 곧 우리 차례야. 그런데 이 디저트 가게는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 걸까……?
……난 31번이네.
달다……
어?
어……?
저기…… 다, 당신은 라테라노에서 오신 그 손님이시죠?
어? 절 아세요?
아, 네. 사실 사정이 있어서 집에서 살 수 없게 돼서, 근위국에서 그쪽과 같은 호텔에 거처를 구해줬거든요…… 으으으, 사실은 바로 그쪽의 맞은편 방이에요……
그렇군요…… 정말 우연이네요.
아, 실례했습니다.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라테라노의 랜든 수도원 소속, 힐데가르트라고 합니다. 그쪽은?
그그그그렇게 정중하게 하실 필요 없어요…… 저는 그냥 평범한 엔지니어일 뿐인걸요…… 코드네임은 스노우상트예요……
……하지만, 당신 같은 분이 어째서 더 고급스러운 방에 묵지 않으시나요?
아하하…… 저도 사정이 조금 있어서요. 그리고 자신을 일깨우려는 의미가 더 강하답니다. 그쪽도 그렇게 예의 차리실 필요 없어요. 지금의 저는 그저 여행자일 뿐인걸요.
이거, 드실래요?
이건…… 케이크인가요?
유명하다길래 두 개나 사버렸는데, 맛이 이렇게 자극적일 줄은 몰랐지 뭐예요.
하지만 이런 음식이 널리 사랑받는다면, 수도원의 몇몇 상품들은 용문에 그리 적합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어요……
정말 저한테 주시는 건가요?!
네? 네, 그럼요.
고, 고맙습니다……
(무슨 사흘은 굶은 짐승처럼……) 크흠, 천천히 드세요.
……스노우상트 씨, 였죠? 그거 다 드셨으면 잠깐 저랑 같이 걸을래요?
꿀꺽…… 하! 아, 알겠습니다 힐데가르트 님! 저 오늘 쉬는 날이거든요!
님이라니, 그러지 마세요. 왠지 민망하네요……
어느새 밤이 되어버렸네요.
종소리가 들리지 않는 나날이라……
힐데가르트 씨, 왜 그래요?
아아……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다만 시간이 너무 빠르게 간다고 느껴져서요.
오늘은 휴일이라 그런지 차가 엄청 막혔죠. 용문 시내를 조금 돌아다녔을 뿐인데, 벌써 날이 어두워져 버렸네요.
……스노우상트 씨, 컬럼비아는 어떤 곳인가요?
네? 글쎄요…… 어, 어쨌든 모든 게 반짝반짝 빛나고, 과학기술이 상당히 발달한 도시라는 인상이 강해요. 나머지는……
조금 삭막하달까요……?
무, 물론 저는 연구소와 그 주변밖에는 가보지 못했습니다만…… 회사에서 2km 이상 떨어진 곳에는 가 본 적이 없어요!
으으, 회사와 집만을 왕복하던 그때를 떠올리면…… 체할 것만 같아요……
하하, 무리하면 안 되죠. 이 질문은 없던 걸로 해주세요……
후……
……힐데가르트 씨, 랜든 수도원은…… 어떤 곳인가요? 저는 공증소밖엔 들어보지 못해서……
……빵 가게죠.
빵 가게요?
아, 아니요…… 보리밭과 산언덕 위에 지어진, 오래된 수도원이에요.
처음에는 교황을 지키는 전사들을 양성하기 위해 세워졌어요. 공증소와 교황 기사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랜든 수도원은 각지 각국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을 받아들인다는 거죠.
하지만……
(꿀꺽) 하지만……?
지난 몇 년간은 너무 지나치게 평화로웠어요! 거기다 공증소에서는 우리의 일거리를 거의 다 빼앗아가고! 올해엔 단 한 명의 신입조차 들어오지 않은 데다! 영감들마저 수도원이 자력갱생할 힘을 길러야 한다며 예산 지급을 거절했다고요!
이대로는 도산해버릴 거예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던 랜든 수도원이, 재정난으로 도산해버린다구요!
힐데가르트 씨, 수도원이 도산이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되나요……?
……이 이상 적절한 단어가 없으니, 어쩔 수 없네요.
크흠. 실례했군요. 당황해 버려서 그만.
그래서 힐데가르트 씨는 라테라노를 떠난 거예요?
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하니까요. 다행히 수도원에는 아직 대외적인 명성이 남아 있어요. 일부에서는 이름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지만, 적어도 우리에게는…… 큰 보리밭 정도는 남아 있으니……
오늘 고마웠어요, 스노우상트 씨.
아, 아니에요! 오늘 별다른 계획도 없었는걸요……
저는 152호실에 있으니까,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오세요…… 집이 정리되기 전까진, 계속 여기 머물 테니까요!
네, 그럴게요.
아, 힐데가르트 수녀님. 환영합니다.
에우릴 씨,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야말로. 부디 편하게 대해주세요, 힐데가르트 님. 저희 회사는 너무 딱딱한 미팅은 추구하지 않거든요.
알겠습니다……
그럼, 랜든 수도원과 용문 간의 비즈니스 계약 건에 관해 얘기해볼까요……
……수완이 대단하시군요. 모든 계획을 진작에 다 준비해놓으시고, 오늘은 그저 제게 설명해 주는 자리군요…… 그렇죠?
과찬이십니다.
완벽하네요…… 지금 제 안목으로는, 전달자에 관련된 업무에 대해 도저히 당신과 같은 시점에서 논의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하하하, 라테라노 수도원 수녀님의 인정을 받다니, 영광입니다.
에우릴 씨, 외람된 말씀이지만, 혹시 개인적으로 몇 가지 질문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어째서 랜든 수도원을 선택하셨죠?
마운틴대쉬 로지스틱스 같은 대기업이, 전달자의 통로를 설치하고 시스템의 프로세스를 개선하고자 한다면……
천만에요. 랜든 수도원처럼 유구한 역사가 있는 기관과 협력할 수 있어, 저희로서는 더없는 영광입니다.
……
한 물류 회사가 닿을 수 있는 가장 먼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네?
저희 마운틴대쉬 로지스틱스마저도, 닿을 수 있는 것은 고작 용문과 주변 염국의 다섯 도시 정도입니다.
……우르수스나 빅토리아는요? 용문은 염국의 중요한 대외 요충지잖아요. 그럼 국외의……
현실은 대부분의 일반 시민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물류 회사는 사실 등록된 나라 이외에서는 어떤 힘도 발휘하기가 어렵답니다.
합법적으로 국경을 넘었다 한들, 대부분의 민간 물류 회사는 현지의 협력 측이나 정부의 전달자 기구에 업무를 위탁하게 됩니다. 다른 국가의 전달자가 자기 나라에서 마음대로 설쳐대도록 용인하는 국가는 없으니까요.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표면상'의 방식입니다만, 그 외의 부분은 지금 우리가 나누는 대화의 범주에는 속하지 않으니, 괜찮겠지요.
그렇군요……
말씀하신 바와 같이, 정보나 운송 등 분야에서 안정적인 연결고리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수도원에서 가져올 상품 이윤과는 전혀 비례하지 않습니다.
재앙정보전달자가 머무를 기지에 드는 비용만 해도 어마어마하니까요.
하지만, 이것으로 라테라노로 가는 유일한 통로가 열리게 됩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아시겠죠?
이것은 제 큰 그림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이 길의 끝에는…… 전달자들을 선두로 우리가 이 땅 전체로 나아가는 미래가 있습니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로, 이것이 거의 실현 불가능한 일임은 알고 있습니다. 종족이나 문화, 역사,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재앙 등에 의해서……
이 땅에는 각 나라가 뭉칠 수 없는 너무나도 많은 요인이 있으니까요.
아마 우리는 전쟁을 견디고 재앙에 맞서야 할 것이고, 저의 큰 그림도 애초에 이 갈라지고 엇갈린 땅에서 순조롭게 진행될 리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다리가 존재해서는 안 될 이유는 없겠지요?
그렇다면, 우리가 먼저 거대한 파도를 갈라보자는 얘깁니다.
어떤 수단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만…… 교황께서도 이런 생각에 굉장히 관용적인 입장을 가진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라테라노가 이런 시도의 첫걸음이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
힐데가르트 수녀님?
아, 죄송합니다. 설마 그렇게 큰 구상을 하실 줄은 생각하지 못해서……
……아드님께서도 당신의 그…… 음, 큰 그림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설마요! 그 녀석은 아직 조금 더 갈고닦아야 합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이 사업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다리를 건널 사람은 제가 아니라 그 녀석이죠, 어쩌면 그 녀석이 아닐지도 모르고요.
어찌 됐든 그 녀석은 제 아들이고……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귀사와의 협력은, 랜든 수도원에 있어서 정말 귀중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진심으로 영광입니다, 힐데가르트 수녀님.
에우릴 씨…… 솔직히 말해서 제 생각은 아주 단순합니다. 저는 제 수도원을 정말 좋아하고, 랜든 수도원의 우수한 문화는 계승되어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문화가 지금 이 시대에서 끊기길 바라진 않습니다.
당신의 목표와 비교하면, 우리의 동기는 조금 이기적으로 느껴지네요.
아뇨, 아뇨. 그런 일은 절대 없습니다, 힐데가르트 수녀님. 자신의 고향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건, 절대 자기중심적인 행위가 아닙니다.
게다가 수도원에 피해가 갈까 염려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랜든 수도원의 입장은 어디까지나 랜든 수도원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요.
후훗, 그런 뜻은 아니었습니다만…… 에우릴 씨는 사려도 깊으신 분이군요.
천만에요, 힐데가르트 수녀님이야 말로요. 저는 수녀님 나이 때는 이렇게 침착하고 냉정하지 못했답니다.
슬슬 시간이 늦었군요. 내일은 힐데가르트 수녀님을 위한 저녁 만찬도 열릴 예정이니, 그전까지 아무쪼록 편히 쉬시기 바랍니다.
……순조롭네.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하지만……
하아, 이제 내가 할 일은 별로 없는 것 같아……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일을 찾아야 할까? 하지만 어떻게 해야 빠르게……
우와…… 뭐, 뭐야?
어째서 매번 이렇게 되는 거지……
니도 이제 좀 익숙해져야 안되겠나?
익숙해지다니, 작업 도중에 불미스러운 폭발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 말이야?
잠깐…… 저기 찾았다! 저 도둑! 어딜 도망갈라고!
와아…… 고작 도둑 하나 잡는 데 보일 만한 광경이 아니잖아…… 대체 뭘 훔쳤길래 저렇게까지……
누구세요?
저예요!
들어오세요!
어…… 혹시 제가 휴식을 방해한 건 아닌가요?
아니에요. 무슨 일이죠?
……저, 그게, 혼자 있으려니 뭘 해야 할지 몰라서, 어제 이맘때쯤에 내내 제 소형 청소 로봇 23호를 개량했는데요……
청소 로봇……23호요?
아, 네, 맞아요. 좀 더 간단한 오리지늄 회로를 만들어보려다, 결과적으로 커튼을 태워버려서…… 그래서……
으으…… 보험을 들어놓긴 했지만…… 카드 잔고가 이미……
아, 알겠어요. 괜찮아요. 사실 마침 잘 왔어요. 혹시 저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누군지 아시나요?
아래요?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소란스럽네요……
텍사스 씨! 그쪽으로 갔어요.
오케이!
으아아…… 페, 펭귄 로지스틱스의 사람들이에요……
……아아. 들어본 것 같은 이름이네요.
저들은 어쩜 저렇게나…… 어…… 방금 시내 차도에서 차를 드리프트 해서 바이크 한 대를 억지로 세웠는데요?
아, 네. 자주 있는 일이에요.
자주 있는 일이라……
저들의 이름을 아나요?
네? 아, 사실 업무 때문에 저분들과는 자주 마주치거든요……
저기 차를 모는 멋진 루포 분은 텍사스 씨, 망치를 들고 쫓아가는 활기찬 언니는 크루아상이라고 해요……
(다들 본명 같지는 않아. 나도 하나 지어봐야 하나……)
아, 저기 싸움을 말리기 바쁜 귀여운 언니는 소라 씨고요…… 예전에는 꽤 유명한 아이돌이었는데, 역시 수도원에 계셔서 이런 건 잘 모르시려나요?
아이돌?
그러니까, 음…… 가수랄까, 스타랄까? 대충 그런 거죠.
스타라……
수도원에도 여러 규율이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엄격하지는 않아요…… 적어도 최근 몇 년 동안은 그랬답니다.
스타가 되는 건, 어떤 느낌일까요?
저도 알고 싶네요……
아, 아마 여기 호텔의 도시 간 네트워크 TV로 콘서트 영상을 틀 수 있을 거예요. 직접 보시지 않겠어요……?
……뭐, 시간도 아직 이르니까요.
그, 그럼 어디…… 아…… 유료인가…… 어? 이건 무료 프로그램이네요……
사실은 상상해본 적이 있다.
바깥의 대지에는, 내가 본 적이 없는 경치가 펼쳐져 있으리라고.
……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코오…… 코오……
어머……
미안해요…… 잘 자요, 스노우상트.
하암……
오히려 정신이 말똥말똥 해졌어……
TV라. 수도원에도 TV가 있긴 했지만……
저런 작은 상자로, 대지의 모든 곳을 볼 수 있다니……
……아이돌이라……
아니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음……
……카시미어의 기사도, 나쁘지 않아 보여…… 다만 기사 스포츠에는 언제나 이상한 위화감이 들었었지…… 기회가 된다면 가봐야겠다.
……라이타니엔의 캐스터들도 꽤 굉장해 보여. 안젤리카 언니도 수료 이후 라이타니엔에 갔었지. 음악 아카데미에 들어갔다던가……?
휴……
……오늘 밤 별이 참 예쁘네.
시인은 가사와 라임으로 별을 그려내. 나그네는 또 생각이 깊어지네 잠 못 드는 이 밤에. 그리고 난, 내 이름 석 자 어디 새길지 다 정해놨지 어느 별에.
안녕, 아가씨.
……누, 누구세요?
아, 봤었거든 네가 내 바에서 나오는 걸 전에. 그때 난 바빴어 스몰한 액시던트 때문에.
네? 하지만…… 그곳은 마운틴대쉬 로지스틱스의……
에우릴 말이야? 그 소대가리 스튜핏이 사들인 게 맞긴 해도, 여전히 암 디 온리원 바텐더! 바텐더야말로 바의 소울! 즉 그곳의 영혼은 나란 소리!
……
전화가…… 잠시 실례.
뭐? 모조품? 바꿔치기 당했다고?
홀리 쓋! 그럼 뭘 망설여! 당장 놈들의 배를 날려버려! 그래, 댓쓰 왓 암 세잉 요! 뭐? 당연히 나도 가야지. 내가 니들만 하게 놔둘 거 같애?!
(어떻게 들어도 엄청나게 불법적인 이야기잖아……?!)
에우릴이 무슨 얘기 했어?
그걸 제가 왜……
아, 알아 알아. 그래 봤자 여기저기, 또 협력 프로젝트 핑계로 어디 돈 될 거 없나 맞춰보려는 거겠지. 가만 보면 걔도 참, 늘 사서 고생하는 타입이란 말이지.
이 땅은 말이야, 정말 어썸하다고, 아가씨.
갑자기 무슨……
지금 네게 부족한 건, 바로 약간의 창의성.
벗 잇츠 올롸잇, 난 네가 꽤 마음에 들어. 샤라웃 투 폴 랜든. 폴은 좋은 녀석이었어, 녀석이 총 놓고 펜 든 모습은 꽤 리스펙할만 했는데!
놈들을 찾았어, 보스.
엥? 잠시……
좋아! 지금 바로 출발한다! 이 자식들, 다 강 밑바닥에 깔린 자갈이랑 입술 박치기하게 해주마!
저기……!
폴 랜든은…… 수도원의 설립자잖아? 저 이상한 사람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저런 사람도 있구나.
……에우릴 씨, 실례인 줄은 알지만, 용문을 떠나기 전에 꼭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어째서 매번 이 바에 계신 건가요?
하하하…… 얼마 전 아는 사람에게서 이곳을 매입했는데, 이곳의 분위기가 퍽 마음에 들어서요. 시끄럽지도 않고, 더럽지도 않고, 또 화려하잖습니까.
보통의 바는 이렇지 않아요. 적어도 용문에서는요. 라테라노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수녀님이라면 아마 바와는 인연이 없으실 테죠.
그렇지도 않아요. 일요일의 수녀 숙소는 바와 거의 다를 바가 없거든요.
하하, 어째서 힐데가르트 수녀님과 대화가 이렇게 잘 통하는지 대충 알겠군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언젠가 갑자기 이 바의 이름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대지의 끝'.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대지의 끝'에 있는 거지요.
……그렇군요.
그럼, 이 프로젝트가 이상적인 결과를 가져다주기를 바라며, 건배.
건배.
출발은 언제인가요?
원래대로라면, 내일 아침 9시입니다.
호오…… 원래대로라면 이란 말씀은……
……생각이 바뀌었거든요.
그럼 무슨 계획이신지는 몰라도, 저희 전달자의 도움이 필요할까요?
……괜찮습니다. 어차피 이번에 수도원을 나온 것도, 한두 가지 용무 때문만은 아니었으니까요.
더 중요한 것은, 제 신앙을 어떻게 발휘할 수 있을지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그렇군요. 결론은 내리셨습니까?
네……
……결론이라 말하기는 뭐하지만……
그래도……
조금 더 둘러보고 싶습니다. 이 땅은 사실…… 제가 상상한 것보다 더 재미있더군요.
젊은이다운 대답이로군요. 사실 저도 수녀님께 여쭈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만, 괜찮을까요?
물론이죠, 물어보세요.
언젠가…… 우리의 사업이 훗날 미래에라도,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라테라노의 다른 쪽 목소리가, 우리의 반대편에 서게 되진 않을까요?
사물의 가치는 그것이 일어나기 전에 판단해서는 안 되지요. 적어도, 만물에 대한 일말의 경의 정도는 표해야 해요.
그것 역시 수도원의 신조인가요?
그저 라테라노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아니면, 에우릴 씨는 현재 랜든 수도원의 입장만을 확인하고 싶을 뿐인가요?
그럴 리가요. 그저 이번 협력 대상이 어떤 심정을 품고 있는지가 궁금했을 뿐입니다.
당연히 자신의 비즈니스를 의심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비즈니스의 범주를 벗어나는 일이 일어나 버리면, 타인의 의견을 신경 쓸 수밖에 없게 되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랜든 수도원에는 한 가지 우화가 있답니다.
라테라노의 한 성당에, 고대의 영웅들이 신앙을 위해 싸우는 모습을 그린 웅장한 벽화가 있었다고 해요.
각지의 예술가들이 그 벽화를 감상하러 찾아와, 찬사나 비판, 혹은 이성적인 침묵을 보냈죠.
……그러던 어느 날, 라이타니엔의 한 마을에서 졸부 하나가 찾아왔어요.
그 졸부는 너무나도 뚱뚱해서 성당의 계단조차 오르기 싫어했어요. 그래서 그는 멀리서 성당의 창문 너머로만 그림을 감상한 나머지, 전체 그림 중 기괴한 형체의 악마 한 마리밖에 보지 못했죠.
그러자 졸부는 그 벽화를 신랄하게 비판하기 시작했어요. 신성한 라테라노에 이런 추악한 그림을 전시하다니, 정말이지 모욕적인 광경이라면서요.
그리고는 이 악마 역시 바람직하지 않은 점이 너무도 많다며 지적했죠.
악마요?
사실 그가 본 것은 벽화의 악마 따위가 아니었어요. 성당의 장식물과 촛대의 그림자가 섞여 우연히 그런 착각을 만들어낸 거죠.
그는 그곳에 올라보지도 못한 주제에, 그가 본 얕은 조각들 속에서 더 얕은 식견을 드러낸 꼴이었어요.
여기서,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오만과, 편견일까요.
이 우화의 제목은 《오만한 악마》라고 해요. 만약 '성당은 대체 무슨 이유로 그렇게 높은 계단을 지었느냐'라고 묻는다면, 그것은 분명 일종의 오만이겠지요.
당신이 하려는 일은, 바로 그 모든 오만을 타파하는 일이에요. 아니면 적어도, 각국 각지, 각 종족 간의 해결되지 않는 오만 속에서, 전달자를 통해 하나의 길을 찾아내는 일이죠.
그중에는, 자연과 생명의 오만인…… 재앙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몹시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누군가는 이를 위한 초석을 쌓아야 하죠.
……그게 제가 안심하는 점이기도 해요. 금전을 논하는 자리에서는 금전을 논해야겠지만, 지금 에우릴 씨와 논하고 있는 건 금전뿐이 아니니까요……
……지금 우리는 꽤 훌륭한 비즈니스를 논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당신의 집행력에 깊이 감명받았습니다.
하하하, 그렇게 생각해 주신다면야, 제 쪽에서도 안심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제 아들을 라테라노에 데려가 주시죠.
물론입니다.
어쨌든 모스티마와 접촉한 이후로, 그 사람이 품고 있던 '전달자'라는 개념이 더 이상 그렇게 협소하지 않게 되었으니, 잘 된 일이죠…… 음? 왜 그런 표정이시죠?
……왠지 넘겨들을 수 없는 이름을 들은 것 같아서요.
호오? 그 사람이 그렇게 유명한가요? 그 사람의 명성은 전달자 업계에만 국한되는 줄 알았는데요.
뭐…… 그녀가 유배당한 이후로는 저도 그녀에 관한 소식은 듣지 못했지만요.
산크타라면 어디서든 잘 살아갈 수 있겠죠. 산크타니까요.
하하, 맞는 말입니다.
참…… 엠퍼러가 당신에게 이걸 전해달라는군요.
네? 엠퍼러요?
대단한 녀석이죠. 언행은 다소 거칠지만,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 녀석입니다.
……이건…… 통신 주소? 어떤…… 회사의?
로도스…… 아일랜드…… 이렇게 읽는 게 맞나요?
흠…… 가끔은 엠퍼러의 파트너를 고르는 센스를 믿는 것도 좋을 겁니다. 아니면 저를 믿으셔도 되고요. 그 사람들은 이 대지만큼이나 멋진 분들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