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1밀회
비밀스러운 사람으로부터 어느 바에 초대를 받게 된 사일런스와 메이어는, 그곳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생태과 주임 뮤엘시스와 탈옥 작전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 거래를 하게 된다.
장소는…… 여기가 맞겠지?
그래, 틀림없어.
그래, 그런데 사일런스. 너 정말 그 사람이랑 여기로 약속한 것 맞아?
여긴 바처럼 보이는데, 아직 운영되고 있는 것 같고 말이야……
그런데 아무도 안 보이네.
그러게, 술도 가지런히 놓여 있고, 주변도 아주 깨끗해.
정말 이상해, 아니면 우리 돌아갈까? 어차피 이제 곧 출발할 때 됐지?
안 돼, 상대는 앤소니가 탈옥한 사실을 알고 있어, 그가 우리 쪽에 있단 것도 알고 있고, 게다가……
게다가?
저녁엔 출발해야겠어.
다른 물건도 점검해봐야겠다.
뭐지? 통신이?
이 도시에는 내 연락처를 아는 사람이 없을 텐데……
잠깐, 이건…… 내부 주파수?!
……
사일런스 씨.
누구지?
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앤소니가 당신 손에 있고, 당신이 그의 탈옥을 도운 사람이란 걸 내가 알고 있단 거지.
……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긴장할 것 없어. 내 말을 증명할 순 없지만, 내가 악의가 없다는 건 확실하니까. 그렇지 않다면 처리하기 번거로운 내부 회선을 이용해 당신에게 연락하지도 않았겠지.
뭘 하려는 거지.
난 그저 당신, 그리고 메이어 엔지니어와 함께 얘길 좀 하고 싶을 뿐이야.
……
그럼 동의한 거로 알고, 주소는……
게다가 목소리만 들어도 악질이란 게 느껴졌어.
등장하자마자 악질이란 이야기를 들으니 좀 서글픈데?
누구?
하이~
내가 이 바를 통째로 빌렸어, 그래서 지금 여기엔 우리 셋밖에 없지.
나도 평범한 바에서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다른 사람이 들을만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서.
그러니까, 미안~
넌……
그럼, 일단은 자기소개부터 해볼까?
난 생태과 주임 뮤엘시스야.
기억나는군.
어머, 날 안다고? 영광인데.
선생님께 네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흐음…… 그럼, 이번엔 여러분 차례려나?
뻔히 알면서 뭘 묻는 거지.
삶에는 언제나 형식적인 부분이 필요한 법이잖아?
……난 구조과의 사일런스다.
난 엔지니어링과, 랩 루트라의 메이어라고 해.
둘 다 지금 로도스 아일랜드에 있다고 들었는데.
그런데 왜 이번 일에 연루된 거지?
…… 알 거 없잖아.
설마 네가 이번 일의 배후 세력……
후훗, 그래 보여?
아니, 절대 아니야.
그래?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우릴 찾을 수 있었다면, 앤소니가 컬럼비아를 떠났단 사실도 알고 있겠지.
만약 네가 배후 세력이라면, 이제 와서 우릴 찾는 건 의미가 없으니까.
그래, 맞아.
내가 배후 세력이 맞다면, 지금 앤소니의 행방 때문에 애를 먹고 있겠지.
하지만 그 사람들도 이대로 물러설 것 같진 않던걸, 당신들 호위 실력이 어떤지 모르겠네?
…… 그건 신경 안 써도 돼.
그럼 안심이고.
하지만 사일런스, 저 여자가 배후 세력이 아니라면……
나도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겠어.
어쨌든 너는 이번 일과 분명 어떤 관계가 있고, 우리에게서 무언갈 얻으려고 하는 사람이라는 점은 분명해.
역시 구조과 파르비스 주임의 애제자는 다르네. 난 당신 같이 똑똑한 사람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거든.
딴소리하지 마, 뮤엘시스 주임.
앤소니는 이미 컬럼비아를 떠났고, 그를 암살하는 건 이미 실패했어. 나와 메이어는 때마침 컬럼비아 국경 지대에 와 있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야.
그런 우리에게서 도대체 무얼 얻으려고 하는 거지?
어머, 그렇게 긴장할 거 없잖아?
나도 그냥 평범한 연구원일 뿐인걸. 당신들한테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고~
여기 술이 다 괜찮거든? 일단 앉아봐, 한잔하면서 이야기하는 게 어때?
……
아, 그래도 될까, 사일런스는?
별수 없네, 나도 알고 싶은 것들이 있으니까.
좋아. 그럼 어디 보자…… 난 이걸로 마실게!
오~ 보는 눈이 있네. 이 와이너리에서 나온 리즐링은 나도 좋아해. 도수는 높지 않지만 향이 아주 진하지.
어? 난 술 잘 못 마시는데……
그렇다면 이 과일주는 어때? 알코올 도수도 낮고 맛도 좋은데.
정말? 그럼 한 번 마셔볼게.
자, 그럼~ 사일런스 씨는?
물이면 돼.
에이~ 모처럼 이런 곳까지 왔는데, 좀 더 재미있는 걸 시도해 봐도 되지 않아?
관심 없어.
네~ 어련하시겠어요.
자, 두 분, 맛있게 드세요.
고마워.
와, 이거 정말 맛있다.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
이제, 슬슬 본론으로 넘어가지?
그래.
이렇게 하자, 아마 우리 모두 궁금한 게 있을 테니까, 서로 질문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진행하는 게 어떨까?
물론 모든 문제가 이 질문의 범주 안에 드는 건 아니겠지만, 따분한 말장난 따위는 우리의 찰떡 호흡으로 날려 버리자구.
그럼 내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먼저 질문 하나를 받을게. 자~ 어서 질문해 보세요~
우릴 어떻게 찾은 거지?
첫 번째 질문치곤…… 생각보다 가볍네? 그걸로 괜찮겠어? 난 당신이 좀 더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할 줄 알았는데.
질문에나 답하시지, 뮤엘시스 주임.
좋아.
믿을진 모르겠지만, 나는 하이드브로의 추격병과는 무관해.
하이드브로라면…… 이번에 앤소니에게 손을 썼던 그 회사 맞지?
맞아요. 그들의 정체에 관해 내가 굳이 소개할 필요는 없겠지?
과거 벙커힐 시티 건재계의 거두인 하이드브로는 새롭게 등장한 사이몬 컴퍼니와 이 분야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었지.
아~ 원래 사이몬 컴퍼니가 불쑥 끼어든 거였어?
응. 사이몬 컴퍼니는 본래 물류 회사인데, 어느 이사회 회의 이후로 건재업 진출을 결정한 것 같아.
회사 이름을 성씨로 지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회사 고위직의 절반은 CEO 스미스 사이몬의 핏줄이야.
이번 사건의 중심인물인 앤소니 사이몬은 그의 외동아들이고.
어쨌든 당시 두 회사의 경쟁은 앞에서든 뒤에서든 매우 치열했어. 심지어 피를 봤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말이야.
결과적으로 사이몬 컴퍼니는 패했고, 이젠 사실상 하이드브로가 벙커힐 시티는 물론 주변 도시의 건재업 시장까지 독점하고 있지.
그래 맞아. 공부를 아주 완벽히 해왔네.
어쨌든, 당신들이 아이언포지 시티에 합류한 후 그들을 뿌리친 건 정말 멋진 일이었다고 해야겠지.
……하지만 너를 뿌리치지 못했지.
아 맞다, 그랬었지?
너는 이전에 그들과 같은 길을 걸었다는 걸 부인하지 않았어.
음…… 당신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을 것 같은데.
이건 말해줄 수 있어. 난 확실히 그들의 정보 루트를 빌려 썼어.
나도 어쩔 수 없었다고.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이번 일로 가장 큰 피해자가 되는 건 어쩌면 내가 되었을 테니까.
……
그럼 이제 일문일답 형식으로 넘어가 볼까, 당신부터 시작해.
아니, 그쪽부터 시작하지, 뮤엘시스 주임.
정말? 괜찮겠어?
도대체 뭘 하려는 건지 알아야겠어.
좋아, 내가 알고 싶은 건……
사일런스 씨, 당신의 조력자가 어떻게 감옥에서 앤소니의 탈옥을 도운 건지, 그 과정을 알고 싶어.
……?
이미 끝난 일인데, 왜 알고 싶어 하는 거지?
왜냐하면, 난 이번 탈옥 과정에 대해 전혀 모르니까.
내가 아는 것은, 그 시작 단계뿐……
……하이드브로는 맨스필드 형무소에서 사이몬 가문의 유일한 생존자인 앤소니 사이몬을 상대로 오랫동안 계획했던 암살을 시도했어.
그리고 그 결과……
……앤소니를 비롯한 몇몇 일당이 맨스필드 형무소 탈출에 성공했고, 당신들과 합류한 뒤 지금은 컬럼비아를 떠난 거지.
중간에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원래 알 기회가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지금은 없어졌지 뭐야.
그래서 당신을 통해 그 과정을 알고 싶은 거야.
이건 공평하지 않아.
안심해. 질문 하나로 과정 전체를 맞바꿀 생각은 없으니까.
당신이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시점에 질문하면, 나도 최대한 대답해 줄게.
물론, 나도 약간의 추가적인 질문은 있을 수 있겠지만, 엄청 많지는…… 않겠~지?
그리고 솔직히, 일문일답은 우리가 아직 안 친해서 제안한 방법일 뿐이야.
우리가 좀 더 친해지면 어떤 이야기든 다~ 나눌 수 있겠지?
……난 너와 친해질 생각 없어, 그렇게 되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거야.
당신들은 '때마침 컬럼비아 국경 지대에 와있는 평범한 사람' 아니야? 분명 시간이 많을 텐데?
물론, 지금이라도 돌아서서 떠나도 돼. 하지만…… 첫째, 당신들이 정말 이곳을 떠날 수 있을지는 장담 못 해.
둘째, 당신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이게 당신이 나, 생태과 주임 뮤엘시스에게서 유일하게 파악할 수 있는 정보일 텐데, 정말 포기하려고?
……날 협박하는 건가.
내가 당신에게 베푼 건, 당신을 가장 해치지 않을만한 성의라고 생각하는데? 사일런스 연구원님.
……
좋아, 정 그렇게 알고 싶다면, 우리도 서두를 필요는 없겠지.
어, 나도 다 들었어. 그럼 난 옆에서 설계안 좀 만들어도 되지?
그래.
카프카…… 당신 조력자의 이름 맞지?
맞아.
당신과 관련된 직원 명단에서는 그런 이름을 본 적이 없는데.
그 여자는 라인 랩 직원이 아니야.
라인 랩은 그 여자를 고용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 여자도 과학 연구에는 관심이 없었으니까.
그럼, 어떻게 알게 된 사이야?
아주 우연히.
그건 또 다른 이야기가 되는데, 네가 알아야 할 건, 그녀는 내 친구라는 것뿐이야.
사이몬 가문에 관한 정보는 모두 그 여자가 나를 도와 수집한 거다.
정말? 굉장히 유능한 사람인가 보네?
게다가 둘 사이의 우정도 매우 깊어 보이고 말이야. 친구를 위해 자진해서 범죄자가 되어 감옥에 가려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
나도 그에 맞는 보상을 그 여자에게 지급했어.
게다가 그 여자가 감옥에 들어간 건 자기만의 목적이 있기 때문이기도 해……
그 여자만의 목적?
본인 말로는, 줄곧 진정한 감옥 생활을 체험해보고 싶었다고 하더군.
그녀의 입장에서 보면, 내가 돈을 들여 그 여자의 목적을 이루게 해준 셈이지.
……정말 이상한 사람이네.
맞아, 적어도 난 그 여자의 이런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어.
그 여자는 미나를 목공소 직원으로 가장해 감옥에 들어가게 하고, 자신은 죄수 신분으로 감옥에 들어갔지.
미나라면, 당신들 팀의 그 리베리?
그래.
그 여자는 이번 일이랑은 관련이 없는 것 같은데, 왜 그 여자까지 말려들게 한 거지?
나도 잘 몰라. 카프카는 미나가 예전에 앤소니의 도움을 받은 게 있어 함께 형무소에 들어가 앤소니를 돕고 싶어 한다고만 말했어.
어쨌든, 그 여자는 내 요구를 받아들여 맨스필드 형무소에 들어가게 됐지……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시!
예이~ 또 이겼다!
쳇, 재수 없게 또 졌네. 카프카, 설마 밑장 빼기 한 건 아니겠지.
본인이 잘못해놓고 남 탓하지 마, 카프카 두 손이 텅텅 비어 있는데, 어떻게 밑장 빼기를 한다 그래?
그러게 말이야.
(작은 목소리로) 너희들이 카드를 잘못 들고 있어서 눈에 잘 띄는 건 카프카 잘못이 아니지.
그런데 정말 의외네.
웬 계집애가 새로 왔나 했는데, 이거 완전 물건이구먼.
게다가 우리 엄마의 소식도 전해 주다니, 좋아, 앞으로 넌 내 친구다!
아이 참~ 몇 번이나 말했잖아. 카프카는 이미 성인이라니까!
하하, 맞아. 그러니까 여사라고 불러야지!
(휘이익~) 카프카 여사!
이봐, 거기, 휴식 시간 끝났다.
계속 일해!
똑바로 일 안 하면 오늘 밥은 없을 줄 알아!
네~ 지금 갑니다요~
쳇, 형무관 주제에 우쭐대기는.
뭐 임마? 크게 말해.
보고드립니다, 화장실에 가고 싶습니다!
참아!
형무관의 태도가 정말 형편없네……
이봐, 카프카, 네가 사리 분별력은 있는 것 같으니 이 오빠가 충고 하나 하지.
네가 어디에서 굴러먹다 온 놈인지 모르겠지만, 맨스필드에서는 몸 사리고 다니는 게 좋을 거야.
어째서?
너도 알다시피, 이곳은 이동 감옥이니까.
도시에 접근했을 때 보급 받고 죄수들 받는 거 빼면, 평소에는 황야를 달릴 뿐, 아무도 관여하지 않아.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어떤 법도 쓸모없어. 이 형무관들이 유일한 법인 거지.
정말 그렇겠네.
그래도 한 가지 좋은 점이 있어.
그건 바로, 밖에서는 우리 감염자만 사람 취급을 못 받았는데……
여기 들어오면 모두가 사람 취급을 못 받는다는 점이야. A 구역의 잡종들도 아마 우리보다 나을 건 없을걸.
그거 하나는 기쁘다니까.
A 구역?
아, 들어온 지 얼마 안 돼 모르겠군. 감염자가 아닌 죄수들이 수감하는 감방은 A 구역이고, 우리 같은 감염자의 감방은 B 구역이다.
보통 우리는 A 구역과 B 구역이라 부르지.
흠……
어이, 카프카. 한 마디 해주마. 넌 진짜 좋을 때 온 거야.
왜?
운 좋은 줄 알아. 오늘 마침 큰 이벤트가 있거든.
어떤 이벤트?
곧 알게 될 거야.
에~ 그래. 뭐, 알았어.
그건 그렇고, 저쪽 저 방은 뭐 하는 곳이야?
공장처럼 보이는데 왜 우리 쪽이랑은 분리된 거지? 안에 사람도 없는데.
저쪽?
아, 거긴 C 구역의 전문 공장 구역이야.
C 구역?
중간에 저 탑 같은 곳에 사는 죄수를 우린 C 구역이라고 불러.
저쪽은 사람은 적지만, 모두 큰 죄를 저질렀으니 거의 평생 저곳에 머무르겠지.
저 녀석들도 일을 해야 하지만, 우리와 함께하진 않아.
모두 저 안에서 일을 하고 있지.
흠…… 그럼 혹시 그 안에 앤소니라는 사람도 있어?
앤소니? 어떻게 그 이름을 아는 거지?!
아니, 아는 사이라곤 할 수 없지. 그냥 그 사람도 여기 있단 얘길 들었거든.
그야 당연히……
이봐, 얘기 그만하고, 준비 다 됐어?
시작하는 건가? 난 더는 못 기다리겠다고!
왜들 그러는데, 왜?
……
……
어, 어째 다들 모여 있는 것 같은데……
카프카, 넌 새로 왔으니까 오늘은 참여하지 마, 다친다.
손에 잡히는 거 하나 들고 숨어 있어.
오늘 맨스필드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단체 활동인 패싸움이 무엇인지 보여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