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브레이크 디 아이스

BI-8체크메이트

사이드 스토리작전 후2022-06-30

각 전장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전쟁을 피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그때 성녀 엔야가 하산을 결정하며 분쟁을 종식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샤프, 데겐블레허, 마터호른, 노시스, 실버애쉬, 클리프하트, 프라마닉스, 쿠리어, 오로라


데겐블레허

……사르곤 궁정 쪽 사람이었나?

샤프

……전 직장이었지.

샤프

사르곤 검술을 알아볼 줄은 몰랐는데.

데겐블레허

아츠에는 관심이 없지만, 무기 관련이라면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거든.

샤프

어둠의 기사가 타고난 전사라 불린 이유가 있었군.

데겐블레허

타고났다?

데겐블레허

아츠를 사용하지 못하는 라이타니엔의 '불량품'에서 '타고난 전사'가 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지 짐작이나 가나?

'콰직'

샤프의 방패에 균열이 생겨났다.

데겐블레허의 몸에도 상처가 늘어나고 있지만, 그녀는 마치 눈치채지 못한 듯 행동했다.

샤프

설마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건가?

데겐블레허

어릴 적부터, 잠이 들 때만 빼고 하루 종일 고통을 참으며 살아오다 보면 익숙해진다.

데겐블레허

그러는 너는? 죽음과 스쳐 지나간 적이 몇 번이나 되지?

샤프

전쟁 중에, 그런 걸 셀 여유가 있던 사람들은 다들 얼마 못 가 죽더군.

샤프

내가 듣기로 어둠의 기사는 상업연합회에 협조하기를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3회 챔피언이라는 경력을 가지고도 추방당한 후 암살까지 당할 뻔했다더군. 마지막에는 카시미어 국경 부근에서 사라졌다고 들었는데.

데겐블레허

그래서?

샤프

권력에 굴하지 않는 이들의 상징이었던 자가, 지금에 와선 음모가의 보디가드로 전락해 한 국가의 찬탈을 돕고 있다니.

샤프

내가 도덕을 논할 사람은 아니지만, 유감스럽기는 하군.

데겐블레허

오히려 로도스 아일랜드라면 엔시오데스의 방식을 이해할 줄 알았는데.

샤프

이해와 납득은 다른 법이지.

샤프

실제로, 박사는 아마 엔시오데스를 이해할 거라고 생각한다.

데겐블레허

엔시오데스나 나를 위해 뭐라고 변호할 생각은 없다. 귀찮기도 하고, 그럴 필요도 없고.

데겐블레허

엔시오데스가 뭘 하려는지 알고 싶다면 가서 직접 확인해라…… 이 자리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면.


수차례의 난관을 겪은 엔시아는 드디어 벼랑 끝자락에 다다랐다. 다음 순간이면 위로 올라갈 수 있었으나,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온 말소리가 그녀의 손을 멈추게 했다.

실버애쉬 전사 A

하아, 산 밑도 난장판이고, 산 위도 난장판이네.

실버애쉬 전사 B

그러게 말이야. 대장로님이 그렇게 쓰러지시고, 밑에서는 아크토즈가 쳐들어오고 있으니 말이야.

실버애쉬 전사 A

이제 큰일은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지금은 한 치 앞도 짐작이 안 가는걸.

실버애쉬 전사 B

난 이걸로 끝날 거라곤 생각조차 안 했지만, 일이 이렇게 되니 좀 심란하네.

실버애쉬 전사 A

어떤 점에서?

실버애쉬 전사 B

우리가 만주원에 주둔했을 때부터 아가씨, 아니. 성녀님께서 주도권을 잡고 있었지.

실버애쉬 전사 B

대장로님께서 쓰러지신 후로 성녀님이 만주원을 완전히 장악했고 말이야.

실버애쉬 전사 B

그리고 산 밑은 엔시오데스 님이 장악했지.

실버애쉬 전사 A

……

실버애쉬 전사 A

그러고 보니 정말이네. 산 위는 성녀님, 산 밑은 엔시오데스 님.

실버애쉬 전사 B

네 말대로, 정말 한 치 앞도 짐작이 안 가네.

실버애쉬 전사 A

……뭐, 시키는 일이나 하자고. 우리가 생각해 봤자 무슨 소용이겠어.

실버애쉬 전사 B

그래, 무슨 소용이겠냐 이게.

실버애쉬 전사 B

일단 두 바퀴만 더 돌아보자, 좀 있다가 산 아래로 불려갈 수도 있으니까.

엔시아

……언니.


실버애쉬 전사 C

이봐, 무슨 일이야?!

실버애쉬 전사 D

곡창에 불이 붙었어!

실버애쉬 전사 C

뭐?! 빨리 사람들 불러!

시우루스

흥, 간단하네.

브라운테일 전사

역시, 시우루스 님다운 수법이십니다……

시우루스

무슨 뜻이야 그건?!

브라운테일 전사

아닙니다, 칭찬이었습니다.

시우루스

흥! 나중에 새로 지을 돈 보내 주면 될 거 아냐, 수단과 방법을 가릴 때가 아니라고!

시우루스

꾸물대지 말고, 놈들이 불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 유카탄을 구해 내는 거다. 바로 앞이야!

브라운테일 전사

옙!


엔야

……키야르 씨.

키야르

무슨 일일까, 성녀님.

엔야

대전 중, 사람들 사이에 있던 키야르 씨를 보았는데, 곁에 후드를 쓴 사람이 있더군요.

키야르

그래.

엔야

듣기로는, 사람들에게 '박사'라고 불리는, 엔시오데스가 모셔 온 귀빈이라는 것 같아요.

엔야

동시에, 지금 아크토즈의 곁에서 엔시오데스와 맞서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키야르

……역시 성녀님은 못 속이겠네.

엔야

둘이 무슨 사이인가요?

키야르

산 밑으로 편지를 전하러 갈 때, 어쩌다가 만나게 되었지.

엔야

……일단은 그런 걸로 쳐 두죠.

키야르

그 사람은 갑자기 무슨 일로?

엔야

……

엔야

한번 만나 보고 싶어요.

키야르

응?

엔야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확고하게 엔시오데스의 반대편에 서 있으니까요.

엔야

그분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요.

키야르

……

엔야

전 이제 제가 뭘 원하는지 확실히 알지만, 제 결정이 너무 늦지는 않았을까 불안해요.

엔야

제 스스로도 움직여야만 해요.

키야르

그 부분에 있어선…… 걱정하지 않아도 돼.

엔야

어째서요?

키야르

왜냐하면 그 사람이 보낸 사자가 이미 성녀님 뒤에 와 있으니까.

엔야

?!

엔시아

언니!

엔야

엔시아!? 아무래도 환각이……

엔시아

아니야, 언니! 환각이 아니라 진짜 엔시아라고!

엔야

?! 엔시아, 정말 너야?

엔시아

나라니까, 언니. 못 믿겠으면 만져보던가.

엔야

……!!

엔야는 떨리는 손으로 눈앞의 엔시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녀는, 갑작스레 나타난 동생이 환각은 아닐까 내심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손이 닿기도 전에, 엔시아가 먼저 그녀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녀는 곧바로 알 수 있었다. 품 속의 사람은,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동생이 확실하다고.

엔야

……

엔야

정말 너구나, 엔시아. 정말 너였어.

엔시아

보고 싶었어, 언니.

엔야

나도 보고 싶었어, 엔시아.

엔야

밖에서는 잘 지냈어?

엔야

병은 어떻게 됐고?

엔야

그 로도스 아일랜드라는 곳은 어떤 곳이었어?

엔시아

아니, 언니. 편지로도 다 물어봤던 것들이잖아……

엔시아

그러니까 말이야……


뒤로 몇 걸음 물러난 샤프는 얕게 숨을 내뱉었다.

그는 살아오면서 수많은 적수를 마주했다. 로도스 아일랜드의 수많은 강자와도 검을 맞대 보거나, 최소한 관찰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데겐블레허와 같은 상대는 처음이다. 혹은, 데겐블레허와 같이 순수한 상대를 만나본 적이 없었다.

속도와 힘, 전사라면 응당 갖춰야 할 소질들.

데겐블레허에게는 그 밖의 것이 없었지만, 그 밖의 것들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누군가의 무력이 절대다수의 힘과 속도를 압도할 수 있다면, 그 외의 다른 것들이 왜 필요하겠는가?

다행스럽게도…… 샤프가 정예 오퍼레이터가 될 수 있었던 이유 또한 그 둘 덕분이었다.

샤프

......

샤프

엔시오데스를 꽤나 신뢰하나 보군.

데겐블레허

왜 그런 말을 하지?

샤프

돈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거든.

샤프

너는, 애초에 돈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데겐블레허

그러는 너는? 입으로는 그저 일일뿐이라고 말하는 주제에, 평범한 일의 범위는 진작에 벗어났으면서 말이야.

샤프

좋아하는 것을 일로 삼는 건 중요하지, 안 그런가?

데겐블레허

……나는 카시미어가 싫었어. 사람도, 도시도 시끄러웠거든.

데겐블레허

원래는 쉐라그도 그다지 좋아하게 될 일이 없을 거라 여겼었지.

데겐블레허

그러나, 막상 지내보니 나쁘지만은 않더군.

샤프

괜찮은 이유야. 은퇴 후에 살 곳도 중요하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둘은 동시에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둘은 알 수 있었다, 상대를 쓰러뜨리려면 방금과 같은 공격으로는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본 실력을 드러내지 않고서는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데겐블레허는 손에 쥔 검을 옆으로 던져 버리곤, 허리춤에서 트윈 소드브레이커스를 뽑아 들었다.

샤프 또한 방패를 풀어 내려놓곤, 두 손으로 검을 고쳐 잡았다.

검푸른 상록수 위, 두껍게 쌓인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가지가 '뿌득'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그와 동시에, 샤프와 데겐블레허 또한 자리에서 사라졌다.


엔야

정말이지, 너 때문에 못 살아 내가.

엔야

사람들이 지키는 길을 돌아서, 저 뒤에서부터 쭉 등반해 올라오다니.

엔시아

헤헤, 이래야만 언니를 만날 수 있었는걸.

엔야

방금 그 박사라는 사람이 너를 보냈다고 했지?

엔야

뭘 하라고 보낸 거야?

엔시아

박사가 나보고 언니 곁에서 대기하래. 필요하면 언니를 보호하거나, 언니를 데리고 도망칠 수 있도록.

엔야

필요하면?

엔시아

……박사 말로는, 오빠가 언니한테 좋지 않은 일을 저지를 수도 있대.

엔야

……

엔시아

나는……

엔시아

언니, 나는 이렇게 생각해.

엔시아

오빠에겐 오빠만의 방식이 있겠지. 그리고 막으려야 막을 수도 없을 거야.

엔시아

하지만 만일 오빠의 방식이 결국 언니를 다치게 한다면……

엔시아

그럼 무슨 일이 있더라도 오빠를 막아 낼 거야.

엔시아

……

엔야는, 그 박사라는 자가 왜 동생을 자신의 곁으로 보냈는지 불현듯 깨달았다.

보호와 도주…… 이 둘은 자기 동생에게 대는 핑계였을 뿐.

그 박사라는 자는 그녀의 생각을 알고 있었다. 또한 그녀가 동생을 만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었다.

엔시아가 그녀를 지킨다고?

엔시아가 그녀를 데리고 도망친다고?

아니, 그 정반대였다.

그녀야말로 엔시아를 보호해야 할 사람이었다.

그녀야말로 엔시아를 데리고 도망쳐야 할 사람이었다.

그녀야말로…… 응당 맞서 싸워야 할 사람이었다.

엔야

엔시아, 내가 예전에 엮어 준 팔찌, 아직도 하고 있구나.

엔시아

당연하지, 앞으로도 쭉 차고 다닐 거야.

엔야

나중에 내가 새로 하나 만들어 줄게.

엔시아

진짜?!

엔야

응.

엔야

엔시아, 그 대신.

엔시아

응?

엔야

언니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엔시아

어떤 부탁?

엔야

언니와 함께 있어 줘.


유카탄

……

유카탄

(밖은 조용하지만, 아마 그 두 간수는 아직 있을 테고.)

유카탄

(창문…… 이 각도에서 들키지 않으려면, 바깥의 경비를 어딘가로 유인해야만 하는데.)

유카탄

(순찰 경로는…… 매일 다섯 번씩 이 근처를 지나가니, 아마 곧 있으면 오겠지.)

유카탄

(안 돼, 자물쇠를 강제로 부수면 안 돼. 하지만 어떻게든 딸 수만 있다면……)

유카탄

(……기회는 아직 더 있을 거야.)

젊은 경비

……엔시오데스 님…… 이번에는 꼭……

유카탄

(……왔다!)

젊은 경비

세 가문…… 충돌은 피할 수 없지만……

나이 든 경비

브라운테일 가문의…… 화재…… 시우루스 님……

유카탄

(시우루스……?!)

유카탄

(설마, 시우루스에게 무슨 일이……?!)

유카탄

(젠장, 멀어서 잘 들리지가 않아.)

유카탄

(……아니, 괜찮을 거야. 일단 여기서 어떻게든 나간 후에, 시우루스와 가주님을 찾으러 가는 거야……)

실버애쉬 전사

잠깐! 거기 누구냐!

실버애쉬 전사

가서 저놈들을…… 끄윽.

유카탄

……?!

유카탄

(문 쪽에서 소리가 나는데, 무슨 일이지……)

시우루스

유카탄, 무사한 거지?!

유카탄

시우루스?! 네가 어째서 여기에……

시우루스

어째서라니? 멍청한 소리 하기는, 너 때문에 왔지!

시우루스

다른 사람들은 영 못 미더우니 별 수 있나!

유카탄

너무 위험하잖아!

유카탄

시우루스, 호위는 충분히 데려온 거지? 이, 이렇게 직접 오지는 않아도 됐잖아! 나 때문에 이런 위험을……!

시우루스

……

시우루스

유카탄.

시우루스

한마디만 더 하면 때릴 거야.

유카탄

윽.

시우루스

잘 들어! 나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했지? 나 또한 마찬가지야.

시우루스

그리고 또!

시우루스

……날 혼자 두고 가면 용서 안 할 거야.

유카탄

시우루스……

유카탄

내가 시우루스를 혼자 두지 않을 거라는 걸 알잖아.

시우루스

흥, 당연한 소리를!

시우루스

좋아, 네가 무사하니 일단 안심인데…… 아직 할 일이 있어. 라타토스에게 약속했거든. 널 구하고 나면 겸사겸사 다른 임무를 처리하겠다고.

유카탄

임무?

브라운테일 전사

시우루스 님, 실버애쉬 가문의 바이스가 병력을 이끌고 공격해 오는 중입니다.

시우루스

봐, 벌써 왔잖아. 자세한 건 나중에 천천히 알려 줄 테니, 일단 우리의 임무는 실버애쉬에게 골칫거리를 안겨 주는 거야.

시우루스

그리고…… 사람을 찾는 일도 있는데, 일단은 나중에 얘기하자!

시우루스

솔직히 영 불리한 상황이고, 바이스 또한 쉬운 상대는 아니지만…… 도와 줄 거지, 유카탄?

유카탄

……

유카탄

당연하지. 네가 원한다면, 뭐든지 할게.


마터호른

포위망을 좁혀라!

마터호른

아크토즈가 산길을 돌파하도록 두면 안 된다!

페일로쉬 전사

주인님, 이러다간 포위될 것 같습니다!

아크토즈

……흠. 무작정 돌파하는 것도 여기까지인 것 같군.

마터호른

아크토즈 님, 항복하시지요.

아크토즈

야카 가문의 아들놈인가. 엔시오데스가 네게 무엇을 주었길래 네가 그토록 놈을 따르는지 모르겠군.

아크토즈

야카 가문이라면, 나 페일로쉬의 영지에서도 상당히 쟁쟁한 집안일 텐데.

아크토즈

그런 놈이 감히 엔시오데스가 쉐라그를 찬탈하는 것을 돕다니!

아크토즈

항복이라?

아크토즈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마터호른

아크토즈 님을 붙잡아라…… 가능한 죽이지 않도록 하고.

'설산귀'

……

아크토즈

와라, 실버애쉬의 쓰레기들아! 누가 먼저 나와 맞붙을 테냐?!

'설산귀'

?!

마터호른

……오로라?!

마터호른

그렇다면……

선택지
  1. 늦지는 않았나 보네.
  2. 여어.
  3. (모자의 챙을 까딱인다)
— 분기 합류 —
마터호른

박사님……?!

마터호른

설마 데겐블레허가……

아크토즈

드디어 왔군, 박사!

선택지
  1. 갑자기 눈이 오는 바람에 좀 늦었어.
  2. 실버애쉬 가문의 감시를 피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어.
— 분기 합류 —
— 선택 1 —
아크토즈

하하, 당신 같은 이방인들에게 쉐라그의 눈은 확실히 골칫거리겠지.

— 선택 2 —
아크토즈

괜찮다, 딱 맞춰서 와 주었어!

— 분기 합류 —
아크토즈

하, 지원군까지 온 이상 누가 우리를 막겠는가!

엔시오데스

아크토즈, 지금 기뻐하기엔 좀 이르지 않나?

아크토즈

엔시오데스!

엔시오데스

오랜만이군, 박사.

선택지
  1. 확실히 '오랜만'이네.
  2. 정말 '오랜만'인가?
  3. 드디어 날 만날 생각이 들었나 보네.
— 분기 합류 —
엔시오데스

너와는 할 얘기가 많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때가 아니군.

아크토즈

엔시오데스, 그대로 기다리라! 네 포위망을 뚫어 버리고, 성녀님을 구한 다음 네놈이야말로 반역자라는 걸 온 쉐라그에 증명해 낼 테니!

엔시오데스

기대하고 있을게.

[CG: 24_i12]
아크토즈

전사들이여, 우리 페일로쉬 가문이 예로부터 맡아 온 책무는 무엇인가?

“외적으로부터 쉐라그를 보호하고, 이 땅의 안녕을 지켜내는 것!”

아크토즈

지금 엔시오데스 저 자가 감히 성녀님을 해하려 하고 자신의 도구로써 사용하려 하고 있다.

아크토즈

우리 페일로쉬 가문은 이를 용납할 수 있는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아크토즈

지원군이 도착했다. 나를 따라 성산으로 돌격하라! 엔시오데스를 쓰러뜨리고, 성녀님을 구출하라!

“엔시오데스를 쓰러뜨리고, 성녀님을 구출하라!”

“엔시오데스를 쓰러뜨리고, 성녀님을 구출하라!!”

“엔시오데스를 쓰러뜨리고, 성녀님을 구출하라!!!”


'설산귀'

……

실버애쉬 전사

성녀님, 어딜 가시려는 겁니까?!

엔야

저는 여기서 나갈 거예요.

실버애쉬 전사

엔시오데스 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엔야

대체 언제부터, 제 행동에 엔시오데스의 동의가 필요했죠?

'딸랑' '딸랑' '딸랑──'

맑은 방울소리가 만주원에 울려 퍼졌다.

다음 순간, 엔시아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엔시아

언니…… 대단하네.

엔야

키야르 씨, 키야르 씨.

키야르

성녀님, 어떻게 눈치챘어?

엔야

키야르 씨가 신출귀몰한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척하면 척이죠.

엔야

저는 내려가서 볼 일이 있어요. 여기는 귀찮겠지만 대신 맡길게요.

키야르

뭐? 그런 귀찮은 일을 나한테 떠넘기려고?

엔야

더 귀찮은 일이 절 기다리고 있거든요.

키야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뭐, 어쩔 수 없네.


키야르

……

키야르

사실 나는, 성녀 선발 때마다 시녀로 분장해서 성녀가 되기 위한 시련을 받는 아이들을 관찰하고는 했지.

키야르

너는 그 해의 여섯 번째 아이였고.

키야르

원래는 별다른 기대를 품지 않았어. 왜냐하면 요즘의 성녀는 갈수록 따분해지고 있었거든.

키야르

강인한 기백을 가졌을지는 몰라도 그만한 의지는 없었던 아이들은, 결국 장로들의 꼭두각시가 될 수밖에 없었지.

키야르

나도 가끔씩 생각하고는 했어. 쉐라그가 지나치게 폐쇄적인 탓에 그녀들이, 이 나라의 사람들이 다들 정체되어 있는 게 아닌가.

키야르

하지만 너는 달랐어.

키야르

그리고 참 흥미로웠어, 엔야.

키야르

성녀가 되고 싶다는 마음 대신, 분노와 실망감을 품고 있었지.

키야르

눈보라를 맞아 가며 성산을 오르는 길, 지칠 대로 지쳤으면서도 포기하려 들지 않았던 네가 생각하던 것은……

키야르

성녀가 되기 위해, 쉐라간드의 대리인이 되기 위해, 쉐라그인들을 위한 기도 같은 게 아니었지.

키야르

오라비에 대한 실망과 다른 두 가문에 대한 혐오 때문에, 성녀가 되어 모두를 놀라게 해 주겠다는 분노를 품고 있었지.

키야르

더더욱 놀라웠던 건, 쉐라그에 대한 엔야의 시각이었어.

키야르

물론,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너희 남매들이 가져다 준 놀라움이라 해야겠지.

키야르

너의 오라비는 일찍이 답지를 제출했어.

키야르

그리고 너 또한 자신만의 답지를 찾고 있었고.

키야르

성녀로서 만주원의 냉대를 견뎌 오고, 사람들을 도울 방법들을 직접 찾아 나서던 나날은 너의 양식이 되었어.

키야르

그리고 지금, 그 양식을 통해 너는 성장했고, 이번 혼란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선택을 했지.

키야르

축하해, 나의 아이이자 나의 대리인, 나의 친구, 나의 자매여.

키야르

엔야를 위해 길을 알려 줄 수 없는 나를 부디 용서해 줘. 나는 한때 경솔하게도 이 땅에 나의 낙인을 찍었고, 오늘날까지도 후회하고 있으니까.

키야르

하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 네가 걸어갈 길을 밝혀 줄 수 있게 해줘.

고요한 복도에서, 미소를 띤 키야르가 가볍게 박수를 두 번 쳤다.

'짝' '짝'

그러자, 모든 것이 변했다.


굴로

간지럽지도 않군!

발레

읏……

굴로

발레, 어쩌면 아크토즈 님이 네게 무언가 잘못을 저질렀을 수도 있겠지……

굴로

하지만 엔시오데스 또한 마냥 착한 사람은 아니잖나!

발레

제가 말했죠……

발레

쉐라그에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발레

이건 당신과 같은 훌륭한 전사가 헛되이 희생하지 않게끔 만들기 위함이에요!

굴로

내가 널 죽이지 않게 해다오, 발레.

발레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굴로.

서로 한 걸음씩 물러난 둘은 자세를 취했다.

둘은 알고 있다. 둘 중 하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쓰러지리란 것을.

굴로

……저건 뭐지?

발레

먹구름이…… 흩어졌어?


유카탄

……

바이스

……쯧, 아무래도 당신을 얕본 것 같군요.

바이스

하지만, 여기서 저를 쓰러뜨려도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겁니다.

바이스

주인님을 막을 순 없을 테니까요.

유카탄

……상관없다.

유카탄

여태까지, 가주님…… 라타토스 누님은 쉐라그의 미래에 대해 자신만의 비전을 가지고 있었지.

유카탄

사람들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서, 더 좋은 나날을 누리고 싶어 하셨어.

유카탄

단지, 그럴 힘이 부족했을 뿐.

유카탄

그래서 누님은 너희들이 말하는 교활한 라타토스가 된 거야.

유카탄

너희들이 보기에 누님은 그저 장애물일 수도 있겠지.

유카탄

하지만 내게 있어, 누님은 영원히 존경할 만한 분이야!

시우루스

유카탄……

바이스

……

바이스

당신들에 대해 개인적인 감정은 없습니다, 이대로 항복하신다면 제가 안전을 보장해 드리도록 하지요.

유카탄

하지만, 나와 시우루스가 엔시오데스의 손에 들어간다면, 필히 가주님의 발목을 붙잡게 되겠지.

유카탄

실버애쉬 가문의 바이스, 물러나라. 그렇지 않으면 너를 죽이겠다.

바이스

……제가 하고 싶은 말이군요, 브라운테일 가문의 유카탄.

바이스

오늘, 당신은 이곳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시우루스

유카탄, 힘내!

시우루스

어라……?

시우루스

성산 쪽에 있는 먹구름이 왜 갈라진 거지?!


몸을 돌린 샤프는 트윈 소드브레이커스를 허리춤으로 다시 차는 데겐블레허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주변은, 마치 재앙이 잠시나마 머물렀던 것처럼 사방에 갈라진 나무토막과 부서진 바위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는 자신의 손에서 검이 흘러내리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오른손의 감각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그는 패배했다.

데겐블레허

적어도 석 달 동안은 오른손을 쓰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샤프

충고 고맙군. 아무래도 짧게 병가를 내야겠는데.

데겐블레허

별로 안타까워하는 기색은 아니네.

샤프

이 전투의 승패는 아무래도 상관없으니까.

샤프

너를 이곳에 잡아 둔 것만으로 나의 임무는 성공이다.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의 몫이지.

샤프

일도 끝났겠다, 슬슬 퇴근해 볼까.

데겐블레허

그 일이란 게 당신에게 그렇게나 중요한가?

샤프

프로다운 정신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해 두지.

샤프

좋은 고용주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서 말이야, 적어도 지금 일자리만큼은 잃고 싶지 않군.

샤프

너는? 내 의도를 알고 있었으면서, 아쉬워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군.

데겐블레허

궁금했거든, 나를 막아선다고 너희들이 뭘 해낼 수 있을지.

샤프

아무래도, 엔시오데스의 보디가드는 소문처럼 앞길을 막는 자들을 무작정 날려버리지는 않는 모양이군.

샤프

사람들은 엔시오데스가 어둠의 기사를 고용했다는 것만 알지, 어둠의 기사 역시 엔시오데스를 인정했다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모양이야.

샤프

엔시오데스 만큼이나 콧대가 높군.

데겐블레허

……네 이름을 기억하지, 샤프.

샤프

굳이 날 기억할 필요는 없지만, 박사를 기억해 두는 건 권하고 싶군.

샤프

성산 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아크토즈

……

엔시오데스

……

아크토즈

전사들이여, 대열을 갖춰라.

페일로쉬 전사들

예!

엔시오데스

전군……

'설산귀'

……!

실버애쉬 전사들

……!

엔시오데스

……?!

아크토즈

무슨 일이지?


[CG: 24_i11]

마치,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성녀의 발걸음 소리만 산속에서 울려 퍼질 뿐.

눈보라는 어느새 그쳐 있었다.

하늘의 먹구름은 마치 그녀를 위해 길을 열어 주듯, 양쪽으로 천천히 갈라졌다.

먹구름 사이를 지난 빛이 성녀가 가는 길을 밝혔다. 마치 성녀가 하늘에서 걸어 내려오는 듯한 착각이 들게 만드는 광경이었다.

아니, 어쩌면 착각이 아닐지도 모른다.

기적……

이는 기적이다.

이는 기적이 분명하다!!!

이 순간, 모든 전사의 마음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만이 떠올랐다.

그건 바로…… 성녀를 향해 가장 경건한 신앙을 바치는 것.


시녀

키야르 님.

키야르

물러나렴, 대장로님은 내가 돌볼 테니.

시녀

네.

대장로

……

키야르

실은, 이 전당이 비록 수많은 보수를 거쳤다지만 나이로 따지자면 그분보다 크게 적지도 않을 거야.

키야르

대장로라는 직함 또한 그럴 테고.

대장로

……

키야르

만주원의 존재 덕분에 쉐라그가 지금까지 단결된 모습으로 남아 있을 수 있었다는 건,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거야.

키야르

하지만, 과거의 정답이 지금까지도 정답이리란 법은 없지.

키야르

시대에 적응할 수 없다면, 아무리 강대한들 결국엔 도태될 운명일 수밖에 없어.

키야르

쉐라그는 지금 멈춰 서서는 안 돼. 적어도, 이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지.

키야르

좋은 꿈 꿔, 대장로.

키야르

수고했어, 그리고 당신들도 수고했어.


발레

……세상에.

굴로

……저건 뭐지?

굴로

설마, 그분의 기적인가……


바이스

성산 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바이스

전원, 철수한다.

시우루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유카탄

이건…… 설마 쉐라간드 신께서 내린 기적인가.


라타토스

……

라타토스

쉐라그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데겐블레허

……눈부시군.

데겐블레허

궁금하군, 이 또한 그 박사의 계획인가?

샤프

나도 모르겠군.

샤프

솔직히 말해 이 또한 박사의 계획 내에 있었다면, 적어도 이런 가능성을 예상하기라도 했었다면……

샤프

오퍼레이터들이 박사는 만능이라고 농담 삼아 말하기는 하지만, 이것까지 예상했다면 좀 정도가 지나치지 않을까 싶군.


엔시아

언니, 무서워……

엔야

괜찮아, 엔시아.

엔야

언니가 지켜 줄게.

엔야

언니가…… 쉐라그를 지켜 줄 테니까.

이 순간, 산길의 모든 병사들이 무기를 내려놓았다.

평생 믿어 왔던 설산의 신이 기적을 보였다. 그분 앞에선, 모든 투쟁이 그저 하찮을 뿐이었다.

아크토즈

……

아크토즈

……페일로쉬 가문의 가주, 아크토즈 페일로쉬. 그분의 대리인이신 성녀님께 가장 진실된 축복을 바칩니다.

짧은 침묵 뒤, 천천히 성녀에게 예를 표한 그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곳에 있던 모든 페일로쉬의 전사들 또한 그를 따라 무릎을 꿇었다.

노시스

……후회하나? 엔시오데스.

엔시오데스

어떤 걸?

노시스

처음에 내가 했던 말을 듣지 않은 것. 그리고 그 박사를 쉐라그에 데려온 것 말이다.

엔시오데스

우리가 패배했다고 생각하나?

노시스

뭐, 네 기준으로는 패배라고 생각하는 줄 알았지.

엔시오데스

이전이라면 확실히 그랬겠지.

엔시오데스

하지만 오늘은……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군.

엔시오데스가 걸음을 내디뎠다.

그 역시 천천히 인파들 사이를 걸어 나와, 성녀에게 무릎을 꿇고 축복의 말을 바쳤다.

이를 따라, 실버애쉬 가문의 전사들 또한 모두 무릎을 꿇었다.

설산에서 일어난 사변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