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브레이크 디 아이스

BI-7쇄빙

사이드 스토리작전 후2022-06-30

연금당한 엔시아는 오로라의 도움을 받아 언니를 만나러 가기로 결정한다. 성산의 대전당에서, 엔야는 대장로에 맞서 자신의 미래를 쟁취해 낸다.

등장 오퍼레이터: 오로라, 노시스, 클리프하트, 프라마닉스


엔시아

……체스터 아저씨, 왜 나가면 안 된다는 거야?

체스터

회장님의 분부입니다. 회장님께서 돌아오시기 전까지는, 밖에서 함부로 돌아다니셔선 안 됩니다.

엔시아

그럼 오빠는 언제 오는데?

체스터

회장님은 지금 성산으로 향하는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틀 뒤 정도면 돌아오실 수 있겠지요.

엔시아

나가서 산책하는 것도 안 돼?

체스터

저택 주변에서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동행할 사람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체스터

아가씨, 지금 쉐라그는 굉장히 위험합니다. 이는 엔시아 아가씨를 위한 조치이기도 합니다.

엔시아

……하아.


엔시아

오빠…… 꼭 이래야만 하는 거야?

엔시아

박사,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엔시아

오로라?!

오로라

쉿…… 경비가 잔뜩 깔렸어. 나도 간신히 들어왔다고.

엔시아

샤프 대장이랑 같이 박사 쪽으로 간 거 아니었어?

오로라

맞아, 나는 박사의 말을 전해 주러 온 거야.


노시스

확실한가?

묀히

네, 아크토즈가 영지에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켰습니다. 하지만, 병력의 지휘관은 아크토즈가 아니라 그 박사입니다.

노시스

그럼 아크토즈는 어디 있지?

묀히

현재 소재가 불명확합니다…… 스파이의 보고에 따르면, 박사에게 병력의 지휘권을 공개적으로 넘긴 뒤 사라졌다고 합니다.

노시스

……그럼 그 병력은 미끼인가? 아니, 그렇게 간단할 리가 없는데.

노시스

병력의 규모는?

묀히

페일로쉬의 영지 내에서 아크토즈의 부름에 응한 가문들은 노시스 님의 예상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았습니다. 이를 통해 추측해 본다면…… 아크토즈가 이와 같은 규모의 병력을 새로 모으기란 힘들 것입니다.

노시스

하지만 아크토즈가 후방에 있을 위인은 아니니, 다른 부대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묀히

페일로쉬 가문의 전사들은 험한 지형에서의 작전에 능하니, 충분히 가능성 있는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시스

허나, 미끼든 주력이든 무시할 수는 없는 병력이군.

노시스

바이스에게 전사들을 산 아래에서 집결한 후 대기하라고 전해라.

노시스

그리고 해당 부대를 감시할 사람을 보내도록. 너는 아크토즈를 추적하는 데 집중해라.

묀히

예.


엔시아

박사가…… 내게 성산에 올라서 언니를 찾아 만주원에 잠입해 주기를 바란다고?

오로라

박사가 말하길, 페일로쉬 가문과 실버애쉬 가문의 충돌은 이제 사실상 피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해.

오로라

하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이 만약 있다면, 그건 당대의 성녀인 엔야 실버애쉬, 너의 언니밖에 없을 거래.

엔시아

하지만……

오로라

원래 박사는 로도스 아일랜드의 방침대로 정치에는 간섭하지 않고 방관하려고 했어.

오로라

하지만 권력을 이양한다던 말이 미끼였던 이상, 쉐라그의 신앙 또한 엔시오데스의 관심사가 아니겠지.

오로라

실버애쉬 가문의 병력이 정말로 페일로쉬의 병력을 격파한다면, 쉐라그를 손에 넣기 위해 치워야 할 장애물은 만주원밖에 남지 않아.

오로라

다시 말해, 남은 건 쉐라그인들이 추앙하는 대상, 성녀뿐이라는 거지.

오로라

박사는 딱히 성녀를 설득해서 뭘 하고 싶은 게 아니래. 그가 원하는 건 단지 저번에 네가 부탁했던, 너희 남매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것뿐.

오로라

박사는 쉐라그에 온 뒤로 지금까지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에 자책하는 중이야.

엔시아

박사는 잘못 없어! 오히려 내가 박사랑 다른 분들께 죄송할 따름이지. 그냥 즐겁게 여행하러 왔을 뿐일 텐데, 오빠 때문에 이런 꼴이 되어 버리다니……

오로라

네 잘못도 아닌걸.

오로라

어쨌거나 박사는 많은 것을 못 본 척하려 했지만, 처음부터 엔시오데스의 계획에 말려들어 버렸으니까.

오로라

다른 관점에서 보면, 네가 그 엔시오데스 님의 동생이라는 것도 사실이고.

오로라

그러니까, 박사는 뭐라도 해 볼 작정인 거야.

오로라

네게 산에 올라 달라고 부탁한 건, 네가 성녀를 지켜 주는 보험이 되기를 바라서야.

엔시아

박사는, 필요할 때 내가 오빠를 막아 주기를 원하는 거구나.

오로라

아니면 성녀를 데리고 도망치거나.

엔시아

……

엔시아는 자기도 모르게 손안의 팔찌를 만지작거렸다.

어릴 적, 그녀의 언니가 직접 엮어 준 것이다.

엔시아

……

엔시아

갈게.

오로라

좋아, 잠입 작전이라고 생각하면 돼. 나랑 다른 오퍼레이터들이 함께할 거야.

엔시아

……아니.

엔시아

더 좋은 방법이 있어.

엔시아

성산의 산기슭까지만 데려다주면 충분해, 그 뒤로는 나 혼자서 할 수 있어.


굴로

박사, 어째서 행군의 속도를 이렇게 늦추는 거지?

선택지
  1. 우리를 지켜보는 녀석들에게 한껏 과시하기 위해서.
  2. 아직은 속도를 올리면 안 돼.
— 분기 합류 —
시우루스

굴로, 설마 아직도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 모르는 건 아니지?

굴로

실버애쉬 가문의 주의를 끌려는 게 아닌가? 그저 이건 너무 느리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시우루스

넌 그냥 저쪽이랑 싸우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 같은데.

굴로

당연한 소리를.

굴로

전에 발레에게 당한 뒤로 꾹 참고 있었다고.

페일로쉬 전사

박사님, 대전에서 잡혀간 유카탄의 위치를 확인했습니다.

페일로쉬 전사

박사님의 짐작대로, 실버애쉬 가문의 영지로 보내지는 대신 산자락의 마을에 감금 중입니다.

선택지
  1. 수고했어.
— 분기 합류 —
굴로

대단하군, 박사. 이렇게나 빨리 유카탄의 감금 장소를 알아내다니.

시우루스

흥, 이 정도 첩보야 우리 브라운테일 가문도 할 수 있다고.

시우루스

어쨌든, 유카탄의 위치도 알아냈으니 이제 나랑 이 멍청이가 움직일 때인 거지?

선택지
  1. 그래.
— 분기 합류 —
굴로

……

시우루스

왜 가만히 있어?

굴로

뭐? 내 얘기였나? 나는 멍청이가 아니라서 말이야!

시우루스

(스으으읍)

시우루스

굴! 로! 장! 군! 흥…… 이거면 됐나?

시우루스

이봐, 우리가 뭘 해야 하는 건지 알고는 있겠지?

굴로

알다마다. 가장 가까운 역으로 가서 난리를 피우고, 네가 네 남편을 구해낼 틈을 만들어 주는 거지.

시우루스

알면 됐어.

시우루스

박사 대신 경고한다. 그 누구도 괜한 피를 흘리도록 두지 마.

굴로

흥, 역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일반인들이다, 나 굴로가 그들에게 손을 댈 것 같나.

굴로

하지만 박사, 만약 실버애쉬 가문의 사람들이 정말로 온다면……

굴로

그저 될 수 있는 한 피를 안 보겠다는 말밖에는 못 하겠군.


오로라

클리프하트, 필요하다던 게…… 네 등반 장비였어?

엔시아

맞아.

오로라

설마 카란 성산을 등반하려고?

엔시아

응, 네 말대로라면 지금 성산 위는 물론, 성산 밑에도 사람이 엄청 많겠지.

엔시아

만일 정면으로 간다면 샤프 대장이라도 잠입하기 힘들 거야.

엔시아

하지만 내게는 문제가 아니지롱.

엔시아

산기슭까지만 데려다준다면, 나머지는 내가 할 수 있어.

오로라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나랑 다른 사람들이 널 보호할 수 없잖아.

엔시아

괜찮아, 괜찮아!

엔시아

나도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여러 훈련을 받은 몸이라고. 웬만한 적들은 내가 상대할 수 있어.

오로라

그렇지만……

체스터

엔시아 아가씨, 어디를 가시려는 건지요?

엔시아

체스터 아저씨……

엔시아

등산이나 하려고.

체스터

어느 산 말씀이신지요?

엔시아

카란 성산.

체스터

거기는 곧 전장이 될 곳입니다. 다칠 수도 있습니다.

체스터

그곳에서 뭘 하시려는 건가요?

엔시아

……

엔시아

체스터 아저씨, 내가 등산을 시작한 이후로, 늘 카란 성산을 내 두 손으로 정복해보고 싶었어.

엔시아

언니가 성녀가 되어 우리를 떠난 뒤로부터 나의 소망은 갈수록 더 강해져만 갔지…… 언젠가는, 저 산의 꼭대기에 올라 언니를 데리고 돌아오겠다는 소망.

엔시아

그리고, 지금 그 기회가 찾아왔어.

체스터

힘든 일이 될 겁니다, 아가씨.

엔시아

……만일 언니를 데려올 수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지금만큼은 언니 곁에 있어 줘야 해.

엔시아

오빠가 이렇게 많은 일은 저지른 이상, 언니도 분명 혼란스럽겠지.

엔시아

내가 오빠를 막을 수 없다면, 적어도 언니의 곁에 있어 주기는 해야 하잖아!

체스터

……

올라퍼, 당신의 막내딸도 어느새 이렇게나 컸습니다.

실버애쉬 가문 장교

엔시아 아가씨, 죄송합니다. 주인님께서 아가씨의 안전을 위해 저택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하셨습니다.

체스터

……내버려 두게.

엔시아

응?

엔시아

체스터 아저씨!

실버애쉬 가문 장교

하지만 주인님의 명을 거역하는 겁니다, 체스터 님!

체스터

여기서 발생하는 모든 일은 내가 전부 책임지겠네.

실버애쉬 가문 장교

그게……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어쩔 수 없지만, 아가씨가 위험에 처할 수도……

체스터

실버애쉬 가문의 사람은 결코 무가치한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다.

체스터

여기선, 아가씨를 믿도록 하세.

실버애쉬 가문 장교

그…… 알겠습니다.

체스터

가서 엔시아 아가씨와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온 손님들을 위해 최고의 버든비스트를 준비해 주도록.

실버애쉬 가문 장교

알겠습니다.

엔시아

고마워, 체스터 아저씨!

오로라

감사합니다, 체스터 씨.

오로라

분명 당신은……

체스터

괜찮습니다.

체스터

가시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엔시아

응!

체스터

엔시아 아가씨.

엔시아

응?

체스터

조심하셔야 합니다.

엔시아

……알았어!

체스터

올라퍼.

체스터

당신과 엘리자베스가 죽은 뒤로 항상 후회했습니다. 당신의 개혁에 반대할 것이 아니라, 지지했어야만 했는데.

체스터

그래서, 당신의 아들이 그 뜻을 이어받겠다 하였을 때 저는 망설임 없이 지지를 택했습니다.

체스터

엔시오데스는 이를 아주 잘 해내고 있습니다.

체스터

엔야는 성녀로서 쉐라그인들의 사랑과 섬김을 받고 있습니다.

체스터

엔시아는 광석병에 걸렸지만, 병세는 억제되고 있으며 항상 이전처럼 명랑합니다.

체스터

다만, 이제 와서야 문득 생각했습니다.

이 아이들이 한데 모여, 남매가 함께 웃음을 짓는 모습을 본 지가 너무나도 오래된 것 같습니다.


대장로

……

엔야

대장로님, 아직 안정을 취하셔야……

대장로

……

대장로

기록에 따르면, 이 전당은 삼족 의회가 수립된 후 세 가문의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지었다고 하지. 오늘날의 제도가 자리를 잡기 전부터, 세 가문의 사람들은 함께 힘을 합쳐 왔다는 뜻이다.

대장로

그 뒤로 천 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 잦은 보수를 거치며 결국 오늘날의 모습이 되었지.

대장로

이 의자 또한 이곳에서 천 년이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게야.

대장로

이 의자 위에서 일생을 보내온 대장로 또한 수십 명이 넘을 것이고 말이야.

엔야

……마치, 이 산에서 쓸쓸히 저물어간 수많은 성녀들처럼.

대장로

성녀라는 자리는, 애초부터 만주원이 신앙을 더욱 퍼뜨리기 위해 만들어 낸 것이다.

엔야

이 자리에서 제가 진작부터 알고 있던 사실을 굳이 꺼내시는 건, 설마 신앙은 가짜라는 말이라도 하시려는 건가요?

대장로

말이 날카롭구나. 하지만 그 반대란다, 엔야. 아니, 성녀여.

대장로

성녀여, 콜록, 너는 이 늙은이의 이름을 아느냐?

엔야

……모르겠네요.

대장로

만주원에는, 아마 이를 기억하는 사람이 남아 있지 않을 게다.

대장로

이 늙은이 자신조차도 잊어버리고 말았지.

대장로

모든 대장로는, 전임 대장로의 직위를 이어받는 순간부터 그저 대장로일 뿐이다.

대장로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성녀의 이름을 잊고서 그저 성녀라고 불렸다는 것만을 기억하겠지.

대장로

그리고, 모든 대장로와 성녀는 깨닫고 만다……

대장로

사람들이 믿는 것은, 쉐라간드 신이 아니라는 것을.

대장로

사람들은 그 어떤 것도 믿을 수 있다. 그저 하나의 이야기에 우연이 겹치면, 사람들은 성녀를, 대장로를, 엔시오데스를, 산을, 물을, 심지어는 나뭇잎마저도 믿을 수 있지.

대장로

사람들이 그 무엇이든 믿을 수 있다면, 신앙이란 것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할까?

대장로

역대 대장로들은 결국 이렇게 답을 내었다.

대장로

사람들이 믿는 것은 신앙 그 자체라고.

대장로

사람들은 선택권을 신앙의 대상에게 넘긴다.

대장로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언가를 싫어하는 이유를 신앙에 돌린다.

대장로

사람들은 신앙이 가르치는 삶을 무조건적으로 따른다.

대장로

그렇다면 신앙은 무엇일까?

대장로

신앙이란 나태이며, 도피이자 퇴폐이다! 신앙은 안정이며, 곧 정체이기도 하지! 콜록, 콜록, 콜록……!

엔야

……쉬시는 게 좋겠어요, 대장로님.

대장로

아니, 성녀…… 성녀여!

대장로는 갑작스레 엔야의 손목을 잡았다.

그 힘이 어찌나 센지, 엔야의 피부에 붉은 자국이 남을 정도였다. 마치 남은 힘을 모조리 쏟아부은 것처럼.

그의 두 눈은 눈앞의 성녀를 향하고 있었지만, 마치 다른 사람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대장로

신앙이란 추악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 누구도 신앙을 무너뜨릴 수는 없었다!

대장로

천 년 동안의 세월을 겪어 온 쉐라그는, 세 가문 간의 골이 깊어지고 있으나 그 누구도 신앙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신앙은 쉐라그의 근간이니까!

대장로

신앙은 쉐라그 사람들을 한 데 묶었으며, 사람들은 신앙을 갈구하고, 신앙에 의존하지!

대장로

쉐라그는 그 덕에 천 년을 버텨올 수 있었다!

대장로

사람들은 안정을 갈망하고, 정체를 갈망하니까!

대장로

엔시오데스는 자신이 승리했다고 생각하지만, 천만의 말씀. 그것은 불가능하다.

대장로

녀석이 어찌 감히 쉐라그의 천 년 묵은 신앙을 이길 수 있겠는가!

대장로

이 늙은이는 이제 때가 되어가지만, 너는 아직 젊다. 너는 만주원의 성녀이고 만주원의 대장로가 될 사람이다.

대장로

가서 녀석을 가르치고, 녀석을 이겨내라! 그리고 녀석에게 똑똑히 알려 주거라, 신앙의 앞에서 네 녀석이 해낸 모든 것들은 한없이 초라할 뿐이라고!

엔야는 잠시 침묵하며, 대장로의 손가락을 하나씩 자신의 손목에서 떼어놓았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이 노인에 대한 동정과 함께 그보다 큰 단호함이 서려 있었다.

엔야

……저는 동의하지 않아요, 대장로님.

엔야

신앙은 정체를 의미한다고 말씀하셨죠. 사람들이 신앙에 의존하는 것은, 안정을 갈망하기 때문이라고.

엔야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엔야

물론 신앙을 지닌 사람은 습관적으로 신앙에 의지하게 되죠. 나태, 도피, 퇴폐……방금 말씀하신 것들, 저는 부정하지 않습니다.

엔야

하지만 그게 신앙이 정체를 의미한다는 것은 아니에요.

엔야

신앙은 신앙일 뿐, 신앙 그 자체에는 아무런 뜻도 없어요. 신앙의 본질은 곧 부여되는 것이니까요.

엔야

신앙이 앞으로 나아가면, 신앙을 지닌 사람 또한 앞으로 나아가고.

엔야

신앙이 멈춘다면, 신앙을 지닌 사람 또한 멈추겠지요.

엔야

대장로님께서 쉐라그 사람들이 정체되어 간다고 생각한 이유는, 쉐라간드께 향하던 신앙이 만주원에 의해 천 년간 정체되었기 때문이에요!

엔야

우리는 관습화된 규칙을 따르며 스스로 자신을 가둬버렸죠. 이 설산 속에서 천 년이 넘게 두문불출하며 바깥세상과 교류하지 않았어요.

엔야

그러한 관습이, 정말로 신앙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엔야

이건 그저 만주원의 오만이 아닌가요?

대장로

오만? 아니다! 원래부터 그리했을 뿐이다!

엔야

……원래부터라는 건 없어요.

엔야

만약 있다면, 아직 변한 적이 없었을 뿐이겠죠.

엔야

이제는 변할 때예요, 대장로님.

대장로

아니다, 성녀여. 너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을 거다.

대장로

신앙은, 콜록…… 쉐라의 근간을 이루는……

엔야

저는 엔시오데스와 맞설 테지만, 대장로님께서 원하는 방식이 되지는 않을 거예요.

엔야

제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엔야

하지만, 성녀가 애초부터 신앙을 이끌기 위한 만주원의 도구로 만들어졌으니.

엔야

이젠 제가 그 도구를 제대로 써 보도록 하죠.

엔야

저는 성녀입니다. 만주원의 성녀가 아닌, 쉐라그의 성녀입니다.

엔야

저는 제 방식대로 사람들을 이끌겠습니다. 그들이 자유롭게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세상을 탐구하고 모험할 수 있도록.

엔야

대장로님께선, 이제 쉬셔도 좋습니다.

엔야

여러분, 대장로님을 부축해 주세요.

엔야는 몸을 일으켜, 뒤돌아보지도 않고 본당을 걸어 나갔다.

그녀의 뒤에선, 대장로가 의자에 앉아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무언가를 움켜쥐고 싶은 듯 손을 뻗었지만, 결국에는 힘없이 손을 떨굴 뿐이었다.

그는 아무것도 잡지 못했다.

그는 영원히 그곳에 멈추었다. 그의 꿈속 쉐라그의 설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