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3사람 속은 모른다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 나왔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샤프는 박사를 구해냈으나, 박사는 다시 돌아가 오로라와 함께 시민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분쟁을 중재하기를 택한다.
상황을 보고해라.
별로 좋지 않아. 박사가 예상했던 대로, 이곳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어.
공장 쪽으로 가고 있나?
응…… 확실해.
따라갈 방법을 찾아 봐, 수시로 보고하고.
라져.
그럼 이 공장의 인수인계도 끝이군요.
박사님께서 중재해 주신 덕분에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뜸 일부터 하게 되셨군요. 대접이 소홀했던 점, 정말로 죄송합니다.
- 신경 쓰지 마. 난 그저 학자일 뿐이니까.
부디 그렇게 자신을 낮추지는 말아 주십시오, 앞으로도 신세 지게 될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잠시만요.
발레 장군님, 무언가 걸리는 점이라도 있으신지요?
매복이 있습니다.
역시 발레 장군이군.
누구냐?
아무래도 걸리는 게 있어서 말이지.
바이스와 박사님께서, 방금 주민들에게 카란 무역회사가 앞으로 취할 조치에 관해 설명해 드렸습니다.
제 생각에는, 그 과정에서 무언가 오해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오해?
체스터 씨, 아직도 모르나 본데……
엔시오데스 님은 이 외국인에게 속고 있는 거라고!
- 무슨 소리지?
누군가가 와서 알려 주기 전까지는, 우리 또한 까맣게 모르고 있었지.
체스터 씨도 알고 있었겠지만, 이 외국인이 쉐라그에 온 이유는 애초부터 광석병과 감염자의 처리에 대한 자문 때문이야.
그게 무슨 뜻이죠?
……
틀림없어.
이 외국인은 이미 아크토즈와 손을 잡았지. 발레 장군은 그 감시를 위해 와 있고.
만주원과 아크토즈가 엔시오데스 님의 개척 사업에 불만을 가졌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어.
이 외국인은 공장이 광석병을 전파할 수 있다는 둥, 엔시오데스 님께 불리한 증거를 잔뜩 들이대며 공장을 영영 폐쇄하려 들 게 뻔해!
이건 우리 페일로쉬 가문에 대한 모욕입니다! 우린 그런 추잡한 짓은 하지 않아요!
페일로쉬와 만주원이 손을 잡은 후로 벌인 불법적인 일과 희생된 사람이 적지 않을 텐데?
……
아버님! 아버님! 괜찮으세요?
자, 이걸 들이켜라. 쭉 들이키면 괜찮아질 거다.
쉐라간드의 눈물이, 설산귀의 독을 해독시켜 줄 게다.
……증거는 있는가!
퉷, 너희들이 벌인 짓을 왜 우리한테 물어?
박사님……
- 사실이 아니야.
- ……
- 네가 보기에는 어때?
……제가 박사님을 믿어도 되겠습니까?
양심에 찔려서 말이 안 나오나 보지?
어물쩍 넘어갈 생각 마라!
긴말은 않겠다! 사실대로 털어놓는 게 좋을 거야!
위병! 손님을 보호하고, 저들을 제압하도록!
저 외국인부터 잡아라!
너, 넌 어디서 나온 거야!
여기는 안전하지 않다!
박사, 도망친다!
우르수스 오퍼레이터가 박사를 어깨에 힘껏 둘러메고 당차게 숲을 향해 달아났다.
- 이젠 괜찮으니까, 그만 내려 줘.
아! 응, 알았어.
하아……
거듭해서 말해야겠군, 박사.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 간에, 이건 너무 무모한 계획이야. 아마 잊어버렸을 수도 있겠지만, 이건 이전부터 네게 계속해서 말해 왔던 바이기도 했다.
- 널 믿으니까 그런 거야.
누구라도 실수할 수 있지,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다. 가능하다면 내 업무 난이도를 좀 낮춰 주었으면 좋겠군.
만에 하나, 아까 습격해 온 사람 중에 전문적인 전투 요원이 섞여 있었다면?
아까 그 사람들이 석궁이라도 들고 나타났다면 어쩌려고 그랬지?
- 걱정 마, 저들의 목적은 살해까지는 아니야.
박사한테 상황을 보고할게.
박사의 전언에 따라, 샤프 대장과 나는 각각 브라운테일 가문의 저택과 실버애쉬 가문의 공장에서 수상한 사람들을 추적했어.
그리고 우리가 모은 단서를 합친 결과……
사람들은 브라운테일 가문에 선동당했을 가능성이 커.
일반인들을 선동해 상대방을 깎아 내린다라. 자주 쓰일 정도로 효과적이지만, 투박한 계략이기도 하지.
- 나와 실버애쉬 가문의 갈등을 부추기려는 걸까.
- 페일로쉬 가문과 실버애쉬 가문의 갈등을 부추기려는 걸까.
- 하지만 이것 또한 함정일지도 몰라.
그 말은……?
그자들의 장비나 실력도 변변치 않았고, 심지어 도망치는 것조차 버거웠어.
일단 붙잡은 다음에 어디서 정보를 얻었는지 심문하면……
반대로 브라운테일 가문에 불리할 수도 있겠네?!
- 꼭 그런 것만은 아니야.
우리에겐 아직 정보가 부족하다. 사건의 전체적인 양상도 알 수가 없고, 배후에 있는 진짜 주동자와 그 목적도 밝혀낼 수가 없어.
당장 확신할 수 있는 건 누군가 세 가문을 이간질하고 있다는 거다. 바꿔 말하자면 쉐라그, 즉 '히라'의 정세를 뒤흔들겠다는 건데, 이건 외부인인 박사에게 있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야.
박사,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일단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 아직은 때가 아니야. 일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어.
맞아. 이 소란은 거대한 폭풍의 일부분에 불과해. 하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지. 바로 이 위험한 사건의 중심에서 널 데리고 이곳을 벗어나는 거다, 박사.
-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있어.
- 그 사람들이 체포되는 것을 막아야 해.
- 세 가문을 이간질하는 흑막을 막아야지.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위험 또한 높아지지. 자세한 정황을 파악할 시간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 박사.
이 일은 시작에 불과할지도 몰라.
조심해라, 박사. 이 일은 어쩌면 애초부터 너의 예상을 뛰어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네가 판단을 내렸고, 자신도 있는 듯하니…… 굳이 막지는 않겠어.
쿠리어와 마터호른, 그리고 클리프하트는 실버애쉬 가문의 사람이었지. 그들에게도 알려 줄 생각인가?
- 아니.
- ……
- 네 판단에 맡길게.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클리프하트에게는 미안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쿠리어와 마터호른을 완전히 믿기란 어렵겠지.
클리프하트는 둘째치더라도, 세 가문의 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려 하는 이상, 쿠리어와 마터호른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들에게는 일부 정보를 숨겨야지.
- 그럼, 먼저 날 돌려보내 줘.
다른 사람들이 더 있나?
없습니다. 모두 잡아서 확보해 두었습니다.
박사는? 그 박사는 어디 갔어?
……갑자기 나타난 사람이 박사님을 데리고 숲으로 향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안 돼!
날 따라와. 박사님께 문제가 생겨서는 안 된다!
- 날 찾았어?
!!
아, 당신…… 전 당신이……
- 도망친 줄 알았어?
……방금 전에는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간 탓에, 박사님을 차마 신경 쓰지 못했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시길.
당신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겼어야 했는데, 우스운 꼴을 보여 드리고 말았군요.
박사님께서도 보셨다시피…… 이자들은 더 이상 박사님께 위해를 끼치지 못할 겁니다.
거기! 얌전히 있어!
네 녀석이 작정하고 엔시오데스 님을 모함하러 왔다는 걸 우리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나?!
이 위선자 같으니라고! 퉷!
……
……오빠?
......?
라라? 네가 왜 여기에 있어?
오빠!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너, 네가 왜 이 사람들이랑 같이 있는 거야?
이 분은 내 상사라고!
조용, 지금은 때가 아니다.
……알겠어, 대장.
- 솔직히, 카란 무역의 공장은 안전에 문제가 있어.
네?
- 가스를 배출하는 관과 작업 구역이 너무 가까워.
- 인부들에게 지급되는 보호 장비의 방호율이 부족해.
- 오리지늄 광물의 운송 경로가 불안정해.
……엔시오데스 님께도 이 이야기를 하셨습니까?
너! 너! 역시 엔시오데스 님을 모함하려는 거지?!
- 전부 사실이야.
……전 이 일에 관해 잘 모르니, 박사님의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일리가 있는 것 같군요.
우리보고 네 말을 믿으란 말이야?! 너! 너……
얌전히 있어! 너희들은 만주원 영지 내에서, 멀리서 찾아오신 귀빈을 공격하는 무례를 저질렀다. 이제부터 무슨 벌을 받을지 궁금하지도 않은가?
……
엔시오데스 님을 위해서라면……
실버애쉬 가문의 손님이 실버애쉬 가문의 주민에게 습격당하다니, 오히려 가문의 평판을 떨어뜨리는 일 아냐?
이게 너희들이 말한 “엔시오데스 님에게 보답하는 방식”이야?
……그건……
너희들도 잘 생각해 봐!
오빠, 오빠는 냉정한 사람이었잖아.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 거야?
……됐어, 너한테 말해 봤자 이해 못할 거야.
- 발레 장군, 그만 풀어 주는 게 어떨까?
……네?
- 보다시피 내 부하의 가족도 있잖아.
- 오해이니, 오해를 더 키울 필요는 없잖아.
- 아까 전 실수에 대한 만회로 보면 안 될까?
발레 장군, 부디 선처를……
……하아.
정말로 단순한 오해일 뿐인가요? 제가 보기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은데요.
……뭐, 알겠습니다.
……그걸로 괜찮겠습니까?
너희들, 잘 들어. 이분께서 관용을 베풀지 않으셨다면, 너희들은 오늘 엄벌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너희들이 저지른 잘못을 반성하도록 해!
고작 이런 일로 민심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야! 너……
그만해, 더 이상 실버애쉬 가문에 먹칠하지 말고 돌아가자.
분노한 시민들이 실망과 경멸의 기색을 품고 하나둘씩 떠나가자, 당장의 갈등은 해결된 듯 보였다.
하지만 곧 눈보라가 닥칠 것이라는 사실을, 당신은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