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2죽어가는 가시
죽은 동료를 추모하던 중 신비한 손님을 만나게 된 피누스 실베스트리스 기사단. 한편, 악몽의 기사는 마틴의 술집에 찾아갔고, 경기가 끝난 빛의 기사는 양초의 기사에게 도움을 받아 기자들의 포위를 벗어난다.
등장 오퍼레이터: 니어 더 래디언트 나이트, 파투스
……
……이보나, 왔어?
안색이 너무 안 좋아 보이는데……
……당연하지.
저 망할 기사 놈들의 갑옷을 산산조각 내지 못했으니까…… 쳇.
……네 잘못이 아니야.
본인 몸 상태를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았잖아.
그 정도 감염이면 몇 달 전부터 움직이지 말았어야 했는데……
어떻게든 카시미어를 떠나서 본인이 원하는 대로 마지막 시간을 보냈어야지.
올머 잉그라…… 이게 카봐렐리엘키의 기사 귀족이야. 포악하고 무식하고 사람 목숨을 우습게 알고.
그때 그놈의 사지를 다 부러뜨렸어야 했는데……
……네 잘못도 아니야, 그레이너티.
쳇, 내가 그 자리에 있었는데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없어?
모르는 게 나을 거야.
그래도 알고 싶어.
……그래.
……
감염자가 눈도 못 감고 죽는 게…… 드문 일은 아니잖아.
우리가 그 분노를 기억할 거야.
……
소나?
……이름은 제이미야. 원래는 스포츠 기사였는데 사고로 감염자가 되었지.
이혼했고 귀여운 딸이 하나 있어. 기사로서 계속 대회에 참가하려고 병세를 숨겼겠지…… 돈이 필요하니까.
하지만 병세를 숨기려면…… 기사 협회에 더 많은 돈을 줘야 하는데.
제이미의 방에서 협회 멤버와 주고받은 편지를 발견했는데, 그야말로 밑 빠진 독이더라.
아주 긍정적인 사람이야. 그래서 제이미에게 그런 일이 있었는지 우리 중 누구도 눈치를 못 챈 거지.
광석병에 감염되어 처자식과 헤어졌는데도 다른 사람을 도와줬어……
기억해? 제이미는 아침마다 아이들을 돌봐줬잖아.
이렇게 아무런 존엄도 없이 죽으면 안 될 사람이야. 이건 애초에 우리가 기사단을 창립한 목적에 어긋나는 거라고.
그런데……
이렇게 열정적으로 살아가던 사람의 마지막이 결국 뼈에 사무치는 원한이라니.
그렇다면……
……소나.
요즘 넌 너무 많은 걸 짊어졌어. 그렇게 고집부리지 마.
……음……
……그런 머리 굴려야 되는 어려운 일은 너희한테 맡길게.
난 더 강해질 거야. 저 위선자 녀석들을 산산조각 내고 내 힘으로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말이지.
피의 기사가 좋은 본보기잖아. 카시미어가 아직도 '기사'를 인정하는 한…… 우린 그 길을 걸어야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소나. 그럼 속도만 더 느려질 거야.
……소나!
알았어, 알았어. 그러니까 빨리 셰브치크랑 확인해야 돼……
바…… 바람의 움직임이 바뀌었어. 순간이긴 했지만……
누군가 지켜보고 있어, 게다가……
……아머레스 유니온?
기운을 아주 잘 숨겼네…… 적이라면 진작 우리를 습격했을 거야……
……나와.
여긴 감염자 구역이야. 일반인은 멋대로 올 수 없는 곳이라고.
그렇지 않으면……
아, 알겠으니까 소리치지 마, 하아.
감염자 기사라니, 생각지도 못한 풍경이야. 10년 넘게 카봐렐리엘키 근처에도 안 왔었는데, 기사 어르신들과 상인 양반들이 정말 상상 이상이군……
……누구야?
오해하지 마, 사람을 찾다가 우연히 지나쳤을 뿐이야.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우리는 공통의 화제가 있을 것 같거든, 감염자 여러분. 예를 들면…… 아머레스 유니온이라던지.
아쉽지만 오늘 우리에게 좀 불행한 일이 있었어. 정말 얘기하고 싶으면 다음에 다시 보자.
그래? 타이밍이 영 안 맞네, 아쉽다.
그럼 다른 곳에 가보는 수밖에 없겠네. 오랜만에 그랜드 나이트 영지에 왔는데.
자, 그럼 이만…… 어쩌면 곧 다시 만날지도 몰라.
......
셰브치크를 데려간 기사를 찾았어…… 도망친 송곳니의 기사야.
피누스 실베스트리스 기사단과 같이 있더라. 물론 감염자 기사는 원래 결속력이 좋긴 하지……
……그쪽에서 나는 건 무슨 소리야? 또 술집이야?
예예, 또 나이츠모라 조사야? 아주 좋은 핑계지. 그래서, 감염자에 관한 명령은 언제 내려지는데?
……뭐?
셰브치크 일도 '윗선에서 아직 회의 중'이라고 해서 이렇게 된 거 아니야? 드론을 보내서 폭격까지 해놓고 무슨 의미가 있다고……
야야…… 나한테 아무리 말해도 지금은 토너먼트 기간이라 경솔하게 결정할 수 없잖아.
네, 네네. 진짜로 게으름 피우는 거 아니니까 날 믿어.
진짜라니까…… 저기 사장님, 감자튀김 하나요.
잠시만.
네. 여보세요? 모니크, 듣고 있어?
……이런, 끊어버렸네.
자, 주문한 감자튀김.
앗, 고마워요.
음……! 감자를 채 썰어서 튀길 생각은 누가 했을까? 정말 천재가 따로 없다니까.
그러고 보니 전에 두각을 드러낸 마리아 니어와 채찍의 기사도 여기 자주 온다면서요?
사인받고 싶은 거면 운이 좋아야 할걸……
이 술집에선 은퇴한 늙은이들밖에 볼 수 없잖아.
저 녀석은 누구야? 아머레스 유니온의 염탐꾼인가?
난들 알겠냐. 손을 쓰지도 않았으니 몸을 뒤질 수도 없고…… 야, 널 지켜보는 것 같은데?
음…… 그냥 내버려 둬.
어젯밤부터 눈꺼풀이 심하게 떨리던데…… 왠지 큰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야.
너도 드디어 잠이 줄어들 나이가 된 거야?
뭐? 난 아직 팔팔하다고! 예전에 눈꺼풀이 심하게 떨린 것만으로 포병 캐스터의 습격을 예지한 적도 있거든……
너한테 무슨 큰일이 생기겠어? 아침에 치약을 짰는데 올리브유라도 나왔나?
……음.
마틴. 뭔가 그 아우라가 막 느껴져…… 거물급이야.
난 이런 이상한 예감은 처음이라서 말이지…… 아무튼 말썽 피우러 온 게 아니면 좋겠네.
(벌써 온 건가, 정말 빠르네…… 음, 우선 지켜봐야겠다.)
——
……(고대 언어) 젊은 사냥꾼이 천도의 길에 오르네♪
……(고대 언어) 꿈에서 출발해 황금의 세계로 향하네♪
(저 언어는……!)
……뭐야, 요즘 사람들은 술집에 올 때 모두 스스로 등장곡을 부르는 건가? 그럼 주크박스는 의미가 없잖아!
이런 볼품없는 내 술집이 정말 니어 가문의 덕을 보기라도 했나? 하지만 저런 기사는 처음 보는데…… 왜 그래, 포?
나…… 나도 모르겠어, 갑자기 심장이……
(고대 언어) ……바트바야르, 동포, 후손이여.
(고대 언어) 왜 이런 곳에?
너……! 그 이름을 알아?
......
기사는 말없이 주위를 둘러본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은 불빛마저 피하는 것 같다.
대답해, 어떻게 그 이름을 알고 있냐고……?
어이, 포, 아는 사람이야?
......
뭐 마실래, 손님? 만약 아무 볼일이 없다면 여긴 무기 든 기사를 별로 반기지 않아서 말이지.
(고대 언어) ……아쉽군.
잠깐, 기다려……
코발, 마리아가 공방을 계속 빌리겠다는데……
……으윽.
조, 조피아 언니, 기다려…… 꺄악!
가, 갑자기 멈추면 어떡해? 무슨 일이야?
……넌……
……악몽의 기사?
이번 대회의 초신성이 여긴 왜 왔지? 설마 마리아와 마가렛의 정보를 캐내려고?
만약 그렇다면……
시끄럽다.
……!
조심해!
가…… 갑자기 무슨 짓이야!?
……페가수스…… 나약한 종족. 황금의 피가 흐르는 페가수스만이 상대할 만하다.
그러나, 페가수스 퇴위 후, 이 이른바 '기사의 나라'……
초원이 쇠약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못 본 척인가, 쿠란타?
지금의 카시미어에선, 너희 같은 사람이 기사라고 불리는가?
다들 저…… 허울뿐인 경기장에서 대결하는가?
방금 그런 행동을 한 너와 차분하게 대화를 할 수가 없겠군.
움직이지 마…… 애송이, 물어볼 말이 있으니까. 네 머리통을 박살 내고 싶지는 않다고.
나쁘지 않다…… 아직 싸울 의지가 있는가.
그럼, 너는?
엥? 뭐, 나? 난 그저 지나가다 들린 기사 팬이야. 못 본 거로 해줘.
난 아무것도 안 해, 아무것도. 응.
……
('진동하는 철의 기사' 마틴은 해머를 능숙하게 다루고, 포겔바이데는 출정 기사의 궁수였지. '채찍의 기사'는 부상당해서 별 위협이 아니고…… 마리아는 당분간 주목할 필요가 없겠네.)
(하지만 중요한 건 이게 아니야…… 흐음…… 나이츠모라는 역시 포겔바이데를 찾아온 것인가……)
(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빛의 기사가 오려나?)
……여기에 머물 가치가 없다. 너희와 함께 있는 것도, 불쾌할 뿐이다.
이 애송이가, 누굴 깔보는 거야?
(고대 언어) 바트바야르, 넌 일찍이 전장에 나가 전쟁을 치렀지만, 겨우 고향만 지켜낸 것에 불과하다.
(지금 뭐라는 거야!?)
전쟁…… 너 출정 기사야? 날 알아?
(고대 언어) 아니, 난 '기사'가 아니다. 이런 건 너무 어처구니없다. 다만, 전쟁에 나간 것은 네가 선조의 얼굴에 먹칠하지 않은 유일하게 잘한 일이다, 후예.
(고대 언어) 비록, 이곳…… 이 콘크리트 정글에서, 비가 네온사인을 뚫고 땅에 떨어질지라도, 후예, 너는 초원의 공기와 카간의 맹세를 기억해줬으면 한다……
……카간? 뭐……?
무슨 고리타분하고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지?
(고대 언어) 원래는…… 다시 출발하기 전에, 기사의 나라라는 불리는 이 땅에서 남아있는 동포를 찾으려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나의 착각일 뿐이었다.
(고대 언어) 이제 됐다.
(고대 언어) 카시미어의 나약함은 카간의 업적에 대한 모독, 이런 행위는 누군가 바로잡아야 한다.
거기 서! 아직 내 질문에 대답 안 했잖아!
……음, 지금은 평범한 사람이 되었지만, 다소나마 동포…… 네 질문에 대답하지.
……네 이름은 한 노병에게 들었다. 그는, 이미 너무 늙고 쇠약해져 달리기조차 못한다.
난 카시미어에 있는 모든 동포를 찾고 있다. 아무리 먼 관계라도, 그저 동포를 찾고 있을 뿐이다.
뭐? 동포? 카시미어에서?
……이제 너와는 관계없다, 카시미어인.
잠깐.
……
악몽의 기사…… 괴팍스러운 신인이란 소리는 진작 들었어.
하지만 우리에게 칼을 겨눈 널 쉽게 보내줄 수는 없지.
투구는 벗고 얘기하는 게 어때?
……'악몽'……? 아, 도시의 노예들이 멋대로 내게 지어준 이름인가.
가소롭군…… 기사가 그렇게까지 이름을 신경 쓸 필요가 있나……
기사는 타고난 신앙과 운명을 장악하려는 갈망으로 여정에 오르는 것이다.
……!
이렇게 깽판 부리면 기사 협회에서 가만있지 않을 거야. 토너먼트 자격을 잃고 싶어?
……만약…… 카시미어에 너 같은 보잘 것 없는 기사 밖에 남아 있지 않다면…… 나는 괜히 힘 뺄 필요가 없으니, 쓸데없는 자격 따위 박탈당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네 옆에 있는 페가수스는…… 내가 찾고 있는 어떤 사람과 많이 닮았다……
……! 설마…… 언니를……?
……빛의 기사는 왜 찾는데?
왜 찾냐고……? 카시미어에서 대기사로 추앙받는 챔피언들…… 만약 오늘의 카시미어에 정복할 가치가 있는 상대가 있다면, 아마 그들 중에 있을 거다.
물론…… 모두에게 실망할 가능성도 있지만.
……너 미쳤어? 싸우려 왔나?
(고대 언어) 미쳤다……?
(고대 언어) 그래…… 현재를 살아가는 걸 선택한 카시미어인들은, 자주 그렇게 물어본다……
(고대 언어) ……그러니 이제 우리는 동포가 아닌 것이다.
거기 서! 이렇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떠나려고!?
수확이 없으니, 오래 머물 필요도 없다……
그럼, 후손이여.
……쳇.
대체 왜 저래? 넋이라도 나간 것처럼……
마가렛이 경기에서 저놈이랑 붙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널 보러 온 것 같은데? 같은 고향 출신이야?
……
저 사람…… 설마 나이츠모라?
……뭐? 아직 살아있는 나이츠모라가 있다고?
전설 속 인물이거나 사르곤 어딘가에 숨어있을 줄 알았는데……
……
그래서? 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혈족이 갑자기 왜 찾아온 걸까?
……우릴 부르고 있어.
……쳇.
오! 와우! 눈앞의 이 광경, 왠지 처음 보는 것 같지는 않군요!
'좌완의 기사', 타이터스 토폴라가 과연 블레이드헬멧 기사단을 이끌고 16강에 복귀할 수 있을까요?
이건 복수혈전입니다! 여러분! 피가 끓지 않습니까! 16강을 눈앞에 두고 번번이 좌절했던 '좌완의 기사' 타이터스 토폴라, 오늘이야말로 자신의 한계를 넘을 수 있을까요?
왜냐하면…… 그의 상대는!!
토폴라 가문의 기나긴 기사 역사상 처음으로! 타이터스에게 커다란 치욕을 준! 유일한 인물이니까요!
제길……
……요 몇 년간, 너는 대체 뭘 하고 있었냐……!?
(대체 왜…… 젠장……)
(이제 어떻게 싸우지? 거리를 벌릴까? 아니, 저 여자라면…… 쳇…… 왜 소드스피어 따위를 쓰고 있지……)
(가장 중요한 건……)
……
(……내가……저 여자에게…… 압도당하고 있나?)
타이터스 토폴라는 눈을 감았다.
원래 이번 경기는 격앙된 복수전, 오랫동안 기다린 본인의 가치를 증명할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온갖 분노, 바람과 열정이 한순간에 연기처럼 사라졌다.
인정하긴 싫지만 이건 대결이 아니라,
도전이었다.
정상으로 가기 위한 도전.
(블레이드헬멧 기사단의 간판이 된 뒤로 이런 느낌은 얼마 만인가……?)
도전하고, 전진하여,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하…… 크하핫, 웃음이 다 나올 지경이군……
빛의 기사…… 너 정말 그때의 그 녀석 맞나?
날 이 정도로 몰아세워놓고…… 조금도 자랑스럽거나 기뻐하질 않네? 기세등등하던 예전의 네가 어디 갔지?
지금 네 모습은, 역겨울 정도로 침착하군……
널 얕보는 건 아니다, 타이터스. 한 번도 그런 적 없어.
하지만 넌 이미 방향을 잃었다.
그 혼돈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너, 그리고 당시 한 팔로 포위망을 돌파한 너를 적어도 순수하게 이기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하…… 이제 설교까지 하네……? 추방당한 후로 남을 가르치려 드는 취미라도 생겼나?
……타이터스.
왜 저런 상표들에 묶여있지?
……빛의 기사!
넌 낡아빠진 전통을 입에 달고 살았지…… 그렇다면, 우리 가장 고전적인 방식으로 승부를 겨루지 않겠나……
한방에 결정하자, 전력으로.
내가…… 네놈의 모든 걸 짓밟아버리겠다!
좌완의 기사가 자세를 잡았습니다! 마지막 필살기로 승부를 가리려는 걸까요!?
빛의 기사…… 빛의 기사도 그 특이한 무기를 천천히 들어 올립니다……
과연 마지막까지 서 있는 승자는 누가 될까요? 관객 여러분! 기사에 대한 응원을 자신의 행동으로 증명해주세요……!
……
저 사람 양초의 기사 드로스테 아니야?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설마 누굴 기다리는 건 아니겠지…… 야, 뭐해, 빨리 찍지 않고…… 뭔가 엄청난 스캔들 현장일 지도 모르잖아……
……
양초의 기사님, 마중 나가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누구를 만나러 오셨나요?
괜찮아요. 제가 멋대로 찾아온 거니까요…… 단지 빛의 기사를 한 번 보러 왔을 뿐입니다.
경기가 거의 끝나가는 거죠?
……네, '좌완의 기사' 타이터스 토폴라 님은 10분 전에 빛의 기사에게 졌습니다. 타이터스 님이 강하긴 하지만, 첫 라운드에 패배자 조에 떨어진 거라 상황이 좋지 않아요……
……그렇군요.
……정말 빛의 기사만 보러 오신 겁니까?
지금의 빛의 기사와, 기사들이 말하는 빛의 기사가 얼마나 다른지 보려고요.
사람들이 몰리고 있네요.
네네. 실은 빛의 기사가 정식으로 복귀하긴 했지만, 저희한테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아서요……
말도 없이 경기장을 떠나는 건 태반이고, 예정된 회견이나 홍보 행사도 다 거절해서 정말 골치 아픕니다……
그런데 오늘은 빛의 기사 주위로 기자가 더 많이 몰린 것 같네요. 어떻게 된 거지?
앗…… 미안. 좀 지나가게 해줘……
마가렛 씨, 경기장에서 감염자 기사가 죽은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 사건 때문에 영향을 받으셨나요?
빛의 기사님, 최근 기사 협회의 조치에 대해 하실 말씀이 있나요? 감염이 정말 불공평한 요소가 될까요?
저기, 마가렛 씨의 감염 상태를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기사 협회에서는 기밀로 하고 있는데 관중과 다른 기사에게 무책임한 거 아닌가요?
그리고, 당신이 몇몇 살카즈들과 가까이 지내는 걸 목격한 사람이 있는데, 그들과 무슨 관계시죠? 해명 부탁드려요!
빛의 기사님! 감염자 기사의 정신적인 리더가 되실 뜻이 있습니까?
……제2의 피의 기사가 될 마음이 있으신가요?
……당신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겠다.
묵인하시는 겁니까? 그럼 살카즈들과의 관계는……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니어 씨.
……당신은?
……양초의 기사 드로스테! 양초의 기사가 경기장 밖에서 빛의 기사를 기다리고 있어!
빨리 일정표 좀 줘 봐…… 맞아, 다음 경기에서 만나네…… 야야, 빨리 찍어! 빨리!
자리를 좀 옮겨서 얘기할 수 있을까요?
(계속 기자들한테 붙들려 있는 건 싫죠?)
아아…… 그렇지.
……알았어, 장소를 바꾸지.
앗, 죄송하지만 너무 가까이 오시면 안 돼요…… 언론 인터뷰 시간은 따로 있으니까 다들 기다려 주세요! 제발 진정들 하세요!
……
……저기……
정말 고생이 많네요, 카시미어의 전설은.
당신의 추방된 바람에 '빛의 기사'가 도리어 더 신비한 존재가 되었거든요…… 신성한 빛이 감싸는 기사, 위엄 있는 금빛 페가수스, 유성처럼 돌아온 영웅……
가까이서 보니 아직 젊으시네요.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곤란해하고…… 마가렛 니어는, 이렇게 생생한 분이었군요.
……아무튼 아까 도와줘서 고마워.
당신도 기사 같은데?
……제 이름을 물어보는 사람은 정말 오랜만이네요. 제가 누구인 것보다, 다들 제가 누구였으면 하는 것에만 신경 쓰거든요.
어, 미안, 카시미어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후훗.
당신이…… 절 몰라본다고 해서 제가 화낼 것 같나요?
당신은, 뭔가 달라 보여.
어머, 칭찬해줘서 고맙네요.
저도 빛의 기사를 만나게 되어 매우 영광입니다. 제 이름은 비비아나 드로스테예요.
아니면 그냥 양초의 기사라고 불러주세요.
양초의 기사…… 아니, 드로스테 씨, 오늘 도와줘서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하지. 그런데 무슨 일로 날 찾아왔지?
우리는 곧 경기장에서 만나게 될 거예요.
당신은 감염자이자 줄곧 추방되었던 사람이죠…… 오해는 마세요, 전 경기 전에 상대와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랍니다.
전 라이타니엔에서 왔어요. 머나먼 타향에서 한 번도 생각한 적 없던 신분으로 이 번화한 도시에서 살고 있죠.
당신은 이미 카시미어로부터 인정을 받았네, 드로스테 씨.
빛의 기사님은 지금의 기사 제도를 인정하지 않으셔서 추방되었다고 들었는데…… 혹시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카시미어의 기사는 자신의 책임을 잊고 있어.
카시미어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에 가 보았나? 전쟁, 기근, 감염자……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고난에 시달리는데, 기사들은 도시에 숨어 태평하게 살고 있지.
기사 정신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 지금은 이미 자본에 휘둘리는 유산이 되었어.
이건 일종의 치욕 아닌가?
……그렇군요.
아무래도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기사인 것 같네요.
하지만 당신은…… 여전히 기사일 뿐이에요.
……
동생분은요? 얼마 전까지 경기장에서 활약했잖아요.
동생분은 기사의 길을…… 포기한 건가요?
……
드로스테 씨…… 그리고 마가렛 씨,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맥키 선생님.
아까 소동 때문에 본의 아니게 폐를 끼치게 됐네요.
……하아, 그걸 알고 계셨군요……
두 분 같은 대기사는 일거수일투족이 군중들의 화젯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심지어 언론 앞에서……
뭐, 됐습니다. 어떻게든 처리할 방법이 있으니까요. 드로스테 씨, 내일 라이타니엔 귀족과의 회견이 있으니 잘 준비하셔야 합니다.
가능하면 당분간 불확실한 요소는 최대한 만들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이를테면, 감염자 기사와 만난다던가요?
……그 귀족분은 당신을 보러 오신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드로스테 씨. 당신은 라이타니엔 사람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가 많으시거든요.
미에슈코 공업도 그쪽의 라이타니엔 건설 계획을 기꺼이 도우려고 해요. 물론 결국엔 드로스테 씨가 나서서 무역 계약을 추진해야겠지만요.
그럼요…… 제가 해야 할 일이니까요.
빛의 기사님, 아쉽게도 오늘 밤 당신과 계속 대화할 수 없겠네요.
괜찮아. 그런데, 당신은…… 정말 의외였어. 카시미어에 아직 당신 같은 기사가 있었다니.
다음 만남은 경기장이 되겠네요.
그래.
그날을 기대할게.
……마지막으로 충고 하나 하겠습니다, 빛의 기사님.
곧 비바람이 몰아칠 거예요.
요즘 하늘을 보면 별이 유난히 반짝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