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무명의 방랑자

일몰 후

미니 스토리브릿지2023-03-31

톨런드는 어느 기업의 중요한 자료를 손에 넣고, 도중 사건에 휘말린 무에나가 그를 찾는다. 옛 친구가 라이타니엔에서 온 손님을 암살하려 한다는 야심을 눈치챈 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를 막아 내겠다고 결심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무에나


아버지의 편지야. 늘 그렇듯이 일이나 제대로 하라는 잔소리지. 정말 읽어주길 바라니?

“……가난한 자들과 난민들을 지키는 건 기사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이지만, 같은 길을 걸어갈 파트너는 보다 신중하게 골라야 할 것이야.”

“네가 지켜야 할 사람들이 너랑 같은 고난을 겪게 해서는 안 되며, 악인의 감화와 약자를 모으는 데 집착할 필요는 없다.”

……내가 혼나니까 이제 만족스러워?

아버지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결과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뿐.

“네가 작물들을 살리고 싶다면, 먼저 작물들이 자라고 있는 척박한 땅을 있는 힘껏 갈아엎어야 한다.”


11월 30일 11:20 P.M.

즈보넥 외곽 마을

톨런드

……평범한 작은 마을인데, 요 며칠 제법 시끌벅적해졌단 말이지. 기사단장의 순찰뿐만이 아니라, 귀족 나리께서 직접 마을을 방문하다니.

톨런드

안 그런가, 무에나 님?

무에나

……먼저 이 감염자에게 쉴 곳을 제공해 주겠나. 이 감염자는 지금 감염자 폭동 사건을 일으켰다는 누명을 쓰고 있다.

제노

저, 저기, 이 마을이 말씀하셨던 안전한 곳인가요……? 절 바운티 헌터에게 넘기실 건가요?

톨런드

무서워할 필요 없어. 돈도 없는 녀석한테 손을 댈 정도로 빈곤하지는 않아.

제노

(불안한 듯 목을 매만진다)

톨런드

우리의 기사님께서 데리고 온 사람이니, 알고 있는 것도 많겠지.

톨런드

가족은 있나? 전달자를 통해 도망가라고 전해 줄까?

제노

저는, 그게……

톨런드

자, 종이랑 펜.

톨런드

그럼 무에나…… 흐음, 네가 검을 가져온 이유는 그랜드 나이트 영지 녀석들을 귀찮게 하기 위해서였구나.

톨런드

그 도시를 떠났으니, 이제는 무기조차 필요 없다는 거고?

무에나

……

톨런드

널 죽이고 싶어 하는 놈이라면 내가 있는 이곳만 해도 한 무더기는 있어. 그 나뭇가지 하나로 모두를 쓰러뜨릴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거만해진 건가?

무에나

난 그냥 여기 서 있을 뿐인데, 왜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거지?

무에나

……출정 기사에게 검의 조정을 맡겨 놓았다. 난 여기 중요한 일 때문에 온 거다, 톨런드.

톨런드

농담이지. 내일 검을 가지러 간다는 건 알고 있었어.

톨런드

네가 우릴 기억하지 못했으면, 모두 상처받았을 거야.

톨런드

아무튼…… 네가 이대로 그놈을 만나러 간다면 아마 죽을걸.

무에나

……

톨런드

뭘 그런 표정으로 보는 거야. 이런 시간에 갑자기 찾아와서 중요한 이야기라니, 내가 아무것도 모를 리가 없잖아.

무에나

……넌 뭘 알고 있지?

톨런드

추측일 뿐이지만, 아마 우리 둘이 생각하고 있는 건 비슷할 거야.

톨런드

이 불쌍한 녀석이 조용히 편지를 쓸 수 있게, 우린 조금 떨어져서 얘기해 보자고.

톨런드

밤이 깊었지만 계곡에선 여전히 공장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을 볼 수 있어…… 팔레니스코 가문의 토지였던 곳이지. 그리워할 만하지?


출정 기사

……죄송합니다. 검은 연기가 보이기에 화재가 난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 달려왔습니다. 방해가 되었습니까?

츠시보르

아니야. 그냥 노트 몇 권 던져 넣었을 뿐인데, 가죽 타는 냄새가 마냥 좋지는 않군.

출정 기사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제가 지나치게 걱정한 모양이군요.

출정 기사

그리고, 장인단에서 그 검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묻고 있습니다.

츠시보르

……일단은 내버려 둬. 아쉽지만 그 검의 주인은 당분간 그 검을 가지러 오지 못할 테니까.

출정 기사

알겠습니다. 지금 준비 작업은 전부 끝냈고, 내일 오픈식이 시작하기만을 기다리면 됩니다.

츠시보르

모처럼 왔으니 잠깐만 여기 앉지. 마침 이번 작전에 대한 너의 의견을 듣고 싶었거든.

출정 기사

알겠습니다.

출정 기사

……하지만 전 그저 평범하고 경험도 부족한 기사일 뿐입니다.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츠시보르

상관없어. 내가 전임 기사단장으로부터 라이타니엔 잠입 명령을 받았을 때, 나 또한 평범하고 경험이 부족한 기사였지.

츠시보르

넌 이번 작전에서 가장 많은 임무를 수행했고, 가장 많은 것을 봐왔어. 너보다 가치 있는 의견을 가진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

츠시보르

게다가 지금 넌 마렉 가문의 수석 기사지. 자신을 평범한 기사라 폄하해서는 안 되겠지?

출정 기사

……신뢰에 감사드립니다.

출정 기사

마렉 가문은 줄곧 진정한 전사를 육성하는 걸 자랑스럽게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출정 기사의 몸이 되었음에도, 전 아직 가문에 영광이 될 만한 공적을 올리지 못했기에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출정 기사

……실례를 무릅쓰고 여쭤보겠습니다. 츠시보르 님은 어떠십니까? 근 몇 년 동안 저희는 누구도 츠시보르 님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츠시보르

나는…… 음, 그래, 기사들끼리는 이런 이야기를 해야지. 하지만 우리 가문의 이름은 이미 사라진 지 제법 오래되었어.

출정 기사

죄송합니다. 실언이었습니다. 제가 입을……

츠시보르

상관없어, 그냥 얘기나 해보자고.

츠시보르

예전에 나도 이 근처에 살았었지.

츠시보르

……내가 아직 어렸을 때, 즈보넥에서는 변경을 순찰하면서 라이타니엔의 도시를 주시하고 있었지.

츠시보르

하늘이 맑았던 그날, 거대한 그림자가 평원을 지나갔어. 장차 기사가 될 아이들은 전쟁터의 명장을 따라 하며, 누구의 나무 창이 먼저 상대를 찔렀는지를 두고 자주 싸웠었지.

츠시보르

그것이야말로 내 고향의 추억이지 않을까 싶네.

출정 기사

그럼 그 후에…… 가문의 기사는 전사했나요?

츠시보르

그렇지 않아. 그 기사들은 반역죄를 저질렀어.

출정 기사

아……

츠시보르

당시의 나는 그저 가신의 아들일 뿐, 나이도 어렸기에 마땅한 지위도 없었지. 가문이 라이타니엔과 뒤로 결탁한 사실이 드러나자, 감정회는 우리의 귀족 직위를 박탈했지.

출정 기사

앗, 그건…… 무광의 기사 전설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팔레니스코 가문이 배반을 주모하며 십여 명의 상위 출정 기사를 모았지만, 음모의 밤에 살해당했다는 그……

출정 기사

하지만 분명 과장된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도대체 누가 혼자서 그렇게나 많은 기사들과 맞서 싸울 수 있을 것이며, 라이타니엔의 캐스터가 어떻게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었겠습니까?

츠시보르

무광의 '기사'라…… 하하.

츠시보르

나는 연회에 뛰쳐들어온 젊은 협객에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는 음모에 가담한 사람을 단 한 명도 놓치지 않더군.

츠시보르

그 불명예스러운 일은 이미 기정사실이 되었으니, 이제 와서 말하지 못할 것도 없지.

츠시보르

……너희가 날 기사단장으로 추천했을 때, 전 기사단장은 인정하지 않았어. 그렇지?

츠시보르

그건 기사단장이 당시 내가 목숨을 걸고 가족의 음모를 지키는 게 아닌, 타인을 불러 이 모든 것을 막겠단 선택을 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지.

츠시보르

그의 말을 빌리자면, 충성보다 정의를 우선시했다…… 라는 거야. 이 점은 출정 기사에게 있어서 심각한 결점이지.

츠시보르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톨런드

그 얘기는 나도 너희들이 말하는 걸 들었을 뿐이야.

톨런드

그 녀석이 친구라고 데리고 왔을 땐, 설마 철부지 귀족이라고 생각했던 네가 정말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을 줄은 아무도 몰랐지.

톨런드

심지어 내기까지 했다니까.

톨런드

네가 라이타니엔의 음모를 무찌른 것이 사실이라면, 그 “니어 가문의 차남이 거액의 도박 빚을 져서 전쟁 영웅인 키릴에게 쫓겨났다”라는 말도 사실이 아니냐고 말이야.

톨런드

아, 신경 쓸 필요는 없어. 우리는 츠시보르가 언제 화환을 만들어 빨간 머리의 쿠란타인에게 줄지도 내기했었어.

톨런드

……아니면 너희들이 언제쯤 타인을 쉽게 믿는 버릇을 고칠 수 있을지에 대한 것도 있었지.

무에나

……녀석이 예전에 어떤 사람이었는가는 중요하지 않아.

무에나

녀석의 지금 계획은 무고한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대가로 하고 있지…… 네 손에 있는 계약서가 진짜라면 말이다.

톨런드

그랜드 나이트 영지의 변호사가 직접 가져온 자료야. 아마 진짜겠지.

무에나

……

톨런드

솔직히 우리도 이렇게 운이 좋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 설마 그녀가 직접 자료를 가지고 올 줄이야.

톨런드

원래라면, 우리가 그녀를 아주 조금 협박해서 이 자료를 가져올 셈이었는데 말이지…… 하마터면 너 때문에 일이 틀어질 뻔했잖아, 안 그래?

톨런드

자료 자체에 대해서는, 아마 아무도 이 중요성을 눈치채지 못했던 것 같아.

톨런드

자료를 전해 준 사람의 말에 따르면, 그 여자는 그저 법으로 장난을 좀 치고 싶었을 뿐이라나 봐. 마치 우리가 레이스톤 주민들의 도움 요청을 받고 나서야, 그냥 겸사겸사 약간 도움을 주려고 했던 것처럼……

톨런드

츠시보르만이 이 일을 신경 쓰고 있었어. 내가 그녀에게 정보를 알아내지 못하도록, 조사를 명목으로 바운티 헌터를 구금하기까지 했지……

톨런드

마렉 주니어가 사인한 계약서가 마렉의 가문과는 상관이 없다는 걸 말해 주고 있지. 그 자식의 배후는 기사단이었던 거야.

무에나

......그리고 게일 공업은 요구에 응해 감염자를 모집하고, 언론에 뇌물을 주어 습격 사건을 화제로 만들었지.

무에나

그리하여 지금의 감염자 폭동이라는 국면을 만들어 낸 것이고.

톨런드

난 말이야, 나랑 그 녀석이 적어도 나한테 직접 와서 내 생각을 물어볼 수 있는, 그런 관계인 줄 알았어. 어쨌든 간에, 내 형제들은 녀석이 찾은 그 감염자들보단 더 얌전하니까.

톨런드

그 상인들이 자기 자회사에 광고를 했을 때, 출정 기사들은 도대체 어떤 이득을 본 걸까?

무에나

……일을 이 지경까지 벌인 건, 그저 대중의 공포를 부추기기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일전에 '실버랜스 페가수스'가 그랜드 나이트 영지에 진입했던 일을 모방이라도 하려는 거겠지.

무에나

단순한 무력 시위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무에나

즈보넥의 전통대로라면, 출정 기사가 도시로 들어가는 데에 있어 이런 거창한 이유가 필요하진 않았을 텐데.

톨런드

그래, 이런 일을 위해서 네 검을 가져갈 필요도 없지.

톨런드

……말하는 김에 전하자면, 츠시보르가 나한테 셀리나의 복수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

무에나

……그 건에 대해서, 내가 녀석에게 설명해야 할 건 없다.

톨런드

뭐, 물론 츠시보르가 너만 신경 쓰고 있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검을 돌려줄 시간을 약속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야.

무에나

……

무에나

내일은 오픈식이다.

톨런드

희한하지, 나도 마침 그 생각하고 있었는데.

톨런드

그때 츠시보르의 일이 전부 끝난다면 네가 손을 쓸 수고는 덜어지겠고, 만약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츠시보르는 네가 움직이길 원할 거야.

톨런드

최악의 가능성은, 두 가지 사건이 전부 벌어지는 거지. 예를 들자면…… 양국의 우호를 상징하는 조각상 앞에서 라이타니엔인이 죽는 모습을 너에게 보여준다든가 말이야.

무에나

……녀석이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을 거다.

톨런드

잠깐, 어딜 가는 거야?

무에나

녀석은 무엇인가에 의해 판단력을 잃어서도, 하물며 비열한 수단을 사용해서도 안 된다.

무에나

이야기를 나눠 봐야겠다.


츠시보르

……이런, 미안하군. 짓궂은 질문을 해버린 것 같네.

츠시보르

난 그저, 만약 오늘 밤 목표가 정말로 그런 천진난만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이유 때문에 슬럼가에 나타난 거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뿐이야.

츠시보르

그런 이상을 가진 사람은 내가 보기엔 이렇게 죽어서는 안 되거든. 비록 이 시대가 가장 먼저 삼켜 버릴 법한 부류의 사람일지라도 말이지.

츠시보르

후후…… 넌 왜 이번 작전에 동의한 거지?

출정 기사

기사단원 모두가 이번 작전에 한마음 한뜻입니다.

출정 기사

도시라는 이름의 고치 속에서 달콤한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에게, 현실이라는 이름의 투쟁과 눈앞에 다가온 위협을 마주 보게 만들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출정 기사

라이타니엔인의 부푼 야심은 이미 형체를 보이기 시작했고, 꾸준하게 전쟁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놈들이 평화의 베일을 찢으려 한다면 저희도 그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겠지요.

출정 기사

만약 이번 사건으로 카시미어와 라이타니엔의 충돌에 불을 붙이지 못한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지금의 불안한 시간들을 기억할 것입니다.

출정 기사

그들은 자신들을 진정으로 보호할 능력을 가진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는 것이죠.

츠시보르

아아, 그건 내가 모두를 동원할 때 한 말이었던가?

출정 기사

아, 죄송합니다…… 다만 이건 기사단의 모두의 생각입니다.

출정 기사

……또 다른 할 말이 있다면…… 전장은 기사가 진정으로 공을 세울 수 있는 장소입니다.

출정 기사

저희는 그저 변두리에 주둔한 일반 기사단으로, 화려한 전적도, 유구한 역사도 없으며, 그저 그런 규모의 기사단이죠.

출정 기사

저희들 대부분이 페가수스의 우수한 혈통이나 명문가 출신이 아니라, 기사 가문의 신하거나 가신 출신입니다. 그렇기에 원래대로라면 핵심 기사단에 입단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출정 기사

하지만 만약 전장에 발을 들여놓을 기회가 주어진다면, 반드시 스스로를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상인들이 우리의 승리를 가져다 팔도록 하지 않을 것이며, 적의 포화 앞에서 움츠러들지도 않을 것입니다.

출정 기사

……모든 카시미어인들이 지금도 저희와 같은 신념을 가지고 있기를 바랍니다.

츠시보르

아니, 그런 식으로 얘기하지는 말게…… 전쟁이란 본디 우리 기사의 책무이니까.

츠시보르

그들은 연약하며 두려워해도 괜찮아. 우리는 그들을 위해 싸워, 그들이 우리를 믿게 만드는 것이지.

츠시보르

콜록……

출정 기사

아, 풍향이 바뀌었군요. 이쪽으로 오시겠습니까? 여기라면 연기가 눈에 들어가지 않을 겁니다.

츠시보르

괜찮아.

출정 기사

……지금 태우고 있는 건…… 셀리나 대장의 노트입니까?

츠시보르

맞아. 몇 번이나 읽었어, 내용은 전부 기억하고 있지. 걱정할 필요 없어.

츠시보르

다만 최근 몇 년간은 국경 지대가 크게 변해서, 많은 기록이 쓸모가 없더군. 미래에 이 기록들로 인해 얽매이지 않도록 일찌감치 처리하려는 것뿐이야.

출정 기사

……맞는 말씀입니다. 지금도 셀리나 대장이 보고 싶습니다.

출정 기사

아시다시피 저희가 감정회에 실망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귀족 간의 다툼이었습니다.

출정 기사

그런 작은 마을의 토지 소유권 분쟁으로 대장은 희생양이 되어 버리고.

츠시보르

아니, 사실 그런 복잡한 정치적 싸움도 아니었어.

츠시보르

……물론, 마지막에 그녀를 죽인 사람들을 나 역시 절대 잊지 않고 있지.

츠시보르

오랜 시간을 참고 기다리다, 마침내 우리들에게 복수할 기회가 찾아온 것이지.

츠시보르

출정 기사의 대열에 합류하기 전, 우리는 적지 않은 사람들로부터 원한을 사 왔어. 그들은 내게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경고하기 위해…… 그녀의 목숨을 빼앗아 간 거야.

출정 기사

죄송합니다. 여쭤보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츠시보르

원래라면 당당하게 밝혔어야 하는 일이다.

츠시보르

우린 그저 막중한 세금의 부담감에 짓눌려 가는 사람들과 상인연합회의 공사 차량에 의해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츠시보르

그런 사람들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끼는 건 사람으로서 당연한 것이야.

츠시보르

우리의 행동은 결코 불명예스러운 짓들이 아니지. 대귀족과 상인들은 언론과 함께 침묵을 지키며 자신들의 죄를 덮으려고 하고 있어.

츠시보르

하지만 난 적어도 기사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침묵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츠시보르

기사는 권력에 고개를 숙여서는 안 돼. 하지만 타인의 고난에 무릎을 꿇는 것을 마다해서도 안 되지.

출정 기사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실천해 보이겠습니다.

츠시보르

지금의 카시미어에서는 힘들겠지.

츠시보르

카시미어에서 이상을 찾는 대다수 사람이 직면하게 될 곳은, 평탄한 평원이 아닌 절벽 끝이었다는 것을 알려 줘야지. 그들이 그 절벽 끝에서 간신히 서 있었다는 걸 말이야.

츠시보르

죽음을 각오하고 심연으로 뛰어든 사람들, 그들의 메아리조차 들리지 않았겠지.

츠시보르

……그렇기에 나는 전장의 포화로 대지를 두들기며, 사지에서 빠져나올 길을 찾고자 하는 것이야.


톨런드

츠시보르를 찾아간다고? 어디 있는지 알기나 해? 출정 기사의 주둔지로 갈 셈이야?

무에나

다른 방법이라도 있나?

톨런드

내가 편지를 쓴 적이 있어. 네가 할 말은 내가 편지에서 다 했을 거야. 다만 이제 와서 우리가 츠시보르를 설득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

무에나

……더 이상 잠자코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톨런드.

무에나

난 그가 자신의 모든 희망을 전쟁에 거는 걸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나?

톨런드

……그렇지. 실망이 극에 달했기에, 가장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거겠지. 우린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분노하는 거고.

톨런드

츠시보르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궁지에 빠지게 만든 카시미어를 노려야 해.

톨런드

하지만 네가 기사단 전체와 맞서 싸우고 싶다면, 그리고 그럴 만한 능력이 정말로 있다면…… 네 검을 가져간 건 지금 같은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였겠지.

무에나

내가 그를 막으러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나?

톨런드

……예전에 바운티 헌터들이 왜 너를 따라다녔다고 생각해?

무에나

……

무에나

넌 출정 기사들과 싸울 필요 없다.

톨런드

너도 그렇게까지 감정적일 필요는 없지.

톨런드

물론 네가 뭘 걱정하고 있는지는 알아.

톨런드

내 형제 몇 명이 아직 기사들에게 붙잡혀 있어 행동하기가 쉽지는 않아. 출정 기사랑 싸워도 우리한테 승산은 없고.

톨런드

하지만 츠시보르가 독단적으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니 이거 나름대로 슬픈 일이네. 너희 기사님들이 적어도 모두 이런 건 아니라고 믿어도 되겠지?

무에나

……


난 아버지의 생각을 좋아하지 않는다. 도대체 누가 자신을 경작자이며, 도대체 누가 타인은 재배가 필요한 작물이라고 정했단 말인가?

도대체 누가 땅을 더 비옥하게 만들기 위해서, 내가 이 땅을 뒤엎을 수 있게 정했단 말인가?

……아니, 난 이것을 답장에 쓰지 않을 것이다. 기사는 의문만을 품어선 안 된다. 기사에겐 스스로 확신할 수 있는 답이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런 의문의 목소리를 잊을 수가 없다.


톨런드

……네가 그 녀석과 직접 얘기하면 싶다면 나도 더 이상 막지 않을게. 기껏해야 너희 사이가 좀 소원해지기나 하겠지.

톨런드

다만 잘 생각해 봐야 할 거야.

바운티 헌터

보스.

톨런드

급한 일이야?

바운티 헌터

네. 라이타니엔의 귀족이 호위병을 데리고 몰래 출발했습니다.

톨런드

지금?

무에나

지금 이런 시기에 카시미어를 떠날 생각을 했다고? ……현실적이지 않군.

무에나

출정 기사들이 그들의 움직임을 놓칠 리가 없어.

톨런드

정말이지, 우리한테 남겨진 시간이 얼마 없는 모양이네.

톨런드

내가 여기 온 건 접촉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파트너를 만나기 위해서였어. 일이 터지기 전에 먼저 걔네랑 연락해 봐야겠네. 이 소동으로 죽게 되면 수지에 맞지 않으니까.

무에나

……

무에나

톨런드, 일 얘기를 하지.

무에나

그 라이타니엔인을 보호해라……

톨런드

……좋아.

톨런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출정 기사의 첫 움직임만 멈추면 되는 거야, 그렇지?

톨런드

그럼 평소처럼 내 룰대로 할게.

톨런드

넌?

무에나

난 츠시보르를 만나러 갈 거다.

톨런드

핫!

톨런드

네가 옳다고 생각했던 일은, 번복하는 일도 없었고 그 가치를 재보는 일도 없겠지.

톨런드

그럼……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물을게.

톨런드

……진짜 얘기만 하러 가는 건 아니지?

무에나

……

[CG: 31_mini12_i5]

밤바람과 함께 소름이 돋는 듯한 한기가 날아왔고, 칠흑과도 같은 어둠 속에서는 강물이 세차게 흐르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계곡 너머로 공장이 한적하게 솟아 있었고, 불빛은 그런 공장의 거대한 강철 몸체를 비추고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해가 지던 시간을, 피와 불이 뜨겁게 불타오르던 그 순간을 되찾아 올 수 있다고 믿으며, 발아래에 놓인 길고 긴 길을 걸어간다.

하지만 지금 그들에게는 아주 조금의 회상할 시간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지난날에 대한 그리움도, 분노도 가슴 벅찰 틈조차 없었다.

무에나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검을 빌려주겠나.”


출정 기사

네. 목표는 현재 이동 도시의 출구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있습니다.

츠시보르

둘째 날의 오픈식에도 참가하지 않을 정도로 겁에 질려 있었다니…… 이 일만으로도 양측의 외교에 먹구름을 드리울 수 있겠는데.

출정 기사

도시의 출입구를 접수하여 목표가 떠나는 걸 막을까요?

츠시보르

……

츠시보르

감시 목표 근처에 다른 사람이 있나?

출정 기사

……근처에 벤치에서 자고 있는 부랑자 두 명뿐이었습니다.

츠시보르

먼저 보안 검색을 이유로 관광객 출입구를 통제해라.

출정 기사

알겠습니다.

출정 기사

……죄송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출정 기사

전령병으로부터 긴급 명령입니다.

츠시보르

……

출정 기사

……대기사장님이 직접 서명한 전출 명령서입니다.

출정 기사

지금 당장 기사단 전체를 이끌고 즈보넥을 떠나 그랜드 나이트 영지로 출두할 것을 요구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