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러야 할 대가
퀘르쿠스가 칼라돈에 돌아왔다. 단서를 제출하기 위해 경비대로 향한 수지는 납치를 당하지만, 의문의 폭발 사고로 탈출에 성공한다. 그리고 비슈머 의원의 음모가 폭로되는데……
1097년 11월 26일 9:33 A.M.
칼라돈 시티 밖 40km 지점 황무지 유랑민 거주 지역
고도딘의 드루이드는 황무지에 있는 낮은 무덤 앞에 조용히 한참을 서 있었다.
“그는 죽음을 속였다.”
“죽음이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승리를 빼앗아 갔다.”
“그리고 자랑스럽게 자신이 잠들 곳으로 향했다.”
그녀는 크게 외치며 자신의 아츠 스태프를 휘둘렀다.
태양이 떠올랐다. 이건 테라 황무지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장례식에 불과했다.
자, 약속했던 술이야.
독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너무 많이 마시지는 마.
메이인 술인데 어떡하지?
메이인이 묻힌 곳에 뿌려주고 싶은데.
휴, 이건 퀘르쿠스가 준 거잖아……
괜찮으니까 땅에 뿌려.
3주면 술이 만들어질 거라고 했는데, 메이인이 그 시간을 못 버틸 줄은 몰랐어.
휴, 이제 우리 둘만 남았네.
그만하고 건배하자, 형.
……건배.
응, 건배.
요즘 칼라돈 경비가 너무 삼엄해서 널 찾으러 들어갈 수 없었어, 퀘르쿠스.
사실 널 찾아도 별 소용 없다는 건 진작 알고 있었어. 우리 병은 못 고치는 거잖아. 메이인은 떠날 때가 된 거지.
다만 마지막 며칠 동안 너무 가엽게 울었어.
하아, 넌 많은 사람을 보내봤으니 그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도 잘 알겠지.
나한테 아츠로 목숨을 끝내달라고 했는데, 차마 그럴 수 없었어.
……그리고 다음 날, 산비탈 아래에서 메이인을 찾았어. 두 눈을 꼭 감고 잠들었더라. 더는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되었지.
주위에 아무도 없어서 누굴 감염시키지도 않았어. 우리한테도 아무런 영향이 없었고. 다 잘 된 일이지, 다만……
좀 쓸쓸하지?
응, 쓸쓸해.
자, 한 잔 더 하자.
그래.
남은 술은 땅에 뿌리지 말고 산 사람들이나 마시게 하자.
응, 그럴게.
참, 재앙정보전달자…… 엘바 씨가 며칠 전에 찾아왔었어. 네게 전해주라고 한 편지야.
'체이서' 엘바의 편지라고?
응, 전에 엘바 씨한테 대공작 부대의 주둔 상황을 조사해 달라고 의뢰했었잖아?
요 며칠 군대의 수송 부대가 계속 북쪽으로 가더라고. 도시의 높은 분들이 대체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어.
……어차피 좋은 일은 아니겠지. 꼭 조심해야 해.
나도 슬슬 돌아가야겠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몸조심해.
그리고 이 약들 받아. 겨울이 와서 점점 더 추워질 거야. 동상에 걸리면 이걸 바르면 돼.
'프로스트노바'…… 약 이름이 참 재미있네.
퀘르쿠스, 이번에 가면 언제 돌아와?
음…… 나도 잘 모르겠어.
그래, 나도 이해해.
언제 볼지도 모르는데 마지막으로 뭐 하나 물어봐도 돼?
얼마든지 물어봐, 어차피 아직 술이 남았잖아.
퀘르쿠스, 왜 우리를 도와주는 거야? 이 약들 비싼 거지?
우리 황무지 사람들한테 정보를 자주 물어보는데, 대체 누구 밑에서 일하는 거야?
그동안 다들 궁금했어…… 네가 예전에 장교였다는 사람도 있었거든……
사실 우리는 네 신분이 뭐든지 신경 안 써. 우린 도시 사람들과 다르거든. 넌 우리를 더 오래 살 수 있게 해주잖아. 그러니까 네가 무슨 일을 하든 우리는 도와줄 거야.
진지하게 대답하고 싶은데, 아마 내 말을 믿지 않을 거야.
줄곧 감염자를 구조하고 도와온 사람들이 있다면, 내 말을 믿겠어?
1097년 11월 28일 2:28 P.M.
그러니까 고도딘 대공작이 정말 군대를 데리고 런디니움으로 이동했다고요?
응, 확실해.
군대 규모는요?
황무지 유랑민이 본 것만 해도 최소 고속 전함 두 대야. 재앙정보전달자 쪽에서 들었는데, 공성단의 포병도 주둔지를 떠났대.
안 좋은 소식이군요…… 여덟 명의 대공작이 각각 군대를 이끌고 런디니움으로 향했다니……
아무튼 새로운 소식 있으면 비터 루트 대장한테 보고할게요.
참, 켈시 선생이 의뢰한 일은 다 처리했어요. 이 문서들 꼭 잘 보관해야 해요.
이건 네 공작령의 대형 이동 플랫폼 출입 허가고, 이건 로도스 아일랜드가 빅토리아에서의 업무 증빙 서류야.
'폐기 공업 자원 회수와 처리'.
왜 메딕 서비스 같은 정상적인 이름을 쓰지 않는 거야?
빅토리아에서 광석병 예방 치료 업무는 매우 엄격하게 다뤄지거든요. 공작 영지마다 관리 방식이 완전히 달라서 처리하기 몹시 어려워요. 이게 가장 간단한 방식이죠. 우리는 우선 들어가야 하니까요.
……그렇구나.
그리고 이건 하이디 씨의 편지예요. 켈시 선생한테 꼭 직접 전해줘야 해요!
알겠으니까 걱정하지 마.
전 시청 기록보관소로 돌아가야겠어요……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우면 동료가 의심하거든요.
맞다! 꼭 알려줄 일이 있어요.
예전에 아지트로 삼던 '그린 스파크' 있잖아요, 며칠 전에 누군가 거기에 불을 질러서 다 타버렸어요.
뭐??
비터 루트 대장도 기다리고 있으니까 어서 사무소로 가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가게가 불탔다고? 대체 왜……
1097년 11월 28일 3:15 P.M.
대장, 나 왔어.
아, 수고했어!
대장요??
수지!
비터 루트 씨가 퀘르쿠스 언니의…… 대장이었어요?
수지가 여기 있었구나…… 한참 걱정했는데.
그럼 퀘르쿠스 언니도 로도스 아일랜드의……
하하하…… 그건…… 나중에 설명해 줄게.
퀘르쿠스, 마침 잘 돌아왔어. 여기 중증 감염자가 있어.
상태는 어떤데?
급성 발작인데, 여기 왔을 때 너무 늦지는 않았었어.
일반적인 조치는 다 했고, 나머지는 네게 맡길게.
응, 내가 한번 볼게.
테스트 시약 좀 줘.
여기.
몸이 너무 허약해. 정맥 주사로 에너지를 좀 보충해야겠어……
……퀘르쿠스 언니.
응?
광석병을 치료할 수 있어요?
아니, 우리도 광석병을 치료할 방법은 없어. 그런데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개발한 약이 있는데, 병세를 억제해서 악화되는 걸 늦춰주지.
……병세가 심각하지만…… 그래도 제발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이 아인 네 친구야?
됐다, 감염자 지역에 있는 사람은 다 네 친구지.
괜찮아, 주사를 맞으면 버틸 수 있을 거야. 염증으로 인한 고열은 오리지늄 아츠로 일단 후유증이 남지 않도록 통제할 수 있어. 그럼 상태가 안정될 거야.
몸에 있는 외상도 내가 같이 치료할게. 그럼 더는 안 아플 거야.
네……
넌…… 괜찮아?
……
퀘르쿠스 언니…… '그린 스파크'가 사라졌어요…… 다 없어졌어요.
나도 들었어…… 하아……
안 그래도 물어보려고 했어.
이쪽에서는 아무런 소식도 못 들었는데, 네 쪽은 실마리가 있어? 전에 원한 맺은 사람이라도 있었어?
내가 누구랑 원한을 맺겠어? 수지는 더 말할 필요도 없고.
요즘 도시에서 많은 일이 일어났어. 마침 시간도 맞아서 사건들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어.
며칠 전에 감염자 지역에서 의원을 납치하려던 사람이 있었어.
누가 그렇게 간이 커?
마침 스카이파이어가 현장에 있어서 큰일은 없었지.
지금 경비대는 감염자 지역에 폭도가 들어왔다고 단정 짓고 있는데, 추가로 조사는 안 하고 있어.
오는 길에 나도 봤어. 전단지를 붙였더라고. 수상한 사람을 수배하는 데 단서를 제보하면 돈을 준다고.
감염자 지역에서 수상한 사람을 수배한다라…… 참 대단해.
불에 탄 가게가…… 네 가게였구나……
헤이즈 씨!
아, 깨어났다.
……여긴 어디야? 나 살아 있는 거야? 아니면 사후 세계인가?
네, 아직 살아 있어요.
여긴 로도스 아일랜드 사무소고…… 이분들이 헤이즈 씨를 구해주셨어요.
로도스 아일랜드라……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정말 감염자를 구하는 줄은 몰랐네.
아까 얘기한 불에 탄 가게는 어떻게 된 거야?
그날 밤, 난 폭도 두 명한테 쫓기고 있었어. '그린 스파크'라는 가게로 숨었는데, 집을 향해 소이탄을 바로 던져 버리더라구.
소이탄요?
누군가에게 쫓겼다고요? 왜요??
모르겠어, 아마 내가 무심결에 그 둘이 '영감태기 의원 납치', 폭발물 같은 얘기하는 걸 들어서겠지…… 날 죽여서 입막음하려던 걸 거야.
잠깐! 잠깐만!
의원 납치? 언제 있었던 일이지?
폭발물?
나…… 며칠이나 잔 거야?
오늘은 11월 28일이다, 헤이즈 씨.
그럼 5일 전이니까…… 23일 밤이겠네.
공장 납치 사건이 발생하기 하루 전이네……
헤이즈 씨, 괜찮다면…… 폭도 두 명을 만난 위치를 알려줄 수 있나?
10여 분 후
지도에 이 위치…… 여기인가?
맞아.
여기 낡은 건물들은 변두리의 버려진 구역에 가까워서 계속 비어있는 곳이다.
나쁜 일을 꾸미기에 딱 좋은 곳인 것 같네.
시라쿠사인 두 명이라…… 시라쿠사 이민자겠지.
감염자 지역의 집을 거리낌 없이 태워버리는 걸 보면 감염자도 아닐 거야.
용병이나 마피아 파이터 같은 사람이겠지.
어딘지 알았으니까 한번 가 볼까?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니야.
이런 일은 로도스 아일랜드의 정상적인 업무 범위를 벗어난 거야. 우린 여기 치안을 지키려고 온 게 아니잖아.
하긴……
경비대에서 수배 전단지를 붙였으니, 이 단서들을 경비대에 제보하면 현상금을 받을 수 있겠지?
얼마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수지 씨의 손해를 조금은 메워줄 수 있을 거야.
그렇네!
네? 그래도 될까요? 그 돈은 헤이즈 씨가 가져야죠.
내가 주는 보상금이라고 생각해…… 목숨을 구해줬잖아.
게다가 네 가게도 나 때문에……
……아휴, 그건 헤이즈 씨 잘못이 아니에요. 그때 헤이즈 씨가 우리 가게로 숨지 않았다면, 다른 감염자의 집이 타버렸겠죠.
……그리고 헤이즈 씨를 구한 건 사실 레드라는 감염자 노동자예요.
난 괜찮은 것 같아. 망할 두 놈을 잡으면 그래도 화풀이는 한 셈이니까.
감사해요, 헤이즈 씨…… 그리고 퀘르쿠스 언니……
……어라? 제 귀는 만지지 마세요……
나랑 아직도 이렇게 거리를 둘 거야?
그럼 이렇게 하자. 내가 문서를 정리해 줄 테니까, 수지 씨가 경비대로 가져가 줘.
알겠습니다.
뭘 보고 있어?
건너편 모퉁이에서 야옹이가 햇볕을 쬐고 있어.
부러워?
당연하지.
……아, 야옹이가 화분을 깨뜨리고…… 도망가 버렸네.
당신들은 언제 날 내쫓을까?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치료한 광석병 급성 발작 감염자는 진정되기 전까지 절대 함부로 떠나게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난 치료비를 낼 수가 없어.
그건 걱정할 필요 없어.
물론 후속 치료를 더 받고 싶으면 방법은 아주 많아. 상황이 좀 나아지면 다시 얘기해 줄게.
그리고 한 마디 더 덧붙이자면.
얘기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해.
'마녀 숲의 솜브레로 마녀'.
너……
마녀 숲 생존자가 정말 있을 줄이야.
마녀 숲? 감염자 캐스터를 받아들인 그 조직?
저 사람들이야.
5년 전에 대공작과의 협상을 거절해서 빅토리아 군대가……
……다른 얘기 하면 안 될까?
아…… 미안,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사과할 것까지야~
난 그 일을 받아들이기로 했어. 원래는 이 도시에서 영원한 잠에 빠질 계획이었지만 말이야.
그런데 가끔은 발버둥을 치고 싶고, 야옹이를 더 보고 싶어지더라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날 밤, 수지 가게로 들어가지 않았다면 시라쿠사인들도 수지 가게를 태워버리지 않았을 텐데.
퀘르쿠스? 돌아왔어요?
좋은 아침, 얼굴이 또 피곤함에 찌들었네.
표정을 보아하니 조사가 순조롭지 않았나 봐?
경비대 사람들은 진짜 답이 없어요! 수배 전단지만 붙이고 그냥 손 놓고 있어요! 범인이 자수하길 기다리는 건가요?
그라니도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고요, 원래는 공장 일 좀 조사해 달라고 의뢰할 생각이었는데……
그라니한테 너무 의존하지 마. 로도스 아일랜드의 협력 오퍼레이터라는 신분이 여기서는 좀 민감하거든.
……이상하다……
왜 그래?
아까는 몰랐는데, 헤이즈 씨가 시라쿠사인 폭도 두 명을 만난 옛 건물이…… 공장 바로 옆이잖아?
어라? 진짜네!
헤이즈 씨, 아까 놈들이 군용 소이탄을 던져서 수지 씨 가게를 태웠다고 했지?
맞아!
무슨 문제 있어?
……내가 기억하기로 이 공장은 비슈머 의원의 자산으로 군용 무기를 생산해. 그리고 한 달 반 전에 '설비 점검'을 이유로 가동을 멈췄어.
하지만 가짜 감염자들이 날 납치했을 때, 공장은 텅 비어 있었는데요? 물건을 도둑맞았나요?
그런데 그 뒤로 신문에 관련 기사가 난 걸 못 봤어.
네 말의 뜻은…… 폭도 두 명이 비슈머 의원과 연관 있다는 거야?
지금은 증거랑 정보가 너무 부족해서 결론을 내릴 수가 없지만……
…… 내 기억이 맞는다면……
칼라돈 도시 경비대장이 비슈머 의원이 조카지?
그래? 예전에 그라니도 그런 얘기를 했었던 것 같아.
……
수지…… 수지가 경비대에 간지 얼마나 됐지?
3시간, 돌아오고도 남았을 시간이야.
……
……
내가 지금 당장 찾으러 갈게!
저도 같이 가요!
통신기 챙겨서 계속 연락해!
……
큰일이군.
침착한 로도스 아일랜드 오퍼레이터는 책상 위에 놓은 지도를 진지하게 한번 살펴봤다. 그리고 마음속 의문을 자세히 정리했다.
비터 루트는 책상 아래에서 특별한 모양의 통신기를 꺼냈다.
대장, 뭐 하는 거예요! 지금은 근무 시간이라고요! 시청 기록보관소에 지금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요?
카제마루, 특수 상황이야. 매우 긴박하니까 내가 말하는 걸 우선 처리해.
……알겠어요.
비슈머 백작의 산업 주소 리스트와 칼라돈 도시의 오래된 지하 물류 통로의 상세 도면이 필요해. 최대한 자세히 그리고 빨리 부탁해.
알겠어요, 바로 처리할게요.
찾았어요?
아니! 경비대원 말로는 대장이 수지를 데리고 현장으로 가서 아직 안 돌아왔대!
젠장!
침착하고 수지를 어디로 데려갔을지 생각해 보자.
어디 보자……
대장?
비터 루트 대장! 무슨 일 있어?
잘 들어, 방금 비슈머 백작의 산업과 칼라돈 도시의 옛 물류 통로의 교차 지점을 확인해 봤어.
그래서 가장 가능성이 큰 지하 통로 입구 7곳을 정리했어.
그들이 수지를 지하로 데려갔다고 생각해?
비슈머가 멍청이가 아니라면 수지 뒤에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겠지. 그럼 수지를 죽여서 입막음하려는 게 아닐 수도 있어.
수지를 아주 조용한 곳으로 데려갈 거야. 다른 사람이 알아차리지 못할 곳으로.
버려진 구역일 가능성도 있지만, 그 공장 아래 칼라돈에서 가장 큰 옛 물류 통로가 있는 걸 봤거든. 그래서 공장 설비가 다 사라진 거겠지.
우선 움직이고 무슨 일 있으면 다시 연락하자!
알겠어!
이제 어떡하죠?
이렇게 하자. 내가 남쪽에 있는 입구 3개를 맡을게, 넌 북쪽에 있는 입구 4개를 맡아.
알겠어요.
조심해!
당신도요!
1097년 11월 28일 8:30 P.M.
눈을 뜬 수지는 본인이 차가운 길 위에 누워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차갑고 축축한 공기가 어두컴컴한 넓은 구역에 가득 차 있다.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아직 가시지 않았다.
수지 곁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아무짝에 쓸모없는 놈들, 멀쩡한 일을 이렇게 만들어?
그게…… 우리도 사고가 이렇게 많이 터질 줄은 몰랐어.
늙은 도마뱀 같은 앵스트는 왜 갑자기 캐스터를 참가시킨 거야? 너희한테서 말이 새 나간 거야?
계속 성가시게 구는 사람이 있었던 건 맞아.
그런데…… 앵스트 의원은 정말 갑작스럽게 심장병이 도진 건데……
그런 우연이 있다고?
여기가…… 어디지……
(손! 손이 왜 묶여있는 거지……)
기계들이 있는 걸 보니…… 공장인가?
아니야…… 여긴 공장이 아니라…… 버려진 물류 통로잖아??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경비대장님이 같이 현장에 가자고 하셨었는데……
그러고 나서……
머리 아파……
잘하는 짓이다, 공장도 폭발 못 시켰는데 내 손해를 어떻게 보고하라는 거야? 어?
그건…… 도둑이 공장 설비를 다 훔쳐 갔다고 하면 되지 않을까……?
너처럼 멍청한 사람만 그 말을 믿겠지!
공장에 있던 설비 전부를 하룻밤 사이에 도둑맞았다고? 그건 내부 소행일 수밖에 없어! 다들 날 의심할 거라고!
게다가 이런 대규모 도난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면 분명 여기까지 들통날 거야!
대공작 쪽 사람이 여기 있는 물건을 찾아내면 다 끝장이라고!
근데 공장을 폭발시키면 어떻게 문제가 해결되는지 나한테 그 이유도 말 안 해줬잖아.
아직도 모르겠어? 시의회에서 나한테 준 돈이 다 어디 갔냐고 물으면 설비를 구매했는데 감염자가 폭발시켜버렸다고 말하면 되는 거잖아!
돈 손실 난 부분은 나중에 메꾸면 되는 거고, 어차피 폭발한 공장은 내 것도 아니고, 난 이 비싼 공업 설비들만 있으면 되는 거였다고!
근데 다 물거품이 되었잖아!
……휴, 그럼 이제 어쩌지?
어쩌긴 뭘 어째? 어서 이 물건들을 다 도시 밖으로 옮겨! 증거를 남기면 안 되니까!
다시 공장으로 옮기면 안 되나?……
머리 좀 써라! 그 일이 있고 나서 감염자 지역 전체가 감시받고 있는데 어떻게 다시 옮긴다는 거야??
경비…… 대장? 비슈머 의원?
아이고! 깼구나?
우리의 열성적인 시민인 감염자 아가씨.
너 때문에 일이 아주 번거롭게 됐어!
왜…… 왜 그러시는데요?……
시치미 떼기는! 솔직하게 말해, 전에 말한 것들 누가 알려준 거야?
네 동료들은? 다들 뭐 하는 사람이지?
……그랬군요…… 당신은 그 사람들의……
됐고, 내 말에 대답해! 시라쿠사인 두 명에 대해 누가 알려준 거야?
그리고 보고서에서 말한 '믿을만한 증인'은 또 누구지? 어서 이름을 말해!
말하라니까!
(분노에 찬 눈빛으로 노려본다)
감히 날 노려봐?
흑……
됐다, 말 안 해도 상관없어. 저 애한테 낭비할 시간이 없으니까 여기서 처리해 버려.
하지만 배후에 있는 놈들이 골칫거리라고!
어차피 증인도 몇 명 없어. 단톤 형제만 도시를 떠나서 영영 안 돌아오면 돼.
지금 중요한 건 비는 돈을 어떻게 메꾸는지야.
그리고 내 앞에서 처리하지 마. 난 피를 보면 어지러우니까 다른 곳으로 데려가서 처리해.
알겠다.
1097년 11월 28일 8:32 P.M.
진짜 여기 있었네……
20명쯤 되는 것 같은데 지금 누구를 부르기에는 너무 늦었어……
됐다, 그냥 시작하자.
고도딘의 드루이드는 벌거벗은 흙 위에 특이한 씨앗을 뿌렸다.
그녀의 지팡이에서 초록빛이 뿜어져 나오자 오리지늄 아츠의 영향으로 몇몇 씨앗이 빠르게 싹이 트며 땅을 뚫고 들어갔다.
거기 필라인! 거기서 뭐 하는 거야?
어머, 눈치가 제법 빠르네.
일반 사람이 여긴 왜 온 거야?
시간 없으니까 한꺼번에 덤벼.
이게 미쳤나! 혼나려고 용을 쓰네?
두께가 10여 센티미터 되는 거대한 넝쿨 여러 개가 땅을 뚫고 나와 폭도를 쓰러뜨렸다.
바닥과 벽, 기둥에 초록색 식물이 활개를 치며 자라나고 있다.
식물은 바닥에 쓰러진 용병이 소리를 내기도 전에 빠르게 속박했다.
지금 계속 싸울 정도로 돈 많이 받아?
아니면 얌전히 날 그냥 보내 줄래?
……가. 난 오늘 아무것도 못 봤으니까.
자자! 다들 퇴근하자고!
그래야지.
그럼 내 가게도…… 당신들이 태운 거예요?
쓸데없는 소리 작작 하고 계속 걷기나 해.
……
날 원망하지는 말라고. 원망하려면 재수 없는 너 자신을 원망해야지.
어차피 감염자들은 원래 오래 못 살잖아, 그냥 받아들여.
……당신들은…… 벌받을 거예요.
죽을 때가 다 됐는데도 입만 살아서는.
(눈을 감는다)
따, 땅이 왜 흔들리지?
어떻게 된 거야? 지진인가? 무슨 소리지??
아니…… 이건 위에서 들려오는 소리입니다.
세찬 폭발음이 머리 위에서 들려왔고, 버려진 구역 전체의 구조층이 진동했다.
벽이 갈라지며 점점 더 격렬하게 흔들렸다.
뒤이어 폭발음은 건물이 무너지는 굉음으로 변했고, 계속되는 폭발음과 함께 진동이 점점 가까워졌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으아앗!!!
폭발음과 함께 지하 구조 천장이 무너지며 수 톤의 철근 구조물이 경비대장 머리 위로 그대로 떨어졌다.
굉음은 끊이질 않았고, 콘크리트와 철근이 무너지며 구조층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어? 어어??
(어서…… 도망쳐야 해!)
어서 뛰어!! 곧 무너진다!
어떻게 된 거야? 물건! 설비들이 다 깔렸잖아!
사람 목숨이 더 중요하죠! 우선 뛰세요!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재앙인가??
오늘 왜 이렇게 재수가 없는 거야! 어떻게 된 거냐고!
그런 건 신경 쓰지 말고 어서 뛰세요!
그 감염자! 어떻게 도망친 거야?
누가 저 여자애를 묶었어?
!!
도망치게 두면 안 돼! 어서 잡아!
도망을 아주 잘 치네?
……
너만 아니었으면, 지금처럼 일이 복잡해지지도 않았어.
(무기를 든다)
날카로운 칼날이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왔고, 간결하면서도 힘찬 공격에 폭도가 쓰러졌다.
또 누가 있는 거야!
어서 뛰어, 수지 씨!
레…… 레드 씨? 어떻게 여기……
그건 나중에 얘기하고 우선 뛰어.
아…… 알겠어요!
뭘 멍하니 있어? 어서 쫓아가!
아직도 쫓으라고? 백작도 어디 갔는지 안 보이잖아!
그럼 가지 마, 네 돈은 내가 받지 뭐.
꿈 깨시지.
앞쪽에…… 길이 없어요.
수지 눈앞에 있는 금속 철근 플랫폼은 방금 일어난 폭발로 끊어져 버렸고, 4미터 밖에 있는 무너진 다리가 여기서 나가는 유일한 출구 같았다.
두 사람 뒤에서 폭도와 용병의 욕지거리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이제 어쩌죠……?
참 책임감이 넘치는 사람들이네, 이런 상황에서도 쫓아오다니.
정말 사서 고생하는구나, 수지 씨.
근데 레드 씨는 왜 여기 계세요? 그리고 평소에도 칼을 갖고 다니세요?
나중에 기회 되면 설명해 줄게.
지금은 우선 널 내보낼 방법부터 찾아야 해.
감염자 지역에 널 걱정하는 사람이 꽤 많거든.
하지만 지금은……
미안, 수지 씨.
??
감염자 노동자는 수지를 들어 올려 화물을 던지듯이 소녀를 밖으로 던졌다.
젊은 필라인은 공중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플랫폼 반대편에 떨어졌다.
……아야야…… 레드 씨??
계속 앞으로 뛰어! 어서!
레드 씨는 어쩌고요!
어서 가라니까!
무너진 철근은 터널 입구를 완전히 막아버렸다. 감염자 노동자의 모습도 점차 어두운 터널 속으로 사라졌다.
레드 씨……
……여기 멈춰있으면 안 돼, 도망쳐야 해……
(지진이…… 멈췄네?)
(대체 무슨 일이지?)
(레드 씨는…… 괜찮을까?)
……길이 없네, 막혀버렸어.
여기서 지상까지…… 얼마나 될까?
드디어…… 아이고……
내 허리…… 진짜……
……당신이군요.
오호, 망할 감염자 놈이 살아서 도망쳤네?
*욕설*, 쓸모없는 놈들,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니까.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망할 감염자들 때문이라고…… 내 돈!
썩 꺼져.
탐욕스러운 정치인의 손바닥이 수지 얼굴을 내리쳤다. 정치인은 본인의 모든 분노를 필라인 소녀에게 쏟아냈다.
그러나 눈앞의 감염자는 자신에게 행해진 폭력에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그녀는 눈앞의 귀족을 노려보았다. 여러 날 동안 지속된 억울함과 고통이 다 사라졌다.
고작 그게 이유예요?
그 일 때문에 당신 부하가 내 가게를 태웠어요.
그 일 때문에 당신은 수많은 무고한 감염자를 해치려고 했어요.
그저 돈 때문에요?
소녀는 천천히 일어섰다. 더는 위축된 필라인의 모습이 아니었다.
이 순간, 소녀의 눈동자에는 원망과 분노만 남아 있었다.
요 며칠간 일어난 모든 일이 눈앞에 있는 탐욕으로 가득 찬 정치인 때문이다.
저 남자도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심한 일을 한 게…… 그저 돈 때문이라고?
뭐 하려는 거야! 다가오지 마!
멀리 떨어져! 이 괴물아, 저리 가라고!
……용서할 수 없어.
소녀가 몸을 떨자 온몸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너…… 사람 살려…… 아무도 없어?!
……당신은 죽어야 해……
젊은 필라인은 의원의 목을 움켜쥐었고, 맹렬한 스파크가 탁탁 소리를 내며 튀었다.
으아아악!!! 사람 살려! 으아앗!
이제 와서 무서워? 이제 와서 무섭냐고!
살려줘! 부탁이야…… 죽이지만 말아 줘…… 으아아아아악!!!
원하는 게 뭐야?…… 내가 다 줄게…… 으아악!!
살려줘! 살려줘!
당신이 뭔데…… 내 일상을 망쳐, 당신이 뭔데……
당신이…… 당신이……
젊은 필라인은 분노를 마구 표출했다. 비슈머 의원은 오리지늄 아츠의 영향으로 경련을 일으켰고, 입에 거품을 물며 숨이 약해져갔다.
윽……
그녀의 뒤로 거대한 넝쿨이 콘크리트 조각을 헤치며 뿌리로 철근을 들어 올렸다. 도시의 불빛이 동굴 입구를 통해 한 그림자를 비추고 있었다.
수지! 수지! 그러지 마!!
고도딘의 드루이드는 눈앞의 감염자를 꽉 끌어안았다. 맹렬한 스파크로 인해 피부에 화상을 입었지만 그래도 손을 놓지 않았다.
진정해, 수지…… 나야, 이제 다 끝났어……
……점장님…… 퀘르쿠스 언니……
괜찮아, 수지. 이제 다 끝났어.
이런 사람은…… 네가 죽일 가치도 없어. 우리 돌아가자.
퀘르쿠스 언니…… 흑……
괜찮아, 내가 여기 있잖아.
돌아가도…… '그린 스파크'는…… 이제 없는데…… 어디로 돌아가요?
걱정하지 마, 내가 자주 하던 말 기억해?
“생명은 자신이 속한 자리를 찾게 되는 법이다.”
가자, 수지. 이제 돌아가야지.
퀘르쿠스 언니…… 저…… 저는……
흑……
돌과 철근, 버려진 건축 재료로 세워진 좁은 공간에서 젊은 필라인은 무거운 짐을 벗은 듯 낮게 흐느꼈다.
1097년 11월 30일 7:45 A.M.
선생님, 저 왔어요.
아, 좋은 아침이야, 마운트벨란.
참, 이젠 '오퍼레이터 스카이파이어'라고 불러야 하나?
지금 농담이 나오세요, 선생님?
이봐, 그렇게 어두운 표정 짓지 말게! 난 괜찮으니까.
입원까지 하셨는데 괜찮다고요?
그런데 결국 일은 어찌 되었나?
시의회에서 선생님 안건이 통과됐어요. 딱 한 표 차이었지만요.
잘된 일이야, 마운트벨란.
정말 잘된 일일까요, 선생님?
감염자 지역에 반대하는 나이 든 귀족들은 이미 몰래 다 내통했어요. 이제 갈등만 더 많아질 거라고요.
다들 고도딘 대공작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공동으로 편지를 써서 대공작께 선생님의 작위를 면직하고 귀족 신분을 박탈해 달라고 요구했죠.
선생님께 너무 불공평해요.
하하하하……
난 이미 153살이네, 마운트벨란.
내년이면 퇴임해서 내 성으로 돌아가 학문에 힘쓸 걸세.
작위, 신분, 권력.
내가 그런 것들에 연연할 것 같나?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너도 로도스 아일랜드로 돌아가겠지? 나 대신 켈시 여사에게 안부 전해줘.
알겠습니다……
전 선생님이 더 걱정이에요.
아이고, 이 늙은이를 걱정할 게 뭐가 있어?
어떤 말들은 그저 입발림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이 뱉는 것일 뿐일세.
사람들은 입발림으로 거짓말을 하는 데 너무 익숙해져 있네. 거짓말이 넘쳐나니 원래 고결해야 할 도리들이 어두워지고 있어.
마운트벨란, 내가 왜 칼라돈에서 그 안건을 강력하게 추진한 줄 아는가?
입발림 뒤에 숨은 이유를 물으시는 건가요?
20여 년 전, 자넷 롱펠로우라는 과학자가 글 하나를 발표했네.
거기서 관점 하나를 제시했는데, 기존의 오리지늄 공업 환경과 오리지늄 폐기물 배출을 합리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일 년 내내 누적된 오리지늄 공업 배출로 무서운 결과가 생길 거라고 했었지.
그때 빅토리아 학술계 전체는 그 관점을 비웃었네. 귀족들은 여론을 이용해 과학자를 철저히 조롱했고, 과학자는 분노하며 빅토리아를 떠났지.
하지만 최근 10년간, 빅토리아의 감염자 수는 걱정스러울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네.
시대는 변해야 하네, 마운트벨란. 우리는 반드시 '광석병'과 '감염자'로 인한 문제를 직시해야 하네. 현 상태를 유지하는 건 상황을 더 나쁜 길로 몰뿐이지.
153년이야, 마운트벨란. 나처럼 장수하는 사람은 사브라에서도 드물지.
하지만 장수는 좋은 거네. 역사의 변화를 지켜볼 수 있고, 잘못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으니까.
100년 동안 난 가울의 웅장한 궁전이 무너지는 것도 보았고, 이베리아 황금의 도시가 함몰되는 것도 봤네.
컬럼비아 평원에서 변방의 대공 군단이 무너지는 것을 직접 목격했고, 컬럼비아인이 황무지에서 다시 일어서는 것도 봤지.
빅토리아가 변하지 않으면 결국 또 다른 가울처럼 될걸세.
내가 말한 것처럼 말이야, 마운트벨란.
시대는 변해야 하네.
왔어? 경비대 사람은 더 늦게 올 줄 알았는데.
아이고, 명예시민이자 신문 1면 스타 오셨네.
신문에 사진 잘 나왔던데? 수지가 그렇게 사진발이 잘 받는 줄 몰랐어.
1미터나 되는 명예시민 증서가 무겁지 않았어? 그거 들고 사진 찍으려니까 힘들었지?
수지 좀 그만 놀려.
'도시 영웅'…… 엄청 멋지잖아!
그래서 결국 그 망할 의원은 어떻게 됐어?
구속됐지!
경비대에 큰일이 있었는데 제대로 돌아가고 있어?
쉽게 돌아갈 리가 없지. 그런데 곧 기마경찰대 사람이 경비대를 인수해서 담당할 거야.
그럼 잘 됐네.
다만 아쉽게도 지금 당장은 수지의 손해를 메꿔줄 수가 없어…… 시의회에서 비슈머의 재산을 다 압류했거든.
……
사탕 먹을래? 네가 안 먹어본 다양한 맛이 있어!
시청에서 정말 한 푼도 안 줬어? 증서 말고 아무것도 없다고? 뭐, 됐다. 늘 그랬으니까.
자, 달콤한 거 먹으면 기분이 좀 나아질 거야. 네 사진 좀 봐, 웃는 모습이 꼭 우는 것 같잖아.
……고마워요.
전……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좋게 좋게 생각해, 적어도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은 다 붙잡혔잖아.
그런데 어째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이 남은 기분이야…… 하지만 우리가 개입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겠지.
퀘르쿠스 언니, 떠나려고요?
응. 그런데 곧 다시 빅토리아로 돌아올 거야.
칼라돈에도 다시 올 거예요?
난 이동도시보다 황야의 어느 한 곳이 더 그리울 것 같아.
맞다, 수지, 다른 곳에서 술을 만드는 건 어때?
네?
생각해 봐, '그린 스파크'는 이제 없지만…… 술 한잔 기울일 곳이 필요한 감염자는 여전히 많아.
이발도 괜찮지. 난 싸움밖에 모르는 녀석들을 많이 알아. 일부는 이동도시에 한 번도 안 가봤고, 또 일부는 제 일을 전혀 생각 안 하지.
앗? 정말 그래도 돼요?
당연하지! 로도스 아일랜드에는 재미있는 사람이 아주 많으니까 한번 가보는 거 어때? 게다가 로도스 아일랜드에는 전문적인 이발사가 몇 없어.
하하하…… 제가 한번 해 볼까요?
(다들 얘기하는 로도스 아일랜드는…… 어떤 곳일까?)
1097년 11월 28일 10:24 P.M.
칼라돈 지하 물류 통로
계속해 봐, 아까 엄청 거들먹거렸잖아?
너! 넌 누구냐!
내 이름은 레드다, 잘 기억해 둬.
*욕설*, 네 이름을 왜 기억해? 당장 꺼지지 않으면 가만 안 둔다!
그거 알아? 예전에 우르수스에 있을 때는 다들 날 '붉은 검'이라고 불렀거든.
이유가 뭔지 한번 맞춰봐.
걱정하지 마, 얘들아! 우리도 그리 만만한 상대는 아니라고!
맞아, 저놈은 혼자잖아! 오리지늄 아츠가 뭐 대수인가?
혼자 아닌데.
아니??? 너희는 어디서 나타난 거야?!
표정이 아주 볼만하네. 평소에 감염자를 괴롭힐 때는 그런 표정 아니잖아.
덤벼, 너희가 진짜 대단한지 어디 한번 보자.
감염자 노동자 손에 들린 장검이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이글거리는 불빛이 잔해를 비추었고, 바위와 철근 폐허에도 밝은 불꽃이 비추었다.
그리고 불빛을 내는 뜨거운 장검을 든 젊은이가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