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처럼
아미야는 지마 일행 중 유일하게 후방 지원부에서 일하던 나탈리야의 전투원 전환 신청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아미야는 박사에게 이 신청자를 직접 만나봐 달라 부탁하게 되는데……
- ……미야……
- 아미야.
네? 아, 죄송해요 박사님. 잠깐 멍하니 있었네요.
-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아, 네. 신경 쓰이는 일이 있어서요.
박사님, 부서 변경 신청서 좀 봐주세요.
신청인은 나탈리야 로스토바예요.
후방 지원부에서 전투원 쪽으로 옮기고 싶다네요.
- 우르수스 자치단의……
- ……
- 어? 누구라고?
네. 후방 지원부에서 일하고 있는 유일한 자치단 멤버죠.
업무 능력이 매우 뛰어나서 후방 지원부에서도 칭찬이 자자해요.
역시 박사님도 신경이 쓰이시는 모양이네요. 솔직히 말하면, 저도 이 신청을 받아들이고 싶진 않아요.
우르수스인의 이름은 조금 기억하기 힘드니까, 기억하지 못하시는 것도 당연해요.
나탈리야 씨는 저희가 체르노보그에서 구해낸 난민 중 하나에요. 지마 씨의 우르수스 학생자치단 멤버이기도 하죠.
그리고 우리가 구해낸 난민 중, 유일한 귀족이기도 하고요.
기억하시죠? 지마 일행이 오퍼레이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본인들이 원해서였어요.
저는 처음부터 반대했고요.
- 구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까……
- ……
- 네 판단을 믿어.
네. 본인들이 원했기 때문에, 저도 켈시 선생님의 반대를 무릅쓸 수 있었어요.
다만……
자치단 멤버들은 정기적으로 심리 치료를 받고 있어요. 보고서엔 아직 트라우마가 남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건강하다고 하다고 적혀있지만요.
다만……
고맙습니다, 박사님.
하지만……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박사님, 나탈리야 씨를 만나봐 주실 수 있을까요?
- 알겠어.
- ……
- 귀찮은데.
그럼 부탁드릴게요.
박사님. 귀찮은 일이긴 하지만, 부탁드릴 사람이 박사님밖에 없어요.
박사님. 굉장히 중요한 일이니까, 게으름 부리시면 안 돼요.
그리고 너무 자세히 관찰하실 필요는 없어요. 그냥 업무 중에 기분 전환을 하러 간다고 생각해주셔요.
아, 점심시간이네요. 그럼… 서두르지 마시고, 식사 후에 찾아가 주세요.
어이, 박사.
- 무슨 일이야?
- ……
- 여어, 지마.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불러보고 싶었어.
어이, 못 들은 척하지 마. 내 목소리 듣고 멈춘 거 다 봤어.
할 일도 많은 것 같던데, 이렇게 돌아다녀도 돼?
꽤 한가한 모양이네.
난 곧 임무 나가야 해서 너처럼 한가롭게 돌아다닐 시간도 없는데 말이야.
지마, 출발 전에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했을 텐데.
……
안녕, 박사.
지마. 곧 출발할 거니까, 얼른 휴식실로 돌아가.
흥, 언젠간 내가 팀장이 되어서 네게 명령을 내려주마.
그리고 박사, 언젠간 너를 뛰어넘고 말 거야.
기세는 좋군. 하지만 그런 말은 내 한 손이라도 꺾고 나서 하는 편이 좋을 텐데.
그리고 박사는… 음… 일단은 전력을 다한 나를 꺾고 난 다음에 이야기하도록.
쳇.
아, 박사. 알고 있겠지만, 이번에는 내가 신입팀을 이끌 차례라서.
별다른 용건이 없으면, 먼저 실례하도록 하지.
- 지마는 어떤 것 같아?
응?
음…… 방금 본 것대로다. 제멋대로에, 윗사람도 몰라보지.
그리고 자신이 무엇과 싸우는지, 또 왜 싸우는지도 잘 모르지만, 저 나이에 저런 건 평범한 거야.
그래도 하나는 확실해.
무언가 때문에 굉장히 헤매고 있어. 이유는 모르겠지만 썩 좋은 일은 아니지. 그 점을 중점적으로 고쳐볼 생각이다.
- 그러니까, 겉보기에만 거칠다는 얘기야?
- ……
- 음… 지마랑은 잘 지내보고 싶은데 말이지.
그래. 겉으로 보이는 폭력적인 성향은 그저 껍데기일 뿐이지.
그 껍데기 안의 내면이 약하다고 말할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그 거친 태도가 나에게는 통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군.
걱정 마라, 박사. 아직 어린 애니까.
체르노보그에서 왔다고 들었는데, 아마 그때의 안 좋은 기억이 남아있는 거겠지…… 그래도 그 애에게는 아직 미래가 있으니.
하하, 그러니까 급하게 생각하지 마라. 박사.
알다시피, 저 애가 널 싫어하는 건 아니니까.
오히려, 자신과 가까운 사람을 무의식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거야.
게다가, 나도 이 아이가 싫지는 않아.
사실, 순수하고 정직해서 썩 마음에 들어. 지금은 좀 헤매고 있지만, 분명 그 정직함이 그 애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줄 거다.
꽤 드문 일이지.
이런, 벌써 출발 시간이… 그럼 먼저 실례하지.
어라? 박사다!
- 안녕, 굼.
- ……
- 어라? 굼이다!
안녕, 박사!
설마 굼이 너무 작아서 안 보인 거야?!
박사. 어~이~ 굼이 잘 보이는 거 맞지?
박사, 오늘 기분 좋아 보이네!
박사도 식당에 밥 먹으러 온 거야?
굼은 요 며칠 임무가 없어서 주방 일을 도와주고 있어.
굼, 향료 가져왔어.
고마워, 퍼퓨머 언니! 저쪽에 놔줘!
퍼퓨머 언니도 식당에서 밥 먹고 갈래?
괜찮아. 그리고 나는 작업실에서 먹는 게 익숙해서.
그래~? 그럼 나도 가서 먹어도 돼? 퍼퓨머 언니한테 향료 쓰는 법 배우고 싶어!
후후, 물론이지.
굼 씨, 괜찮다면 좀 도와주십시오.
알았어!
훔이 임무를 나가서 일손이 부족합니다. 이 냄비를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제가 신경을 쓸 수가 없어서.
맡겨 줘, 마터호른 아저씨! 아, 퍼퓨머 언니, 작업실은 다음번에 갈게. 박사도 맛있게 먹어!
그럼. 언제든 환영이야.
오늘 드디어 굼이 한 밥을 먹을 수 있는 건가?!
하하, 오늘은 운이 좋네!
젠장, 방금 다 먹었는데!
하하, 그럼 한 그릇 더!
호들갑 떨지 말라구! 다들 충분히 먹을 수 있으니까!
굼은 정말 활기찬 아이네. 그렇지?
- 그러게.
- ……
- 딱 봐도 그래 보여!
전에 한번 내 작업실에서 잠꼬대할 땐 조금 걱정했었는데……
뭐 그래도 지금은 로도스 아일랜드에 녹아들기 시작한 것 같아 안심이야.
지금 당장 좋아지지는 않더라도 천천히, 분명 좋아질 테니까.
- 무슨 잠꼬대를 했는데?
- ……
- 그러면 좋겠는데.
어머, 직설적인 게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야.
개인 프라이버시는 지켜줘야지. 하지만 걱정 마. 굼에게 필요한 건 위로가 아니라 시간이니까.
신경 쓰여? 하하, 박사 군도 오퍼레이터들을 걱정하고 있구나.
하지만 걱정 마. 정말 중요한 일이었다면, 진작에 알려줬을 테니까.
모두 자기만의 비밀이 있는 법이잖아, 안 그래?
너무 잘난 척하는 거 아니야? 자기가 모두를 돌봐야 한다는 건 나쁜 생각이라고.
오퍼레이터들도 서로를 보살펴줄 수 있으니까.
그러면, 먼저 사무실로 돌아가 볼게.
피곤하면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박사님, 안녕하세요.
- 안녕, 이스티나.
- ……
- 이스티나, 오늘 식사는 어때?
식당에서 박사님을 만나는 건 처음이네요.
박사님. 뭔가 고민이 있다면, 식당 문 앞에서 생각하는 건 참아 달라 말씀드리고 싶어요.
음…… 밥은 좀 딱딱하고, 수프는 달았지만 나머지는 괜찮았습니다.
그러면 박사님, 용건이 없으시다면 먼저 가볼게요.
오후에 또 수업이 있어서요.
- 수업?
네. 하이파티아 선생님의 역사 수업이요.
수업을 들어보니까, 하이파티아 선생님의 역사 수업이 많은 도움이 되어서요.
- 나도 좀 도와줄까?
- ……
- 역사라면 나도 잘 알아!
음, 아니요.
아, 거절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설명하기가 어렵네요. 저도 확실한 게 아니라서……
아무튼, 선생님의 수업은 재미있으니 박사님도 시간이 된다면 꼭 한번 들어보세요.
음… 제가 제대로 기억하고 있다면, 박사님께선 기억을 잃었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래도,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에게는 인도자가 필요하다고 할 수밖에 없군요.
사실 저도 역사 수업이 정말로 저에게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선조들의 경험과 생각이 어쩌면 저에게 영감을 줄 수도 있겠죠.
그럼, 저는 수업을 들어야 하니 이만.
- 나탈리야가 어디 있는지 알아?
나탈리야를…… 찾고 계신가요?
나탈리야도 전선에 나가고 싶어 한다고 굼이 그러더군요. 신청이 통과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준비를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만.
나탈리야, 진짜 못 맞춘다.
로잘린드, 잘난 척하지 마. 꼭 맞추고 말 거니까.
"꼭 맞추고 말 거니까"~ 못 맞출걸? 헤헹~
그리고, 이젠 레토라고 불러야지! 오퍼레이터 로사~
좋아, 오퍼레이터 레토. 두고 봐.
그러게 누가 그렇게 큰 걸 고르랬냐고.
체르노보그에서 네가 찾았던 무기지? 그거 버리고 그냥 다른 걸 쓰라니까?
흠, 후…… 나름 의미가 있는 무기라서.
그래? 그럼 열심히 노력해야겠네.
나탈리야, 이제 좀 쉬는 게 어때? 더는 움직이지도 못할 것 같은데.
아직 할 수 있어……
아얏!
지구력이 부족하군, 나탈리야.
우르수스인치고 기본기는 있지만, 전투에 나가려면 아직 멀었다.
큭…… 후우…… 죄송합니다. 열심히 할게요.
하지만 생각보다 의지력은 강하군. 좋다.
이 훈련을 버틸 수 있다면, 오퍼레이터는 못되더라도 분명 도움이 될 거다.
칭찬 감사합니다.
음…… 응?
일단 좀 쉬도록 해.
네!
레토, 너도 네 훈련 하러 가봐라.
네~
그레이스, 여기 잠깐 보고 있어줘.
예썰!
박사, 점심시간에는 푹 쉬어야지. 여기는 네가 올 만한 곳이 아닌데.
- 안녕, 도베르만 교관.
- ……
- 오면 안 되는 곳인가?
그래, 박사.
단지 나한테 인사를 하려고 온 거라면, 돌아가도록 해라.
조금은 리더다운 기개가 느껴지는군, 나쁜 일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와도 상관은 딱히 없다만, 박사가 여기 오면 내가 시간을 내서 상대해야 하니, 앞으로 이런 일이 자주 있지는 않았으면 좋겠군.
그래도 이번에 온 건, 아미야에게서 지마의 동료 중 하나가 전투원이 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겠지?
그렇게 놀랐다는 표정은 짓지 말아 주겠나?
아미야가 우르수스에서 구한 난민들을 신경 쓰고 있다는 건, 딱히 비밀도 아니니까.
기억하고 있겠지? 지마, 굼, 이스티나, 레토……
그래. 레토는 예외로 두지. 전투 쪽으론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여하튼, 이 네 사람이 신청했을 때도 아미야는 굉장히 반대했었어. 대체 왜 중간에 생각을 바꾼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데 하나가 더 나타났으니, 신경을 쓰는 것도 이상하지 않지……
후우…… 충분히 쉰 것 같네. 조금만 더 도와줘, 로잘린드.
어휴, 너도 참 대단하다.
어머, 오퍼레이터가 되겠다는 내 결심을 얕보지 말아 줄래?
그래, 그래.
나탈리야, 좀 쉬어라. 단련에서 가장 중요한 건 회복이야. 그렇게 무식하게 혹사하다간 몸이 견디지 못할 거다.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교관님. 하지만 아직 더 할 수 있는데요……
아, 도베르만 교관님을 무서워할 필요는 없어. 저렇게 무서워 보여도 실은……
그레이스, 다 들린다.
윽…… 아, 아무튼 알아들었지?
네, 걱정 마세요. 정 안되면 쉬러 갈게요.
그래……
어떤 것 같나?
- 확고해 보이네.
- ……
- 필사적이네.
확고해 보인다고? 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저런 사람들은 이 악물고 포기하면 안 된다 생각하지 않는 것뿐이거든.
어떤 세 녀석이 생각나지 않아?
어디서 난 용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나이대 애들은 원래 이 악물고 어른들의 사회에 도전하려 드는 법이니까.
그런데 이렇게 보니까, 아무래도 정말로 각오한 모양이군.
확실히 필사적이야. 솔직히 말하면, 내 예상 밖이다.
필사적으로 자신을 단련하는 귀족 아가씨라…… 훗.
아미야가 이들을 전쟁터에 내보내고 싶지 않아 하는 심정은 이해한다만,
박사… 저런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내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나 같은 군인이 존재하는 건, 바로 저런 아이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그런데 그런 내가… 저 아이들을 전쟁터로 내보내는 건, 내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일찌감치 받아들였지. 현실적으로 내가 모두를 도울 순 없다는 게 사실을 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저들에게 싸우는 법과 자신을 보호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최대한 덜 다치게 하는 것뿐이야.
잘 생각해봐, 박사. 너는 저들을 위해 뭘 할 수 있지?
박사님, 다녀오셨어요?
그럼, 박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아미야는 지마 일행에게서 무언가를 보았던 거지?
……네. 그것도 제가 그녀들을 관심 있게 지켜본 이유예요.
죄송해요, 박사님. 저는…… 솔직히 이걸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박사님은 제 능력을 잘 아시죠. 누군가가 품은 강렬한 감정이 저를 향하면, 저는 그 사람의 감정을 알 수 있어요.
감정이 저를 향하지 않아도 충분히 강렬해지면, 뚜렷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죠.
하지만 지마 일행은…… 말하기가 어려워요.
그녀들의 상황은 같지 않거든요.
어느 순간, 그러니까 우리에게는 매우 평범한 순간에도, 그녀들에게선 거대한 감정이 느껴져요.
물론, 그녀들 사이의 감정도 사뭇 다르지만, 그래도 분명히 같은 부분이 있죠.
제가 느낀 그 감정을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아마도 무력감이라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녀들은 슬퍼하지도, 고통스러워하지도, 화를 내지도, 절망하지도 않아요……
이렇게 표현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어요. 마치, 형체가 없는 벽에 가로막힌 것 같아요.
이 벽은 평소에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앞으로 나아가려고 할 땐 그녀들을 가로막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게 만들죠.
- 우리가 그녀들을 위해 뭘 할 수 있지?
박사님, 안 돼요.
지금 우리는 그녀들을 도울 입장이 아니에요, 박사님.
등록된 오퍼레이터의 프로필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건, 전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것들밖에 없죠.
그녀들은 어쩌면 우리에게 뭔가를 숨기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그걸 파고들 명분은 없어요.
물론 로도스 아일랜드에 불리한 일이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요. 하지만 적어도 지마 일행은 이런 일과는 관련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저희가 지금 당장 그녀들을 도와준다고 해도, 정말로 도움이 될 것 같진 않거든요.
-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는데 도와주는 건 그냥 자기만족일 뿐이야.
- ……
- 직접 물어보는 건 어때.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어쩌면 단순히 무서워서 그러는 걸 수도 있겠네요.
풉, 박사님. 또 농담하시는 거죠?
정말 그렇게 쉬운 일이라면 좋겠네요.
이제 생각해보니, "널 이해해"라는 말은 좋은 말이 아닌 것 같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고 있긴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단지 그렇게 말한 것만으로 자신이 위로의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거나, 무의식적으로 상대가 마음을 열어주길 기대할지도 몰라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죠. 그러니 실제로 도움을 주는 건 말할 것도 없고요.
이곳의 다른 오퍼레이터들도 마찬가지예요.
저희가 다른 사람들과 경험을 공유하지 않으면, 우리의 말은 상대방에게 전달되지 않을 거예요. 우리가 하는 일이 아무리 올바르다 하더라도, 상대방 쪽에서 원하지 않겠죠.
- 네가 지마 일행이 오퍼레이터가 되는 것을 막지 못한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구나.
네.
그녀들의 감정을 느끼고 난 이후로 생각을 바꿨어요.
강제로 보호하는 건 어쩌면 좋은 방법일지도 몰라요. 확실히 보호가 되긴 하겠죠.
하지만 그런 방법으로는 그녀들을 치료할 수 없어요.
박사님, 저는 시간이 모든 것을 치료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그것 말고, 다른 방법은 모르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그녀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로도스 아일랜드 만의 방법으로 그녀들을 보호하는 것뿐이에요.
사실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제 오만인 것 같긴 하지만……
- 로도스 아일랜드는 화초들을 키우는 온실이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해.
- ……
- 그럼, 모두와 친구가 되면 되겠네.
네. 하지만 저는 뭔가를 더 해주고 싶어요.
물리적인 치료가 필요할 때…… 그 사람을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아니면 치료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는 판단하기가 매우 쉽죠.
하지만 정신적인 치료는…… 판단하기가 정말 어려워요.
지금의 저는, 이렇게 애매한 답밖에 할 수 없네요.
네, 박사님 말이 맞아요.
누군가를 도울 명분이 없다면, 그 명분을 만들면 되는 거니까요. 이것도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조금 기운이 없었을 뿐이에요.
약은 고통을 멎게 하고 상처를 치료하죠. 사람은 약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그전에 받았던 고통과 시련은 사라지게 할 수 없어요.
저는 로도스 아일랜드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설령 그게 아주 적은 수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과거에 받았던 상처를 잊을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 길을 걸으면서, 그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죠.
정말로 과거의 상처를 잊게 해주기 위해선, 가장 기본적인 약품 연구부터 시작해서 아직도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보니……
- 적어도 우리는 이미 시작했잖아.
네. 적어도, 이미 시작하긴 했죠.
고맙습니다, 박사님.
다른 사람의 일인데도 박사님이 위로와 격려를 해주시다니, 조금 민망하네요……
그렇다면, 이번에도 나탈리야 씨의 신청을 받아들여야겠어요.
언젠가는 그녀들이 우리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주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또 언젠가는, 우리가 그녀들을 도울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로도스 아일랜드가 그녀들의 새로운 집이 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