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무도란

무도란

오퍼레이터 레코드브릿지

아버지의 소식을 수소문하기 위해 리의 행적을 쫓아 상촉에 도착한 와이후. 그녀는 이곳의 많은 사람이 가진 무학에 대한 이해가 자신과는 약간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등장 오퍼레이터: 와이후,


와이틴푸이

시작한다.

와이틴푸이

힘은 다리에서부터 올라오고, 주먹과 다리는 서로 연관되니 항상 자세를 신경 쓴다! 일어나!

와이틴푸이

상대를 쫓지 말고, 중심을 무너뜨리지 마라. 내 움직임을 똑똑히 보고 자세를 취해야 한다! 일어나!

와이후

예, 아빠!

와이틴푸이

수련할 때는 사부님이라 부른다!

와이틴푸이

육합으로 발경하되, 촌경으로 시전한다! 네 주먹은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냐?!

와이후

(가쁘게 숨 쉬며) 하아……

......

와이후

아빠? 어디 가는 거야?

와이틴푸이

물건을 찾으러 간다.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 줄 물건.

와이후

아빠, 나도 같이 가면 안 돼? 나 혼자 두지 마……

와이틴푸이

나는 멈춰 서서 널 기다려 줄 수는 없다. 옆에 나란히 서고 싶다면, 스스로 노력해서 쫓아오거라.

와이후

아빠……


와이후

말도 안 돼요!

정 사장

이런, 요즘은 아주 시끌벅적하구나. 바람 잘 날이라곤 없군.

철갑문 제자

뭐냐, 방금 한 얘기에 어딘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도 있었던 거야?

와이후

이건 완전히 모함이잖아요! 당신네 사형이 저한테 맞아서 다쳤다는 증거라도 있나요?

철갑문 제자

이 영상이 바로 증거야. 이의가 있다면 관청에 신고해서 '고의 상해죄'가 맞는지 물어볼까?

와이후

이 영상은 그쪽에서 멋대로 편집한 거잖아요. 저는 분명 힘도 안 줬는데, 어떻게 다치기까지 한단 말이에요?

철갑문 제자

세상에, 힘도 안 줬는데 우리 둘째 사형이 중상을 입었다고? 그럼, 힘을 줬으면 목숨도 날아갔다는 거네?

와이후

당신……

철갑문 제자

빚을 졌으면 돈을 갚아야 하고, 사람을 죽였으면 처벌받는 게 도리지. 너는 사람을 다치게 했으니까…… 당연히 병원비를 물어야 하고. 자, 여기 청구서.

와이후

이렇게 많다고요?!

철갑문 제자

몸으로 먹고사는 사람인데 잘못되기라도 하면 남은 생을 네가 책임질 거야? 그러니까 더욱 꼼꼼하게 검사해야 하지.

와이후

저, 저는 이렇게 많은 돈이 없어요.

철갑문 제자

물론, 젊은 나이에 모아둔 돈이 없는 것도 이해는 해. 뭐, 우리도 너를 곤란하게 할 생각은 없으니까. 대신 다른 해결 방법도 있는데……

와이후

어떤 방법이죠?

철갑문 제자

이 도전장을 받아. 사흘 뒤, 우리 큰 사형이 비무 대련을 요청할 거다. 우리 문파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 말이야.

와이후

또 싸우고, 고의 상해죄라 신고하려고요?

철갑문 제자

왜 벌써 이겼다고 생각하는 걸까…… 우리 둘째 사형은 적당히 봐준 탓에 당한 듯하지만, 큰 사형의 실력은 훨씬 위라고. 결과가 어떨지는 해봐야 아는 법이지.

철갑문 제자

다만, 둘째 사형은 아직도 병원에 입원 중이야. 그러니까 승부는…… 알겠지?

와이후

그렇군요. 일부러 져달라는 거네요? 아니면 계속해서 '고의 상해죄'로 추궁할 것이고.

철갑문 제자

헤헷! 미리 말해 두겠는데, 그건 너 혼자 판단한 거야. 우린 그렇게 시킨 적이 없어.

와이후

……

철갑문 제자

어때? 청구서랑 도전장 중 하나는 받아야 할 거 아냐?

와이후

……좋아요. 도전을 받아들이죠.

철갑문 제자

그럼 도전장에 서명하고 지장을 찍어. 사흘 뒤 정오, 철갑문은 산 위의 검란주점에서 연회를 열 거니까, 잊지 말고 와줬으면 좋겠어.

철갑문 제자

그리고 이 영상은 일단 보관해 둘게. 만약 멋대로 상촉을 떠난다면, 그때는……

와이후

긴말 필요 없어요, 사흘 뒤에 꼭 갈게요.

철갑문 제자

하하하, 역시 호쾌하군. 그럼 이만.

와이후

비열한 자식……


반나절 전

와이후

망했다…… 며칠 늦은 것뿐인데 리 선생님이 벌써 상촉을 떠났다니…… 양 선생님은 하필 이럴 때 발령이고. 이제 어디로 가서 찾아야 하지……

와이후

응? 저 앞에 저건?

둘째 사형

오늘은 저희 철갑문이 상촉에 도장을 연지 1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에 특별히 이곳에서 무예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둘째 사형

저희 문파를 사랑해주신 여러분과 무림 동료들에게 감사드리며, 오늘 도장에 등록하는 분께 는 30%의 할인 혜택을 드리겠습니다!

와이후

상촉에서 무술이 이렇게나 유행한다고? 어쩌면 아버지의 소식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와이후

저 아저씨는 체격도 좋고 실력도 제법 있는 것 같은데, 뭘 보여줄지 구경이나 해볼까.

둘째 사형

사제들, 철갑권 팔십일형 권법을 시전한다! 모두에게 우리 무도인의 기백을 보여주자!

둘째 사형

이 권법은 외부에 보여주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오늘만큼은 특별히 이 자리에서 모두에게 선보인다!

철갑문 제자들

네!

와이후

흠…… 뒤쪽에는 움직임이 어설프고 밸런스도 안 맞고 힘이 부족한 제자들이 많네. 아무래도 훈련 기간이 짧았던 거겠지. 그래도 기합만큼은 대단하네.

둘째 사형

이 철갑권법은 오랜 역사와 헤아릴 수 없는 깊이를 자랑합니다. 꾸준히 수련하기만 한다면 몸을 튼튼히 하고 장수할 수도 있습니다.

둘째 사형

이제 여러분에게 우리 문파의 권법을 장기간 수련하면 어느 정도까지 강해질 수 있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얘들아, 가져오거라!

바람잡이로 의심되는 여자 행인

저, 저렇게 두꺼운 대리석이라니…… 게다가 세 장을 겹쳐서 주먹으로 깨려는 건가?

바람잡이로 의심되는 남자 행인

말도 안 돼! 저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

둘째 사형

자, 여러분 잘 보십시오…… 하압!

와이후

무예는 단순 힘자랑이 아닌데. 저런 식으로 이목을 끄는 건 좀 오버 아닌가……

둘째 사형

하하하,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우리 철갑권법을 가장 높은 경지까지 수련하면 손과 발을 움직이지 않고도 기를 운용하여 사람을 물리칠 수 있죠.

둘째 사형

자, 보시죠. 제가 손도 안 대고 사람을 10미터 밖으로 날려버리는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철갑문 제자

사형! 제가 돕겠습니다!

둘째 사형

좋아! 다칠 수도 있으니 조심하거라! 하압……

와이후

이건 누가 봐도 짜고 치는 거잖아요!

둘째 사형

거기 아가씨, 우리 일면식도 없는 것 같은데, 왜 다짜고짜 우리 문파를 모독하는 건가?!

와이후

모독이요? 어설픈 속임수를 쓰면서 당당하기까지 하네요.

와이후

'손도 안 대고 사람을 날려버린다고'요? 그게 정말 무공인가요? 오리지늄 아츠가 아니라?

둘째 사형

하하하하…… 아가씨의 식견은 거기까지인 것 같으니 나도 더는 입씨름할 생각이 없네.

둘째 사형

신체의 잠재 능력을 한계까지 끌어낼 수만 있다면, 그 위력은 오리지늄 아츠 따위와 비교도 안 되지.

와이후

그래요? 마침 저도 무공을 배운 몸인데, 그 '한계까지 끌어올린' 위력을 보여 주시겠어요?

철갑문 제자

시작한다! 빠, 빨리 찍어!

둘째 사형

아가씨는 어느 문파 소속이지? 정말 이 많은 사람 앞에서 나와 겨루겠다는 건가?

와이후

문파 같은 건 없어요. 마음에 걸릴 게 없다면 사람이 많든 적든 문제 될 게 있나요?

둘째 사형

좋아. 그럼 강호의 규칙대로 각자 세 번씩 공격하지. 선공은 아가씨한테 양보하겠어.

와이후

정말 제가 먼저 공격해도 되겠어요?

둘째 사형

왜? 못 하겠나?

와이후

하아.

와이후

(이 사람은 제대로 배운 것 같지도 않은데. 아무튼 다치지 않게 조심하자.)

와이후

(넘어뜨려서 망신살이나 뻗치게 해주면 되겠네.)

와이후

자, 하앗!

철갑문 제자

사형! 사형!

여자 행인

어머! 쓰러져서 움직이질 않네. 입에서 거품도 나오는데?

남자 행인

빨리 가자! 인명사고라도 나면 어떡하려고!

와이후

어라? 힘을 쓰지도 않았는데!


와이후

하아, 리 선생님이랑 아빠 소식은 찾지도 못했는데, 이런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까지나 하고. 아가 알게 되면 또 얼마나 놀리려나……

와이후

그래도 강호의 사기꾼들이 멋대로 활개 치게 둘 수는 없어. 하지만 녀석들이 정말 신고라도 한다면……

와이후

어떻게 해야 하지……

와이후

……누구죠? 나오세요!

???

협객님, 부디 진정하세요!

???

이 주변 여기저기에 감시를 위해 철갑문 사람들이 퍼져있어요. 놈들의 눈을 피해야 합니다.

와이후

당신은 누구죠? 저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

저는 무상문 제자입니다. 철갑문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으니 안심하세요.

와이후

상촉에 무림 문파가 이렇게나 많았다니……

무상문 제자

상촉의 크고 작은 문파를 다 합치면 족히 반백 개는 되겠네요. 어제 협객님과 시비 붙었던 철갑문도 꽤 유명한 대 문파죠. 협객님은 아마 자신이 어떤 성가신 일에 연루되었는지도 모르실걸요?

와이후

이번에 2년 치 급여를 뜯길 수도 있다는 건 알고 있어요.

무상문 제자

돈 문제뿐이 아닙니다. 어제 협객님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철갑문에 큰 망신을 줬으니까요. 이건 무림에서 가장 금기시되는 일이죠.

무상문 제자

모레 있을 비무 대련에서 철갑문은 아마 무슨 수를 쓰더라도 명예를 만회하려고 할 겁니다. 협객님은 홀몸인데다 무공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아마……

와이후

그렇다면 반대로, 그쪽도 무도인이면서 그자들이 비열하게 사기 치는 걸 그저 방관한다는 말인가요?

무상문 제자

협객님은 잘 모르시나 본데, 무림에는 한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같은 무도인으로서 상대의 간판을 부수는 일은 절대 허용할 수 없죠.

무상문 제자

공식 석상에서 승패가 갈렸다면, 일반적으로 패자 쪽에서 '화해의 선물'과 연회를 준비합니다.

무상문 제자

아울러 두 문파는 대표자를 뽑아 공식적으로 교류함으로써, 무공에는 높고 낮음이 없고 서로 건드리지 않는다는 성의를 보이는 거죠.

무상문 제자

만약 규칙을 어긴다면 전 무림의 표적이 될뿐더러, 더 이상 상촉에 남아있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와이후

도장 깨기 같은 건 저도 반대합니다만, 이건 너무 형식주의 아닌가요?

와이후

게다가 무림은 화합을 중요시하는 것 같은데, 그 말인 즉, 당신들도 평소에 하는 짓이 철갑문과 다를 바가 없다는 건가요?

무상문 제자

뭐, 장사 때문에 조금 과장된 것도 없잖아 있습니다만…… 오늘 협객님을 찾아온 건 다름이 아니라 좋은 거래를 제안하고 싶어서입니다.

무상문 제자

요컨대 협객님은 우리 무상문의 사람이라고 선언하고, 우리 문파가 나서서 철갑문이랑 합의를 보는 거죠. 그러면 협객님에게도 더 이상의 곤란한 일은 없을 겁니다.

와이후

지금 '거래'라고 했는데, 그럼 저는 뭘 해야 하나요?

무상문 제자

강호에는 가는 게 있으면 당연히 오는 것도 있기 마련이죠. 이번 사건을 마무리한 뒤, 협객님이 우리 도장에서 명예 강사로 한 달간 수업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와이후

명예 강사요?

무상문 제자

하하, 물론 비전 같은 걸 가르치라는 건 아닙니다. 그냥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저희에겐 좋은 간판이 되니까요.

무상문 제자

공짜가 아닙니다. 물론 한 달 치 급여를 드립니다. 그리고 철갑문의 합의 선물도 조금 드리지요! 이 조건이면……

와이후

얘기는 거기까지인가요?

무상문 제자

어떻습니까?

와이후

거절하겠습니다.

무상문 제자

아…… 돈 문제라면 조금 더 상의를……

와이후

괜찮습니다. 제가 비록 무림에 대해 잘 모르고, 여러 규칙에 대해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와이후

이런 사기나 다름없는 행위는 무도의 기본에 대한 불경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절대 받아들일 수 없어요.

무상문 제자

협객님, 그 뜻이 아니라요……

무상문 제자

지금이 무슨 무공을 꼭 연마해야 하는 시대도 아니고…… 다들 생계 유지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큰 죄를 짓는 것도 아닌데.

무상문 제자

서로 배려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판에 그렇게까지 진지할 필요는 없잖습니까?

와이후

어쩌면 당신의 말이 맞을지도 몰라요. 저 또한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 되겠죠.

와이후

하지만 길이 다르니 함께 할 필요는 없겠죠. '호의'는 고맙습니다. 그럼 이만.

무상문 제자

하아…… 나이는 젊은데 왜 저렇게 쓸데없는 낡은 전통에 연연하는 걸까?

무상문 제자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은 진작에 다 싸우다 죽었다고……


와이후

아빠는 이렇게 대단하니까, 아빠보다 강한 사람은 없는 거지?

와이틴푸이

무슨 소리냐.

와이틴푸이

세상이 이토록 넓은데 겨우 몇몇 도시에서 상대를 만나지 못했다고 어찌 최고를 논할 수 있겠느냐.

와이후

하지만 아빠가 이렇게 열심히 무공을 수련해서, 이곳저곳 대전 상대를 찾아다니는 건 도대체 어째서야?

와이틴푸이

수련은 수련이다, 아무 이유도 필요 없다.

와이틴푸이

천하의 모든 명문을 방문하고 높은 산을 모두 둘러봐야,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앞으로 더 정진할 수 있는 것이다!

와이틴푸이

무공에 있어 '최고의 경지'를 달성하는 게 내 평생의 염원이니라!


와이후

아빠, 지금까지 아빠가 추구했던 건 대체 무엇이었을까……

정 사장

아가씨,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혹시 상촉의 매운맛이 입에 맞지 않는가?

와이후

아, 아닙니다. 아주 맛있어요! 그냥 잠시 생각할 게 있어서……

정 사장

허허, 일부러 엿들으려고 한 건 아니지만, 어제 그 사람들이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아가씨가 곤란한 일에 처한 것 같던데.

와이후

우스운 꼴…… 아니, 폐를 끼쳤습니다.

정 사장

괜찮네.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와이후

이미 결정했습니다. 도전에 응한 이상 약속을 지켜야죠. 거짓 없이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볼 생각입니다.

와이후

무도를 닦는 것과 사람의 도리는 일치합니다. “정체하지 말고 앞으로 정진하라.”고 하잖아요. 이건 제가 자처한 일이니, 결과가 어떻든 간에 겸허히 받아들일 겁니다.

정 사장

말 한번 잘했네. 아가씨의 굳은 의지는 정말 대단하군. 하지만 너무 올곧으면 더 쉽게 부러진다는 것도 잊지 말게.

정 사장

모레 비무에 나올 그 큰 사형이란 자도 아마 별 볼 일 없는 녀석일 걸세. 하지만 그들이 체면을 위해, 앞뒤 안 가리고 더러운 수단도 마다하지 않는다면, 과연 아가씨는 어떻게 대처할 건가?

와이후

최선을 다해야죠.

정 사장

만약에 아가씨가 이겼다고 해도, 녀석들이 적반하장으로 나온다면? 뭐, 아가씨를 어떻게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런 놈들 때문에 소송에까지 휘말릴 가치는 없지 않나?

정 사장

애당초 아가씨가 녀석들이 사기 치는 걸 볼 수 없어 철갑문을 응징한다 해도, 상촉 무림에는 또 무슨 변화가 있을까?

와이후

선배님 말씀에 일리가 있습니다……

정 사장

내가 연장자라고 자네를 설교하는 건 아니지만, 아가씨가 잘 고민해 봤으면 좋겠군.

와이후

의미 없는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지도 않지만, 녀석들이 마음대로 하게 두는 건 더 싫어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수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정 사장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다만, 좀 특이한 방법일 뿐이지.

와이후

그 특이한 방법이란 게……?


세상만사는 마치 그물과도 같아. 사람을 지켜주기도 하지만, 꼼짝 못 하게 하는 함정이 될 때도 있어…… 이 그물은 주먹만으로는 벗어날 수 없거든.

그물 속에 있으면 행동은 제한되지만, 대신 그 구조를 알 수 있어. 상대가 원하는 걸 안다면, 두려워하는 것도 알 수 있고……

그냥 하는 말이야, 신경 쓰지 마. 지금 꼭 알아야 할 도리도 아니고, 하하하……


와이후

원하는 걸 알면, 두려워하는 것도 알 수 있다…… 인가.

와이후

그들이 자꾸 승부를 거는 건 결국 명예를 만회하기 위해서지.

와이후

그렇게 명예를 원한다면 그냥 주면 되잖아.

정 사장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건가?

와이후

감사합니다, 선배님! 덕분에 방법을 찾은 것 같습니다!


큰 사형

이게 무슨 일이지? 누가 다른 도장 사람들을 이렇게나 많이 초대한 거야?

철갑문 제자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지시대로 무도인들을 전부 제외했는데!

큰 사형

'음양', '칠경', '백우'의 문주들이 죄다 왔는데, 저들이 자발적으로 오기라도 했다는 거냐?

철갑문 제자

사형, 억울합니다! 전 정말 어떻게 된 일인지 모릅니다!

큰 사형

이 일은 나중에 문책하겠다! 둘째를 때려눕힌 녀석은 왔나?

철갑문 제자

네! 저쪽에 있습니다!

큰 사형

저자가 들고 있는 깃발은 또 뭐지?

사람들의 시선 속, 와이후는 연무대로 올라가 한 장 높이의 깃발을 연무대 한복판에 꽂았다. '상촉제일'이라는 글자가 적힌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는데,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와이후

(정 사장님이 정말 이렇게 많은 사람을 불러 모았을 줄이야.)

와이후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얘기하는 건 처음인데, 조금 긴장되네……)

와이후

(후우……)

와이후

크흠…… 이번 무도회를 빛내 주신 무림 동료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와이후

저는 와이후라고 합니다. 홍미영춘권의 제자입니다. 며칠 전, 영광스럽게도 철갑권 수제자를 알게 되었는데, 그야말로…… 오랫동안 알고 지낸 것처럼 잘 맞았습니다.

와이후

선배님은 철갑문의 무공을 선보이고자, 아울러 상촉 최고의 무공을 가리고자 저를 이 자리에 초대했습니다.

큰 사형

뭐라고?! 무슨 헛소……

정 사장

오늘 이 자리는 확실히 철갑문에서 마련한 것이니, 틀린 것도 아니지 않나?

큰 사형

정청…… 정 사장님, 어째서 당신까지……

정 사장

무림에 이토록 재미있는 행사는 오랜만이니, 이 늙은이도 함께 즐기러 왔지.

정 사장

앉게, 예의 차릴 필요 없어.

큰 사형

예……

와이후

저 혼자는 보잘것없지만, 그래도 상촉 무림의 번성에 작은 힘을 보태고자 먼저 최강자로 나섰습니다.

와이후

저와 싸워서 이기는 자에게 이 '상촉제일' 깃발을 드리겠습니다. 연무대에서 끝까지 남을 수 있다면, 이 깃발을 들고 돌아가 도장에 장식해도 좋습니다.

칠경권 문주

철갑권 문주가 최근에 멀리 여행을 떠났다고 들었는데, 그 틈을 못 참고 수제자라는 녀석이 이렇게 큰 판을 벌이다니. 가히 문파의 자랑거리가 될 노릇이군.

백우권 문주

철갑문이 어지간히도 컸나 보군. 이제 상촉이 너무 작다 이건가?

음양장 문주

그렇다면 더욱 자네가 나서서 저 깃발을 차지해 우리 늙은이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는 게 어떤가?

큰 사형

문주 여러분, 오해입니다! 오해라고요……

와이후

제가 철갑문 수제자의 요청으로 일단 나왔습니다만, 대결에 응할 사람이 없다면…… 이 대회는 어떻게 할까요?

큰 사형

아가씨 농담이 지나치군요…… 전 그저 같이 식사하면서, 차나 마시려고 여러분을 모신 건데, 대결이라니요……

큰 사형

어서 그 깃발을 넣어두세요……

와이후

네? 그럼 제가 선배님의 뜻을 잘못 읽은 건가요?

와이후

알겠습니다. 철갑문 수제자의 말씀이라면 당연히 따라야죠. 오늘 시합은 일단 취소하겠습니다.

와이후가 손을 날리자 사발만큼 굵은 나무 깃대가 순식간에 두 동강 났고, '상촉제일'이라고 적힌 깃발은 와이후의 손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철갑문 제자

와, 저렇게 굵은 깃대를…… 절단면도 제대로 부러진 것처럼 보여!

철갑문 제자

사형, 저도 배우고 싶어요! 사부님께서는 언제 저희에게 저런 걸 가르쳐 주시나요?

큰 사형

닥쳐라!

와이후

다른 일이 없다면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여러분, 편히 차를 즐기십시오.

와이후

이 깃발은 일단 제가 보관하도록 하죠. 만약 '상촉제일'의 칭호를 갖고 싶다면 언제든지 도전하러 오세요. 누구든 저를 이기면 바로 깃발을 드리겠습니다.

와이후

여러분, 연이 닿는다면 다시 뵙겠습니다.


와이후

선배님, 감사합니다. 선배님의 조언이 없었다면 도저히 대처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정 사장

천만에. 어쨌든 이 방법은 아가씨 스스로 생각해낸 거잖나. 나는 그저 편지 몇 통을 돌렸을 뿐, 별거 아닐세.

정 사장

아가씨는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을뿐더러, 이토록 슬기롭기까지 하다니, 정말 훌륭한 젊은이로군.

정 사장

하아…… 우리 딸은 자네랑 비슷한 나이에 실력도 나쁘진 않지만…… 자네 절반만큼이라도 침착했으면 아비로서 내 마음이 편했을 텐데.

와이후

과찬이십니다, 선배님.

와이후

……

정 사장

이제 성가신 일은 끝났는데, 어째 아직도 걱정거리가 남아 있는 것 같구먼?

와이후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에게 무공을 배웠습니다만, 아버지는 늘 “무도에는 음과 양, 인간에게는 굽음과 곧음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마음이 바르지 않으면 무공의 정진도 바랄 수 없다고 배웠죠.

와이후

무도인이라면 저는 당연히 아버지처럼 무공의 정진을 추구하는 줄 알았는데, 무림의 상황이 이렇게 된 걸 보니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정 사장

무도인이 있는 곳이면 자연스레 무림이 존재하기 마련이지. 자네 아버님처럼 무도를 추구하는 사람이 있다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하지만 결국 '무림'이란 건 사라지게 될 운명일세.

정 사장

자네가 본 문파들도 수십 년 전에는 이렇지 않았지만, 오랜 평화가 지속되면서 더 이상 무공을 익힐 필요가 없게 됐고, 당연히 예전처럼 부지런히 수련도 하지 않게 됐지.

정 사장

'전쟁을 그치는 게 참된 무도'인 것처럼, 아무도 무공을 배우지 않는 그날이 오면 진정한 평화가 찾아올걸세.

와이후

선배님, 그 점에 대해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정 사장

호오, 그런가?

와이후

도장 사람들은 태평성세에서 무공을 연마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아버지는 평생 대련할 상대를 찾아다니고 있죠…… 요 며칠 저도 계속 생각했습니다만, 역시 무도의 가치는 외부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습니다.

와이후

무도는 마치 거울과 같아 자신의 의지와 마음을 비춰주죠. 무공을 연마하는 과정 역시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고요. “틀을 걷어내고 자신을 마주하라, 경계가 없으면 끝도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와이후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선배님 앞에서 제가 너무…… 건방진 게 아닌지.

정 사장

하하하하하! 말 한번 잘했네! 나는 상촉의 도장들이 이대로 놔두면 몇 년 후에 자연스레 사라질 거라 생각했거늘……

정 사장

하지만 요 며칠 겪은 일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네. 적어도 지금은 무림이 하루라도 존속하는 이상, 그 절개 또한 잃지 말아야 할 테지.

정 사장

무림에 누구도 나서서 풍기를 가다듬지 않는다면, 내가 그 역할을 대신해도 무방하네.

와이후

정말입니까?! 선배님께 그럴 뜻이 있다면 저 또한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정 사장

하하, 아가씨의 마음은 고맙지만 이건 하루 이틀 만에 이룰 수는 없는 일이야. 게다가 아가씨는 당장 해야 할 일이 있지 않은가?

와이후

네? 선배님이 그걸 어떻게……

정 사장

얼마 전에 리 씨라는 사람이 편지를 남겨두었네. 나중에 와이후라는 아가씨가 찾아오면 전해달라더군.

정 사장

엊그제는 아가씨가 뭔가 심각하게 고민하길래 편지를 전하지 않았지만, 이제 줘도 될 것 같군.

와이후

리 선생님의 편지요?!

와이후

와이후, 안녕. 네 아버지의 소식을 입수했어. 지금 막 용문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와이후

그럼 난 뭐 하러 여기까지 온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