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요주의 인물

요주의 인물

오퍼레이터 레코드브릿지

세월이 흐르면 사람이 변하듯, 평범한 수산물 장사꾼은 어느새 '요주의 인물'이 되었다. 그는 알고 있다. 지금까지 잃은 게 무엇인지, 앞으로 지켜야 할 게 무엇인지를.

등장 오퍼레이터: 제이, 호시구마, 와이후,


제이

자 손님, 방금 뜬 회가 아주 신선해. 어묵은 수제라 쫀득함이 일품이고. 줄은 뒤쪽으로 서면 돼.

제이

손……

제이

와이후?

와이후

리 선생님 대신 의뢰인에게 물건을 전해주러 가던 길이에요.

와이후

요 며칠 여기서 장사한 거예요? 어쩐지 안 보이더라니.

제이

아, 부두에 오가는 사람이 많아서 어묵이 잘 팔리거든.

와이후

다 퇴근하는 인부들뿐인데, 관광지가 더 장사 잘 되는 거 아니에요?

제이

……

와이후

됐어요, 기다려줄 테니까 얼른 뒷정리하세요. 같이 돌아가요.

제이

그…… 그럴 것까진……

와이후

응? 왜 그래요?

제이

아, 아무것도 아니야. 참, 와이후…… 마침 할 얘기가 있었어.

제이

실은 네 졸업 선물을 준비했는데……

와이후

졸업 선물이요? 지금?

제이

나중에 시간되면 우리 집에 가 봐. 문 앞 매트 밑에 예비용 열쇠가 있어.

제이

침실에 가면 큰 상자가 보일 거야. 그 안에 선물이랑 하고 싶은 말을 적어뒀어……

제이

진작 준비해둔 건데 네가 졸업하자마자 상촉과 옥문에 가는 바람에 용문에 며칠 없었잖아. 그래서 줄 기회가 없었어.

제이

잊지 말고 꼭 가져가야 해……

와이후

고맙긴 한데…… 좀 이상하지 않아요? 선물을 줄 테니 직접 가지러 가라니, 그런 경우가 어딨어요?

제이

그렇긴 하네…… 참, 토요일이 네 생일이지? 같이 영화나 보러 가자. 그때 겸사겸사 생일 선물도 가져갈게.

제이

어서 가서 쉬어. 그리고 내일 아침 그 쇼핑몰 앞에서 만나…… 그때 보자!

???

크흠, 주인장.

???

아직 영업 중인가?

제이

어이쿠, 미안.

제이

맵기 2배 어묵, 맞지? 지금 바로 내줄게.

와이후

……

와이후

알겠어요.

제이

여기 어묵.

???

저 아이가 쿵푸에 능하다는 그 친구인가? 성이 와이라고 했지?

제이

맞아.

???

이제 막 대학을 졸업했고?

제이

그렇지.

???

우리의 동료로 받아들이는 게 어때? 무공이 뛰어난 수재라면 도움이 될 텐데.

제이

아웨이, 농담은 그쯤 해.

제이

이런 일에 와이후는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

아웨이

알겠어…… 여전히 걱정되나 보네.

아웨이

날 못 믿는 거야? 아무 문제 없을 거라고 했잖아. 오늘 밤에 화물이 무사히 부두에 들어오기만 하면 내일 아침엔 이미 슬럼가로 흘러 들어간 후일 거야.

아웨이

저 칠흑 같은 강을 봐. 누가 저 강에서 일어나는 일을 신경이나 쓰겠어?

제이

난 그냥 좀 긴장돼서.

아웨이

처음이라 그래. 앞으론 익숙해 질 거야.

제이

이번 한 번뿐이라고 말했을 텐데.

아웨이

알았어, 알았다고. 네 쪽도 준비는 다 끝난 거지?

제이

운전기사, 검사원, 기록원 다 아는 얼굴로 배치해뒀어. 미리 얘기도 끝냈고.

제이

오늘 밤 모든 화물선은 '마침' 월마다 진행하는 검사와 분류 작업을 거쳐야 하는데, 많은 물량 탓에 10시부터 30분간 입항하는 선박에 대한 검사는 중단될 거야.

제이

그러니까 10시 15분에 들어오면 돼. 하역 시간은 딱 15분이야.

아웨이

그 배한테 신호 주라고 해봐.

제이

……날 못 믿는 거야?

아웨이

그건 별개지, 제이. 확인 시켜줘.

제이

어떻게 하면 되는데?

아웨이

부두 왼쪽 끝에 있는 배, 두 번 깜빡.

제이

……

제이

펑 아저씨, 탐조등을 두 번 켰다 꺼주세요.

아웨이

제일 오른쪽 끝에 있는 배는 어디 목소리 한 번 들어볼까.

제이

장 아저씨, 경적 좀 두 번 울려주시겠어요?

아웨이

중간에 있는 배는 한 바퀴 돌고 오라고 해볼래?

제이

시우카이, 부탁 좀 할게.

???

들었어…… 야밤에 출항하라니…… 제이 형, 이걸로 빚진 건 전부 갚은 거다.

아웨이

제이, 넌 역시 용문에서 제일 듬직하고 능력 있는 수산물 장사꾼이라니까!

아웨이

어렸을 때 내가 했던 말 기억나? 우리 둘이 힘을 합치면 불가능이란 없다고 했잖아!

아웨이

평범한 깡통이라 해도 상상을 초월할 만한 효과를 낼 때가 있는 법이지.

제이

다들 착한 사람들이야. 자기가 어떤 일에 휘말린 건지도 모르고 있어.

아웨이

어릴 때, 이웃이 하던 얘길 그새 잊은 거야? “좋든 나쁘든, 정만 있을 뿐이다.” 용문은 인정 넘치는 곳이잖아.

제이

이 일과는 별개지.

아웨이

아무튼 널 찾아오길 잘했어.


20일 전

제이

후……

???

주인장, 이걸 어묵으로 바꿀 수 있을까?

제이

미안한데, 오늘은 이미 장사 끝났는……

빈 깡통이 제이의 앞쪽에 있는 조리대에 놓였다.

깡통의 바닥면은 완전히 잘려져 있었고, 옆면은 세로축을 기준으로 두 번 잘린 후 바깥쪽으로 휘어져 은빛 내부가 보였다.

그건 마치 못생긴 꽃, 아니면 다른 무언가 같았다.

제이

너, 혹시 아웨이?!

아웨이

오랜만이네, 제이.

제이

정말 너구나! 언제 돌아온 거야? 어떻게 날 찾았어? 거, 거의 십여 년 만에 보는 건가? 그때 용문을 떠나 어디로 갔던 거야?

아웨이

널 보러 왔어. 어떻게 찾은 거냐면……

아웨이

네가 한때 이 지역의 두 파벌을 제압한 용문의 유명 인사였잖아. '무표정한 어묵 보스'라던가 '차가운 얼굴의 제이' 같은 명성을 그새 잊은 거야?

제이

그건 예상치 못한 일이었어…… 농담 좀 그만해.

남자가 잘린 깡통을 들어올리자, 깡통이 가로등 아래에서 은은하게 빛났다.

아웨이

이걸 기억하고 있을 줄이야.

제이

당연히 기억하지.

제이

3학년 때, 네가 처음으로 빈 깡통을 들고 왔잖아. 너희 어머니가 쓰레기를 줍지 말라며 엄청 뭐라고 하셨고. 네가 깡통으로 이것저것 만들었던 것도 기억이 나. 안테나를 고쳐서 망가졌던 TV도 다시 볼 수 있었잖아.

아웨이

금속 조각이 신호를 강화할 수 있으니까, 그땐 나도 막연히 될 거라고 생각한 거지.

제이

그날 이후 넌 매일 골목을 쏘다니며 깡통을 찾아 마술을 부렸어. 어느 날엔 모기향 받침을 만들고, 그 다음 날엔 통신 단말기를 만들었지. 덕분에 너희 집, 돈 많이 아꼈잖아.

아웨이

맞아. 그리고 너라는 '아우'도 생겼고. 넌 매일 같이 내 뒤를 졸졸 쫓아다녔지.

제이

맞아, 이웃집이라 얼마나 비교당했는지 몰라. 다들 너만 큰 사람이 될 거라고 했잖아. 그땐 그게 얼마나 부러웠는지.

제이

난…… 머리가 빠릿빠릿하지 못해서 동씨 아저씨한테 어묵 만드는 법을 배울 수밖에 없었어.

제이

참, 혹시 또 떠날 계획이야?

아웨이

아니.

제이

잘됐다! 네 집은 내가 가끔 가서 청소해뒀어. 가구와 생필품만 사면 바로 지낼 수 있을 거야……

아웨이

그래. 근데 제이, 부탁 좀 해도 될까?

제이

뭔데?

아웨이

화물을 용문으로 들여와 팔 생각인데.

제이

잘됐네! 사업가가 된 거야? 용문 쪽은 검사가 좀 빡빡하긴 한데, 내가 근위국에 가서 대신 처리해줄게.

아웨이

내 화물은 근위국 수출입 허가 대상이 아니야.

제이

설마 미, 밀수품이야?!

제이

무기? 오리지늄 제품? 금지 약품? 뭔데 그 수신호는? 그거 암호야? 나, 난 뭔지 모르겠는데.

아웨이

오랫동안 계획한 일이니 문제없어. 장담컨대 아무도 모를 거야.

아웨이

게다가 원래 위험은 수익과 비례하는 법이잖아. 제이, 넌 부두 사람들이랑 친하지?

제이

……

아웨이

십여 년 만에 돌아온 내게 용문은 아주 '낯선 곳'이야. 돈을 벌어 정착하려면 이 '사업'을 꼭 성사시켜야 해. 제이, 날 도와줄 사람은 너뿐이야.

제이

아웨이, 난 도울 수 없어. 그러니 너도 관둬.


아웨이

제이, 그나저나 갑자기 왜 생각을 바꾼 거야?

제이

……

아웨이

10시 10분…… 이제 화물선이 들어올 거야.

제이

화물을 받을 사람은? 빨리 부두 근처에 가서 대기하라고 해. 우리한테 주어진 시간은 딱 15분이야.

아웨이

……

아웨이

진정해,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근위국 대원

호시구마 경감님, 약속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왜 이렇게 조용할까요?

근위국 대원

설마 잘못된 정보는 아니겠죠?

호시구마

걱정 마, 믿을 만한 정보원이니까.

근위국 대원

어떻게 오리지늄 정제물로 만든 환각제를 대량으로 밀수할 생각을 했을까요? 용문 암시장 세력조차도 이쪽으론 감히 손대지 않는데.

호시구마

요즘 래트킹이 산책 나오는 거 봤어?

근위국 대원

옥문에서 크게 다쳤다고 들었습니다만. 그 말씀은……

호시구마

린 위시아 아가씨가 빅토리아에 가진 않겠지만, '자색의 린'이 되는 것도 생각만큼 쉽지 않을 거야.

호시구마

쓸데없는 걱정 하길 좋아하는 녀석들은 래트킹의 딸이 왕좌에 앉을 자격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하겠지.

근위국 대원

그러고 보니 요즘 슬럼가 파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근위국도 관련 사건을 벌써 몇 건이나 처리했죠.

호시구마

아무래도 그놈들은 환각제가 근위국에서 엄격하게 단속하는 금지품이라는 걸 잊은 모양이야.

제이

10시 16분, 이제 14분 남았어.

아웨이

화물선이 정박했으니 다들 빨리빨리 움직여! 너희 두 사람은 망을 보고.

제이

사람을 많이 모았네.

아웨이

그럼. 큰 사업이니 파벌들도 한몫 챙기고 싶은 거겠지.

아웨이

제이, 긴장한 것 같네.

제이

……

아웨이

……

아웨이

잠깐 여기서 보고 있어. 난 저쪽을 보고 올게.

제이

알겠어.

제이

어라…… 화물선은 저쪽에 있는데 왜 부두 출구 쪽으로 가는 거지?


근위국 대원

호시구마 경감님, 시작할까요?

호시구마

기다려, 경계심이 상당한 걸 봐선 평범한 조직원들이 아닌 것 같아. 모두 모이면 그때 한 번에 잡아들이자고.

호시구마

내가 있는 한 환각제는 절대 용문으로 흘러 들어갈 수 없다. 단 한 놈도 절대 놓치지 마.

근위국 대원

알겠습니다.

호시구마

참, 정보원은 잊지 말고 잘 보호하도록.

근위국 대원

경감님, 놈들 두목이 도망치려는 것 같습니다!

근위국 대원

이게 감히!

호시구마

잠깐! 아무래도 그냥 떠보는 것 같은데……

아웨이

……

아웨이

!!!

제이

아웨이, 거기 서! 어딜 가는 거야!

호시구마

다들 시작해!


제이는 계속 달렸다.

달리면서 몇몇 행인과 길모퉁이에 있는 과일 노점에 부딪혔다. 입으로는 연신 “미안함다”를 되뇌었지만 달리는 걸 멈출 수는 없었다.

앞에 있는 친구가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디까지 왔는지 가늠이 안 갔다. 점점 사람들이 적어지고 길이 좁아졌다. 조용한 골목에선 오직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만 울려 퍼졌다.

호흡이 가쁜 탓일까 환각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제이는 어릴 적 그 거리를 뛰고 있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깡통 마술사' 친구를 따라 고무나무 그늘 아래를 지나치던 그는 슬럼가를 벗어나 더 나은 미래로 달려가자고 약속했었다.

제이

그, 그만 뛰어. 더 뛰다간 심장이 터지겠어.

제이

막다른 길이잖아…… 이제 더 이상 도망칠 데도 없어.

아웨이

……

제이

아웨이.

아웨이

날 배신했구나.

제이

난……

아웨이

난 좋은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널 찾아온 거였어.

아웨이

네가 외모와 달리 겁이 많고 착한 거 알아. 그냥 수산물과 어묵이나 팔며 조용히 살고 싶어 한다는 것도 잘 알지. 나도 이해해. 그래서 네가 거절했을 때도 그런가 보다 했어.

아웨이

하지만 네가 일주일 후에 날 찾아와서 합류하겠다고 했을 땐, 솔직히 의심했어. 하지만 넌 제이니까, 어릴 때처럼 날 믿고 따라줄 거라고 생각했지.

아웨이

우린 지금껏 서로에게 거짓말하거나 뭔가를 숨기는 일이 없었잖아. 동씨 아저씨께 배운 칼질까지도 나한테 알려줬고.

아웨이

근데 이번엔 처음부터 날 속였구나.

제이

아웨이. 우, 우선 내 말부터……

아웨이

너 대체 정체가 뭐야? 다른 파벌의 스파이? 아니면 근위국의 첩자?


보름 전

호시구마

요즘 장사는 좀 어때?

제이

호시구마 경감님?

제이

무슨 일이심까?

호시구마

지나가던 길에 근위국 동료들을 위해 야식으로 어묵을 사 간다고 하면 안 믿겠지?

제이

그럼 좋겠지만요.

호시구마

한 가지 알려주자면, 차슈파와 러우소이파의 보스들이 곧 풀려날 거야.

호시구마

오합지졸이긴 해도 어쨌든 조직 보스니까. 너 때문에 용문 내에서 체면을 구기게 됐으니 분명 다시 찾아오겠지.

제이

아아……

호시구마

걱정 마. 필요하다면 근위국 가드를 붙여줄게.

제이

네. 감사함다, 경감님. 이 어묵은 그냥 드리겠슴다. 그럼 조심히 가세요.

호시구마

아직 할 얘기가 남았는데. 왜 장사꾼들은 근위국과 얘기하는 걸 두려워하나 몰라.

제이

헤헤.

호시구마

물어볼 게 있어.

호시구마

최근에 부두에 간 적 있어?

제이

이번 달 대금을 결제하기 위해 오늘 오전에 들렀슴다.

호시구마

혹시 수상한 사람을 봤다거나 수상한 일은 없었고?

제이

글쎄요……

호시구마

그럼 선박이나 물류 관리 정책, 보안 검사 등을 수소문한 사람은?

제이

경감님, 대체 무슨 일임까? 이 항구는 용문 최대의 수산물 터미널임다. 무슨 일이라도 터지면 수산 시장뿐만 아니라 저희 같은 장사꾼도……

호시구마

그저 추측일 뿐이니 진정해.

호시구마

누군가 슬럼가에 금지된 약을 팔려고 한다는 정보가 입수됐어.

호시구마

근위국 정보가 한발 늦은 탓에 이미 화물은 용문에 들어와 있는 듯 하지만 말이야. 세관부터 고속도로, 부두까지…… 현재 모든 물류 경로를 조사하고 있어.

제이

(아무도 모를 거라고 장담하더니……)

호시구마

뭐라고?

제이

아, 아무것도 아님다.

호시구마

아무튼 우리보다 부두를 잘 아는 사람이니 부탁 좀 할게. 오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다가 수상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연락줘.

제이

네, 그러겠슴다.

제이

근데 경감님, 심각한 거죠?

호시구마

그게 무슨 뜻이지?

제이

이번 사건 말입니다, 심각한 일인 거죠?

호시구마

그 화물은 감찰부에서 지정한 특급 금지품이야. 차슈파가 무기에서 오리지늄 장치를 분해해 파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지.

호시구마

뭔가 알고 있다면…… 내 번호로 연락줘.

호시구마

그럼 이만. 어묵은 잘 먹을게.

제이

……

제이

호시구마 경감님, 잠시만.


아웨이

그래서 근위국한테 일러바치고 놈들의 첩자가 된 거야?

제이

난 그저……

아웨이

젠장, 다 망했어! 십여 년간 모은 돈을 다 날렸다고!

아웨이

진짜 대단하다, 대단해.

아웨이

누가 너더러 겁 많은 시민이래? 넌 조폭 드라마에 나오는 스파이들보다 더해. 걔들은 연기지만, 넌 진심이잖아.

제이

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 봐.

아웨이

들을 게 뭐 있어. 이만 갈게. 그냥 내가 돌아온 적도, 만난 적도 없다고 생각해.

아웨이

……

제이

아웨이, 널 이렇게 보낼 수는 없어.

아웨이

……

아웨이

또 뭘 하려고? 그만큼 공을 세웠으면 됐지, 주동자로 나까지 잡아넣으려고?

아웨이

왜, 그러면 '용감한 시민상'이라도 준대?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

저쪽으로 가 봐.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

골목 하나하나 전부 수색해. 절대 놓쳐서는 안 돼.

아웨이

비켜, 제이.

제이

네 계획은 이미 실패했어. 현지 갱단들은 절대 널 봐주지 않을 거야……

아웨이

그러니까 바로 용문을 떠야지.

제이

나도 널 놔주지 않을 거야.

아웨이

후…… 네가 자초한 일이니까 날 탓하지 말라고…… 어?

제이

네 무기는 아까 부두에서 몰래 빼뒀어.

아웨이

……

제이

혹시 기억나? 어릴 때 우린 싸워도 하루를 넘기지 못했어. 싸운 날 어떤 방법으로든 화해했으니까.

제이

이런 식으로!

제이의 주먹이 친구의 얼굴에 꽂혔다.


제이

그러니까 이 사건의 밀수꾼은 차슈파나 러우소이파보다 형이 더 무거울 거라는 겁니까?

제이

대충…… 어느 정도일까요?

호시구마

지난번 그 녀석들은 조악한 오리지늄 제품을 분해해 되팔려고 했을 뿐인데다, 그마저도 너 때문에 미수에 그쳤어. 게다가 순순히 범행을 인정해서 처벌 가벼워졌지.

호시구마

그럼에도 두목들은 징역 2년 형을 선고받았어.

제이

……

호시구마

하지만 우리가 확보한 정보대로라면, 이번 밀수품은 금지 등급이 가장 높은 환각제야. 명목상으론 아주 희귀하고 효과 좋은 '진통제'이자 '진정제'지.

호시구마

그런데 설명서가 없어서 사람들은 약에 담긴 소량의 오리지늄 정제물이 광석병을 더 빠르게 악화시킨다는 걸 모르는 채로 복용하게 될 거야.

제이

그, 그건…… 지독하네요.

호시구마

그 약을 먹으면 심각한 약물 중독에 시달리게 돼.

호시구마

그 약이 시중에 풀리면 복용한 이들은 가진 돈을 전부 써서라도 어떻게든 연명하려 할 테고, 그럼 더 많은 감염자가 생겨나겠지.

호시구마

그래서 근위국은 이런 밀수품을 엄격히 단속해온 거고, 그렇기에 갱단도 웬만해선 이쪽은 건드리지 않은 거야.

호시구마

뭐가 됐든 이번 사건의 주동자는 평생 철창 안에서 썩게 될 거야.

제이

그 정도로 무거운 형벌이라니……

제이

혹시 '기수'와 '미수'의 형량 차이가 있슴까? 자수는요? 아무래도 형량이 가볍겠죠?

호시구마

대체 어디서 그런 단어들을……

제이

겨, 경감님. 어서 말씀해주십쇼.

호시구마

심각한 결과가 벌어지지만 않았다면야 어떻게든 만회할 길이 있겠지.

호시구마

하지만 도주해서 근위국에 기록이 남는다면 두 번 다시 용문엔 발을 못 붙이게 될 거야.

제이

두 번 다시……

호시구마

자, 질문에 대답해줬으니……

호시구마

이제 알고 있는 걸 전부 얘기해줄래?

제이

호시구마 경감님, 제발 제 친구를 도와주세요.


아웨이

날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방해하지는 말았어야지!

제이

아웨이, 난 널 도우려는 거야!

좁은 골목에서 둔탁한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려 퍼진다. 두 남자는 마치 나사 빠진 턴제 게임처럼……

서로를 향해 주먹을 날리고 있었다.

제이

과거의 넌 깡통으로 안테나, 모기향 받침, 통신 단말기를 만들었어……

제이

넌 '깡통 마술사'이자 내 우상이란 말이야. 너같이 똑똑한 애는……

제이

절대 이런 길로 빠지면 안 돼!

아웨이

그때 내가 왜 갑자기 용문을 떠났는지 알아? 우리 집에 큰일이 있었다는 것 말고,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

아웨이

어쭙잖은 두 갱단끼리 내분이 일어났고, 윗선에선 현장을 정리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어……

아웨이

우리 부모님은 우연히 그곳을 지나가셨던 것뿐이지, 그 갱단들이랑은 아무런 관계가 없었어. 그런데 왜……

아웨이

그때 누가 현장을 정리했는지 알아? 내가 왜 너한테 인사도 못 한 채 용문을 떠났겠냐고.

제이

……동씨 아저씨구나.

아웨이

*용문 욕설*, '깡통 마술사'는 개뿔!

아웨이

용문에서 깡통은 발에 차이고 차이다 결국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존재야.

아웨이

하지만 널 탓할 생각은 없어. 넌 제이니까. 뭐, 동씨 아저씨도 상관없어. 여긴 용문이잖아. “좋든 나쁘든 살아만 있다면 좋은 거지”.

아웨이

네가 계획을 도와주지 않는다 해도, 돈을 벌면 널 도와 어묵 가게 체인점을 열 생각이었어.

아웨이

이 맛을 용문, 상촉, 강제, 옥문, 심지어 염국 전체에 알리고 싶었지.

제이가 가만히 주먹을 몇 대 맞고는 천천히 담벼락으로 뒷걸음질 쳤다. 뭔가를 밟았는지 비틀거리던 그는 이내 바닥에 넘어졌다.

제이

필요 없어.

제이

그런 돈과 그런 인생은 불안할 뿐이야.

제이

아웨이, 네 물건엔 사람을 죽일 만한 독성이 들어있는 거지?

제이

지난 십여 년간 네게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몰라. 아마 많은 일을 시도해봤겠지.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은 다양하잖아.

제이

꼭 돈이 많거나 지위가 높을 필요는 없어.

제이

왜 계속 용문이 변했다는 거야? 슬럼가, 부두, 공원, 수산 시장…… 이곳의 수많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해칠 생각도 없이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내고 있어.

제이

너같이 잘난 놈이 왜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건데!

제이

내가 도와줄게.

아웨이

……

제이

난 이제 지쳤어. 더는 무리야……

제이가 바닥에 누웠다. 이마에서부터 흘러내린 피가 눈가를 적셨다.

피가 눈에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 제이가 눈을 깜빡였다. 울긋불긋한 멍 때문에 안 그래도 무서운 얼굴이 한층 더 험상궂어 보였다.

아웨이

하아……

아웨이

난 간다.

하지만 그는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숙여 자신의 발밑을 봤다. 고개를 숙이자 눈을 뜨기조차 힘들어보이는 '아우'가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어릴 때와 마찬가지로 말수는 적었지만 여전히 황소고집이었다.

아웨이

제이, 이거 놔. 널 죽이고 싶지 않단 말이야.

제이는 손을 풀지 않은 채 침묵했다.

남자가 이를 갈며 몸을 숙이고는 제이의 허리춤에서 날카로운 회칼을 꺼낸다.

아웨이

날 탓하지 마.

그 순간, 남자는 자신이 제이와 얼굴을 맞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두 사람은 모두 지저분한 바닥에 엎어져 있었지만 강한 충격에 의해 무뎌졌는지 냉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정신을 잃기 직전, 그의 시선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찌그러진 깡통에 닿았다. 아무래도 방금 자신의 머리와 세게 부딪힌 게 그것이었던 모양이다.

와이후

후……

와이후

다행히 때맞춰 왔네요.


호시구마

이렇게 된 거야.

호시구마

밀수품은 이미 전부 회수했어. 외지 밀수꾼과 현지 파트너도 전부 체포해서 근위국에서 조사하고 있고.

린 위시아

수고했어, '오니 언니'.

호시구마

그쪽은……

린 위시아

윗물을 해결했다고 아랫물의 죄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슬럼가에서 유통하려던 놈들 명단은 진작 입수했어. 여기 오기 전에 이미 한 놈씩 들러서 추궁하고 왔고.

린 위시아

집안일이나 마찬가지인 일이니 근위국에 부탁하진 않을게.

호시구마

역시 '자색의 린'이네.

린 위시아

이런 걸로 뭘. 아버지가 회복 중이시니 이 정도는 해야지.

린 위시아

참, 아버지가 제이 씨도 이번 근위국 작전에 참여했냐고 물으시던데. 어떻게 됐지?

호시구마

조금 다치긴 했는데 큰 문제는 없어.

호시구마

이번에 제이의 공이 컸지. 그가 아니었다면 밀수꾼이 이렇게 빨리 부두 작전을 시작할 수 없었을 거고, 우리도 한 번에 놈들을 때려잡지 못했을 테니까.

호시구마

그 밀수품이 용문으로 흘러들어와 퍼지기 시작했다면 손쓸 방법이 없었을 거야.

린 위시아

맞네.

린 위시아

이런 등급의 환각제는 슬럼가뿐만 아니라 용문 각 세력에서도 손에 넣고 싶어 할 거야. 풀리기 전에 전부 수거했으니 다행이네.

린 위시아

하지만 제이 씨는 일반인이잖아. 아버지는 동씨 아저씨가 이 나이에……

호시구마

걱정 마, 아가씨. 이번엔 특수한 상황이기도 하고…… 근위국에서도 최선을 다해 정보원을 보호할 예정이니까.

호시구마

참, 린 씨는 좀 어떠셔?

린 위시아

그럭저럭 괜찮으셔. 나가서 친구분들과 바둑을 두실 생각만 하고 계신다니까.


와이후

드디어 깨어났네.

제이

아야야야……

와이후

얼굴이 엉망인데 안 아플 리가 없죠.

와이후

약 바르게 가만히 좀 있어봐요.

제이

아웨이는?

와이후

근위국에서 데려갔어요.

와이후

참, 호시구마 경감님이 조서 작성해야 한다고, 충분히 쉬고 나면 근위국에 들려달래요.

제이

……알겠어.

와이후

무슨 히어로라도 되는 줄 알아요?

와이후

스파이 행세까지 하다니. 이번 밀수꾼들은 지난 번에 싸웠던 차슈파 조무래기들과는 달리 전부 악질이었단 말이에요. 근위국 대원들도 많이 다쳤다고요.

와이후

왜 나한테 도와달라고 안 했어요? 이번엔 진짜 위험했어요. 알아요?

제이

알아.

제이

(그래서 널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았던 거야……)

와이후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예요?

제이

아무것도 아니야…… 참, 리 선생님 대신 물건을 전해주러 가던 길이었다며. 왜 다시 왔어?

와이후

그때 그 헛소리가 이상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와이후

졸업 선물이랑 하고 싶은 말을 준비했다면서요. 그게 대체 무슨 뜻이에요?

제이

졸업 선물은 진짜 준비해뒀는데……

제이

왜 헛소리라고 생각하는 거야……

와이후

졸업 선물 말고 생일 얘기예요.

와이후

내 생일은 토요일이 아니라 일요일이잖아요. 제이 씨가 그걸 기억 못 할 리가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