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못 된 대로
제이는 오해 때문에 용문의 파벌 투쟁에 휘말리고 말았다.
용문에 전해지는 전설이 있다.
어두운 빈민가에는 각 세력이 복잡하게 얽혀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거기에 몸을 담근 사람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언제 그 파도에 휩쓸려 버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세력의 정점에는, 암암리에 빈민가의 질서를 다스리는 자가 있다. 빈민가 전체가 그의 뜻대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에 대한 소문은 무성하지만, 그를 직접 본 사람은 매우 드물다.
평소의 그는 빈민가의 여느 일반인과 다를 게 없다. 곁을 스쳐 지나가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평범하다.
하지만 당신은 정작 만났던 행인 중에 그의 눈과 귀가 있다는 사실을 영원히 모를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분수도 모르고 자신을 거역한 자를 처리한다는 건 아마 더욱 모를 것이다.
그는 용문의 그림자이며 빈민가 그 자체이다.
이게 비단 전설만은 아닐 거라고 믿고 있는 사람도 많다……
저 녀석이야? 확실해? 이건 장난이 아니라고.
지금까지 지켜봤는데 소문이랑 똑같아. 틀림없어.
스읍…… 만만한 녀석은 아닌 것 같은데.
어떡해? 할 거야?
잃어버린 물건이 중요한 거라 우리에겐 선택지가 없어…… 암호는?
내 기억으로는……
호오, 장사가 잘 되나 보군. 정초인데 쉬지도 않는 건가?
밤에 사람이 많을 때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죠.
자, 아가씨, 마라 어묵 나왔슴다.
우와, 좋은 냄새! 자, 돈이요.
으~음…… 최고야. 역시 민간 미식 백선에서 특별 추천한 어묵은 달라.
잠깐만!
네?!
무…… 무슨 일이죠?
거스름돈 받아 가야죠. 자, 여기.
가…… 감사합니다……
이…… 이제 가도 되나요?
아, 아직 더 볼 일이 남았슴까?
아…… 아니에요! 안녕히 계세요!
……또 손님을 겁먹게 해버렸나 보네.
내가 뭘 잘못 말하기라도 했나……?
허허, 요 며칠간 계속 자네가 장사하는 모양이군. 동씨는?
요즘은 추워서 아저씨 다리가 많이 아프니까, 제가 대신해야죠.
혹시, 동씨 아저씨를 아심까?
물론 알고 있지. 용문 최고의 어묵 장인이잖나.
만난 김에 매출에 좀 보태볼까. 나도 하나 주게, 자네 솜씨도 확인해 볼 겸.
넵, 잠시만요.
어묵 네 개요. 카레 맛 세 개랑 버섯 맛 하나.
네, 잠시만요. 이거 끝나고 바로 만들어 드리겠슴다.
크흠…… 그러니까, 어묵 네 개라고요. 카레 맛 세 개, 버섯 맛 하나.
네네, 알고 있슴다. 카레 맛 세 개랑 버섯 맛 하나.
……
(작은 목소리로) 뭐지?! 이게 암호 아니었어?
(작은 목소리로) 틀림없어! 그 필라인 킬러가 매번 녀석과 접선할 때 그렇게 하던데!
자, 어르신, 어묵 나왔슴다.
그래, 얼마인가?
괜찮아요. 동씨 아저씨 지인이신데 돈 받기는 좀 미안함다.
그러면 안 되지. 내야 할 돈은 내고 해야 할 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그렇지 않은가?
(작은 목소리로) 어떡하지? 저 노친네가 우릴 째려보고 있는데?
(작은 목소리로) 쳇, 성가시게 됐네.
저기 손님……?
어묵은 어떻게?
어…… 어쩌지……
무슨 맛을 살지 고민이라면, 시식해도 괜찮……
야, 왜 갑자기 손을 쓴 거야?!
지금 기습하지 않으면 나중에 당할 때까지 기다리게?!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빨리 녀석을 데려가!
지금 바로 러우소이파에 편지를 보내. 너희 보스가 우리 손에 있으니, 오늘 저녁에 당장 물건을 가져오라고 말이야!
이보게 젊은이, 살살하게. 용문의 규칙은 어기지 말고.
뭐야, 이 노친네는. 이건 우리 일이니까 쓸데없는 참견하지 마!
……재미있군.
……
으윽……
머리가 너무 아파……
어떻게 된 거지……? 여긴 또 어디야?
어이, 이제 정신이 들었나 보네. 물이나 마셔.
고마…… 누구? 이거 뭐야…… 난 왜 묶여있지?
당신 같은 거물한테 이런 수단을 쓰는 것도 어쩔 수 없어. 전에는 러우소이파가 당신 사람들인지는 몰랐거든. 무례를 범해서 미안.
하지만 이번에 우리 물건을 빼앗은 건 그쪽이 먼저 잘못했어. 어떻게, 해명이라도 해 보실까?
무슨 물건? 린수? 어선은 부둣가에 있고 당연히 선착순으로 가장 신선한 린수를 가져가는 게 당연하잖아! 왜 내가 빼앗은 게 되는 거야?
(작은 목소리로) '부둣가'라고 했나? 우리 물건이 부둣가에서 빼앗긴 게 맞지?
(작은 목소리로) 아하, '린수'라는 게 은어였나 보네. 먼저 차지한 게 임자라는 뜻이군.
크흠…… 좋아. 당신의 말이 일리가 없는 건 아니야.
하지만 이 바닥에는 규칙이란 게 있지. 그 물건은 지금까지 우리 차슈파가 취급했는데, 당신이 깜빡이도 켜지 않고 치고 들오는 건 이치에 어긋나지 않나?
내가 여태 어묵을 팔면서, 너희 같은 녀석들은 한 번도 본 적 없거든?
(작은 목소리로) '해산물 가게'도 은어인가?
(작은 목소리로) 그러니까 본인이 선점했고 우리가 후에 끼어들었다는 것 같은데.
……아, 그건 물론 알고 있지. 당신이 용문에서 꽤 유명한 인물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고…… 그러니까 이렇게 협상하고 있는 것 아니야.
사업 얘기라면 얼마든지 어울려 줄 수 있지만, 당신이 빼앗은 물건은 우리 차슈파에 엄청 중요한 물건이라고. 서로 얼굴을 붉히지 말고 좋게 좋게 돌려주는 게 어때?
내가…… 유명하다고?
저기…… 사람을 잘못 본 것 같은데…… 좀 놔주면 안 될까……
이봐, 상황 좀 파악하라고!
당신의 체면을 봐서 지금 좋게 말로 하고 있잖아. 우리 차슈파를 너무 호구로 보는 것 아니야?
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아직도 모르는 척이야? 하, 그거 가져와.
이 사진, 기억하지?
이건, 와이후 씨?
시치미 떼지 마. 이건 너희 러우소이파의 킬러잖아. 너를 비밀리에 지켜주는 경호원이기도 하고.
뭐……
지난달 말, 이 여자가 당신한테서 어묵을 샀지? 그리고 다음 날, 러우소이파의 경쟁 조직이 쑥대밭이 돼버렸어. 무슨 기괴한 무공을 쓰는 필라인이 한 짓이라고 하더라.
이래도 네가 지시한 게 아니라고?
하아, 와이후 씨도 참…… 왜 하필 이럴 때 정의감에 불타서……
그리고 이 사진은 어때?
이건…… 근위국의 오니 누님?
우리뿐만이 아니라 근위국에서도 벌써 당신을 주시하고 있던 모양이던데.
우리 애들이 당신 가게에서 오니 누님을 본 게 한두 번이 아니거든.
어떻게, 설명 좀 해 보시지. 근위국의 특별작전팀 팀장이 뭣 때문에 고작 어묵이나 파는 장사꾼에게 관심을 보였을까?
이것도 오해야……
흥, 러우소이파의 수작을 우리가 모를 것 같아?
인정하시지. 러우소이파의 보스는 그저 꼭두각시일 뿐, 진정한 보스는 당신이잖아!
……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자.)
말이 없는 걸 보니 협상은 결렬인가?
좋아, 상관없어. 그럼 당신 부하들이 과연 보스를 구하러 올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겠군.
같은 시각
형님! 드디어 보스의 행방을 알았습니다!
뭐야?! 어디에 있는데?
차슈파가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보스가 녀석들 손에 있답니다.
주소도 같이 보냈고, 오늘 저녁에 물건과 사람을 교환하자고 합니다.
빌어먹을, 역시 그놈들이었군! 애들 다 불러! 오늘 밤 차슈파를 친다!
그럼 물건도 가져갈 겁니까……?
가져가긴 개뿔! 우리 러우소이파를 우습게 봤다 이거지? 연장들 챙겨! 놈들과 끝장 본다!
자, 어떠신가, '보스'?
편지는 이미 당신네 러우소이파에 보내 뒀어. 지금이라도 물건을 내놓으면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지. 나중에 싸우기라도 한다면 당신의 목숨은 보장할 수 없어.
편지를 보냈다고? 그쪽에서 정말 사람이라도 보내면 어쩌려고……
이제 와서 협박까지 하네?!
그런 뜻이 아니라…… 하아, 됐다.
(작은 목소리로) 어떡하지? 저 녀석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은데. 정말 싸우게 되면 우리가 쪽수에서 밀릴 게 뻔해.
(작은 목소리로) 그러니까 사람 더 데려왔어야지?!
(작은 목소리로) 네가 은밀하게 움직이랬잖아?!
(작은 목소리로) 저 녀석이 정말 아무것도 말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이나 했겠어?!
(작은 목소리로) ……뭐, 됐어. 최대한 물건을 받아내는 게 상책이야. 나는 가서 애들 더 불러올게.
크, 크흠……
자, 어떠신가, '보스'?
지금이라도 현명하게 물건을 내놓으면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지. 나중에 싸우기라도 한다면 당신의 목숨은 정말 보장할 수 없다니까!
저기…… 그래서, 너희들이 말하는 그 '물건'이라는 게 대체 뭔데?
또 시치미를 떼는 거냐? 너희 러우소이파가 부두에서 싸움을 걸어서 우리 조직원을 몇 명이나 때려눕혔잖아? 물건을 빼앗으려고 그랬겠지! 그런데도 물건이 뭔지 알려달라고? 웃기지 마!
흥, 이런 위험한 물건을 빼앗을 수 있는 건 너희 러우소이파 말고는 없지.
……'위험', 하다고?
시치미 떼지 마. 그 물건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는 놈이 어디 있어? 감히 근위국 코앞에서 우리 물건을 빼앗은 건, 결국 돈이 목적 아니었어?
……그럼, 지금은 너 혼자인가?
뭐, 됐어. 물건의 위치를 알려주지.
응? 이제야 말이 통하는군. 빨리 말해.
좀 더 가까이 와 봐, 몰래 알려줄게.
됐다. 말해 봐.
더 가까이.
왜 이렇게 뜸 들이는 거야, 정말……
역시 동씨 아저씨의 말대로 주먹보다 박치기가 더 효과 있군.
단단히도 묶어놨네…… 미안하지만, 칼 좀 빌릴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돌려주고.
너희들이 누구한테서 뭘 찾으려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사람을 잘 못 봤어. 나는 정말 무슨 보스 같은 게 아니라니까.
뭐, 말해 봤자 듣지도 못할 거니까. 얼른 도망치자……
윽, 머리가 너무 아파……
편지에 적힌 대로면 여기 맞는데, 차슈파 놈들은?
저기 봐. 칼을 든 놈이 건물에서 나왔어. 아마 차슈파의 접선자겠지.
잠깐, 저 녀석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기억났다! 그 어묵 장수로 위장한 전문 킬러잖아. 저번에 린수 손질하는 칼로 스무 명이나 해치운 걸 똑똑히 봤다니까!
설마 차슈파 소속이었다니…… 귀찮게 됐네……
진정해. 우선 대화부터 해보자.
아무도 쫓아오지 않은 걸 보니 이젠 괜찮은 거겠지……
하아…… 정초부터 가게 정리도 못 하고, 이게 뭐 하는 짓인지……
어이, 거기.
어? 나?
이곳이 차슈파 구역이 맞지?
(아까 그 녀석들이 차슈파라고 했었나?)
그래, 맞다. 차슈파 구역이야.
......
……
잡아라!
?!
우리 보스는 어디 있어!!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하, 너희 차슈파가 쪽수 많은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우리 러우소이파를 우습게 보진 마라!
그러니까 사람 잘 못 봤다고……
순식간에 형님을 쓰러뜨리다니…… 역시 차슈파 최고의 킬러!
들어본 적도 없는 버전이 또 나오네……
쫄지 마! 이렇게 사람이 많으니, 질 리가 없다!
모두 덤벼! 보스를 구한다!
으아…… 일단 도망치는 게 좋겠네……
놓치지 마! 쫓아라!
이런, 정말 사람을 끌고 올 줄이야.
얘들아, 가자!
호오, 매복까지 했겠다?
얘들아, 두려울 거 없다. 놈들과 끝장을 본다!
물건을 내놔!
보스를 내놔!
잠깐, 왜 갑자기 싸우는 거야? 말로 해, 싸우지 말고.
저기, 하아…… 일단 돌아가서 가게부터 정리하자.
그런데 쟤들이 말한 '물건'은 대체 뭐지……?
왕씨 아저씨, 안녕하심까.
오, 제이구나. 여긴 무슨 일이냐? 이 시간에는 신선한 린수도 없는데.
그게 아니라, 아저씨,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슴다.
최근에 부둣가에서 두 조직이 싸우는 걸 보셨슴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맨날 이 부둣가에서 치고받고 하는 인간들이 린수 사러 온 손님보다 더 많은데, 내가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하겠어!
그냥 싸움 아니라…… 딱 봐도 엄청 위험한 두 무리가 막 패싸움하는 거요.
하아, 이것도 아닌데…… 그렇다면 아저씨, 최근에 부둣가에서 낯선 얼굴은 못 보셨슴까?
야, 이렇게 큰 곳에 매일 오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해?
……가만있어 봐, 그러고 보니 뭐가 짚이는 게 있기도 하고.
저번 달에 한동안 매일 저녁 사람들이 부두에 상자를 옮기는 걸 봤어.
평범한 상자였으면 신경도 안 썼겠는데…… 그 상자들은 전부 검은 천으로 꽉 싸여 있더라고. 뭔가 되게 수상해 보였어.
그 사람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나심까? 그 상자들은 어디로 운반됐고?
그때 한참 가게 문을 닫는 중이라 별로 기억나지 않아. 이 늙은이가 너처럼 기억력이 좋은 줄 아냐?
(아무래도 차슈파가 말한 게 그 물건인 것 같네.)
(대체 뭘 꾸미고 있는 거지……?)
이런, 이제야 발견했는데, 얼굴의 상처는 왜 그래? 또 싸운 거냐?
자, 얼음찜질이나 좀 해라.
고맙슴다……
너 이 녀석, 분명 얌전해 보이는데 몸은 항상 상처투성이란 말이지.
그건…… 저도 이러고 싶지 않은데……
너랑 오랫동안 알고 지내면서 네가 성실하고 올바르며 불의를 못 참는다는 걸 안다. 그래서 자주 불량배들이랑 시비가 붙는 거고.
아니, 아저씨. 사실 그건 전부 오해인데……
네가 착한 아이란 걸 안다. 그렇지만 자신을 지킬 줄도 알아야지. 일이 터지면 그걸 수습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야. 괜히 건드려서는 안 될 사람을 건드리지 말고. 알았어?
네, 명심하겠슴다. 하지만 오늘 밤에 꼭 해야 할 일이 있슴다.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알 것 같고요.
맞다, 아저씨. 전화 좀 빌려도 되겠슴까?
빌어먹을 차슈파 놈들. 제법이잖아……
다른 녀석들도 참…… 발 빠르게 도망치더군. 다 어디로 간 거지……
다행이네. 도망 못 간 녀석이 있었구나.
너…… 너는!
그래, 나다.
차슈파 최고의 킬러.
히잇!
목…… 목숨만은 살려주십쇼!
아까 그 일은 그냥 넘어가 주지.
하지만 잘 들어, 지금부터 질문은 딱 한 번만 한다. 대답이 내 맘에 들지 않으면……
알지?
말하겠습니다! 알고 있는 거라면, 꼭 말하겠습니다!
저번 주, 러우소이파가 우리에게서 빼앗은 물건, 지금 어디 있어?
그건 저도 모릅니다!
러우소이파가 왜 우리 물건을 빼앗은 거지? 누구에게 팔려고?
정말 모릅니다……
모른다고!?
저는 진짜로 모르는 일입니다!
제, 제가 들어온 지 아직 두 달도 안 돼서…… 조직의 비밀은 정말 하나도 모릅니다!
그럼 아는 게 뭐야?
저번 주에, 조직 사람들이 부둣가에서 차슈파 물건을 가로챘는데, 보스가 엄청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며칠이 안 돼서 보스가 사라졌습니다.
저희도 여기저기 찾으러 다녔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스는 안 보였습니다.
(러우소이파 보스는 정말 행방불명인가 보네.)
그래서?
그, 그래서 오늘 차슈파의 편지를 받고 싸움이 난 줄 알고 저는 따라서 왔을 뿐입니다. 다른 건 정말 모릅니다……
(음…… 아무래도 정말 아무것도 모르나 보네.)
크흠, 한 가지 알려주지. 너희 보스는 우리 차슈파 손에 있다.
너희 보스에게 전해라. 아니지…… 너희 조직에 결정권이 있는 놈에게 전해라.
한 번만 더 협상할 기회를 줄 테니, 오늘 자정에 우리 차슈파의 물건을 들고 부둣가에서 기다리라고.
이번에도 너희 러우소이파가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그땐 보스의 모가지가 날아가는 수 있다!
꺼져.
예!
후우……
아무래도 내 말을 믿는 것 같네.
역시 난 악역이 서툴러.
침착하자, 침착해…… 다음은……
쓸모없는 놈! 이 밥통 같은 놈아!
다 잡은 녀석을 놓치다니! 인질도 없는데 이제 어떻게 러우소이파랑 협상하냐!
네가 욕할 자격이나 있어? 그 많은 사람을 데려와 놓고도 못 잡은 주제에!
너……
나한테 볼일이 있다고 해서 왔다.
너!
그래, 나다.
훗, 너희들의 통찰력에 칭찬이라도 해줘야겠군. 설마 내 정체를 알아차릴 줄이야.
그래, 내가 러우소이파의 보스다.
역시…… 그래서 뭐, 어쩔 셈이지?
간단해. 우리 러우소이파가 빼앗은 물건을 그대로 돌려주겠다. 하지만 너희 차슈파가 나를 납치한 일은 이대로 넘어갈 수 없어.
오늘 자정에 우리 러우소이파가 물건을 가지고 부둣가에서 기다릴 테니, 너희 차슈파도 전원 나와야 한다.
물건은 돌려줄 테지만, 내 구겨진 체면도 챙겨야겠어.
(작은 목소리로) 어떡하지…… 이 지경이 됐는데 물건을 받아야 되나?
(작은 목소리로) 가, 가만있어 봐…… 저놈은 지금 혼자야. 아까도 단번에 기절시켰으니, 이번에도……
쓸데없는 짓거리 하지 마!
저…… 저 여자! 내가 말한 그 필라인 킬러야!
훗, 아까는 방심해서 기습당했지만, 두 번 다시 당할 것 같아?!
아무래도 너희들은 아직 누구를 상대하고 있는지 모르는 모양이군.
크흠!
(작은 목소리로) 다음은 뭐였죠?
(작은 목소리로) 벽, 벽!
(작은 목소리로) 아, 맞다.
하압!
벽을…… 일격에 뚫었다고?!
정확히 두 시간 뒤, 부둣가에서 기다린다. 너의 차슈파 전원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 물건은 어떻게 될지 장담 못해!
이제 어쩌지……?
어쩌긴 뭘 어째. 도망치지도 못할 거, 갈 수밖에 없잖아!
잠깐잠깐, 왜 이렇게 빨리 뛰어가는 거예요?
아직 알려주지도 않았잖아요. 왜 굳이 저를 불러서 이런 연기를 하는 거예요?
후우…… 이쯤이면 이제 괜찮은가?
하아, 솔직히 나도 지금까지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
아무튼 고마워. 다음에 어묵 쏠게.
괜찮아요. 별일도 아니었는걸요.
그나저나 아까 제이 씨는 정말 조직의 보스 같았어요. 순간 제가 잘못 본 줄 알았다니까요.
내가 그렇게 나쁜 사람처럼 보여?
설마 정말로 다른 신분 같은 게 있는 건 아니죠?
놀리지 마……
하아, 난 먼저 부둣가에 가 봐야겠다. 자정이 되면 모든 게 알려지겠지.
그래, 시간은 딱 맞춰 왔네.
흥, 피차일반이야.
물건은?
물건은 나중에, 우리 보스는 어디 있지?
장난하냐? 이놈들이 누굴 바보로 아나!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우리 물건이나 내놔!
어림도 없다. 우리 보스부터 내놔!
사람을 우습게 보는군. 또 싸울 거냐?
왜, 우리가 쫄 것 같냐?
야야, 다들 연장은 내려놓고 할 말이 있으면 근위국에 가서 한다. 실시.
빌어먹을, 속았다!
전원, 동행해 줘야겠어.
신고한 게 너구나.
네, 그렇슴다……
오늘 밤에 부둣가에서 거래한다는 걸 어떻게 알고 있었지?
그건, 설명하기가……
저, 저도 아직 이해 안 되는 게 많지만, 상황은 뭐, 보시다시피 대충 이렇슴다…… 믿어주시겠슴까?
하하, 긴장하긴. 사실 우리도 이 사건을 전부터 조사해 왔어.
너한테 알려줘도 상관없다만, 지난번 소동 이후 대량의 무기가 용문 거리에 남겨졌거든. 근위국이 최대한 회수하긴 했지만, 그래도 일부는 차슈파 놈들 손에 들어갔지.
그…… 그럼 엄청 위험한 거 아님까?
응, 뭐…… 하지만 놈들도 무기를 밀매할 정도의 배짱은 없는 것 같더라고.
사실 놈들은 무기에 장착된 오리지늄 장치를 떼어내 팔아 치울 생각이었어. 물론, 그것도 불법이긴 하지만.
며칠 전에 근위국이 러우소이파의 두목을 잡았는데, 마침 녀석이 차슈파로부터 뺏은 물건을 팔려고 판매처를 찾고 있더라고.
입이 꽤 무거운 녀석이라 우리도 딱히 소득이 없었는데, 오늘 밤에 일망타진할 수 있었던 건 다 네 덕분이야. 용케도 이런 방법을 생각해 냈네.
하지만 다음부터는 이런 위험한 행동은 안 돼.
그런 거였구나…… 이제야 이해 됐슴다.
경찰관님, 별일이 없으면 이만 가봐도 되겠슴까?
잠깐만.
실은 나도 너를 오랫동안 지켜봐 왔거든. 너 정도의 실력으로 용문에서 노점상이나 하기엔 너무 아까워서 말이야.
너한테 더 어울리는 일이 있는데…… 어때? 해보지 않을래?
그…… 호의는 감사함다.
하지만, 용문에는 당신과 같은 경찰도 필요하고 저 같은 노점상도 필요하죠. 딱히 아깝다고 할 건 없슴다.
아,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 아무튼, 지금 이대로도 저는 만족함다……
하하, 알았어. 네 선택은 존중할게. 하지만 생각이 바뀐다면 언제든지 날 찾아와.
고생하셨슴다. 그럼 이만 가보겠슴다.
아, 참…… 근위국 연휴가 끝나면 표창장 받으러 와!
네, 시간이 되면 꼭.
역시 동씨가 거둔 아이답군. 내가 사람을 제대로 봤어.
몇 달 후
야, 저 어묵 가게 봤어?
장사가 잘되는 것 같은데…… 한번 먹어볼까?
저게 평범한 어묵 가게가 아니야. 저 주인의 정체는 용문 부둣가의 보스라고!
설날 밤에 말이야, 차슈파랑 러우소이파를 모두 불러내서 혼자 이백여 명이나 때려눕혔대! 게다가……
쉿! 조용히 해. 들으면 어쩌려고!
손님, 어묵 드시겠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