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면한 사람
시데로카는 듀나의 요청으로 버블과의 훈련에 나섰지만 결국 버블은 탈출하고 만다. 이 일을 듀나에게 보고하던 시데로카는 갑자기 자신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 남았다는 걸 깨닫게 되는데……
여보세요, 제 말 들리세요?
오랜만이네요, 회장님!
오신다는 얘기 듣고 연락드렸는데, 실례한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아, 네.
회장님 덕분에 아버지 사업도 순탄한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코리니아인한테는 그보다 중요한 게 없으니까요.
저요?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언제 한번 식사라도 같이하면 좋겠네요.
모레요? 네, 좋습니다.
언제든 괜찮습니다! 어렵사리 회장님과 같이 밥 먹을 기회를 잡았는데 당연히 기쁘죠!
네, 네!
평범이라면…… 구내식당에 갈까요?
입맛에 맞으시겠어요?
룸이요? 너무 비싸지 않을……
아아, 죄송합니다! 제 생각이 짧았네요.
네, 네! 그럼 정각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그럼 그때 뵐게요.
후우……
알고 지낸 지도 꽤 됐는데, 정말 여전하시다니까.
덕분에 별걸 다 배우긴 했지만……
으응?
저쪽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듀나 씨?!
엇?
안녕……
놔 줘! 놓.으.라.고!
얌전히 있으면 놔 줄게.
도베르만 교관과 함께 임무 수행하러 나간 거 아니었나요?
그게 말이지……
개인 사정으로…… 갈 수가 없게 됐어.
그렇다면 내 훈련을 도와줄 수 있을까요? 요즘……
미안, 할 일이 좀 있어서.
놔 줘, 놔 줘! 놔 달라고!
할 일이 있다면 나도 데려가세요!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런 다음에……
아주 사적인 일이라서 말이지, 그러니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우와아아앗~!
버블, 너 또 박사의 노트에 이름 적히고 싶어?
헙……
제가 도울 일이 있을까요?
이 녀석 말이야?
포르테 언니, 교관님이 나 괴롭혀! 흐아앙!
훈련하고 있는데 이 녀석이 멋대로 도망쳐 나오는 바람에 그만……
훈련? 훈련 중인 건가요?!
아, 그게…… 일종의 놀이 같은 거야. 그래, 놀던 중이었어.
너도 알겠지만, 버블은 마구 뛰어다니는 걸 좋아하거든.
방금도 내가 막지 않았다면, 옆에 있는 벽이 날아갔을 거야.
으음……
으응?
으으으으!
……
!
시데로카,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들어줄 수 있을까?
말해 보세요.
보다시피 버블은 에너지가 넘치는 편이라 그걸 발산해 줘야 하거든.
마침 시데로카도 훈련 상대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
그렇긴 한데……
힘을 기르는 훈련이라면 버블이 좋은 상대가 되어 줄 거야.
힘만 놓고 보면 교관들은 버블의 상대가 안 되거든.
맞아, 맞아!
시데로카도 대단한 실력을 지녔잖아? 버블과 같이 훈련하는 건 어때? 괜찮다면 기술 같은 걸 가르쳐줘도 되고.
어때?
에~ 배우는 건 싫어!
그렇다면 어느 훈련실을 쓸지 알려 주세요.
제6 훈련실, 말은 이미 해뒀으니 그대로 가서 사용하면 돼.
알겠어요.
그럼, 오늘 버블을 부탁할게.
훈련 열심히 해!
……
안녕, 버블~ 우리 같이 훈련하러 갈까?
와아!
우와아아아~!
뛰지 마! 훈련실은 저쪽이라고!
즐거운 시간 보내!
……
하아, 이런 걸 두고 일석이조라고 하는 건가?
버블 대 시데로카…… 어떤 결과가 있을지 기대되는걸?
45분 뒤
제6 훈련실
포르테 언니, 엄청 잘 뛴다.
너도 꽤 하잖아, 체력이 정말 좋구나.
헤헤, 사르곤에서 내 발길이 안 닿은 곳은 아마 없을걸?
그래?
난 엄청 강해, 조금 뛰었다고 지치지 않아!
그거 잘됐네.
그럼 우리, 근접전 해 볼까?
그게 뭐야? 재미없을 것 같은데.
있는 힘껏 내게 달려들어 봐.
그럼 포르테 언니가 날아가 버릴 텐데?
일단 해 봐, 버텨 볼 테니까.
알았어.
간~ 다아~!
쾅!
흐읍!
역시 세라토는 다르네.
후후……
엇?
자, 잠깐. 멈춰, 멈추라고!
왜 그래, 다친 거야?
아니.
이번은 무효야!
방금은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알았어.
그럼 다시 해 볼까?
흥!
이 정도면 되겠지.
으음……
조금 더 멀리.
조금, 조금 더 멀리……
됐다!
부딪혔다고 울면 안 돼, 포르테 언니!
알았어.
그럼 시작한다아~
이야~ 아압~!!
쿠웅!
하아아앗!
흐읍……
힘이라면 버블은 지지 않아!
자, 이건 어떠냐!
우으으으!
이야압!
하아압!
말도 안 돼!
버블이 질 리 없어!
하앗!
이야압!
쾅!
앗, 하아……
교관님 말대로 버블은 엄청 세구나.
져버렸어……
포르테 언니, 어떻게 힘이 그렇게 센 거야?
항상 훈련하거든.
열심히 몸을 단련하면 언젠가 그 성과를 거둘 수 있어.
거짓말!
나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데, 힘이 세지진 않았단 말이야.
그건 아마 방법이 틀렸기 때문일 거야.
으음……
그럼 언니는 케오네 벌컨 언니보다 강해?
벌컨이라…… 아마 그 정도는 아닐 거야.
미노스에서 대장장이를 상대하고 싶어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걸.
그치만 언니도 엄청 강한걸.
난 아직 부족해, 더 강해져야 해.
나도 더 강해져서 케오를 쓰러뜨리고 말겠어!
케오베를?
케오는 힘이 세진 않지만 엄청 잘 싸워!
언젠간 내가 케오를 쓰러뜨려 주겠어, 이얍!
후훗, 재미있겠는데.
그러니까 필요한 건 특훈이야, 특훈!
한 번 더 해, 포르테 언니. 언니한테 졌다는 거 인정할 수 없어!
좋아! 이렇게 화이팅이 넘치는데, 끝까지 맞춰주도록 할까.
특훈이다, 특훈!
특훈!!
2시간 뒤
포르테 언니. 나, 나 힘이 하나도 없어…………
무슨 소리야, 그런 상태일수록 실력을 더욱 키울 수 있는 거라고.
지금이야말로 의지를 보여야 할 때야!
자, 다시!
다, 다시?……
위대한 전사는 훈련장에서 결코 쓰러지지 않아.
조, 좋아……
이야…… 압……
퍼억!
정말, 꼼짝도 못 하겠어.
으윽……
아쉬운걸, 지구력을 좀 더 기르는 게 좋겠어.
힘들어, 숙소로 돌아가서 잘래……
안 돼.
어, 어째서……
듀나가 널 오늘 하루 동안 봐 달라고 부탁했으니까, 난 책임을 다해야지.
지금 자면 조금 전 훈련은 아무런 소용도 없게 된다고.
지금의 네게 필요한 건 재활 운동이야, 그래야 근육통도 풀릴 거고.
또 움직이라고?
싫~~ 어~~! 절대 안 할 거야~~!!
으아아아아앙!!
울 시간에 한 번 더 덤비는 게 어떨까?
흐으으……
집에 가서 잘 거야!
어랏, 힘이 아직 남았나 보네?
도망가지 말고, 제대로 힘을 써 보는 게 어때?
......
……
놓친 건가……
체력이나 지구력이라면 분명 내가 한 수 위인데,
그런데 왜 항상 놓치는 거지?
으음……
제36장의 내용을 아직 제대로 습득하지 못했나 보네. 교관들한테 좀 더 가르쳐 달라고 부탁해야겠다.
으응?
스즈란 아가씨로군, 안녕!
아, 안녕하세요, 시데로카 언니.
(부탁해, 네 왕 꼬리만 믿을게. 부탁해, 스즈란!)
(날 꼭꼭 숨겨줘!)
(그만 좀 떨어요, 버블! 이러다가 들키겠어요!)
방금 버블을 못 봤나?
아, 아뇨.
이상하네. 코너에서 어떻게 갑자기 사라진 거지……
환기구를 통해서 빠져나간 건 아닐까요? 하.하.하……
버블의 체격이라면 확실히 그럴 수도……
(스즈란의 꼬리가 왜 아까부터 계속 흔들거리는 거지?)
(거짓말하면 꼬리가 흔들리는 사람이 있다고 아빠가 그랬는데, 그게 사실인가 보네!)
(스즈란, 넌 천사야!)
(하지만 코 앞에서 꼬리를 흔들지 않으면 안 될까? 너무 간지러워.)
(큰일이다!)
(에, 에……!!)
엣취!!
으응?
아앗!
(꼬리 잡지 마요!)
죄송해요, 시데로카 언니. 감기 기운이 있어서.
엣취!
감기라고 해도 내버려 두면 안 되지. 진찰은 받았어?
아, 아직이요. 폐를 끼치고 싶진 않아서.
좀 쉬었다가 혼자 가 볼게요.
그러면 안 돼, 내가 지금 의료부로 데려다줄게.
괘, 괜찮아요. 그냥 감기일 뿐인걸요. 정말로 별거 아니니까 걱정 마세요.
(손수건을 꺼내 코를 닦는다.)
혹시…… 돈을 아끼려고 그러는 거야?
네? 네에?
그런 거 아니에요!
으음……
역시 그렇군.
(뭐야, 눈치챈 거야?)
(뭘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
그 마음, 나도 알아. 내 고향에서도 돈을 아끼려고 병원에 안 갔다가 돌아가신 분들이 많거든.
스즈란 아가씨는 아직 어리니까, 그런 일을 겪어선 안 돼.
돈이 부족하면 내가 도와줄게.
(뭐라는 거야?)
아뇨, 정말 괜찮아요. 게다가 로도스 아일랜드의 오퍼레이터라면 진료비는 무료…… 아앗!
(꺄악, 끝장이야!)
(안 보인다. 안 보인다. 내가 안 보인다!)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난 다 알아. 지금 의료부에 데려다줄게.
에? 에엣?
시데로카 언니! 뭔가 오해하셨나 본데 부모님이 매달 생활비를 보내주세요. 편지도 써 주시고, 사진도 보내주시니까……
제발, 제 말 좀 들어 보세요!
후, 후우……
하마터면 들킬 뻔했네, 스즈란의 왕 꼬리가 아니었다면 큰일 날 뻔했잖아.
미안해, 스즈란. 이 은혜는 나중에 갚을게!
저녁
훈련 센터 입구
그러니까 버블이 결국 사라졌다고?
네……
스즈란을 의무실에 데려주고 나서 찾아봤는데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모두 내 잘못입니다! 내가 제대로 돌보지 못했어요!
처벌은 달게 받겠습니다!
버, 벌이라니……
버블이라면 숙소에서 쉬고 있을 거야. 방금 숙소 관리인한테서 연락을 받았거든.
관리인 말로는 그렇게 고분고분한 버블은 처음 봤다던데. 아마도 그건 네 덕분이겠지. 오늘 정말 수고 많았어.
하아……
오늘 정말 고마웠어. 다른 일 없으면 너도 얼른 돌아가서 쉬어.
……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응? 뭔데?
정찰과 추적 수업을 제가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 걸까요?
물론이지. 그것도 아주 우수한 실력으로 말이야. 근데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
아무래도 그쪽으로는 유독 뒤처지는 것 같아서요. 다른 사람을 추적할 때면 항상 놓치곤 해서……
내 실력이 아무래도 부족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어…… 그게……
그, 그건 그러니까…… 예외. 맞아, 예외야!
일상생활이랑 전장은 어쨌든 상황이 다르잖아. 전장에서 네가 보여주는 추적 실력은 저~얼대 문제없어.
그런가요?
물론이고말고~!
교관이 그렇게 말하니 마음이 놓이네요.
응응.
그렇다면 일상생활에 맞는 정찰 및 추격 수업을 신청해 볼까요? 이쪽으로 좀 더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으…… 응?!
아! 그, 그러니까 그건 말이지.
오늘은 늦었으니 그만 돌아가서 쉬는 게 좋겠다. 다른 교관들이랑 이야기해 볼 테니까, 만족스러운 답변을 들을 수 있을 거야.
고맙습니다! 그럼 전 이만.
그래, 조심히 가~!
……
……이렇게 된 일인데, 어떻게 생각해?
아무래도 눈치챈 것 같은데.
이번 일은 어떻게든 꿰어 맞추면 적당히 넘어갈 수 있을 거다.
하지만 다음에도 운이 좋을 거라고 확신할 순 없어.
다음이 오기 전에 우리가 해결책을 찾아낼 거라고 믿는 수밖에.
시데로카에게 위험천만한 추적술을 가르쳐 주지 않을 수만 있다면 다른 건 아무래도 좋아.
시데로카가 그런 걸 배웠다간, 박사는 물론 우리도 도망치지 못할 테니까.
버블 쪽 상황은 어때?
감시 카메라 영상을 확인했어.
네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 봤으면 좋았을 텐데.
숙소 관리인 말로는, 샤워할 때를 빼곤 오늘 내내 숙소에 있었대. 밥도 룸메이트가 가져다주고.
당분간은 '시데로카'라는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걸.
……
날 불렀습니까?
?!
왜, 왜 돌아온 거야?
도베르만 교관도 있었군요. 외근은 벌써 끝난 건가요?
그, 그래…… 함선 주변에서 적당한 장소만 찾으면 됐거든.
다행이네요, 안 그래도 내일부터 수업을 시작해도 괜찮을지 물어보고 싶었던 참입니다만.
그 일이라면……
도베르만 교관이랑 먼저 상의한 뒤에 알려줄게.
(작은 목소리로) 생각해 놓은 게 있을 거 아냐? 일단 적당히 둘러대라고.
(작은 목소리로) 듀나?
(작은 목소리로) 사실 시데로카를 잘 알고 있는 사람과 이야기해 봤는데 말이지.
(작은 목소리로) 시데로카의 지금 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곤 꽤 놀라더라고. 하지만 쓸 만한 이야기를 들었지.
(작은 목소리로) 이따가 내가 하는 말 잘 들어봐.
(작은 목소리로) 그래, 부탁한다.
시데로카.
네!
사실은 말이지……
방금 도베르만 교관이랑 잠깐 상의해 봤거든.
지금의 훈련으로는 널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어.
(작은 목소리로) 어이, 지금 무슨 소리인지 알고 그런 말 하는 건가?!
(작은 목소리로) 한 번만, 날 믿어보라고!
그 말은……?
네가 박사를 호위할 때면, 박사가 종종 말도 없이 사라진다던데.
그건 제 잘못입니다, 면목 없습니다.
그래서 난……
그래서 시데로카는, 다른 분야에서 박사의 고민을 덜어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 말은?
요즘 박사의 건강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아? 수면 부족에, 식습관도 엉망이고, 최근에는 가~벼운 만성 질환에 걸린 것 같던데.
전투술을 익히는 것보다는, 박사의 건강을 챙기는 게 더 좋은 선택이 아닐까?
난……
내가 해준 제안, 돌아가서 잘 생각해 봐. 푹 쉬어, 시데로카.
좋은 밤 되세요……
(작은 목소리로) 너희 컬럼비아 사람들은 원래 다 이렇게 속이 시커먼가?
(작은 목소리로) 이런 걸 요령이라고 하는 거야.
(작은 목소리로) 멍청하게 서 있지 말고 얼른 가!
(작은 목소리로) 그런데, 정말 효과가 있을까?
(작은 목소리로) 당분간은 고민하느라 바쁠 거야. 일단 가자!
(작은 목소리로) 또다시 훈련해 달라고 하면 잠자긴 틀릴 테니까!
……
교관 말이 맞아.
난……
박사님에게는 호위…… 만 필요하다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내가 잘못 생각했어.
호위는 고용주의 신변만 안전하게 지키는 게 다가 아냐.
할 수 있는 게 훨씬 많았는데, 난 생각조차도 안 한 거야.
아……
회장님 말씀이 바로 이런 뜻이었구나.
난 아무거나 잘 먹는 편이지만, 더 좋은 걸 먹으면 그만큼 삶의 질도 높아지겠지.
회장님이 어렵사리 로도스 아일랜드를 찾아주시는데, 구내식당에서 대충 때울 생각만 하다니.
그래선 안 되는 거였는데.
박사님도 그렇게 생각하셨을 거야.
둔한 내게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게 미안해서……
……
결심했어.
박사님은, 내가 구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