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
임무에서 복귀한 프로방스는 새로 들어온 동료를 만났다. 몇몇 재앙정보전달자들이 기상 변화 속에서 재앙의 조짐을 발견하게 되는데…… 프로방스의 모험은 황야인들에게 주는 경보와도 같다.
01:35 P.M. 날씨/맑음
로도스 아일랜드 본함, 제3선실, 메딕 간호실
자, 돌아서세요.
이 상태로 움직이지 마세요. 꼬리도 움직이면 안 돼요.
61.3…… 음, 꼬리가 또 길어졌네요.
좋아요. 이제 됐어요.
벌써 끝났어?
너무 간지러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니깐. 매번 재는데 익숙해지지 않아. 움직이지 않게 하는 것도 어렵고.
프로방스 씨는 그냥 꼬리만 움직였을 뿐이니 그나마 나은 편이에요. 바로 공격 자세를 취하는 오퍼레이터도 있는걸요. 별 수 없죠.
어쨌든 다들 민감한 부분들이 있잖아. 아예 만지지도 못하게 하는 종족도 있다고 들었어.
그런 것도 같네요.
아, 시간 됐네요, 여기에 대고 입으로 불어보세요.
후우우우~~
다 불었어!
음…… 문제없네요!
방금 한 혈액 검사는 모레나 결과가 나올 거예요. 기본 진단 보고는 이따가 가져갈 수 있어요.
자, 용해제에요. 이걸 다 마시면 돼요.
알았어.
미안해. 매번 폐를 끼치네. 돌아오자마자 이렇게 많은 검사를 해야 하다니, 정말 수고가 많아.
내 몸은 내가 알잖아. 사실 아무 문제 없거든……
프로방스 씨!
어? 아…… 왜!?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이번 복귀 후 검사 데이터 좀 보세요. 지표들이 다 불안정하죠?
게다가 이번에도 예상시간보다 더 오래 밖에 머물렀잖아요!
그동안 로도스 아일랜드가 황야에 깊숙이 침투했어요. 이 근처에는 알려진 이동도시 항로도 거의 없고요. 주변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어요.
제대로 보호하지 않으면 이런 황야에서 오래 머무는 건 아주 위험하다고요!
미안해, 너무 화내진 말라고.
우리 노선 근처에 작은 마을이 몇 개 있었는데, 도저히 마음이 안 놓여서 말이야……
프로방스 씨가 아무리 전문 재앙정보전달자라고 해도 자신의 안전에 신경 써야죠!
약속할게! 내 안전은 내가 챙길 테니까!
봐봐…… 전에 약속했던 대로 전신 보호도 잘 하고 있잖아? 걱정 마! 내 목숨 갖곤 장난 안 쳐!
흠……
걱정 마라. 재앙정보전달자한테는 자신의 안위를 지킬 방법이 있으니.
특히 어떤 도시국가에도 속하지 않고 완전히 독립적으로 야외에서 걷는 전달자라면……
광석병을 피할 수 있는 재앙정보전달자는 얼마 못 봤지만, 만약 일반인이라면 진작에 병으로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다들 아주 팔팔하잖지 않나.
아, 지금 내 칭찬해 준 거지?
그럴 리가.
뭐라고? 잘 안 들리는데?
확실히 네 말이 맞아. 우리 근무 환경은 일반인이 적응할 수 없지. 하지만 선행 학습을 끝내면 위험을 피하는 것 정도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야.
동업자들 대부분은 도시나 대기업에 고용되어 있어. 그렇게 하면 위험도 별로 없고, 보수도 푸짐하게 받을 수 있고 말이야.
결국 재앙정보전달자는 문턱이 아주 높은 고연봉 직업이야. 시험도 아주 까다롭다고.
그렇군요……
최근 신입 오퍼레이터 둘이 왔는데, 재앙정보전달자 플랫폼 소개로 왔다고 들었습니다만, 혹시 프로방스 씨의 동료인가요?
아, 레온하르트와 츠키노기 말이야?
둘 다 아주 유명한 사람이야……
검사받으러 오기 전에 만나 봤어. 다행히도 레온하르트는 아주 잘 적응하는 것 같더라.
어? 그 귀가 긴 녀석을 아는 것이냐?
사실 얘도 그 녀석 때문에 울고불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지. 안 그런가?
와파린 선생님!
알았어. 알았어. 그만하지.
하하하하!
너무 크게 웃는 것 같군그래.
아, 마침 잘 됐구나. 그 녀석과 극동 황녀의 검사가 아직 안 끝났다. 그대가 잘 안다고 하니, 그들을 좀 불러와 주게나.
그래, 알았어!
그럼 먼저 갈게~
아줌마, 다 먹었어. 접시는 여기 둘게!
말랐다고? 에이, 우리 나이대는 다 그래. 키가 커서 더 말라 보이는 게 아닐까?
그럼, 잘 챙겨 먹고 있지. 식당에서 아줌마가 해준 밥 먹고 있잖아.
오늘 쌀떡볶이 진짜 맛있었어! 어제 오믈렛도 끝내줬고! 아, 나 훈련 있어서 이만 가볼게~
후……
여기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열정적이네.
하아, 이렇게 먹다가 금방 뚱보 되는 거 아니야?!
나쁠 거 없잖아. 식당 아주머니는 진짜 너를 좋아하시는 것 같고.
여~ 레온하르트.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네.
이 시간이라면 아마 식당에 있지 않을까 싶었거든. 아직 근처에 있어서 다행이지 뭐야. 찾고 있었어.
누구인가 했더니 프로방스였네. 놀리지 마. 여기 와서 나 진짜 엄청 쪘어, 옷도 다 새로 사야 할 판이라고.
근데, 무슨 일로?
닥터 와파린이 후속 검사 때문에 너를 찾고 있어. 아, 그리고 츠키노기도.
방금 댄스룸에 가봤는데 아무도 없더라. 츠키노기는 대체 어디 있는 거지……
아, 츠키노기는 내가 알아.
춤이랑 신사 말고 츠키노기가 좋아하는 건 조용한 곳을 찾아 풍경을 감상하는 거야. 안 그래도 좀 전에 외층 부근에서 만났는데, 지금도 아마 거기에 있을걸.
오오…… 너 여기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되게 잘 안다?
헤헤, 평소 다른 사람들 취미 활동에 관심이 많거든.
따라와!
……
구름이 쌓이고 미풍이 불면서 안개가 걷힌다……
……별로 좋은 날씨는 아닌 것 같군요.
아하, 아직 여기 있네. 다행이다.
헬로우~! 츠키노기 씨.
츠키노기 씨, 안녕!
어머, 두 분 안녕하세요.
두 분은 왜 그렇게 급하게 오셨는지요? 저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맞아. 닥터 와파린이 츠키노기 씨를 의료부로 보내달라고 했어. 후속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그렇군요. 지금 가겠습니다.
서두를 거 없어! 지금 시간이면 메딕들도 점심시간인걸. 좀 이따 가도 돼.
맞아! 메딕 누나들도 휴식이 필요하다고. 우리도 이참에 좀 쉬자.
츠키노기는 밥 먹었어? 로도스 아일랜드는 식당이 진짜 괜찮아. 쌀떡볶이랑 노스 새들레어식 스튜도 강추야.
후후, 식사라면 이미 마쳤답니다.
하지만 그렇게 추천을 해주셨으니, 다음에 꼭 먹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응, 절대 실망하지 않을 거야!
근데…… 여기 풍경 진짜 끝내준다. 전에는 함선에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역시 극동의 유명 야쿠메구리는 다르구나. 정말 대단해.
과찬이십니다. 그저 청정지역을 찾았을 뿐인걸요.
다 같이 춤추는 것도 너무 즐겁지만, 가끔은 이렇게 조용한 곳에서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답니다.
사실 저희 같은 재앙정보전달자는 함선에 머무는 동안 주변 환경을 파악해 둘 책무도 있으니, 이렇게 나와 보는 것도 업무의 일환이 될 수 있겠지요.
캬~ 역시 프로야. 선배들에게 잘 배워야겠다.
맞는 말이네. 해야 할 일이란 걸 알고는 있어도, 함내에 있으면 자꾸 방심해 버리니까……
으응?
(뭐지? 갑자기 날씨가 변한 것 같아.)
(구름층에 왜 이런 색깔이 보이는 걸까…… 아침에 돌아올 때는 분명 정상이었는데……)
(바람흔적도 있네……바람이 강하지 않은데 흔적이 선명해……)
츠키노기, 저쪽 하늘의 구름 좀 봐봐……
이런 날씨에 저런 특징이면, 혹시……
……
격렬하지만 뚜렷하지 않아서, 안개가 흩어지면서 돌풍이 불 것 같군요.
아까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확실히 상황이 나쁘네요.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어…… 지역형 돌발 재앙이다!
……내가 나가 볼게!
조심해! 순식간에 큰 바람이 불 거야. 지금 나가면 바람에 날아갈 수도 있어.
걱정 마!
……이 정도 바람은 어림도 없지!
이런 이런…… 정말 활력 넘치는 젊은이군요.
저 멀리 짙은 색의 구름층이 확산되기 시작했고, 공기 중에 수증기, 그리고 바뀐 바람의 방향…… 음, 이건 확실히……
재앙의 징조로군요.
운도 지지리 없지. 이런 돌발 재앙을 만나다니.
레온하르트가 돌아오면 빨리 조타실과 아미야 일행에게 알려야 해! 빨리 발견해서 아직은 방향을 바꿀 시간이 충분할 거야.
다행히도 근처에 알려야 할 이동도시는 없는 것 같네……
이런 기후 이상 지대에 이동도시가 머무는 경우는 거의 없지요.
어차피 지금 급속도로 발전하는 돌발 상황을 만난 거라면, 대형 이동도시라 해도 바로 철수할 방법이 없을 겁니다. 도시의 높으신 양반들도 이런 위험을 감수하려 하진 않겠죠.
로도스 아일랜드 같은 시설은 그나마 융통성이 있어 어찌 됐든 피할 수 있겠지만……
앗, 잠깐…… 아니다!
이 근처…… 저 방향에 마을 몇 개가 있었던 것 같던데.
……정말인가요? 이런 땅에 사람이 산다고요?
진짜야!
황야에는 여러 작은 마을이 있어. 각 국가마다 다 있고.
제대로 된 이동도시는 그들이 들어갈 수도 없고, 도시 주변 농사짓기 좋은 땅도 이미 점령됐어.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외진 곳을 골라 그럭저럭 사는 거지.
하지만 다들 수시로 이동하는 것에 익숙해서 살림살이도 쉽게 챙겨 다닐 수 있어. 어차피 마을 사람도 얼마 없어서 조금만 미리 말해줘도 금방 도망칠 수 있거든.
그러고 보니, 극동에 있을 때도 이런 상황에 대해 들은 적이 있습니다.
뭐…… 이런 일은 어디에든 다 있지만, 아무리 익숙하더라도 늦을 때는 있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매번, 최대한 길을 돌아가는 한이 있어도 마을에는 알려 주려고 하고 있어……
(……)
(마을 주민이 날씨 변화를 눈치챘는지 모르겠네.)
(만에 하나……)
오래 기다렸지!
한 바퀴 돌아봤는데, 상황이 썩 좋지 않아.
구름층 이변 속도가 빠르고 바람 방향도 바뀌었어. 얼마 안 돼서 여기도 위험해질 거야. 아마 몇 시간, 길어봐야 반나절이겠지.
그렇게 빨리?!
이 속도라면 주변에도 이상 날씨가 나타날 거예요. 아까처럼 함부로 밖으로 나가면 안 돼요. 너무 위험합니다.
……
알았으니깐 걱정 마. 방금 구름 방향으로 가봤는데, 적어도 도시는 없었어.
더 앞으로 가면 충분히 준비하더라도 위험할 수 있어. 더 자세한 상황은 당장 확인할 방법이 없어.
먼저 아미야한테 전하고 올 테니까, 다른 건 나중에 얘기하자고!
그럼 저희도 준비하죠.
……
안 되겠어, 나 저쪽 마을에 갔다 올게! 이대로는 도저히 안심할 수 없어.
츠키노기 씨, 함내에서 준비 부탁해!
잠깐만요! 프로방스 씨!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너무 위험합니다!
재앙 형성 속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 지역에 침투하면, 프로방스 씨까지 위험에 빠지게 될 겁니다.
나…… 나 최대한 조심할게. 어쨌든 누군가는 그들에게 알려야 해!
큰 이동도시라면 다른 재앙정보전달자가 있을 테니 내가 알리지 않아도 별문제 없겠지만,
이런 작은 마을은 다르다고!
우리가 안 가면 이 마을 사람들은 완전히 무방비로 재앙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이번 같은 돌발성 재앙은, 마을 사람들이 이상 징후를 발견하길 기다리기엔 너무 늦어.
그렇지만……
츠키노기 씨, 우리 일은 미리 경보를 알리고 재앙이 초래하는 위험을 최대한 줄이는 거 아니었어?
다들 재앙정보전달자가 되면 높은 급여에 안정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다고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난 내 초심을 잊은 적이 없어.
“모든 것은, 더 많은 생명을 위해.”
재앙정보전달자라면 이 말에 대해 각자 다르게 생각하겠지.
하지만 나한테는……
도시에 사는 높은 양반이나 작은 마을의 농부는 생명의 무게가 똑같다고 생각해. 생명에는 차별이 있을 수 없어.
……
후훗, 좋아요. 프로방스 씨의 생각을 이해했습니다.
모든 생명은 평등하고, 빈부격차, 신분의 차이는 우리 생명의 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거죠.
아주 좋은 생각이군요.
그럼……
하지만.
프로방스 씨 본인의 생명은요?
아, 난……
제가 볼 때 그 평등한 생명에는 프로방스 씨도 포함되는 것 같은데요.
설마 저한테 프로방스 씨가 더 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는 걸 지켜보라는 말씀이신지요?
우리가 수량으로 생명을 계산하고, 대다수를 구하기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소수를 희생할 수 있다는 말씀은 아니겠지요?
난……
……그런 뜻이 아니야. 어떤 일을 성공하는 데 있어 누군가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면, 그런 이 일은 애초에 잘못된 거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야! 이런 문제를 토론할 때도 아니고!
누군가 내 눈앞에서 재앙의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아니깐, 내가 가야 한다는 거야. 이건 내 직책이라고!
전 프로방스 씨를 막지 않을 겁니다.
당신의 생각을 이해한 후에도 막는 건 말이 안 되죠.
좋아……
네, 대신 저도 프로방스 씨와 함께 갈 겁니다.
뭐어?
아, 프로방스 씨, 제가 당신 동료라는 사실을 잊은 건 아니겠죠? 저도 당연히 같이 가야 합니다.
하지만…… 진짜 아주 위험할 텐데……
물론 알고 있습니다.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제가 아주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강제 수단을 써서라도 프로방스 씨를 제지할 거예요.
괜찮으실까요?
그건……
저는 그저 프로방스 씨가 자신을 더 중시하길 바랄 뿐이에요.
……고마워.
알았어. 그렇게 하자. 츠키노기 씨, 바로 출발하자고!
뭐랄까…… 츠키노기 씨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 좀 다르네.
극동의 황녀면 뭔가 더…… 음, 더 엘리트답고, 다가가기 힘든 스타일인 줄 알았는데.
어머, 그건 정말 오해랍니다.
저는 로도스 아일랜드 사람들과 더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점입가경이었지요.
점입가경…… 그게 도대체 무슨……
뭐, 됐어. 어쨌든 빨리 가자! 더 지체하면 진짜 늦어!
하아, 의료부 메딕한테 또 욕먹게 생겼네……
음…… 돌아가기 전에, 먼저 사과할 방법이라도 생각해 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