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즐거움 사이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을 다 본 포푸카와 버블은 심심한 나머지 게임을 하기로 한다. 그러다 버블은 의도치 않게 포푸카 안대 속에 감춰진 '비밀'을 보게 되는데……
로도스 아일랜드 본함, 공용 휴게실
끝났다~
벌써 끝이야?
그럼 다음 편은 언제 볼 수 있는 거야?
포푸카가 물어볼게.
샤마르 언니, 《필라인토비》 20화는 언제 볼 수 있어?
쿠울……
중간쯤부터 잠든 것 같아.
요즘에 자주 이래.
《필라인토비》가 재미없는 건가?
스팟 오빠가, 《필라인토비》는 애들이나 보는 거라고 했어.
샤마르 언니는 이제 어른이 다 됐나 봐.
말도 안 돼!
우린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난단 말이야! 왜 지난 2화까지는 다 같이 봤으면서 지금은 우리 둘만 남은 거냐고!
우리도 금방 클 거야. 《필라인토비》 시리즈가 끝날 즈음이면 우리도 어른이 됐을지도 몰라.
버블은 크면 뭘 하고 싶어?
나? 당연히 고향으로 돌아가서 날 무시한 사람들을 전부 때려눕히고 최고의 용사가 될 거야.
넌?
포푸카는 슈퍼 히어로가 되고 싶어. 나쁜 놈들을 한 손으로 때려눕히고, 눈에서는 레이저를 쏘면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그런 히어로……
슈퍼 히어로는 정말 존재할까?
눈에서 레이저를 쏘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그런 사람은 본 적 없는걸.
나쁜 놈들을 때려눕히는 사람은 많지만 말이야.
그건 나도 할 수 있어.
포푸카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이야……
포푸카는 예전부터 눈이 아팠어. 그래서 언젠가 슈퍼 히어로처럼 눈에서 레이저를 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럼 얼른 눈을 치료하면 되잖아. 나도 네 눈이 보고 싶거든.
눈을 고치고 나면 가장 먼저 버블한테 보여줄게.
정말로?! 오예!!
헤헤.
그런데……
몇 시 됐지?
으음……
네시 반이네.
오키드 언니가 포푸카는 오늘 휴게실에서 두 시간 놀아도 된다고 했어. 이제 30분밖에 안 남았네.
왜 두 시간밖에 놀 수 없는 거야? 계속 놀면 좋잖아?
매일 훈련도 해야 하고, 수업도 들어야 돼. 그리고 숙제도 있어. 숙제를 다 못하면 선생님이 화를 낸단 말이야.
왜 숙제를 해야 해?
열심히 공부해서 실력을 쌓아야 한다고 어른들이 그러던데.
난 매일 함선에서 뛰어놀지만 숙제하라는 이야기는 전혀 들어본 적 없는데?
게다가…… 숙제가 뭐야? 먹는 거야?
그러면 안 돼. 숙제라는 건…… 으음…… 포푸카도 숙제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그걸 하면 똑똑해진다는 건 알아.
버블, 한번 볼래?
이게 숙제야?
응.
그냥 책이잖아.
여기 지저분한 거 다 네가 색칠한 거야?
대부분 포푸카가 색칠한 거야.
하지만 빨간 펜은 선생님들이 고쳐주신 거야.
……
뭔지 모르겠어.
자, 돌려줄게.
나더러 이런 걸 배워야 한다면, 난 당장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뛰어내리곤, 사르곤에 있는 아빠한테 갈 거야.
날 막는 사람은 누구든 다 날려버리겠어.
소문으론 며칠 전에 미노스의 언니가……
아니거든! 네가 잘못 들은 거야!
그 포르테는 그렇게 힘이 세지 않아!
이 버블이 간단하게 쓰러뜨렸단 말이지!
어어……
진짜야.
버블이 버블 아빠의 이름을 걸고 맹세한다면 포푸카는 믿어줄게.
윽……
맹세하라면 못할 줄 알고!
버블은 아빠의 이름을 걸고 맹세합니다. 그날 버블은 미노스의 포르테 언니를 전혀 쓰러뜨리지 못했어요.
역시 그런 거였구나.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마. 난 그렇게 약하지 않다고, 정말이야!
포르테 언니가 너무 강한 것뿐이지……
버블은 맹세하면 꼭 사실대로 말하더라. 포푸카는 이제 다 안다고!
어, 어쩔 수 없잖아. 누군가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면 그 사람이 맹세한 내용을 듣는다고 아빠가 그랬단 말이야.
아빠에게 거짓말이 들통나면, 엉덩이가 터지도록 맞게 될 거야.
그럼 포푸카가 아빠 이름을 걸고 맹세하면 포푸카 아빠도 들을 수 있는 거야?
모르겠어, 한번 해볼래?
포푸카 아빠 이름은……
으음……
포푸카는 아빠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엄마는? 엄마 이름을 써도 돼.
기억 안 나.
켈시 이모가 진흙으로 포푸카를 만들었다곤 하지만……
포푸카한테는 엄마, 아빠가 있었던 것 같아.
다들 있는데, 포푸카만 없다는 건 말이 안 돼.
네 말이 맞아.
그 흰 가운 의사가 널 속이는 게 아닐까?
켈시 이모는 절대 거짓말하지 않아.
그 필라인 의사는 표정이 무뚝뚝해서 좋은 사람 같지는 않단 말이야. 우리 고향의 샤먼 아저씨는 달라. 모두에게 친절하게 웃어줘. 척 봐도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어.
냉정한 게 나쁜 건 아냐.
샤마르 언니를 봐.
샤마르 언니도 언제나 무뚝뚝하지만 사람들을 잘 챙겨 주잖아.
지난번에 버블이 선인장을 먹다가 입에 가시가 잔뜩 박혔을 때, 버블을 기절시켜서 일일이 가시를 뽑아내고 의사한테 데려간 것도 샤마르 언니였어.
아……
게다가 샤마르 언니는 사과를 잘 골라, 크고 달콤하고 아삭한 걸로……
그건 그래. 언니가 가져온 사과는 언제나 맛있었어.
그래, 네 말이 맞아. 샤마르 언니도, 그 의사도 나쁜 사람이 아냐.
하지만 모두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면, 의사도 널 속인 게 아니라면 어째서 엄마 아빠를 기억하지 못하는 거야?
아마도 포푸카의 기억력이 나빠서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아.
하지만 포푸카도 잊어버리지 않는 일이 있어.
광산에서 나는 쾅쾅거리는 소리, 로도스 아일랜드보다 더 큰 강철 도시, 그리고 많은 사람이 둘러싼 탑.
흰 가운을 입은 의사, 반짝이는 쇳덩이들, 조용한 방.
그리고 새하얀 방 한가운데 침대가 있었어.
많이 기억하고 있잖아?
근데 엄마 아빠 이름은 생각나질 않아……
으음……
그럴 땐 가끔 머리를 때리면 생각날 거야. 나도 자주 그러거든.
도움이 필요하면 내가 때려줄게.
나 힘 짱 세거든!
팍팍팍!
안돼, 버블은 힘이 너무 세잖아. 날 바보로 만들 수도 있어.
그래? 그럼 관두자.
띠띠, 띠띠
으음……
너무 심심해, 샤마르 언니는 잠꼬대도 하네…… 포푸카, 네 징징이를 가지고 놀아도 될까?
응, 하지만 오늘은 징징이가 돌아가지 않아.
어째서?
안에서 빙글빙글 도는 걸 고치는 중이거든.
지난번에 포푸카가 언니 오빠들 대신 뭔가를 자르다가 고장 났어.
그런가……
그럼 다른 놀이를 생각해 볼게.
포푸카는 나처럼 많이 놀아야 해. 훈련이나 수업 같은 거 가지 마, 재미없잖아.
하지만 열심히 훈련해야 나쁜 사람을 쓰러뜨릴 때 아프지 않을 수 있단 말이야.
그리고 포푸카는 오키드 언니들을 도와줘야 해.
넌 너무 착해. 나처럼 방패를 들고 쾅쾅쾅 돌진하면 되는데.
버블, 너 그렇게 하면 다치기 쉬워.
처음에는 포푸카도 몰랐어. 징징이를 들고 아무렇게나 휘둘렀는데, 가끔은 언니, 오빠들을 다치게 했어.
하지만 포푸카는 훈련하면서 오키드 언니가 한 말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거든. 오키드 언니가 계획을 세우고, 포푸카는 따라 하면 됐어.
이렇게 하면 포푸카도 아프지 않고, 언니 오빠들도 아프지 않아. 모두한테 다 좋은 거야.
네가 말한 언니 오빠들이라는 사람들 강해? 우리 아빠만큼?
아니, 근데 언니 오빠들은 포푸카한테 너무 잘해줘.
오키드 언니는 포푸카의 머리를 빗겨주고, 미드나이트 오빠는 포푸카의 옷을 골라줘.
캐터펄트 언니는 맛있는 걸 사주고, 스팟 오빠는 재미있는 만화책을 골라줘.
오…… 엄청 좋은 것 같은데? 나도 나중에 박사한테 날 챙겨줄 사람들을 잔뜩 구해달라고 해야지.
그럼 넌 왜 징징이를 들고 사람들을 쫓아다니는 거야?
징징이? 언니 오빠들을 쫓아다닌다고?
포푸카는 그런 짓 하지 않아.
샤마르도 계속 말했잖아. 이젠 어른이니까 누군가 머리 쓰다듬는 거 싫다고.
그래도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아직도 기뻐하는 것 같던데.
샤마르?
……맞다!
생각났어! 샤마르의 꼬리를 가지고 놀면 재미있을 거야.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부드럽고 매끈거려, 아빠 의자의 모피도 이렇게 매끄럽지는 않은데……
그렇게 하면 샤마르 언니가 화낼 거야.
자고 있어서 모를 거야!
깨면 어떡해?
쳇.
으음, 또 뭐가 있을까……
레슬링은 어때?
오키드 언니가 휴게실에서 레슬링하지 말랬어, 다른 사람 쉬는 데 방해된다고.
왜 그렇게 말을 잘 듣는 거야, 따분하게……
걔를…… 잘 보고 있을게……
……
샤마르 좀 봐, 심심해서 계속 잠꼬대를 하네.
함께 뭘 하고 놀 수 있을까……
……
아, 그래!
팔씨름, 팔씨름은 괜찮겠지?
조용하고, 힘도 겨루고. 가장 중요한 건……
우리 한 번도 해본 적 없다는 거야.
괜찮은데?
그럼 이 테이블에서 하자.
준비됐어!
나도야.
3!
2!
1!
흐읍!!
이얍!
……
이 버블은 팔씨름에서 져본 적이 없다구……
흥! 이얍!!
아빠의 이름을 걸고!
절대 지지 않을 거야!
흐아아압!!
이야야압!!
테, 테이블이 부서졌어……
……
(작은 목소리로) 어, 어떡하지?
(작은 목소리로) 나도 몰라!
쿠울 쿠울……
괘, 괜찮아. 아직 자고 있으니까.
만약 샤마르가 깼으면 분명 나한테 이상한 주문을 걸었을 거야.
그럼 테, 테이블은?
청소하는 아저씨한테 치워달라고 하자.
아저씨가 물어보면 뭐라고 하지, 우리……
그냥 부서졌다고 해야지.
거짓말은 좋지 않아……
거짓말을 안 하면 엉덩이 맴매 당할 수도 있어!!
더 안 좋잖아!
으윽……
어른들이 오면 테이블이 저절로 부서졌다고 하는 거야, 알겠지?
으응……
어, 네 안대 삐뚤어진 것 같은데?
안에 뭔가 시커먼 게……
(황급히 안대를 고쳐 쓴다)
그 시커먼 거, 나쁜 돌이야?
아마 그럴 거야. 포푸카도 만져본 적 없어.
오키드 언니랑 켈시 이모가 포푸카한테 그랬어, 절대로 안대를 풀면 안 된다고.
어째서?
포푸카도 기억 안 나……
내가 봐도 돼? 잠깐이면 돼, 응? 보자마자 안대를 다시 쓰면 절대 아무 문제도 없을 거야.
으음……
내가 사탕 줄게. 지난주에 보라색 불포 언니한테서 맛있는 거 가져왔거든.
게다가 네가 제일 좋아하는 샌드비스킷도 있어.
어때?
좋아……
그럼 잠깐만 보는 거다.
알았어!
헤헤!
어어……
왜 그래?
너 ,너무 눈부셔……
기다려, 내가 불 꺼줄게!
(눈을 뜬다)
됐어?
응……
(안대를 벗는다)
와아, 엄청 예쁘잖아!
그래?
엄청 예쁘고 멋져!
대충 어떤 느낌이야?
모르겠어, 어쨌든 엄청 멋있어.
음? 안에서 뭔가 반짝거려.
엇……
와, 점점 더 밝아져!
네 눈, 진짜 대단하다!!
……
뭔가 좀 뜨겁네.
……!
무슨 일이야?
?
안대를 다시 써.
네, 샤마르 언니.
앗! 샤마르, 어째서……
엇?
오키드가 휴게실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고.
오키드 언니가 벌써 왔어요? 얼른 갈게요.
그런데 버블은 어떡하죠?
내가 숙소로 데리고 갈게.
네.
그럼 포푸카는 먼저 갈게요, 안녕!
잘 가.
후우……
띠띠, 띠띠
응.
포푸카는 괜찮아.
응.
지금 버블을 데리고 갈게.
가자, 모르테. 버블을 의료부로 끌고 가자.
이번에는 교훈을 얻었으면 좋겠네.
?
응, 끌고 가자. 너무 무거워서 업고 가진 못할 거야.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