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대비
산속에 숨어 사는 나인컬러드 디어, 그는 과연 선과 악, 슬픔과 고통을 꿰뚫어 볼 수 있을까?
꿈인 듯도 환상인 듯도 하고, 거품인 듯도 그림자인 듯도 하지만, 모든 것이 거짓이 아닌 진실이다.
제발, 제발요!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거상의 아이를 치료해주신다면 엄청난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시키는 일은 뭐든지 하겠습니다, 의사 선생님!
……
아내가 편지를 보냈는데, 아이랑 같이 머물고 있는 마을에 곧 재앙이 닥친다고 합니다. 그런데 시기를 놓쳐 마을을 벗어날 수 없다고 하니 너무 걱정됩니다……!
제가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절 구해주셨는데, 제가 또다시 도움을 바라서는 안된다는 것도요. 하지만 정말 도움을 청할 곳이 선생님밖에 없어요……
……
돈을 받으면 사람을 찾아 아내와 아이를 구해낼 겁니다. 절대 다른데 쓰지 않을게요!
마지막으로 한번만 도와주세요.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하늘에 대고 맹세할게요! 만약 제가 이 일을 발설하면 그 어떤 벌이라도, 그게 죽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
효과가 있어. 효과가 있다고!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은인님! 하늘에 맹세코 이 은혜는 반드시 갚겠습니다. 만약 이 맹세를 어길 시 그 어떤 벌이라도, 그것이 죽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흑흑, 엄마…… 이걸 마셔, 이젠 살 수 있어. 흑흑……
약이 부족하다고? 괜찮아, 괜찮아. 나인컬러드 디어 선생님이 계시잖아!
벌써 며칠째 통신이 끊겼어. 밖이랑 연락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어?
점점 죽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어.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나인컬러드 디어가 전부 구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저 여자, 좀 수상해. 대체 어디에서 온 걸까, 왜 우릴 구해주고도…… 돈을 요구하지 않는 걸까? 설마……
저 여자는 그냥 자기가 만든 약을 홍보하고, 사람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여기 머무는 거야!
저 오리지늄 아츠를 봐. 저 여자가 재앙을 몰고 온 거라고!
재앙을 가져온 엘라피아, 여기서 나가! 썩 꺼져버려!
나가! 나가! 꺼져버려!
……
저들을 구해주면 날 믿어줄 줄 알았어.
저들을 치료해 주고, 보살펴 주면 화목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이런 결과라고?
돌아가세요.
선생님……!
다시는 산 아래 사람들과 갈등을 만들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당신도 절 찾아와서는 안 돼요.
돌아가세요. 그리고 다시는 오지 마세요.
……
알겠습니다. 제, 제가 헛된 희망을 품었네요.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해야죠…… 실례가 많았습니다……
……
계세요?
이렇게 늦은 시간인데도, 결국은 오셨군요. 오실 줄 알았어요.
거상의 아이는 상태가 어때요?
아이는 진료소에 있는데 이상한 병 때문에 이상하고 하루하루 쇠약해지고 있어요. 밥은 조금 먹는 편인데 잠을 너무 많이 자고, 매일 목이 아프다고 소리를 질러요. 열도 며칠째 떨어지지 않구요.
애가 탄 아이 아버지가 팔방으로 수소문했고, 저희 쪽에 실력 있는 의사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왔더라고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전단지를 붙이고 다녔으니, 당신도 분명히 내려오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픈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그냥 두고만 보겠어요.
다만, 오늘 어떤 사람이 제 거처까지 찾아왔더라고요. 그래서 한동안은 다른 곳에 머물 생각이에요.
당신이 구해준 적 있는 사람인가요?
네.
어디에나 있죠, 그런 사람은…… 그렇게 찾아오지 말라고 했는데, 왜 말을 안 듣는 걸까요?
괜찮아요. 앞으로 더 조심하면 돼요.
어찌 됐든 아직 여기 계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고마워, 쯔슈. 저를 아이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 줘요.
……아…… 아파……
흠……
평범한 병은…… 아니군요. 이건 제가 약초만 가져온다고 해서 치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쯔슈, 저는 이번에 산 아래에서 이틀 정도 머무를 거예요. 환자 말고는 아무도 만나지 않을 테니 잘 부탁드려요.
네, 제가 아무나 들어가지 못하도록 잘 지킬게요.
네.
아, 그리고 내일 그 거상에게 전해줬으면 하는 얘기가 있어요……
……이번에는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 피도 눈물도 없는…… 엘라피아?
……
이 약초들은 각각 10그램, 2.5그램, 15그램의 양으로 환약을 만들어…… 8일간 복용해 주세요.
써, 너무 써…… 흑……
걱정하지 마. 무슨 맛을 좋아하니? 꽃? 아니면 차?
꽃이 좋아……
그래. 그럼……
냄새를 맡아볼래?
뭔가…… 달콤한 냄새가 나……
그래, 그럼 먹으렴. 이 달콤한 약을 먹으면 안 아플 거야.
언니, 이 약은…… 왜 달아?
너 같은 울보들 때문이지. 울보는 약을 안 먹으려고 울잖아. 이 약은 달콤하니 먹을 수 있겠지?
응……
다 먹으면 언니가 꿀을 줄게. 어때?
선생님, 밤이 늦었는데 어서 쉬세요! 3일 동안 눈도 못 붙이셨는데 이러다 건강에 이상이라도 생기면 누구에게도 득 될 것이 없어요!
아직은 안 돼요. 이 책을 다 봐야 하거든. 아주 중요한 책이라 이것만 읽고 먹도록 할게요.
……선생님, 식사는 아까 다 하셨잖아요!!
아, 아…… 그럼 이것만 다 읽고 잘게요……
지금 당장 주무세요!
다음날
왕! 거 밖에서 어슬렁어슬렁 뭐 하나?
일 없으면 귀찮게 하지 마. 바쁘니까!
왜, 아직도 돈이 모자라?
우리처럼 기술 없는 사람은 참 살기 힘들어. 저번에 거상의 집에서 일하는 녀석이 그러는데, 거상의 딸이 어떤 대단한 의사한테서 치료를 받고 목숨을 구했다더라고. 무려 거상의 딸이라고! 그 의사는 분명 적지 않은 돈을 받았을 거야.
……대단한 의사한테서 치료를 받았다고?
그래!
얼른 서둘러. 벌써 며칠이나 지났잖아. 안전을 생각한다면, 가능한 빨리 가족을 데려와야 해!
그럴 리가 없어…… 그녀는 분명히……
그 의사는 그런 사람이 아닐 텐데……
……
오늘 밤에 확인해 봐야겠어!
이 약은…… 안 돼, 이것도 안 돼. 모두 함께 복용하면 안 되는 것들이야. 예전에 메모한 게 있을 텐데……
츠는 몸이 약해. 전에 먹은 약도 좀 강했어. 아무래도 복용량을 더 조절할 필요가 있겠어……
이 약은 부작용이 너무 많아. 츠가 견디질 못하니 다음엔 빼야 해……
이 약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니 다른 거로 바꾸는 게 좋겠어……
부족해, 아직도 지식이 부족해. 좀 더 많은 책을 읽고, 시도도 더 해봐야 해. 츠의 몸은 오래 버티지 못해. 시간이 없어. 서둘러야 해……
저희 약초를 캐왔어요. 아침에 말씀하신 것들 전부…… 머리는 왜 이렇게 헝클어졌어요!
음…… 여기, 이것 좀 봐주세요. 이 처방은……
말씀하세요. 제가 정리해드릴게요.
이 두 약은 궁합이 맞지 않으니 함께 넣으면 안 돼요. 하지만……
하지만…… 아, 알았어!
으악!
잠깐 산에 좀 다녀올게요!
……머리는 그냥 헝클어진 채로 두세요.
네?
시간이 이렇게 늦었는데…… 진짜 지금 가실 거예요?
서두르면 날이 밝기 전에 돌아갈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이 약만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츠도 더 일찍 나을 수 있을 거예요……
음. 이 독초는 산나물처럼 생겼네. 누가 잘못 먹지 않도록 기록해놔야 겠어.
전에 덜 자란 약초는 표시만 해뒀었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어. 앞으론 약초들을 정원에 옮겨 심어야겠어.
벌레가 갉아먹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잡생각은 그만하고 얼른 산에 올라가자.
……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어. 한참이나 찾았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 안 보이지?
후…… 이쪽이었나? 전에 남겨둔 표시가, 겨우 며칠 만에 못 알아보게 됐나 보네……
윽! 이 독초, 어느새…… 돌아가서 처리해야지. 여기서 더 올라가 봤자 약초가 자랄 환경도 안 되니까.
“색은 눈처럼 하얗고 맛은 쓰다. 바위틈이나 절벽 위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절벽 위라……
음, 지금 너무 피곤해서 절벽을 오르는 건 힘들 것 같은데…… 아냐, 츠한테는 시간이 얼마 없어. 얼른 갖다 오자.
책에서 매듭은 이렇게 묶는다고 했었어. 설마 여기서 도움이 될 줄이야.
제발 아무 일도 없길, 핫!
……선생님이 아이 병을 봐주고 있는 건가?
산을 내려가기 싫다고 하지 않았었나? 분명…… 거절했었잖아?!
……어째서……
오늘 상태는 어때요?
열은 내렸어요. 아침에는 죽을 먹고 토하지도 않았고요. 저녁 식사 때 보니 목에 자란 종양도 조금 가라앉아 있었어요.
다행이네요.
나인컬러드 디어 언니, 언니는 왜 머리색이 우리랑 달라?
음…… 여기 좀 봐봐. 이 무늬가 예뻐?
응! 아빠가 언니는 엄청 좋은 사람이라서 머리가 이렇게 예쁜 거라고 그랬어……
언니, 우리 아빠도 좋은 사람이야. 근데 언니는 왜 우리 아빠를 안 믿어?
안 믿는다고?
쯔슈 언니가 아빠한테 나를 구해준 사람이 나인걸러드 디어 언니라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말라 그랬어. 나한테도 그랬고……
저는……
괜찮아요.
츠, 난 너를 구했고, 다른 사람들도 구했어. 그냥 그걸로 된 거야. 더이상 무언가를 말하거나 할 필요는 없어.
음……
근데 요 며칠, 아빠는 어디 갔어?
언니가 아빠한테 부탁한 게 있거든. 며칠 지나면 돌아오실 거야. 그전에 우리 츠 다 나아서 씩씩한 모습 아빠한테 보여주자, 어때?
응!
자, 오늘은 말을 너무 많이 했구나. 시간도 늦었으니 이만 누워.
오늘 해줄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 산속에서 있었던 일이야……
이틀 후
우와~ 이게 얼마 만의 바깥 공기지~
후……
선생님이 읽은 책이 벌써 바깥방까지 차지했어요. 너무 일만 하지 마시고 틈틈이 눈도 쉬게 해주세요. 오늘 햇빛도 좋고 날도 너무 따뜻하네요. 나중에 츠의 이불도 꺼내서 말려야겠어요.
츠의 병세에 차도가 보이기 시작했으니 기쁘시죠?
네. 저도 약을 바꿀 필요가 있는지 나중에 다시 확인해봐야겠어요. 침대식 의자를 가지고 나와서 츠도 신선한 공기를 쐴 수 있게 합시다.
차를 끓일 건데, 뭐 마실래요?
아무거나요. 당신이 끓인 건 뭐든 맛있으니까요.
한 잔은 설탕을 넣어줘요! 츠는 단 걸 좋아하더라고요!
설탕을 넣은 차는 차가 아니에요!
쯔슈 언니, 나 단 거 먹고 싶어.
알았어!
와…… 구름 한 점 없네. 날씨 좋다……
츠, 네가 요즘 좋아한다고 했던 그 구절, 뭐였지?
“맑게 갠 날, 버들개지 날아와 츠에 점점이 그림을 그리네.”
문장 속에 내 이름이 들어 있어!
그래. 이불 잘 덮고 있어. 바람 맞을라.
응?
누구에요?
문 열어요, 문!
누가 문을 두드리는 거죠?
저기요! 누구 없어요!
선생님, 거기 계시죠! 계신다는 거 알아요. 제가 이 두눈으로 분명히 봤거든요!
지…… 진짜로 거상의 딸을 치료해 주고 있었던 겁니까?! 저는 당신이 돈 같은데 얽매이지 않는, 고결한 분이신 줄로만 알았어요……
당신을 믿은 결과가 이겁니까!!
뭐? 무슨 의사?
이봐, 무슨 일 있어?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무슨 일이에요……
선생님, 안에 계시는 거 맞죠?
재앙이 닥친 마을에 살던 사람들은 다 대피했다고 하는데, 저는 아내랑 아이와 연락이 두절된 지 벌써 며칠이나 지났습니다.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몰라요! 재앙 때문에……
저는 돈을 모으지 못해 아내랑 자식도 못 구하고 있습니다. 제가 무능력한 탓이니 남을 탓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당신한테 묻고 싶습니다. 당신 눈에는 우리가 그저 바보로 보이는 겁니까?!
저를 속인 건, 그저 당신이 그 돈을 가지고 싶었기 때문이 아닌가요?!
……제가 돈을 가지고 싶어했다고요?
그런 일이 있었어? 진짜 너무하네. 도와주기 싫으면 그냥 돕지 않으면 되지, 어떻게 사람을 속이기까지……
어떤 의사야? 그렇게 나쁜 의사라면 난 감히 진료도 못 받을 거 같아!
해명해라! 해명해라!
하……
……내 이럴 줄 알았어……
(저들을 구해주면 날 믿어줄 줄 알았어.)
(저들을 치료해 주고, 보살펴 주면 화목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이런 결과라고?)
하, 함부로 말하지 마! 언니는 돈을 한 푼도 안 받았어! 콜록콜록콜록…….
……!
츠, 뛰지 마, 뛰면 안 돼!
괜찮아…… 난 아무도 언니를 괴롭히게 두지 않을 거야!
이 나쁜놈들! 당신들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가 있어…… 언니는, 언니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콜록……
……츠……
고마워.
내가 저 사람이랑 얘기해 볼게.
드디어 나오셨네요, 의사 선생님.
무, 문이 열렸다…… 도대체 어떤 의사야?
……
의사가 보인다…… 어, 나인컬러드 디어 선생님?
뭐? 나인컬러드 디어 선생님이라고? 이게 대체……
제가 나쁜놈입니다. 당신들도 마찬가지야. 이 분은 나인컬러드 디어 선생님이시라고!
내가 돌에 맞아 사경을 헤매고, 가족들이 장례 준비까지 했을 때 나를 구해준 사람이 바로 나인컬러드 디어 선생님이시라고!
어…… 바로 그 의사 선생님이셨구나! 그럼 대체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는 거지?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내, 내가, 나인컬러드 디어 선생님은 나한테 절대 말하지 말라고 했지만, 내가 당신들에게 몰래 얘기했었잖아! 선생님은 돈을 받지 않으셨다고, 한 푼도 말이야. 돈을 받기는 커녕 약초까지 한 아름 챙겨주셨어!
……그때 그분이었군요.
네, 맞아요! 저 기억나세요?
다들 들었지? 내가 한 말은 전부 사실이야. 선생님은 절대 그럴 분이 아니시라고! 재물을 탐했다니, 절대 그럴 리가 없어!
선생님,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선생님은 저는 구해주셨습니다. 저는 선생님을 믿어요!
……고마워요.
하지만……
츠, 아빠 왔다! 왜 밖에 나와 있어? 이 사람들은 다 누구고?
아빠, 어서 와! 나쁜 사람이 의사 언니 괴롭히고 있어!
언니가 자길 속이고 자기 아내와 아이를 안 도와줬다면서……
아내와 아이? 혹시 재앙이 닥친 마을에 남았던 두 사람 말이야?
나인컬러드 디어 선생님이 돈을 받지 않는 대신 도와줬으면 하는 일이 있다고 하셔서 행상에서 돌아오는 길에 두 사람을 데려왔지. 지금 두 사람은 객잔에 있는데,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행상에서 돌아오는 길에 사람을 데려왔다니…… 설마……
……제가 했다는 걸 알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시는 사람들과 갈등을 만들고 싶지 않다고 했었죠? 그건 거짓이 아니에요.
……정말입니까? 제 가족이 무사하다는 것이……?
내가 데리고 온 부인과 아이를 말하는 거라면 다친 곳 하나 없이 무사하다는 걸 보장하네.
……
선생님, 선생님이 도와주신 건가요?
도와준 건 제가 아니에요.
전 그저…… 그저……
……
……선생님이 도와주신 거잖아요.
그런데 그런 분을 의심하다니, 전, 전……
제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죠…… 저는 죽어 마땅한 놈입니다……
선생님은 저를 도와주셨는데, 전, 전 정말 선생님을 볼 낯이 없습니다……
괜찮아요. 제가 말을 안 한 탓도 있으니까요……
의사 선생님, 딸아이의 병 때문에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오늘은 또 이런 일도 당하시고, 딸을 구하려는 제 일념으로 인해 귀찮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이래 봬도 상인이라 이곳저곳에 인맥이 좀 있습니다. 선생님께 받은 은혜를 다 갚기는 힘들겠지만 제 추천으로 마을 바깥에 있는 큰 병원에 취직하는 것은 어떠신가요?
선생님, 가지 마세요. 제, 제가 정말 잘못했습니다……
그러실 필요 없어요……
전 여기가 꽤나 마음에 들거든요.
며칠 뒤
선생님, 선생님 덕분에 제 딸아이가 많이 호전되었습니다. 이건 제가 사람을 시켜 모아온 의술 서적이니 작은 성의라 생각하시고 받아주십시오!
나인컬러드 디어 언니, 쯔슈 언니! 나 왔어!
츠, 예의를 지켜야지.
괜찮아요. 그동안 계속 아팠으니, 뛰놀 수 있는 건 좋은 거예요.
저들을 구해주면 날 믿어줄 줄 알았어.
정말 감사합니다…… 하아, 산을 오르다 잠깐 딴눈을 파는 바람에 독초에 찔렸어요. 그냥 대충 씻으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이게 이렇게 부어오를 줄이야!
그걸 말이라고, 조금만 더 늦었으면 걷지도 못했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 저희 마을에 선생님이 계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뭘요. 앞으로는 조심해서 다니세요. 이 환약을 가지고 다니시다가 또 독초에 찔리면 드세요. 해독될 거예요.
난 그들을 치료하고……
음…… 며칠 전에 절벽에서 본 약초에 표시를 했었는데, 이쪽이었나?
아, 다행이다. 벌레한테 먹히지 않았어.
곧 가을이네. 이 약초들은 씨앗으로 보관해 둬야지. 앞으로는 직접 심어봐야 겠어. 그럼 훨씬 편할 거야.
그들을 사랑한다.
하하하, 나인컬러드 디어 언니 잡았다! 내가 이겼어!
나도, 나도 가지고 싶어!
안돼. 내가 이겼으니까 향기 구슬은 내 거야!
싸우지 마. 너희 모두 다 받을 수 있으니까. 내일 또 놀자. 알았지?
화목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이렇게.
꿈인 듯도 환상인 듯도 하고, 거품인 듯도 그림자인 듯도 하지만, 모든 것이 거짓이 아닌 진실이다.
음……
어때?
오랜만이네. 이 그림이 네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줄 수 있을까?
……
단지……
무릇 눈에 보이는 건 모두 다 허망하죠.
그래서 지금은 어때?
지금은……
오랜만에 쯔슈를 보러 가야겠어요.
그전에 먼저 이 약초부터 어떤 곳에 보내야 해요. 날짜를 계산해 보니…… 아마 그 사람들은 이 근처에 있을 거예요.
아직도 자신이 할 일을 찾고 있는 거야? 재밌네.
하지만 난 이미 모든 흥취를 잃었어. 어디에도 가고 싶지 않아…… 산에 꽃이 만발할 때 다시 올게. 그때는 같이 한잔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