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굴절된 별빛

굴절된 별빛

오퍼레이터 레코드브릿지

지난 일 년 반 동안 보석공 하인츠를 거쳐 간 고객들은 모두 불행을 겪었다. 그런 그에게 이번에 주어진 시간은 단 7일, 일주일이란 시간 내에 쌍둥이 여황에게 바칠 가짜 희귀한 광석을 만들어야 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베이스라인, 디아만테


1098년

라이타니엔 아인발트 주, 그린든

하인츠

하아……

하인츠

생각보다 눈이 많이 아프진 않네. 이제 제대로 잘 수 있겠어……

백작 시종

샅샅이 뒤져라! 특히 책상 아래 있는 설비 위주로!

백작 시종

꾸물거리지 말고 잠긴 상자는 전부 폭발시켜서라도 열어! 책장도 다 뒤져! 축음기도 전부 뜯어서 확인해! 쳇, 꽤나 고상한 물건이로군.

백작 시종

그리고 넌……

백작 시종

빨리 털어놓는 게 좋을 거다.

하인츠

……죄송하지만, 무슨 말씀이시죠? 제가 아는 건 조금 전 망가진 물건이, 고객이 제게 부탁한 물건이라는 것과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것뿐인데요……

백작 시종

색슨 백작님께서 네게 손해라도 입혔다는 뜻이냐?

하인츠

아뇨 아뇨, 그럴 리가요.

백작 시종

그렇게 날카로운 눈을 하고선 멍청한 척 굴지 마라, 꼬마야.

하인츠

……그래서 어떤 일이길래 백작님께서 고탑에서 내려와 이 어둡고 누추한 집까지 친히 행차하신 걸까요?

하인츠

기꺼이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백작 경호원

보고드립니다. 의심스러운 함정을 찾지 못했습니다.

백작 경호원

이쪽도 마찬가지입니다.

백작 시종

쯧…… 눈치가 제법이군.

백작 시종

전부 물러가.

색슨 백작

이런 아수라장에서 만나게 되다니 정말 유감이로군, 하인츠. 부디 이해해 주길 바라네.

하인츠

괜찮습니다, 백작님. 이미 다른 사람이 들어올 수 없도록 막아두었으니 편하게 말씀하세요.

색슨 백작

……똑똑하군, 하인츠. 아주 마음에 들어.


백작 시종

배, 백작님……

색슨 백작

에비게그나데 님께서는 올해 여황 축제에서 세상에 하나뿐인 광석을 받고 싶다고 하셨지. 그 조령이 떨어진 후 얼마나 많은 이들이 발이 닳도록 뛰어다녔는지 몰라.

색슨 백작

이 그린든이 여왕 폐하의 소원을 들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색슨 백작

그리고 고생 끝에 두 가지 색이 담긴 원석을 찾아냈지!

색슨 백작

짙은 검은색과 빛나는 금색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그 어떤 불순물이나 다른 색상이 섞여있지도 않았다.

색슨 백작

그 완벽한 비율과 빛깔은 마치 라이타니엔의 '영원한 은총'이나 '무자비한 귄위'와 같더군……

색슨 백작

이 원석에게 난 '쌍둥이 탑의 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두 폐하에게 이보다 더 어울리는 선물은 없을 거야!

색슨 백작

그리고 여황의 목소리가 일주일 후에 그 보석을 가지러 그린든에 오기로 했다. 그런데 이런 시기에 누군가 이 삼엄한 경비를 뚫고 보석을 훔쳐 가다니!

색슨 백작

그 도둑놈의 오리지늄 아츠가 공간을 넘나들며 물건을 훔치기라도 한다는 건가? 아니면 자신을 공기로 만들기라도 한다는 건가?

색슨 백작

그것도 아니라면 지금껏 내가 쓸모없는 놈들을 키웠단 말인가?

백작 시종

제가 당장 달려가 이 이동도시 전체를 샅샅이 뒤지겠습니다……

색슨 백작

상대가 누군지도, 어떤 방법을 썼는지도 전혀 모르는데 어떻게 쫓아간다는 거지?

색슨 백작

……하인츠에게 다녀와야겠군.


하인츠

그러니까 제 도움이 필요하시다는……

색슨 백작

도움을 요청하는 게 아니라 명령이다.

색슨 백작

네가 '쌍둥이 탑의 꿈'을 감정했으니 그 몽환적인 색감과 독특한 빛깔을 기억하고 있겠지. 누구든 한 번이라도 그 원석을 봤다면 절대 잊을 수 없을 터.

색슨 백작

원석을 다시 만들어내라, 하인츠. 눈부신 모습을 어떻게든 구현해 내는 거다!

하인츠

하, 하지만 전 일개 보석 감정 수습공일 뿐인걸요. 이 세공 설비는 단순히 제 연구를 위한 거예요. 기껏해야 어르신들의 악기나 아츠 유닛에 장식용 보석을 다는 정도죠.

하인츠

마이스터의 흉내를 내며, 무에서 보물을 창조해 내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인츠

게다가 일반적인 모조품으로는 궁전의 보석학자를 속일 수 없을 거예요. 혹여나 그 사실을 들키기라도 한다면, 저는……

색슨 백작

그만.

색슨 백작

내가 도와주지. 난 너의 보석 감정과 세공, 원석 개조 능력을 높이 사고 있다.

색슨 백작

잘 들어. 이 업계에도 음악처럼 '수석'이라는 단어가 존재한다면, 이 그린든에서만큼은 자네도 머지않아 그 호칭을 거머쥘 수 있을 테지.

하인츠

……그렇게 말씀해 주시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색슨 백작

보석 감정사로서 자네의 명성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잊지 말도록.

색슨 백작

자신까지 속이지는 말라고. 모조가 처음도 아니잖아. 우리에겐 조력자 한 명 정도 잃는 건 별로 대수로운 일이 아니야, 하지만 그로 인한 손실을 과연 너 혼자서 감당할 수 있을지는 장담을 못하겠군.

하인츠

잊은 적 없습니다.

하인츠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백작님.


하인츠

으음……

하인츠

외람된 말씀이지만…… 조금 전, 날이 갤 때 옷에 달린 밝은 단추에서 반사된 빛에 확연한 변화가 있더군요.

백작 시종

이런 어두운 골목에서도 빛의 굴절로 주변 환경을 살피다니…… 쯧, 너무 경계한다는 생각 안 드나?

하인츠

백작님의 친위병에게 다른 의견이 있는 건 아닙니다.

하인츠

다만 보석 모조에 사용되는 재료를 잔뜩 지닌 채 고탑의 보호가 닿지 않는 평민 구역을 걷고 있으니 신중히 하는 게 좋다고 전달해 드리는 거죠.

하인츠

물론…… 제가 속여야 할 상대를 생각하면 불안할 수밖에 없지만요.

하인츠

마침 옆에 계시니까 여쭙겠습니다. 이 재료들이 '쌍둥이 탑의 꿈'의 재질과 비슷한지 확인해 주시겠어요?

백작 시종

으음……

백작 시종

백작님께서 널 신임하시는 이유를 알겠군.

백작 시종

이 기회를 잘 잡거라, 꼬마야. 일이 잘 풀려 백작님께서 쌍둥이 여황의 환심을 사게 된다면, 너도 덕을 볼 수 있을 거야.

하인츠

기회…… 말인가요.

하인츠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게는 과분할 것 같네요.

하인츠

전 보석을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고…… 사실 모조가 뭔지도 전혀 모르는걸요.

백작 시종

하지만 백작님께서 네 어떤 업적을 높이 평가하시는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겠지.

하인츠

……그건 우연일 뿐이었어요.

하인츠

처음으로 모조했던 보석이 아직도 생각나요. 아무리 모조품이라 해도 정말 볼품없었죠.

하인츠

좋은 재료를 구할 배짱도 없었고, 납땜과 수지로 흠집을 메우는 기술도 부족했어요.

하인츠

다만 그 보석점의 수습공으로서 누군가의 암묵적인 도움 덕분에 감정 단계를 건너뛰고 보석을 매대에 올릴 수 있었죠.

하인츠

그때 전 지금보다 더 불안했던 것 같아요. 언제든 짐을 챙겨 도망칠 준비가 되어있었고, 차마 잠들지 못하는 밤마다 방범대에 가서 자수할까 망설였죠.

백작 시종

하지만 끝까지 들키지 않았지. 만약 들켰다면 우리가 여기서 이렇게 대화할 수도 없었을 테고.

하인츠

……그 모조품은 한 남작에게 비싸게 팔렸고, 그 이후 저도 그 보석점을 그만뒀어요.

하인츠

훗날 들은 건데, 그 남작은 형편이 넉넉지 않아 그 보석을 걸고 귀족답게 살 수 있는 돈을 되찾으려고 했대요.

하인츠

결국 제 모조품은 업계 전문가에게 들통났고, 그 사건으로 남작은 정신이 나갔다고 하죠. 그 이후로 관련 소식은 더는 전해 듣지 못했어요.

하인츠

전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 누구도 몰락한 귀족을 위해 나서는 사람이 없었고, 그 덕분에 저도 쫓기지 않았거든요.

백작 시종

하하하! 고작 남작일 뿐이니까. 높으신 분들에게 어떻게든 빌붙으려는 일개 귀족을 누가 신경이나 쓰겠어?

백작 시종

듣자 하니 너, 어느 학자에게 협력해서 그 상대를 우롱한 적도 있다고 하지?

하인츠

아……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요. 제가 실수했다고 보는 게 맞겠죠.

하인츠

아시다시피 제 아츠 스태프는 보석 조각으로 구동되고 있어요. 그렇게 비싼 비용은 아니죠. 세공하고 남은 조각은 원래 폐기물이나 마찬가지잖습니까.

하인츠

그런데 웬일인지 매달 고정적으로 보석 조각을 보내오는 상자에 온전한 보석이 담겨있던 거예요.

백작 시종

정말 이유를 모르는 건가?

하인츠

제가 깊이 생각할 여력이나 있었겠어요?

하인츠

무대에서 신체 절단 마술을 선보이던 마술사도, 고장 난 장치 탓에 작두가 지원자의 몸을 두 동강 냈다는 걸 깨달았을 땐, 이미 뾰족한 수가 없었겠죠?

하인츠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긴 하지만, 어떤 서기관이 보관하고 있던 보석을 몰래 팔았고, 끝내 되찾지 못해 큰 벌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하인츠

그때…… 그 보석은 이미 제 시험관 속 가루가 된 후였죠.

하인츠

그리고……

백작 시종

백작님께서 널 눈여겨보게 된 감정서 사건도 있지.

하인츠

처음에는 색슨 백작님이 조카이자 존귀한 자작의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기 위해 제게 사람을 보낸 거라고 생각했어요.

백작 시종

넌 요구대로 완벽한 감정서를 작성했을 뿐이지. 2급 보석을 희귀한 보석으로 바꿔서 말이야.

백작 시종

아무것도 모르시는 색슨 자작님께서 가짜 감정서와 보석을 함께 전시하는 바람에 비웃음을 산 게 문제였지.

하인츠

그렇습니다. 전…… 그저 요구에 맞췄을 뿐.

하인츠

백작님께선 화내시긴커녕 절 이해하고 믿어주셨죠. 지금도 여전히 그 과분한 마음에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백작 시종

넌 그저 우리의 분부에 따르기만 하면 돼.

백작 시종

너의 그런 면도 백작님께서 널 아끼는 이유 중 하나지, 하인츠. 그러니 머리 굴릴 생각은 하지 마.

하인츠

네.

백작 시종

그럼 잡담은 여기까지 하지.

백작 시종

여황의 목소리가 사흘 후 그린든에 도착한다고 해. 우리가 바친 보석에 흠이 있다면, 백작님의 고탑은 평지가 되고 말겠지.

백작 시종

이만 작업대로 돌아가 봐.

하인츠

……

하인츠

그 외에도 저를 여기까지 오게 만든 보석 관련 이야기가 하나 더 있는데요.

하인츠

그건 바로 이유 모를 폭발로 무너진 채굴장 이야기랍니다.

하인츠

그러나, 귀족의 죽음조차 신경 쓰지 않는 자들이 불쌍한 평민에 관한 이야기에…… 관심을 둘 리가 없겠죠?


하인츠

(휘파람 소리) ♪

하인츠

(휘파람 소리) ♪♪

색슨 백작

다시는 그런 상스러운 휘파람을 불지 마라 하인츠, 적어도 내 고탑에서만큼은 휘파람을 금지하겠다.

하인츠

저도 모르게, 죄송합니다. 색슨 백작님.

하인츠

백작님의 고탑처럼 이렇게 높은 곳은 처음이거든요. 여기서 내려다보니 그린든의 모든 건물이 허리를 굽히고 있는 것 같네요.

색슨 백작

……

색슨 백작

하인츠, 난 네 그 따위 감탄을 들으러 온 게 아니야. 여황의 목소리가 오늘이면 도착할 거다…… '쌍둥이 탑의 꿈'은 어디 있지?

하인츠

탁자에 올려뒀습니다, 백작님.

하인츠

어릴 때, 전 더러운 판잣집 앞에 서서 목을 한껏 꺾어 위를 올려다보는 걸 좋아했어요.

하인츠

그땐 막연하게 언제쯤 고탑 위에서 바람을 쐴 수 있을까 생각했죠. 높은 곳에서 맞는 바람은 정말 상쾌할 것 같았거든요……

색슨 백작

입 다물어라 하인츠!

색슨 백작

이것이 네가 모조한 보석이라고? 이게 '쌍둥이 탑의 꿈'이라는 거냐?

보석이 담긴 나무함이 바닥에 팽개쳐졌다. 백작은 두 손가락으로 독특한 색의 광석을 집어들고는 하인츠에게 역정을 냈다.

목이 갈라져 쉬어버린 목소리가 나왔다. 분노에 찬 그는 '교양'을 잃은 채 분노하고 있었다.

하인츠

떨어뜨리지 않게 조심하세요.

색슨 백작

네가 세공과 개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7일이라는 시간을 주고 물심양면으로 도왔건만, 이게 네 답인 거냐!

하인츠

네, 맞습니다. 백작님.

색슨 백작

“맞습니다”? 말 같지도 않은!

색슨 백작

하인츠, 그린든 최고의 보석 감정사인 네가 설마 이 말 같지도 않은 물건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유리구슬보다 못하다는 걸 정녕 모른다는 건가?

색슨 백작

이 탁한 금색을 봐라.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부가 고르지 못하고 빛도 엉망으로 굴절된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색슨 백작

그리고 이 흑색은 마치 황야의 자갈처럼 거칠고, 술집의 두꺼운 커튼처럼 값싸 보이는군.

색슨 백작

두 색깔이 전혀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따로 놀고 있잖아.

색슨 백작

그 몽환적인 빛깔은 어딨지? 찬란한 색은? 유일무이한 조화의 아름다움은?

색슨 백작

의뢰를 받아놓고 지금 와서 나더러 이런 허접한 가짜 원석을 여황 폐하께 바치라는 것인가?

색슨 백작

내 머리가 두 폐하의 발아래 짓밟히길 원하나? 정녕 내 고탑이 무너지길 바라는 것이냐?

색슨 백작

하인츠, 감히 네가 날 이렇게 농락해?

“쨍그랑”.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쌍둥이 탑의 꿈'은 원래의 형태를 잃었다. 색슨 백작의 손가락 사이로 두 가지 색이 담긴 광석 조각이 흩어졌다.

색슨 백작

죽여버리겠어, 하인츠.

하인츠

백작님, 전 정말 억울합니다. 제게 증명할 기회를 주세요!

하인츠가 아츠 스태프 중앙의 밸브를 가볍게 돌렸다. 그리고는 허리를 굽혀 떨어져 있던 광석 조각을 주워서 끼워 넣었다.

그는 각도를 찾으려는 듯 몇 걸음 물러났다. 잠시 후,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아츠 스태프가 빛나기 시작했다.

반짝이는 빛 사이로 보이는 심오한 검은색과 장엄한 금색은 마치 황혼 속 호수 같았다.

색슨 백작

이건……

하인츠

여황 폐하께 바치셔도 됩니다. 그건 진짜 '쌍둥이 탑의 꿈'이거든요.

색슨 백작

그럴 리가?!

색슨 백작

조금 전에 한참이나 자세히 살펴봤는데……

하인츠

답은 아주 간단해요, 백작님. 애초에 '쌍둥이 탑의 꿈'은 아주 평범한 광석이거든요.

하인츠

잊으셨어요? 그걸 감정한 게 저잖아요. 그때, 제가 아츠 스태프로 빛을 비춰 아름다운 함에 놓여 있던 광석을 확인했었죠. 각도를 잘 잡아 빛을 조절하면……

하인츠

자, 몽환적인 빛깔과 찬란한 색이…… 보이시나요?

하인츠

'빛의 굴절'은 제 전문이거든요.

색슨 백작

너……

하인츠

제 능력을 의심하지 마세요. 백작님은 보석에 문외한이시잖아요.

색슨 백작

……지금 나더러 여황 폐하 앞에서 허풍을 떨고, 광석으로 술수를 부린 후에 직접 깨뜨리라는 건가?

색슨 백작

내 그린든을 절벽으로 몰아넣고 있군 그래! 이렇게 해서 네가 얻는 게 뭐지?

색슨 백작

잊지 마. 자네를 받아주고 고탑에서 보석 장사를 할 수 있게 살길을 찾아준 건 바로 나야!

색슨 백작

네가 가진 그깟 가소로운 경력에 대해 잘 생각해라…… 이룬 것 없이 수많은 이들에게 원망을 샀는데, 계속 그린든에서 지낼 수 있을 것 같나?

하인츠

백작님께서 내리신 은총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인츠

전 평범한 사람이에요. 그땐 정말 모든 걸 포기할 뻔했죠.

하인츠

훔친 보석을 가루로 만든 날도, 보석을 몰래 팔아넘긴 서기관이 시청의 힘을 등에 업고 절 쫓아올까 봐 걱정돼 통 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하인츠

제가 가짜 보석 감정서로 색슨 자작님을 우습게 만들고, 그분의 앞길을 끊었을 땐……

하인츠

백작님처럼 권모술수에 능한 분이 제 졸렬한 계획을 간파하실까 봐 걱정했어요.

하인츠

예상대로 백작님은 절 꿰뚫어 봤지만, 다행히도 제 사용 가치에만 신경 쓰셨죠.

하인츠

심지어는 재산을 탕진한 남작과 감옥에 갇힌 서기관의 신분도 확인하지 않으시더군요.

하인츠

하긴…… 이미 이십 년이나 지난 일이니 기억 못 하시는 게 당연하죠. 저희같이 미천한 사람들은 하찮아도 너무 하찮으니.

색슨 백작

그게…… 무슨 뜻인가?

하인츠

사실 전 당신 때문에 이곳에 왔어요.

하인츠

1년 반 전, 그린든으로 돌아와 허접한 가짜 보석을 남작에게 팔아넘긴 그 순간부터 제 목표는 색슨 백작, 바로 당신이었죠.

색슨 백작

……어째서?

하인츠

아아, 얘기해도 아마 기억 못하실 거예요.

하인츠

참, 여황의 목소리가 고탑 입구에 도착한 모양이군요. 당신은 여황 폐하께 이 세상에 하나뿐인 광석을 축제 선물로 바치겠다고 허풍을 떨었죠……

하인츠

자, 이제 어떻게 수습하실 건지 궁금한걸요?

색슨 백작

여봐라!

색슨 백작

저 녀석을 당장 잡아들여라!

또다시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가 났다.

아츠 스태프를 기점으로 텅 빈 발코니에 복잡한 빛의 굴절이 생겨났다. 그제야 백작은 발코니 곳곳에 거울이 잔뜩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백작의 시야를 가린 빛이 다시 하인츠의 몸에 집중되자……

백작의 눈앞에서 보석공이 사라졌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백작은 상대의 얼굴에 피어난 미소를 보았다.

언제나 겸손하고, 나약하며, 동정심을 유발했던 비굴한 보석공이…… 지금껏 단 한 번도 보인 적 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건 조롱과 원한으로 가득 찬 미소였다.

하인츠

그럼 행운을 빌죠, 백작님.

색슨 백작

……

백작 시종

배, 백작님. 여황의 목소리가 도착했습니다.


하인츠

……

하인츠

꼬마 손님, 여긴 악기 공방이 아니에요. 악기를 고쳐 달라는 부탁은 들어줄 수가 없어요.

???

그린든의 백작을 농락하고 그냥 가시는 건가요?

하인츠

……

???

하인츠 씨, 맞으시죠?

???

츠빌링슈튀르메에서 온 미하엘이라고 합니다.

하인츠

당신이 여황의 목소리? 이렇게 어린 분일 줄은……

미하엘

전 여황의 목소리가 아니라 폐하의 뜻을 대신 전하러 온 밀사입니다.

미하엘

색슨 백작의 고탑은 이미 압류됐습니다. 백작은 츠빌링슈튀르메로 압송된 후 여황 폐하의 판결을 받게 될 거예요. 그리고 당신은……

하인츠

흐음.

미하엘

아, 긴장 풀고 우선 그 아츠 스태프 좀 내려놓으세요.

미하엘

그저 몇 가지 일을 확인하러 온 것뿐이니까요.

미하엘

지난 1년 반 동안 당신의 보석 장사로 '불행'을 겪은 고객들에겐 공통점이 있더군요.

미하엘

재산을 탕진한 남작은 한 광산의 작업반장이었어요. 팔아넘긴 보석을 되찾지 못해 감옥에 갇힌 서기관은 광산 사고의 보고서 작성 담당자였죠.

미하엘

……그리고 색슨 자작과 색슨 백작은 그 광산의 소유주였고요.

하인츠

전 그날 바로 고탑의 감옥으로 끌려갈 줄 알았어요. 하루 만에 꽤 많은 걸 알아내셨군요.

미하엘

당신은 복수를 위해 이 모든 일을 꾸몄어요. 제 말이 맞나요?

미하엘

이십여 년 전, 색슨 백작은 그린든에서 은밀하게 오리지늄 광석을 채굴해 위치킹을 위한 마법진 장치를 만들었어요.

미하엘

하지만 쌍둥이 여황의 반란이 성공하면서 라이타니엔의 정세가 하루아침에 뒤바뀌었고, 수도에는 두 개의 고탑이 새롭게 세워졌어요.

미하엘

'항복'하기 위해 색슨 백작은 비밀리에 오리지늄 광산을 폭파할 것을 명했고, 노동자 전원이 그곳에 묻히고 말았죠……

미하엘

그가 츠빌링슈튀르메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그 사건은 이미 “변종 광석 채굴 중 광산에 일어난 뜻밖의 사고”가 되어 있었고요.

하인츠

……잘 알고 계시는군요. 맞습니다, 저희 부모님이 그 광산의 노동자셨죠.

하인츠

그 순간부터 제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어요.

하인츠

그날 이후 전 그린든을 떠나 곳곳을 전전했고, 광석병에 감염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아츠 스태프를 얻었죠. 그렇게 다시 반짝이는 광석과 친구가 될 수 있었어요.

하인츠

존귀하신 밀사님. 밀사님은 아직 어리기에 제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실 테죠.

하인츠

제 죄를 확인하러 오신 거라면 솔직히 말씀드리죠. 전 원래 광석 조각이 뒤섞인 진흙 속에 색슨 백작을 묻기 위한 폭발을 계획 중이었습니다.

미하엘

……

하인츠

게다가 여황 폐하께 바칠 보석을 망가뜨렸죠. 애초에 도망칠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제가 받게 될 형벌을 솔직하게 알려주세요, 밀사님.

미하엘

하인츠 씨, 당신에게 책임을 추궁하지 않을 겁니다. 제게 이 보석 사건은 작은 소란에 불과하거든요.

하인츠

네?

미하엘

색슨 백작은 오랫동안 여황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뒤로는 위치킹의 잔당을 후원했어요. 최근 몇 년간 있었던 반란 사건은 모두 그자와 연관되어 있죠.

미하엘

그리마흐트 님의 밀사인 저는 이기적이고 욕심 많은 좀벌레를 츠빌링슈튀르메로 데려가기 위해 이곳에 온 거예요.

미하엘

에비게그나데 님이 원하시던 보석은 망가졌지만…… 그리마흐트 님은 그런 허황된 물건에 관심이 없으시죠.

미하엘

제가 궁금한 건 하나예요. 복수를 마치셨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죠?

하인츠

……

미하엘

꽤 유명하시더군요. 조금 전 입구의 우체통에 초대장이 꽂혀 있길래 겸사겸사 가져와 봤습니다.

미하엘

백작의 탑에 있는 아츠 장치를 확인한 결과 당신이 뛰어난 보석 전문가이자 괴도라는 걸…… 알게 됐죠.

미하엘

보석 감정소 같은 걸 열어보는 게 어떠세요? 라이타니엔에서 충분히 '장사'를 하고도 남으실 것 같은데요.

하인츠는 미하엘이 작업대에 올려둔 초대장을 뜯었다.

봉투에 찍혀 있는 건 본 적이 있던 봉랍이었다. 그건 또 다른 고탑의 표식이었다.

하인츠

“마일스 백작이 자신의 광산에서 채굴한 희귀 광석 '천공의 눈물'을 들고 라이타니엔을 순회하고 있음. 근시일 내로 그린든 도착.”

하인츠

“감정 단계에서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람.”

하인츠

제 기억이 맞다면 작년에 마일스 백작의 광산에서 안전 문제로 열댓 명의 노동자가 감염되었죠. 그 정도면 채굴이 중단됐어야 하는데……

하인츠

후후, 또 다른 '색슨'의 등장일까요.

하인츠

어쩌면 나쁘지 않은 제안일지도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