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할래?
로도스 아일랜드의 정예 오퍼레이터가 되는 문제를 놓고 켈시는 블레이즈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한다.
안 돼요. 앞길이…… 막혔어요!
이쪽에도 추격자가 따라붙었어. 큰일이야, 도망갈 곳이 없어!
드디어 잡았다!
어딜 도망가려고? 놈들을 내놔!
제길……
감염자들을 지켜야 돼! 기다려, 전방의 놈들은 내가 처리할 테니까 너희들은 기회를 봐서 포위를 뚫고 나가!
안 돼. 돌아와!
진정해, 지금은 영웅 놀이를 할 때가 아니라고!
그러니까요, 안 그래도 지금 상처투성인데!
하지만……!
하지만이란 건 없어. 그리고 에이스 씨네 팀에서 분명 지원 올 테니까 당황해선 안 돼!
……맞는 말이야!
이 목소리는!
누구냐?!
형님, 조심하세……! 윽, 뜨거워……
갑자기 더워졌어, 어떻게 된 거지…… 잠깐, 저쪽 벽과 이어진 적재물까지…… 전부 갈라졌잖아?!
……지원군이 왔어.
많이 뜨거웠어? 진짜 미안. 이걸 가르느라 힘이 많이 들어갔나 봐.
정밀 작업할 때 온도 조절하는 법을 아직 배우는 중이거든. 다음엔 좀 더 노력해 볼게.
그 전기톱…… 당신은 에이스 씨 팀의……
앗, 블레이즈 씨다!
하아, 드디어 왔구나.
그래, 곧 그리로 갈게!
오래 기다렸지? 다른 쪽의 추격자들을 처리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어. 다른 팀들도 곧 합류할 거야.
그래. 이제 포위를 뚫고 원래 계획대로 움직이면 되겠네.
최신 소재로 만든 봉쇄망을 대체 어떻게 잘라낸 거지?!
미안. 그냥 위에서 아래로 쭉 휘두른 것뿐인데 이렇게 쉽게 잘려 나갈 줄은 몰랐거든……
그래서 말인데, 우리 서로 죽기 살기로 싸울 필요 없잖아? 우리가 감염자를 데리고 간다고 해도 너희들이 손해 보는 것도 아니니 이만 우리를 보내주는 건 어때?
꼭 필요한 게 아니라면 나도 너희들한테 손대고 싶진 않으니까 말이야!
……
야, 말도 없이 공격하는 건 너무했잖아! 말로 푸는 게 그렇게 어려워?
블레이즈! 놈들과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준비해. 이대로 돌파한다!
오케이! 그럼 온도 좀 더 올려볼게……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자면, 개인적으로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린 것은 진짜 유감이야. 이건 진심이라고.
아야야야야……
아이고…… 내 팔!
저번에 미완성 기술을 억지로 쓰면서 너무 무리했나…… 팔이 부러질 것 같네.
추진 속도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계산이 틀린 걸까? 하지만……
으음……
혼자서 뭘 중얼거리고 있어?
우우우오!
꺄악?!
앗, 위디였어? 깜짝 놀랐잖아.
놀란 건 나거든.
왜, 난 여기 오면 안 되는 거야?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이 시간에 여기서 널 만났다는 게 의외라서 그래.
점심이나 저녁 식사처럼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넌 언제나 작업실 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거 아니었어?
어떨 땐 세끼 모두 거르기도 하고, 내가 너 끌고 나오려고 해도 안 나오잖아.
호들갑 떨긴…… 나도 가끔 바람 쐬러 나오기도 해.
그리고, 만약 다음에 또 외출 신발을 신고 내 연구실에 들어오면, 그땐 즉시 출입 권한을 취소해 버릴 거야.
아, 알았어. 명심할게!
하나 더.
또 있어?
그 옷…… 좀 똑바로 입으면 안 돼? 여기 봐봐. 옷자락에 주름 갔잖아.
으응? 옷자락? 어디, 여기?
……
거기 말고…… 잠깐, 그렇게 억지로 당기니까 더 주름졌잖아!
진짜 못 봐주겠다…… 손 치워, 내가 해줄게!
헤헤, 고마워.
이런 거 못 견디는 건 여전하네. 게다가 클로저한테도 작업실에서 돌아오는 즉시 손부터 씻게 길들였다면서? 진짜 대단해……
앗, 마침 잘 됐다. 위디, 너 공부 쪽으로 꽤 소질이 있는 편이지?
연구도…… 공부 쪽인 건가?
당연하지! 연구나 공부나 다 거기서 거기잖아!
그게 말이지, 사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별일이네, 뭐가 궁금한데?
그러니까, 동력 가속도나 마찰 저항력, 에너지 팽창 공식 같은 거 잘 알지? 좀 가르쳐 줄 수 있어?
으응? 뭐야, 갑자기 이마는 왜 만지는 건데?
……으음, 열은 없는 것 같은데.
네가 그런 질문을 다 하다니?
이상하네…… 설마 해가 서쪽에서 떴나?
그렇게 말하지 마. 나도 공부하는 게 진짜 싫거든. 그런데 어쩔 수 없잖아. 그런 지식들이 도움이 되는 걸 어떡해!
하아…… 어쨌든, 이것 좀 봐줘.
이건…… 네가 공부하는 책인 거야?
모두 상급 과정 교재네. 게다가 여기에 메모해놓은 의문점들은……
……
미안, 방금 한 말 취소할게.
응? 뭘?
너 확실히 노력하고 있구나. 이 의문점들은 그냥 떠오를 수 있는 것들이 결코 아니야. 사과할게.
에엣? 됐어, 하하하. 뭘 또 그렇게 진지하고 그래. 별거 아니야.
그리고 사실 너만 그런 얘기 했던 것도 아니야.
너도 알다시피 난 확실히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니야. 그래서 이런 걸 공부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들어. 그리고 학문 이런 건 나하고 전혀 어울리지도 않잖아!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하고 싶은 게 잔뜩 있는데, 그걸 다 하려면 더 노력해야 한다고. 그래서 도움이 되는 방법이라면 뭐든지 해 볼 거야.
헤헤, 그래 봤자 공부잖아? 훈련장에서 에이스한테 온종일 샌드백처럼 얻어터지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어?
호오, 평소에 그런 식으로 내 험담을 했던 거구나?
헙!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다만, 허튼소리 작작 해. 위디한테 나쁜 물 들이지 말고.
에이스!
에이스 씨!
내가 언제 나쁜 물을 들였다는 거야? 난 그저 사실대로 말한 것뿐이라고.
저번에 에이스 너랑 메커니스트한테서 특훈 받을 때, 하마터면 배꼽을 기준으로 두 동강 날 뻔했단 말이야!
그거야 너의 새 무기를 테스트하느라 그런 거잖아. 네가 원하는 파괴력을 갖추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인 줄 알아? 그것 때문에 메커니스트는 며칠 내내 작업대에서 살다시피 일했다고.
메커니스트가 찢어버린 초안들을 네가 봤어야 했어. 그동안 메커니스트가 찢어버린 용지가 어찌나 많은지 후방 지원부에서 화를 낼 정도였다니까.
그건 좀…… 미안하게 됐네.
하지만 이번에도 메커니스트가 준 이 녀석 덕분에 쉽게 자를 수 있었어…… 이게 없었다면 아마 나의 새로운 기술은 선보이지도 못했을 거야.
참! 시라쿠사 현지에서 만든 치즈를 선물로 가져왔어. 특이한 맛이라고 하던데, 이따가 메커니스트한테도 나눠줘야겠다.
(킁킁)
우웁.
하하, 메커니스트가 좋아할진 모르겠군……
참, 위디!
응?
네가 전에 엔지니어링부에 제출했던 신청인데…… 클로저로부터 서류를 넘겨받았어.
……!
안 그래도 가서 물어보려던 참이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그런 신청을 받게 될 거라곤 꿈에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본인 의지가 그렇고 클로저도 너의 제품을 보증한다면, 우리는 딱히 거부할 이유가 없거든.
그 말인 즉……
정식 오퍼레이터가 된 걸 축하한다.
……고마워.
엣? 대체 무슨 바람이 분 거야, 너 설마 전장에 나가고 싶었어?
무슨 문제라도 있어?
그, 그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너랑 같이 작전하는 게 기대돼. 널 무시하는 게 절대 아니야!
그냥, 네 몸 상태로…… 정말 괜찮겠어?
나도 달라지고 싶을 때가 있어.
몸이 허약하지만 나도 잘하는 게 있어. 체력적으로 떨어질지 몰라도 내 물대포를 얕보면 곤란해. 위력은 블레이즈 너보다 더 강할지도 몰라.
크으, 엄청 믿음직스럽잖아! 다음번에 함께 작전에 투입되면 잘 부탁할게, 위디!
……참고할게.
크흠, 그리고 아까 했던 질문 말이야. 정말 물어볼 거면 저녁에 다시 날 찾아와.
그럼 난 먼저 갈게.
음? 뭐지? 저 모습은 설마…… 쑥스러운 건가?
그런 말은 본인 앞에서 하는 거 아니야.
안 해, 나도 그 정도는 알아.
으음…… 지난번 임무 기록, 아무래도 돌아가서 다시 정리해 봐야겠어. 당시에는 급박한 상황이라 순간적으로 사용하기는 했었는데, 아무래도 새로운 기술이라 뭔가 부족한 것 같아.
손맛이랄까? 아니야, 좀 더 정밀하게 계산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아……
그것 때문에 상급 과정의 교재를 빌린 건가? 이런 공식이나 숫자 계산을 무척 싫어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당연히 싫지. 덕분에 요새는 머리카락이 두 배로 빠지는 것 같아!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내 오리지늄 아츠는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해도 적을 쓰러뜨릴 수 있는 그런 타입이 아닌걸. 그러니 제대로 일을 하려면 더 노력하는 수밖에.
하핫, 그런가? 좋아. 네가 이러니 나도 한결 안심이 되네.
참, 메커니스트도 개량 작업 진행 중이라던데, 자주 소통하면서 다시 봐달라고 하는 게 좋을 거야.
응, 돌아가는 대로 만나러 갈 거야! 이번에는 문 앞에서 몇 시간씩 대기하더라도 절대 불평하지 않을 거야.
그 정도는 아니야. 그렇게까지 안 해도 금방 만날 수 있을 거다.
으음?
켈시한테 얘기 못 들었나?
아…… 그 얘기.
닥터 켈시, 날 찾았다며?
무슨 일이야? 심각해 보이는데 혹시 중요한 일이라도 있는 거야?
응,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네 자신에게도, 그리고 로도스 아일랜드에도.
……
망했다. 그 말을 들으니 조금 긴장되는데.
블레이즈 너, 로도스 아일랜드에 들어온 지 얼마나 됐지?
으음, 뭐…… 대충 일 년 정도인가?
시간 한번 빠르네.
시간은 언제나 우리를 앞서가지.
지난 일 년 동안 넌 확실히 눈부시게 성장했어. 네가 행동으로 뭔가를 증명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론 모두에게 네 실력을 증명했지.
에이스를 비롯한 다른 오퍼레이터들도 모두 널 높게 평가하고 있다.
왜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그렇게 대놓고 면전에서 칭찬하면 쑥스럽잖아.
체온은 정상인데?
억지로 참고 있는 거거든!
……
내가 널 찾은 이유를…… 아마 예상했을 것 같은데?
대충은…… 몇 가지 짚이는 게 있어.
좋아,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로도스 아일랜드가 세워진 이래, 많은 사람들이 가입했고, 또 떠나기도 했어. 그 일에 대해서는 딱히 말하고 싶지 않아.
우리는 뜻이 같은 자들을 언제나 환영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어떤 사상도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하지만…… 확실히 로도스 아일랜드에는 함께할 사람이 필요해.
블레이즈, 네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고 해도 그 역시 지극히 정상이야. 누구도 네게 무언가를 강요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면……
함교 아래층으로 가서, 계단 좌측에 있는 문을 열어. 거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라고 하던데.
에이스, 혹시 닥터 켈시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알아?
내가 얘기해야 하나? 짚이는 게 있다면서?
그렇긴 한데…… 뭔가 조금 확신이 안 선다고나 할까.
닥터 켈시가 공식적으로 통보할 정도의 일이라면 아마도 그게 아닐까 싶어.
……에이스, 너와 진짜 동료가 될 기회가 내게 온 거지?
뭐 대충. 제대로 짚었네.
나 바보 아니라니까.
하아, 그런데 뭐랄까, 뭔가 꿈같아서 실감이 나지 않아.
왜?
왜냐면…… 사실 난 다른 사람보다 강하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 너희랑 비교해도 한참 멀었잖아.
블레이즈, 너……
아! 블레이즈 씨, 여기 계셨군요!
한참 찾았잖아요!
어머? 우리 토깽이 왔구나!
날 찾고 있었어? 엇,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 오늘은 왜 이렇게 적극적이야, 나 너무 기분 좋은데?
엇? 어엇…… 흐즈므여, 브레으즈 씌. 제 을글에서 슨 떼세여!
째째하게 굴긴!
(내가 굳이 안 나서도 되겠네……)
(아미야, 네게 맡기마. 잘해 봐.)
그럼 이따 봐.
엇? 잠깐만, 에이스……
가버렸네.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에이스 씨에게 다른 볼일이 있었나 봐요.
아, 참, 블레이즈 씨! 식사는 하셨어요? 오늘 식당에 블레이즈 씨가 좋아하는 메뉴가 나왔던데, 같이 갈래요?
그리고 지난번에 좋아한다고 했던 CD 있잖아요. 제가 엘리시움 씨한테서 빌려왔는데…… 같이 듣지 않을래요?
와오, 녀석이 엄청 아끼는 그거? 당연히 들어야지!
그런데…… 토깽이 너, 오늘따라 유난히 열정적인데?
어머…… 티, 티 났어요?
엄청 티 나!
그게…… 죄송해요, 블레이즈 씨. 방금 에이스 씨와 말씀하시는 걸 조금 들었어요……
응? 아……
괜찮아, 신경 쓸 것 없어. 자, 웃어봐. 그래, 그렇게. 얼굴 펴. 사과하지 않아도 돼. 어차피 숨길 일도 아니야.
너도 들어서 알겠지만, 아까 에이스랑 이야기한 것처럼 켈시 선생님이 날 찾은 이유를 대충은 짐작하고 있어.
아미야도 분명 알고 있겠지?
네에……
역시.
그러니까 내가 부담을 가질까 봐 날 즐겁게 해주려던 거였어? 하여간 아미야는 귀엽다니까!
앗, 자꾸 놀리지 말아요……
알았어. 놀리지 않고 진지하게 말할게.
난 말이야…… 그렇게 자신도 없고,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든.
솔직히 메커니스트가 설계한 무기가 없었다면, 저번에 팀을 구하는 것조차 무척 버거웠을 거야.
하아……
아미야, 솔직히 말해줘.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
……아까 에이스 씨랑 나누던 대화를 들으면서, 제 생각을 꼭 블레이즈 씨에게 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들려줘, 아미야. 난 네 말이라면 언제나 잘 듣는 편이었잖아.
혹시 블레이즈 씨는 어떤 직함을 위해 노력하는 건가요?
그럴 리 없잖아.
그렇죠? 블레이즈 씨는 뭔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니라 되려 그 반대잖아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는 블레이즈 씨가 그 자리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사실 모두들 블레이즈를 무척 신뢰하고 있어요, 그렇죠?
시라쿠사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팀원들 모두 이렇게 말했어요……
“블레이즈 덕분이야.”
“마지막 순간에 벽을 잘라버린 키다리가 없었다면 임무를 순조롭게 마치진 못했을 거야”라고요.
그, 그건 내가 강해서 그런 게 아니라 메커니스트한테서 얻은 장비 덕분에……
하지만 블레이즈 씨만큼 특제 대형 장비를 다룰 수 있는 사람도 없는걸요.
어……
만약 블레이즈 씨가 없었다면 에이스 씨도 더 안전한 전술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보세요, 블레이즈 씨는 이미 모두에게 믿음을 주는,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요. 이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거라고요.
아미야……
제가 하고 싶은 말은요…… 블레이즈 씨에게 어떤 역할을 맡기기 위해 직함을 주는 게 아니라는 것이에요.
오히려 모든게 다 블레이즈 씨의 행동이 일궈낸 결과예요. 당신이 스스로 그런 사람이 되려 했고, 그에 맞는 책임을 짊어질 것을 선택한 거예요.
저희가 원하는 게 단지 강한 전투력이었다면, 누구라도 상관없어요. 단지 막강한 괴물급 힘이 필요했더라면, 그게 블레이즈 씨가 아니어도 괜찮았을 거예요.
괴물이라는 단어가 영 거슬리네.
앗, 그런 뜻이 아니라……
제, 제 말은, 로도스 아일랜드가 필요한 건 단순 실력만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블레이즈 씨, 자신감을 가지세요. 그리고 저희를 더 믿어주세요!
이미 마음의 결정을 했다면 제가 함께 가드릴게요.
……
네네…… 알겠습니다! 덕분에 얼굴이 막 달아오르잖아.
그만해도 돼, 토깽아. 네 뜻은 알았으니까.
그래, 네 말이 맞아. 그리고, 와…… 넌 진짜 무슨 말을 그렇게 잘하니?
에헤헤……
슬슬 시간이 된 것 같으니 정신 차리고 약속 장소로 가야겠어.
뭐 애초에 꽁무니 뺄 생각은 없었지만.
그, 그럼, 저도 함께 갈게요!
그래! 함께 걸으면서 긴장 좀 풀어 볼까? 그런데 어째 네가 나보다 더 긴장한 것 같다?
그…… 그래 보여요?
응, 웃어. 잔뜩 찌푸린 얼굴은 귀엽지 않다고.
아, 헤헤.
그래, 그래. 바로 이거야……
날 믿어, 실망시키지 않을게.
블레이즈는 길고 어두컴컴한 복도를 걸어갔다. 머리 위의 불빛은 이동 중인 함선을 따라 한들거렸고, 그 움직임에 맞추기라도 하듯 블레이즈의 그림자 또한 바닥에서 일렁이고 있었다.
그 길을 가는 내내, 아미야는 줄곧 블레이즈와 함께였다.
블레이즈가 문을 밀어젖혔다.
아래로 이어지는 계단은 마치 끝이 없는 것처럼 길고 어두컴컴했다. 깊은숨을 들이마신 블레이즈는 등 뒤에 아미야를 남겨둔 채 계단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이 길은 반드시 블레이즈 홀로 걸어야 한다.
블레이즈는 계단의 끝을 보았다. 그리고 그곳 어딘가에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불빛도 보았다. 한 점 꾸밈이 없는 방 한가운데에는 긴 책상이 놓여 있었고, 사방을 둘러싼 차가운 철골 위로 노랗고 따뜻한 불빛이 내려앉았다.
불빛 아래, 익숙한 모습도, 낯선 모습도 보였다.
어둠 속에서 예상치 못한 낯익은 얼굴이 나타났다.
왔구나.
공식적인 자리라고 예상했지만, 설마 이 정도로 거창할 줄이야……
에이스에, 메커니스트도 있었네. 그리고 이분은…… 로고스 씨?
편하게 불러.
이렇게 얼굴들을 보니 마음이 한결 편해지네. 아까 방에 들어섰을 때의 그 분위기는 솔직히 좀 소름이 끼쳤는데……
어쨌든 난 네 추천인이니 이런 상황에 빠질 수는 없지.
후훗. 이제 보니 너 겁쟁이구나?
너였으면 안 그랬을 것 같지?
자자, 쓸데없는 잡담은 그만하고 이제 시작해야지…… 마침 끝나고 나랑 함께 공방에 가자. 이참에 너의 무기를 손봐줄게.
좋아. 나도 너에게 줄 선물이 있어.
그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고.
……시작하지.
그럼, 간략하게 진행하기로 할게.
듣고 있어.
로도스 아일랜드 전선 작전팀, 에이스 분대 소속, 돌격병 블레이즈.
이 방에 있는 모든 사람을 증인으로 삼아 너의 의견과 선택을 묻겠다.
오퍼레이터 블레이즈, 로도스 아일랜드의 정예 오퍼레이터가 될 의향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