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꿈을 되새기며
길을 막고 있던 스톡비스트가 말을 하자, 먹구름 하나가 짐차에서 튀어나왔고, 지나가던 신선이 그들을 서로 만나게 해주었다…… 소만은 자신이 들었던 이 이야기를 지금 아이들에게 들려주려고 한다.
바람이 아주 천천히 불어와 몸을 스쳐 지나가면서, 마치 장난꾸러기 아이처럼 소매를 흔들었다.
그리고 새로운 냄새를 잔뜩 가져와서 나눠주었다. 유채꽃에서 짜낸 황금빛 기름, 다발로 묶여 한데 쌓여있는 볏짚, 냄비 안에서 나뒹구는 쌀알의 열기……
그러면 당신은 이 들판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을 알게 된다.
슈 언니가 이번에 대황성에서 로도스 아일랜드로 오면서 딱 이런 들판을 지나왔다고 했었어.
보리밭 말이야?
보리밭만 있는 게 아니야. 벼, 수수, 그리고 들풀도 있지. 또, 이름을 알 수 없는 많은 꽃과 풀도 엄청 크게 자라있어.
이 들판에서 뻗어 나온 좁은 흙길이 있는데, 비가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땅에는 온통 짜증 나는 진흙 구덩이로 가득해.
안돼, 소만, 비가 오는 건 싫어.
그래, 그럼 맑은 날로 바꾸자.
맑은 날에는 작은 벌레와 파울비스트도 기뻐서 콧노래를 부를 거야.
맞아, 태양이 잔디를 따뜻하게 비추면, 더위를 못 참는 작은 벌레들은 모두 길가의 나무 그늘로 숨어버려.
날씨 너무 좋다……
벌써 졸려오기 시작하지? 너희 나랑 약속한 거 잊지 마, 이야기 다 듣고 나면 얌전히 잠에 드는 거야. 의사선생님도 잠을 충분히 자야 된다고 하셨잖아.
소만, 소만, 그럼 너는? 너는 안 자? 슈 언니 기다리려고?
언니는 오늘 할 일이 많아서 못 와. 너희가 잠들고 나면 나도 바로 쉴 거야. 난 몸살 나기 싫거든.
소만, 소만, 이야기 계속해…… 약속은 꼭 지킬게.
……그때 멀리서 짐차 한 대가 달려왔어. 짐칸에는 갓 수확한 곡식이 가득했고, 맨 위는 두꺼운 볏짚으로 덮여 있었지.
왜 볏짚으로 덮어놓은 거야?
짐차를 모는 젊은 농부가 곡식을 곡물 창고로 급히 운반하고 있었기 때문이야. 가는 길에 곡식이 비에 젖는 게 걱정되니까 위에 볏짚을 덮어 놓은 거지.
그럼에도 농부는 걱정이 가시질 않았어……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왜 내 머리 위에는 계속 먹구름이 떠있는 거지?
안 되겠어, 속도를 좀 더 높이자. 이러다 비라도 내리면……
아이고!
무슨 일이야? 소만……
걱정 마, 아무도 다치지 않았어. 그저 모퉁이를 돈 농부가 길이 막힌 것을 발견한 것뿐이야.
이봐! 누구네 스톡비스트와 버든비스트인지 모르겠지만, 빨리 좀 끌고 가라고!
이봐……
하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어.
농부가 다가가 보니, 버든비스트는 목에 고삐도 없고, 귀에 꼬리표도 달려 있지 않았어. 그나마 스톡비스트는 안장이 있긴 했지만, 농부가 제아무리 힘을 주고 끌어보아도 꿈쩍도 하지 않았지.
머리 위의 먹구름이 점점 가까워지자, 젊은 농부도 마음이 초조해졌어. 별안간,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린 농부는 짐칸으로 가서 볏짚을 한 움큼 쥐고는……
자, 맛있는 거야! 이리 오면 너 다 줄게!
우쭈쭈……
……
그런데, 동물마저 농부를 무시한 거야!
그럼 어떡해?
비스트들은 왜 길을 막고 움직이지 않았던 거야?
어떡하지?! 비가 내리면 이 곡식들 전부 버려야 할 텐데!
잠깐만, 이거 설마 신종 강도 수법인가? 나무 그늘 밑에 누가 숨어있는 거 아니야?
농부는 별의별 생각을 다 했어.
빨리 좀 가라! 야! 허이!
가만 있자, 전에 습지에서 길을 트려고 가져왔던 채찍이 차에 하나 있던 것 같은데.
……
소만……
젊은 농부는 채찍을 꺼냈지만 차마 쓰진 못하고 머뭇거렸다. 버든비스트와 스톡비스트는 두려워하지도, 움직이지도 않고 그저 조용히 농부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먹구름이 천천히 다가왔다.
결국 젊은 농부가 채찍을 높이 쳐들던 바로 그 순간……
멈춰!
당장 멈춰! 나한테 저 녀석들이 움직이게 할 방법이 있으니까!
소만!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내가 아니라, 그냥 때마침 지나가던 한 소녀일 뿐이야! 나는 그저…… 그 소녀를 연기한 것뿐이고.
이렇게 앙증맞은 스톡비스트와 순한 버든비스트에게 어떻게 채찍질할 생각을 할 수 있어?
그래서 네가 말한 그 방법이 뭔데?
간단해, 내가 저 녀석들을 설득해볼게. 이런 일엔 익숙하거든.
너 동물과 대화를 할 수 있어?
당연하지!
소녀가 길을 막고 있는 동물 곁으로 다가가더니, 몸을 가까이 붙이고 귀를 기울였다.
이봐, 꼬마 아가씨……
쉿!
뭔가 들은 거야?
……아무것도 안 들렸어.
음메?
나, 나 이 아이들의 말을 못 알아듣겠어!
잠깐, 소만……!
너무 억지잖아! 너는 거기에 있지도 않았으면서, 왜 이야기에 자길 등장시키는 거야?
내가 아니라 때마침 지나가는 소녀라니까. 뭐, 아마 근처에 사는 학생이었겠지.
그럼, 그 소녀의 이름이 뭔지 말해봐. 슈 언니가 네게 이야길 들려줄 때도 이 소녀가 등장했었어?
……거 엄청 따지네!
너도 지금 이야기 속에 들어와 있잖아? 그럼 넌 뭔데?
나는 나무야! 사사삭! 봐, 네 머리에 나뭇잎을 뿌렸어!
소만, 소만, 너 정말 동물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어?
당연하지. 내가 예전에 너희에게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해줬는데, 설마 그게 전부 내가 혼자서 지어낸 거겠어?
그럼, 이야기 속의 때마침 지나가던 언니도 알아들을 수 있어?
그리고…… 나도 알아들을 수 있을까?
그건 말이야, 나도 여러 사람에게 물어봤었거든? 슈 언니, 바보 물소 그리고 박사까지…… 거기에 대한 대답은……
대답은?
헤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알아들을 수 있다는 거였어!
그런데 어떤 동물들은 매우 고집이 세서, 처음에는 사람들과 대화하기 싫어할 수도 있어.
그래도, 일단 그 녀석들이 뭘 하고 싶은지 확실히 알아내기만 하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거든!
녀석들이 뭘 하고 싶은지 알아낸다고?
맞아!
웃기는 소리 좀 작작해!
짐차에 실린 곡식은 모두 대황성에서 개발한 신품종이야. 만약 비에 젖어버리면, 곡물 창고의 늙은이가 내 가죽을 벗겨버릴 거라고!
대황성, 대황성……? 그래!
이 스톡비스트의 목에 걸린 번호판을 봐! 이 녀석은 대황성에서 온 스톡비스트야!
어라…… 진짜네. 대황성은 여기서 아주 먼데, 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앗, 나 너 알아. 그때 넌 임신 중이었어. 스톡비스트 무리 맨 뒤에서 천천히 풀을 먹으며 햇볕을 쬐고 있었지.
몸에 왜 이렇게 상처가 많이 났어…… 네 애는? 잃어버린 거야?
……음메.
스톡비스트가 고개를 떨구자, 침묵하던 버든비스트가 소녀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서곤 함께 기대어 섰다.
너, 네 아이를 찾고 있었던 거구나?
걱정 마, 내가 같이 찾아줄게. 어떤 아이인지 말해줄 수 있겠어?
……
그 아이는 착한 아이야.
……!
진짜 말을 하잖아!
눈이 매우 크고 둥글둥글해서, 우리는 그 애를 둥글이라고 불러.
평소에 잘 울거나 떼를 쓰지도 않고 우리 뒤를 바짝 따라다녔어.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데도, 한 발짝 한 발짝 잘 따라왔지. 매우 강한 아이야.
둥글이랑 너희…… 닮았어?
엄청 닮았지. 그렇지만 너희가 보기엔, 하나도 닮지 않았을 거야.
아주 작고 사랑스러운 아이지…… 우리 어깨 위에 앉을 때에도, 우리가 아플까 봐 언제나 발을 어깨에 살포시 걸쳐만 놓았을 정도였어.
그런데 어쩌다 아이를 잃어버린 거야?
그 애 잘못이 아니야……
우리는 떠나야만 했어.
대황성을 떠나? 왜? 더 신선한 풀을 찾기 위한 거라면, 강변에 가도 충분할 텐데.
……
우리는 길을 따라 쭉 걸었어. 어떤 산과 강에는 길이 없어서 바위를 밟고 나아가기도 했지.
하지만 도중에 우리 아이를 잃어버렸어.
……
……
그러니까 너희는 지금, 그 아이를 찾아야 여기에서 떠나겠다는 거야?
대황성에서 여기까지만 해도 이렇게 먼데, 어느 세월에 다 뒤져보라고?
저 먹구름 좀 봐, 언제 비가 쏟아질지 몰라!
무슨 말이라도 해봐, 아가씨!
너희…… 우선 이 사람이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비켜줄래? 내가 남아서 너희 아이를 찾는 것을 도와줄게.
아니, 그건 다른 이유로 안 되겠어.
아오!!
저 버든비스트는 왜 계속 말이 없어? 재도 아이를 찾으러 온 거 아니야?
아까랑 같아…… 네가 이유를 알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 너랑 말을 하지 않는 거야.
젊은 농부는 땅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고개를 비스듬히 들고 점점 낮아지는 먹구름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먹구름의 그림자가 나무, 도로, 버든비스트, 스톡비스트와 사람을 뒤덮어 버렸다.
오, 너희 이제 피곤하구나? 그럼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할까?
싫어! 나 완전 집중해서 듣고 있던 거야!
쉿, 저쪽에 동생들 자고 있으니까 좀만 작게 말하자.
소만, 그 잃어버렸다는 아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나한테만 살짝 알려줄 수 있어?
나를 로도스 아일랜드로 데려갔던 의사 언니가 내 눈은 엄마를 닮았다고 말해줬어…… 그 아이도 자기 엄마 아빠를 닮았을까?
사람 말까지 하는 스톡비스트잖아. 그런 스톡비스트가 낳은 아이는 어떤 생김새여도 이상하지 않아…… 어차피 이야기일 뿐이니까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마.
싫은데! 신경 쓰인다구!
쉿…… 뒷이야기를 더 듣고 싶지 않아? 분명, 조금만 더 듣다 보면 아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게 될 거야.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아까 분명 나한테 해결할 방법이 있다고 큰소리치지 않았어?
잠깐만, 지금 방법을 생각 중이야. 원래대로면, 지금쯤 그녀가 나타나야 하는데……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기다리긴 뭘 기다려? 하늘은 우리 사정을 봐 가면서 비를 내리지 않는다고!
조금만 더 기다려줘!
방법이 없으면, 그냥 가서 채찍을 가져와야겠어…… 정말 미안하다!
왔다, 왔어! 저기 좀 봐봐!
길 저쪽 편에서 한 신선이 걸어왔다.
손에는 돌피를 쥐고 있었고, 바지 자락에는 진흙이 좀 묻어있는 것 같았다.
곡물 창고에 가려는 거니?
네, 맞습니다! 곧 비가 올 것 같으니 빨리 가야 해요. 그런데 신선님, 이것 좀 보세요……
저 먹구름 말이야? 걱정하지 마, 비는 내리지 않을 테니까.
게다가 그렇게 서둘러 갈 필요도 없어…… 이 앞의 길은 다 무너졌거든.
길이 무너졌다고요? 그게 대체 무슨 말입니까, 지금은 산사태가 날 계절도 아닌데.
그래서 더 대비하기 더 힘들었지. 아마도 몇 년 전에 산이 갈라지면서 생긴 상처가 이제야 터진 것 같아.
……너희가 길을 막아선 게 오히려 이 농부의 목숨을 구한 셈이네.
음메.
너희…… 길이 무너질 걸 이미 알고 있었던 거야?
응.
이게 네가 말한 다른 이유야?
그런 것도 있지. 우리가 도와야 할 사람은 저 농부 하나만이 아니거든.
……
그래, 이젠 너희도 앞길이 위험하단 사실을 알았으니, 우리는 이만 가볼게.
잠깐만! 다른 이유를 알게 됐는데도 왜 저 버든비스트는 여전히 말을 하지 않는 거야?
말하지 않아도 알아들을 수 있는 말도 있단다.
……
쟤들…… 그냥 이렇게 가는 거야?
농부는 자기 머리를 한 대 쥐어박고는 짐칸으로 뛰어가 곡물을 한 움큼 집어들고서 버든비스트와 스톡비스트를 쫓아갔다.
잠깐만! 정말 고마워!
후…… 후우, 보기엔 엄청 천천히 걸어가는 것 같은데, 어째서 따라잡지 못하는 거지?
한번 떠나버리면 따라잡을 수 없는 법. 세상만사가 그런 거니 아쉬워할 필요 없어.
봐, 먹구름도 사라졌어. 내가 거짓말한 게 아니지?
어느새 먹구름은 사라지고 햇빛이 그 자리를 메웠다.
농부는 무릎을 짚고 숨을 헐떡이면서도, 손에 든 곡식을 한 톨도 흘리지 않은 채 꽉 쥐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짐칸에서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 새끼 짐승 한 마리가 머리를 내밀더니 곧이어 짐칸에서 뛰어내렸는데, 생긴 게 먹구름 같았다.
잠에서 막 깬듯한 새끼 짐승은 무의식적으로 몸 여기저기 붙어 있는 짚을 털어냈다. 그 아이는 자신이 어째서 여기 있게 된 건지 전혀 알 수 없었다.
……!
엄마 아빠 냄새가 나! 우리 엄마 아빠는 지금 어디에 있어?
스톰 클라우드비스트가 짐차 주위를 몇 바퀴 돌고 여러 번 뛰어올랐다.
엄마 아빠는? 여기는 어디야?
너는…… 둥글이?
너 나를 알아? 이상해, 낯이 익어, 우리 만난 적 있어?
네가 왜 짐칸에 있던 거야?
나도 몰라, 그냥 날씨가 좋아서 볏짚 더미에서 한숨 잤어.
한숨 자고 일어나니까 엄마 아빠가 사라졌어! 근데, 나 확실히 엄마 아빠 냄새를 맡았어!
네 엄마 아빠는 방금까지 여기 있었어! 아직 멀리 가지 않았을 거야, 저기 봐!
저게…… 뭔데?
네 엄마 아빠잖아!
엥?
나…… 못 알아보겠어. 난 엄마 아빠 냄새만 기억해……
못 알아본다고? 어떻게 못 알아볼 수가 있어?
네 눈이 이렇게나 동그란데, 저 스톡비스트랑 완전 똑같잖아.
기억 안 나!
네 엄마 아빠는 널 기억하던데…… 네가 어렸을 때 울거나 떼를 쓰지도 않고, 늘 엄마 아빠 뒤를 따라다녔다고 했어.
비틀비틀하면서도,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꾸준히 나아갔다고 했어.
네가 엄마 아빠 어깨 위에 앉을 때는 혹시나 부모님이 아플까 봐, 언제나 발을 어깨에 살포시 걸쳐만 놓는다고도 했고.
나 맞는데…… 그거 나 맞아!
스톰 클라우드비스트는 거의 울 것처럼 안달이 나서는 제자리에서 뺑뺑 돌았다.
그렇지만, 나는 엄마 아빠를 몇 년 동안이나 본 적이 없어!
저기, 저기 좀 봐! 저게 바로 네 엄마 아빠야…… 내가 너를 네 엄마 아빠한테 데려다 줄게, 알겠지?
스톰 클라우드비스트가 소만의 품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소만은 숨을 잠시 고른 후, 노을 아래의 버든비스트와 스톡비스트를 향해 힘껏 달려갔다.
동시에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잠시만!
너희 아이를 찾았어!
말이 없던 버든비스트는 소만의 목소리를 들은 듯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기다렸다.
소만은 더 빨리 달려 조금이라도 일찍 스톰 클라우드비스트를 버든비스트에게 데려다 주려고 했다.
하지만 이게 웬걸, 소만이 아무리 기를 쓰고 달려도 버든비스트와의 거리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소, 소용없어. 넌 따라잡지 못할 거야.
엄마 아빠는…… 이미 가버렸어.
하지만, 그 버든비스트는 분명히 떠나지 않은 채, 계속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힘이 그만 다 빠져버린 소만은 어쩔 수 없이 멈춰 서서 숨을 크게 내쉬었다. 석양 아래 있는 모든 이의 길고 가는 그림자가 마치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먹물 자국 같았다.
나한테 맡겨.
뭐?
나는 둥글이를 엄마 아빠한테 데려다 줄 수도 있고, 둥글이가 엄마 아빠를 알아보게 할 수도 있어.
너, 진짜 신선이야?
신선이 어디 따로 있겠어. 우린 다 똑같아, 마음먹기 문제지.
내 말이 맞지, 때마침 지나가던 아가씨?
마음만 먹으면…… 마음만 먹으면 들을 수도 있고, 알아볼 수도 있다는 거지?
그럼, 둥글이는 너한테 맡길게.
안심해, 내가 약속할 테니……
왜 그냥 돌아왔어? 그 아이는?
그 신선에게 맡겼어. 신선이라면 분명 둥글이를 엄마 아빠 품으로 돌려보낼 수 있을 테니까.
그나저나…… 네 차 좀 얻어 탈 수 있을까?
그래, 어디로 가는데?
어차피 비는 안 올 테니, 나도 굳이 서두를 필요 없어. 난 지금까지 왔던 길로 되돌아간 다음, 다른 길을 통해 곡물 창고로 갈 생각이야.
그럼 나도 곡물 창고로 갈래! 대황성으로 가는 방법은 나중에 다시 생각하지 뭐.
대황성? 대황성은 엄청나게 멀어. 어쩌면 가는 길에 그 스톡비스트랑 버든비스트를 또 만날지도 몰라!
소녀는 몸을 돌려 짐칸에 두툼하게 쌓인 볏짚 사이로 뛰어들더니 머리에 팔베개하고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을 보았다.
짐차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바람이 불며 볏짚이 얼굴을 간지럽혔지만, 소녀는 개의치 않았다.
햇볕에 따스하게 데워진 볏짚이 마치 늦가을 스톡비스트의 털처럼 부드럽게 소녀를 감싸 안았다.
소녀는 마치 스톡비스트 위에서 자는 것 같다고 느꼈다…… 스톡비스트? 아니, 버든비스트인가. 어쩌면 스톰 클라우드비스트일지도?
쿨……
소만, 이미 잠든 거니?
음……
신선……
이불은 왜 또 떨어트린 거야. 이불을 잘 덮어야 빨리 낫는다니까.
기억해……
엄마 아빠는…… 나를 꼭…… 알아봐야 해.
우리 소만이 키가 또 컸구나. 조금만 지나면 이 이불 가지고는 다 덮이지도 않겠어.
쿠울……
잘 자렴, 소만. 좋은 꿈 꿔.
꿈에서 깨기 전까지, 내가 계속 함께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