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조롭기를
헬레나는 개척지 사무소로 가는 차에 얻어 탄다. 누군가는 서두르고 있고, 또 누군가는 그녀가 속도를 늦추길 바란다.
등장 오퍼레이터: 제시카, 제시카 더 리버레이티드, 콜드샷
후우……
오래간만에 시원하게 달렸네!
제시카, 이 차 이렇게나 빠른데, 평소엔 왜 안 몰고 나오는 거야?
이번 카풀은 잘 탄 거 같아, 아쉽지만 개척지 사무소에 도착하고 나서는 각자 갈 길을 가야겠지. 아니면 날 먼저 캠프에 데려다주고 난 후에 네 단독 임무를 수행하는 건 어때?
이 빨간 표시등은 무슨 뜻이야? 빨리 좀 봐봐…… 어라, 제시카, 너 얼굴이 왜 이렇게 창백해졌어?
삼……
삼단 기어? 안돼, 그것도 너무 느려.
이, 일……
……
헬레나 씨……
보인다, 거기야. 변속기가 고장 났네.
점퍼 연결하고, 스패너 몇 바퀴 돌리면 2분도 안 걸릴 거야.
네……
좋아, 얼굴 찌푸리지 말라고. 네 임무가 급한 건 알지만, 그렇다고 나 때문에 중간에 지체된 건 아니잖아.
만약에 진짜 네 가이드에 있는 속도 지침대로 운전했으면, 우린 지금 절반도 못 갔을 거야.
안전 운전 가이드의 속도 지침은 도로의 상황, 기후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서 추산되는 거니…… 참고할 만한 가치는 있어요.
넌 이렇게 빠른 차로 메탈 크랩보다 더 느리게 달리려는 거야? 내 덕분에 시간을 많이 절약했잖아, 네가 차 수리 열몇 번을 하고도 남을 시간이라고.
저요? 설마 저보고 수리하라는 말씀이세요?
황야의 규칙: 다른 사람의 주머니 속 사정은 가능한 묻지 말고, 다른 사람의 보닛 아래는 가능한 만지지 마라.
그리고 봐, 수리하는 방법은 이미 네게 말해줬잖아. 보안관으로서 자신의 차를 타인에게 수리를 맡기다니, 그럴 순 없잖아?
하지만, 분명……
됐고, 빨리 스패너나 들어. 너 바쁜 거 아니었어? 이 황야는 그리 오래 머물기 좋은 곳이 아니라고. 사무소 앞에 있는 술집에 도착하면, 내가 거기서 가장 좋은 술을 사줄게.
안 돼요, 이따가 임무를 수행해야 하니 술은 마실 수 없어요.
네가 뭘 걱정하는지는 알겠는데, 그 집 술은 우리 캠프에서 빚은 것보다 훨씬 좋은 거라, 지난번처럼 네가 마시자마자 취하진 않을 거야.
그, 그런 적 없었어요!
앗, 이 부품들은 너무 헐거워져 있네요. 방금 역시 너무 빠르게 운전을……
그 말은 결국, 내가 너무 빨리 운전한 탓이란 거야? 이따가 얼마나 더 빨리 달릴 수 있는지 한번 시험해 볼까?
아하하, 헬레나 씨, 일단 앉아서 쉬고 계세요. 전 트렁크에서 부품 좀 가지고 올게요.
이게 맞지! 보안관이 어떻게 차 하나 수리 못 하겠냐고.
제시카, 왜 이렇게 트렁크에다가 부품들을 많이 넣어둔 거야! 어쩐지 아까 운전할 때 계속 무게 중심이 이상한 것 같더라니.
하지만 이것들 모두 안전 운전 가이드에 나와 있는 필요부품들인걸요. 오히려 타이어 수리 공구세트를 하나 덜 가지고 왔는데, 좀 이따 가는 길에 펑크만 안 나길 바랄 뿐이에요.
……어떻게 넌 우디한테 배지를 받은 다음부터 점점 융통성이 없어지는 거 같니.
됐고, 마음대로 잘해보렴. 난 그늘진 곳을 찾아서 주변 경치나 보고 있을 테니까, 다 고치면 불러줘.
♪그녀는 10륜 석양을 끌고, 황야의 마음으로 뛰어가네요♪
♪바람은 그녀를 찾지 못해, 그림자는 그녀를 따라잡을 수 없어♪
♪그녀는 절대 멈추지 않아, 그녀는 다시 집에 돌아가지 않아♪
엔진 꺼.
그 여자예요? 그때부터 몇 년이나 지났는데, 잘도 모습을 드러냈군요.
닥쳐봐! 지금 듣는 중이니까.
음, 그 녀석이야.
모두 함부로 움직이지 마! 잊었어?
망원경을 깨끗이 닦고, 헬레나가 어디에 숨어있는지 잘 한번 찾아봐.
찾았어, 바로 아래쪽 모퉁이 길목이야. 헬레나 말고도 차 밑에 누가 또 있는 것 같은데…… 차가 고장 나서 멈춘 건가?
공격할 거면, 밑에 있는 녀석부터 조준해.
그럼 지금은요? 기다릴까요?
기다려, 그래도 칼이랑 활을 치우진 마.
♪그녀는 절대 멈추지 않아, 그녀는 다시 집에 돌아가지 않아♪
하아, 목말라.
저기! 다 고쳤어? 이젠 늦었다고!
거의, 거의 다 했어요.
진짜 내 도움 필요 없는 거지?
대부분 거의 다 됐어요. 이제 용접한 곳을 좀 더 보강하기만 하면 돼요……
참, 헬레나 씨. 이따가…… 제가 운전하게 해 주시겠어요? 안심하세요, 제 운전면허증에는 위반기록이 하나도 없거든요!
그럼 안되지! 느린 차를 타면 난 멀미를 한단 말이야.
다시 말하지만, 난 네 차를 얻어 탄 것뿐이지, 임무를 함께하는 게 아니라고. 사무소에 도착한 다음에 네 맘대로 몰도록 해.
그렇군요. 그럼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어딜…… 좀 더 검사해야 해서요.
진짜 꾸물거리네. 예전에 캠프에서 빠릿빠릿하던 그 모습은 대체 어디 간 거야?
뭐, 그럼 난 다시 이 석양이 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고 있을게. 이 큰 바위에 앉으면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을 거 같거든.
노을빛에 황야 암벽의 빛깔이 순식간에 변하는 건, 아무리 봐도 정말 질리지 않네.
응? 저건……
이제 수리 다 되었어요, 어서 서둘러 가도록 하죠……
이런, 헬레나!
무슨 일이에요?!
어떤 더러운 놈들이, 냄새를 맡고 따라왔어.
하, 위협사격을 해도 물러나지 않네. 절벽 위에서 훔쳐보기만 하고, 내려와서 싸울 배짱은 없나 보지?
싸, 싸우시는 건가요? 좌석 밑에 총을 숨겨놨으니, 가져올게요.
기다려, 제시카…… 그럴 필요 없어.
헬레나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시선만 움직여 계속해서 저물어가는 붉은 태양에서부터 절벽 아래 옅은 자주색의 그림자까지 훑더니, 마지막으로 소매에 기름때가 잔뜩 묻은 소녀에게서 그 시선을 멈췄다.
순간 소녀의 눈에 조금 긴장감이 차올랐으나, 그 기개는 가슴에 단 배지만큼 확고하다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네 임무가 더 중요하지. 이런 벌레들에게 시간 낭비할 필요 없어.
차는 수리 끝났어?
네, 지금이라도 갈 수 있어요.
그럼 차 시동 걸고 출발하자.
네.
후우, 조수석으로 들어가려고? 설마 나보고 조준하면서 핸들까지 돌리라는 거야? 얼른 열쇠 가져가.
저요? 하지만……
이번엔 진짜 빨리 몰아야 해, 농담 아니야.
뒤쪽 절벽에서 누군가 내려오고 있어요! 타고 있는 자동차도…… 아마 개조한 것 같아요.
봐봐, 음, 괜찮아. 미적 감각이 별로라서 그런지, 개조해 봤자 네 것만큼 예쁘지도 않네.
게다가 저 황무지 도적단 녀석들, 운전솜씨가 영별로야. 이렇게 완만한 경사에서 속도를 줄이기나 하고 말이야. 넌 앞쪽으로 가는 것만 신경 써, 저격은 내게 맡기고.
저 사람들…… 혹시 알던 사람들인가요?
적이 하도 많아서, 누가 누군지 기억도 안 나. 뭐, 근데 거의 비슷해. 보통 날 먼저 건드린 건 놈들 쪽이지만.
고개 숙여!
속도 좀 내라고! 왜 이렇게 느려!
속도제한기를 달았어요!
뭐?
저…… 저 헬레나 씨가 또 너무 빨리 몰까 봐, 차에 속도제한기를 달았어요! 지금은 제한 속도 이상으로 더 빨리 달릴 수 없다고요.
……
헬레나는 갑자기 창밖으로 몸을 내밀고는 먼지가 자욱한 뒤쪽으로 에어타카 중포의 방향을 돌렸다. 흉악스럽고 날카로운 것들을 달고 있는 차의 윤곽이 드러나자마자, 그녀의 손에서 폭음이 울려 퍼졌다.
탄창이 비워질 때까지, 한발 또 한발 치명적인 금속이 모래바람을 뚫고 들어간다. 연이은 폭발 소리가 사나운 바람에 흩어졌고, 추격자의 모습은 어느덧 많이 흐릿해졌다.
저 사람들은……
녀석들은 일단 목표물을 물었다 하면 절대 놓치지 않아. 그 페달을 죽도록 밟는 게 좋을 거야. 밟을 수 있을 만큼 밟아! 나한테 무슨 규칙이니 상한선이니 하는 소리 같은 거 하지 말고!
아, 네!
하지만…… 이건 정말 위험하다고요!
지금 상황이 이런데, 아직도 기어를 바꾸고 있는 거야?
이런! 또 따라붙은 거 같아요. 속도를…… 어쩌죠? 어떡하죠?
트렁크를 열어!
뭐, 뭐라고요?
네 그 땡그랑거리는 뭉치들 있잖아, 무거운 그 부품들!
트렁크를 열어서, 모두 버려버려!
빨리…… 날 믿어!
차량의 트렁크 덮개가 돌연 튀어 올라가자, 커다란 합금 공구함 몇 개가 지면으로 세차게 내동댕이쳐지더니, 이내 부서지고, 튀어 오르고, 나뒹굴며 모래 먼지 속으로 향했다.
심각하게 변형된 자물쇠는 더 이상 날카로운 분노를 막을 수 없었고, 반짝이는 나사와 송곳, 스패너가 서로 뒤엉키며 마치 강철비가 내리듯이 공구함의 틈새로부터 쏟아져 나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분 좋은 소리가 들려왔다. 금속과 금속이 서로 부딪히며 내는 쟁쟁한 소리, 타이어가 자갈에 마찰하며 나오는 날카로운 소리, 그리고 당황하는 외침과 욕설까지.
효과가 좋은 것 같아요!
아직 부족해, 버릴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버려서 놈들의 차 앞을 박살 내! 내가 할게!
이 상자는 뭐지?
제가 후방 지원부에서 뽑은 안전 운전 매뉴얼이에요, 가지고 가야……
네가 직접 뽑은 거였어? 게다가 한 상자씩이나? 싹 다 버려!
그리고 이 방패……
이건 안 돼요!
당연히 안 되는 거 알지! 그리고 이 좌석 시트들……
빌어먹을, 뒷좌석 시트가 모두 나사로 고정되어 있잖아, 스패너 좀 줘!
스패너…… 몽땅 버렸잖아요! 하나도 없어요.
이걸로 해볼게요!
제시카는 한 손으로 핸들을 단단히 잡은 채, 다른 한 손으로 권총을 뽑더니 몸을 돌려 굵은 나사를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팡! 차의 새시에 구멍이 생겼고, 나사와 뒷좌석 시트는 차 밖으로 나동그라졌다.
다음부터는 미리 말해줘, 귀청 떨어지는 줄 알았네.
죄송해요, 방금은 너무 급해서……
차내에서 총성이 나는 것도 네 안전 지침 어쩌고에 안 맞는 거 아냐? 하지만 조준은 아주 정확했어……
차 새시의 부품 장치들 피해서 한 거 맞지?
제시카는 우물쭈물 대며 답하지 못하다가, 입술을 꽉 다물고 헬레나를 향해 결연한 눈빛을 빠르게 보냈다. 헬레나는 그녀의 의도를 바로 이해했다.
차에 있는 모든 부품이 헐거워지기 시작했고, 소름 끼치는 나사의 마찰음과 함께 고철 덩어리가 하나씩 사방으로 떨어져 나가더니, 균열이 생긴 곳을 통해 날아갔다.
서둘러 탄약을 장전하세요…… 더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잠깐, 방금 진동이 끝나니까, 왜 속도가 갑자기 빨라진 것 같지?
무게가 많이 줄었다고는 해도, 이렇게 빨라질 정도는 아닌데…… 속도제한기는? 혹시 그것도 너 때문에 떨어져 버린 거 아냐?
……
……아뇨.
제시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고개를 저었다.
고개를 돌리자, 제시카의 이마에 맺힌 촘촘한 땀방울들이 가장 먼저 헬레나의 눈에 바로 들어왔다.
계기판의 바늘은 최대치에 멈춘 채 떨고 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핸들을 쥐고 있는 제시카의 두 손도 벌벌 떨리고 있었다.
……제시카?
페달…… 끝까지 밟았더니, 걸려버렸어요…… 브레이크도 고장 난 거 같아요.
아까…… 브레이크 라인도 아마 같이……
우와아아!
헬레나의 표정이 잠시 굳어졌지만, 이내 그녀는 지금 일어나는 모든 것들이 웃기게 느껴졌다.
하하, 하하하하…… 정말 짜릿한데!
이 질주를 즐기자고, 제시카! 안전 운전 같은 건 잊어버려, 길 같은 것도 잊어버려!
네? 잊어버리……
뭘 멍 때리고 있어? 기세 올려! 이 찰거머리들을 뿌리쳐버리고, 이놈들마저 다 잊어버리자고!
네!
저희를 따라잡을 수 없을 거예요!
걔네는 네 후미등도 볼 수 없을걸!
후미등은 없어진 지 오래됐긴 했지만…… 뭐, 틀린 말은 아니네요!
잘했어! 지금 이 순간의 느낌을, 이 끓어오르는 감정을 기억하라고!
이건 우디가 너에게 가르쳐 줄 수 없는 거야, 이건 바로 너만의 인생이라고! 바람처럼, 석양처럼!
뭔지 알 것 같아요!
어느 누구도 네가 어느 길로 가건 참견할 수 없어, 핸들이 네 손에 있기 때문이지!
지금 네 눈에 보이는 길이 바로, 네 넓은 미래인 거야!
네?
……제 미래가, 절벽인가요?
뭐라고?
늦었어, 차에서 뛰어내려!
사장님, 일어나 봐. 장사 안 할 거야?!
누가 감히 나를 깨우는 거야……
아! 헬레나, 오늘은 일찍 왔네. 어째 얼굴에 온통 먼지투성이네?
도적단에게 쫓겨 달아나다 차가 망가지는 바람에 죽다 살아났어. 내 꼴이 이렇게나 엉망인데, 이 정도면 사장님이 간직하던 이십 년 숙성 주를 꺼내 두 잔 따라줄 만 하지?
여기 어떤 술이 있는지 아직도 몰라? 지난달에 숙성한 거 있으니, 카운터에 가서 꺼내 드셔.
그럼, 난 이 낯선 아가씨랑 이야기해야겠어.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전 물 한잔이면 돼요.
할아버지? 내가 그렇게나 나이 들어 보이나! 흥, 헬레나만 아니었으면……
죄, 죄송해요!
그만 놀려, 내가 여기까지 살아서 온 것도, 다 이 아이 덕분이라고.
여기 얼음은? 이 술을 얼음 없이 어떻게 마셔?
제빙기가 고장 난 지 거의 일주일이 다 됐어, 네가 좀 자주 왔으면 진작에 알았을 텐데 말이야.
난 지난주에 황무지에 없었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느라 다리가 다 끊어질 것 같은데, 아무도 마음 아파해주질 않네.
이렇게 하자, 문 앞에 묶어놓은 버든비스트를 내게 주면, 내가 제빙기를 수리해 주지. 어때?
그럴 바엔 그냥 둬, 빨강이는 건들지 마.
이런! 벌써 시간이…… 헬레나 씨, 얼른 사무소에 돌아가야 해요!
안심해, 생각이 다 있으니까. 술 한잔하고 다시 얘기하자.
아직 술 마시면서 쉴 때가 아니라고요.
술은 언제 마셔도 좋은 거야, 맞지? '할아버지'?
내숭 좀 그만 떨어. 술이란 건 말이다, 마시고 싶은 사람은 시간을 따지지 않고, 마시고 싶지 않은 사람은 밤이 될 때까지 마시라고 해도 단 한 방울도 마시지 않는 그런 거야.
이 술은 내가 살게, 제시카. 네가 마시든 마시지 않든 상관없어, 어쨌든 내가 여기서 제일 좋은 술을 사준다고 했으니까 사는 거야.
여기에서 북쪽으로 묵묵히 이십 분만 걸어가면 개척지 사무소에 도착할 수 있어. 심지어 네가 임무를 수행하러 가기 전에 얼굴을 씻을 수 있는 시간도 있을걸.
그럼 헬레나 씨는요? 정말 저와 같이 안 가실 거예요? 그 도적단……
걱정할 필요 없어. 이 술집은 꽤나 안전하고, 도적단은 들어올 수 없거든.
그건 맞아, 이 술집이 바람하고 비는 안 막아도, 도적단 놈들만은 막아준단다.
원래는 갈 때 네 차에 얻어 타려고 했던 건데, 이제는 차도 없으니까, 뭐 각자 갈 길 가야지. 넌 네 임무를 수행하러 가고, 난 한잔 마시고 캠프로 돌아가고.
게다가 그 도적단 쉽게 그만두지 않을 거야. 나랑 같이 있다는 이유로 또 걔네한테 말려들면, 시간이 더 지체되지 않겠어?
하하, 헬레나 혼자서도 그 세상 물정 모르는 녀석들은 충분히 정리할 수 있지. 오히려 아가씨가 같이 있으면 거슬릴 수도 있을걸?
그런 거군요……
하지만 헬레나 씨, 전 제가 짐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전 캠프의 보안관이고, 애초에 그 도적단을…… 처리하는 게 제 일인 걸요.
아이고, 누가 너보고 짐이 된다고 했어? 여러 해 동안 개척지에서 혼자 다니는 게 익숙해지다 보니, 오늘에야 겨우 어렸을 때의 감각을 되찾았단 말이야.
만약 나 때문에 네 임무 기한이 지나게 된다면, 마음이 도저히 편하지 않을 거 같아. 그러니 가서 네가 해야 할 일을 하도록 해. 나로 인해 생긴 번거로운 것들은, 내가 처리하면 되니까.
설마 내가 그 애송이들을 처리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헬레나 씨 말이 전부 맞는 것 같네요.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면, 저 또한 마음이 불편할 거 같아요.
불편할 건 또 뭐야. 보안관이 된다는 건 너 스스로를 틀 속에 가두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야.
책임이니 신뢰니, 빚이니 보호니…… 우디가 하루 종일 이런 거 입에 달고 사는 거 본 적 있어?
헬레나 씨, 저는……
근데 그건 그 녀석 말수가 적은 탓도 있긴 하지. 에이, 딴소리했네. 아무튼 오늘 아무것도 신경 안 쓰고 페달을 끝까지 밟았을 때, 기분이 어땠어?
제시카, 넌 원래 규칙 밖의 선택을 할 자격이 있고, 그럴 가치도 있어.
아직 이렇게나 어린데, 무엇을 하던 너 스스로 하고 싶은 걸 해야지, 날 포함한 다른 사람이 너보고 하라고 했다고 해서 그냥 하는 건 아니라고 봐.
어리구나…… 어린 건 좋지…… 에이, 사장님! 술에 얼음이 없어서 정말 안 넘어가잖아. 정말 나한테 제빙기 수리 안 맡길 거야?
안 해, 절대로! 내가 마시는 것도 아닌데!
정말 어이없네, 도와주려고 오히려 사정을 하고 있다니. 어휴, 몇 년이나 지났다고, 이렇게 쌀쌀맞게 대하는 건지.
제빙기라면, 제가 한번 수리해 볼게요. 시간도 괜찮을 거 같아요. 그냥…… 쉴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해서요.
돈 벌었네, 이 아이가 수리 기술은 나 못지않거든.
그래, 그럼 날 따라오도록 해.
……
슬슬 정리해야겠어.
휴…… 이제 쓸 수 있어요, 사장님. 네, 세게 때리지만 않으면, 계속 쓰실 수 있을 거예요.
이 솜씨는 도대체 누구한테 배운 거야! 낡은 신문지와 유리조각이 이렇게 쓰일 수 있다니? 헬레나, 맞춰봐…… 헬레나? 어디 갔지?
헬레나 씨가 술값을 컵 밑에 깔아놨어요…… 정말 한 모금도 안 마셨네요, 그렇게 맛이 없으셨나?
켁켁! 콜록콜록, 매워라!
녀석, 정말 칼같군. 아니지, 이거 두잔 값이 넘어가는데, 오히려 더 많이 냈잖아.
이상하네, 평소에 팁도 이렇게 후하게 내지도 않는 녀석이, 설마……
제길, 빨강아!
헬레나! 빨강이 털 하나라도 빠지게 했다간, 앞으로 술값 두 배로 받을 거야! 전부 다!
제시카와 술집 사장은 문밖으로 뛰쳐나갔고, 버든비스트를 타고 멀어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노을빛은 그들의 복잡한 표정을 천천히 부드럽게 다림질했다. 광야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 속에서 어렴풋이 휘파람 소리와 노랫소리가 뒤섞여 들려오다가, 돌연 흩어져 사라졌다.
♪그녀는 10륜 석양을 끌고, 황야의 마음으로 뛰어가네요♪
♪바람은 그녀를 찾지 못해, 그림자는 그녀를 따라잡을 수 없어♪
♪그녀는 절대 멈추지 않아, 그녀는 다시 집에 돌아가지 않아♪
♪오직 총알과 독한 술만이, 그녀를 따뜻하게 해♪
♪오직 총알과 독한 술만이, 그녀를 따뜻하게 해♪
아직 못 찾았어?
없어요, 타이어 자국이 절벽 앞에서 없어졌어요. 발자국도 일부러 지워버린 것 같아요.
*컬럼비아 욕설* 그 년, 이번 생엔 내 눈앞에 다시는 안 띄는 게 좋을 거야.
오늘 이대로 끝내자고요?
아니면 어쩔 건데? 누가 그 녀석을 따라잡을 건데?
잠깐! 저기! 망원경에 보입니다!
몇 명이나 같이 왔어?
그 여자 혼자, 버든비스트에 타고 있습니다. 근데……
응?
……망원경 너머로 이쪽에 손짓하는데요.
대장, 아무래도 우리가 저 여자를 찾은 게 아니라, 저 여자가 우리를 찾은 거 같아요.
자, 도망쳐봐. 너희들의 앞날이…… 순탄하길 빌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