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스톰워치 · 에피소드 9

9-8잿더미 속의 시

메인 스토리브릿지2022-03-17

더블린의 '리더'는 연회 정보를 유출한 여인을 처형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아르모니


더블린 병사

리더, 찾았습니다.

'리더'

좋아, 데려와.

시엘샤

뭐 하는 거야! 놔! 놓으라고!

'리더'

네가 연회 소식을 빅토리아 군대에 전해 줬지?

시엘샤

뭐? 그걸 어떻게……

시엘샤

잠깐만, 그럼, 다…… 당신이 그 사람이야?! 편집장이 말했던 그 사람……

시엘샤

그들이 말했던 것처럼, 전쟁을 일으켜 우리를 이끌고 억압자들을 전부 몰아낸다고?

시엘샤

아니…… 당신은 죽음을 가져올 뿐이고…… 우리의 터전은 폐허가 될 거야, 지금처럼.

시엘샤

당신이 이 모든 것의 원흉이야!

'리더'

……

'리더'

내가 가져다주는 건 오직 승리뿐이다.

'리더'

하지만 시엘샤 켈리, 너는 우리 동포들이 가진 너에 대한 믿음에 깊은 상처를 입혔다.

'리더'

큰 뜻을 품었던 많은 사람이 네가 배신을 하는 바람에 적의 감옥에 갇힐 뻔했고, 수많은 전사들이 승리의 영광을 맞이하지 못 할 뻔했다.

'리더'

너는 반드시 네가 한 행동에 대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시엘샤

그들이…… 과연 나 때문에 죽은 걸까?

시엘샤

어제저녁 그 집에 모였던 사람 중 대부분은 진심으로 당신을 맞이하고 싶어 했어. 당신이 우리에게 좋은 변화를 가져다줄 거라 믿었다고!

시엘샤

하지만 지금은 그 사람들과 이 거리 모두가 초토화되었어. 설마 내가 이 불을 냈다는 거야?

'리더'

나는……

더블린 병사

입 닥쳐, 배신자!

더블린 병사

너 같이 약해빠진 투항자가 어떻게 열사들의 결심을 이해할 수 있겠어? 그분들은 적에게 잡혀 온갖 수모와 괴롭힘을 당할 바에는 차라리 고개를 들고 리더님의 불을 맞이하는 게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더블린 병사

그들은 타라인의 복지를 위해 부득이하게 전쟁의 불길 속에서 희생한 것이라고!

더블린 병사

리더님, 선고하세요. 저 여자에게 사형을 선고하세요!

'리더'

……사형?

만드라고라

물론이지, 안 보여? 오직 배신자를 죽여야만 전사들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어.

만드라고라

그리고…… 네 주변의 현지인들을 봐봐. 가까이 오고 싶어 하면서도 감히 못 오고 있어. 저들은 우리를, 너를 두려워하고 있어. 지금이 바로 저들을 철저하게 굴복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야.

만드라고라

네가 이 반역자를 죽이게 되면, 저 사람들은 더블린을 배신하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거야.

'리더'

아무도…… 배신을 못 해?

'리더'

시엘샤 켈리, 너는 배신의 결과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시엘샤

내가…… 죽을 수도 있겠지.

시엘샤

하지만, 난 후회하지 않아. 내가 구하려고 했던 가족과 친구를 위해 죽는 거라면 난 내 선택이 옳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어…… 아무도 말리지 않는다면 더 많은 사람이 당신 때문에 죽게 될 거니까.

'리더'

……너는 용기 있는 자로군.

만드라고라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니겠지? 너 지금 배신자보고 용기가 대단하다고 한 거야?

'리더'

저 여자도 우리 동포야.

만드라고라

우리 길을 막은 순간, 더 이상 동포가 아니야.

만드라고라

이런 말을 늘어놓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지? 그녀라면 이렇게 많이 묻지도 않았을 거야. 어차피 죽을 사람인데, 네가 흔들려서는 안 돼.

만약 언니라면…… 어떻게 했을까?

다들 그렇게 물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 싫었다.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

만드라고라

빨리 해!

만드라고라

저렇게 많은 눈들이 지켜보고 있어. 네가 시간을 끌면 끌수록 우리가 더 나약해 보일 수가 있어. 누가 나약한 리더를 따르고 싶겠어? 누가 나약한 부대를 따르고 싶겠냐고?

그녀는 내게 선택권을 주지 않았다.

이 아이는 내가 죽인 첫 번째 동포가 아니었다. 그때 나는 몇 살이었지? 그녀는 나더러 우리에게 빵을 팔려 하지 않는 빅토리아 상인을 불로 태워 죽이게 했다.

당시 어떻게 했던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눈을 질끈 감고 칼을 들어 올렸지만, 결국은 탄내가 진동하는 잿더미를 찌르고 말았다.

그 뒤로부터, 재가 점점 많아졌다. 마치 이 아이처럼, 용기가 있는 사람일수록 더 빨리 타버렸다.

'리더'

……시엘샤 켈리, 난 더블린 리더의 이름으로 네게 사형을 선고한다.

'리더'

여기서 내가 직접 너를 처형할 것이다.

시엘샤

역시…… 나는 죽는 거구나.

시엘샤

……리더. 당신은 리더니까, 아무도 당신을 막을 수 없겠지. 우리 가족도 결국은 다 죽을 거야. 하지만, 한 가지만 알려줘. 우리가 과연 승리할 수 있을까?

시엘샤

언젠가 우리 타라인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날이 올까?

'리더'

……

'리더'

그럴 거야.

시엘샤

그래, 그럼 됐어. 적어도 이 순간만은, 난…… 믿고 싶어.

'리더'

다른 할 말이 더 있어?

시엘샤

불…… 당신 창 끝에서 불을 봤어. 불에 타 죽을 때 엄청 아플까?

시엘샤

아니야, 말하지 마. 듣고 싶지 않아.

시엘샤

제발 우리 엄마, 아빠에게 전해줘. 일이 끝난 후에도 그분들이 아직 살아계신다면……

시엘샤

내가 부모님 몰래 침대 머리맡의 세 번째 서랍에 돈을 조금 숨겨 놨어. 다음 달 엄마 생일 때 꽃 한 송이를 사드리려고……

시엘샤

그리고 내 가족이나 친구들한테도 전해줘, 미안하다고.

'리더'

약속하겠다.

시엘샤

흐흑…… 난 죽고 싶지 않아. 너무 무서워……

시엘샤

아…… 하…… 내년 봄이 되면 모조리 타버린 이 땅에도 버드나무 싹이 틀까……

'리더'

……

'리더'

더블린을…… 위하여!

난 이 말을…… 이미 수없이 했다.

이 말을 할 때마다 나는 가슴이 타들어 가듯 아프고 괴로웠다. 마치 창이 내 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몸속에 박혀있는 것처럼.

나는 몇 번이고 자신에게 말했다. 생명은 쉽게 불타오른다고, 그들은 모두 연료라고.

……나도 마찬가지다.

만드라고라

……하, 죽었네. 이래야 맞지.

만드라고라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라, 배신자는 이미 처형당했다고.

만드라고라

또 밀고하려는 자가 있다면, 저 여자처럼 잿더미가 될 각오를 하라고.

더블린 병사

네, 장관님.

만드라고라

그런데 너 오늘 대체 왜 그래?

만드라고라

왜 이렇게 꾸물대는 거야? 전사들이 봤다면 자신들의 리더가 반역자에게 마음이 약해졌다 생각할 거야.

'리더'

……

만드라고라

잠깐, 설마 너 진짜 마음이 약해진 건 아니지?

만드라고라

겨우 한 명일뿐이잖아. 어제 네가 지른 불은 거리의 대부분을 태워버렸다고!

만드라고라

……

만드라고라

겨우 그럴싸해진 줄 알았는데, '리더'.

내가 그럴싸해져?

대체 뭐가 그럴싸해졌는데? 난 내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신경 쓰지 않은 지 꽤 오래되었다.

어렸을 적부터 내 눈에는 그녀의 모습, 그녀의 말투, 그녀의 불밖에 없었다.

그녀는 나도 그런 모습으로 변하길 원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러니 나는 그녀의 불빛 아래에 숨어 있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만드라고라

또 넋을 놓고 있군.

만드라고라

매번 저 표정을 지을 때마다, 난 저 얼굴에 대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어.

아르모니

질투하는 거야?

만드라고라

농담하지 마. 나는 다만 텅 빈 머리로 저런 표정을 짓는 것이 꼴 보기 싫을 뿐이야.

만드라고라

왜 리더는 저 여자를 저 위치에 놔두는 거지?

만드라고라

저 타고난 얼굴만 아니면, 저 여자는 쓰레기나 다름없어. 배신자 한 명도 제대로 처형하지 못하잖아.

아르모니

그래서 네가 대신 한 거구나.

아르모니

본인도 잘 모르겠지만, 나는 똑똑히 봤어. 불길이 타오르기도 전에 저 여자애가 이미 보이지 않는 뾰족한 돌에 가슴이 꿰뚫리는 모습을.

만드라고라

참을 수가 없었다고!

만드라고라

어렵사리 이렇게 많은 돈과 권세 있는 지지자들을 모집했는데, 이 파렴치한 배신자 때문에 전부 죽거나 도망치고 말았어.

아르모니

어? 네게도 일말의 동정심이 있을 줄은 몰랐네.

만드라고라

하…… 아무리 가축이라 해도, 제 역할은 하고 죽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지금 이게 뭐야,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모두 재가 돼 버렸어.

아르모니

이렇게 시원하게 죽어줘서 어쩌면 다행일지도 몰라. 너의 그 탐욕스러운 계획 때문에 하마터면 우리까지 모두 구렁텅이에 빠질 뻔했다는 것 잊지 마.

만드라고라

나…… 난 리더와 더블린을 위해서 그런 거야!

만드라고라

리더가 자격이 없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 설령 리더가 사람들을 데려오지 않았어도 나는 힐록 카운티를 잘 관리할 수 있었어. 아니, 내가 더 잘 관리할 수 있어.

만드라고라

리더가 나를 조금만 더 신임했었더라면……

아르모니

자격이 없다고? 네 말이 틀리진 않아.

아르모니

하지만 사람이란, 주제 파악을 할 줄도 알아야 돼. 계속 자신에게 맞지 않은 위치에 오르려고 발버둥 치다가, 자칫 잘못하여 떨어지는 순간 온몸의 뼈가 으스러질 수 있어.

만드라고라

너 혹시 날 욕하는 거야?

아르모니

그럴 리가.

아르모니

가자, 저 여자만 째려보며 화내지 말고. 다음 순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의논해야 해.

아르모니

……'약탈자', '방화범', '회계사', '맹독학자', '죄수', 그리고 '달변가'. 어제저녁에 모두 통지했고 아마 지금쯤이면 다들 도착했을 거야.

아르모니

이제 시청은 우리의 것이야. 우리 지배 아래에 있는 요원과 귀족들도 적지 않아. 하지만 아직 부족해. 리더가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우리가 힐록 카운티를 철저하게 점령해야 해.

만드라고라

……쳇.

아르모니

너, 계속 그렇게 물어뜯다간 손톱이 다 사라져 버릴 거야.

만드라고라

신경 꺼.

아르모니

나중에 울면서 다시 해달라고 하지 마.

만드라고라

내가 언제 네 앞에서 울었다고 그래?!

만드라고라

……나는 그저 공로를 다른 사람에게 내주고 싶지 않을 뿐이야.

아르모니

네네, 어련하시겠어. 내가 너를 몰라? 너는 가장 먼저 리더를 따른 사람 중 한 명이야. 멀리 내다봐. 고작 힐록 카운티 하나 때문에 이렇게 마음을 졸이다니, 창피하지도 않아?

만드라고라

네 말은……

아르모니

여기 일이 끝난 후에 누군가 리더 대신 런디니움에 한 번 다녀와야 해.

만드라고라

진즉에 좀 말하지! 빨리 가자. 반나절 안에 힐록 카운티를 손에 넣어야지!

그들은 제각기 마음속에 저마다의 욕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욕망들은 기이하고 다양하여 가장 뜨거운 불로도 다 태울 수 없다.

그렇다면 내 욕망은? 나는 그저, 그저 숨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림자한테 과연 도망칠 권리가 있을까?


더블린 병사

리더.

'리더'

응……

더블린 병사

아르모니 님께서 회의에 참석하시랍니다.

'리더'

내가…… 꼭 참석해야 할까?

더블린 병사

아, 아르모니 님은 확실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만약 리더님이 도저히 참석하기 싫으시다면 리더님의 뜻을 존중하겠다고요.

'리더'

존중이라……? 아르모니가 말 한번 잘했네.

'리더'

……

'리더'

가서 전해, 전부 계획대로 진행하라고.

'리더'

모두 자신이 맡은 직책을 잘 알고 있으니, 내가 독촉할 필요는 없어.

'리더'

나는 조용하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제대로 경계하고,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않도록 해.

더블린 병사

알겠습니다, 리더.

'리더'

나는 시간이 좀…… 필요해……

'리더'

……

'리더'

이게…… 뭐지?

폐허 속에서 종이 한 장을 주웠다.

종이는 헤졌고, 네 귀퉁이가 그을려 있었다. 종이는 들어 올리자마자 반은 재가 되어버렸고, 종이 위의 글자도 애처롭게 반만 남았다.

“과연 내가 실망할 필요가 있는 걸까”

“비록 이 대지는 모두 불에 타버렸지만”

“나는 한 사람의 영혼을 보았다, 저울의 반대편에 있는”

첫머리가 빠진 시 한 편이었다.

방금 쓴 것 같은 이 글귀들은 아직 먹물이 저절로 마르기도 전에 이미 불에 타 말라붙어 있었다.

그래, 바로 나의 불에.

나의 영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