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4불타버린 조각4
신뢰에 관한 이야기
상황은 어때?
별로 좋지 않아. 아래층에 남은 마족 놈들이 얼마 안 되긴 하지만……
그래 봬도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놈들이야. 나사 하나만 있어도 싸울 방법을 수백 가지는 생각해 내고도 남을 짜증 나는 것들이지.
작전 능력은 거기서 거기지만, 머릿수는 우리가 놈들의 절반밖에 안 돼.
하아…… 그래도 "하지만!" 뭐 이런 대사는 없는 거야? 다리에 감각이 없어지려고 하는데……
있어, '하지만' 용병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난 모양이다. 적어도 바깥에 있는 일부는 그런 것 같아, 그런데 우리 건물 아래에 있는 저 무리는 어떤지 잘 모르겠다.
그건 좋은 소식이 아니잖아, 윽…… 아까 그 녀석 손 한번 맵네……
응급 처치해준 것만으로도 다행인 줄 알아. 고통을 덜고 싶으면 다른 일을 떠올려 봐.
……위쪽이 점점 뜨거워지는 것 같아, 아까부터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게……뭐랄까, 숨이 좀 막히는 것도 같고.
다른 일을 떠올리라고 했지, 엉뚱한 생각하라는 게 아니었잖아!
아미야 씨…… 아미야 씨는 괜찮을까? 그리고 그 용문의 경관도…… 한 번밖엔 보지 않았지만 두 사람이 그러니까 싸우고 있다고 생각하면…… 싸우는 건…… 누구와 싸우는 거지?
헛소리하는 걸 보니 피를 많이 흘린 게 분명해…… 잠깐, 통신이 왔다.
나다, 곧 지상에 도착한다……
……무슨 일이야? 적은?
운이 좋았어, 탑 꼭대기에서 폭발한 아츠가 화산이 폭발한 것처럼 우리가 주둔하고 있던 층을 삼켜 버렸거든. 혼란을 틈타 보초병을 몇 놈 처치한 뒤에 아래층 공터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놈들이 죽기 살기로 여기를 지킬 줄 알았는데……
아마도 다들 눈치챘겠지, 위에서 벌어지는 일이 '전술'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말이야……
잠깐…… 무슨 일이야!?
으아아악~!!!!
꽉 잡아!
마, 말도 안 돼…… 부, 불이 번지고 있잖아?! 여기에 인화성 물질이라도 있는 거냐?!
뜨거워…… 정보에서 본 것과 같아. 이건 탈룰라의 수법이야……!
멍청히 서 있지 말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 내!
윽…… 이쪽으로 가서 다른 사람이랑 합류한다! 잠깐, 다리는 괜찮은 거야?!
시선을 분산시켜!!
모든 통신 확인, 사망자는 아직 없다!
진정해. 놈들은 근처에 있을 거야. 사태를 보며 기회를 노리고 있겠지……
탑 꼭대기가 갑자기 폭발하면서 사령탑이…… 일시적으로 잠잠해졌다.
이걸 보고도 잠잠하다는 말이 나와?! 아, 아미야는? 아미야 일행은 무사한 거야?
흠…… 탑 꼭대기가 이래서 괜찮다고 생각한 건데……
어, 어쨌든……!
긴장 풀지 마, 우리에겐 아직……
……
뭐, 뭐야? 왜 다들 입을 다문 건데? 이봐……?
하늘은 왜 보는 거야? 탑 꼭대기에 뭐가……
……잠깐만! 저, 저…… 빛은? 불…… 불덩이?? 아우라라고 해야 하나? 저게 대체 뭐야?
아츠다.
……아츠?
아! 적어놔야겠다. 첫 굉음을 시작으로 화염과 고온 기류가 건물의 지붕을 덮쳤다. 탑 아래에서 육안으로 관측했을 때의 모습은 마치……
한 줄기 석양,
마지막을 두려워하지 않는 감염자의 죽음,
거대한 분노,
그리고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이 도시와 같았다.
……내가 너희보다는 덜 감성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어느 정도는 알 것 같아.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저게 바로 리유니온 지휘관의……
열기와 불이다.
하지만 열기와 불은 그렇게 무서운 존재가 아닌데 어째서……
그 빛 덩어리, 그건 아마도 한 사람…… 두 사람, 아니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의 분노일 거다……
그게 바로…… 탈룰라의 힘인가?
아니, 아마 그보다 훨씬 강할 거다. 리유니온 지휘관에 관한 정보는 다들 받아봤겠지만 지금 내가 본 것과 저 젊은 용과는 정말 매치가 안 되는군……
대체…… 저 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
……글쎄.
아미야……
사령탑 안에 다른 사람은 없지!?
아냐, 있어!
우리가 도와야 해!
잠깐! 머리 숙여!
……적들이 사령탑을 떠났다! 녀석들을 찾아!
구조 요청을 하지 못하게 여길 봉쇄해.
이, 이제 어쩌지!?
돌아가서 아미야 씨를 도와야 할지도 모르겠군……
아니……
아미야 씨…… 아미야 씨만 할 수 있는 일이야. 그녀라면 할 수 있을 거야, 반드시.
난 아미야 씨를 믿는다. 그래서 여기에 서 있을 수 있는 거다.
그리고……
그리고 유급휴가 때 같이 놀러 가 주기로 나랑 약속했다…… 지휘관이라면 약속을 지켜야지.
……좋아.
그렇다면 아미야가 무사히 돌아오기 전까지 사령탑을 반드시 사수해야 해. 적어도 닥터 켈시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우린……
헉…… 저게 뭐지? 뭔가 하늘을 갈랐어…… 저, 저건!
……너희도 들었어?! 방금 또 소리가 났다고!
……검인가? 그래, 그 용문 경관이 확실히 검을 휘두르긴 했어……
저, 저게 검에서 나는 소리라고?
……사령탑 밖의 용병은 내가 처리할 테니 너희들은 탑으로 돌아가서 남은 사람들을 데리고 파괴되지 않은 퇴각로를 확보해.
혼자서 저 많은 살카즈를 상대하겠다고?
나도 간다.
당장 돌아가라, 어서.
……로도스 아일랜드 놈들은 고작 몇 명에 불과해. 다른 팀에 작전을 마무리하라고 전해. 우린 여기에서……
최대한 빠르게 방어선을 무너뜨린다. 놈들의 죽음은 우리에게는 최고의 패가 될 거다.
서둘러!
……오케이!
무리할 것 없어, 놈들의 머릿수가 우리보다 많으니까!
……오랜만이군, 둘이서 함께 싸우는 건.
노련한 두 오퍼레이터는 약속이나 한 듯 무기를 들고 엄청난 살기를 내뿜는 살카즈를 향해 나아갔다.
두 사람은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앞쪽의 상대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렇군.
그 유급휴가 얘기 말인데, 너희 둘 혹시, 짐 들어줄 사람 필요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