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8-1분노, 황야로 흘러나간
잔인함과 악랄함은 일상이 되었고, 사람들은 도덕을 명분 삼은 심판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으며, 옳고 그름을 가르지 않았고, 선악은 사라져 버렸다.
여기로군.
……탈룰라…… 이번 일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감염자 견인차가 실종된 지 벌써 몇 개월이나 됐어. 감시팀에게 저지당했겠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시신이라도 찾아서,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고 싶어.
정찰대원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들이 실종된 곳은 대략 이쯤일 거야.
……
탈룰라! 관둬, 그런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마.
그런 적 없어.
양심도 없는 놈들은…… 무시해 버려!
저 녀석들은 애초부터 설원을 벗어날 각오가 되어 있지 않았어! 함께 싸웠다면서, 어떻게 네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도 모를 수 있지?!
탈룰라, 날 믿어. 우린 모두 널 따를 거다!
불드록카스티 대위님도 우르수스 제국의 군인이었지만 우리의 가장 듬직한 전사라는 걸 모두 알고 있다. 모두가 그분을 따른다!
글쎄. 단지 패트리어트가 너무 강하고 너무 굳건해서 믿지 않는 사람도 감히 말을 못 하는 것일 수도 있지.
신뢰가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야. 패트리어트를 따르던 사람들이 모두 죽은 뒤에도 과연 그런 믿음을 보여줄 수 있을까?
소문은 사람을 무너뜨리지. 소문이 돌기 전에는 결백한 사람도, 의심스러운 사람 모두 결백해.
하지만 소문이 퍼지는 순간, 아무도 결백하지 않게 돼.
하지만 네 출신이 또 무슨 상관이야? 네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데!
괜찮아, 그럴 것 없어.
게다가 아직 피를 흘린 것도 아니니까.
후우…… 그렇게 말하지 마.
혼자 갈 셈이야? 파우스트는 요새 활을 다루는 무리를 따라다니던데, 성장이 무척 빨라. 유격대가 없으면 그들과 같이 가는 것도 괜……
다른 감염자를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싸움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다른 동료들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싸우는 거야. 최초의 목적을 잊어선 안 돼.
가장 중요한 건 사람들의 목숨이니까.
그런 생각을 계속 알려야 해.
그럼…… 부디 조심해라.
안심해, 현지인을 만나보려는 것뿐이니까 별문제는 없을 거야.
인근의 작은 마을
……
(예전의 나라면, 곧장 마을로 들어가 물어봤겠지.)
(언제부터 이렇게 변한거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이리저리 숨어다니고…… 불신과 경계가 점점 적개심으로 변하기 시작했어.)
(난 뜻밖의 일이 벌어지는 게 두려운 걸까, 아니면 비극이 재현되는 게 두려운 걸까……?)
(피폐한 마을이구나. 올해 수확이 좋지 않았나 보네, 모두 지쳐 보여.)
(이상해, 오랫동안 이주한 적 없는 마을인데 견인차 바퀴 자국이 마을 어귀에 가득해.)
(작업장의 폐자재…… 이건 마을에서 버린 오래된 견인차가 아냐. 인증박스도 보이지 않고. 마을의 차량이라면 인증박스를 가져가지 않아도 될 텐데……)
(곧 밤이 될 거야. 쓰레기장에 가보는 게 좋겠어.)
(뭔가 이상해. 일반 쓰레기 외에 다른 쓰레기가 보이지 않아.)
(다 쓴 오리지늄을 처리하는 기계가 한 대도 보이지 않아. 쓰레기장이 아니라면 어디에 둔 거지?)
(겨울이면 흔히 볼 수 있는 지푸라기나 워밍 그라스도 보이지 않고… 혹시 식량에 문제라도 있는 걸까?)
(……아니…… 아니야. 전부 다 태워버린 거야. 아무래도 식량 창고로 가봐야겠어.)
(어떻게 된 거지? 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바닥에 쌓여 있는 오리지늄 가루들…… 울퉁불퉁 파인 바닥……)
(앗, 이건 긁힌 흔적! 창고 문에 긁힌 흔적이 있어……)
아……!
뭐하는 놈이냐?!
탈룰라가 뒤를 돌아보았다.
탈룰라의 옷차림을 본 우르수스 농민이 들고 있던 삽을 내려놓았다.
……어찌 된 겁니까? 마을에 오셨으면서 어찌 말 한마디 없으셨습니까?
……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것 같은데…… 헌병이신가요?
아니면 세금을 걷으러 오신 겁니까? 오리지늄세와 식량을 조세관에게 납부한 터라 더는 드릴 것이 없습니다.
감염자를 조사하러 왔다.
아, 감염자 말입니까? 저희 마을에는 감염자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감염자가 이곳을 지나간 적이 있나?
없습니다.
소식을 듣고 왔다. 확실히 이곳을 지나간 감염자가 있어. 신중히 말하는 게 좋을 거야.
이거 참…… 역시 그냥 넘어가진 못하겠군요.
망할 놈들, 자신들이 이곳을 지나간 건 아무도 모를 거라고 했는데.
……
그러니까 확실히 있었다는 거로군.
예, 끔찍한 무기를 들고 있었습니다. 그 바람에 어찌나 놀랐는지!
놈들에게 저항할 수도, 놈들을 막을 수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저희 식량까지 빼앗아 가버렸지 뭡니까. 악행을 일삼는 감염자 놈들을 꼭 잡아 주십시오……
(아니야……)
아니야……
그게 아니잖아!
(어떻게 감히 그런 말을 할 수 있지?)
어떻게 그런 말을……
(어떻게 그런 말을!!)
뭐, 뭐야?
왜 그러십니까?
(그들의 울부짖음을 들었잖아!)
(살려달라는 절규를 들었다고……)
(손톱으로 창고의 문을 긁어내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왜, 왜 그러십니까……
설마 귀신에 홀린 건 아니시죠?
이봐, 이리들 와봐!
이 사람 본 적 있어? 어디에서 온 사람인지 알아?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야!
……그러게 말이야! 마스크도 안 쓰고…… 감염자 조사원이라면서 어떻게 보호장비도 없는 거지?
당신, 정체가 뭐야?!
……
누구냐고 물었잖아!
감염자.
뭐?
너희들에게 죽임을 당한 사람들과 같은, 감염자다.
……
우리 탓이 아니야.
너희가 여기에 가두는 바람에 모두 죽고 말았다.
그래서 어쩌라고? 우리도 식량이 떨어졌는데!
그들을 쫓아내거나 마을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랬다면 그들을 공격하고 죽였더라도 난 별말 안 했을 거다.
하지만 너흰 그들을 속여서 텅 빈 창고에 가둔 채 산 채로 굶겨 죽였다.
아츠조차 쓰지 못할 만큼 그들은 굶주렸겠지…… 그들은 구걸하듯시피 이곳에 온 거다. 너희들을 공격할 생각도, 맞설 힘도 없는 평범한 자들이었다.
감염자 주제에 어디가 평범하다는 거야?!
귀 씻고 똑똑히 들어, 이 더러운 감염자야…… 자신이 얼마나 추악한 존재인지는 알고 있겠지?
너희는 창고를 폐쇄하고, 오리지늄 결정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들의 시체와 말라버린 오리지늄을 함께 처리했다……
그들에겐 가족과 배우자가 있었다, 가고 싶은 곳도 있었겠지…… 그런데 이제는 시체조차 남지 않았다. 감염자들은 원래 시체를 잘 남기지 않지만, 지금은 불타버린 한 줌의 잿더미조차 어디로 날아갔는지 알 수 없게 됐어.
우리라고 별수 있겠어? 우리도 헐벗고 굶주린 채 비참하게 살고 있다고!
왜 그들을 속인 거지?
……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감염자가 무슨 짓을 할지 누가 알아? 우리는 또 뭘 할 수 있는데?
핑계 대지 마. 너흰 그들의 굶주린 모습을 봤다…… 심지어 그들이 장비조차 없는 상태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
그런데도 너희가 그렇게 한 건…… 그게 가장 편했기 때문이겠지.
너희는 처음부터…… 큭, 아니……
이곳을 찾아온 게 감염자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었더라도, 너희는 똑같이 그랬을 거다.
……
(없애버려야겠어, 가서 보초병 불러!)
……
네 모든 걸 쏟아부었던 대륙이 널 원치 않는다는 걸 직접 보게 될 거다.
아니, 아니야.
……
그래서 어쩌겠다는 거냐? 이미 엎질러진 물 아닌가. 내가 사과하지, 감염자 나리.
예전에 여길 왔던 녀석들처럼 당신도 못 본 걸로 해줄 수 있다…… 이대로 가기만 하면.
그들을 뭐라고 생각하지?
어? 그야 당신이랑 똑같은 사람이라 생각하지.
그들을 약자로 여겼으니, 나 역시 반항할 줄 모르는 약자로 보겠군.
……윽…… 요, 용서해 주십시오! 저흰 그냥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아서……
그들이 살려달라고 할 때 어떻게 행동했지?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는 걸 보게 될 거다.
아니.
난 너희같이 비열한 인간들을 증오한다.
너희 같은 인간들이 이 땅에 살아 있는 한, 이 땅은 영원히 평온할 수 없어.
감염자 감시관도 이곳에 오지 않은 지 삼 년은 족히 된 것 같군.
이곳 마을을 소유했던 귀족들이 대반란 중에 숨을 거두고 혼란한 상황이 벌어지자, 아무도 마을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겠지.
그런 상황에서…… 너희는…… 자연스럽게…… 너희와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는 사람들을 죽였다.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었더라면…… 그들을 보내줄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들이 죽어갈 때까지 모두가 그들의 절규를 모른 척했다.
양심이 있었더라면 그렇게 악랄한 짓은 저지르지 않았을 거다.
너희들을 증오한다.
네가 존경하던 모든 것이 외면당하는 것을 보게 될 거다. 생명과 존엄, 이념 모두 의미를 잃게 될 거다.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