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8-9만남, 늘 이별이 함께하는
감시팀이 서쪽에 있다는 것을 안 알리나는 물자를 교환하기 위해 동쪽 마을로 향하게 된다. 그녀가 떠난 뒤, 탈룰라는 거래했었던 서쪽 마을이 수색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감시팀을 매복 공격하기로 결정한다.
훼이지에에게
얼마나 더 가야 할지 잘 모르겠어.
가끔 윈터 페더들의 맑은 울음소리가 들려, 그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곧 봄이 온다는 의미일까?
아직 꽤 춥지만, 이제 곧 따뜻한 봄이 찾아올 거야.
3주 만에 감염자와 물자를 교환하겠다는 마을 두 곳을 더 찾아냈어.
그들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버려진 거주지에 캠프를 세웠어. 그곳은 연료가 넉넉한 편이라 한동안은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나무뿌리는 정말 맛이 없더라. 영양이 풍부하다는 어르신의 말을 더는 듣고 싶지 않아.
12월 7일
이 길이 어디로 통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 종착지에 우린 반드시 가야 한다. 설령 내가 가지 못한다 해도 옐레나와 알리나, 그리고 이노는…… 분명 갈 수 있을 거다.
문제는 우리 발아래 놓인 길이 선명하지 않다는 거다.
그들이 우리를 거절할 수 있을까? 우리도 그들에게 너무 많은 환상을 심어주면 안 되겠지.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는 건 좋지 않아. 우르수스 제국은 빵과 이불을 약속하며 자신들의 폭행과 거짓말을 덮어버렸지. 속임수는 또 다른 통치의 시작이야.
그들이 우리를 싫어할까? 아마 그럴지도. 북툰드라 사람들도 안락하게 살고 있었다면 대부분은 감염자를 보자마자 감시팀에 신고했을 거야.
그런 종류의 악의는 자신들이 처한 환경에 대한 불안에서 비롯된 거겠지……
난 불드록카스티와 달라.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건, 그들의 '뼈에 새겨진 것'은 절대 아니야.
우리의 이익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행동 때문에 그들을 증오해선 안 돼, 절대로.
그들이 우리를 해치려 할까? 나도 잘 모르겠어, 어쩌면 내 괜한 걱정일지도 모르지……
어쨌든…… 난 많은 사람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됐다고 생각해.
알리나 같은 선생님, 우리 팀원들, 그리고 감염자와 일반인이 한데 어울리며 평화롭게 살 수 있다면 그들은 변할 수 있을 거야.
우르수스가 사람들에게 왜곡된 생각을 주입해서 그런 것뿐이야. 그러니까 우리가 도와줄 수 있어, 지식은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줄 수 있거든.
다만 문제는 그게 쉽지 않다는 거야. 설령…… 행동을 통해 강력한 신념을 지킨다 해도, 모든 사람에게 진실을 알리는 게 가장 먼저 해야 할,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일이겠지.
【위 내용은 모두 지워졌다. 물론, 편지는 한 번도 발송된 적이 없다.】
아, 좋은 아침.
지금 나가면 위험하지 않을까?
전사들에게 물어봤는데, 감시팀이 서쪽 마을에 모여 있다고 하네? 며칠 전 너희가 그들과 접촉한 게 탄로난 건 아닐까?
그럴지도. 그러니까, 당분간은 서쪽에 가지 마.
알겠어, 동쪽 마을에 가도 물건을 바꿔올 수 있을 거야.
에이, 너무 걱정하지 마. 예전엔 지금보다도 더 위험했었는데 뭐.
뭘 바꿔 오려는 건데?
과일 통조림이랑 말린 채소랑 과일.
……특별히 중요한 것 같진 않은데?
이런 식으로 지내다간 전사들이 병에 걸릴지도 몰라. 건강 상식이 이렇게 부족해서야……
배를 채우기도 힘든 마당에 그런 건……
아니, 탈룰라. 그건 아니지.
흠흠……
"배불리 먹지 못하고 따뜻하게 입지 못하는 때가 있기 때문에, 시와 음악, 열매, 꽃, 미각과 시각, 후각, 촉각에 대한 갈망이 소중한 것이다."
"바로 이런 것들이 우리가 어떤 삶을 살기 위해 싸우고 있는지 일깨워주지."
건강한 신체도 당연히 그중 하나야. 약간의 채소와 과일만으로도 많은 사람이 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내 말투로 반박하다니 너무 교활하잖아.
뭐, 교활? ……탈룰라 학생, 그런 말 하면 안 돼요. 자, 선생님 따라 해 보세요, 똑. 똑. 하. 다!
네네, 어련하시겠어요.
혹시 호위 필요해?
글쎄…… 난 특별한 감염자도 아닌걸. 나 때문에 우리 위치가 드러나면 안 되잖아. 게다가, 나는 감염자라 신분을 숨기기 쉽다지만, 다른 전사들은 어렵지 않을까?
그럼 조심해. 마을 사람들이라고 다 믿을 만한 건 아니거든…… 이랬다저랬다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서.
응, 알았어. 아, 내가 배로 더 많이 바꿔올게. 아니다, 눈의 악마 소대원들은 사과를 더 좋아하려나?
아마 산딸기를 더 좋아할걸…… 신경 쓰지 마. 알아서 찾아 먹을 거야.
그럼 나는 회의가 있어서.
응, 그럼 나 갔다 올게.
……알리나!
왜?
감염자 교육팀을 준비 중인데, 네가 팀장이 되는 게 어때?
뭐? 내가?
전사가 아닌 감염자들 사이에선, 네가 나보다 평판이 더 좋으니까.
나중에 모두에게 널 소개하기도 편할 것 같거든.
하지만 난……
지식의 전사도 전사야, 알리나. 더는 나도 양보할 수 없어.
그렇다면……
그럼 네가 알아서 해줘, 설마 연설문을 써야 하는 건 아니겠지?
훗, 벌써부터 박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그만 좀 놀려…… 나 간다.
그래, 얼른 다녀와!
그건 안 돼, 반드시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
대위님이 여기 계셨다면, 분명 이렇게 명령하셨을 거다.
유격대의 전사여, 우리는 군대가 아니다, 적어도 아직은.
상황이 좋지 않아. 우리를 믿고 합류했지만 배고픔 때문에 우리에 대한 믿음을 잃고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를지도 몰라.
그건 우리가 먼저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지……
그렇다고 얼마 남지 않은 식량을 저들에게 양보하라는 건가?
감염자들에게 몸을 의탁할 수 있는 곳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지.
……여길 찾은 사람들에게 숭고한 목적 의식 같은 게 있을 거라고 기대하진 마, 그거야말로 말이 안 되니까.
기계를 넘겨주고 식량을 얻었다면 우리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었을 거다.
어쨌든 저들이 우리 진영에 계속 머무는 건 난 반대야.
그럼 저들을 풀어줘.
불필요한 폭력을 쓰지 말고, 일주일 치 식량을 내줘.
그건 안 돼, 우리 전사들도 그런 호사를 누리지 못하는데!
……
이건 우리도 절대 양보할 수 없어. 업적 때문이 아니라 그들에게는 지극히 과분하니까.
좋아, 대신 자극적인 말은 피하도록 해, 지나치게 질책하지도 말고.
……최대한 노력해보지.
좋아.
서쪽에서 감시팀이 움직이고 있으니…… 놈들이 감염자의 흔적을 발견하게 내버려 둘 순 없다.
그렇다면 저들을 어디에 데려……
응? 누가 찾아온 건가?
들어와.
허억, 허억……
탈룰라!
감시팀이야! 놈들이 우리와 식량을 거래했던 마을을 수색하고 있어!
지금 철수할까? 지금 철수하면, 감시팀이 우리 흔적을 발견하기 전에 떠날 수 있을 거야!
……
이 근처에 잠복해 있을 테니 감시팀을 유인해. 설사 흔적이 남더라도, 그들에게 이게 우리가 한 짓이라는 걸 알게 해야 해.
탈룰라, 다시 생각해 봐! 10km 내에 제4군단 초소가 있다. 감시팀이 신호라도 보낸다면, 놈들이 바로 출동할 거다!
두 마을이 우리를 감싸줬다가 약탈이라도 당하면…… 아니, 우리를 감싸주지 않았더라도 감염자 때문에 피해를 보게 된다면, 어느 마을도 다시는 우리와 물자를 교환하려 하지 않을 거다.
그럼 소식을 차단해 버리면……
자칫하면 오히려 소문을 더 키울 수도 있어!
무언가를 숨기려고 사람을 해치면 그 시신이 새로운 증거가 되지. 흔적을 없앤다며 그 시신을 훼손하면 그 공백 또한 증거가 되는 거야.
나쁜 이야기가 퍼지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애당초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거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우리의 길과 우리의 뒤를 이으려는 사람들을 위한 길을 넓히는 거다. 질문 더 있나?
아니.
일리가 있는 말이군. 그럼 그렇게 하지.
가자.
네 말이 맞아, 비전투 대원들 먼저 여기서 탈출시키는 게 좋겠어.
힘든 싸움이 될 거다. 이번 싸움에서는 내가 너희와 함께할 테지만 우리 곁에는 프로스트노바도, 패트리어트 씨도 없어. 기억해, 언젠간 너희들 곁에 나조차 없는 날이 올 거라는 걸.
하지만 그것이 옳고, 실현 가능한 일이라면, 우리 곁에 누구도 있어줄 필욘 없어. 너희 역시 누군가의 곁에 있어 줄 필요도 없지.
알았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