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8-3밀짚, 쉽게 타오르는
알리나는 자신이 감염자임을 밝히며 탈룰라를 간신히 진정시킨 뒤 잠시 마을을 떠나게 된다.
으으윽!!
으윽…… 으아악!!
……
탈룰라……! 너…… 윽……!
네가 불을 지른 거야? 저들을 태운 것도…… 윽!
알리나, 미안해. 이번 일로 마을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걸 알지만 더는 참을 수 없어.
이런 일, 더는……
……알리나?
알리나를 바라보는 탈룰라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건 탈룰라 자신도 본 적 없는, 낯선 눈빛의 알리나였다.
네 눈 속에서 불덩이가 보여.
네가 마을에 온 순간부터 네가 여기에 오래 머물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어.
네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 여긴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
돌아가지 않을 거야,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지 마……
하지만 네 눈 속에서 불덩이가 보여.
넌 뭐든 태워버리고 파괴해 버리려 해. 이 모든 게 잘못됐다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참고 참다가 결국엔……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탈룰라. 지금은 아니라고.
마을 사람들은 죄가 없어, 순간의 분노로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마.
무슨 일…… 헉,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누구냐? 누가 이런 짓을 저지른 거냐!
탈룰라, 어서 도망쳐! 다시는 돌아오지 말고 어서 도망쳐라, 어서!
폐하, 부디 제 딸과 같은 저 아이를 지켜 주십시오. 저 아이가 살아남을 수 있게, 잘 살아갈 수 있게 지켜주십시오!
탈룰라, 어서 가자!
이렇게는 갈 수 없어, 저놈들은 안 돼……!
우린 감염자야, 마을 사람들은 아니고!
……그게 무슨 말이야?
탈룰라, 나도 감염자야. 나도 감염됐다고.
헉, 헉…… 여긴…… 우리가 옮겨가려던 곳이야. 일단 장소는 확보했는데……
놈들이…… 할아버지를……
저대로 둘 수 없어…… 더는 안 돼……
할아버지는 너를 구하려고 그러신 거야. 나를 비롯해 마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그런데 네가…… 할아버지의 계획을 망쳤어.
무슨 말이야? 마을 사람들이 할아버지를 밀고한……
……잠깐. 그러니까 할아버지를 밀고한 사람이……
그래, 할아버지가 하신 거야. 그래야 감시팀이 수색을 멈출 테니까, 예상대로라면 그렇게 됐을 거야.
네가 아무리 대단해도 감시팀을 이길 수는 없어.
그렇지 않아.
그럼 그다음에는? 헌병이 오면 어쩔 거지? 시내의 주둔군과 귀족들의 병력까지 들이닥치면?
힘이 부족한 것뿐이니까 일단 충분히 힘을 기르면……
아니 그렇지 않아.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목숨을 부지하려고 눈앞의 불의를 모른 척할 순 없어!
……그런 건 이기적이야, 무자비한 짓이라고.
정의를 실천하는 데 더 많은 폭력이 동원되어야 한다면 그걸 어떻게 정의라고 할 수 있겠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어. 탈룰라, 넌 나보다 공부도 많이 했잖아.
하지만 오늘 마을에서 누군가 이미 목숨을 잃었어, 더는 사람들을 죽게 만들 순 없어.
넌 똑똑하니까 무슨 뜻인지 알 거야.
가자, 탈룰라!
……돌아올 거야.
그 말은 네게 들려줘, 너 자신에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