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비정상 스펙트럼

EG-8지난 일

메인 스토리브릿지2026-03-19

가라앉았던 도시는 다시 햇빛을 맞이하고, 버려졌던 광산 램프에는 다시 불이 들어온다. 이 세상은 너무나도 기이해서,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겁쟁이 광부

포…… 포격이 멈췄어.

겁쟁이 광부

우, 우리 이제 움직이자, 응? 지상 말고, 계속 지하로 가자. 아직 폭탄이 여기까진 안 떨어졌으니, 얼른……

걱정하는 광부

……일어나, 유리.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렌킨을 찾아야 해. 그리고 렌킨이 말한 그곳으로 가야 해.

걱정하는 광부

우리 중에서 용감한 사람들은 다 렌킨과 함께 초소를 점령하러 갔어.

걱정하는 광부

포격은 멈췄지만, 위에 무슨 상황이 일어났는지는 모르니, 알아보려면 올라가는 수밖에 없어.

걱정하는 광부

사람들을 도우러 가자. 아니면 렌킨이 말한 대로, 동료들을 기리러 가자. 걸을 수 없으면 손을 쓰고, 곡괭이를 쓰고, 기어서라도 올라가야 해.

겁쟁이 광부

하지만 렌킨이 자기 램프를 우리에게 맡겼잖아……

걱정하는 광부

렌킨이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

겁쟁이 광부

아…… 아무 말도 안 했어……

걱정하는 광부

맞아, 렌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이건 사람들이 남긴 다른 물건들과 다를 거 없이, 그냥 하나의 보장일 뿐이야.

걱정하는 광부

이걸 여기 남겨둬도 돼. 마치…… 충고를 남기는 것처럼.

걱정하는 광부

그래, 기억. 우리의 광차에 램프를 넣어두자. 우리가 밀고 왔던 그 광차.

걱정하는 광부

……만약 누군가 온다면……

걱정하는 광부

유리, 넌 글을 쓸 줄 알잖아.

걱정하는 광부

이 작업 일지 뒤쪽이 비어 있어, 쓸 수 있는 건 쓰자.

걱정하는 광부

자, 내가 말할 테니, 네가 받아적어.

걱정하는 광부

이렇게 하면, 누군가 오더라도 최소한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있잖아.


우르수스 북툰드라의 어느 광산1101년 겨울

위독한 광부

저…… 저기…… 저희는…… 어디로 가는 겁니까?

위독한 광부

작업장으로 돌아가는 길은 아닌 거 같은데……

호위병

닥치고 계속 앞으로 가.

호위병

빨리 가!

의심하는 광부

(작은 목소리로) 광산이 또 멈췄어.

의심하는 광부

(작은 목소리로) 채굴할 게 없으니…… 가공 공장에 원료가 없는 거야.

의심하는 광부

(작은 목소리로) 위에서 이렇게 많은 인력이 필요 없다면, 우리는 어디로 끌려가게 될까?

두려워하는 광부

위독한 사람들까지 다 끌려 나와서, 지금 광산 인원의 절반이 여기 있어……

두려워하는 광부

가기 싫어. 나는 죽기 싫다고!

의심하는 광부

(작은 목소리로) 조용히 해!

군단 장교

……

군단 장교

숲을 지나, 호숫가로 가라. 거기가 너희의 무덤이다.

군단 장교

도착하기 전까지……

군단 장교

도망칠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은 버려라.

깊은 숲속, 눈을 짓밟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묵직한 군화 소리가 발걸음을 재촉했다.

광부들을 '호송'하는 인원은 행렬 앞에 선 몇 명뿐이었다.


군단 장교

여기다, 멈춰라.

군단 장교

시작해.

호위병

모두 빙판 위로 올라가.

두려워하는 광부

제, 제발요. 저기, 저는 가기 싫……

군도가 여자의 목소리와 함께 여자의 목을 베었다. 뜨거운 피가 군인의 갑옷에 튀었다.

군단 장교

우르수스의 영광을 위해서다.

위독한 광부

아…… 아아……

군단 장교

계속해라.

호위병

뒤, 뒤에 선 사람들은 당장 방금 그 광부의 빈자리를 메워라, 빨리!

의심하는 광부

……우리가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지?

호위병

*우르수스 욕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의심하는 광부

폐하의 약속이 거짓이었나? 우리 목숨이 버든비스트만도 못하단 말인가?

의심하는 광부

말해!!

군단 장교

……

군인이 다시 손을 들어 올린 순간, 바닥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호수 표면과 지하에서 시작된 미세한 균열에 불과했으나, 이내 도미노처럼 연쇄 반응이 일어났다.

대지가 흔들리고, 호수의 중앙이 붕괴했다. 날마다 조금씩 생기던 지형의 변화가 결국 지질 변동을 일으킨 것이었다. 붕괴는 빙판 위의 감염자들을 집어삼켰고, 형을 집행하던 이들마저 집어삼켰다.

의심하는 광부

도망쳐!!! 빨리!!

호위병들이 놀란 틈을 타, 광부들은 상대의 억압을 뿌리치고 왔던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겁에 질린 광부

재앙……

겁에 질린 광부

재앙이다!!

병사와 광부, 가해자와 피해자. 광활한 안가라 호수는 모든 것을 품었고, 또 모든 것을 내보냈다.

붕괴한 빙판 아래, 한 고대 이동도시가 지형 변화로 인해 돌연 얼음을 뚫고 솟아올라, 마침내 햇빛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곳에는…… 옛 시대 양식의 건축물과 표정이 일그러진 채 죽음을 맞이한 시신들이, 물속에 가라앉았던 당시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었다.


우르수스 크라이니 세베르 재앙 복구 지역

부지런한 광부

'북툰드라'…… '재앙'…… '호수'……

부지런한 광부

이렇게 작은 곳에 이렇게 많은 단어가 있는데, 난 그중에 겨우 3개밖에 모르네.

청년 기능공

천천히 하세요. 언젠가는 다 알게 될 거예요.

청년 기능공

이곳의 수업은 제게 있어선 너무 기초적인 것들이에요. 지금은 갱도 안을 관리하는 사람이 없으니, 제가 그걸 맡을 거예요. 그리고 구두 수선 말고 다른 기술도 배워 보려고요

청년 기능공

그리고 계엄령이 해제되면,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로 갈 거예요.

부지런한 광부

나는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에 가고 싶지 않아. 그냥 공부만 하고 싶어. 매일 세 단어씩만 외워도 일주일이면 21개, 1달이면……

코셀나

계속해서 배우고자 하는 여러분의 모습을 보니 기쁘네요.

코셀나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부지런한 광부

선생님, 이 단어들은 지금도 헷갈리네요.

코셀나

이 '명사'들 말하는 거죠? 마침 이번 주 수업이 '명사 배우기'예요.

부지런한 광부

맞아요! 명사…… 명사예요! 구분은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아직 그 뜻을 정확히 모르겠어요.

부지런한 광부

예를 들면…… '사이먼커'…… 이건 무슨 뜻이에요?

코셀나

아하……

코셀나

이건 '사이몬크'라고 읽어요. 앞줄에 나온 호수 이름이 '안가라'이고. 당신의 이름이 '보바'인 것처럼, 이것도 그저 이름이죠.

코셀나

이동도시의 이름이에요.


동료들과 작별한 청년은 갱도로 내려가 일을 시작할 채비를 했다.

갱도는 방치되면 금세 손상되고, 관리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붕괴할 수 있다. 그는 적어도 본인이 떠나기 전까지는 그런 일이 없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청년은 광산 램프를 들고 순찰을 시작했다. 그는 모든 궤도를 꼼꼼히 살펴보다가, 한 갈림길에서 분명 이 광산의 것이 아닌 광차 하나를 발견했다.

청년 기능공

……이건……

청년 기능공

광산 램프?

청년 기능공

편지도 있네……

청년 기능공

……

청년 기능공

여기서…… 저항 운동이 있었다고?

청년 기능공

세상에, 광산 연결을 제안했던 사람이 여기 다녀갔었어! 주둔군이 있는 초소를 점령하려 했던 거야!

청년 기능공

역시, 그냥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었어……


[CG: 66_i20]
청년 기능공

후우……

청년 기능공

누구의 램프인지는 몰라도, 보관이 잘 된 덕에 지금도 불이 들어오네. 먼지만 조금 쌓였을 뿐이야……

청년 기능공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로 가져가서……

청년 기능공

……모두에게 보여줘야겠다……

청년 기능공

이 이름 없는 램프와 그 이름 없는 사람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