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0돌아갈 기회
박사와 아미야의 노력으로 함선에 있던 모든 인원이 성공적으로 철수했지만, 본함은 완전히 오리지늄 속에 봉인된다. 한 달 후, 회생한 Mon3tr가 마침내 돌아왔지만, 그녀의 곁엔 더 이상 켈시가 없다.
등장 오퍼레이터: Mon3tr, 아미야, 와파린, 메커니스트, 로고스, 터치, 미저리, 아스카론, 포푸카, 레이, 알라나, 블레이즈, 로즈몬티스, 피스, 스톰아이, 언더플로우
만만치 않은 녀석이야.
계속 우리의 전투 스타일을 분석하고, 모든 공격을 무력화하고 있어.
저걸 해치우려고 전술을 여러 번 바꿨는데도……
로고스의 지원으로 아스카론과 미저리가 재빨리 의태 기계의 다리 구조를 무너뜨렸다.
끊임없이 우리 자신을 넘어서면서, 끊임없이 무너뜨려야 해……
의태 기계는 모두의 협공에 수차례 쓰러졌지만, 매번 다시 일어났다.
조심해! 저 녀석 또 에너지를 모으기 시작했어.
소모전은 안 됩니다. 저 녀석이 오리지늄으로 계속 자가 복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언젠가는 우리가 불리해질 거예요.
저 마름모 눈을 반드시 부숴야 해.
내 화살에 맡겨.
스톰아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화살 두 발이 연속으로 날아갔다.
하나는 의태 기계의 실드를 부쉈지만, 다른 하나는 마름모 눈의 앞에서 멈춰버렸다……
의태 기계가 에너지 축적을 끝내고, 반짝이는 붉은빛이 곧 폭발하려던 찰나……
로즈몬티스의 아츠가 의태 기계의 마름모 눈에 스톰아이의 화살을 무자비하게 꽂아버렸다.
너도 아플까?
“펑!”
에너지가 방출되는 순간, 로즈몬티스의 아츠가 그 공포의 눈을 완전히 틀어막았다. 넘쳐흐른 에너지가 어비스의 곳곳에 무분별하게 뿌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회전하는 골필이 살며시 메커니스트의 머리 위에 떠올라 분출되는 에너지를 막았다.
고마워, 로고스, 너희가 저 녀석을 막아줘서 다행이야.
밖에서 공격하는 것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내부에서 방법을 찾아줘야 해.
메커니스트, 어떻게 돼가고 있지?
클로저와 얘기해 봤는데, 우리 둘 다 이곳이 아주 특수한 석관이라고 판단했어.
이 석관은 휴면 장치일 뿐만 아니라, PRTS의 진정한 데이터베이스이자 에너지 공급 장치야.
닥터 켈시가 남긴 백도어 덕분에 바로 PRTS의 핵심 서버에 접속할 수 있었어.
PRTS의 핵심 데이터를 다운로드하고 바로 모든 데이터를 삭제할 거야.
그렇게 해야만 그 녀석이 정말로 잠들 수 있나?
맞아.
얼마나 남았지?
메커니스트는 손에 있는 장비를 쳐다보았다.
240초!
좋아.
우리가 시간을 벌어주겠다.
골피리 소리가 어비스 안에서 울려 퍼지며, 로고스는 다시 정예 오퍼레이터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의태 기계는 이미 모두의 앞에 다시 일어나 있었다.
{@nickname} 박사는 본능적으로 너를 믿고 있네. 기억이 온전치 못하더라도……
너를 여전히 희망으로 보고 있나 봐.
- 휘말리면 안 돼, 아미야!
- 우리가 시간을 조금 더 벌어줄 수만 있다면……
박사님도 철수 준비하세요……
{@nickname} 박사가 도망칠 곳은 없어.
우리는 결국 같은 길을 걷게 될 거야. 그건 우리의 주관적인 감정으로 결정되는 일이 아니지.
너와 내가 충돌할 필요는 없어, 아미야. 내가 너희의 소원을 이뤄줄 수 있거든.
- ……
너는 지금까지 나를 믿어왔잖아.
수없이 많은 결정의 표면에서, 무수히 많은 프리스티스의 눈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도 나한테 같은 약속을 했잖아. 함께 그 궁극적인 문제에 대한 답을 찾자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nickname} 박사.
- 거짓말이 아니구나……
적어도 당신한테는 거짓말할 필요 없잖아.
당신들이 실천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인도주의는 테라가 무너지기까지 테라인들이 받는 고통만 연장할 뿐이야.
당신의 마음속에 아직 해소되지 않은 의혹이 남아있다면, 내가 모두 대답해 줄 수 있어.
- ……
박사님, 프리스티스가 더 약해지고 있어요!
오퍼레이터들은 거의 다 철수했어요. 어쩌면, 어쩌면……
시도해 보고 싶어요……
날 죽이게?
당신도 그래……? {@nickname} 박사?
- ……?!
'프리스티스'.
그녀에겐 아직 당신이 절실하게 알고 싶은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당신, 켈시, 오리지늄, 그리고 다가오는 위협……
하지만 당신은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입장은 반드시 그녀를 전 테라의 적으로 만들 거라는 사실을.
- ……죽이자.
- 어쩌면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
너희는 이미 기회를 놓쳤어.
{@nickname} 박사, 남아줘……
- 아미야!
당신은 아미야가 얼마나 치열하게 저항하고 있는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녀는 분명 자신의 한계를 넘어섰을 것이다.
모든 실이 부서졌고, 오리지늄이 다시 당신들을 덮쳐오기 시작했다.
당신은 아미야를 안고 오리지늄 결정으로부터 탈출하려 했지만, 폭주하듯 자라난 오리지늄은 당신의 앞길을 완전히 막아버렸다……
됐어.
메커니스트와 클로저가 PRTS의 핵심 데이터를 챙긴 모양이네.
너희가 철수할 수 있게 지원할게.
지금이야, 가자!
잠시만요…… 저것도 있어요!
아미야는 마지막 남은 힘으로 아츠를 시전해 '고치' 형태로 변한 Mon3tr를 실로 감싸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터치, 도와줘!
이 환자들은 방금 아주 위험한 환경에서 옮겨졌어. 응급 치료 장비가 부족해.
우선 환자들의 상태부터 안정시켜야 해.
모든 부상자를 최대한 모아주시고, 남은 건 저한테 맡기세요.
현재 사상자는 얼마나 되죠……?
아직 집계 중이라 정확한 숫자는 나오지 않았어.
그래도 현재까지 중상자 31명, 경상자 173명이야, 사망자는 아직 없어.
로고스와 메커니스트가 미리 안전 구역을 확보해 주고, 당신과 피스가 협조해 준 덕분에 본함 철수 임무는 조기 완료되었습니다.
……환자 중 사망자 1명 발생.
자세한 상황은 내가 직접 박사랑 켈시한테……
그녀는 멈칫했다.
……
……
모두가 암묵적으로 그 이름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늘 작전이 끝나면 다친 오퍼레이터를 돌봐주던 사람의 이름.
켈시.
가서 격리 구역 설치를 도와주세요. 그리고 본함 내부에서 밖으로 나가는 적이 있는지도 확인해 주시고요.
……알겠습니다.
와파린……
이미 최선을 다해서 집중하는 중이야, 터치.
지금은 아니야.
{@nickname} 박사랑 아미야 상황은 어때?
우리 모두 발생한 일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해요.
우리는 이미 본함 외부의 격리 구역까지 철수했어. 이제 안전해.
- ……
박사, 아미야는 좀 괜찮아?
- 아미야는 너무 지친 것뿐이야.
로도스 아일랜드……
로도스 아일랜드, 당신에게 그토록 익숙한 그 함선은 지금 거대한 오리지늄 결정 군집에 완전히 감싸져 있었다.
모래바람이 휘몰아쳤다. 당신은 로도스 아일랜드를 잃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당신은 아미야를 안고 있었고, 아미야는 여전히 본능적으로 결정 형태의 고치를 꽉 안고 있었다.
박사, 로도스 아일랜드가……
- 저곳엔 아직도 우리의 가장 큰 위협이 숨어있어.
- 다시 마주하려면, 충분한 준비가 필요해.
- ……'프리스티스'.
-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어.
- 하지만 나는 용서하지 않을 거야.
……닥터 켈시한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오리지늄으로 봉쇄된 구역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이 당신 곁으로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중 마음 편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스카론의 질문은 마치 거대한 바위처럼 모두의 마음을 짓눌렀다.
아무도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
- 설명하기 어렵지만……
- 모든 게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났어.
당신은 아미야가 품속에 꼭 껴안은 검은 결정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멍해졌다.
이제 어떻게 하지?
- 각지 사무소와의 연락부터 복구해.
- ……로도스 아일랜드를 재건한다.
그럼…… 우린 로도스 아일랜드를 잃은 거야?
- 아니, 우린 로도스 아일랜드를 잃은 적 없어.
- 너희가 있잖아.
여보세요, 박사, 들려? 나 비나야.
로도스 아일랜드에 일어난 일을 이제야 들었어. 정말 유감이야……
닥터 켈시가 전에 부차트 시 근처에서 매입한 이동 섹터의 기본 구조층이 완공됐어.
조만간 너희를 만나러 갈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너랑 아미야는, 몸조심하고……
빅토리아 국경, 부차트 시, 건설 중인 새로운 로도스 아일랜드 본함한 달 후
포푸카, 미드나이트 씨가 시라쿠사에서 가져와 달라고 부탁한 와인들이에요.
브루넬로의 특산품이라고 들었지만, 저는 잘 몰라서요…… 그분의 부상은 좀 나아졌나요?
음, 아직 의료부에 갇혀 있어. 미드나이트 오빠가 함부로 돌아다니는 걸 와파린 선생님이 금지했거든.
오빠는 본함에서 흘러넘치는 것들을 처리하다가 다쳤어. 덕분에 와파린 선생님이 많이 불안해해.
이것들은 포푸카가 미드나이트 오빠한테 전해줄게.
저기, 그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근데 너무 많은 얘기를 들어버려서요, 어떤 동료는 본함이 살아나서 거대한 괴물이 되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고인과 재회했다고 했고요…… 그러더니 별안간에 원래의 본함을 다시는 되찾을 수 없게 됐다고 했어요……
포푸카도 잘 몰라.
사고는 갑작스럽게 일어났어. 나는 라이디언 언니랑 켈시 선생님의 말만 듣고 있었는데……
……
닥터 켈시.
그녀가 없는 일상에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예상보다 더 빨리 조립을 끝낼 수 있겠네.
이 새로운 이동 섹터의 주요 포트는 우리 설비에 맞춰 개량돼 있네. 제일 번거로운 단계가 진작에 해결됐어.
……
대장님, 이곳에 체류한 오퍼레이터들의 도움으로 함선의 건축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빨라졌습니다!
로고스 씨의 주문 덕분에 자재를 운반하는 수고가 많이 줄었고, 라이디언 씨가 함선 전체의 회로를 점검해 준 덕분에 시간도 많이 단축됐습니다.
안젤리나 씨도 일부러 복귀해서 대형 장비의 운반을 도와줬습니다!
그렇게나 많았던 물건들이 순식간에 갑판으로 옮겨졌다니까요…… 콜록,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들떴네요.
건축 속도가 빨라졌다는 건 좋은 소식이지.
그런데 나를 찾아온 걸 보니, 다른 문제라도 생긴 건가?
아, 네, 그렇습니다.
일부 배관이 너무 좁아서 얘네들도 점검을 도와줄 수가 없다네요.
(풀이 죽은 모습으로 엔지니어링부 오퍼레이터의 등 뒤에서 나온다)
응? 클로저가 이 꼬맹이들을 벌써 다 수리한 거야?
(미안한 듯 고개를 숙인다)
꼬맹아, 본함에 생긴 일은 너희 탓이 아니야.
대장님,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합니다……
내가 여기에 도움이 될 거라고 박사가 그러던데.
……레이 씨?!
아까 클로저가 재촉하길래 영문도 모르고 왔는데, 방금 너희 얘기를 들어보니.……
배관 점검이 필요한 거라면……
얘가 도움이 될 거 같은데.
(느긋하게 등지느러미를 편다)
이번 로도스 아일랜드 사건의 자세한 자료를 제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클로저 씨.
거래라고 생각하면 돼. 로도스 아일랜드도 원하는 게 있으니까.
네, 제가 클레멘티아 집정관님과 글래디아 집정관님께 보고드리고, 여러분의 경고도 전달하겠습니다.
혹시 그자의 이름은……
'프리스티스'.
알겠습니다. 저희는 저희의 방식으로 데이터베이스를 대조해 보겠습니다.
이 이름이 에기르의 기록에도 나온다면, 당신들이 맞선 위협이 절대 우연이 아니라는 의미겠죠.
결과는 최대한 빨리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집정관들이 배치한 해륙 연합 방어선도 추가로 검토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준비가 끝나면 의료 센터와 재앙경보 시스템을 포함한 모든 시설을 호송하는 데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습니다.
고마워.
점점 이 일에 적응하고 있네, 클로저.
후…… 아직은 멀었어.
난 역시 기계를 상대하는 게 제일 편해.
켈시가 하던 일이 이렇게 어려운 거였다니……
너도 출발할 준비를 하는 거야?
서둘러야지.
바벨에 최대한 빨리 이번 사건의 상세 사항을 공유해야 해. 카즈델도 우리가 '암나남'의 상태를 재확인하는 데 협조할 거야.
위셔델한테 꼭 전해줘. 박사가 그 오리지늄을 사용하는 걸 아주 신중하게 검토하라고 권했다고.
걱정하지 마. 박사도 나한테 따로 당부했어. 그럼 이만 갈게.
다른 사람들이랑 인사 안 해?
하는 일 방해하지 말아야지.
……그, 닥터 켈시의 소식은…… 바벨에 알려야 할까……
……
위셔델한테 먼저 말해. 아마 엄청 신경 쓸 거야.
다른 사람한테 말할지는 위셔델의 판단에 맡기자. 나는 위셔델을 믿어.
얼굴 한번 보기 어렵네, 클로저. 내가 부탁한 일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뉴 볼시니 쪽에서 답변이 왔어. 새로 구매한 의료 장비들은 그쪽 항구를 통해서 운송해 준대.
엔지니어링부는 아마 3일이면 네가 필요하다고 한 의료 실험실을 다 지을 수 있을 거야.
좋았어. 그러면 의료 센터의 수용 준비도 어느 정도 마무리된 거네.
후우, 켈시가 미리 이 이동 섹터를 사뒀다니. '로도스 아일랜드'호보다 공간은 확실히 더 크긴 해. 더 '아일랜드' 같기도 하고.
하지만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
걱정 마. 이번에 모듈화 개조 기초 작업을 미리 해둬서, 업그레이드도 훨씬 수월할 거야.
그리고 한 가지 더……
켈시의 사무실 말인데……
원래대로 재건하면 돼. 켈시의 사무실은 의료부에서 관리할게.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네.
켈시가 없으니, 내가 박사랑 아미야를 도와서 관리 업무를 더 많이 맡을 거야.
켈시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걱정 마. 의료부 쪽은 내가 잘 협력할 테니.
박사랑 아미야가 다른 모듈의 회수 작업과 관련해서 너랑 의논했어?
물론이지. 박사랑 아미야도 신경 쓰고 있어. 다 문제없이 진행 중이야.
다만, '로도스 아일랜드' 재건이 그리 빨리 되지는 않을 거야.
그 밖에도 기존 장비 인도, 물자 루트 구축, 각 사무소와의 연락망 복구, 대외 홍보 업무에 복귀 오퍼레이터 위로까지……
후, 당장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참, 와파린…… 우리 환자 중에 클로에라고 있잖아……
런디니움에 있는 현지 사무소로 사람을 보내서 가족에게 연락하라고 했어.
클로에랑 공동 집필한 논문도 곧 완성될 거야. 그때가 되면 각 나라의 전문 의학 저널이 내 투고를 받을 수 있을 거고.
오리지늄의 변화와 광석병의 새로운 증상에 대한 연구는 클로에의 희생 덕분에 성과를 얻을 수 있었어.
더 많은 전문가의 이목을 끌고, 더 많은 사람이 클로에를 기억하게 해야 해……
맞아. 클로에가 없었더라면 우리의 여러 작전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없었을 거야.
클로저는 피곤한 듯 눈을 비볐다.
과로가 좋은 건 아니야, 클로저.
응, 박사가 너무 조급해하지도, 자신을 몰아붙이지도 말라고 말해줬어. 하지만……
잡다한 업무로 자신을 무감각하게 만드는 게 일시적으론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결국은 자신을 아프게 할 뿐이야.
의사로서의 충고야.
……이제 나는 로도스 아일랜드의 다른 동료들을 책임져야만 해.
더군다나 켈시가 예전부터 골치 아파했던 일들도 나 못지않게 많았으니까.
그럼 요 며칠에 시간 내서 의료부에 들러. 내가 검사해 줄 테니까.
지금 네 혈액의 머신 오일 향이 연해졌어. 너답지 않아. 인사부까지 널 잘 지켜보라고 닦달하더라니까.
고마워, 다들……
박사랑 아미야는 아직도 너의 그 숲에서 'Mon3tr'를 관찰하는 중이야?
맞아.
내 생각엔, 아무래도 본함에 두고 계속 관찰하는 게 나을 것 같아. 나도 도울 수 있으니까……
뜻하지 않은 변화라도 발생하면, 지금의 로도스 아일랜드에 좋은 일은 아니니까.
너흰 아직도 프리스티스가 켈시가 남긴 것에 손을 댔을까 봐 걱정하는 거야?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
함선 근처 무인 지대
비가 더 거세진 것 같아요.
당신은 겉옷을 최대한 높이 들어 아미야를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로부터 막아주었다.
당신은 아미야의 치마 끝자락이 많이 젖은 걸 봤지만, 아미야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그녀의 관심은 온통 멀지 않은 풀밭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쪽에서, 켈시의 옷에 싸여 있는 검은 결정의 표면에서 검푸른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어둡고 습한 환경 탓인지 그 희미한 빛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요즘 저 빛이 나타나는 빈도가 점점 늘고 있어요, 박사님.
- 때가 된 것 같아.
- 주변의 오리지늄 환경에도 뚜렷한 변화가 없어……
- Mon3tr는 프리스티스의 영향을 안 받았을지도 몰라.
당신과 아미야는 마음속에 품은 기적 같은 기대를 애써 억누르며 정신을 집중하고 기다렸다.
지난 한 달 동안, 아미야도 당신과 함께 이곳에 와서 그 결정의 상태를 살폈다.
당신들에게는 지난 일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했다.
당신과 아미야도 늘 기대했다. 다음에 이곳에 왔을 때……
그 사람이 기다리고 있기를.
- ……
박사님, 보세요!
검푸른 결정의 단단한 표면에는 복잡한 무늬가 흐르고 있었고, 결정은 서서히 땅속으로 스며들었다. 곧이어 아주 규칙적인 결정이 다시 자라나기 시작했고, 수많은 가지를 뻗어냈다……
그 가지들은 계속 자라다가 어느 지점에서 갑자기 멈춰버렸다. 마치 가지가 잘려 나간 것처럼.
- 이건…… 나무 같은데?
이 울창한 숲에서, 그 푸른 결정은 주변과 완전히 한 몸이 된 것처럼 이질감이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음, 이건 테레시아 씨가 목격했던 장면과 좀 다른데요……
결정의 성장은 끝난 게 아니었다. 오히려 무성한 수관처럼 가지가 점점 더 늘어나고 팽창했다. 그 위의 무늬 또한 더 복잡해지고 다채로워졌다.
박사님, 저 무늬들이 뭘 의미하는지 알 수 있나요?
- 무늬의 처음과 끝이 이어져 순환하고 있어.
- 꼭 데이터를 저장하는 특별한 방식 같아.
데이터 저장이요?
- 켈시의 운명이지.
- 켈시의 기억이지.
그건 켈시의 일생이었다.
복잡한 가지들이 다시 뒤엉키더니, 이내 거대한 고치가 만들어졌다.
모든 가지가 다시 하나로 모였고, 모든 가능성도 하나의 길로 향했다.
켈시가 깨어난 순간부터 옆을 지키던 공생체, 그것은 이제 켈시가 사라진 후에도 희망을 품고 계속 나아갈 것이다.
그건 책임이자, 희망이었다.
게다가 그녀에게는 선택의 여지조차 없었다. 이건 그녀가 태어날 때부터 부여받은 능력이었으니까……
당신들의 귀에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켈시?
떨어지는 빗방울이 그녀의 손바닥을 가볍게 간지럽혔다.
그녀는 이 평범한 자연 현상을 이런 식으로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풀밭의 향기를 맡았고, 빗물의 차가움을 느꼈다…… 그리고 무심코 손에 있는 옷을 걸쳤다.
그건 켈시의 옷이었다……
켈시……?
그녀는 멍한 얼굴로 켈시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렀다. 켈시는 늘 그녀의 곁에 있었기에, 한 번도 혼자였던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곁에는 자신을 지키는 새로운 공생체가 나타나지 않았다. 멀리서 그녀를 지키고 있었던 건 당신들이었다……
그녀는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기억을 되짚어보고 있었다. AMa-10의 기억을……
켈시의 기억을.
……
그리고 그녀는 그녀의 마지막 기억이 떠올랐다.
너무나도 익숙하던 갑판 위에서 그녀는 켈시와 함께 프리스티스에 맞서 싸웠다……
……나에게 자유를 줬네.
이 기억들…… 나는 너의 모든 기억을 볼 수 있어……
하지만 더 이상 너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아.
'켈시', 이건 너의 이름이자……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름이었지……
……
하지만 그건 너만의 것이야.
'Mon3tr', 이 이름은 내가 간직할게.
이건 네가 준 이름이니까.
이 옷은…… 클로저가 날 위해 준비한 건가?
(윽, 잘 안 맞는 거 같은데.)
……
- ……
……
{@nickname} 박사, 왜 그렇게 나를 보고 있어?
- ……Mon3tr……
당신은 손짓으로 거대한 형체를 그렸다. 기억 속 Mon3tr의 모습을.
나야, 박사.
- 이상함을 느끼지 않았어?
응? 아니.
마지막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세요?
기억해. 우리 함께 프리스티스에 맞서 싸웠잖아. 켈시, 내 창조주……
그리고 난 켈시를 잃었지.
……
- ……
……
당신과 아미야는 침묵했다.
당신들이 예상했던 결과는 아니었지만, 이 또한 기적이라 불릴 만한 일이었다.
여긴 어디야?
- 로도스 아일랜드의 새 기지 근처야.
새 기지?
그때의 사고로 함선을 잃었어요…… 프리스티스가 오리지늄으로 그곳을 봉쇄해 버렸거든요.
뭐?!
으음…… 또 프리스티스 때문이라는 거지?
……?
(박사님, Mon3tr가…… 이상하지 않아요?)
(마치……)
- (새로운 몸에 다시 적응하고 있는 것처럼.)
(감정을 확인해 봤는데, 이상한 점은 없었어요.)
프리스티스는?
확인이 안 돼요. '로도스 아일랜드'호가 오리지늄으로 완전히 봉쇄되어 더 이상 깊이 들어갈 수가 없게 됐거든요.
지금은 지켜볼 수밖에 없어요. 정비가 끝나야만 다음 작전을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켈시가 중요한 정보들을 남겼는데…… 지금 내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너희의 도움이 필요해.
물론이죠. 하지만 새 기지에 돌아가면 반드시 검사부터 받아주세요, Mon3tr.
이건 당신의 건강과 로도스 아일랜드의 안전이 걸린 일이에요.
당신의 상태가 완전히 파악되기 전까지는 최대한 얌전히 있어 줘야 해요.
저희가 켈시 선생님을 데리고 돌아오길 바라는 오퍼레이터들이 아직도 많아요.
그러니까 그들에게도, 저희에게도 시간을 주세요…… 미안해요, Mon3tr.
이해해.
켈시의 입장에서 생각해 봤어. 켈시도 네 결정에 동의했을 거야.
너희 말을 따를게……
아, 그런데, 나, 나도 이제 로도스 아일랜드의 오퍼레이터라고 볼 수 있나?
켈시처럼 말이야.
예전부터 켈시한테 요청했었는데, 매번 갖가지 핑계를 대면서 얼버무렸다니까!
……
- 너는 로도스 아일랜드의 이념에 동의해?
당연하지.
어…… 나도 지금의 상황이 많이 혼란스럽지만, 한 번도 켈시를 의심한 적 없어.
- 로도스 아일랜드는 곁에 있어 주는 동료를 거절하지 않아.
- 돌아온 걸 환영해, 오퍼레이터 Mon3tr.
어? 박사는 이대로 가버리는 거야?
……
박사님한테 혼자 있을 시간을 주세요.
와파린 선생님, 다른 문제가 없는 게 확실한가요?
Mon3tr의 안내에 따라 전체적인 검사를 해봤는데, 프리스티스가 남긴 걸로 보이는 흔적은 확실히 없었어.
다만 Mon3tr와 켈시의 몸에는 원래부터 비밀이 많았거든. 해보고 싶은 연구가 많았는데……
(예전엔 켈시가 절대 이렇게 순순히 검사를 허락하지 않았지.)
크흠, 하지만 아직 작성해야 할 논문이 남아서 말이야.
우리랑 같이 켈시가 남긴 정보를 확인하지 않을 거야?
하고 싶지만, 지금은 아니야.
지금은 {@nickname} 박사랑 아미야한테 더 필요한 순간이지.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잘 보살펴줘, 박사.)
(방금 얘기했을 때, Mon3tr가 너무 솔직해서 놀랐어……)
(켈시의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켈시와 동일시하긴 힘들어.)
당신은 신기한 듯 지휘실의 각종 장비를 만져보는 Mon3tr를 바라보았다. 아미야도 그녀에게 완벽하게 재현된 지휘실에 새로 추가된 기능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었다.
확실히, 그녀와 켈시는 달랐다. 하지만 흔들림 없는 눈빛은 똑같았다.
- 우리가 잘 보살필게, 와파린.
Mon3tr, 너도 문제 생기면 잊지 말고 날 찾아와.
박사, 아까 아미야가 우리 지휘 시스템이 아직 완전히 복구되지 않았다던데?
- 클로저가 새로운 PRTS를 설계 중이야.
- 그런데 PRTS의 소스 코드를 해독하기가 어렵나 봐.
그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켈시가 한계를 돌파한 뒤로 내가 관련 코드를 해독할 수 있게 됐거든.
후속 작전을 시행하려면 지휘 시스템을 복구하는 게 가장 급하잖아.
정말 잘 됐네요. 그렇게 하면 큰 걱정거리 하나는 해결할 수 있겠어요.
최대한 빨리 클로저를 찾아가서 방법을 강구해 볼게. 하지만 지금은……
켈시가 남긴 그 어떤 정보도 난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거야……
기억 로그를 불러옵니다. 무결성 검증을 진행합니다.
기억 로그 복구 완료.
타임스탬프 인증 중……
하인 AMa-10, 공생 구조체, 내부에 저장된 메시지 복사 완료.
권한 로그 불러오는 중, 번호 (γ0000)……
네가 이 로그에 접속했다는 건, 아마……
네가 자유를 얻었다는 뜻이겠지.
넌 더 이상 '켈시의 공생 구조체'도, AMa-10의 반복되는 숙명을 짊어진 매개체도 아니다.
……켈시.
……켈시 선생님……
- ……
(웃으며) 네가 어떤 이름을 선택하려나?
아니면, '켈시'라는 이름을 계속 쓸 수도 있겠네.
나는 그 이름이 좋지만, 그건 네 거야.
……'Mon3tr', 나는 네가 준 이름을 선택했어.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네가 그 이름이 뜻하는 짐을 더는 짊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 사람은 내게 생명의 의미를 찾을 자유를 줬거든. 나는 너도 평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
네 생명의 의미를 찾으러 가. 너의 진심으로 이 대지에 대한 너의 바람을 대답해 봐……
그게 희망인지, 파멸인지.
미안해. 네가 답을 찾아낼 때까지 너와 함께 있어 주지 못해서.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아직 의문이 너무 많아, 켈시……
Mon3tr는 아까 와파린이 자신의 몸을 진찰할 때 했던 질문을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왜 더 효율적이고 단단한 형체를 포기하고, 켈시와 같은 종류의 형태를 선택한 거야?”
“왜 날카로운 발톱을 감췄어? 다른 이들이 두려워하지 않길 바라서?”
“왜…… 여전히 인간성을 남길 걸 선택한 거지?”
나도 모르겠어…… 그건 무의식적으로 한 선택이었어.
많은 질문에 대한 답이 입가를 맴돌았지만, 왜 정리할 수도, 말로 표현할 수도 없었던 걸까……
나는 너처럼 생각할 수 없어. 너무 많은 정보와 너무 많은 기억 때문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켈시.
너를 데리고 올 방법을 찾고 싶어. 하지만……
하지만 너는 절대로 네 결정을 의심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아주 오랜 세월을 함께했잖아. 나는 네 마음속에 이미 너만의 답이 있다는 걸 알아.
너 자신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것뿐이야.
계속 앞으로 나아가.
목소리가 사라졌다.
……
당신과 아미야는 이 순간 Mon3tr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당신은 아미야도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당신은 더 가까이 다가가, 아미야를 붙잡아 주었다.
박사님, 저……
- 나도 똑같아.
……이건……
박사와 아미야에게 남긴 건가?
{@nickname} 박사, 아미야, 나는 너희가 이 메시지를 듣게 되는 순간을 상상했었어.
이런 말이 너희를 혼란스럽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로도스 아일랜드의 몰락은 결코 예상 밖의 일이 아니었다.
지금 우리는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강적과 맞서고 있어. 내 노력은 실패했고.
하지만 너희의 싸움은 이제 시작이야.
갈수록 활발해지는 오리지늄이 이 대지에 새로운 도전을 가져올 거다. 더 많은 고통과 증오, 그리고 전쟁……
로도스 아일랜드의 사명을 잊지 마.
테라 각지의 사무소에 흩어져 있는 오퍼레이터들을 찾아가. 그들의 힘을 합쳐서 더 많은 힘을 모아야 해.
이건 이 대지의 전쟁이기도 하니까.
- 켈시는 늘 이랬지……
- 켈시는 늘 대비책이 있었어, 그렇지?
- 마지막에 하고 싶었던 말이 이게 전부인가……
당신의 감정이 요동치는 걸 느낀 아미야는 당신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박사님……
- 난 괜찮아.
- 켈시를 생각하는 중이야.
괜찮아요, 박사님.
힘드시면 말씀하세요.
함부로 박사님의 감정을 건들진 않을게요…… 저도 박사님의 짐을 나누고 싶어요.
저도요…… 박사님.
저는 켈시 선생님에게 제 책임을 다하고, 박사님을 지키겠다고 약속했었어요. 저는 꼭 해낼 거예요.
이번에는 로도스 아일랜드의 사명이 끝나기 전까지 울지 않을 거예요.
……정말로, 켈시 선생님이 보고 싶어요.
- Mon3tr, 괜찮아?
소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눈앞의 데이터베이스에 집중한 채,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대량의 데이터가 그녀의 눈앞을 지나가자, 그녀의 눈빛도 점점 간절해졌다.
……아직도 많아……
켈시가 내가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정보들을 많이 남겼어.
어쩌면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 정말로……
박사…… 아직 방법이 있어.
우린 켈시를 데려올 수 있어.
권한 로그 불러오는 중, 번호 (식별 불가)……
Mon3tr, 일단 너와 내가 함께 선택한 이름으로 널 부르게 해줘.
사람들은 늘 생명에 사랑을 쏟고, 희망이나 두려움에서 해방되길 갈망해. 본 적도 없는 신에게 기도할 정도로……
……생명이 영원히 추락하지 않길 바라지.
하지만 그게 바란다고 될까? 아무리 지친 강물이라도 결국엔 바다로 흘러가기 마련이야.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는 날, 해와 달, 별마저 빛을 잃고…… 물결이 흔들리는 소리조차 사라지겠지.
모든 소리와 풍경이 저물고, 겨울의 잎도, 봄의 빛도 없어질 거고, 낮과 밤의 경계도 흐려질 거야.
오직 남는 건, 영원한 긴 밤 속의 끝없는 수면뿐.
……
이건 내 창조주가 나랑 놀다가 지쳐, 끝이 보이지 않는 툰드라에 누워 내게 들려준 시었어……
영원한 생명은 필연적으로 외로워. 나는 이미 충분히 맛보았어.
……너도 이제 스스로 나아갈 수 있을 거다……
Mon3t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