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0광휘 속의 비상
검의 자리가 있는 '글로리아나'호는 살카즈에게 포위된다. 실낱 같은 희망을 위해, 시즈는 동료들의 도움으로 국검과 함께 '글로리아나'호로 돌진한다.
전원, 허가 없는 진로 변경을 금지한다. 전속력으로 '가스트렐'호의 엄호 포격 구역을 통과하라.
장군께서 본함으로 복귀하실 수 있게 엄호하라!
포탄이 전속 전진하는 기동 부대의 주변에 떨어졌다. 포연이 기동 부대의 움직임을 가려주었고, 포탄은 양측에서 밀려오는 살카즈 부대를 처치했다.
멈춰! 전방 200미터에 나흐체러르의 기괴한 물체를 발견했다!
저 왕좌가 내뿜는 기운이…… 마족 놈들의 빈틈을 메꾸는 속도를 빠르게 만들어 주고 있어.
빠르게 몰려들고 있어…… 살카즈가 우리를 막으려고 한다!
장군님! 양익의 호위대를 계속 분산시켜……
그럴 필요 없다.
장군님! 저희……
놈들을 깔아뭉개라. 쿨럭……
네!
(괴로운듯한 호흡)
포연 속에서 침묵하고 있던 흰옷을 입은 사람들이 장검을 치켜들고 그들을 향해 떨어지는 포탄을 베어나갔다.
그 모습은 폭발하는 연기 속으로 사라져 갔다.
……
요격 준비. 5, 4, 3, 2……
나를 실망시키지 말도록……
……!
……!
하늘에서, 떨어지는구나. 화염이……
죽음에도 격차라는 게 있는 법이다, 살카즈.
보라색 화염이 웰링턴 공작의 기동 부대 전체를 에워쌌고, 하늘로 치솟은 불기둥은 전장에서 격리되어 완전히 안전한 공간으로 변모했다.
죽음의 불이 생명의 공간을 만들어 낸 것이다.
에블라나 전하, 역시 믿음직스러우시군요.
죽음과 맞서 싸우는 공작의 모습도 참으로 훌륭했어.
상처가 무척이나 심하군. 나흐체러르 죽음의 기운이 네 몸을 갉아먹고 있어.
군복으로 상처를 숨길 수는 있을지 몰라도, 내 눈을 속이진 못 해.
……
내 손을 잡아, 공작. 이런 흔들리는 차량 안에 있어서는 안 돼.
내가 직접 '가스트렐'호로 돌려보내주지.
별것 아닌 상처일 뿐입니다.
죽음을 뛰어넘은 공작은 드라코가 내민 손을 무시하고 지팡이를 짚은 몸을 바로 세웠다.
통증?
그게 뭔 대수일까.
……
에블라나 전하. 불길이 조금 거세군요.
이 화염벽에 구멍을 내주십시오. 제가 앞장서 길을 안내하겠습니다.
전하, 부디 안심하시길. 이 지팡이는 저와 함께 더 무서운 전장에도 가 보았습니다.
저는 '가스트렐'호의 함수에 서서 빅토리아의 구원을 기다리겠습니다.
원하는 대로, 나의 충성스러운 공작이여.
그 몸이 더 이상 스스로의 야망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나의 화염으로 네 심장을 다시 뛰게 해 주지.
죽음도 너의 진군을 막을 수 없으리라.
우리가 곧 타라다. 우리는 이 대지에서 가장 빛나는 곳에 서게 될 것이다.
모두 함께 전장을 불태워라.
“경고, 경고.”
“함체 손상 65% 이상. 항법 시스템 에러, 추진 시스템 에러……”
“예비 에너지를 가동합니다.”
“기관실이 파괴되었습니다. 오리지늄 연료 누출이 심각합니다.”
“2시 34분, 주술탄 3발에 동시에 명중당한 '프레데릭'호의 추진 시스템이 마비되었습니다.”
“교전 구역의 주술 오염이 심해, 지원을 맡은 호위함 3척이 접근할 수 없기에 현재 보병이 이동 중입니다.”
“제2 방어선이 맹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제9기갑연대가 나흐체러르 보병을 저지하고 있으며, 블레이크 중령과 모닝 소령이 전사하여 현재 시모어 대위가 지휘를 맡고 있습니다.”
“'엑셀시어'호가 근처의 나흐체러르 캐스터 1개 부대 발견! '인트레피드'호와 연락 두절! 구체적인 좌표 식별 불가…… ”
“고도딘 공작 휘하의 노급전함 3척이 전속력으로 지원을 오고 있으며, 애버콘 공작과 애시워스 공작의 돌격함대도 구원 요청에 응답했습니다!”
“오리지늄 활성 수치 계측 불가! 저게 뭐야?! 오리지늄이 우리 함선을 집어삼키고 있잖아?!”
……
공작님, 전황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살아남은 '회색 모자'는 모두 흩어졌습니다. 받은 소식도 여기 전부 취합했습니다.
……
아군은 죽어나가고 있고, 나흐체러르는 전장 전체를 분쇄기로 만들고 있군.
쿨럭…… 아군이 몇 명이나 남았지?
3분의 1도 안 됩니다.
공작님…… 후퇴하셔야 합니다.
저희 기함은 아직 방어 능력을 갖추고 있으니, 지금이라면 공작님께서 빠져나갈 통로 정도는 확보할 수 있습니다.
도망칠 수는 없지.
에일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내가 아직 '글로리아나'호에 살아있다는 소식을 전해.
……!
내가 전선을 포기한다면 방어선은 완전히 무너지고, 승리는 빅토리아로부터 더 멀어져.
병사들은 우리가…… 대공작이 또다시 자신들을 버렸다고 생각할 거야.
이 전쟁이 끝난 후에, 우리 병사들은 내가 승리를 위해서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할 수 있어야 해.
……
내가 계속해서 나흐체러르의 화력을 끌어들이면, 다른 공작들은 반드시 나를 지키러 달려올 거야.
……현재 상황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공작들도 잘 알고 있겠지.
게다가 내 정예들이 전부 여기에 있어. 너희들이야말로 나의 마지막 힘이야.
더 이상 말……
공작님, 조심하십시오!
흥, 이 선실부터 서둘러 처리해야겠군.
우리의 승리는 이 요새에서부터 시작될 거야.
공작님……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렇다면 반드시 왕의 숨결을 손에 넣어야 하겠군요.
검의 자리는 아직 멀쩡합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반격의 기회가 되어주겠죠.
……
비나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던 '회색 모자'는 아직 살아있나?
현재 통신 채널이 복구되었습니다.
다행이군. 그 녀석에게 연락을 보내도록.
새로운 명령을 내려야겠어.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잖아……”
“포탄을…… 포탄은? 클라크!”
“……죽었어. 다 죽었어……”
“비나, 병사를 구출해 왔어!”
“적들의 전선은 뚫기 힘들어. 계속 밀고 나갈 거야?”
“국검을 작동시키는 것만이 상황을 역전시킬 가장 큰 희망이야.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 이 일은 우리가 해낼 수밖에 없어!”
“너희들은…… 누구야?”
“파라곤 부대다.”
……콜록, 콜록, 파라곤 부대?
조심해, 병사. 적이 몰려 있는 곳으로 돌진하지 말고.
피가 너무 많이 흐르는데…… 광석병이군. 억제제가…… 이런, 다 떨어졌나.
움직이지 말고 여기 가만히 있어. 안 그러면 오리지늄 결정이 네 폐를 뚫어버리고 말 테니까……
상관없습니다.
뭐?
의사…… 아니, 장교님. 저희 부대원은 거의 다 죽었습니다.
클라크가 마지막 두 번째였죠. 맞습니다. 장교님 발밑에 있는 그 손, 이 세상에 남은 클라크의 유일한 부분입니다.
제가 뭘 더 할 수 있겠습니까?
……이름은?
파텔. 리처드 파텔입니다.
파텔 일병, 마크를 보니 제9기갑연대 소속이고, 최고 지휘관은 블레이크 중위군요.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당신들의 임무는 캐스터 공작 기함의 호위였을 겁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어느 부대죠?
제 이름은 델핀, 파라곤 부대 소속입니다.
저도 당신처럼…… 이 적들을 증오하고 있습니다. 저들은 제 모든 것을 빼앗아 갔죠.
하지만 아직 제 임무를 잊지는 않았죠. 당신들을 지원하러 왔습니다, 파텔 일병.
저희를 지원한다고요?
윈더미어 공작께서는 이미 돌아가셨고, 존경하는 우리 공작님께서는 아직 생사가 확인이 안 됩니다.
그리고 철의 공작…… 빌어먹을 웰링턴! 그 자식은 도망치기까지 했습니다!
당신들은 뭐 하러 왔습니까? 저희에게 승리의 희망이 있기나 한 겁니까?!
델핀은 무심코 비나와 비나가 등에 메고 있는 왕의 숨결을 바라보았다.
……대공작이 포기해도, 우리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습니다.
포기하지…… 않는다……
이 사람…… 곧 죽을 겁니다.
얼른 물러나십시오! 언제 붕괴해도 이상할 것 없는 상태입니다! 이 병사를 처리할 시간은 없어요!
델핀은 병사의 눈에 서 있는 핏발을…… 그리고 결의와 갈망을 보았다.
파라곤 부대, 이 앞에 나흐체러르의 부대가 있습니다.
저를…… 전차로 데려다 주세요.
……
잠깐만요, 델핀 님! 다가가지 마시고 제게 처리를 맡기시는 게……
알겠습니다.
파텔 일병, 도와주죠.
그게…… 당신의 마지막 소원이라면.
고맙습니다……
이미 너덜너덜해진 전차가 살카즈 부대를 향해 돌진했다.
파라곤 부대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모두가 한 평범한 병사의 마지막 절규를 듣기 전까지는.
당신들의 공훈을 잊지 않겠습니다.
캐스터 공작 휘하 제9기갑연대의 모든 군인은 죽음으로 '글로리아나'호와 빅토리아를 지키려는 훌륭한 군인들이었습니다.
……잠깐, 저건 뭐지? 죽은 사람이 일어나고 있네요?
아니, 시체가 움직이고 있는 게 아닙니다. 저건……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다.
쓰러진 나흐체러르 전사의 몸에서 삐져나온 나뭇가지는 끊임없이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부패의 기운이 가장 짙은 안갯속으로 돌아갔다.
곧이어 안갯속에서 한 모습이 일어서더니 빠르게 다가왔다.
델핀, 물러나!
그르르르……
스읍…… 다행히, 나도 쉽게 쓰러지지는 않지.
여기서 쓰러진다면 내 생명은 나흐체러르의 제단에 흡수되어 영양분이 되어버리고 말 테니까 말이야.
파텔 일병의 염원은 결국 허사가 된 건가요? 죽음으로도 쓰러트릴 수 없는 적들이라니……
아니, 델핀 씨. 파텔 일병은 분명 이 나흐체러르 소대를 죽였어.
다만……
이 괴물은 여전히 죽음을 흡수하고 있지만, 아직 완전한 상태는 아닙니다! 기회를 틈타 해치워야 합니다!
제가 엄호할게요! 백파이프, 측면이야!
파텔 일병의 염원은 허사가 아니었다. 우리는 파텔 일병이 연 돌파구를 뚫고 앞으로 나아간다!
전원, 행동 개시!
……
머뭇거리지 마. 시간을 끌면 상황이 더 번거로워질 수 있어.
……
왜 멀뚱멀뚱 서 있는 거야?
너 설마…… 지금 도망치려는 건 아니겠지?
도망이라니? 내가 철수를 해도 그건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서야.
알렉산드리나 전하, 그렇게 노려볼 것 없잖아. 정말로 중요한 일이란 말이야.
공작님께서 방금 내게 새로운 명령을 내리셨어.
거래는 취소야. 왕의 숨결을 가지고 철수한 후에 공작님의 명령을 기다려야겠는데.
……
당신들은 검의 자리까지 갈 수 없어. 그리고 이 '열쇠'도 살카즈에게 빼앗길 수 없고.
필요하다면 우리는 '모든 특수 수단'을 동원해 왕의 숨결의 안전을 확보할 거야.
예상대로군.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어. 공작님의 명령에 대해선 아무것도 숨기지 않고 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당신들은 검의 자리로 가는 걸 포기하지 않겠지. 그러니……
나도 끼워달라고.
뭐?
물론, 내 최우선 임무는 여전히 공작님의 안전을 확보하는 거야.
다만, 지금 같은 시기에 파라곤 부대보다 더 믿음직한 동맹을 어디 가서 찾겠어?
공작은 그 판단을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은데.
의견은 서로 충분히 교환한 것 같은데, 안 그래?
나 혼자서는 너희들을 어떻게 할 수도 없고.
가자고, 전하. 전하가 완벽한 계획을 세우길 기대하지.
안심해. 우리 사랑하는 고모님께서는 아무 걱정도 할 필요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으니까 말이야.
비나의 계획은 복잡했던 적이 없었지만, 이 혼란스러운 전장에서는 오히려 더 잘 먹혔다.
파라곤 부대의 모든 이들은 자신이 왜 싸우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전쟁이 제아무리 그들을 흩어지게 만들어도, 결국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 승리의 종착점에 모이게 된다.
“계획은 간단해. 델핀, 네가 바깥쪽 지휘를 맡아서 '글로리아나'호를 포위하고 있는 살카즈를 견제해줘.”
“정면 충돌은 피하고 게릴라전 위주로 싸워.”
걸을 수 있겠습니까?
나는…… 안 되겠어……
그럼 제 등에 업히세요.
안전 구역으로 옮겨 드리겠습니다…… 안전한 곳은 없는 것 같지만 말이죠.
저기 파괴된 함선 뒤쪽으로 가죠. 거기라면 조금 숨을 곳이 있을 거예요.
우리는 버려도 됩니다…… 스으,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왕의 숨결이잖아요!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세요.
왕의 숨결은 비나의 소대가 알아서 할 일입니다. 우리 임무는 적을 견제하고 화력을 분담하는 거란 말입니다!
소위, 여기 의료 지원이 필요해요!
네!
피츠, 고향이 어디라고 했죠?
……이스트햄이요. 후우……
이스트햄은 양질의 가죽으로 유명하죠. 저도 가 본 적 있습니다.
다리에 자상으로 보이는 개방성 상처가 있군. 일단 지혈부터 하지. 다른데 아픈 곳은 없나?
없어요. 그냥 조금…… 조금 피곤하네요……
피츠, 지금 생각나는 사람이 있나요?!
배리…… 맞은편 거리의…… 그 녀석, 아직도 내 돈을 안 갚……
말할 필요 없어요! 속으로만 계속 반복하세요!
그리고 살아 돌아가서 직접 말하는 겁니다!
의식은 뚜렷하고, 골절상도 없고, 내장 출혈도, 급성 감염도 없군.
상처는 깨끗하게 처리해 두었습니다. 붕대를 다 감고 나서 소염제를 주면 되겠네요. 조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델핀 님.
소위는 우리 배가 기습당했던 그날로 돌아가고 싶나요?
……이길 수 있다면, 그러고 싶군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 실수 때문에, 무능함 때문에…… 그때, 살카즈에게 처참하게 패배한 겁니다.
이제 다시는, 더 이상 지지 않을 거예요.
소위, 피츠를 데리고 후퇴하도록 하세요. 여기는 아직 제가 필요합니다.
“비나, 우리는?”
“장비를 가볍게 하고, 전선을 빠르게 돌파해서 검의 자리로 직진할 거야. 혼 씨, 백파이프 씨, 측면은 그쪽에 맡길게!”
“한나, 모건, 다그다, 우리는 오직 돌진뿐이다!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마!”
“돌진해서 죽을 때까지 싸운다는 소리잖아?! 벌써부터 신 나는걸!”
“닥쳐, 한나!”
엄폐물이 못 버틸 거야!
다음 엄폐물의 위치는 어디지?
그 모자 괴인이 찾아냈어! 신호를 확인해 봐!
캐스터의 수비병들이 보여! 이제 거의 다 왔어!
화력이 약해지고 있어! 델핀이 적의 주의를 돌리는 데 성공했네!
검의 자리가 보이기 시작했어……
엎드려!
잠깐! 이건 살카즈의 공격이 아니야!
이건 '글로리아나'호네, 대빵!
아무래도 '글로리아나'호가 우리를 본 것 같군.
포격으로 우리에게 길을 열어주고 있어!
지금이다! 가자!
폭풍의 중심을 향해, 포화가 집중된 곳을 향해, 적의 진영을 향해.
해머로 뼈를 부수고, 검으로 육체를 베어낸다.
상처는 점점 깊어져갔고, 피범벅이 된 얼굴도 이젠 닦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오더라도 계속해서 나아갔다.
비나는 '글로리아나'호 근처에 도착했다. 전투의 함성이 들려올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조금만 더 버텨. 이제 곧 '글로리아나'호로 돌입……
“(불명확한 살카즈어) 지나갈……”
“(불명확한 살카즈어) ……없다.”
무슨…… 일이……
해머를 쥔 손에…… 감각이 없어……
“비나!”
“왕의 숨결! 왕의 숨결이 날아갔어! 찾아……”
왕의…… 숨결? 그…… 검? 분명 등에…… 메고 있었는데……
“(불명확한 살카즈어) 죽음……”
“(불명확한 살카즈어) ……끝이다.”
“빌어먹을! 비나, 일어나!”
“비나를 구해! 백파이프, 지금 장전 중이니까 등 뒤를 부탁할게!”
“저 녀석들의 검은 내가 막을게! 젠장, 더 빨리 달려야 한다니까!”
검은 그림자…… 무언가가…… 내 앞으로 접근하고 있어……
“비나!!!”
“빅토리아……”
“빅토리아!”
“빅토리아!!”
비나는 이 목소리를 잊을 수 없다. 비록 들려오는 소리가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음에도 말이다.
하지만 비나의 직감적으로 한 이름을, 그녀의 일생과 관련된 이름을 떠올렸다.
지면이 갈라짐과 동시에, 세 개의 이동 제단도 두 동강 났다.
피어오르는 하얀색 수증기와 함께 붉게 타오르는 칼날이 나타났다.
봐! 증기 기사다!
증기 기사가 왔다!
빅토리아의 영광이 돌아왔어! 증기 기사가 우리와 함께한다!
가자!
죽여라! 증기 기사와 함께 살카즈를 전부 죽인다!
빅토리아에 다시 영광을!!!
(침울한 증기 분사음)
베고, 찌르고, 돌진한다.
갑옷은 조용히, 그리고 미친 듯이 싸우고 있었다.
갑옷이 지나가는 길에는 살카즈의 시체와 조각난 제단으로 가득했다.
주술탄이, 석궁이, 칼날이 증기 기사를 노렸다.
그럼에도 증기 기사는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적이 남긴 흔적, 혹은 적 그 자체를 가지고 다음 적을 베어나갔다.
……!
증기 기사가…… 아직 살아있었다고?!
맞습니다. 도시 안에서 한 번 마주친 적이 있었죠.
증기 기사가…… 왜서 여기에 있나?
그 검 때문에…… 온 거야……
비나!
아직…… 버틸 수 있어!
하지만…… 검이 안 보여!
내가 봤어! 교전 구역의 시체 더미 속에 있었어. 내가 가져오지.
당신은 뒤돌아보지 말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 기회를 놓쳐서는 안 돼.
반드시 시간 안에 검을 가지고 오겠다고 약속하지.
……
비나……
앞으로 계속 나아갈 거야. 날 엄호해 줘.
시즈는 망설이지 않고 해머를 꽉 잡았다.
그녀는 동료뿐만이 아니라, 자신을 믿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신뢰를 보냈다…… 아니, 그녀는 빅토리아 전체에 신뢰를 보냈다.
시즈 자신이 믿는 빅토리아에게.
달려, 더 빨리. 이제 곧……
으윽……!
억지로 버티지 마!
한 번만 더 맞으면 다음엔 죽는다고!
이동 제단……
……멈췄어?!
포탄을 쏜 건 우리 빅토리아의 전차인가?
비나, 우리는 지금 파이프 공작의 장갑과 연결되어 있어! 시모어 대위를 찾았어! 아직 살아있어! 점점 더 많은 부대가 우리와 합류하는 중이야!
날아다니는 제단은 우리에게 맡겨 줘!
잘했어! 계속 전진하자!
빌어먹을! 내 앞길을 막지 마!
탄약이 전부 떨어졌어. 이제…… 남은 건 육탄전뿐이야.
알겠어, 대빵!
그립네. 꼭 우리가 학교에 있을 때 같아.
저 살카즈들에게 시험해 볼까.
우리를…… 뛰어넘을 수 있는지 말이야.
검의 자리가 앞에 있는데, 저 부패의 안개가……
전하, 내 동료들이 '글로리아나'호를 지키고 있어.
콜록…… 다음에도 협력할 일이 있다면, 파라곤 부대는 반드시 이 모자와 다시 만나게 될 거야.
내가 마지막 오리지늄 아츠로…… 그리고 약간의 권한으로 길을 밝혀 주도록 하지.
짙은 부패의 안개가 녹색 빛에 의해 잘려나갔다.
폭풍 깊은 곳에서 검의 자리가 밝게 빛나고 있었다.
참, 그 검 말인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공작님의 명령을 거역해서는 안 되는데……
하지만 전하하고도 약속했으니 말이야. 정말로 곤란하다니까.
그러니까, 이걸 받아!
한 줄기 은빛이 전장을 가로질러 안개를 뚫고 지나갔다.
왕의 숨결은 혼전 중인 양측 병사들의 주의를 끌지 못할 정도로 평범했다.
받았습니다!
시즈 씨, 뒤돌아 보지 마십시오! 이제 마지막입니다!
대빵, 나는 신경 쓰지 말고 쫓아가!
전장에 폭풍이 일어남과 동시에 화이트 울프는 뛰어올랐다.
조준, 그리고 발사.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동작을 다시금 반복했다.
시즈 씨, 받으세요!
검을 발사하는 혼의 모습은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빼앗았다.
비나는 뒤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달려가며 들려오는 소리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였다.
“쿵.”
공기 중에서 금속이 울리는 소리, 날카로운 무기가 공기를 자르는 소리.
시즈는 들고 있던 해머를 세게 던졌다. 거대한 해머가 벽에 박히면서 발 디딜 곳을 만들어 주었다.
해머를 밟고, 뛰어올라, 그녀는 손을 뻗어 왕의 숨결은 낚아챘다.
인드라, 모건. 우리가 귀족의 굴뚝에 어떻게 화염병을 던져 넣었었는지, 기억나?
우리 어깨 위에 올라탔었지!
맞아.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먼저 갈게.
발밑의 활성화된 오리지늄은 시즈가 넘었던 그 어떤 벽이나, 그 어떤 산과도 달랐다.
얼마나 남았을까?
안개가 걷히고 전쟁이 멈추려면 얼마나 남았을까?
비나는 런디니움에서 도망쳤다가 다시 런디니움으로 돌아왔다. 안심할 수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사랑하는 사람 곁으로 돌아가는 길은…… 도대체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걸까?
비나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검의 자리가 눈앞에 있는 것은 확실하다. 비나는 온 힘을 다해서 해머를 뽑았다.
비나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
뛰어오른 비나의 손에 있는 검과 해머는 태양빛 아래에서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