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근접 지원 작전
로도스 아일랜드 일행은 '티카즈의 피'를 쫓아 고해신부가 전장에 설치한 제단을 찾아냈지만, 기이한 괴물과 살루스의 저항을 받게 된다.
작전 시작 65시간 후
공작 연합군과 나흐체러르가 참혹한 전쟁을 치르고 있어.
앞으로 조금만 더 가면 실버록 블러프스야. 차량은 오리지늄 반응이 격해지면서 마비됐어.
- 비나도 곧 전선에 도착할 것 같아.
- 파라곤 부대의 임무가 막중한걸.
왕의 숨결이 검의 자리와 합체한다면, 여기서도 볼 수 있을 거야.
- “재앙을 가른다”인가.
단순한 전설일 뿐이야.
사람들은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목격하면 그것을 과장하게 되며, 후세로 전해져 내려오는 동안 낭만적인 요소를 덧붙이는 경우가 많지.
- 더 샤드 빌딩과 왕의 숨결……
- 빅토리아인의 '창'과 '방패'……
- 더 샤드 빌딩은 오리지늄의 응용이고, 대형 주술 장치와 동급이야.
- 왕의 숨결은 오리지늄 반응을 일부 상쇄할 수 있고.
이미 알고 있었나.
- 흔히들 오리지늄을 '고질병'에 비유하지.
- 재앙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여전히 대피뿐이야.
- 아직 오리지늄 활동에 직접 개입하기는 힘들어.
- 빅토리아는 일찍이 도구를 이용한 자구책을 터득했지.
- 왕의 숨결의 근원은 빅토리아가 아니지?
내가 왕의 숨결을 처음 본 건, 사르곤 왕중왕 궁전의 깊은 곳이었어.
사람들은 그것을 아슬란 왕권의 상징으로 여기며, 마을과 도시를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 실제로도 그랬고. 왕의 숨결은 오리지늄 반응을 어느 정도 상쇄해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 겨우 '어느 정도'?
- 딱히 관심이 없었나 보네.
맞아. 고대 사르곤의 캐스터들이 아무리 열심히 발굴하고 개조해 봤자, 왕의 숨결은 과거 도시의 방어 장치일 뿐이야.
왕의 숨결이 사용되던 시절에는 오리지늄이 아직 대지에 곳곳에 퍼져 있지 않았어.
왕의 숨결이 일시적으로 '암나남'을 멈추고, 베헤모스의 해골이 날아오를 수 있게 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그게 오리지늄의 활동을 멈추게 하는 억제제가 되는 건 아니야.
- 지난 세월 동안, 실망을 많이 했나 봐?
……박사, 지금의 너에겐 오리지늄이 무엇으로 보여?
미지로 가득 찬 현상? 이용할 수 있는 자원? 아니면 질병과 재해의 근원?
- ……
- 고를 수가 없는데.
고르고 싶지 않은 거겠지. 대답은 '전부'일 테니까.
오리지늄은 이미 우리의 모든 것과 결합되어 있어. 환경, 과학, 기술, 문화, 심지어 우리의 신체까지.
신체의 일부가 망가졌다면, 망가진 부분을 잘라내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체의 모든 게 문제라면?
- 누군가의 눈에는 전지전능으로 보이겠지.
……
- 왜…… 나를 봐?
아까 실망을 했었냐고 물었지?
……예전에 딱 한 번 있었다.
내가 누군가를 지나치게 의존하는 바람에 잘못된 판단을 거듭했고, 그 대가를 치렀어.
- 그건……
- ……
- 하아……
그렇다고 두 번 다시 믿지 않겠다는 건 아니야.
우리의 근원과 뿌리에 저항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야. 어떤 기술에…… 혹은 어떤 사람에게만 의지한다는 자체가 비현실적이지.
박사님! 켈시 선생님! 이것 좀 보세요!
앞에 동굴이 있어요.
……누군가 일부러 입구를 숨겼군.
거칠고, 뒤틀려 있다. 고해신부의 환술이다.
주술 제단은 분명 가장 깊은 곳에 있을 거예요.
오리지늄 반응이 가장 강렬한 곳으로 가보죠.
- 온통 오리지늄투성이네.
- 이렇게 활성화된 오리지늄은 본 적도 없어.
- 아미야, 괜찮아?
- 로고스도 감염자잖아. 위화감은 안 들어?
- 켈시, 우리 약이 효과가 있을까?
괜찮아요, 박사님.
더 중요한 일이 남아있으니까요. 버틸 수 있어요.
환경의 영향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군.
그렇다 해도, 그 영향이 원석에 의한 것만은 아니겠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것보다는 나아.
오리지늄은 '암나남'의 영향으로 더욱 그 본질에 가까워지게 될 거야.
결정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모든 생물과 무생물에 결합하여, 동화라는 형식으로 정보를 봉인하겠지.
오리지늄은 자신의 구조로만 정보를 보존할 수 있어. 그렇기에 동화된 개체는 원래의 생명 형태를 완전히 잃어버리지.
옆에서 보면 순식간에 '분해'되는 것처럼 보이겠지.
- 광석병 발작으로 죽는 사람처럼……
비슷한 점이 있지. 환자들은 의식이 사라지면, 그 신체는 일정 시간 내에 고도로 활성화된 오리지늄 분진으로 분해되니까 말이야.
동화란 이 과정을 극한으로 압축시켜 놓은 거야.
로도스 아일랜드의 기술로는 체세포와 오리지늄의 융합률이 임계치에 도달하는 것을 지연시키는 게 고작이야. 진정한 방어 장벽을 생성해 오리지늄을 막는 것은 아직 불가능해.
- ……
박사,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 이곳의 오리지늄 농도는 아직 최악의 상황은 아니야.
- 이게 최악이 아니라고?
-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는걸.
아직은 움직이고 숨을 쉴 수 있잖아.
적시에 오리지늄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거야.
켈시 선생님, 박사님, 적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어요.
로고스 씨, 전투 준비를 해주세요.
침입자인가?!
적은 밴시와……
으윽!
수비 병력이 적은 건 아니지만,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겠군.
어둠 속에 필시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박사, 절대 낙오되지 말도록.
고해신부의 주술 때문에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기는 힘들지만, '티카즈의 피'가 근처에 있는 건 확실하다.
티카즈의 피에 최초의 오리지늄이 각성했다.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살카즈의 운명은 이렇게 오리지늄과 얽혀 있었다.
아미야와 로고스는 고통을 겪고 있다. 혹은 그 고통을 짊어지고 여기까지 왔다고 해야 할까.
그렇다면 당신은? 당신은 켈시가 몇 번이고 말을 꺼내려다가 다시 침묵한 걸 떠올렸다.
당신은 증인이자, 동반자일 뿐만 아니라, 오리지늄과 이 전쟁, 그리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더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게 바로……
- “티카즈의 피”.
두카렐의 집념이지.
순수한 피에는 아무런 '불순물'도 들어 있지 않다.
피 자체에는 아무런 힘도 없다.
아미야, 티카즈의 피와 제단의 연결을 끊어버려.
알겠습니……
잠깐.
……켈시 선생님?
Mon3tr, 저기에 있는 위병의 시체를 공격해!
크르르릉!
……
또 다른 Mon3tr?
하나뿐이 아니군요. 쓰러진 고해신부 위병들…… 전부 진짜 위병이 아니었네요!
진짜와 거의 비슷한 '모방'이군.
그 녀석만이 이 동굴을…… 진짜 제단처럼 꾸밀 수 있지.
이건 우리를 노린 함정이야.
- 다마즈티.
아미야, 물러나!
(분노하듯) 크르르르!
Mon3tr가 당신들의 앞을 막아섰다.
당신은 아미야의 손을 꽉 잡았다.
제단과 '티카즈의 피'가 붕괴하는 가운데, 주위의 암벽이 밀려오고 있었다.
환각은 사라졌지만, 지형의 변화는 실제로 일어났다.
진짜 제단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자라나는 오리지늄은 당신들이 보고 있는 모든 것들을 집어삼킬 것이다.
박사님!
- 여기는……
- ……고해신부의 동굴인가.
아까 그 가짜 제단의 아래층으로 떨어진 것 같아요.
오리지늄 구조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박사님밖에 붙잡지 못했어요.
켈시 선생님과 로고스 씨는 어디에 계신 걸까요…… 곳곳에 있는 오리지늄 때문에 정보가 너무 많아요. 켈시 선생님과 로고스 씨가 느껴지지 않아요.
- 아마 우리랑 멀리 떨어져 있을 거야.
- 적이 우리를 가둬 놓으려는 것 같아.
- 적이 제단을 부수지 못하게 하려는 것 같아.
- 하지만 고해신부의 최우선 목표는 여전히 너야.
그들이 원하는 것은 '마왕'이겠죠.
땅이 흔들리고 있어요…… 결정이 계속 확산 중인 걸까요?
저건……
……
오리지늄 깊숙한 곳에서 기어 나온 괴물.
웬디고의 뿔, 가고일의 몸, 다이아볼릭의 불.
당신은 고해신부의 석상에서 이런 특징들을 본 적이 있다. 전부 살카즈의 씨족들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특징은 하나의 몸에 나타나고 있었다.
저것의 감정은…… 매우 혼란스러워하고 있군요.
추억만이 존재해요. 수많은 단편적이고, 모호하며, 뒤섞인 추억들……
- 아미야, 다른 쪽에서도……!
박사님, 앞으로 더 많이 몰려들 거예요.
이 동굴은 저것들이 태어난 곳이에요.
고해신부가 살카즈의 피와 오리지늄을 사용해……
저 생물들을 만들어 냈어요.
- 너…… 슬퍼하고 있는 거야?
- 아미야……
박사님, 저들은 아직 살아있어요.
돌멩이도, 순수한 주술의 피조물도 아닌, 살아있는 생명체예요.
하지만 저들은 오직 고해신부의 명령에만 따를 뿐이에요. 고통을 느끼지 못하며, 자신의 운명에 한탄하지도 않죠.
사람들은 저런 생물들을…… '괴물'이라 부르죠.
그래, '괴물'.
혹은…… '키메라'.
너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한탄하고 있는 거지?
아무것도 모르는 동류들을 위해서? 아니면 억지로 왕관이 씌워진 너 자신을 위해서? 키메라.
크르르르르!!
……
전투가 시작될 것 같군요.
- 아미야, 아무 영향 없는 거야?
- 고해신부의 주술이야!
박사님, 고해신부에게 두 번은 당하지 않을 겁니다.
환상과 악몽일 뿐, 저는 그렇게 약하지 않아요. '키메라'라는 이름은 꿈속에서 이미 충분할 정도로 많이 들었어요.
제가 그걸로 동요한다면, 이곳에 올 자격조차 없었던 거겠죠.
게다가, 제 미숙함 때문에 박사님이 휘말리는 일은 다시는 보고 싶지 않거든요.
자그마한 왕관이 카우투스 소녀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검은 선이 아미야의 손가락 사이에서 형태를 이루었다.
- 너와 '마왕'의 연결이 더 깊어지고 있어.
어쩌면……
어쩌면 여전히 부족할 수도 있어요.
……아미야.
그렇게 서두를 것 없어.
내 주술 앞에서 분신 같은 건 아무런 의미도 없다, 다마즈티.
네 말 대로, 이건 '시간 낭비'다.
그 공연, 그리고 그 산책, 우리는 아직도 기억나.
너는 우리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지.
그때 나와 이야기를 나누던 너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적어도 자신이 왕정의 주인이라는 자각이 있었다.
지금의 너는 무엇이지?
우리는 다양한 신분으로 살아 봤어.
하지만 이 여정들이 우리에게 답을 준 것은 아니었지.
생각한 끝에 알게 됐지. 시작과 끝이 없는 길은 그저 순환일 뿐이라는 걸 말이야.
넌 죽음으로서 그 증거를 찾으려고 했군.
죽음의 끝에는 아무것도 없어.
너희들이 말하는 영혼은 우리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
밴시, 우리를 향해 골피리를 불었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지?
“부서져라”.
……
끝이 없군.
이게 너의 힘인가? 한 번 죽더니 예전 같지 않은 모양이군.
저주에 의해 부서진 분신은 과거처럼 물거품으로 변하지 않았다.
쓰러진 시체 하나하나는 소용돌이치는 오리지늄 파도에 휘말려 빠르게 모습을 감추었다.
곧이어 앙상한 나뭇가지 같은 손이 결정에서 튀어나왔다.
영장.
밴시…… 너도 과거에 나를 죽인 적이 있었지.
전장에서 우리의 입장은 서로 달랐으니.
카즈델에서, 나는 명을 받들어 왕정의 배신자들을 죽였다.
너는 내 앞을 막아서며, 저주로 나의 머리와 몸을 분리시켰지.
그때의 너는 그저 앳된 목소리를 가진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기억나는군.
네가 말하는 배신자들이란, 그저 평온한 삶을 찾아 카즈델을 떠나려고 했던 일가족이었다.
놈들은 왕정에 충성을 맹세했어야 했다.
왕정이 살카즈 위에 군림해선 안 된다. 네가 카즈델의 전쟁 영웅이었다고 하더라도, 네가 일반인들을 학살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너는 바벨과 테레시아를 선택한 것인가…… 네가 말하는 평범한 살카즈들을 위해서 말이야.
그게 미래로 향하는 더 올바른 길이다.
하지만 그녀가 죽었음에도 너는 카즈델로 돌아가지 않았지!
심지어 이종족들과 함께 '마왕'을 훔쳐 도망치기까지 했어.
마왕의 계승은 테레시아 전하의 결정이었다. 나는 바벨의 멤버이자, 전하의 부하로서, 그 결정에 끼어들 자격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
너는 네 손으로 나를 죽였어.
저주가 심장을 조여왔던 그때…… 하하, 나는 믿을 수가 없었지.
그렇게나 오랫동안 함께 해왔는데, 네가 내게 품은 감정이 그 외부인들보다 못했다니.
……네가 함선에 남겨둔 황금초는 지금도 잘 자라고 있다.
전하의 죽음 이후 바벨을 휩쓴 그 내전에서, 너는 대체 몇 명의 동료들을 죽였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유품이…… 네 방을 전부 채워버렸잖아? 내가 화분에 아무렇게나 심은 풀을 볼 때마다 슬픔은 느껴지는가?
만약 내가 정말로 슬픔을 느낀다면……
그건 죽음조차도 너희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안식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마즈티, 과거의 너는 '죽은 자'를 연기하는 것에 그렇게 심취하지 않았을 텐데.
논쟁은 너에게 답을 줄 수 없으며, 나의 감정을 탐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죽은 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칠흑같이 새카만 결정 속에서 끊임없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수많은 얼굴들이 나왔다. 익숙한 얼굴, 낯선 얼굴, 하지만 그 얼굴은 전부 살카즈의 얼굴이었다.
네 천부적인 능력이 오리지늄에 담긴 정보와 공명하고 있군.
네 힘의 증폭이 오리지늄에 의한 것이라면……
로고스는 손을 들어 올렸다.
주문은 필요 없었다. 암벽의 진동이 만들어낸 가벼운 울림만이 퍼질 뿐이었다.
다마즈티의 모든 분신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그렇군.
그리고 또 하나…… 마지막 하나인가.
……
너였나.
……
동굴 깊은 곳에 서 있는 뱀파이어의 모습은 그날 베헤모스의 머리뼈 위에 서 있었을 때와 매우 흡사했다.
그러나 지금 그의 주위에 소용돌이치는 것은 더 이상 선혈이 아닌, 오리지늄의 결정이었다.
로고스는 자신의 몸 안에서 피가 요동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뱀파이어 생귀나르…… 두카렐.
네가 다른 분신과는 다르단 걸 알고 있다.
너는 다마즈티의 화신이 아니다.
다마즈티, 여기에 남은 당신의 일부는 키사르투슈타지를 돕는 것을 선택하셨군요.
아니…… 우리는 누군가를 도우려는 게 아니라, 그저 답을 찾고 있을 뿐이야.
켈시, 살카즈가 아직 살카즈가 아니었던 시절, 우리는 너를 봤어.
너는 우리를 지나쳐갔지.
저는 그 만남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땐, 우리에게 말할 수 있는 입이 없었으니까.
그 후에……
최초의 티카즈 마왕이 오리지늄과 접촉했죠.
그때 우리가 처음으로 '각성'했지.
첫 번째 개체가 우리 안에서 일어났어.
서로를 느낄 수 있었지.
그전에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존재했는지는 몰라. 그때가 되어서야 우리는 자신의 존재를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었지.
우리가 '사고'를 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오리지늄은 오리지늄과 접촉한 모든 생명체와 동화할 수 있죠.
당신들뿐만이 아닙니다. 최초의 뱀파이어, 밴시, 웬디고…… 모든 티카즈에게 변화가 생겼죠. 당신들은 이 땅에 존재했던 또 다른 생물의 형태에 다가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너는?
(기분 나쁜 듯) 크르르르……
또 다른 자신을 보는 게 달갑지 않나 보군.
켈시…… 불멸하는 자여.
너는 최초의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나?
불멸하는 자라는 이름은 저에 대한 일부 사람들의 상상과 오해에 불과합니다.
시간은 저에게도 그 흔적을 남기고 있죠. '켈시'라고 불렸던 최초의 개체는 이미 모래 속에 묻혀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너는 여전히 너 자신이지.
네가 테레시아의 곁에서 다시 태어났을 때도, 우리는 너를 지켜보고 있었어.
너는 이전의 너와 외모부터 성격까지, 모든 것이 달라.
우리는 생존을 위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에 익숙하지.
살카즈 중에서도 다마즈티는 특별해. 우리는 네가 우리와 비슷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어.
우리는 수많은 '켈시'를 알고 있어. 마치 켈시가 수많은 우리를 알고 있듯이.
다마즈티는 언제나 군체였어. 모든 다마즈티는 우리가 이 세계를 느낄 수 있는 수신기야.
하지만 '켈시'와는 달라. 모든 켈시는 오직 너 하나뿐이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째서지?
기억의 전승이 너를 이렇게 고집스럽게 만든 건가? 기억은 너무나도 쉽게 조작되고 주입될 수 있지. 우리는 수많은 장생자들이 비슷한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알고 있어.
이런 식으로 이루어지는 '영생'은 거짓이나 다름없죠.
그렇다면, 혹시 어떤 책임 때문에……
제가 태어난 그 순간부터, 제 목숨이 책임과 연결됐다는 건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진정으로 '살아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네 신체를 구성하는 물질은 전부 교체되었고, 계승한 이전 개체의 기억도 믿을 수 없는 건 마찬가지지. 강요된 사명이 너 자신의 것일 필요는 없어.
켈시, 지난 만여 년의 시간 동안, 자신이 변하지 않을 거라 믿을 수 있던 이유가 뭐지?
하나의 이름입니다.
고유한 호칭 혹은 코드네임인가? 애정이 부족한 수많은 살카즈들이 신경 쓰고 있는 것들이지.
이 이름에는 수많은 의미가 있죠.
제게 이름을 준 사람, 그리고 제가 신경 쓰고 있는 사람이 지금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지금은 대화를 나누기 좋은 시기는 아니군요.
네가 이렇게나 감성적일 줄은 몰랐네.
Mon3tr.
(흥분한 듯) 크르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