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흉조의 소용돌이 · 에피소드 13

13-1전장 안팎

메인 스토리브릿지2024-04-16

군사위원회는 정식으로 런디니움을 점령하게 된다. 테라의 각국은 이에 대해 소란스러운 반응을 보였고, 우르수스의 근위병들 또한 빅토리아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외드레르 일행은 살카즈 용병들에게 쫓겨나게 된 후, 정보를 얻기 위해 리치의 전달자를 찾아 나서기로 결정한다.

등장 오퍼레이터: 외드레르, W, 이네스

빅토리아 국립 대학 고전학과 베테랑 교수 새뮤얼 수스는 카세그레인 경이 보유한 수많은 장서를 런디니움 외곽의 감탕나무 숲에 비유한 적이 있다.


그것들은 지식의 결정체이자, 역사의 투영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모든 우리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응하는 것들을 찾을 수 있다.


서사시와 철학은 기록되고, 신화와 이론은 철저하게 문자화되었다. 겸손한 학자들의 지혜와 근면함이 이곳을 가득 채우고, 계관시인들은 모두 자신만의 책장을 가지고 있다.


“폭풍은 언젠가 걷히기 마련이지만, 희망은 절대 진정으로 사라지지 않아. 이 기록된 것들로 이루어진 것이야말로 우리의 문명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지.”

카세그레인 경은 썩 나쁘지 않은 감옥 동기였다. 우리는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수많은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쩌면 그 벽 때문에 그는 끝까지 나를 살카즈가 아니라 단지 깊은 반성에 빠진 빅토리아인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카세그레인 경이 끌려가기 직전에 꺼냈던 마지막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아무리 힘든 시절일지라도, 자랑스러운 빅토리아인이 단 한 명이라도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곧 이 혹독한 겨울이 끝나고 따스한 봄이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야.”


“……친구여, 그곳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말이지.”


피곤한 용병

더는 어쩔 수 없어.

피곤한 용병

전부 해봤는데, 이 책들, 안에 있는 종이까지 전부 가죽으로 만든 거라서 아예 불이 붙질 않아.

배고픈 용병

종이가 가죽으로 만든 거면, 왜 가죽이라 안 하고 종이라고 하는 거야?

피곤한 용병

난들 알겠냐.

피곤한 용병

*살카즈 욕설*, 연기는 나는데 불은 약해서 수프가 전혀 끓지를 않잖아.

배고픈 용병

'수프'라니…… 이건 그냥 물에다가 야채랑 고기 쪼가리를 넣은 것뿐이잖아.

피곤한 용병

이건 전부 그 자식들 탓이라고!

피곤한 용병

사람 알기를 우습게 아는 왕정의 망할 놈들은 우리들한테 런디니움 사람들을 잡아다가 공장에 처넣는 고된 일을 시키면서도 뜨끈한 수프 하나 안 주잖아.

배고픈 용병

대장은 지금 우리가 정식으로 런디니움을 점령했다고 그러던데.

배고픈 용병

방위군은 해산됐고, 레토라고 하는 리베리는 쫓겨났대.

피곤한 용병

그 W라는 미친 여자랑 같이 떠나지 않은 게 후회되기 시작했어.

피곤한 용병

아니다…… W랑 같이 갔어도 딱히 더 나아지진 않았을 거야.

배고픈 용병

이것들 전부…… 도대체 무슨 책일까?

피곤한 용병

난들 알겠냐. 무슨 할인품 목록인가 보지 뭐.

배고픈 용병

그 필라인 노친네는 왜 할인품 목록을 이렇게나 많이 모아놓은 걸까?

피곤한 용병

궁금한 게 뭐 그리 많아? 빅토리아인이 하는 생각 따위 알 게 뭐야?

피곤한 용병

하지만 나이 먹은 노인네가 그렇게나 서럽게 우는 건 처음 봤어. 자수가 달린 옷자락이 콧물 범벅이 된 거, 너도 아까 봤잖아?

배고픈 용병

……

피곤한 용병

뭘 그렇게 멍하니 있어?! 불이 또 꺼질 것 같으니까 가서 책이나 몇 권 더 가져와.

피곤한 용병

지금 뭐 하는 거야?

배고픈 용병

음…… 책 읽고 있어.

피곤한 용병

뭐? '읽고 있다'고? 글자도 모르잖아! 게다가 이건 전부 빅토리아어라고!

배고픈 용병

그림도 있잖아! 이 삽화 좀 봐봐, 필라인 여자가 남자의 뺨따귀를 때리는데, 두 사람은 무슨 관계일까?

피곤한 용병

불륜 관계겠지. 좀 더 볼만한 건 없어?

배고픈 용병

글쎄, 나머지는 전부 시시한 그림뿐이고…… 한 권만 해도 수백 페이지는 되겠는데, 여기 이런 책이 얼마나 있지?

배고픈 용병

저쪽에 비교적 얇은 책들도 있어. 한 줄에 다 못 쓴 글자는 다음 줄로 넘겨서까지 썼더라고…… 대체 빅토리아인들은 책에 무슨 내용을 쓴 걸까?

배고픈 용병

이 땅에 정말로 책으로 쓸 만한 이야기가 이렇게나 많았나?

배고픈 용병

이거랑, 이거, 그리고 저것도…… 전부 다 엄청나게 좋은 유리 책장을 쓰면서까지 종류별로 분류할 정도로.

피곤한 용병

아니면 빅토리아인들이 화장실 휴지까지 전부 책으로 엮을 만큼 돈이 넘쳐날 가능성도 있지.

배고픈 용병

핫, 그럴지도.

배고픈 용병

우린 왜 우리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이 없는 걸까? 이렇게 너무 봐서 너덜너덜해질 정도의 책 말이야……

피곤한 용병

진짜로 있다고 해도 좋은 것만은 아닐지도 몰라. 리치들은 스스로를 도서관에 가둔 미친 것들이라고 하잖아. 그것도 엄청 오랫동안 밖으로 나온 적이 없다더라고.

피곤한 용병

그리고 어차피 관심도 없어. 난 책보다는 뜨거운 수프가 더 중요하거든.

배고픈 용병

그러게 말이야. 매일이 별다를 바 없는 것처럼, 책들도 비슷비슷할지도 모르겠네.

배고픈 용병

난 글자를 모르긴 해도, 딱히 새로운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란 사실은 잘 알아.

배고픈 용병

천 년 전에는 칼로 사람을 죽였지만, 이젠 더 효율적인 무기로 사람을 죽이고 있어.

배고픈 용병

천 년 후에는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으음…… 모르겠네, 구름과 별이라도 쓰려나? 어쨌든 계속해서 죽이고 죽임을 당하겠지.

피곤한 용병

그러니까 네 말은, 우리가 달 위에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면서 밥을 먹고 산다면, 우린 더 이상 싸울 필요가 없을 거란 얘기야? 아니면 더 심각한 일이 발생해서 다들 더 이상 싸우지 않으려고 들 거란 얘기야?

배고픈 용병

하하.

피곤한 용병

……하아.

피곤한 용병

(흐아암) 뭐, 됐어. 책이나 한 권 더 태워야겠다.

이따금,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일련의 일들이 그저 자기만족이자, 여전히 '깨어 있는' 사람이란 것을 증명하기 위한 시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네스의 말이 맞다. 이것들은 나의 잠을 방해하는 것, 그 이상의 역할은 없는 것이다.

카즈델에서 인쇄기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을 찾자면, 손에 꼽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레드 와인 뉴스 선임 편집자

야, 이거 하나 똑바로 못해? 회사가 학교야? 이딴 것까지 하나하나 가르쳐 줘야 돼?

레드 와인 뉴스 선임 편집자

못하겠으면 그냥 고향으로 꺼져 버리던가. 너, 인턴 끝날 때까지 얼마나 남았지?

레드 와인 뉴스 인턴 기자

죄, 죄송합니다. 그냥…… 좀 더 신중하게 쓰고 싶어서 그랬어요.

레드 와인 뉴스 선임 편집자

'신중'? 지금 내가 원하는 건 재앙에 관한 논문이 아니라, 우리 회사의 발행 부수가 《카봐렐리엘키 스포츠》의 발행 부수를 영원히 압도할 수 있을 만한 기사야!

레드 와인 뉴스 선임 편집자

네가 신문 가판대를 지나가는 회사원이라던가, 도시 간 네트워크에서 우리 신문을 구독하는 사람이라고 치자. 너 같으면 '재앙학 분야에서 빅토리아가 이룬 중대한 성과'라는 기사에 돈을 쓰겠어?

레드 와인 뉴스 인턴 기자

하지만, '빅토리아를 괴멸로 이끈 살카즈!'라는 제목은 좀……

레드 와인 뉴스 선임 편집자

우리 신문을 보는 사람들이 원하는 게 진실 같아? 하다못해 《센트럴 저널》의 충성스러운 구독자들조차도 원하는 게 '진실'이 아니라고.

레드 와인 뉴스 선임 편집자

네가 독자들에게 보여 줘야 할 건 불안과 공포, 우월감, 그리고 지향적인 감정과 결론이야. 그래야 독자들이 더 많은 걸 원하게 된다고.

레드 와인 뉴스 선임 편집자

그래야만 독자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게 만들 수 있는 거고, 그래야만 네가 이 일을 계속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거야.

레드 와인 뉴스 선임 편집자

이 시간에 누가……

레드 와인 뉴스 선임 편집자

뭐라고?!

레드 와인 뉴스 선임 편집자

……신입, 견본 배달차가 떠난 지 얼마나 됐어?

레드 와인 뉴스 인턴 기자

30분이요. 서, 설마 빅토리아에서 새로운 소식이 들어온 건가요?

레드 와인 뉴스 선임 편집자

그런 게 아니야, 이 얼간이 자식아. 지금 당장 나랑 같이 인쇄소로 가. 아직 하판을 안 했을 테니, 늦지 않을 거야!

레드 와인 뉴스 선임 편집자

나는 편집장님한테 전화할 테니까, 넌 지금 당장 새로운 톱기사를 쓸 준비를 시작하도록 해!

레드 와인 뉴스 인턴 기자

어떤 내용인가요?

레드 와인 뉴스 선임 편집자

정보원이 노바 기사단의 비비아나, 아주 오래전에 사라졌던 양초의 기사가, 바로 내일 정식으로 은퇴를 선언한다는 소식을 전해왔어!

레드 와인 뉴스 선임 편집자

서둘러! 이 뉴스를 카시미어 전역에서 가장 먼저 보도하는 건 반드시 우리여야 해!

레드 와인 뉴스 선임 편집자

로즈 미디어 그룹에서 가장 중요한 편집부가 어디인지, 상업연합회에 증명할 좋은 기회야.

레드 와인 뉴스 인턴 기자

그럼 빅토리아와 더 샤드에 관한 기사는……

레드 와인 뉴스 선임 편집자

그딴 걸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매일 테라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데……

레드 와인 뉴스 선임 편집자

우리한테 가장 가치 있는 특종만 잡으면 된다는 걸 반드시 기억해.

레드 와인 뉴스 선임 편집자

빨리 차나 불러!

레드 와인 뉴스 인턴 기자

네, 넵!

레드 와인 뉴스 인턴 기자

그러고 보니, 예전엔 이 근처에 마족이 운전하는 불법 택시가 항상 있었던 것 같은데……

레드 와인 뉴스 인턴 기자

요즘 어째 잘 안 보이는 것 같지 않나요?

살카즈의 역사는 전쟁사, 그 자체로 이루어져 있다. 슬픈 사실이지만, 난 언제나 그것에 충실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들에게, 살카즈에게 일어난 일들이 학살 이외에도 기억될 가치나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애써 왔다.


이 대지 위에, 정중하게 기록될 기회가 주어지는 사건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내가 이 일들을 기록한다면……


카라반 리더

사전에 얘기했던 거랑 말이 틀리잖아!

암시장 상인

없는 걸 만들어 낼 수는 없어, 터너. 지금 오리지늄 폭탄이 전부 다 팔려버린 걸 내가 어떡하겠어?

카라반 리더

그럼 내가 주문한 무기는? 동굴 속은 원석충이랑 글룸핀서로 가득해. 게다가 또 무슨 괴물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설마 우리더러 그걸 맨손으로 때려잡으라는 거야?

암시장 상인

그건 네가 알아서 해야 할 일이야. 일단 말해 두겠는데, 요 보름 동안 암시장 전체를 돌아다녀도 구할 수 있는 건 무기 한두 개뿐이었어.

카라반 리더

도대체 어떤 용병단이 그 많은 무기를 전부 다 쓸어가 버릴 수 있단 말이야? 미친 거 아니야? 선밸리 공업이라도 그렇게 많은 무기를 사들이는 건 불가능하……

카라반 리더

……설마 아미르?

카라반 리더

또 어떤 재수 없는 아미르가 바가지를 뒤집어쓰려는 건지. 우리한테 좀 귀띔이라도 좀 해줘, 피해 다녀야겠으니 말이야.

암시장 상인

아니, 아미르가 아니야. 신비한 사람들이었는데, 우리도 정체는 잘 몰라……

암시장 상인

(작은 소리로) 어쩌면…… 파디샤일 수 있어. 게다가 한 명도 아니고.

암시장 상인

심지어……

카라반 리더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파디샤가 암시장의 물건들을 쓸어갔다고? 그것도 한 명이 아니라?

카라반 리더

말도 안 돼. 파디샤는 자신들만의 거래처를 가지고 있어. 게다가…… 그것도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의 파디샤가 무기를 쓸어갔다고? 이게 뭘 의미하는지 알고 말하는 거야?

암시장 상인

나도 그냥 대충 찍어 보는 거야.

암시장 상인

중간에 수많은 브로커를 낀 데다가, 외국의 회사를 이용해서 돈세탁까지 하면서 의심을 일으키지 않을 정도로만 구매했어. 딱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될 정도로만 말이야.

암시장 상인

사르곤에서 이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

카라반 리더

……

???

어이, 사장.

살카즈 용병

부탁했던 차량이랑 보급품은 전부 준비됐어?

암시장 상인

물론이지. 차량 넉 대, 식량, 물, 그리고 텐트. 전부 준비해 뒀어.

살카즈 용병

좋아, 돈은 여기에 둘게.

카라반 리더

'스페이서'가 언제부터 이렇게 부자가 된 거야?

암시장 상인

그런 게 아니야. 스페이서랑 용병단은 사르곤에 머물러 있지 않을 거라는 소문이 돌더라고. 가진 돈을 전부 써서 다른 곳으로 간대.

암시장 상인

컬럼비아, 아니면 빅토리아려나? 특히 요즘 직업을 바꾸는 마족 용병들이 엄청 많아진 것 같아.

카라반 리더

뭘 하려는 걸까? '스페이서' 녀석의 가족은 전부 사르곤에 있는 거 아니야? 다리가 잘린 아버지는 더 이상 돌보지 않을 셈인가?

암시장 상인

글쎄, 마족 녀석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니까. 어쩌면 모래랑 우림에 질려서 생활 환경을 바꿀 생각인 걸지도 모르지.

카라반 리더

……그런 거라면 좋겠지만.

카라반 리더

뭔가…… 여러 가지 일들이 전보다 몇 배는 더 복잡해져서, 점점 잘 모르게 되어가는 것 같아.

카라반 리더

……제길, 우리 할아버지 때는 평생 어떤 레포리비스트 숏혼이 가장 멍청한지, 가족의 저녁 식사로 어울리는 건 어떤 녀석인지 밖에 고민할 게 없었는데. 그때는 이런 귀찮은 일 같은 게 없었지?

암시장 상인

사르곤 촌 동네에 사는 우리들만 '그것'이 달려오는 걸 느낄 수 있는 걸지도 모르지.

카라반 리더

'그것'?

암시장 상인

레포리비스트 숏혼이랑 비슷해. 날뛰기 시작하면 너 정도는 쉽게 날려버릴 수 있어.

내가 우리들의 방언을, 그리고 레시피를.


농부가 읊는 시 한 수, 술에 취한 운송 대장이 외치는 허풍, 참호 속에서 꽃피는 사랑, 폐허 속의 낙서를 기록한다고 해도……

고통 앞에서는 여전히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들이다.


그것들은 오히려 일종의 조롱거리가 되었고, 마치 나의 독자들(만약 있다면)에게 폭력을 사용해 그것들을 되찾아 와야 한다고 알려 주려는 것만 같다.

이것은 나의 진심이 아니다. 하지만 나에게도…… 그들을 위해 결론을 내릴 권한이 없다.


초조한 마을 사람

전달자는 대체 언제 오는 거야? 설마 또 오다가 예쁜 여자한테 혼이 쏙 빠져 버린 건 아니겠지?

초조한 마을 사람

그 녀석이 지각할 때마다 써먹는 핑계는 이제 지긋지긋해. 설마 자기가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가르쳐 주는 사람이 아예 없는 건가?

모자를 쓴 사람

그는 오지 않을 거야. 우편 전달자인 아서 모리슨은 죽었으니까.

초조한 마을 사람

죽다니?!

모자를 쓴 사람

반역죄로 처형되었어.

초조한 마을 사람

바, 반역죄라고? 다…… 당신 뭐야?

모자를 쓴 사람

서로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부디 내 일에 협조를 부탁해. 이제 아서 모리슨에 대해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

초조한 마을 사람

우, 우린 그 녀석에 대해 전혀 몰라. 그저 그 녀석이 런디니움에 다녀올 수 있는 유일한 우편 전달자이고, 마침 우리 딸이 런디니움에서 대학에 다니는지라 가끔 인사만 하는 정도일 뿐이었어.

초조한 마을 사람

그런데 반역죄라니…… 살카즈한테 붙어먹기라도 한 거야? 우리 딸이 편지에서 지금 런디니움은 살카즈로 가득하다고 하긴 하더라만.

초조한 마을 사람

나는 그 멍청한 놈이 처음부터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지 않았어! 마족이랑 붙어먹다니, 죽어 마땅해!

모자를 쓴 사람

아니.

모자를 쓴 사람

우린 아서 모리슨이 우르수스를 위해 일하고 있었다고 확신해.

초조한 마을 사람

우르수스라니? 하, 하지만……

모자를 쓴 사람

그리고 당신은 그 녀석의 동료인 웨슬리 로에트 씨잖아.

초조한 마을 사람

그……

초조한 마을 사람

하, 하하, 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는 거야. 난 여기서 태어나고 자란 필라인이야. 여기서 일평생 감자만 심고 살았지. 우르수스어는 한마디도 못 한다고!

초조한 마을 사람

뭔가 오해를 했나 보네!

모자를 쓴 사람

감자를 심는 것만으론 딸이 다니는 빅토리아 국립 대학의 학비를 감당할 수 없을 텐데.

초조한 마을 사람

……

초조한 마을 사람

끄아!

모자를 쓴 사람

이래도 입을 열지 않겠다면, 나머지 한 쪽 팔도 부러뜨려 버릴 거야.

모자를 쓴 사람

반항은 전혀 무의미하니, 부디 내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 줘.

초조한 마을 사람

……그러니까, 그 소문들이 정말이었군.

초조한 마을 사람

우르수스인들이 말했던 게 사실이었어! 런디니움은 공식적으로 점령당한 거야. 한 달 동안 런디니움에서 연락은커녕 소문조차 들려오지 않았으니까.

초조한 마을 사람

그 빌어먹을 살카즈들은 우리를 모욕하고, 죽이고, 노예로 삼았어! 그런데 너희들은, 빅토리아의 수호자들이라며 우쭐거리는 네 녀석들은 대체 뭘 한 거야?

초조한 마을 사람

런디니움에 친척이나 친구, 가족 없어?

초조한 마을 사람

아, 물론, 높으신 분이니까 분명 뒤로 빼돌릴 방법이 있었을 테지.

초조한 마을 사람

우리 같은 거렁뱅이들만 아이들이 대단한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는 꿈을 꾸며 위대한 런디니움으로, 빅토리아의 중심으로 보내니까.

초조한 마을 사람

그런데 결과는? 하하하핫! 그들은 우리나라의 수도에서 살카즈의 일꾼이, 노예가 되어 버렸어!

초조한 마을 사람

마족 놈들이 빅토리아의 폭풍으로 빅토리아를 파괴하고 있는데, 너희들은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고!

모자를 쓴 사람

너의 그 얕은 식견으로는 빅토리아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어.

모자를 쓴 사람

넌 그저 너희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곳으로 날 데려가기만 하면 돼.

초조한 마을 사람

내가 알려 줄 것……!

모자를 쓴 사람

무슨 일이야?

초조한 마을 사람

그…… 으윽……

초조한 마을 사람

윽……

남자의 몸에서 검은색 창이 튀어나왔다.

눈앞의 남자는, 자신의 가슴이 뚫렸다는 공포감을 씻어내려는 듯, 떨리는 두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의 손은 사악한 창에 닿은 바로 그 순간, 뒤틀리며 시들어버렸다.

스읍……

듣는 사람의 등골이 서늘해지는 거친 숨소리가, 먼 곳에서부터 들려왔다.

모자를 쓴 사람

……

모자를 쓴 사람

나야. “캐스트샤이어 카운티에 봄꽃이 피었다.”

모자를 쓴 사람

모든 통신을 종료하겠다. 15분 뒤에도 내가 연락하지 않는다면 이 마을을 포기해.

모자를 쓴 사람

……꽃향기에 질식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한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입에서 김이 나기 시작했다.

위축되어서도, 겁을 먹어서도 안 된다. 그는 반드시 빅토리아의 이름으로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누어야만 한다.

어디에 있는 거냐?

스읍…… 후우……

11, 29, 1. 【암호】.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 된다. 서로를 바라보아서도 안 된다. 상대방이 이 게임의 소소한 규칙을 이해하길 바랄 수밖에 없다.

그는 맹수는 붙잡을 수 있지만, 페이는 붙잡을 수 없다.

눈이 휘날리며, 칠흑 같은 어둠이 빅토리아의 대지를 물들이기 시작한다.

가늘고 기다란 그림자가 발밑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는 등 뒤에 그것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얼마나 가까이 있을까? 사방이 고요한 가운데, 심장 소리는 마치 천둥과도 같이 울렸고, 검은색 호흡은 그의 등을 긁어대기 시작했다.

스읍……

모자를 쓴 사람

(가울어) 해명을 듣고 싶어.

???

93. 【암호】.

???

(가울어) 이번 작전은 폐하의 허가 없이는 그 어떠한 월권행위도 허락되지 않는다.

???

(가울어) 반역자는 모두 사형되었다. 그뿐이다.

모자를 쓴 사람

(가울어) 그렇군. 우리는 만난 적이 없는 거였어.

???

후우……

모자를 쓴 사람

……갔네.

잠입 대원

회색 모자 각하, 저희의 모니터링에 의하면……

모자를 쓴 사람

너희들은 아무것도 못 본 거다.

모자를 쓴 사람

그가 이곳에 왔는데도 우리가 살아있는 건, 그것이 곧 빅토리아와 우르수스의 태도이기 때문이야. 이 일은 공작님께 직접 보고드리기만 하면 돼.

모자를 쓴 사람

웨슬리 로에트는 형벌이 두려운 나머지 자살했으므로, 임무는 종료되었다.

잠입 대원

군단과 황제는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네요.

모자를 쓴 사람

하지만 우리가 취하는 모든 행동이 지금과 같은 협의를 촉구할 수 있어.

모자를 쓴 사람

그들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 같지만, 그 제국은…… 결국 결정을 내리고 말 거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들도 땔감이 될 뿐이라면, 살카즈의 모든 삶은 그저 불에 타는 것 외에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나는 어째서 아직도 기록을, 아직도 책을 쓰고 있는 걸까?


나의 전쟁사에는 계속되는 파멸뿐만이 아니라……

전투가 끝나고 병사들이 카즈델을 향해 부르는 모든 노래를 기록하고 싶다.


외드레르

좌측 후방, 차량 세 대, 열다섯 명 이상. 우리를 아주 오랫동안 따라다니고 있지만…… 상당히 신중하군.

외드레르

지금까진 그저 우리를 따라오고 있을 뿐이다.

이네스

W한테 핸들을 맡기고 유턴하면 저 녀석들이 너한테 안부를 물으면서, 런디니움의 기념품을 줄지도 몰라.

외드레르

기념품? 지금 저 녀석들이 손에 쥐고 있는 커다란 오리지늄 아츠를 말하는 건가?

외드레르

그거라면 예전에 이미 충분히 받았다고 생각한다.

외드레르

용병들의 움직임이 지나치게 수상하다. 우리를 죽이려는 게 아니라 마치…… 특정한 곳으로 몰아넣으려는 것 같단 말이지.

외드레르

우리를 런디니움에서 멀리 떨어뜨려 놓으려는 거야.

W

높은 곳에 앉아 있는 맨프레드 장군이, 네 목숨을 지키려고 정말 애쓰고 있기는 하네. 너희들 정말 의형제 아니야?

W

맨프레드의 성의를 봐서라도 카즈델에 돌아가서 빈민가 아이들한테 글이나 가르치는 건 어때?

W

그런데 널 군사위원회의 감옥에서 꺼내 준 사람은 도대체 누구야? 내가 널 데리러 갔을 때 넌 이미 런디니움 성벽 밖을 걸어 다니고 있었잖아.

외드레르

한동안 내 감방을 지키는 사람이 없었을 때가 있었다. 그때는 함정인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상황이 더 안 좋았던 것 같군.

외드레르

이렇게나 번거로운 방법으로 내게 뭔가 귀찮은 일을 해야 한다고 암시하는 것보단…… 오히려 심플하게 내 목숨을 노렸다면 더 편했을 텐데 말이야.

외드레르

게다가 문제는, 우린 아직 그 '귀찮은 일'이 뭔지 모른다는 거다.

이네스

그럼 피하면 되겠네.

이네스

W, 더 빨리 달릴 수 있어? 우리가 없으면 죽고 못 살 것 같아 보이는 저 녀석들이랑 작별 인사를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아.

W

이 고물 중고차로는 속도를 낼 수 없지만, 좋은 소식이 있어……

W

지금 막 지뢰밭에 들어온 것 같아.

W

삼십 분 전에 내가 직접 매설했거든.

W

지금이야, 꽉 잡아.

외드레르

지뢰란 지뢰는 전부 밟고 지나가는 것 같군.

W

하하핫, 저 녀석들을 위해 남겨놓은 건 더 많으니까 걱정 붙들어 매.

이네스

앞에 보이는 숲으로 들어가면 차에서 내려서 걸어가는 편이 좋겠어. 차량은 너무 눈에 띄니까 커서 결국 또 꼬리를 잡히게 될 거야.

이네스

W, 네가 지뢰를 매설해 둔 곳을 전부 기억하고 있으면 좋겠네.


이네스

……

이네스

우리 셋 다 아직 사지 전부 멀쩡하게 붙어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W

어때? 확실히 기억해 놨지?

W

몇 개 밟긴 했지만…… 어, 그걸 뭐라고 그러더라? '지각 운동' 때문에 그런 거야.

이네스

우릴 따라오던 사람들이 안 보이는 걸 보니, 무사히 따돌린 것 같아.

이네스

우리에겐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해. 가장 좋은 건 최대한 빨리 로도스 아일랜드랑 합류하는 거야. 아스카론이랑 박사는 지금 원더미어의 군함에 있거든.

이네스

왠지…… 불안한 느낌도 들고.

외드레르

뭐가 보였지?

이네스

그냥 직감이야. 본 것에 문제가 없을수록 더 불안해지거든.

외드레르

너희들 모두 '박사'를 만났잖나. 로도스 아일랜드에 있는, 지금의 박사를 말이야.

이네스

……아직 직접적인 결론을 내릴 순 없어. 하지만 어떤 의미에선, 그 박사는 확실히 '약해'졌지.

이네스

방금 말한 약해졌다는 말은 나쁜 의미가 아니야.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약해진 박사'는 필요하지 않을지도 몰라.

W

흥, 확실해? 로도스 아일랜드의 오퍼레이터가, 혹시라도 체르노보그에서 있었던 일들이 떠올라 내 등 뒤에 칼을 박아버릴지도 모르잖아?

이네스

W, 너 진짜 지금 하는 말처럼 의심하는 거 맞아?

W

글쎄? 어떤 할망구가 그 녀석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박사'한테 접근하게 두질 않아서 말이야.

외드레르

너는 이 전쟁을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어떻게 생각해?

W

……하하하. 난 그냥 벌레처럼 여기저기 쫓겨 다녔을 뿐이야. 제대로 된 군사 작전 하나 조직하지 못했지. 그냥 현대 사회에서 가장 신기한 포위전을 가까운 곳에서 구경만 했을 뿐……

W

……하아. 흥.

W

혼란스러워.

W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전쟁의 지휘관이 존재나 하는 건지 의심스러운 수준이야.

W

왕정의 각 군단 사이에는 협력 관계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아. 지방에서 올라온 빅토리아군은 더 말할 것도 없는 데다가, 복수심으로 가득 찬 어중이떠중이까지 있지.

W

이 모든 일의 배후에는 테레시스가 있어. 그러니까, 이 모든 건 그저 정교하게 설계된 혼란일 뿐이야.

W

테레시스는 전략 같은 건 깔끔하게 무시하고 있어. 그냥…… 무대를 만든 거라고.

외드레르

……그리고 기다리고 있는 거군.

외드레르

무엇을 기다리는지는……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만.

외드레르

지금처럼 아무런 정보도 없이 박사와 닥터 켈시를 만나러 가 봤자, 우리에게 지시를 내려 줄 거라 기대하긴 힘들 거다. 우린 바벨에서 이미 고배를 충분히 마셨으니까.

외드레르

반드시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신분으로 접촉하기 편한 정보원이 한 명 있다.

W

무슨 신분? 불쌍한 버러지들?

외드레르

비슷해. 살카즈다.

외드레르

참,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외드레르

너희들, 리치를 죽이는 방법에 대해서 알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