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6'우리'
가드는 과거 빅토리아 리유니온이 점령했던 양조장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빅토리아 감염자들에게 살해당한 무고한 살카즈 상인을 발견하게 된다. 그의 붕괴는 곧 화재로 이어졌고, 가드는 사람을 구하는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다.
등장 오퍼레이터: 레드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정말 이 대지를 창조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분명 매우 잔인한 성격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창조주는 비극적인 질병을 만들어 냈다. 그 병은 사람의 신체를 집어삼키고, 대체하며, 신체가 결정으로 변해가는데도, 그것을 무력하게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당신은 날이 갈수록 '자신'이 다른 무언가에 의해 자신의 몸에서 쫓겨난다는 것을 느끼지만,
당신은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 대지 위에서, '광석병'에 관한 이러한 관점은 비교적 온건한 편이다.
'감염자'와 '비감염자'. 나인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에 대한 박해의 역사는 문명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한다고.
그렇다면…… '농부'와 '부자'는? '노예'와 '귀족'은?
'외지인'과 '현지인', '장애인'과 '건강한 사람', 심지어 '괴짜'와 '정상인'은……
몸에 기생하는 병이라는 것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지만, 광석병은 그저 수많은 잔혹한 질병들 가운데서 가장 눈에 띄는 병일 뿐이다.
창조주의 발명 중 진정으로 비열한 것은 가난, 전쟁, 영원히 채워지지 않을 사람들의 욕망, 고난 위에 들러붙은 악의과 위선, 우리가 영원히 뛰어 넘을 수 없는 간격이다.
하지만 우리는, 사실 이 모든 것이 창조주에 의해 발명되지 않았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다.
그것은, 인간들 스스로가 발명해 낸 것이다.
당신과 내가, 그것을 발명한 것이다.
좋은 소식, 아니면 나쁜 소식?
좋은 소식은 숲속에 숨겨진 공방이 살카즈나 대공에게 빼앗겨 병영으로 사용되지 않았고, 완전한 상태라는 거야.
나쁜 소식은 공방에 사람이 살고 있어, 불이 켜져 있더라고. 다가가서 신분을 밝혔는데 불이 꺼졌어.
난민 아니면 탈영병이겠지.
불이 꺼졌다면…… 우릴 많이 경계하고 있다는 거네.
준비는 끝났어. 무슨 일이 일어나도 거의 다 대응할 수 있을 거야.
아니, 급할 필요 없어. 불을 껐다는 건 그저 신중을 기했거나, 우리가 두려워서 그런 것일 수도 있으니까.
너무 일찍 결론을 내리지 말자고.
게다가, 레드처럼 긴 칼을 메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누구라도 조심하지 않겠어?
내가 가서 한번 얘기 나눠볼게.
너 혼자서?
그래. 사람이 많을수록 경계심만 커질 뿐이야. 반대로, 만약 상대방에게 적의가 있다면, 우르르 몰려가 봤자 딱히 바뀌는 것도 없을 테니까.
며칠 전부터 남쪽의 하늘이 검붉은색으로 변한 데다가, 퍼시벌 일행이 이상한 마법진을 발견하기까지 했어……
서둘러야 해.
……리스크가 있을 거야.
알고 있어.
하지만 체르노보그에서도 살아 나왔잖아.
알았어.
우리는 바깥에서 언제든지 포위를 돌파할 수 있게 준비해 놓을게.
분명 빅토리아의 리유니온에게 점령당하기 전에는 개인 양조장이었던 곳이지?
알코올 냄새가 여기까지 풍기는걸. 로마니치가 좋아하겠어.
이곳은 본래 양조장이었던 곳이다.
빅토리아에서는 과도한 영주세를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인 양조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으며, 이러한 양조장은 조악하지만 감염자를 위한 약물을 만들기엔 충분한 설비를 가지고 있었다.
어차피 약초를 몇 가지 물에 담그고, 혼합하고, 증류하기만 하면 되니까. 물론 정제는…… 꿈도 꾸지 못하지만.
이런 장소를 찾아낸 데다가, 약품 매매의 중심지로 개조까지 한 빅토리아의 리유니온에 대해, 나는 점점 감탄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대체 무슨 말을 듣고 리유니온을 자칭하기 시작했으며, 또 언제 이 모든 것을 만들어 낸 것일까? 잘 모르겠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지금 이곳은 그저 넝쿨로 뒤덮인 오래된 건물이라는 것 뿐이다.
주변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건물 안에는 불빛 하나 비치지 않았다.
창문으로 누군가가 지나가는 게 보였다. 레드 말이 맞았다. 이곳엔 사람이 있으며, 내가 다가가는 걸 알고 있다.
난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 머리를 정리하여, 최대한 깨끗하게 보이려고 애썼다.
저기, 혹시 거기 누구 있어?
돌아오는 것은 정적 뿐이었다.
안녕, 내 이름은 가드라고 해. 지금 우리 팀이 이 근처를 돌아다니고 있어. 전에 우리를 본 적 있지?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어, 너희들을 해칠 생각은 없으니까.
이 공방은 빅토리아 리유니온의 약품 제조 공장이었어.
이곳은 런디니움 부근의 수많은 감염자들에게 희망을 가져다 주는 곳이었지. 이곳에서 만들어진 약은 런디니움 공단의 하수도에서 사는 노동자들에게도 유통되었을 정도니까.
너희들이 누구든 간에, 지금 이 전쟁으로 인해 발생하는 감염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많다는 사실 만큼은 알아줬으면 좋겠어.
우린 이곳을 다시 가동시켜서 더 많은 사람들을 돕고 싶어.
너희들이 이곳을 점거하고 있으니……
너희들의 협조가 필요해.
우린 약물이나 다른 물자들을 제공해 줄 수 있어. 매우 합리적인 거래라고 생각하지 않아?
돌아오는 것은 여전히 침묵 뿐이었다.
문 손잡이가 돌아가기 시작하자, 나는 검의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하면, 이 다음에 날아올 것은 갈퀴 혹은 도끼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제 이런 일이 발생해도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익숙해져 있기도 하다.
문이 열렸다.
리유니온, 이라고?
이 옷…… 넌?
메이스라고 해.
들어와.
이곳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살고 있었고, 구성도 매우 복잡했다.
한곳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감염자들이고, 벽에 가까이 있는 다른 무리는 도시에서 도망쳐 나온 평범한 난민이라는 사실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은 조용히 나와 리유니온의 옷을 입은 여자를 쳐다보았다.
뭘 봐, 비켜.
사람들이 뒤로 물러나자 메이스는 나를 데리고 사람들 사이를 지나갔다.
이 사람들…… 겁에 질려 있다.
네가 여기 책임자야?
여긴 내가 관리하고 있어.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
……빅토리아의 리유니온, 퍼시벌도 빅토리아의 리유니온이다.
리유니온은 '가입 절차'가 없었기에, 우리의 이름이 널리 퍼진 후에는 곳곳에 리유니온의 깃발이 올라왔다.
이 말은 곧, 보복만을 목적으로 한 폭력이 리유니온의 이름으로 각지에서 자행된 것 역시 사실이라는 것이다.
바로 체르노보그에서 발생했던 그 사건처럼 말이다. 나는 이 사람…… 메이스를 바라보았다.
메이스는 조금 긴장한 듯, 매우 부자연스럽게 걷고 있었다.
이곳은 공방에서 가장 깊은 곳이다.
여긴 평소에 사람이 오지 않는 곳이야.
그래서, 당신이 리유니온이라면, 진짜로 리유니온이라면, 당신들은 북쪽에서 온 거야?
……우르수스?
맞아, 우르수스와 컬럼비아를 거쳐서 지금은 빅토리아에 도착했어.
꽤 멀리서 왔네.
네가 입고 있는 그 옷……
이건…… 내가 침대보를 사용해서 만든 거야.
전에 우르수스 사람들이랑 만난 적이 있는데, 리유니온은 이런 옷을 입는다고 하더라. 표식은 틀리지 않았을 거야.
좀 큰 것 같아.
……내 솜씨를 비웃으러 온 거야?
그래서 네가 이곳을 관리하고 있는 거군. 어쨌든 간에, 넌 그 악명높은 '리유니온'의 옷을 입고 있으니까 말이야.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 나 바쁘니까.
이 공방을 다시 가동하고 싶다 그랬지? 이 탱크들을 이용해서 다시 약을 만들고 싶은 거야?
맞아. 리유니온이 다시 여길 손에 넣었다는 소식이 주변에 퍼진다면……
안 돼.
이곳의 상황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해. 여긴 별의별 사람이 다 모여 있는 곳이야.
매일 감염자랑 비감염자가 싸우는 것만으로도 피곤해 죽겠는데, 뭐? 감염자들을 위한 약을 만든다고? 그건 여길 폭파시키겠다는 거나 다름 없어.
두 그룹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건 정말 힘 들어.
……
너는 리유니온이지? 적어도 리유니온을 자칭하고 있어.
아마도.
너희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뭐겠어? 돌아갈 집이 없는 감염자,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난민,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이야. 우리한테 필요한 건 비바람을 피할 집이라고.
나와 몇몇 감염자들이 가장 먼저 이곳에 왔고, 이 허름한 건물을 찾아냈어.
사람들이 점점 많아질수록…… 꽤 난폭한 녀석들도 늘어나기 시작했지. 이제 사람을 더 이상 받지 않고 있어.
너희들, 리유니온의 동료를 만날 수 있어서 정말로 기뻤어. 하지만 난 이곳 사람들한테 의심받고 싶지 않아.
의심이라니?
너랑 내가 비감염자들을 전부 처리해 버리겠다는 계략을 꾸미고 있다는 의심.
문을 열게 하기 위한 구실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물자의 교환이라면 응할거야. 하지만 그 이상의 대화는…… 그만하는 게 좋겠어.
……이곳은 확실히 비감염자가 많아. 네 생각도 알겠어.
하지만 난 네가 여기 있는 사람들이랑 같이 상의해서 결정을 내려줬으면 좋겠어. 이곳의 생산 라인이 다시 가동된다면 장기적으로……
아니. 안 할 거야.
이만 떠나줘. 만나서 반가웠어.
너희들이 여길 공격한다고 해도 상관없어. 할 수 있다면 말이야.
난 그녀의 가면 아래에 가려진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그저 허세일 뿐일지도 모른다.
알았어.
난 몸을 돌려 떠날 준비를 했다.
이봐! 리유니온!
뭔데?
너희들, 탈룰라랑 같이 있어?
……맞아.
또 탈룰라의 숭배자인 건가?
그녀는 우리의 깃발이기도 했지만, 그게 그녀에겐 속박이기도 했다.
탈룰라는 이동도시를 가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 이동도시, 감염자들만 받아주는 거야?
……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도, 갈 수 있어?
전에 리…… 지나가던 카라반한테 들었는데, 거긴 엄청 좋은 곳이라면서.
우리 쪽에…… 처지가 좋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 황무지 출신의 떠돌이에, 천애고아까지. 리유니온의 도시 얘기를 하니 다들 엄청 좋아하더라고.
……그런데 너희들은 감염자들하고만 함께 하잖아, 맞아?
……도시?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메이스! 너 저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알기나 해?
설마 네가 시킨 건 아니겠지! 너 미친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저 녀석들…… 저 멍청이들 말이야!
저 녀석들 여기서 전쟁 중인 병사일지도 모르잖아! 아니면 성가신 일을 몰고 온 거물일지도 모르고!
두 시간 후에 완전무장한 살카즈가 우리를 전부 죽이러 올지도 모른단 말이야!
도대체 무슨 소리야?
너…… 너도 메이스처럼 리유니온의 멤버야?
전부 너, 네 동료들 탓이야……
감염자들이, 창고에서 살카즈를 때려 죽였다고!
……
제기랄!
그…… 그 녀석도 감염자니까, 폭발하는 거, 맞지?!
당장 그 시체를 처리해야 해!
……
가서 상황을 봐야겠어.
그럼 서둘러! 네가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
땅 위에 살카즈 시체가 하나 누워 있다.
……아는 녀석이다.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던 그 살카즈다. 여기저기 시체에서 주은 물건을 팔러 다니던 방랑자.
산 채로 맞아 죽은 그 살카즈의 사지는 부자연스럽게 꺾여 있었다.
두 손은 철사로 묶여있었고, 저항이라도 했던 건지 손목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흥분은 커녕 도리어 침묵하고 있었다.
등골이 서늘해진 나는 일순간 말을 잃고 말았다.
주…… 죽었어. 살카즈도 별 거 아니네.
자…… 저 녀석이 가지고 있던 약이랑 딱딱한 빵이야.
범행을 저지른 감염자의 상태는 딱히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무덤덤하게 빵을 쪼개어 옆에 있던 사람에게 나누어 주었다.
쌤통이다.
누군가 침을 뱉었다.
나를 발견한 누군가가 날 향해 다가왔다. 입에는 죽은 사람에게서 빼앗은 빵이 물려져 있었다.
거기 너! 너 리유니온이지?!
메이스는 리유니온에 가입할 수 있는 방법을 당췌 알려 주지 않는단 말이야!
오랫동안 말을 잃었던 나는 마침내 정신을 차렸다. 흥분한 사람의 손을 붙잡고 확인해 보니, 오리지늄 결정이 자라 있었다.
왜 저 사람을 구타했지?
너희들을 위협하기라도 했나? 아니면 너희들을 공격하려고 한 건가?
아, 왜 그랬냐고.
그는 갑자기 흥미를 잃은 듯, 휘청휘청 주변의 나무상자 더미로 걸어가 그곳에 주저 앉았다.
살카즈가 우리 농장을 불태우고 내 딸을 능욕했을 때, 왜 그랬는지 물어봤어?
……저 사람은 군인도, 카즈델에서 온 살인마도 아니야. 그냥 이 전장을 떠돌면서 물건을 팔던 사람일 뿐이었어.
너희들도…… 저 사람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잖아.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저 녀석도 리유니온이야?
나는 리유니온이다.
……너희도 리유니온이 뭘 위해 싸우는지 알고 있을 테고.
당연하지, 너희 리유니온은 모든 감염자들을 위해서 싸우고 있잖아!
너희들이 때려죽인 저 사람, 아직 자신의 이름조차 가지지 못했던 저 사람……
저 사람은 감염자가 아니라는 거야?
하지만 살카즈잖아.
……
“약물과 동정심만으로는 감염자를 진정으로 돕지 못해. 하지만 단결과 힘이라면 가능하지.”
단결…… 단결이라.
감염자에게는 조국이 없다. 우리들은 같은 운명과 슬픔을 공유한다.
이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이 사람들은…… 생각해 본 적도 없을 거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부대의 늙은 우르수스 병사는 카시미어의 감염자에게 상냥하게 대해 줄 수 있을까? 산크타 감염자는 살카즈와 함께 있을 수 있을까?
로도스 아일랜드에 있었을 때, 나 역시……
……
그렇다면 그 다음에는? 어느날 우리가 성공해, 우르수스의 황제가 다시는 감염자 학살을 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에게 땅과 도시를 주겠다고 약속한다면?
그런 실현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아름다운 미래에서는……
리유니온도, 감염자들도 서로 죽이기 시작하는 건 아닐까?
분열하고, 파멸하고, 그들에게 다시 한번 우리를 짓밟을 기회를 주게 되는 건 아닐까?
이봐, 가드, 저 시체…… 빛나고 있어! 곧 붕괴할 거야!
……
설마 병세가 이렇게까지 악화되어 있었을 줄이야.
아니면, 자신을 위한 약 하나 남기지 않은 건, 결코 손에 넣을 수 없는 미래를 위해 돈을 모으기 위해서란 말인가?
당장 여길 벗어나!
도, 도망쳐!
메이스! 여기선 감염자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어?!
저 방이야, 가장 안쪽에 있는!
빨리 저기에 집어넣어!
빌어먹을, 빌어먹을…… 뒤로 물러나야 해. 방호…… 방호해야 해, 코랑 입, 그리고 상처를……
나와 메이스는 살카즈의 시체를 둘러메고 그 가장 안쪽의 방의 문을 걷어찼다.
문을 열자 휴대 중인 오리지늄 환경 관측기가 끊임없이 경고음을 울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빽빽한 경고 소리는 난생 처음 들어봤다.
여기서……
여기서 대체 얼마나 많은 감염자를 처리한 거란 말인가?
방안은 오리지늄 분진으로 가득 차 있었고, 구석엔 이미 결정 덩어리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미 '위험하다'라는 말 한마디로는 이 사태의 심각성을 표현할 수 없었다.
이 방이 언제 한계에 봉착할지는 모르겠지만…… 붕괴 중인 감염자를 집어넣는다는 건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닐 것이라 확신했다.
안 되겠어, 당장 여기서 나가자!
지금 뭐하는 거야?! 왜 시체를……
오리지늄이 너무 많이 쌓여 있어. 도대체 이 방에서 얼마나 많은 감염자를 처리한 거야?
그건…… 예전부터…… 계속 저 방에서 처리했었어!
오리지늄 분진이 가득 떠돌고 있잖아. 이제 이곳은 더 이상의 격렬한 붕괴를 견딜 수 없을 거야!
지금 당장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을 대피시켜! 지금 당장!
……무, 무슨 소리야?
귀 먹었어? 이곳의 오리지늄 환경은 극단적으로 불안정해서,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고!
떠난다니? 어디로?
바깥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여기 있는 사람들은 진짜 리유니온이야. 저들은 *빅토리아 욕설* 이동도시를 가지고 있다고!
달려! 전부 당장 달리라고!
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팀원들한테 여기 사람들을 받아달라고 연락을 보냈어!
젠장, 증류기 안에 아직 독주가 조금 남아 있어! 폭발하면 건물이 전부 타버리고 말 거야!
그걸……
메이스, 어디가는 거야?
리유니온의 옷을 입은 여자는 공방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기계를 조작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넌 여기 뭐 하러 왔어?
나는 지금…… 큭…… 이 레버 좀 당겨 줘……
너 이 공방에서 일하던 사람이었어? 그런데 넌 감염자가 아니잖아!
사람들한테 일러바치지 않아 줘서 고맙네! 큭…… 힘 좀 더 줘 봐!
그 리유니온의 옷은 어디서 난 거야?
여긴 리유니온의 거점 중 하나였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어…… 난 인내심이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야!
나…… 난 아무 짓도 안 했어!
다들 그렇게 말하더군.
난…… 여기서 일하던 직원이었어. 양조장을 점령한 리유니온은 이곳의 장치를 조작할 사람이 필요했고!
나는 그저…… 영주가 고용한 용병들이 여길 덮쳤을 때 도망쳤을 뿐이야…… 난 감염자도 아닌데 여기서 리유니온이랑 같이 죽을 수는 없잖아!
그럼 어째서 돌아온 건데?
……
왜 돌아왔냐고?
갈 곳이 없었으니까! 빌어먹을, 그거 말고 무슨 이유가 있었겠어?! 개인 양조장에 빌붙어 사는 녀석이 달리 갈 곳이 어디 있었겠냐고?!
난 감염자가 아니지만, 가끔은 차라리 리유니온이었다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었어! 리유니온은, 리유니온은 최소한 반항할 이유가, 목표가 있었으니까!
힘 좀 더 써 봐! 레버가 멈췄잖아!
우선은 이거…… 원료 투하구 스위치를 켜야 해. 전에 여기 있던 리유니온이 쓰다 남은 원료들이 많이 남아 있단 말이야!
그 의사가 말해 줬어. 이게 오랫동안 시도한 것 중에 제일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진통제 배합법이래. 진통 효과밖에 없지만 그걸로도 충분한 거지?
이거면…… 나도 진정으로 리유니온의 일원이 될 수 있을까?
나…… 나도 너희들의 이동도시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
이동도시라.
나는 한숨을 내쉬며 레버를 세게 걷어찼다. 충격으로 발이 저려왔다.
레버가 조금 느슨해졌다.
기계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거대한 크레인이 쓰러지면서 무수한…… 꽃잎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녀는 황급히 땅에 떨어진 약초를 주워 조심스레 품에 넣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약을 만드는 공장이 아니었다면, 그건 어쩌면…… 무척이나 아름다운 장면이었을 것이다.
바로 그 도시처럼 말이다.
우리한테 이동도시 따윈 없어.
하지만 그 리유니온의 사람들 전부……
너희들은…… 그렇지만……
……하하하…… 그렇구나……
그건…… 이동도시가, 도시가, 우리는……
돌아갈 곳을 잃은 사람들, 갈 곳이 없는 사람들, 이 대지에는 감염자가 점점 늘어만 간다.
광석병이 창궐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이 대지는 점점 더 잔혹해지고 있다.
높으신 분들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를 장황하게 찬양한다. 고속 전함, 이동도시, 도시간 네트워크, 공업지역…… 우리는 전대미문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나 찬란함에도……
이렇게나 비극적이다.
“함께 한다”.
감염자들끼리는, 당연하게 함께 하는 것일까?
우리는 누구와 함께 할 수 있을까? 감염자들 뿐인가?
……우리가 상상했던 그 이동도시에는, 그들이 설 자리가 있는 것일까?
하나의 이동도시만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약초를 다 챙기면, 바로 이곳을 떠나야 해.
리유니온은 가입 신청이 필요 없어. 그저 우리와 함께 싸울 각오가 되어 있다면, 넌 이미 리유니온이야.
하지만…… 나는 감염자가 아니야.
반항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감염자뿐만이 아니야.
그리고, 너는 그 살카즈를 죽인 사람들을 확인해 줘야겠어.
녀석들은 벌을 받아야 해.
빨리 뛰어!
우리는 거대한 탱크 사이를 빠르게 달려나갔다. 어떤 곳은 이미 붕괴되는 중인지 술냄새가 코를 찌르고 있었으며, 멀리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게 보였다.
빅토리아 리유니온의 시작이었던 이 공방은 곧 활활 타오를 것이다.
이제 곧 출구야. 서둘러.
강렬한 열기가 덮치는 바람에 자세가 흐트러진 메이스는, 품에 안고 있던 약초를 놓치고 말았다. 약초는 뜨거운 바람에 의해 공중으로 흩날렸다.
앗! 약초……
우리의 머리 위로 금속이 파열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아, 그래, 나는 메이스를 밀어냈다.
그 후, 나는 전력을 다해 뛰어올라 흩날리는 꽃잎을 회수했다.
붕괴한다.
너무 뜨겁다.
태양이 타오르고 있다. 내가 불타고 있다.
저기가 출구인가?
조금만 더, 몇 걸음일 뿐이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도 내 등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 저 눈빛은…… 날 시험하는 걸까? 아니면 그저, 이 하찮은 죽음을 지켜보고 있는 걸까?
그들은, 도대체 내게 어떤 기대를 품었던 걸까?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알아야만 한다.
어쩌면, 난 그들의 죽음을 헛되게 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나의 죽음이 더 의미 있기를 바랐을 테니까.
예를 들자면, 글쎄, 디에티 그라이퍼부르크 황궁의 계단 위일까? 어쨌든 여기는 아닐 것이다. 그것도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비감염자를 위해, 손에 부서진 꽃잎 쪼가리를 쥐고서.
여기서 끝을 맞이한다면, 어떻게 그들과 마주해야 한다는 말인가.
하지만 나는 결국 그들과 마주해야만 한다.
이거…… 받아.
출구는 바로 앞에 있어, 이번엔 흘리지 말고. 어떤 건 아마…… 내가 망가뜨렸을 수도 있어. 이것들을 나인이라는 사람한테 주면 어떻게든 해 줄 거야.
머뭇거릴 시간 없어. 빨리 가.
덥다. 뜨겁다.
처음으로 광석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깨달은 날이 떠올랐다.
도대체 어떻게 감염되었던 것일까? 지금도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날 강에서 넘어졌을 때, 내 다리를 긁은 게 돌조각이 아니라 활성 오리지늄 결정이었는지도 모른다.
광산의 갱도에서 흡입한 가루들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공장의 공업 폐기물들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저, 내가 집에 돌아왔을 땐 방안을 가득 채운 담배 연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나의 짐이 모두 정리된 채로 가족끼리 함께 식사하는 테이블 위에 놓여져 있었던 것만은 기억하고 있다.
나는 소금 호수로 향했다. 하지만 운이 나빴는지, 아니면 내가 잘못된 곳을 향해 간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배가 없었다.
내가 소금 호수에 주저앉아 있을 때 다가와서 말을 건네준 로도스 아일랜드의 오퍼레이터에게는 지금도 감사하고 있다.
나인, 레드, 퍼시벌, 탈룰라, 으윽……
너희들이 날 찾아냈을 땐 시체가 완전히 불에 타서 재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부디 이 녹음기가 남아 있길 빌게.
너희들이 물었지……
우리들은 모든 '감염자'를 위해 싸우는 거냐고.
설령 그 감염자가 후안무치한 사람들이든, 권력자든…… 혹은 제왕이라 할지라도 말이야.
아니면…… 우리와 힘을 합쳐야 할 사람들, 함께 가시밭길을 헤쳐나가길 원하는 사람들이……
과연 감염자뿐일까?
정말…… 그들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