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흉조의 소용돌이 · 에피소드 13

13-5배회하는 액운

메인 스토리작전 전2024-04-16

박사와 아미야를 구한 로고스 일행 또한 환각을 마주하게 되는데, 로고스가 본 것은 밴시의 협곡이었다. 로고스는 자신이 밴시의 군주가 되었을 때 어머니에게 했던 맹세를 떠올리게 된다. 이후 일행은 파프리카가 이끄는 후방 지원 소대를 만나고, 해당 소대의 차를 이용하게 된다.

등장 오퍼레이터: 로고스, 파프리카, 아스카론


안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젠 거의 숲 전체가 안개에 뒤덮여 있다.

사실 난 카즈델에 익숙치 않다. 밴시의 왕정은 200년 전의 전쟁 이후 그 도시를 떠났고, 난 밴시의 협곡에서 자랐으니까.

과거 나는 어머님에게 왜 '여섯 영웅' 중 한 명인 그녀가 과거에 목숨을 걸고 지켰던 카즈델을 떠났는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 어머님은 대답 대신 강가에서 주운 갈대로 목걸이를 엮어 주셨다. 그 갈대들은 끈끈하게 엮여져 있었으며, 처음과 끝이 이어진 모습이었다.

그 목걸이는 상당히 아름다웠고, 난 그것을 보물처럼 여겼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목걸이는 메말라 변색되었고, 결국엔 부스러기로 변해 버렸다.


어머님은 이것이 밴시가 가지고 있는 가장 전통적인 기예라고 했다. 우리가 가사나 주문을 엮는 것은 마치 갈대를 엮어 목걸이를 만드는 것과 같다면서.

하지만 지금 이 협곡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건 바로 우리다.


갈대는 베일 일도, 누군가에게 엮일 일도 없다. 그 덕분에 갈대는 한 해 또 한 해 살아갈 수 있는 것이고, 영원히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밴시가 만가를 부른다. 하지만 이는 만남의 종말을 선고하는 노래가 아닌, 새로 태어날 생명에게 바치는 소망의 노래다.


살카즈에게 필요한 것은 그 속에서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도시가 아닌, 생명의 탄생과 성장이다.


로고스

이곳의 환경은 사람을 상당히 불안하게 만드는군, 박사. 아까까지만 해도 우린 밀림 속에 있었다.

로고스

안개가 심해지면서 시야 확보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로고스

그리고 지금 우리 눈앞에 있는 건…… 협곡이다.

로고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건 모두 환각인가?

박사의 부상은 결코 가볍지 않았지만, 말투는 어느새 냉정함을 되찾았다.

아스카론은 아무 말 없이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한 아미야를 안은 채 앞에서 걷고 있었다.


그녀가 침묵을 유지하는 건 흔한 일이지만, 난 지금 그녀의 침묵이…… 예전보다도 더 어둡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난 그녀가 다급하게 나와 합류했을 때 지었던, 그 알 수 없는 표정이 아직도 기억난다.

로고스

환각은 무에서 탄생한다. 그것들은 단지 사람의 뇌가 만들어 내는 허구의 풍경일 뿐이지. 아무리 사실에 가깝더라도 허구는 결국 허구에 불과하다.

로고스

하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다.

로고스

이곳에 있는 모든 것들은 과거에 실제로 존재했던 것들이다.

로고스

이런 '환상'을 만들어 내기 위해선 정보 뿐만 아니라, 시간과 공간도 필요하다.

로고스

상당히 까다로운 일이지.

골피리 소리?

난 이 협곡을 잘 알고 있다.


난 줄곧 이곳을 사랑하고 있었다.

로고스

그래, 밴시들의 골피리다. 오리지늄 아츠로 내는 소리 같진 않군.

로고스

어릴 때 우린 강가에서 골피리 연습을 했었다. 그리고 작은 벌레가 린수에게 잡아먹힐 때까지, 린수가 파울비스트에게 잡아먹힐 때까지 이 풀숲 위에서 조용히 기다렸었다.

로고스

골피리 소리는 바로 그럴 때 울렸다.

이곳은 왜 이런 모습을 갖게 된 거야? 우리가 이곳을 빠져나갈 방법은 있어?

로고스

지금 시도해 보고 있다.

로고스

이런 비오리지늄 아츠의 힘은 더 오래된 힘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로고스

하지만 그 힘은 이 전장에, 런디니움 주변에 나타나선 안 되는 힘이다.

아스카론

모든 소리와 풍경은 진짜와 구분하기 힘들다. 현재 우리 부대의 상태는 좋지 않으니 더 신중하게 나가는 게 좋을 거야.

협곡의 저편에 누군가 묵묵히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로고스

……어머님.

로고스, 왜 그래?

로고스

……아무것도 아니다.

로고스

이 풍경을 직접 찢어내 보겠다. 조금 리스크는 있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

로고스

하지만 이곳을 벗어난다고 안전할지는 잘 모르겠군, 아스카론.

고개를 끄덕인 아스카론이 아미야를 박사에게 넘켰고, 박사는 다치지 않은 쪽의 팔로 아미야를 부축했다.

베테랑 자객인 아스카론은 눈 깜빡할 사이에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눈을 감고 준비했다. 파괴를 생각했고, 재건을 상상했다.

그러자 그 그림자는 또다시 나타났다. 이번엔 협곡 옆의 작은 산 위였는데, 날 쳐다보는 것 같기도 했고, 마치 과거의 어느 시간대에 머물러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 작은 산은 내게 상당히 익숙한 느낌이었다. 어릴 때 난 항상 그곳에서 주술을 연습했고, 황혼이 찾아올 때면 그녀가 항상 내 뒤에 나타났다.


난 그녀가 언제 날 찾아온 것인지 알지 못했다. 그녀는 마치 이곳의 환상처럼 그저 그곳에서 서 있을 뿐이었다.


내가 지치면, 우린 함께 집에 돌아갔다.

나는 내 골피리를 꺼냈다. 골피리는 마치 처음 이것을 얻었을 때처럼 차가웠다.


불과 얼마 전, 나는 다마즈티 왕정을 상대하기 위해 골피리를 불었다.


그리고 골피리가 다시 울린 것이 바로 이 협곡에서였다.


로고스

내일이면 바벨로 출발할 겁니다.

밴시

그래.

밴시

그대는 이미 밴시 왕정의 주인이다. 테레시아 전하께 내 안부를 전해 주거라.

로고스

전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어머님.

로고스

왕정의 주인이 되기엔 전 아직 너무 젊습니다.

밴시

그럴 리가. 그대가 뛰어나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란다.

밴시

받거라.

로고스

이건……

밴시

그대의 골피리란다. 음을 조율하고, 왕정의 상징도 새겼다.

밴시

물론 마력으로 가득한 입맞춤까지도.

로고스

……네.

밴시

골피리가 울리면 모든 살카즈들은 이것이 종의 의지라는 걸 알게 될 것이야.

로고스

……

로고스

어머님, 밴시의 주인은 뭘 해야 합니까?

밴시

그대가 반드시 해야한다고 믿는 일을 하거라.

로고스

전에 제가…… 바보같은 이야기를 한 적 있습니다.

로고스

속박 당한 살카즈에게 도망갈 길은 없다, 마치 어머니가 선물했던 그 목걸이처럼 결국은 부서질 뿐이다고요.

로고스

그리고 우리 살카즈를 속박하는 건 바로 우리의 신분과 소속입니다.

로고스

'왕정', 어쩌면 '마왕'까지도요.

밴시

……

로고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님은 이 신분을 제게 주셨습니다.

밴시

멸망의 종점에 일단 다다르면, 부패한 육체는 다시 부활할 수 없다.

밴시

하지만…… 그게 법칙이란다.

밴시

우린 모든 것들을 위해 종을 울리지. 타인을 위해, 자신을 위해.

밴시

하지만 거기엔 책임이 따르지.

밴시

만일 우리의 오랜 계승이 새로 태어난 생명들의 발판이 되었다고 생각된다면, 그대가 직접 확인하도록 하거라.

밴시

아직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

밴시

……“새 생명은 멸망에서 나온다”.

나는 골피리를 입가에 갖다 댔다.

로고스

……후우.

밴시

음, 훌륭하구나.

밴시

젊디젊은 새로운 밴시의 주인이여, 그대의 그 앳된 조종은 누굴 위해 울린 것이냐?

로고스

……제 자신을 위해섭니다.

로고스

그리고 모든 과거와 장차 부패하게 될 왕정을 위해서.


로고스

……

살카즈는 반드시 새로운 구절을 써내려 가야만 합니다.

로고스

“변치 않는 풍경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힘은 말을 따라 퍼져나간다.


아스카론

이건……

로고스

뱀파이어의 주술이다.

로고스

하지만 뱀파이어는 조금 전의 풍경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아마 다른 존재가 그를 돕고 있을 거다.

뱀파이어는 이 마법진으로 무슨 짓을 벌일 생각이지?

박사는 힘겹게 아미야를 부축하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거대한 핏빛 결정을 바라보았다.

로고스

이 회로는 완전한 상태가 아니지만…… 읽을 수 있는 상징이 몇 가지 있다.

로고스

'순화'.

로고스

……우리의 혈통에 영향을 미치려 하고 있다. 살카즈의 혈통에.

로고스

이런 술식은…… 살카즈의 힘과 관계가 있다.

박사는 대답하지 않았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

어이!

하, 저 녀석들도 결국 더 이상 참지 못한 모양이군.


사실 저들의 존재는 한참 전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거칠고 초라한 방랑자들. 그 전까진 무질서한 시간과 공간이 저들의 모습을 감춰 주었으나, 안개가 걷힌 지금, 저들의 모습이 드디어 나타났다.

아스카론 수중의 은빛이 그들의 목덜미를 파고들려는 순간, 골필에서 흘러나온 주문이 그들의 공격을 막아낸다.

흙덩이? 그것은 마치 어린애같이 볼품없다.

잠깐!

???

내가 말했잖아, 저 사람들은 진짜라고!

파프리카

저 귀신들은 진짜라니까!

아, 진짜로 어린애였구나.

넌……

박사는 눈앞에 있는 이 살카즈 아이와 서로 아는 사이인가?

파프리카

어어……

파프리카

당신은 그, '박사'님이시죠? 하이버리 구의 군사 공장에서 본 적 있어요!

파프리카

그런데 왜 여기 계세요?

파프리카

게다가 기절한 카우투스랑…… 살카즈?

넌 노포트 구에서 난민들에게 물자를 제공했던 그 사람이구나.

파프리카

그걸 어떻게!

파프리카

아, 아니에요! 전 그냥, 음……

파프리카

그나저나 카우투스 아가씨의 상태가 안 좋아보이네요? 박사님 팔도 그렇고……

파프리카

잠깐, 음, 혹시 살카즈들이랑 같이 있으면서……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죠?

피곤한 살카즈

우리 아무래도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온 것 같은데, 이번엔 진짜인가?

사나운 살카즈

이제 더 이상 머리 위에 광륜이 달린 괴물은 보고 싶지 않아. 애초에 그런 존재가 존재한다는 것도 이상하고.

피곤한 살카즈

파프리카, 넌 왜 귀신들이랑 얘기를 하고 있는 거야?

사나운 살카즈

음…… 후드를 쓰고 있는 사람이랑, 기절한 토끼랑, 살카즈?

파프리카

아니라니까! 기사 아가씨, 이 사람들은 진짜 사람이라고!

'운전기사'

정말?

이 살카즈는 내 눈앞까지 다가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날 훑어보고 있다.


난 그녀의 손 위에 생긴 굳은살의 위치를 보고, 그녀가 단 한 번도 전장에 나서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방금 그 파프리카라는 여자는 왜 그녀를 운전기사라고 부르는 거지?

로고스

안녕.

'운전기사'

으악!

'운전기사'

광부, 이리 와서 봐봐, 진짜 사람이야!

'광부'

다…… 당신 지금 입고 있는 옷, 엄청 비싼 거지?

똑똑한 살카즈

더 자세하게 봐봐! 하, 됐다. 너 같은 우르수스 촌뜨기가 뭘 알겠냐.

'광부'

가게 주인, 너도 자기가 무슨 카즈델 거물이라도 되는 것마냥 굴지 마. 겨우 잡화점 주인인 주제에!

'광부'

아, 그렇지, 넌 심지어 자기 가게를 팔아치웠잖아. 그것도 여기에 싸우러 오기 위해서!

'가게 주인'

말 좀 조심해! 다른 사람 앞에서 못난 꼴 보이지 말고!

'가게 주인'

안녕하세요, 하하…… 어쩌면 서로 예전에 만난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제 잡화점이 꽤나 이름 날리던 가게라……

'가게 주인'라고 불리는 남자가 손을 비비며 아첨하듯 날 바라본다.


그의 칼에는 오리지늄 아츠 제어를 보조하는 장치가 달려 있었으며, 꽤나 값이 나가 보였다. 아깝게도 칼 자체에는 전혀 사용한 흔적이 없어 보였다.

'가게 주인'

당신은…… 왕정의 일원이시죠? 이 복장을 보니 조금 알 것 같은데…… 토석의 아이신가요?

……


아무래도 이 녀석은 왕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다.

로고스

……난 밴시다.

'운전기사'

남성 밴시? 밴시라면 기본적으로 여성 아닌가?

로고스

그렇다.

'운전기사'

후우, 카시미어에선 남성 밴시가 있다는 말은 한 번도 못 들어봤는데…… 아, 미안……

'운전기사'

파프리카, 너 이런 거물과 아는 사이였어?!

파프리카

……아, 아는 사이까지는……

로고스

물건을 운송하고 있는 건가?

나는 그들의 화물차에 천으로 뒤덮인 부분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핏자국이 묻은 몇몇 결정들이 천 밖으로 노출되어 있었다.

로고스

이 물자들은 어디로 가는 거지? 보아하니 의식의 재료 같은데.

파프리카

으음……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저희도 단지 노선도를 따라서 순찰을 돌고 있던지라. 손상된 마법진이 있으면 저희가 고쳐야 하거든요.

박사는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곧 그의 뜻을 알아차렸다. 살카즈 화물차, 이걸 타면 전장 위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아미야의 상태를 보면, 도보로 다른 부대와 합류하는 건 무리가 있다.


나는 아스카론이 그림자 속에서 이미 준비를 마쳤다는 걸 느꼈다. 언제든 눈앞의 소대를 공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사에겐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는 모양이다.

존경하는 밴시님, 이대로 가다간 우리 모두 살아서 이 전장을 벗어날 수 없을 겁니다. 부디 저희를 이곳에서 빠져나가게 해 주세요.

로고스

……

박사의 생각은 즉시 이해했다. 허나…… 이런 일엔 익숙하지 않다.

로고스

……

로고스

이제부터 너희 운송대는 내게 징용되었다. 우리는 극히 특수한 임무 수행 중, 길에서 그만 습격을 당하고 말았다. 너희의 도움은 내가 평생 기억하도록 하지.

'가게 주인'

하하, 왕정의 일원분에게 봉사할 수 있어서 오히려 저희가 영광입니다, 각하!

'가게 주인'

그건 그렇고…… 밴시가 제 이름을 기억한다는 게……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드는데, 혹시 그……

로고스

여기 보수다.

내 주머니에 돈을 집어넣었던 메커니스트가 매우 고맙게 느껴진다.

'가게 주인'

하하, 감사합니다, 나으리!

파프리카

그렇지만 우리에겐 운송 임무가……

로고스

나중에 내가 너희들의 상부에 설명하도록 하겠다.

'광부'

특수한 임무? 그런데 왜 타 종족 사람들을 둘이나 데리고 다니는 거야?

로고스

……저들은 내 포로다.

파프리카

포로요? 하지만 당신들은……

파프리카

알겠어요…… 하지만 다 끝나면 꼭 같이 맨프레드 장군님을 만나야 해요.

파프리카

그럼 저희는 일단 자리부터 만들어볼게요.

박사가 내 곁으로 다가온다. 그의 말투도 상당히 엄숙해졌다.

로고스, 아스카론에게도 차를 한 대 내줘야 해.

고해신부의 공격은 그리 단순하지 않아. 뱀파이어와 함께 움직이는 그들이 이번엔 아미야를 그 배에서 멀리 떨어뜨렸어.

로고스

박사, 걱정되는 건가?

클로저와 자경단에는 적당한 전투 요원이 없어. 샤이닝은 강력하지만, 지금은 켈시도 부상을 당한 상태니 고해신부들도 분명 샤이닝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뒀을 거야.

로고스

……알겠다.

아미야의 상태는 아마 약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일 거야. 일단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아미야가 의식을 되찾기 전에 고해신부들이 발견하지 못하도록 하는 거야.

이 소대의 도움을 빌리면 오히려 적들의 시선을 피하기 좋을 지도.

아스카론은 켈시 쪽을 지원하도록 이동시킬 거야. 이쪽엔 네가 있잖아.

게다가……

박사는 걱정스럽게 핏빛의 마법진을 바라본다.


말할 필요도 없다. 그것에 대해선 내가 더 잘 알고 있으니까.

로고스

이 결정은…… 단순한 오리지늄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