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천둥 속의 고요 · 에피소드 12

12-19도약, 불꽃

메인 스토리작전 후2023-10-24

홀로 비행선에 들어간 이네스는 파프리카를 인질로 삼았고 맨프레드에게 포위된다. 몸을 날려 비행선에서 뛰어내린 이네스는 공작들에게 경고를 보낸다.

등장 오퍼레이터: 이네스, 파프리카


이네스

훗, 후회되기 시작하네.

이네스

여기 들어온 건…… 역시 좋은 생각이 아니었던 것 같아.

이네스

높은 곳일수록 더 완전하고 거대한 그림자를 찾을 수 있어.

이네스

그래도 여기는…… 좀 너무 높은 거 아닌가?

파프리카

……저 좀 놔줄래요?

이네스

안 돼, 꼬마 아가씨.

이네스

괜히 문제 일으키지 말라고.

이네스

이 배는 너무 커. 그래서 귀여운 여자아이가 날 위해 어느 복도에서 튀어나올지 모를 병사들을 감시하며 망을 봐준다면 너무 기쁠 것 같거든.

파프리카

당신도 스스로 빅토리아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살카즈예요?

이네스

아니, 난 카즈델의 살카즈야.

파프리카

이해가 안 가요…… 카즈델의 살카즈요? 그런데 왜……

파프리카

맨프레드 장군 일행과 군사위원회에 충성하는 거 아니에요?

이네스

난 나한테만 충성해.

이네스

배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

이네스

아이를 괴롭히고 싶지는 않은데.

파프리카

저…… 저도 몰라요……

파프리카

진짜 모른다고요!

이네스

……넌 이 배에서 어떤 직위를 맡고 있어?

파프리카

음…… 살카즈 용병요?

이네스

훗, 사람을 한 번도 죽여 본 적 없는 살카즈 용병이라.

이네스

넌 심지어 사람한테 붙잡혔을 때, 몰래 무기를 꺼내는 것도 할 줄 모르잖아.

이네스

맨프레드는 여기서 뭘 하려는 거야? 유치원이라도 차리려는 건가?

파프리카

맨프레드 장군께서는 저보고 전쟁이 뭔지 배우라고 하셨어요.

이네스

그래서 배웠어?

파프리카

……사람이 다른 사람을 죽이는 거요.

이네스

축하해, 우리의 의견이 일치하네.

이네스

……배 한번 진짜 높이 나네.

파프리카

장군께서 이 배는 레버넌트의 몸이기 때문이랬어요.

이네스

쳇, 레버넌트, 어쩐지.

이네스

그래서 그때 아스카론이 그렇게 고통스러워했구나. 놈들이 주의를 돌려서 다행이지.

이네스

……배가 아직도 고도를 높이고 있어.

이네스

운행하는 방향은…… 전장이 아니야. 이 배는 런디니움으로 돌아가고 있군.

이네스

너희 배는 런디니움에서 출발해서 공작 군함을 한 번 공격하고 노포트 구에 며칠간 멈춰 있었잖아.

이네스

이제 공작들의 전함이 거의 도착했는데, 또 돌아간다고?

이네스

맨프레드에 대한 인상을 바꿔야겠네. 아이를 돌보는 데 빠진 것도 모자라서 소풍까지 즐기기 시작한 거야?

파프리카

저는……

이네스

됐어, 넌 아무것도 모르잖아.

이네스

이름이 뭐야?

파프리카

파프리카요.

이네스

네가 파프리카구나? 보고서에서 네 이름을 봤어. 네가 11번 군수 공장의 노동자들을 풀어주고 맨프레드한테 붙잡혔다며.

파프리카

살카즈 용병한테 이건…… 별로 영광스럽지 않은 일이죠?

이네스

살카즈 용병에게 영광은 가장 치욕스러운 거야.

파프리카

그렇군요.

파프리카

카즈델에 가 봤나요? 카즈델은 어떤 곳이에요?

파프리카

예전 대장님이 거긴 살카즈의 집이라고 그러더라고요.

이네스

넌 어디서 자랐어?

파프리카

컬럼비아요.

이네스

그럼 그렇지.

이네스

카즈델에 안 가 본 살카즈는 다들 거기가 사랑스럽고 즐거운 곳인 줄로만 알아.

이네스

그건 그저 너희들의 바람일 뿐이야.

이네스

네가 아는 형용사 중에 가장 더럽고 역겹고 거지 같은 걸 찾아서 100배 확대하면 그게 바로 카즈델이야.

파프리카

……듣고 보니 좋아할 마음이 안 생기네요.

파프리카

그럼 왜…… 그 많은 살카즈가 거길 집이라고 부르는 거죠?

이네스

그 사람들한테는 집이 필요하니까.

이네스

집만 있으면 다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거든. 살카즈에 대한 멸시와 학대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살카즈들이 다시 가슴을 펼 수 있을 줄 알지.

이네스

훗, 멍청하리만큼 순진하다니까.

파프리카

어쩌면…… 당신이 살카즈가 아니라서 그런 거 아닐까요?

이네스

……

이네스

궁금한 게 아주 많네, 꼬마 아가씨. 그건 전장에서 좋지 않은 습관이야.

파프리카

저…… 전 그냥 얘기한 거예요! 화내지 마세요!

파프리카

……너무 궁금해서요.

파프리카

여기에는 저랑 얘기할 사람이 거의 없어요. 맨프레드 장군도 아주 바쁘시고요.

파프리카

다들 본인이 위대한 일에 헌신하고 있다며 잔뜩 흥분했어요…… 그런데 왜 전 그런 느낌이 안 들까요?

파프리카

제 눈에 보이는 건 그저 익숙한 얼굴이 한 명씩 죽고, 새로운 얼굴이 바로 그 자리를 대체하는 거예요. 그런데 새로운 얼굴이 익숙한 얼굴이 되면……

파프리카

똑같은 일이 다시 벌어져요.

파프리카

전 제가 여기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이네스

……

이네스

살카즈인지 아닌지가 그렇게 중요해?

이네스

다들 널 살카즈라고 생각한다면 뿔을 깎고 진짜 살카즈인 척하는 게 최고의 선택일 거야.

이네스

왜냐하면 너는 살카즈로 살 수밖에 없으니까.

이네스

살아가는 것 앞에서 본인의 감정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

파프리카

그래서 당신은 살카즈의 전쟁에 참여한 거예요?

이네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지식도 가르치지 않은 걸 보니 넌 맨프레드 옆에 더 오래 있어야겠네.

파프리카

맨프레드 장군께서 《살카즈 전쟁사》라는 책을 빌려주셨어요.

이네스

……

이네스

그 작가랑 아는 사이야. 외드레르라고, 멍청한 녀석이지.

이네스

'살카즈의 전쟁', '빅토리아의 전쟁', '공작의 전쟁', '왕정의 전쟁',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다 멍청이야.

이네스

전쟁이 자기 거라고 떠들어댈 정도로 거만한 사람이 어디 있어? 적어도 난 안 그래.

이네스

전쟁은 그냥 전쟁이야. 그게 다라고.

파프리카

당신은 이번 전쟁이 우리를 구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군요…… 그럼 뭘 믿는 건가요?

이네스

내가 믿는 건 배가 고프면 밥을 먹어야 하고 목이 마르면 물을 마셔야 하며, 팔을 오래 흔들면 아프고 여기서 뛰어내리면 죽는다는 거야.

이네스

난 이렇게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것만 믿어.

이네스

의미를 따지는 건 모든 고통의 근원이거든.

맨프레드

마찬가지다. 난 이익은 사람을 충동적으로 만들고 공포는 사람을 초조하게 하며, 이글거리는 불길은 쉽게 꺼지지 않고 무르익은 싸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믿지.

맨프레드

이네스, 손님으로 찾아왔으면 나한테 먼저 인사하러 왔어야지.

이네스

맨프레드, 오랜만이야.

맨프레드

오랜만이다.

맨프레드

괜찮으면 여기 남아서 우리랑 같이 감상하지.

맨프레드

곧 폭풍이 몰아칠 거거든.

이네스와 맨프레드는 함께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멀리서 먼지가 일며 여러 대의 고속 전함 편대가 빠르게 달려오는 게 보였다.

높이 날아오른 이 비행선은 이미 주위에 정박해 있던 공작 부대의 모든 주의를 끌었다.

비행선의 그림자 속에서 곤충처럼 뒤쫓아 오는 작은 전함을 보자, 이네스의 마음속에 한 가지 깨달음이 지나갔다.

이네스

……너희가 원하는 건 불씨구나.

이네스

아니, 불씨는 이미 붙었지. 너희는 그저…… 이 비행선을 활활 타오르게 하는 장작으로 쓸 생각인 거야.

이네스

캐스터, 웰링턴, 윈더미어, 어쩌면 노르망디까지……

이네스

이 탐욕스러운 공작들의 대변인이 모두 이 구역에 모여 있어. 그 주인의 함대는 다른 경쟁 상대의 동향을 살피며 이쪽으로 오고 있고.

이네스

이 비행선의 속도가 아주 느린 건 너희가 그걸 기다리며 유인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이네스

대공작들은 비행선이 견고한 런디니움 성벽으로 돌아가서 숨어버리는 걸 원하지 않을 테니 여기서 모이겠지……

이네스

그리고 너희가 기다리는 건 바로 그 순간일 테고.

이네스

최고의…… 더 샤드 빌딩의 사격장.

맨프레드

외드레르에게 아주 날카로운 파트너가 있다는 것에 기뻐해야 하는 건가?

맨프레드

안타깝게도 넌 눈치를 좀 늦게 챘군.

맨프레드

병사들, 저 여자를 붙잡아라.

맨프레드

저 여자가 너한테 무슨 말을 했지, 파프리카?

파프리카

전쟁은 그냥 전쟁일 뿐, 그게 다라고 했어요.

맨프레드

훗……

맨프레드

맞아, 그게 다지.

맨프레드

하지만 시야를 더 넓혀서 보면 전쟁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건 또 얼마나 될까?


반드시 이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이네스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군사위원회가 아주 훌륭한 계획을 세웠다는 것을.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상할 수 있었다.

공작들의 힘은 더 샤드 빌딩이 몰고 온 재앙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이다. 또한 공작들은 살카즈의 머리 위뿐만 아니라 각자 상대에게 보복을 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폭풍을 불러올 수 있는 빅토리아의 힘이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순간, 이 땅의 모든 국가는 공포를 느끼며 분노할 것이다.

각 세력은 이 힘을 무너뜨리거나 아예 가지려고 할 것이다.

이때, 변방을 지키는 공작들이 서로 싸우다가 몰락한다면?

라이타니엔, 우르수스, 카시미어, 더 나아가 옛 가울 지역까지 절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이게 바로 최초의 불덩이일 것이다.

곧 막을 수 없는 불길이 빠르게 대지 전체를 휩쓸 것이다.

이네스는 알고 있었다, 아직 완전히 늦지 않았다는 것을. 아직 시간이 있다.

이 정보를 전달하기만 한다면……

복도 끝, 그림자가 가까워지고 있다. 그건 본인의 그림자가 아니라 이 육체의 주인이었다.

이네스는 예전에 오랜 파트너에게 레버넌트의 전설을 들은 적이 있다. 본인이 진짜 살카즈가 아니라는 걸 처음으로 다행이라 생각했다.

이네스

……그래, 그림자가 있었지.

해가 떠오르며 길었던 밤이 드디어 끝났다. 발밑의 이동 구역에 긴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네스

……그래.

이네스

충분히 높은 곳을 찾은 나한테 감사해야겠어.

이네스

……떨어지면 정말로 죽겠어.

이네스

……

이네스

훗, 언제나 죽음에서 돌아오던 이네스가 드디어 완전히 죽게 될 줄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이네스

외드레르랑 W는 날 엄청 비웃을 거야.

이네스

두 사람이 참혹한 내 모습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네.

이네스

……후우.

[CG: 37_i07]

그녀의 몸이 떨어지고 있다. 광풍에 머리카락이 휘날려 거의 눈을 뜰 수 없다.

하지만 이 정도 높이어야만 노포트 구 전체의 그림자를 모두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이 높이여야만 그녀의 눈길이 닿는 거대한 그림자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었다.

이네스는 본인에게 남은 시간이 단 몇 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눈앞의 그림자 속으로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바로 지금이다.

죽음은 이미 문밖에서 배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