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천둥 속의 고요 · 에피소드 12

12-18굿 나잇

메인 스토리작전 전2023-10-24

골딩은 다마즈티가 지켜보는 가운데 죽는다. 중상을 입은 베어드도 홀로 삶의 끝을 향해 걸어간다.


골딩

부탁을 들어 줘서 고마워요, 다마즈티.

다마즈티

까다로운 소원도 아니었잖아.

다마즈티

참 우연이지. 막 더 성가신 일에서 손을 뗀 참이었는데.

다마즈티

네가 결국 우리를 교실로 초대했구나.

다마즈티

합리적인 거지. 골딩, 넌 결국 선생이니까. 늘 그렇게 생각하잖아.

골딩

아무래도 전 오늘 여기에서 죽을 것 같아요.

다마즈티

결국 그렇게 결정했구나.

다마즈티

레토가 슬퍼할 거야.

골딩

전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해요.

다마즈티

왜 그렇게까지 그런 거에 얽매이는 거야?

골딩

그러게요. 전 왜 이렇게까지 얽매이는 걸까요?

골딩

전 아이들이 이 시대 속에서 자신의 방향을 찾지 못할까 봐 걱정돼요. 몰리도 걱정돼요. 착한 아가씨인데 스스로 지키는 법을 모르거든요.

골딩

물론 하이디도요…… 전 하이디의 기대를 저버렸어요. 그저 절 원망하지 않길 바랄 뿐이에요.

골딩

아마 그건 어렵겠죠. 저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으니까요.

골딩

전 그런 원망을 감당해야 해요.

다마즈티

골딩, 이런 죽음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걸 알잖아.

다마즈티

솔직히 말해서 우리도 당혹스러워……

다마즈티

우리가 겪은 긴 세월 중에 죽음을 선택한 사람은 드물지 않았어. 하지만 우리는 매번 목격할 때마다 이해가 되지 않았지.

다마즈티

우리는 '희생', '참회', '죄책감' 이런 단어에 익숙해. 다른 단어도 더 있을 거고.

다마즈티

마지막 결말은 늘 죽음으로 통하지.

다마즈티

미안하지만 우리가 보기에 이건 완전히 헛수고야. 죽음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미련을 가질 가치가 없다고.

골딩

죽음은 죽음일 뿐이에요.

골딩

저도 알아요, 다마즈티. 당신이 한 말을 정말 이해해요.

골딩

목숨을 잃은 자경단 전사에게 보상하려면 계속 살아가는 게 더 좋은 선택일 수도 있겠죠. 상처 입은 가족들을 돌보고 그 사람들을 위해 힘을 보태면서요.

골딩

하지만 전 제가 할 수 없다는 걸 알아요. 전 마주할 수가 없어요……

골딩

너무 무섭거든요.

다마즈티

그런 공포보다 죽음이 더 편하다는 건가?

골딩

어쩌면요.

골딩

전 계속 뒷걸음질 치고 있어요…… 파도를 피하기만 하면 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골딩

하지만 어디까지 뒷걸음질 쳐야 우리는 지난 생활이 이미 무너졌다는 걸 인정할 수 있을까요?

골딩

……어디까지 뒷걸음질 쳐야 사실 지난 생활은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걸 인정할 수 있을까요?

골딩

전 그런 걸 마주할 자신이 없어요. 차라리 완전히 절망하기 전에 죽어버리고 싶어요.

골딩

다마즈티, 저에게 절 속일 기회를 주세요.


[CG: 37_i11]
골딩

제 모습으로 변해주세요, 다마즈티.

'골딩'

오해하지 마, 골딩. 우리는 우리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네 소중한 사람들을 속이지 않을 거야.

'골딩'

우리는 그저 네 감정을 더 잘 느끼고 싶은 것뿐이야.

'골딩'

이런 감정은 이해하기 너무 어렵거든. 그래서 느껴볼 수밖에 없어.

골딩

예전에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물었었죠.

골딩

……그걸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골딩

하지만 자신이 정말 무력하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 포기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 아닌가요?

'골딩'

레토도 그 단어를 얘기한 적이 있었지, 포기.

골딩

아니요, 남이 하는 대로 따라가도록 자신을 포기하는 게 아니에요.

골딩

삶 자체를 포기하는 거예요.

'골딩'

'삶 자체를 포기'한다고?

골딩

이런 경험은…… 즐거운 것도, 고통스러운 것도 꼭 거머쥔 채 놓지 않을 필요는 없잖아요. 그렇죠?

골딩

특히 본인이 미궁에 빠졌고, 미궁을 세운 벽이 바로 이런 경험이라면요.

골딩

이건 도저히 저항이라고 할 수 없어요. 이건 나약한 자의 선택이에요.

골딩

하지만 전…… 적어도 두 번 다시 살카즈의 편이 되지는 않을 거예요. 그렇죠?

골딩

저는…… 이제 졸리네요.

'골딩'

……

'골딩'

잘 자, 골딩.


베어드

하아.

베어드

힘이 안 들어가네.

베어드

잘됐어, 이제…… 너무 지쳤으니까.

베어드

훗, 적어도 마지막 날에 글래스고가 다시 뭉치긴 했네.

베어드

……다들 안전하게 떠났으면 좋겠어.

베어드는 비틀거리며 한쪽 벽으로 걸어가 천천히 앉았다. 등이 닿은 벽에는 길게 핏자국이 생겨났다.

베어드의 손은 마비되기 시작했다. 주먹을 쥐고 싶었지만 잘되지 않았다.

베어드

하.

베어드

쳇…… 역시 죽는다는 건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아프네. 적어도 한나한테 턱을 맞은 것보다는 아파.

베어드는 고개를 돌렸다. 멀지 않은 곳에 시체 한 구가 누워 있었다. 왜소하고 바싹 마른 모습을 보아하니 죽은 지 좀 된 것 같았다.

그러다 갑자기 시체가 낯익게 느껴졌다.

베어드

'차기 아카데미션' 씨, 여기 있었구나.

겁에 질린 시민 앞에는 이미 깨끗하게 먹어 치운 고기 통조림이 놓여 있었다.

베어드는 눈을 깜빡였다. 이 불쌍한 사람 옆에 이상한 게 있는 것 같았다. 벽부터 땅까지…… 검은 곡선?

글자와 도안이다.

베어드는 그제야 발견했다. 그 사람은 펜을 또 하나 주운 것이다. 그가 아끼던 펜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는 낡은 목탄 연필이었다.

베어드는 주머니를 더듬었다. 원래 문장학자의 것이었던 장식이 아름다운 펜이 여전히 그녀의 손에 있었다. 안타깝게도 매클래런은 이 화려한 펜이 마지막으로 쓴 글자들을 진지하게 읽지 않았다.

그녀는 힘겹게 자기 몸을 끌고 벽에 쓰인 글자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작은 글씨를 자세히 읽었다.

베어드는 웃었다. 그러자 저도 모르게 기침이 나왔다.

베어드

로열 사이언스 아카데미의 아카데미션 직함을 신청하는 문장학 논문?

베어드

당신, 마지막으로 쓴 게 겨우 이런 거야?

베어드

아무 쓸모도 없잖아.

베어드는 벽에 적힌 이해할 수 없는 고증과 설명 부분은 뛰어넘었다.

이 논문에는 결론이 없었다. 공백이 이어진 뒤, 남자는 분노하며 자신이 중요한 자료의 내용을 잊어버렸다고 적었다.

남자는 절망했을 것이다. 한참 멈춘 뒤, 글씨가 조금 옅어졌다.

어느 순간 이 겁에 질린 시민은 자신의 소망을 적기 시작했다.

“《애시워스 가문 계보》가 지금 바로 내 손에 나타나면 좋겠다.”

“편집자들이 내 일의 의미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원고료를 높여주면 좋겠다.”

“선생님이 나한테 화내지 않으면 좋겠다. 그것들은 그저 학술적인 논쟁일 뿐이고, 난 여전히 선생님을 존경한다.”

“좋아, 기회가 생기면 학술 논쟁은 포기하고 선생님과 차를 한잔 더 마시고 싶다.”

“아직도 배가 너무 고프다. 길모퉁이에서 파는 핀 튀김을 먹고 싶다.”

“제인이 날 잊지 말았길 바란다. 난 그녀를 사랑한다. 여전히 헤어지기 전처럼 그녀를 사랑한다.”

“난 나쁜 놈이다. 복싱장 아이들이 무사하길 바란다.”

“위스키 300만 통을 마시고 싶다.”

......

“사라 고모, 보고 싶어요. 전 자라서 나쁜 아이가 되었어요. 죄송해요.”

“빌어먹을.”

“빌어먹을, 내 소원은 누가 이뤄주지? 내가 아는 신과 모르는 신에게 모두 최선을 다해 기도했는데.”

“지금 율법을 읊어대는 리베리 수도사가 내 앞에 나타나면 반드시 한 대 때려줄 것이다.”

“좋아, 그래.”

“모든 사람이 소원을 이루길. 모두가 행복하고 즐거우며, 평안하고 건강하길. 진정으로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길, 모든 사람이.”

“더는 고통받고 괴로움에 시달리는 사람이 없길. 다들 웃어야 한다. 이 땅 위에서 눈물과 배고픔은 사라져야 한다.”

“이 모든 게 헛수고가 아니길 바란다.”

“이 모든 것이……”

길게 선이 그어지며 글씨는 이곳에서 사라졌다.

베어드

……

베어드

좋아, 이걸로 마지막이야.

베어드는 힘겹게 손을 들었다. 펜이 거의 말라서 그녀는 몇 번을 시도한 끝에 짤막한 검은 글씨를 남겼다.

“나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