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하늘가의 노을
아미야는 비행선의 방어 시스템을 풀라는 협박을 받는다. 아스카론이 제때 도착해 아미야를 구하지만, 마왕으로서 그녀는 반드시 사혼령과 마주해야 한다. 동시에 다마즈티도 정식으로 에블라나와 첫 만남을 갖는다.
이게 바로…… 비행선이군요.
우리의 모든 잠입 계획은 실패했어. 접근한 사람은 홀연히 사라졌고.
마왕, 이건 살카즈의 주술인가? 어떻게 푸는지는 알고 있겠지?
그건……
테레시아 씨도…… 여기 있나요?
하지만 느껴지지 않는데……
윽!
묵직한 압력이 엄습했다.
그건 묘사도, 설명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하고 잔혹했다.
아미야는 똑바로 서 있을 수 없었다.
이게…… 뭐지……
뭐 하는 거야, 마왕? 괜한 수작 부리지 마!
네 주술을 사용해서 저걸 풀어! 아니면……
윽……
- 왔구나, 아스카론.
좀 늦었다, 박사.
아스카론 씨, 진정해.
이 동료의 행동은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어! 내가 말렸지만 듣지 않았다고!
난 당신들의 박사를 해칠 생각이 없었어. 우리는 그저 거래를 끝내려던 거고, 당신도 증인이잖아.
그럼 꺼져.
……
- 왜 그래?
- ……
- 표정이 험악하네.
넌 살카즈가 아니라서 느끼지 못할 거야.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마주하고 있어. 오랜 세월 이어진 살카즈의 고난을 마주하고 있지.
하소연하고 분노하며 우리 모두가 통곡하는 걸 듣도록 강요하고 있어.
……그럼 그렇지.
훗, 대공작들이 실망하겠어. 이건 복제 가능한 공업 기술이 아니야.
이 배는…… 한 명의 레버넌트지.
살카즈는 어떻게 살았을까?
최초에 살카즈는 어떻게 살았을까?
그때는 엘더즈와 에인션츠가 아직 이 땅을 침입하지 않았고, 이곳의 모든 것이 원래 모습 그대로였다.
그러다 놈들이 왔다.
놈들은 싸웠고 도륙하기 시작했다. 놈들은 우리 땅에 미개함과 분노를 가져왔다. 놈들은 서로를 향해 발톱을 내세웠고, 그건 우리를 향하기도 했다.
자랑스러운 살카즈는 놈들에게 굴복할 수 없었다. 우리는 반드시 반격해야만 했다.
우리는 더 거대한 분노로 복수하고 놈들은 원한의 열매를 삼켜야만 했다!
그런데 왜 눈 깜짝할 사이에 카즈델이 궤멸된 걸까?
비열한 놈들!
놈들은 온갖 방법과 수단을 생각해 냈다! 놈들은 비열하고 교활했으며 파렴치하고 잔인했다!
놈들은 어째서 순결한 카즈델을 짓밟는 거지?
무슨 자격으로!
윽……
이…… 목소리는……
아미야, 영향받으면 안 돼!
버텨, 그저 환상일 뿐이야!
알아요. 지금 시도하고……
으윽…… 악……
카즈델이 궤멸되었다.
마왕과 왕정은 우리를 이끌고 쓰레기들과 전투를 벌였다. 살카즈는 이런 수치스러운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산크타라고 자칭하는 약해 빠진 살카즈가 자신의 책임을 회피했고, 자기 종족과 사명을 배신했다!
막 재건한 높은 담벼락은 다시 무너졌고 우리의 꿈은 또다시 사라졌다.
괜찮다, 배신자는 뿌리 뽑을 것이고 카즈델은 다시 우뚝 일어설 테니까.
우리 곁에 마왕이 있는 한 우리는 쓰러지지 않는다.
이 그림자는……
아니지, 이건 이네스 씨처럼 그림자를 조종하는 오리지늄 아츠가 아니야. 이게 뭐지?
박사, 비행선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비행선의 그림자가 꿈틀거리며 펼쳐진다. 그리고 아스카론이 쓰러뜨린 또 다른 '회색 모자'가 순식간에 칠흑 같은 바다에 빠져든다.
이게 무슨 장난이지? 이건 대체……
깊은 검은색, 깊은 절망, 깊은 분노.
마왕이 우리를 이끌 것이다. 마왕만 있다면……
카즈델은 34번 궤멸되었다.
카즈델은 675번 궤멸되었다.
카즈델은 3421번 궤멸되었다.
가장 짧았을 때에는, 카즈델의 성벽이 재건된 지 단 3일 만에 페가수스의 편자가 다시 이곳을 밟아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카즈델은 한 번 또 한 번 궤멸되고, 한 번 또 한 번 재건되었다.
시간은 우리의 용모를 바꾸었고 그 모습도 뒤틀어버렸다. 하지만 전쟁은 한 번도 끝나지 않았고, 우리는 한 번도 저항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가 카즈델을 재건하는 데 드는 시간도 점점 길어졌다.
우리의 문명은 박해받았고 예술은 잊혔다.
하지만 아직 원한이 남아 있었고, 마왕은 원한을 무기로 삼아 우리의 적을 참살했다!
난 그러한 점과 굴복하지 않은 우리가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오늘날, 내가 본 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뒤틀린 키메라……
이종족 마왕이라고?!
으하하하, 내 앞에 이종족 마왕이 서 있다니?!!
네가 뭔데 그 왕관을 갖고 있는 것이냐? 네가 뭔데 이러한 고통과 함께 서 있는 것이냐?
네가 뭐라고 살카즈의 분노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냐!
대답하라! 대체자여! 대답하라, 기만자여!
레버넌트의 질문에 대답하라!
레버넌트……
보아라! 눈을 크게 뜨고 보아라! 거짓된 마왕이여!
뭐가 보이는가?
전……
보지 마, 아미야. 그건 레버넌트의 주술이야!
……
눈물을 봤어요.
레버넌트, 전 무거운 슬픔을 봤어요.
줄곧 이 슬픔들과 함께하신 건가요?
슬픔? 이건 슬픔이 아니다.
난 이미 오래전부터 슬퍼하지 않았다.
분노의 화염으로 상처를 불태우고 계시잖아요.
이건…… 너무 고통스러워요.
난 뭐가 진실이고 뭐가 허구인지 잘 알고 있다!
넌 내 질문에 대답만 하면 된다!
네가…… 무슨 자격으로……
네가…… 왜곡된 이종족인 네가……
무슨…… 자격…… 으로……
살카즈의 모든 걸 짊어지느냔 말이다!!!!
아스카론은 잠시 비틀거렸다.
- 괜찮아, 아스카론?
난…… 괜찮아……
아미야가……
레버넌트의 거대한 그림자 속에 아미야는 여전히 고개를 들고 있다.
이 각도에서는 아미야의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 그녀가 고개를 들고 있다는 것만 알 수 있다.
당신 말이 맞아요, 레버넌트. 저는 봤어야 했고, 이제 봤어요.
전 모든 걸 봤어요.
3421번의 궤멸도, 모든 벽돌이 재가 되는 것도 봤어요.
모든 마왕의 반항과,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봤어요.
삼켜진 눈물과 피, 높이 솟아오른 먼지와 조각을 봤어요.
……비슷한 그림자가 겹친 채 쓰러지고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고 있어요.
제가 봤어요. 그리고 전 볼 거예요. 앞으로도 계속 볼 거예요.
레버넌트, 전 한시도 눈을 돌린 적이 없어요.
제가 똑똑히 기억할 거예요.
모든 힘든 선택과 모든 죽음과 희생을, 궤멸 그리고 희망을 기억할 거예요.
……내가 보여준 것이다, 키메라.
내가 네게 보게 만든 것이다!!
대체자여, 난 매 순간 직접 겪으며 이 화염에 고통받지 않은 적이 없다!
하지만 넌 어떻지?
물론 너도 볼 수 있다. 지도나 연극을 보듯, 절벽 위에서 책상다리를 하고 우리를 무시하듯 바라보는 관객처럼.
거짓된 마왕이여, 난 널 책망하고 증오한다. 그건 네 어리석음이나 교만함, 독선 때문이 아니다.
넌 영원히 진정으로 우리와 한 편에 설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 노력하고 있어요……
노력?
시선을 돌리지 않도록 노력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넌 언제든지 돌아서서 떠날 수 있다.
전……
넌 살카즈가 아니기에 영원히 살카즈가 아니다.
살카즈의 영혼은 널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처지가 고통이라고? 너는 열심히 참아내 보겠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이 모든 것에 영원히 잠겨버릴 운명이다.
넌 네가 용감하다고 했지. 하지만 언젠가 네가 이 고난을 더는 삼킬 수 없게 된다면……
넌 여전히 우리를 버리고 떠날 수 있다.
하지만 전 절대 그러지 않을……
네가 산 세월이 얼마나 된다고 감히 '절대'라는 말을 하는 것이냐?!
아니, 넌 그럴 것이다. 넌 그럴 능력이 있으니 반드시 그럴 것이다.
살카즈는 어쩌다 이런 마왕을 선택한 거란 말인가? 살카즈가 왜 이런 마왕을 받아들였단 말인가?
테레시아 씨는 제가……! 종족이 달라도 우리는 함께 공감할 수 있다고 했어요!
그게 바로 그 녀석의 어리석은 점이다!
네가 정말 공감한다면…… 이 모든 것을 본 뒤에……
왜 아직도 내 앞까지 걸어오는 거지?
왜 이 전쟁을 막으려는 거지?
그건……
아미야는 갑자기 한 마디도 내뱉을 수 없었다.
그녀는 왜 이 전쟁을 막으려는 걸까?
그런 분노와 고통, 갈망을 본 뒤에.
그녀는 왜 이 전쟁을 막으려는 걸까?
이것이…… 이번 전쟁이 살카즈에게 유일한 방법인 건 확실하다.
모든 살카즈는 이 모든 것을 마주한 뒤에 다른 답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아미야는 순간 테레시아의 이 선택을 이해하게 되었다.
눈물로 눈물을 잠기게 하고 고난으로 고난을 묻는다.
불타버린 땅만이 살카즈에게 새로운 생명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전 그래도 그 길을 거절할 거예요.
레버넌트의 말이 맞았다.
아미야는 거절했기에 그들과 영원히 진정으로 한 편에 설 수 없는 것이다.
그녀는 빠져나올 수 있다.
여기서 사라져라!
우리 종족에게서 떠나라!
그림자는 미친 듯이 떨며 분열했다, 마치 실체가 되려는 듯이.
레버넌트의 혼란스러운 투영이 텅 빈 독에서 흩어지고 있다.
정말 커다란 녀석이네.
보라색 불길이 검은 그림자에 부딪혔다.
난 너희의 존재에 아주 관심이 많아, 레버넌트.
만약 네가 불태워진다면 과연 어떤 잔불이 남을까?
……
저 드라코는…… 에블라나군.
임무 보고서에는 직접 여기에 등장한다는 말이 없었는데!
가자! 어서!
- 아미야!
전…… 괜찮아요……
- 자, 부축해 줄게.
박사님, 저는……
전 진정으로 저들과 한 편에 설 수 없어요……
-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너여야 할지도 몰라.
……네?
드라코의 불길이 치솟고 있어!
저 여자는 엄청…… 강해. 여기서 맞서 싸울 필요는 없어!
……
훗…… 재미있군.
로도스 아일랜드……
요즘 이 이름을 자주 듣는 것 같은데?
자…… 장군, 저 드라코는……
신경 쓸 거 없다.
저 여자의 불길은 자신의 편협한 야망 말고는 그 어떤 것도 태우지 못하니까.
레버넌트 각하, 저희를 이끌고 여기서 떠나주십시오. 이 협소한 독은 당신의 분노를 담을 수 없습니다. 그 시끄러운 이종족에게 당신의 시간을 낭비할 가치도 없습니다.
섭정왕의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그분은 이미 준비가 됐습니다.
……
전하.
살카즈의 비행선이 이미 이륙하여 런디니움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습니다.
우리 고속 전함 편대는 바깥에서 요격 준비를 마쳤습니다.
……다른 부대도 집결하고 있습니다.
그래?
윈더미어 공작의 함대는 훨씬 전에 이 구역에 접근했습니다. 캐스터 공작의 군함도 서서히 움직이고 있어 곧 접근해 올 겁니다.
다들 여기에 관심이 많은가 보네.
정말 관심이 있는 걸까요?
각 공작이 너무 늦게 출발한 건 아닐까요?
당신은…… 그 호텔의 로비 매니저?
당신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살카즈가 런디니움에 미리 심어놓은 스파이인가?
아니요, 콜버트는 그저 자신을 빅토리아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평범한 살카즈 청소부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넌?
우리 말인가……?
친구랑 신나게 수다 떠들던 도중에 일하러 불려 나온 불쌍한 사람이지.
드라코, 넌 정말 흥을 깨는 데 선수라니까.
그럼 나랑 수다를 떠는 건 어때?
……좀 봐줘.
차라리 전부 빨리 끝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