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모자를 벗고 경례
막연하기만 한 시즈는 카도르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글래스고의 새 멤버와 기존 멤버 사이의 골이 더 뚜렷해진다. 로도스 아일랜드는 호텔의 통신기지를 빌리려고 한다.
……
감염자 60%가 일주일 이내에 감염됐어요. 증세도 꽤 빠르게 악화되고 있고요.
대부분이 오리지늄 아츠를 남용하는 경향이 있어요. 어떻게 감염자가 되고, 감염자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배울 시간도 없었고요.
샤이닝 씨가 있었다면…… 아니, 가장 평범한 로도스 아일랜드 메딕 오퍼레이터라도 저보다 훨씬 잘했을 거예요.
전 할 수 있는 게 너무 없어요.
자책하지 마, 아미야. 넌 계속하고 있잖아.
예전에는 노포트 구에 감염자가 별로 없었어. 여기 사람은 다 삶과 혈투를 벌이고 있지만, 어찌 됐든 여기는 런디니움이야.
여기를 떠나고 한참 뒤에야 난 내가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 깨닫게 되었어.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그저 행운이 가져온 예외일 뿐이었거든.
사람들은 처한 환경 때문에 본인의 능력을 착각해. 본인의 삶이 스스로 노력해서 얻은 거라고 오해하지……
무너질 때가 되어서야 본인은 그저 잘 태어난 것뿐이라는 걸 인식해.
하, 정말 대단한 자기반성 정신이네, 비나 전하.
그게 너희가 돌아온 목적이야? 본인을 숭배하는 사람을 무더기로 만들어서 왕위에 오르도록 돕게 하려고?
하, 나도 진짜 멍청하지. 예전에는 정말…… 네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의리 있는 '시즈'인 줄 알았어.
그건 내 뜻이 아니야, 카도르.
난 한 번도 스스로 전하라고 칭한 적이 없어. 하지만 그 상황에서…… 모건의 방법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어.
카도르, 아까 넌 계속 '단결'을 말했지. 어찌 됐든 그건 확실히……
비나 전하의 칭찬을 받다니 정말 영광이네!
너무 감동적이다. 이거 우리 악수라도 하고, 왕실 사진사를 불러서 사진이라도 찍어야 하는 거 아니야?
……
네가 왜 화가 난 건지 모르겠지만 카도르, 난 우리가 같은 편이라고 생각해.
……같은 편?
봐, 너희는 티 없이 순결하지만…… 우리는?
……며칠 전에 우리는 노부부를 쫓아냈어.
내가 사는 아파트의 이웃이었는데, 나한테 꽤 잘해 줬어. 예전에 한 번씩 너무 많이 만들었다며 핀 튀김을 나눠 주기도 하고.
집에서 살카즈에게 쫓겨나 막 봉쇄 구역에 도착했을 때, 두 사람이 인파 속에서 당황하며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걸 봤어. 계속 서로의 손을 놓쳤지만 다시 잡으려고 노력했지……
참을 수 없던 난 두 사람을 복싱장으로 데려왔어.
할머니는 부지런해서 우리 일을 꽤 도와줬고, 할아버지는…… 그래, 재미있는 얘기를 잘해서 함께 불침번을 서면 절대 심심하지 않았어.
하지만 며칠 전에 여기서 나가라고 했어.
델핀이 이틀 치 식량을 주며 수드 쇼핑센터 아래 있는 주차장에 데려다줬어.
그 상점은 이미 사람들이 수도 없이 약탈했을 거야. 하지만 운이 좋으면 남겨진 음식을 찾을 수도 있겠지.
……거긴 견고한 피난소니까 적어도 안전은 보장되겠네.
맞아.
하지만 두 사람은 감염자야. 얼마 전에 감염됐지. 어디에서 날아온 오리지늄 분말이 묻었는지 나이도 많아서 병이 빠르게 진행됐어.
하지만 난……
……
두 사람에게 광석병 억제제를 한 병도 주지 않았어. 그건 젊고 건장한 사람한테 더 필요했으니까.
……!
네 선택을 이해해. 하지만……
나도 알아. 두 사람은 너무 늙었어. 살카즈의 아츠나, 건물의 붕괴, 심지어 포격 소리에 의한 심장병 발작으로도 죽을 수 있겠지…… 하지만 난 그들의 마지막 희망을 빼앗아버렸어.
……어쩌면 두 사람은 살아남을 수도 있었지만, 내가 죽인 거야.
게다가 난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 안 해.
……
……그거 알아? 비나, 두 사람이 떠날 때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겠어?
상상할 수 있어……
아니, 넌 못 해.
눈물도 애원도 욕도 없었어. 그 할아버지는 심지어 마지막 순간까지 나한테 농담했지. 상점에 있는 가울 식당의 메인 셰프를 비웃으면서 말이야.
두 사람의 모든 희망이 담긴 작은 가방을 쥐고, 휘청거리는 서로를 부축하며 떠났어.
운이 나빴다면 가는 길에, 밖을 떠돌아다니는 미치광이한테 탈탈 털렸을지도 몰라.
어제 두 사람이 꿈에 나왔어.
넌 이 모든 것에 책임이 없어. 카도르, 넌 그저……
두 사람이 참혹하게 죽은 꿈을 꾼 줄 알아? 광석병, 굶주림 아니면 전쟁의 불길에 타버린 두 사람을? 하.
난…… 전쟁이 끝나고 노포트 구가 런디니움으로 돌아가서 고향을 재건하는 꿈을 꿨어.
질서가 다시 잡히고 성벽이 완벽하게 수리된 것을 보았고, 우리는 환한 집에 살게 됐어. 그리고 기뻐하는 사람들 속에…… 그 할아버지를 본 거야.
아직 있더라. 살아남은 거야. 가끔은 살아남은 사람이 할머니일 때도 있어.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두 눈으로 날 물끄러미 바라봤어. 하늘을 수 놓은 폭죽의 불꽃 사이로 말이지.
난 두 사람의 죽음을 한 번도 두려워하지 않았어. 그건 내가 잔인한 선택을 했고 타인을 희생시켰다는 뜻이야. 아니면 다른 사람들을 구했거나.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끝나고도 여전히 원망이 평화로운 세인트 두나강에 흐른다면? 영원히 날 바라보며 내게 묻는다면……
난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난 이 전쟁에서 어떻게 벗어나야 하지?
정말 미안……
사과하지 마! 비나, 넌 그럴 자격 없어.
네 손에 쥔 신화에나 나오는 검이 글래스고의 전 리더가 국왕이라고, 젊은이들이 열광하던 폭도가 기사이며 왕권의 추종자이자 신하였다고 말해주고 있으니까……
……그리고 넌 네가 돌아왔으니 우리를 도와주고 구해줄 수 있다고 말하지. 우리는 네 곁에서 단결해야 한다고.
진짜 웃기지 않아? 각자가 이 모든 것을 겪은 후에……
글래스고가 거리에서 뒤나 봐주던 패거리에서 전쟁 통에 구차하게 살아가는 좀도둑, 강도, 살인범이 된 뒤에 너희가 돌아왔어.
국왕과 기사, 도덕적인 성인이 되어서.
난 널 환영해야겠지, '시즈'.
여기에 네 글래스고는 없어. 넌 아무것도 아니야. 지금 글래스고에게 넌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협력해야 해!
그래야만 전쟁을 멈출 수……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
……넌 아주 똑똑해. 비나, 우리는 아무것도 멈추고 싶지 않아. 넌 우리한테 네 숭고한 믿음을 위해 희생하라고 할 이유가 없어.
너희와 귀족들은 살카즈와 싸우면서 난 평생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걸 서로 빼앗고 있어.
우리는 가진 거라곤 두 주먹뿐인 시민이야. 그저 조금씩 전쟁의 물결에 이곳까지 떠밀려 온 거지.
그래, 살아남기 위해. 난 우선 네 목을 졸라 죽이고 싶은 충동을 참을 거야.
너희는 여기 남아서 너희의 위대한 계획을 추진하고 이 구역이나 이 나라를 구해도 돼.
아니면 너희 볼 일 다 보고 올 때처럼 조용히 이곳을 떠나도 되고.
난 그런 것들에 아무런 의견이 없어, '전하'. 나한테 의문을 제기할 자격이라도 있나?
아니야.
……난 그저 글래스고에 속해 있는, 너희의 비나일 뿐이야.
……그럼 두고 보자고, 비나.
윽……
제가 처음부터 말씀드렸잖아요, 콜버트 씨. 물자를 카트에 실어서 내보내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라니까요.
확실히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다르군, 퍼시벌.
이렇게 하면…… 몇 명이라도 도울 수 있을 줄 알았네.
각자 콩 통조림을 한두 개씩 몰래 가져가면 다들 다음 보급 때까지 버틸 수 있었을 테니까.
역시 더 공개적으로 했어야……
결과는 똑같아요, 콜버트 씨. 아니면 더 참혹했겠죠.
예전에는 다들 콜버트 씨한테 예의를 차리는 척이라도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숨으셔야 해요.
콜버트 씨한테 일부 사람이라도 구할 수 있는 물자가 있는 건 잘된 일이지만, 생각해 보세요. 그 사람들 눈에 콜버트 씨는 성인에 더 가까울까요? 아니면 마귀에 더 가까울까요?
하하, 게다가 난 원래 살카즈니까.
사람들이 하는 말이 진짜인가?
아슬란의 왕위 후계자? 대공작들이 그 사람의 명령에 따라 곧 이곳을 공격한다는 게?
훗, 콜버트 씨는 떠도는 소문이나 믿는 거리 불량배가 아니시잖아요. 국왕이 어떻게 죽었는지 우리 모두 알고 있고요.
그 사람들이 누구든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었으니 우리도……
그 사람들이랑 얘기를 해 봐야 한다고?
이네스 씨! 좀 더 부드러운 방식으로……
?!
넌 아까 그……
우리는 악의가 없어, 믿어줘.
- 그저 두 사람과 얘기를 나누고 싶은 것뿐이야.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 후드로 얼굴을 가린 녀석과 살카즈 용병이 아슬란 왕과 동료라고?
훗, 이 땅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어.
이런 신분이 생기는 날이 오다니, 나도 정말 의외라고 생각해.
……뭘 하려는 거야?
당신들 선셋 스트리트 호텔 사람이지?
두 사람은 특별한 루트를 장악했나 보네.
마음씨 착한 살카즈 용병이 우리한테 물자를 줬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전……
급하게 설명할 필요 없어, 천천히 얘기하면 되니까.
- 두 분에게 할 꽤 매력적인 제안이 있어.
……
좋아, 정말 노포트 구 사람을 도와줄 생각이라면 그게 누가 됐든 중요하지 않으니까.
이 호텔에 들어올 수 있었네…… 바깥 상황을 보고 이미 무너진 줄 알았거든.
바깥을 폐허처럼 보이게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5시간 내내 투덜거릴 수도 있어.
우리는 문제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 콜버트 씨는 싸움에 능숙하지 않은 분이거든.
절 탓하진 마시길 바랍니다. 전 그저…… 이 호텔의 품위를 최대한 유지하고 싶었을 뿐이거든요.
여긴 아주 대단한 곳이었습니다. 전 여기서 평생을 일했죠. 제 피와 땀이 묻은 곳이 잿더미가 되는 건 참을 수 없었습니다.
나도 이해해, 콜버트 씨. 여기 예전 모습을 기억하거든.
눈부신 크리스탈 샹들리에, 친절한 도어맨과 웨이터, 호화로운 스위트룸.
입구에 걸려 있던 예쁜 장식용 깃발까지 기억나.
장식용 깃발이라…… 저희 호텔의 귀한 손님이었나 보군요.
……아주 오래전 일이야.
이런 얘기는 차차 하기로 하고, 두 분 얘기를 듣자 하니 살카즈 용병이 음식을 제공했다면서?
그렇습니다. 파프리카라고 하는 아가씨었죠. 그 아가씨도 쉽지 않았을 텐데.
파프리카라고?
- 파프리카라는 용병을 알아, 이네스?
……아스카론이 얼마 전에 하이버리 구에서의 작전 보고서를 봤는데 거기에 그 용병이 언급됐었어.
- 생각났다, 그 용병이 캐서린을 풀어줬지.
맨프레드에게 잡혀서, 이미 죽은 줄 알았어.
그 말은 정말 마음씨 착한 살카즈라는 거네?
아니야. 이 말은, 음식을 공급하는 거 자체가 맨프레드의 계획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뜻이지.
군사위원회는 노포트 구 사람이 계속 살아 있어야 하니까. 적어도 당분간은 말이지.
뭘 기다리는 걸까?
지금은 살카즈의 계획에 신경 쓸 시간이 없어, 로도스 아일랜드 여러분.
이 호텔에 통신기지가 있는 거 알아. 그걸 빌리고 싶어.
……
뭐 하려고?
대공작한테 연락해서 지원해 달라고 할 거야.
그럼 '전하' 이야기는 역시 가짜였네.
너희들은 노포트 구 시민들에게 거짓 약속을 했어.
우리는 약속을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거라고!
방송을 내보내면 대공작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내가 장담해.
귀족들의 도덕을 그렇게 믿어?
……
난 그 사람들의 야망을 믿는 거야.
방송한 다음에는? 여기 주파수는 암호화할 수 없어서 살카즈도 방송을 들을 텐데.
비나 씨가 그랬어, 글래스고 사람들이랑 봉쇄벽을 겨냥한 돌파 작전을 펼칠 거라고. 돌파에 성공하면 봉쇄 구역 밖에 바깥으로 통하는 비밀 통로가 있어.
예전에 한 번 쓴 적이 있대.
우리는 대공작이 공격해 올 때까지 버티기만 하면 돼.
이번에 '버티는' 건 얼마나 걸리는데?
4시간을 넘지 않을 거야.
아주 자신만만하구나.
……
구역을 떠난 뒤에는? 여긴 전장이야.
……그건 그때 가서 다시 얘기해. 지금은 모든 걸 완벽하게 생각할 수 없어.
여길 떠날 수만 있다면 뒷일은 어떻게든……
잠깐만, 호텔에 다른 손님을 받았어?
네? 아니요, 당연히 안 받았죠……
그동안 저와 퍼시벌만 여기 숨어 있었습니다만.
……!
그림자가…… 팽창하고 있잖아?
잘 숨어, 날 따라와.
뭐? 하지만……
이네스 씨, 잡아당기지 마!
델핀 윈더미어, 살고 싶으면 날 따라와!
어라?
그, 그걸 어떻게……
- 두 분도 여길 떠나.
왜 그러십니까? 무슨 일이죠?
……
콜버트 씨, 저 사람들 말대로 하세요.
{@nickname} 박사, 당신……
- 나한테 맡겨.
- ……
- 걱정하지 마. 우리는 저 사람과 여전히 협력 중이니까.
- 넌 델핀이랑 제대로 얘기 나눠 봐.
- 이건 향후 로도스 아일랜드의 입장과도 연관되어 있어.
……무슨 뜻인지 알았어.
- 의자라도 준비할까?
아니야. 서 있는 걸 좋아하거든.
로도스 아일랜드의 박사, 아주 큰 문제를 일으켰더군. 알렉산드리나 전하의 신분은…… 빅토리아에서 아주 민감해. 잘 알고 있을 텐데.
이번 일에 있어서 우리가 뜻이 통한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그런데, 하아, 이번 일은 일단 그냥 두고……
방금 다급히 떠난 파란 머리 아가씨를 소개해 줄 수 있을까, 로도스 아일랜드의 박사? 누군지 알고 싶어.
함께 춤을 출 수 있을 것 같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