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이상이란
살카즈와 공작들의 전쟁이 일촉즉발인 상황. 같은 시각, 자경단과 로도스 아일랜드는 살카즈의 보급 정보를 입수할 계획을 세웠고, 알레데일은 시즈와 함께 빅토리아의 국검을 확보할 계획을 세운다.
1098년
1:03 P.M. 날씨 / 흐림
런디니움, 성왕궁 서쪽 회당
런디니움이 이동도시가 아니었을 때부터 성왕궁 서쪽 회당은 이미 이곳에 있었다.
처음에 이곳의 이름은 그냥 서쪽 회당이었다. 드라코 왕실이 이 궁전에 신하들을 소집하여, 자기들이 가장 좋아하는 황금과 루비로 외벽을 꾸몄다.
그 장식들은 이미 300년 전에 큰불에 다 타버렸지만, 이 건물의 골조는 아직 그대로 남아, 첫 번째 아슬란 왕의 대관식을 지켜봤다.
이후, 드라코 왕과 아슬란 왕이 함께 일궈낸 태평 성세를 기념하기 위해, 서쪽 회당을 성왕궁 서쪽 회당으로 정식으로 이름을 바꿨다.
26년 전, 마지막 아슬란 왕이 같은 장소에서 의회 군대에 붙잡혔다.
그리고 지금, 이곳은 더 이상 빅토리아 의회의 집회장이 아니다.
회의 테이블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드라코도, 아슬란도 아닌 살카즈다.
……
……고도딘 공작은 여전히 움직임이 없습니다…… 자작이 암살된 이후 영지 내 우리의 행동은 엄격히 제한받고 있습니다……
……노르망디 공작의 저택에는 매일 밤 호화로운 연회가 열리고 있습니다만, 강재의 행방이 극히 의심스러운데다, 모든 첩보원이 허탕 치고 돌아왔습니다……
……더블린의 목소리가 웰링턴 공작의 고속 전함의 굉음에 묻혀, 우리는 아직 철의 공작 영지에 깊숙이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공작들이 이 베테랑을 견제할 수 없다는 건 의심할 여지 없습니다.
……후작과 다른 패거리들은 마침내 스태포드 공작의 유산을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캐스터 공작은 새해 전야에 그들의 사절과 선물을 받아들였습니다……
……작년 겨울부터 대공작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들이 곧 '결론'을 낼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런디니움의 준비 속도는 여전히…… 죄송합니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뭐? 확실한가…… 라이타니엔? 3일 전에? 너무 늦었어! ……그렇군, 화친 외교가 결국 먹혔나 보네……
어, 새로운 암호문 해독이 끝났습니다. 전선에서 보내온 소식입니다, 장군님. 네, 반드시 긴급히 전달해야 해서……
여황의 목소리가 3일 전에 대놓고 윈더미어 공작의 영지를 떠났다고 합니다…… 어……
(침 삼키는 소리) 우리가 양측의 접촉을 즉각 발견한 것은 아닙니다만, 바로 오늘……
한 도시가…… 한 요새가 항로를 조정하여 런디니움을 향해 오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2년 사이 우리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어……
라이타니엔과 빅토리아의 국경에서 곧장 달려 협곡에 접근했습니다. 어, 예, 맞습니다. 선제후의 천적…… 윈더미어 공작의 군대입니다.
윈더미어 공작은 대외적으로…… '재앙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만……
홀에는 다시 침묵이 흘렀다. 테레시스의 꼭 감은 두 눈에는 런디니움 밖의 안개가 보였다.
안개가 걷히면 예정대로 전쟁이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발걸음 소리가 테레시스의 생각을 깨뜨렸다.
그는 눈을 뜨지 않을 수 없었다.
테레……
......
테레시스.
……
너구나.
잠들었던 거야?
……아마도.
빅토리아의 공작들은 모두 교활해. 그들이 정성 들여 런디니움에 떠도는 정보 하나하나를 추려내 살카즈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우리가 이 대항에서 우세를 차지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밀리지는 않지.
군사위원회의 일은 끝이 없어. 우리의 역사는 매우 취약하고. 어느 한 정보에 오류가 생겨도 카즈델의 부흥은 영원히 이루어지지 않아.
그리고 지금…… 지금 우리가 런디니움에 있는데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 넌 여전히 이렇게 피곤해하고.
아니, 한 가지 달라진 게 있다.
네가 여기에 있잖아.
……아.
그래, 내가 여기에 있지.
네가 내 목을 친 후의 모든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다. 어쩌면 네가 나보다 더 깔끔하게 처리할 수도 있어.
그건 분명 네가 생각할 일이 아니야. 맨프레드가 제시한 가설이겠지.
나에게도 다른 목소리가 필요하니까.
그래서, 무슨 생각 해?
……꿈.
어?
우리는 여전히 런디니움에 있었지만, 무장한 모습은 아니었다.
먹구름이 이 도시에 드리워졌고, 검은 돌이 곳곳에 돋아났지. 그리고, 살카즈…… 살카즈는 재앙과 사람들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재앙이 끝나자 런디니움 성문이 우리를 향해 열렸고, 빅토리아인들이 양측에 서서 환호하며 우리를 맞이했다.
이 궁전에 들어서자, 옥좌에 앉아 있던 사람은 더 이상 우리 몸에 있는 검은 돌을 꺼리지 않고 우리 손을 잡았어.
그들은 살카즈를……
'친구'라고 불렀어.
신기하네.
이뿐만이 아니야.
뱀파이어, 나흐체러르, 웬디고가 함께 우르수스 북쪽 지방에 가서 페이의 파편을 차가운 하늘로 내던지는 걸 봤다.
그리고 밴시와 다마즈티가 이베리아 남쪽 지방에 가서 바다의 이의를 끝없는 물속에서 막아내는 것도 봤어.
무수히 많은 살카즈가 이 땅을 위해 희생했다……
하지만 아슬란, 드라코, 필라인, 카프리니, 리베리…… 그들은 모두 살카즈와 같은 편에 서 있었어.
같은 편?
그래, 살카즈는 더 이상 소외된 떠돌이가 아니었다. 대지는 우리를 껴안았고, 우리는 새로운 뿌리를 내렸다.
이 꿈은……
이건 내 꿈이 아니야.
이 광경들은 모두 네가 예전에 내게 그려줬던…… 살카즈에게 펼쳐질 만한 미래야.
기억난다.
그런데 그때 너는 내 이상이 너무 멀다고 했잖아. 나를 이해할 수 없는 게 우리의 원수뿐만 아니라, 다른 살카즈도 있다고 했지.
만 년 동안 쌓이고 쌓인 원한이 온갖 무기가 되어 나를 향한다고 했어.
내가 그린 미래보다도, 내가 살카즈를 이끌고 그 미래를 맞이하기 전에, 살카즈가 내부 전쟁 때문에 갈기갈기 찢어질 가능성이 더 클 거라고도 했지.
하지만 너는 그 어떤 가능성도 포기하려고 하지 않았지. 설령 그것이 갓 피어오른 불씨라고 해도.
……
……너는 이렇게 말했지.
이 세계가 한때는 살카즈에게만 속했었는데, 에인션츠와 엘더즈가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터전을 빼앗아 간 거라고.
레버넌트들은 아직도 산크타의 배신을 되뇌고 있다. 왕정은 낙엽처럼 시들어가고, 혈통은 슬픔의 외침 속에서 점점 사라져가며, 죄인들은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역사를 잊어버리고, 카즈델의 폐허는 테라 곳곳에 널려 있어.
그리고, 그들은, 이렇게 외쳤어……
……“살카즈가 우리의 터전을 침략했다.”
……
그렇다면 살카즈는 차라리 투쟁을 선택했을 것이다. 투쟁은 우리의 운명을 하나로 묶을 수 있으니까……
……평화가 아니라.
이건 불공평해. 통치 또한 공존하는 수단이다.
테라는 그 오래된 문제들을 맞이하기 전에 자멸할 거야.
하지만, 우리의 터전은 시본의 위매니보다 훨씬 더 웅장할 것이고, 우리의 주술사는 북쪽의 사악한 것들을 제압할 것이며, 우리는 모든 분야의 지식을 터득해 오리지늄을 제거하고 재앙을 없앨 것이다……
그 전에, 살카즈는 반드시 답을 얻어야 한다.
그래…… 그렇지.
이런 대화가 수도 없이 이뤄졌지. 그렇지만 지금, 너는 그들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고, 그 오래된 영혼의 촉수마저 건드릴 수 있지. 그렇다면 어디 말해 봐, 테레시아……
……지난 만 년 동안 티카즈의 모든 산 자와 죽은 자의 의지가 삶과 죽음의 저편에서, 잠시나마 편안함을 얻었던 적이 있나?
……
나는 이미 실패했어, 테레시스.
왜냐하면 너는 한 수 모자랐으니까.
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서 있는 건 우리니까.
여기는……
런디니움이야.
말해봐, 테레시아.
네가 더 샤드 빌딩 꼭대기에서 이 도시를 바라볼 때 무엇을 봤는지.
빅토리아는 창의력이 넘치는 나라야.
의심할 여지도 없다. 불과 수백 년 사이에 빅토리아는 이동도시를 건설해 재앙을 피했고, 심지어 폭풍까지 장악하려고 시도했다……
그리고 새하얀 증기를 내뿜는 기사들. 200년 전, 카즈델에 발을 디딘 강철 갑옷들의 강력함은 내가 그 이후에 본 것에 훨씬 못 미쳤어.
아…… 어쩌면 특별한 혈통이 우리 중 많은 사람에게 너무 긴 세월을 줬기 때문일지도 모르지.
연이어 발생하는 전쟁 사이에서 고개 들어 바라보면, 살카즈 외의 모든 사람들은 전진하고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닫게 돼.
아니, 개체의 수명과는 무관하다.
그들이 전진할 수 있었던 건, 과거 평화나 전쟁에 대한 선택의 자유를 그들 혼자 누렸기 때문이다.
테레시아, 나는 런디니움을 보면 이 나라가 얼마나 많은 기회를 놓치고 있는지 보여.
빅토리아인들은 원시적인 살카즈를 경멸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그저 자신들이 만든 문명의 법칙으로 뼛속까지 새겨진 탐욕과 폭력을 장식하려는 것에 불과하지.
그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서로를 물고 뜯는다. 결국 그들이 창조한 모든 것이 그들 손안에서 멸망할 거야.
그래서 우리가 자유를 얻을 이 기회를 쟁취한 것이다.
희망이 아주 희박하다고 해도?
……
나는 그 어떤 가능성도 포기하지 않아.
음…… 그 점에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같았지.
1098년
1:34 P.M. 날씨/흐림
런디니움 오슈테리그 구, 컴버랜드 공작 저택
아미야, 박사, 도시 밖의 전달자가 방금 중요한 정보를 보내왔어. 살카즈의 주력 부대가 지금 복귀 중이래. 이는 그들이 곧 공작 부대와 개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뜻이야.
기존 정보로 미뤄 볼 때, 주력 부대가 런디니움에 돌아온다고 해도, 살카즈의 군사력은 모든 공작의 부대와 정면으로 교전하기엔 무리야.
살카즈가 지금 움직이는 건, 그들이 전세를 좌우할 만한 키를 쥐고 있다고 판단한 게 틀림없어.
- 더 샤드 빌딩.
살카즈가 점령한 그 건물? 확실히 그 건물에 무기가 숨겨져 있다는 건 우리도 알아. 그렇다고 전세를 좌우할 정도는 아닐 텐데?
그렇습니다, 클로비시아 씨. 혹시…… 더 샤드 빌딩 꼭대기의 폭풍을 보셨나요?
음…… 저 먹구름이 어딘가 이상하긴 한데.
저희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저건 단순한 폭풍이 아닙니다. 저건 더 샤드 빌딩에서 유발한 재앙이에요. 진짜 재앙과는 차이가 있지만……
살카즈가 재앙을 일으키려 한다고? 자신들도 아직 런디니움에 있는데, 이 도시를 파괴하면 그들에게 무슨 이득이 있지?
- 그들은 폭풍을 무기로 삼을 거다.
- 그들이 재앙의 낙하지점을 제어할 수 있다면?
……음.
더 샤드 빌딩의 역할은 우리가 추측한 게 다가 아니에요. 이 무기…… 이 기술이야말로 로도스 아일랜드가 런디니움에 들어온 첫 번째 목표이기도 하죠.
……로도스 아일랜드는 런디니움 상공에 뒤덮인 먹구름 때문에 왔다는 건가.
네, 이건 단순한 비유가 아니에요.
만에 하나 테레시스가 정말로 더 샤드 빌딩을 가동했다면, 그는 전쟁과 폭풍을 동시에 그가 생각하는 살카즈의 적에게 겨냥할 거예요.
인위적인 재앙의 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재앙정보전달자는 없습니다. 그 어떤 이동도시도 이런 재앙의 공격에서 벗어날 수 없고요.
무수히 많은 살카즈와 빅토리아 사람들이 이번 전쟁에서 목숨을 잃을 거고, 살아남는 사람은 아마 더 비참해질 거예요. 그들 대다수는 감염자가 되어 버릴 테니까.
그리고…… 더 샤드 빌딩을 국경 지대에 세우지 않고, 빅토리아의 수도인 런디니움에 세웠다는 것은……
설마……
- 이 기술이 완성되면 테라 전체가 위험해진다는 뜻이지.
- ……
- 이 기술이 한계에 부딪히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살카즈가…… 빅토리아의 힘을 빌려 빅토리아를 파괴하려는 건가.
정말 그렇게 된다면, 그동안 자경단이 해 온 모든 것이 헛수고로 끝나겠네.
설령 우리가 로도스 아일랜드처럼 재앙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고 해도, 런디니움과 우리의 삶은 예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거야……
클로비시아 씨, 로도스 아일랜드는 자경단에 매우 감사히 생각하고 있어요. 당신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저희는 중앙 구역에 순조롭게 들어오지도 못했을 거예요.
저와 박사님도 거짓말을 하고 싶진 않아요. 앞으로 더 샤드 빌딩에 접근하기 위해 로도스 아일랜드가 어떤 계획을 세우든, 우리를 기다리는 싸움은 점점 더 험난해질 거예요.
만약 로도스 아일랜드가 요 며칠 안에 테레시스를 저지하지 못하고 전면전이 폭발한다면, 대공작들은 반드시 런디니움으로 진군할 거예요.
자경단이 공작 군대를 기다리겠다면……
……아미야,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어.
나는 방직품 사업을 하는 상인의 딸이야. 나뿐만 아니라, 여기 대부분 전사들은 그저 일반 시민이야.
우리 중에는 근로자, 농민, 수공업자, 상인이 있어. 우리는 출신이 제각각이지만, 우리가 하나로 뭉친 유일한 이유는 살카즈를 빨리 런디니움에서 몰아내기 위해서야.
그래서 자경단은 대공작들에게 모든 희망을 걸지 않아. 그게 아니라면, 우리는 애초에 일어나지도 않았어.
심지어, 정말 그런 사태까지 갔다면, 가장 무서운 건 더 샤드 빌딩을 장악한 살카즈가 아니라……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대공작들이야.
그렇다면…… 자경단은 이대로 작전을 멈출 생각이 없다는 거네요?
……그렇다.
오히려 전쟁이 임박한 지금, 어떤 작전들은 런디니움 안에 있는 자경단만이 완수할 수 있어.
- 이를테면, 살카즈의 보급로를 차단하는 것.
- 이를테면, 살카즈의 보급 정보를 확보하는 것.
박사, 우린 생각이 일치하네.
공작 부대와의 전쟁이 시작되면, 살카즈는 분명 런디니움을 사수할 준비를 할 거야.
강철 요새 런디니움은 어느 정도 자급자족할 능력이 있어. 그러나 도시 내에서 살카즈 행동은 이미 과부하가 된 상태지.
문제는 살카즈가 런디니움의 주인이 아니기에, 빅토리아의 다른 도시로부터 그 어떠한 공개적인 지원도 받을 수 없다는 거야.
이에 반해, 공작 부대는 제각각이긴 하지만, 각자의 영지에서 끊임없이 보급받을 수 있어.
보급로…… 살카즈만의 숨겨진 보급로가 분명히 있을 거예요.
더 샤드 빌딩을 완공하는 것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대공사인데, 런디니움에서 자체 생산한 자재만으로는 아마 불가능할 거예요.
그 시작점이 도시 밖에 있었다면, 그 종점은…… 런디니움에서 살카즈를 위해 무기를 조달하는 군수 공장에 있을 겁니다.
맞아. 만약 우리가 이 보급로를 찾을 수 있다면……
- 앞으로의 전쟁에서 자경단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지.
- 슈퍼 무기의 완공을 늦출 수 있지.
- 클로비시아 지휘관, 협력은 여전히 최고의 선택이야.
아마도 그런 것 같아, 박사.
- 군수 공장에 관련된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해.
자경단 중에 하이버리 구에 정통한 전사가 있긴 해.
박사, 너도 그 사람을 잘 알고.
- 피스트인가?
- 우리한테 길 안내를 해줬던 친구인가.
그래, 피스트는 이번 임무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야.
정비를 마치고나면 , 피스트가 살카즈의 시선을 피해 너희를 군수 공장으로 안내할 거야.
- 그 밖에 더 확실한 정보가 필요해.
……도시 방위군 지휘 본부.
그 사령탑은 오슈테리그와 하이버리의 경계 지역에 있는데, 런디니움 전체의 도시방어체계 정보망을 통제하고 있어.
보급로가 런디니움을 통과한다면, 반드시 시스템에 기록이 남아.
- 내가 알기론 방위군 대부분이……
- 방위군 고위직에 배신자가 있나?
방위군 지휘관인 레토가 몇 년 전에 살카즈한테 투항했어.
반역자의 지지를 갈구하는 건 아무 의미 없어. 우리가 방위군의 사령탑을 기습할 계획이라면, 반드시 시스템 권한을 빼앗을 다른 방법을 생각해내야 해.
물론…… 구체적인 방법보다는 우리도 새로운 무장이 시급하지만…… 살카즈가 시선을 다시 도시 안으로 돌리면서 우리 보급도 어려워졌어.
물자는 내가 어떻게든 해결할게. 런디니움의 정상적인 운영을 유지하기 위해, 극소수의 빅토리아 상인들이 여전히 살카즈를 위해 일하고 있어.
알레데일?
……하지만, 나도 당신들의 도움이 필요해.
클로비시아, 로도스 아일랜드가 아르토리우스의 유품을 런디니움으로 가져왔어.
아르토리우스? 그건 드라코 왕실 후예의 성씨잖아……
맞아. 이미 박사와 아미야 씨한테 확인했어. 그게 아르토리우스 가의 열쇠가 맞아.
그 열쇠로…… 왕의 안식처로 통하는 문을 열 수 있어. 그럼 우리가 국검 '왕의 숨결'을 얻을 수 있을 거야.
……
이 열쇠의 의미는 일반 시민들의 상상을 초월해. 나를 믿어.
그건 단순히 상징적인 의미만 담긴 화려한 쇳덩이가 아니야. 만약 더 샤드 빌딩이 런디니움이 이루지 못한 웅장한 염원이라면……
국검과 왕의 안식처의 진실이야말로 런디니움의 마지막 카드일 수도 있어.
국검이…… 상징적인 의미만 있는 게 아니었어?
소수의 귀족과…… 빅토리아 왕실만 이 사실을 알고 있지. 그리고, 나는 컴버랜드 가의 사람이고.
……너를 믿어. 왕의 안식처는 우리에게 거의 전설에 가깝지만, 왕실의 열쇠로 그 문을 열 수 있다면……
아미야, 로도스 아일랜드는 도대체 이 열쇠를 어떻게 손에 넣었대…… 어, 설마 내가 물어보면 안 될 질문을 했나?
아니요, 저희도 딱히 이 열쇠의 내력을 숨길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이 열쇠는 로도스 아일랜드 소유가 아니에요. 여기에는 제가 관여한 적이 없는, 또 말할 수 없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그래도 로도스 아일랜드에 관련된 이야기라면, 클로비시아 씨가 관심이 있다면 제가 얼마든지 들려드릴 순 있죠.
고마워, 아미야.
나는 단지…… 매우 놀랐을 뿐이야. 설마 아르토리우스의 유산이…… 더 샤드 빌딩의 진실이……
뭐랄까, 마치 로도스 아일랜드는 몇 년 전부터 오늘의 이 런디니움을 위해 준비해 온 것 같아.
아무튼 지금은 그런 거 따질 때가 아니야. 다른 사람에게도 묻지 말라고 단속할 거고. 왠지 그렇게 안 하면 동맹군을 잃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
……
후우…… 아미야, 박사, 이 밖에도 더 말해줄 게 없어?
……확실히 한 가지 더 있어.
클로비시아, 내 출신에 관련해 너랑 얘기하고 싶어.
……꽃이네요. 박사님, 이 꽃들을 보세요.
꽃이 자라고 있어요.
살카즈가 점령한 도시에, 그것도 런디니움의 중심에 아직 이런 곳이 남아있다니……
- 살카즈 입장에서 귀족을 살려둔 게 더 유익하겠지만……
- 하지만 알레데일 주위엔 분명……
그 말이 맞아, 박사, 아미야 씨.
컴버랜드 저택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다소 황폐해지긴 했지만, 이곳은 여전히 런디니움에서 가장 상징적인 건물 중 하나야.
영지에 있던 저택은 별로 기억나지 않아. 내 이런 시절의 대부분 기억은 여기랑 관련된 것들이야.
이런 곳을 방치해 둘 사람은 없어, 안 그래?
알레데일 씨!
전하께서 클로비시아에게 모든 걸 털어놓을 거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당신들마저 전하의 신분을 알고 있었다니. 이건 정말 예상 밖이었어.
- 시즈는 우리의 중요한 오퍼레이터야.
- ……
- 나랑 비나의 관계가 확실히 깊긴 하지.
훗…… 뜻밖의 대답이네. 전하의 신분을 알아챘으면서도…… 그저 글래스고 패거리의 리더 비나로 상대하다니.
클로비시아와 비나한테는 시간을 많이 줘야 할 것 같은데. 당신도 알다시피 귀족을 대하는 데 있어서 자경단은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전하는…… 할 말이 많을 거야.
너도 내게 물어볼 게 많지, 꼬마 토끼 씨? 상인들을 상대하러 가기 전에 나도 수수께끼 같은 로도스 아일랜드와 더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어.
알레데일 씨…… 이 저택이 정말로 안전한가요?
오호, 합리적인 의심이야.
살카즈가 중앙 구역의 귀족들을 처리하지 않은 데는 당연히 목적이 있겠지. 런디니움은 워낙 큰 도시라 그들이 신경 써야 할 게 너무 많거든.
하지만…… 아미야 씨, 우리는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너무나 많은 대가를 치렀어. 그중에서도 가장 가치 없는 게 존엄이라 불리는 것이야.
……
……기회가 된다면 로도스 아일랜드에 자세히 알려주고 싶은데, 지금은 일단 나를 믿어줘. 나와 이 저택을 감시하고 있는 살카즈의 스파이가 있긴 하지만 역시 우리 통제하에 있거든.
우리가 놈들 내부에 침투했다는 걸 놈들은 몰라. 그냥 런디니움 내부의 귀족들이 고립된 이후로 무기를 잃었을 거라고 착각하겠지. 하지만 그건 틀렸어.
살카즈의 감시에 대처할 수단이 있다는 건가요?
……지금으로서는……
아니다. 전하께서도 자경단에 본인의 신분을 밝히기로 결심한 이상, 나도 숨기면 안 되지.
우리의 원활한 협력을 위해 내가 약속할 수 있는 건, 지금도 컴버랜드 저택에는 도시 밖과 연락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하고 있어.
하지만, 살카즈도 어리석지 않아요. 그들은 전쟁에 익숙해요.
맞아. 그런데 아까도 말했듯이, 런디니움은 아주 큰 도시야. 놈들은 일손이 부족한데다 고립무원이지. 우리한테도 분명 파고들 틈이 있어.
……아, 네.
뭐야, 내 대답이 별로 만족스럽지 않은가?
아니요, 알레데일 씨. 저는 그냥……
당신이 너무 많은 걸 짊어진 게 아닌가 해서요.
……어?
만약 빅토리아에 정말로 지금의 런디니움을 계속 장악할 방법이 있다면……
아니에요…… 저는 그들이 해낼 수 있을 거라 믿어요.
하지만, 그들이 정말 해낼 수 있다면, 계속할 힘이 있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빅토리아는 무얼 해왔고, 또 당신에게 시킨 건 무엇인 거죠?
알레데일의 얼굴빛이 순간 확연히 달라졌다.
스쳐가는 이 감정이 아미야의 눈에서 한없이 증폭됐다. 단순한 분노나, 경계심 또는 당황이 아닌……
슬픔이었다.
괴로울 정도로 익숙한 슬픔이었다.
……알레데일 씨, 제가 실례를 범했습니다. 죄송해요.
클로비시아 씨 말이 맞아요. 우리는 서로 꼬치꼬치 캐물을 필요가 없어요. 그러면 오히려 이 복잡한 상황에서 우리를 더 힘들게 할 거예요.
하지만, 만약 가능하다면……
자신을 너무 억누르지 마세요. 이런 결말은 저희도 여러 번 봤어요.
……
알레데일 씨? 제, 제가 너무 심하게 말했나요?
……아니. 로도스 아일랜드는 거듭해서 나를 놀라게 하네…… 아마도 내가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한 것 같아.
아미야, 네가 이런 리더일 줄은 정말 몰랐어. 나보다 열 살은 어린데도 네 표정을 보면 그게 빈말이 아니라는 건 알겠어.
게다가…… 하하, 너는 나를 훤히 꿰뚫어 봤어. 심지어 클로비시아와 나보다도 먼저 더 샤드 빌딩의 비밀을 알아채고, 드라코의 열쇠까지 가져왔으니……
솔직히 전하의 보증이 없었다면, 아마 나는 살카즈보다도 로도스 아일랜드를 더 경계했을 거야.
런디니움…… 아니, 살카즈가 저희에게 더 큰 의미가 있는 건 사실이에요.
그 때문에 저희가 여기에 있고요.
……그럼 너희들은 무엇을 위해 싸우러 온 거지?
전하께서 로도스 아일랜드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줬어. 너희들과 살카즈의 관계가 복잡하던데.
하지만, 로도스 아일랜드는 늘 '감염자'를 위해 싸운다고 나는 알고 있는데 말이야.
맞아요.
그렇다면 지금 두 사람은 생각이 더 많아졌겠는데, 로도스 아일랜드의 리더와 지휘관.
……
말씀하신 대로 런디니움의 많은 사람과 이곳에서 벌어진 일들이 모두 저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요.
제 개인적으로든…… 박사님에게든, 진실과 과거가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충분한 원동력일 수도 있죠.
하지만 저희도 많은 일을 겪으면서 이런 전쟁과 재앙을 가볍게 보거나, 우리의 개인감정을 거시적인 문제보다 앞세울 수 없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테라 전체에 파급될 전쟁을 멈추고, 빅토리아 재앙의 중심을 제거하려는 거죠.
한 종족의 멸망을 막고, 원래 찾을 수 있었던 삶의 희망을 찾는 거예요.
피해를 본 감염자와 근로자, 심지어 살카즈를 도와주러 왔어요.
저희는 '사람'들을 도우러 왔어요, 알레데일 씨. 살아 있는 사람들을, 그리고 살아갈 권리가 있는 사람들을 도우러.
대부분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결말이 찾아왔을 때, 비로소…… 과거의 진실에 의미가 생기는 거니까요.
아미야는 단호하게 말을 마쳤다.
약간 놀란 듯한 알레데일의 눈빛에서 아미야는 무심코 자신에게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그녀의 가장 진실된 생각이다. 이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녀와 함께하는 오퍼레이터들도 분명 똑같이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물며 켈시는 그 이상의 중압을 홀로 짊어지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 생각의 출발점, 로도스 아일랜드가 엄청난 위험을 무릅쓰고 정치의 소용돌이 중심으로 뛰어들기로 결심한 이 강력한 신념의 불꽃은, 과연 누가 지핀 걸까?
만약……
……이 질문의 답이 여전히 눈앞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