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9먼 곳의 불꽃
우르수스 최북단의 작은 도시에 있는 대학교, 탈룰라는 드디어 지금까지 찾아왔던 '사람'을 만나게 된다.
“……자, 132페이지를 펼쳐 주세요.
테라력 31년, 히포그리프 제국은 정식으로 국호를 우르수스 제국으로 변경했습니다. 이 역사에 대해서는, 이미 두 번의 수업을 통해 분석과 탐구를 진행했었죠.
학계의 보편적인 견해로는, 히포그리프가 군주의 자격을 잃은 이유를 지배 계층의 부패와 무능, 그리고 사회의 주요 생산력을 대표하는 우르수스의 급부상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전쟁은 우르수스의 봉기로 그려져, 에인션츠가 엘더즈의 권력을 도전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고, 그 뒤로 엘더즈는 테라 각국에서 점차 지배 권력으로서의 정당성을 잃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이 전쟁을 돌이켜보면, 여러 가지 의문들을 아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만약 통치적 지위를 가지고 있던 게 히포그리프가 아니라 우르수스였다면, 변혁은 과연 일어났을까요?
만약 통치적 지위에 있었던 히포그리프가 종족 차별 정책을 고집하지 않고, 우르수스의 재산도 침해하지 않으며, 반대로 동등한 신분 상승의 기회를 주었다면……
히포그리프는 몰락을 피할 수 있었을까요? 아니면 몰락이 더 일찍 찾아오게 됐을까요?
그리고 만약…… 카간의 기병들이 그 땅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면?”
……
안녕. 너도 코셀나 교수님의 수업을 들으러 왔어?
코셀나…… 교수?
맞아, 코셀나 교수의 우르수스 제국 수업은 늘 인기 만점이거든.
요즘엔 너처럼 복도에서 청강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여. 너, 우리 학교 학생 아니지? 대학생 같아 보이지는 않는데.
교실에 들어가도 돼. 교실 뒤쪽에서 수업을 들어도 코셀나 교수님은 개의치 않으니까. 안에서 들으면 더 잘 들을 수 있잖아.
필요 없어. 목소리는 충분히 잘 들리니까.
그래. 뭐, 어차피 수업도 이제 끝나가는데. 나는 다른 수업이 있어서, 이만.
빨리 이곳을 떠나는 게 좋을 거다.
“이 문제들의 답은, 아마 그 어떤 교재에서도 찾을 수 없겠죠.
하지만 여러분이 잘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밥 먹을 때, 샤워할 때, 심지어 자고 있을 때도…… 머릿속에서 문제를 계속 떠올리길 바랍니다.
그리고 충분히 생각했다면, 그걸 적어 보세요. 저는 여러분들의 관점을 기꺼이 살펴보고 싶습니다.
자, 이번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종이 울릴 때까지 잠시나마 자유를 만끽하시길.”
거기 학생, 혹시 질문이라도 있는가?
……
찾았다.
탈룰라가 왜 도시에 들어갔지?
사람 찾으러.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우리가 이런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
나인, 네가 분명 말했잖아. 우르수스에 있는 동안 우리는 이동도시에 접근하면 안 된다고.
……
우리는 탈룰라를 심판하고 싶어 했잖아? 탈룰라가 입을 열기 전에, 걔는 아직 구해야만 하는 답이 있어.
그 답을 구하지 못한다면, 그녀도 자신이 한 말을 믿을 수 없을 거야. 그렇게 되면, 우리는 더욱 그녀를 믿을 수 없고.
애당초 탈룰라를 믿으면 안 됐어!
그녀 혼자 도시에 들어갔다가 그대로 사라져 버리면? 그녀를 구출해 내기 위해 쏟아부은 노력과 앞으로의 모든 계획이 전부 수포가 되는 거잖아!
……그럴 일은 없어.
왜냐면, 그녀도 자신이 갈 곳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너희들이 날 믿어주는 한, 탈룰라가 어딜 도망가든 내가 반드시 잡아 온다고 약속하지.
너를 못 믿는 게 아니야…… 그건, 지난 한 해 동안 네가 우리를 이끌어 많은 일들을 해왔기 때문이지.
너는 탈룰라와 달라. 너는 걔처럼 빈말하지 않잖아. 나인, 우리는 너의 그런 점이 좋아. 그러니까 그 습관이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그녀의 영향을 받을까 봐 걱정하는 거야?
그건 좀 어렵겠는데.
나인, 순찰대가 온다……
빨리 숨어.
예상했던 대로야. 30분 뒤면, 이 루트도 안전하지 않을 거다.
……탈룰라가 제때 돌아왔으면 좋겠는데.
우리 더 빨리 만날 줄 알았는데……
……탈룰라.
……코셀나. 역시 알기 쉬운 이름이네, 카셰이.
아……이름 말인가. 이름은 그저 호칭에 불과하지. 만약 이 이름이 네게 불쾌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면, 피올렛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이름이 뭐든 관심 없어. 당신의 이름은 당신의 껍데기처럼 기억할 가치조차 없으니까.
그럼 여긴 뭘 하러 온 거지, 탈룰라?
내 입에서 확답을 듣고 싶어서 왔나? “그래, 카셰이는 너를 떠났어. 지금의 넌, 그냥 탈룰라야”. 이 말을 듣고 싶어?
그렇다면 너는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어. 지금 바로 말해 줄 수 있지. 네가 듣고 싶어 하는 바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말이야.
문제는…… 네가 그걸 믿을까?
나에게 검은 뱀을 믿으라고?
이건 또 새로운 수작인가, 카셰이?
당신은 충분히 많은 단서를 흘렸어, 내가 최대한 빨리 찾아올 수 있도록…… 뻔하잖아, 당신은 일부러 나를 유인한 거야.
그럼, 너는 돌아가 본 거구나? 우리의 집에?
거긴 내 집이 아니야. 음모의 근원이자, 독사들의 소굴일 뿐이지.
그 말에 내 마음이 아프군.
그래도 내 편지는 읽어봤다는 거잖아, 그렇지? 너는 카셰이 공작이 뱀 비늘 밀서를 받기 위해 사용했던 경로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어. 그건 공작 영지를 점거한 비밀경찰조차도 모르는데.
……십 년 전에 이미 보내진 편지야. 그 편지를 보낸 사람은 이 학교에 있고.
당신의 깊은 사려에 감탄해야 할지, 아니면 십 년 동안 보존된 그 경로를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 모르겠다. 뭐, 당신의 뱀 비늘들은 진작에 썩어서 먼지가 되었지만.
영지가 황폐되어 기쁜가 보네? 탈룰라, 영지에 있던 자들은 원래 네 통치하에 더 나은 삶을 살 수도 있었는데. 제4군단에 너덜너덜 찢길 게 아니라.
나보다 그들을 더 신경 쓰는 척하지 마.
말해 봐, 당신이 기꺼이 이 최북단의 작은 도시에 머물고 있는 이유가 뭐야?
카셰이, 당신은 남쪽 도시를 더 좋아했던 것 같은데.
그곳은 공기가 더 촉촉할 뿐만 아니라, 수없이 많은 권력의 핵심 인물들을 키워낸 그곳의 토양이야말로 당신의 음모를 퍼뜨리기에 더 적합하니까.
하지만, 툰드라…… 툰드라는 달라. 이곳 사람들은 삶 자체가 고달프고, 식량 수확에 대한 걱정만으로도 이미 정신이 없을 테지.
당신의 그 자랑스러운 연설은, 그들에게 있어 그저 당신이 몸에 단 그 조화와도 같아. 허울만 있을 뿐, 아무런 쓸모도 없거든.
탈룰라…… 탈룰라.
만약 내가 여기 있는 이유가, 네가 이 근처의 툰드라에 남긴 발자국 때문이라면?
그렇다면 나는 헛소리는 집어치우라고 하겠지.
“인류의 역사는 곧 투쟁의 역사다.”
너는 분명 기억하고 있을 텐데.
그때 내가 가르쳐 준 모든 것을, 너는 이후의 투쟁에 전부 써먹었던 것이고.
네가 다 기억하고 있는 마당에, 툰드라의 감염자 투사 탈룰라, 그리고 공작의 자리를 물려받은 탈룰라, 이 둘이 내게 무슨 차이가 있을까?
하지만, 당신은 내가 툰드라에서 이룩한 모든 것을 망쳤어.
내가 망쳤다고?
네가 볼 땐, 일련의 치명적인 과오를 범한 사람이 대체 누구일 것 같나?
만약 정말 스스로 죄가 없다고 여긴다면, 너는 일 년 반 동안 어떤 방식으로 죽음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겠지.
아마 돌아서자마자 다음 치열한 투쟁 속으로 뛰어들었을 거다.
……
탈룰라, 네가 왜 나를 찾아왔는지 나는 알고 있다.
너는 나에 대한 심판으로 너 자신을 심판하고 싶고, 나의 참회를 들으면서 네 자신의 참회를 시작하려는 것이다.
네가 원하는 건…… 그저 애처로운 위안일 뿐이다.
……계속해 봐.
계속해? 네가……
내가 분노한 모습을 보일 줄 알았나? 아니, 카셰이. 당신에겐 그걸 볼 자격이 없어.
지금까지 당신이 했던 말들이 모두 내 머릿속에서 예상했던 내용들이야. 일 년 반이란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지. 솔직히 로도스 아일랜드에 감금된 동안 나도 달리할 일이 없었어.
내 손에서 살고 싶다면, 당신은 더욱 참신한 이야기를 꺼내야 해.
좋아. 아무래도 스스로 감금했던 시간이 너를 더 참을성 있게 만든 것 같군.
하지만 내가 툰드라를 언급한 건, 너를 자극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탈룰라…… 이 학교를 봐. 저 학생들의 표정을 봐.
이들은 오월의 햇살이 툰드라의 얼음을 녹일 것이라 믿고, 툰드라보다 더 단단한 우르수스가 자신들의 발밑에서 변화할 거라 믿고 있다.
그래서, 또 당신의 그 추악한 사상으로 그들의 순수함을 더럽힐 생각인가?
설마, 내가 저들 중에서 다음 계승자를 찾으려 한다고 생각하나?
아니, 탈룰라. 난 그저 평범한 대학교수이고, 내가 전하는 건 오로지 지식과 사상뿐이다. 내 손에는 아무런 권력도, 재물도 없어.
만일 그들이 권력을 원한다면 두 손으로 직접 쟁취해야 할 것이고, 음모를 갈망한다면 마찬가지로 내가 가르쳐 준 지식에서 가장 적절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지금 나보고 그걸 믿으라는 거야? 당신이 내게서 겪은 실패들로 인해, 좌절하여 마음을 고쳐먹기라도 했다는 뜻인가?
실패? 나는 실패라고 생각한 적 없다.
리유니온은 체르노보그의 코어에서 완전히 망한 것이 아니며, 카셰이의 계획도 마찬가지다.
그래, 너희들은 카셰이를 저지하는 데 성공했고, 카셰이도 그가 원하는 우르수스를 즉각 바꿔줄 전쟁을 맞이하지 못했어.
하지만 우르수스는, 결국 카셰이가 그녀를 위해 설계해 둔 길에 오르게 되었지.
전쟁은 지금 일어나고 있다. 의회와 군대의 마찰은 여전히 격렬하고, 사람들의 의지는 거듭되는 충돌 속에서 새로운 불꽃을 튀기고 있어.
그리고 나는, 가장 활력이 넘치는 토양에 서서 최대한 많은 씨앗을 뿌릴 거다.
나는 이러한 변혁을…… 이끌고 있다. 혹은 이러한 변혁을 재촉한다랄까.
내 기억으론 당신이 대중을 교육하는 의미를 부정했던 것 같은데?
사태가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치자가 여전히 과거의 방식대로 일을 처리한다면, 그 통치자는 필연적으로 파멸로 향하게 될 것이다.
당신은 여전히…… 통치자를 자처하는군. 그래, 당신은 사실 하나도 변한 게 없어.
아, 네가 이 단어를 증오한다는 걸 잊고 있었네. 마치 네가 카셰이의 지배를 증오했던 것처럼. 예전에도 얘기했지만, 누가 통치하든 나는 신경 쓰지 않아.
우르수스가 히포그리프의 수중에서 이 땅을 빼앗은 뒤로, 권력의 교체가 알게 모르게 몇 번이나 일어났는지 알아?
탈룰라, 내가 너고, 네가 나다.
우리가 원하는 건, 우르수스가 우리의 손에서 불꽃을 피워내는 거다.
이 불꽃은…… 머지않아 우르수스 전체를 태울 것이다. 아니, 우르수스뿐만이 아니라, 빅토리아…… 그리고 다른 나라에도 번질 것이다.
대화재 이후 과연 이 땅은 더욱 번영할 것인가, 아니면 파멸을 맞이할 것인가?
우르수스는 스스로 천 년을 걸어왔어…… 그리고 나는 우르수스를 두 번째, 세 번째 천 년으로 이끌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검은 뱀이 존재하는 진정한 의미지.
검은 뱀이 죽지 않는 것은, 내게 자신을 존속시킬 의지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우르수스가 반드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슬란 왕의 후손이 런디니움에 돌아왔다고?
그런 것 같아.
이건 우리가 전에 잡았던 살카즈 전달자를 돌려보낸 답례로 그쪽에서 선물해준 정보야.
답례?
놈들은 우리 손을 빌려, 공작들 간의 싸움을 더욱 격화시키고 싶을 뿐이겠지.
누가 봐도 뻔해. 하지만 그들의 수법에서 알 수 있듯이, 런디니움의 형세가 변했어. 아마 살카즈도 똥줄이 탈 것 같아.
그밖에 한 말은 없나?
딱히 건질 만한 건 없었어.
칫, '스파이'가 들통난 뒤로, 런디니움 정보가 많이 줄었어.
아쉽군.
그러게…… 정말 아쉬워. 다행히 손실은 아직 통제할 수 있는 범위야.
맞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할지도 모르는 소식이 있어.
이 소식은 우리와 협력하는 컬럼비아 무기상이 준 건데……
한 달 전에, 그 리유니온이라는 부대가 그들의 전 '리더'를 다시 맞이했대.
그 말은……
탈룰라.
전에 받은 정보가 전부 사실이라면, 그녀도…… 그녀도 드라코일 가능성이 매우 커.
지, 진짜니? 니, 니, 니 나한테 그짓말 하는 거 아이지?!
……내가 널 속여서 뭐 하게?
나를 한 대 쳐 봐.
그게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싸게 한 대 쳐 봐, 아이면 꿈을 꾸고 있는 줄 알 거다니!
아니면, 벽에 직접 머리를 박아보든가? 대신, 살살 박아야 돼. 다른 집 벽을 부쉈다간, 기마경찰에게 설명하느라 시간을 또 허비해야 하니까.
나…… 나는 지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아……
그 정도로 놀랄 일이야? 대장이 살아있을 거라고 네가 맨날 그랬잖아.
그래도 난…… 대빵이……
대장이 아직 어디선가 네 구조를 기다릴 줄 알았어?
응.
하지만 대빵이 탈출했다는 걸 알았으니, 증말로 기쁜 일이다야!
고맙다, 첸 햇아. 네가 없었으면, 난 로도스 아일랜드의 사람을 알지 몬했을 기고, 내가 로도스 아일랜드에 가입하지 않았으면, 그 사람들이 대빵을 구해 주지 않았을 기야, 증말로 잘 됐다니, 으아앙……
……야, 안기지 마!
흐흑, 하지만 너무 기쁘다니!
적어도…… 그렇게 세게는…… 으윽……
잠깐만, 첸 햇아, 그…… 그라믄 니도 떠나게 되는 거니? 날 도와 대빵을 구해 준다고 했는데, 이제 대빵은 내가 구할 필요가 없게 됐으니……
꼭 이럴 때면 머리를 잘 굴리더라.
솔직히,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건 아니야. 그녀가 로도스 아일랜드를 탈출했다는 걸 알고 나서, 나는 찾으러 가야 하나 계속 고민하고 있었거든.
사실, 내한테도 그리 보였아……
하지만 나, 첸 훼이지에는 절대 도중에 포기하는 인간이 아니란 말이지.
오랫동안 고생한 끝에 우리도 간신히 단서를 얻게 되었는데.
백파이프, 네 조사를 계속 도와줄게. “귀혼대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그날이 오면”…… 나는 진작에 해야 했을 일을 하러 갈 거다.
난 탈룰라를 찾으러 갈 거야.
탈룰라, 카셰이가 가르쳤던 방법으로 과연 내가 한 말이 모두 진심이었는지 판단해 봐.
그럴 필요 없어.
그럼 넌 아직도 날 죽일 생각인가? 위병들의 시선을 피하느라 너는 검도 가져오지 않았을 텐데.
네가 날 처단할 방법은 오직 화염뿐이다. 나를 사랑하는 이 학생들 앞에서…… 그런 끔찍한 죄악을 저지르고 싶은가?
당신을 죽이는 일이야, 다른 사람들이 알 리가 없을 테지.
잊지 마, 카셰이. 이것도 당신이 가르쳐 준 지식이야.
날 죽이는 것으로…… 너는 만족할 수 있는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내가 기꺼이 두 번째, 세 번째 이름을 대줄 수 있어.
……그 말은, 우르수스 경내에 있는 검은 뱀이 당신뿐만이 아니라는 건가.
혹은 내가 살아남기 위해 너를 기만하는 거라고 생각해도 좋다.
당신의 새 몸은…… 너무 연약해.
당신을 죽이는 건, 그 늙은 피디아를 죽이는 것보다도 쉬워.
그럼 뭘 망설이고 있나? 자, 어서 이 몸을 재로 만들어서…… 이 어둑한 복도에 뿌려 줘!
“공포의 감염자 살인마가 대학교에 다시 나타나”…… 이게 다음날 헤드라인이 되겠지.
넌…… 그런 악명을 신경 쓰지 않잖아.
참고로, 삼 분 뒤에 몰려올 순찰대도 난 신경 쓰지 않아.
하지만…… 밖에서 기다리는 너의 친구들…… 그들은 아마 황제의 근위병 상대가 안 되겠지.
비록 근위병들이 일부 권력자의 뜻을 받아, 네가 우르수스에 잠시 돌아온 걸 허용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네가 우르수스 경내에서 살인을 저지르는 것만큼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거야.
……카셰이.
만약 근위병들이 불사의 괴물…… 즉, 체르노보그 사건의 주모자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나를 잡기보다는 그들의 칼날이 먼저 당신한테로 향하지 않을까?
……
그럼, 너는 왜 아직도 가만히 있는 거지?
……시간이 거의 다 됐어.
아직도 안 돌아왔어? 나인, 네가 그녀를 잘못 본 거 아닐까?
만약 약속한 시간이 되어도 그녀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너희들은 원래 계획대로 철수해.
너는?
탈룰라가 내 수갑을 차고 있는 이상, 아직은 내 죄수다. 내가 직접 체포해 오지.
……굳이 그런 수고를 할 필요 없다.
……탈룰라.
돌아왔나. 일 분도 늦지 않았네. 만나고 싶은 사람은 만났어?
대충.
그래서?
무슨 성과가 있었는지 알려달라고? 그런 지저분하고 장황한 이야기로 네 귀를 더럽힐 생각은 없다만.
좋아. 농담도 할 줄 아는 걸 보니 꽤 기운을 차린 것 같네.
그 괴물은? 죽이는 데 성공했어?
자신이 이제 그놈이 아니라고 하더군.
그걸 믿나?
아니. 하지만, 나도 이젠 단순히 그놈을 죽인다고 문제가 해결될 거라 믿는 탈룰라가 아니야.
놈이 내 시야에서 벗어나는 걸 허용하지 못한다. 여차하면, 바로 손을 쓸 거야.
하지만, 어떤 예감이 들어……
예감?
불사의 괴물도…… 결국은 죽겠지만, 놈을 죽이는 건 내가 아닐 거다.
……우르수스가 죽이게 될 거다.
놈은 여전히 타인의 의지를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렇다면 우리는 놈에게 증거를 보여줘야지……
언젠가, 깨어난 사람들이 어리석은 통치자를 가차 없이 버리는 꼴을 말이다.
그렇게 되면, 우르수스에 다시는 검은 뱀이 나타나지 않을 거야.
그럼 지금은?
지금은, 최종적으로 여기 돌아오기 전에, 빅토리아에 한 번 들러야지.
드디어 우리와 함께하기로 결정한 건가?
나는 너의 죄수잖아. 너희를 따라가지 않는다면, 난 갈 곳이 없다.
그리고 네 말대로…… 거기 감염자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